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 - 인류 굶주림의 해결사, 프리츠 하버의 삶과 과학
여인형 지음 / 생각의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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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 인류의 과제는 굷주림이었다. 인류는 계속 늘어나지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남미에서 질산나트륨, 구아노 등의 비료를 발견하면서 굷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질산나트륨과 구아노가 언제까지 공급될지 알 수 없었다.

 

비료는 주로 질소, 칼륨, 인 화합물을 혼합한 것으로, 칼슘, 마그네슘, 황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에 비료를 생산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질소화합물의 부족이었다. 질소는 대기의 약 80%를 차지하는 원소로, 공기 중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다. 또한 인체의 구성 원소에서 산소, 탄소, 수소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원소로, 인체 무게의 약 2.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비롯한 생리 화학 물질에는 반드시 질소 원소가 결합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연 상태에서 질소가 풍부함에도 왜 질소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일까? 그것은 생물체가 기체 질소를 직접 이용할 수 없고, 질소 원소를 포함하는 화합물로 변환되어야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체 질소를 질소 화합물로 변환시키면 되지만 질소는 매우 안정한 기체이기 때문에 격렬한 반응 조건이 아니면 변환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65쪽)

 

공기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질소. 그 질소 화합물을 찾아내는 것이 과학자들의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였다. 질소화합물을 찾기 위한 화학자들의 노력을 끝없이 계속되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은 프리츠 하버였다. 프리츠 하버는 질소를 이용해 암모니아를 만들어냈다.

하버의 발명과 발견이 갖는 위대함은 그동안 공기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매우 안정한 질소를 사용해서는 질소 화합물을 생산할 수 없다는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계를 연 획기적인 것이었다. 인공적인 질소 고정에 대한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85쪽)

 

그리고 전쟁이 일어난다. 하버는 유대인이지만,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리고 스스로 자랑스러운 독일인으로 생각했다. 그는 전쟁을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이 화학전이라 생각하고 화학가스 개발에 앞장선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하버상수라는 것을 남겼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가스의 살상 능력을 추정하는 기준으로 하버상수를 사용하였는데, 하버 상수는 죽음에 이르는 시간과 가스의 농도를 곱한 양으로 엊의된다. 하버상수가 작으면 더 큰 독성을 지닌 물질이다.(110쪽)

 

1차 대전이 끝나고, 몇 년후 하버에게 노벨상이 수상된다. 질소화합물의 개발로 인류를 굶주림에서 해방시킨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하버의 삶은 편탄하지 않았다. 히틀러의 등장으로 반유대주의에 따라 독일인이라고 생각했던 하버 역시 독일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전쟁과 관련하여 하버의 잘못을 꼽으라면 그의 커다란 애국심이 윤리 의식에 너무 앞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마도 과학 결과의 사용과 윤리 의식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결국 선택의 몫은 그것을 이용하고 활용하는 인간이지 과학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쟁 중에 화학전을 고안하고 적극 가담한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하버를 비롯한 과학자, 그리고 연합국 과학자들의 숙명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숙명을 온몸으로 거부한 과학자들도 적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적 기록이 말애 주고 있지만 말이다.(115쪽)

 

 

참고로 하버가 연구하던 시절은 화학분야의 발전이 태동을 이루고 있을 때였다.

하버의 관심분야는 물리화학 분야 중에서도 특히 전기화학 분야였다. 전기화학은 영국에서 다니엘(John Daniell, 1790~1845), 데이비(Humphry Davy, 1782~1829),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 등이 이미 오래전에 시작한 분야였다. 먼저 다니엘은 다니엘 전지를 만든 과학자로, 다니엘 전지는 아연(zn)의 산화와 구리(Cu) 이온의 환원 반응을 이용한 전지이다.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서 중고등학교에서도 시범용 실험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데이비는 패러데이의 스승으로 전기화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업적을 남긴 영국의 과학자이다. 특히 그는 나트륨, 칼륨, 칼슘과 금속을 전기분해를 통해서 분리하였는데, 칼륨은 전기분해를 통해서 처음으로 분리된 금속이다. 패러데이는 패러데이 상수 및 패러데이 법칙으로 유명한 화학자 겸 물리학자로, 초등학교의 학력으로 최고의 과학자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패러데이 법칙은 화학 반응 생성물의 양과 전하량과의 관계를 규정짓는 중요한 법칙이다.

전기화학과 연관된 전해질 및 이온의 해리 및 평형에 관한 연구는 스웨덴의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es, 1859~1927), 네덜란드의 반트호프(Jacobus Henricus Van't Hoff, 1852~1911) 등이 하고 있었다. 아레니우스는 이온 해리에 관한 기초 이론을 처음으로 세운 스웨덴의 화학자로서 1903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아레니우스는 당시에 이미 지구 평균 온도가 이산화탄소의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과 지구의 온난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예측하였다. 반트호프는 삼투압, 화학 평형의 확립에 막대한 공헌을 한 과학자로, 1901년에 노벨화학상을 최초로 수상하였다.

독일의 전기화학 및 물리화학 분야에서는 앞서 이야기하였던 오스트발트와 네른스트(Walther Nernst, 1864~1941) 등이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하고 있었다. 오스트발트는 질산을 생산하는 공정을 처음 개발한 과학자로, 그 공정을 오스트발트 공정이라고 하며 1909년에 촉매와 평형에 관한 업적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단. 네른스트는 열역학 제3법칙을 주창한 과학자로, 192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이름이 붙은 네른스트 방정식은 화합물의 활동도와 전위 관계를 나타내는 식이다.

이와 같이 하버가 전기화학에 관심을 가질 당시에는 근대 전기화학 및 물리화학의 기초를 세운 유명한 과학자들이 전기화학의 기본 원리와 실험 방법 등과 같은 뼈대를 다듬어 가는 중이었다.(36-37쪽)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한 위대한 과학자이자 격량에 휘말렸던 독일을 진정한 조국이라고 착각하여 새로운 전쟁 무기까지 개발한 유대인 천재의 말로는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한편으로는 인류에게 커다란 기여를 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폐해를 남긴 과학자 하버의 이중성은 그가 만든 암모니아가 비료의 원료로 사용되거나 또는 폭약의 원료로 사용되는 이중성을 지닌 것과 매우 닮아 있다.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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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 음식물과 첨가물에 관한 오해와 진실
최낙언 지음 / 지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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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만 해도 식품첨가물 하면 식품에는 넣어서는 안 될 것 처럼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합리적으로 생각해보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저자 최낙언은 식품첨가물 뿐만 아니라 음식과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런 결과물이 여러 권의 책으로 나왔는데 식품과 첨가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현재까지의 과학 결과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WHO가 가공육을 발암물질이라 하자, 언론들은 가공육내 아질산염의 문제에 대해서 지적한다. 그리고 사실 아질산은 많은 TV프로그램에 주인공으로 많이 출연했다. 아질산나트륨은 어떻게 발색제 역할을 할까?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 발색제가 아니라 화학 반응에 의한 아주 자연적인 현상이다.

식육 제품에 아질산을 사용하는 이유는 헤모글로빈 산화(변색)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유럽에서는 햄이나 소시지를 만들 때 짠맛을 내기 위해 사용했던 암염이 고기 색깔의 안정 효과와 보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 이 작용이 암염에 있는 아질산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식육 제품에 아질산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9세기경으로 호메로스와 서사시에 최초로 기술했으며, 고대 로마시대에도 이를 사용한 기록이 있다. 아질산의 기능은 색을 만드는 기능이 아니고 색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즉 항산화제의 기능이다. 붉은색은 헤모글로빈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산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은 가열하면 쉽게 산화하여 붉은색을 잃는다. 직접 요리하면서 갈변하는 것은 크게 상관없지만, 소비자는 갈변된 상태의 고기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산소에 의한 갈변을 막는 좋은 방법이 산소 대신 일사화질소를 결합시키는 방법이다. 일산화질소는 결합력이 강해 헤모글로빈의 산화를 막아 탈색을 억제한다. 비타민C, 에리소르빈산 같은 항산화제를 쓰면 산화가 억제되므로 아질산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아질산은 맹독성의 보톡스균 같은 혐기성 미생물의 성장을 강하게 억제하므로 식중독도 예방한다. (183쪽)

매일 시장에서 신선한 고기를 사다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가공육을 먹을 필요가 없다. 물론 맛의 차이도 있지만. 결국 가공육은 현대인의 편리한 삶과 궤를 같이 한다.

 

활성산소 역시 박멸해야 할 물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활성산소는 몸에 필수적이다. 노화라는 한쪽측면만 봐서는 안된다.  

우리는 활성산소의 해악만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활성산소는 세포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또 활성산소는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의 체내에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이물질이 침입했을 경우에 이를 녹여 없애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에서는 활성산소가 해독 작용을 하기도 하고 어떤 활성산소는 암세포를 죽이기도 한다. 또 활성산소가 인체의 세포 성장과 세포 자살에 관련된 다양한 생체 신호 전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초파리의 경우 활성산소를 만드는 효소의 유전자를 없애면 번식하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자는 활성산소를 뿜어내는 관을 통과하지 않으면 성숙하지 않는다. 몸 속에 활성산소가 적당량 있는 상태에서 사람은 최고의 성과를 낸다. 10년 전부터 활성산소가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다.(213쪽)

 

사실 인류의 식생활은 고된 일이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농경이라는 문화가 정착되고, 산업화가 되면서 본격적인 식품이 발달했다. 그런 과정에서 인류는 충분히 많은 음식을 거르고 걸러 왔다. 게다가 식물조차도 천연의 독을 잃어가고 있다.

인류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하고 적응하는 힘든 과정을 겪고, 농사와 목축을 통해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힘없는 세력에서 어느덧 지구의 주역이 된 것이다. 농사는 독이 적은 작물의 선별 과정이기도 하고, 가식부위가 많은 작물의 선별 과정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쓸 만한 것을 골라 키우는 과정이다. 반복된 선별의 과정을 통해 야생종을 보다 생산량은 많고, 독은 적은 것으로 개량한 것이다. 식물은 인간이 돌보기 시작하면 독의 생산을 줄인다. 식물은 벌레와 유충이 다가오면 방어물질인 독소를 다량으로 생산하고, 위험이 줄어들면 독소의 생산량을 줄인다. 독소의 생산에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인간이 벌레를 잡아주고 편안한 생육환경을 제공하면 식물은 독의 생산을 줄인다. 요즘 우리가 먹는 독소(살충제) 성분의 99.9퍼센트가 식물의 천연성분이라고 한다. 요즘이 이럴진대 예전에는 얼마만큼 많은 천연 독을 먹었을지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양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 불과 수십 년, 수백 년 전의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가에는 유해 수준으로까지 독이 많은 불량한 식물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은 가혹했고 오래살기 힘든 조건이었다.(24쪽)

 

하지만 원래 식물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선한 존재는 아니다. 그렇다고 악한 존재도 아니다. 번식하기 위해서 쉬임없이 동물과 다른 식물들과 경쟁하는 존재인 것이다.

나무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스피린(살리실산)을 방출한다. 이것은 식물 고유의 방어 체계 신호 물질로 여러 식물의 조직에서 동물이 싫어하는 물질과 소화되지 않은 물질을 연쇄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촉발한다. 그리고 이 물질은 인근 식품들이 읽고, 해석하여, 그들 자신의 방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식물은 도망가지 못한다. 곤충과 초식동물에 유일한 방어 수단이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만드는 방법이다. 따라서 천연 식물은 대부분 독성물질을 만든다. 공격하는 초식동물과 방어하는 식물은 서로 독성물질을 가지고 치열하게 군비경쟁을 한다. 모든 초식동물을 방어할 수 있는 식물도 없고, 모든 식물을 먹을 수 있는 동물도 없다. 식물은 방어에 그치지 않고 피톤치드로 공격을 하기도 한다. 성가진 벌레가 오지 못하게 하고, 다른 식물도 못 자라게도 한다. 이런 물질을 피토알렉신(타감작용)이라고 한다. 예쁜 가을 낙엽이 한편으로 안토시아닌이란 물질로 다른 식물을 못 자라게 하기 위한 책략이기도 하다. 자연이 평화로워 보이는 것은 겉보기로만 그렇다. 그 안에는 항상 처절한 생존의 노력이 있다.(85쪽)

 

그래서 어떤 특성조차 살기 위한 생존 욕구에서 나온 것이다.

모든 척추동물은 뜨거움을 느끼는 감각인 TRPV1이 있어서 캅사이신으로 통증을 느낀다. 반면 새들은 고추를 먹고도 태연하다. 조류와 포유류의 TRPV1 구조가 조금 다르다. 그래서 조류의 TRPV1은 열은 감지하지만 이 캅사이신에는 반응하지 않아 고추의 매운 맛(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고추가 씨를 퍼뜨려 자손을 늘리려면 동물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런데 포유류에는 이빨이 있어서 음식을 씹을 때 씨가 으깨져 싹이 트지 않는다. 게다가 씨가 넓게 퍼지려면 걸어 다니는 포유류보다는 날아다니는 조류가 더 좋은 파트너다. 따라서 캅사이신은 고추가 불청객인 포유류를 쫓아내려고 만들어낸 진화의 산물인 셈이다.(120쪽)

 

음식과 건강!

최근에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많은 언론들이 몸에 해로운 식품을 찾아내려고 안달이다. 정부 또한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 결과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경우가 많다. 결국 오늘날 식품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양이 많다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고난의 세월을 보낸 선조와는 달리 우리는 풍족한 음식 속에 살고 있다.  

건강 전도사들은 설탕만 줄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처럼 이야기하였지만 오히려 심각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항상 그 다음의 해결책이 있다. 다른 희생양을 찾으면 된다. 설탕이 나쁘다고 하자 제조업체는 설탕 대신 과당을 열심히 만들었고, 음료업체는 설탕대신 과당을 사용했다. 그래서 설탕 소비량은 줄고 과당은 늘었다. 이렇게 크게 소비가 늘어난 과당을 비난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크게 소비가 늘어난 과당을 비난하면 되는 것이다. 공장에서 만든 과당은 천연 과일의 당이 아니고 포도당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만든 인공당이라 나쁘다고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과일 속 과당이나 포도당을 전환한 과당이나 동일한 효소 작용 결과이고, 모든 면에서 같다. 따라서 과당은 공식적으로 천연으로 인정된다. 양의 문제를 종류로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교훈의 시작이다. (37쪽)

 

 식품의 모든 문제는 양의 문제다. 뭐가 나쁘다고 하면 항상 대안을 찾는다. 대안을 찾으면 '좋은 짓을 했으니 조금 나쁜 짓을 해도 되겠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양의 문제는 양으로 풀어야 한다.

소금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좋다. 어차피 과식이 문제이기에 식사량을 줄이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이 된다. 하지만 단순히 양의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이 아주 오래된 과거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켰던 감가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단맛, 단백질은 감칠맛, 미네랄은 짠맛의 욕구로 각인된 것이다. 맛의 추구는 영양의 추구와 동일한 행위로 우리 몸에 내장되어 있다. 우리 몸의 감각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식품 문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96쪽)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하고 완전하지 않다. 생명체가 다 환경에서 나름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듯이 인간 역시 다르지 않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식품에 대해 보다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관계가 진화를 유도했다. 가장 결정적 진화의 고비였던 진핵세포의 탄생이 미토콘드리아와 내부 공생 결과이고, 독자적 삶을 추구하는 식물의 능력은 엽록소와 또 한 번의 내부 공생의 결과로 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혼자만 안전하다는 것은 가상의 세계일뿐이다. 우리가 이 정도의 안전을 누리는 것은 우리가 모든 관계에서 우위에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 몸의 장 속에 독성 미생물이 감염되지 않아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 이미 100조 마리나 장 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유해 미생물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지기 때문이다. (297쪽)

 

과학적 발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진화론이라고 한다. 진화론적 관점을 무시한 건강, 질병, 식품에 대한 이해는 전혀 과학적인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완벽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창조된 완전한 개체가 아니다. 세균에서 물고기로, 물고기에서 계속 덕지덕지 고쳐서 오늘의 이른 진화의 과정에 있는 개체다. 생물학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인간의 발달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그러므로 진화는 나를 이해하는 데 너무나 중요한 열쇠다. 우리의 행동과 생활방식은 철저하게 변했지만 우리 몸은 아직 2만 년 전 그대로다. 우리 몸의 습관, 건강 혹은 질병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진화의 유산과 관련되어 있다.(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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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최낙언 지음 / 예문당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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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진위도 그렇지만, 해석의 진위도 판별이 어렵다. 흔히 비만 아이들이 보통 아이들에 비해 성적이 좀 낮다고 한다. 이것을 두고 사람들은 패스트푸드가 비만을 일으키니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성적이 낮아진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뚱뚱하기 때문에 성적이 낮은 것인지, 성적이 낮기 때문에 뚱뚱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로 뚱뚱해지고 동시에 성적도 떨어지는 것인지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회경제적 약자들에서 비만율이 높은 것은 부모의 보살핌이 적어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성적도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사회경제적 문제 때문에 비만과 성적 저하가 일어나는 것인지, 비만자체가 성적을 낮추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26쪽)

 

생각해보면, 너무 쉽게 식품첨가물에 책임을 던지는 경우를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종편 세상이 된 후, 식품첨가물은 넣어서는 안되는 악인양 포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음식을 보존해야 했고, 음식의 기능은 살리면서 맛과 향은 배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다. 대표적인게 소금이다.

 

종편이나 기타 언론을 보면 식품첨가물의 축적성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식품첨가물은 축적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식품에서 축적성이 문제되는 오염물질은 크게 '중금속'과 다환구조물질' 2개 뿐이다. 식품에서 가장 공통적인 관리 항목이 중금속이다. 다른 산업의 폐기물인 중금속이 토양과 물을 통해 식물로 전해지고 이것을 먹는 동물이 오염된다. 중금속은 무겁고 단백질과 결합력이 커서 체내에서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길기 때문에 배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따로 체내에서 쉽게 제거하는 기술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중금속은 식품 산업에서 만든 것이 아니고 다른 산업의 폐기물의 오염으로 생겨났으므로 식품 산업은 억울한 피해자이다. 첨가물은 그대로 섭취하는 천연식품에 비해 정제되고 순도가 높아 이런 물질의 혼입이 없고 구조가 단순하여 축적성이 없다.(222쪽)

 

반면,

그럼 채소는 우리가 아는 모습 그대로일까? 양배추,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케일은 사실 모두 같은 식물이다. 야생겨자의 끝꽃눈을 비대화시킨 것이 양배추고, 꽃을 비대하시킨 것이 콜리플라워, 꽃과줄기를 비대화시킨 것이 브로컬리, 잎을 비대화시킨 것이 케일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작물인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배추김치의 재료인 결구배추를 보면 야생에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작물임이 자명하게 보일 것이다. 생산성을 위해 유전자가 변형된 작물을 무조건 나쁘다고 하면 이들 채소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다. (232쪽)

 

이 책의 앞부분을 보면 시민들이 왜 식품첨가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누가 그 우려를 증폭시키는지 말한다.

왜 전 국민의 80%는 식품에 불안감을 가지는 것일까? 이것은 바로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돈벌이의 기회로 삼으려는 일부 건강전도사들과 기업,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여과없이 사용하여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이 갖추어야 할 가장 최소한의 요건은 안정성이다. 안전하지 않는 식품은 한낮 쓰레기이며 무조건 즉시 퇴출시켜야 한다. 하지만 안전은 우리가 통상 먹는 식품 수준의 안전성을 말하는 것이지, 어떠한 조건에서도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세상에 절대적인 안전은 없다. 물도 많이 마시면 죽고, 산소도 과잉호흡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10쪽)

 

 무작정 위험하다는 주장은 무작정 안전하다는 주장보다 더 유해하다. 우리가 가진 자원과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엉뚱한 것에 신경쓰는 사이에 진짜 위험하거나 개선이 가능한 것은 방치되기 쉽다. 공연한 불안감으로 가짜 환자를 만들어 정작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특히나 요즘처럼 공황장애나 건강염려증 같은 불안으로 인해 파생되는 질환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때는 더더욱 쓸데 없는 불안감은 없애야 한다. 불량식품은 육체에 피해를 주지만 불량지식은 정신과 육체 둘 다 피해를 준다. 지금은 불량식품을 만드는 사람 못지 않게 불량지식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권장하는 사람들도 악당임을 알아야 한다.(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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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 식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다
최낙언 지음 / 경향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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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인데, 일단 글자가 많아서 좋다. 책같은 느낌이다.

 

저자는 건강에 대한 과잉이 오히려 인류의 건강을 망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한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후 미국의 비만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고, 어느 때 보다 장수하고 있음에도 건강에 대한 염려는 어느 때 보다 강한 것을 지적한다. 천연이라는 것이 좋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오히려 몇천년의 경험과 과학적 검증을 거친 화학물질을 근거없이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단 미네랄, 비타민에 대한 지적이다. 방송을 보다 보면 미네랄과 비타민을 많이 먹어야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그러나 비타민과 미네랄의 용도를 알면 그리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다.

미네랄은 더욱 위험하다. 필요량의 2~3배가 넘으면 위험이 발생하고 5배가 넘으면 철분같이 중요한 미네랄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그나마 나트륨은 오랜 경험으로 잘 견디는 편이지만 나머지는 더 조심해야 한다. 필요한 만큼만 있는 것이 좋다. 다른 모든 영양,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은 비타민보다 훨씬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들이 중요한 만큼 체내에 대책이 있어 이들 기능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비타민은 우리 몸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데 필요한 부품 중 하나일 뿐이니 지나치게 특별 대우할 필요는 없다.(29쪽)

 

천연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화학물질이라고 하면 인공물질이라고 생각하고, 인공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괜한 거부감을 갖는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에 기대 천연물의 문제는 잘 거론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방법의 젓갈이 발암물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소시지, 햄 등이 발암물질이라면 크게 부각된다.

사실 천연물이라면 검증 실험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 나쁘다는 결과를 찾아내도 아무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치나 막걸리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발표를 하면 싫어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첨가물은 애초에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검증이 시작되며, 사소한 흠집이 발견되면 그것이 엉터리 실험 결과일지라도 소비자를 위해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 처럼 난리를 피운다. (129쪽)

 

문제는 언론이 이런 사람들의 습성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 없이 위험한 것 처럼 터뜨리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공업용 우지가 아닐까 싶다. 식품 산업에 사용하는 쇠기름에 공업용이라는 말을 붙여 맡이 제조업 등에 사용하는 나쁜 기름인 것 처럼 만들어 담당 검사가 승진하고 당시 대표적인 라면사인 삼양은 망할 직전에 까지 갔다. 결국 법원에 잘못된 판단이었음이 드러났지만 이미 라면계는 농심에게 넘어간 뒤였다. 공업용 우지 사건이 없었다면 삼양과 농심의 시장 지배력은 지금과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언론이 정보 왜곡으로 식품불안을 조장한 사례

  • 1989년 공업용 우지 : 검찰의 무지가 저지를 불행한 사건
  • 1989년 미국산 발암성 자몽과 사과 : 엉터리 실험 + 언론의 합작품
  • 1998년 포르말린 통조림 : 양의 개념, 화학의 이해부족
  • 2004년 쓰레기 만두 소동 : 경찰의 편견 + 언론의 선정성
  • 2005년 기생충 김치 : 언론의 선정성
  • 2006년 과자와 아토피 : 언론의 편견
  • 2006년 벤젠, 비타민 음료 : 양의 개념, 화학의 이해 부족

 

어떤 물질은 인간에게 굉장히 위험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런 물질이 인간 생명과 생존에 필요한 경우도 있다. 섣불리 위험하다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산화질소는 불안정하고 유독한 자유라디칼(짝짓지 않은 전자를 가지는 원자단)이다. 자동차 엔진에서 방출되는 환경오염물질, 공해물질, 스모그, 산성비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이 물질이 혈관을 팽창시켜 혈압을 낮추거나 혈류의 흐름을 원할하게 하여 협심증 증세를 완화시키는 약품으로 쓰인다는 것이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일산화질소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거의 모든 신체활동에 개입한다. 뇌, 코, 목, 폐, 위, 간, 신장, 생식기, 장, 혈관 등이 모두 일산화질소를 필요로 한다.(182쪽)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많이 하는 아실산(일산화질소)이 가장 위험한 첨가물, 발암물질로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첨가물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편향된 것인지 알 수 있다. 독과 약은 하나다. 과량이면 독이 되고, 독도 희석하면 약이 된다.(184쪽)

 

 

저자가 던지는 말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천연, 친환경이 과연 인간, 자연을 위하는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인간이 만든 것이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맞다.

 

화학기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화학의 발전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색을 위해 곤충을 10만 마리를 잡는 것이 친환경일까 아니면 합성색소가 친환경일까? 색소는 유죄일까 아니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이 유죄일까? 이런 문제는 더 이상 흑백론이 아닌 추구할 방향과 양적인 문제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불안에 휩쓸린 필요는 없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람도 못하다.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오히려 그것이 병이 되고 화가 된다.(93쪽)

  

 만물은 화학물질이다. 인간 자체가 화학물이고 음식도 화학물이고 물조차 화학물인데 사람들은 화학을 싫어한다. 화학을 잘 이해하여 더 잘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잘못된 편견으로 혐오하면서 인간의 생활이 나아지거나 안전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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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리 데인저러스 - 우리가 잘못 알아 온 음식, 건강, 환경에 대한 100가지 지식들
제임스 콜만 지음, 윤영삼 옮김, 전창림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 WHO에서는 1군 발암물질에 가공육을 포함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양이기는 하지만, 1군 발암물질이 대단히 위험한 것인것 처럼 잘못알려진 문제도 크다.

 

책을 보다 보면 발암물질로 크게 다섯가지를 든다.

  •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활성산소
  • X선이나 자외선 같은 전리방사선
  • 바이러스나 세균
  • 발암성 화학물질
  • 우리 몸속에서 합성된 발암 물질 (155쪽)

사실상 우리가 먹는 야채과 과일을 포함한 모든 식물성 식품에는 거의 모든 천연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천연 화학 물질이든 인공 화학 물질이든 동물에게 다량으로 주입하는 실험을 해 보면 거의 절반 이상이 발암 물질이다. 다만 이러한 실험에서처럼 우리는 발암물질을 다량으로 섭취하지 않을 뿐이다. 아무리 발암물질이라 하더라도 적은 양을 섭취할 경우에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159쪽)

 

천연 식물성 화학 물질들 중 절반(64가지 중 35가지)은 동물에게 많은 양을 투여했을 때 발암 물질로 작용했다.

 

뜻밖이다. 천연은 안전한 줄 알았는데, 저자의 글에 따르면 식물 조차도 안전하지 않다.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천연살충제를 만들어낸다. 사람이 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살충제를 먹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음식을 요리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독성물질이 나온다.

독성 물질이라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위험성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양'을 먼저 따져 봐야 한다. 만약에 훈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고기 안에 들어 있는 기생충이나 세균 같은 위험한 유기체들이 우리 몸속에 들어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54쪽)

 

친환경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유기농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어떨까?

합성 화학 비료를 사용해 키운 농산물보다 짚을 썩힌 퇴비를 사용해 키운 유기농 식품이 실제로 우리 몸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식품과학자들도 있다. 자연 비료를 쓸 때 동물의 배설물에 든 치명적인 세균들이 식품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약 잔류물 때문에 죽었다는 사람은 여태껏 한 명도 보고된 적이 없지만, 음식을 통한 세균 감염으로 죽는 사람은 질병 통제 센터에 매년 수백 명씩 보고된다. 예를 들어 '이콜라이O157:H7'과 같이 음식을 통해 전해지는 치명적인 대장균은 사망자 250명과 환자 2만명을 만들어 내고 있다.(48쪽)

 

유기농 기술을 통한 식량 재배가 거듭될수록 천연 발암 물질의 함유량도 높아진다. 식물들은 몇 세대를 걸쳐 더욱 강한 농도의 천연 살충제를 만들어 분비한다.(51쪽)

 

저자의 지적이 일리가 있긴 하지만, 친환경에 대해서는 저자의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유기농이 과학적으로는 기존 식품에 비해서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농사 방식의 다양성, 종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대안 농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거나,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모든 영양소라도 우리 몸속에서 제 기능을 하려면 세포에 흡수돼야 한다. 알약으로 비타민 하루 권장량을 채우려고 하는 경우에는 세포에 흡수되는 양이 음식으로 섭취할 때 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복용량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여라 가지 물질이 우리 몸 속에 같이 들어갈 경우 서로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양이 많은 쪽이 적은 쪽의 영양분 흡수를 막는다.

철 흡수량이 높아지면 아연 흡수량은 낮아진다. 아연과 구리 또한 서로 흡수를 방해한다. (101쪽)

 

이 뿐만 아니라, 방사선, 온난화 등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저자의 지적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천연이라고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건강정보를 종합해보면 아기들에게는 꿀을 먹이지 말라는 등, 천연이라도 금지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천연이면 그냥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생각을 깨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하다.

 

과학적 진실과 대중적 인기 사이에는 언제나 갈등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분은 공공 정책을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 뒤에는 언제나 복잡한 과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대중들의 건강을 지키면서 해로운 독성 물질을 규제하고 생태 환경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는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물질이라 하더라도 다른 상황에 처하면 위험한 물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자연적인 것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뿌리 깊은 환상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대중들이 갖는 화학 물질에 대한 공포심은 잘못된 정보와 이해, 그리고 과학적 선동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물질이라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도 아니다. 노출된 양, 그리고 물질의 형태와 시간을 고려해 위험성을 판단해야 한다. 100% 좋거나 100% 나쁜 물질은 없다. 어떤 물질이든 언제나 효용성과 위험성을 비교하고 분석해 봐야 한다.(295쪽)

 

아래 사례는 우리 생각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한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우리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무색무취한 화학 물질인 '일산화이수소'가 매년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복합 물질은 심각한 수화 현상을 일으키거나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땀이 많이 나게 하고 구토를 일으키며 기체 상태에서는 심각한 화상을 입히기도 한다. 또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연히 흡입했다가 죽을 수도 있다' 이물질은 말기 암 환자의 종양에서도 발견됐고 땅을 침식시키며 산성비의 주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렇게 설명하고 나서 50명의 학생들에게 이 화학 물질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해 달라고 했을 때 43명이 흔쾌히 서명했다. 그리고 6명은 결정을 보류했으며 단 한 명만이 반대했다. 단 한 명만 그 화학 물질이 바로 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설명이 안 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건강정보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특히 첨가물의 경우 그 첨가물이 왜 필요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빼고, 부작용들만 보여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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