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2015 행복한 책읽기를 토대로 2015년의 책을 정리중이다.

특히 2008년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 미국의 금융공황에 대처했던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행동하는 용기>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과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스트레스 테스트>)의 저서들이 다수 거론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와 함께,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고심도 추천 도서들에 깊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축적의 시간>은 한국 제조업의 위기에 대한 서울대 공대 교수들의 분석과 처방을 모은 책이다. 진보 성향의 한국인 저자들인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이강국의 경제산책>)와 이상헌 ILO(국제노동기구) 사무차장 정책특보(<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의 경제 에세이들도 까다로운 이슈들을 쉽고 유려한 문체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최근 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 등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변화에 대한 관심들이 <화폐와 금융의 역사 연구> <달러 이야기> 등 ‘통화’라는 이슈를 쉽게 설명한 도서들의 추천으로 나타났다.

(시사인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154)

 

            

 

      

 

 경제분야에서는 <축적의시간>이라는 책이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산업에 대한 책이다.

 

한국이 우위를 지키고 있는 전자 및 자동차 부문은 서로 다르게 염려한다. 전자 산업의 경우 현 상황에 안주해 정부·기업·학교가 서로 미루는 사이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걱정이다. 전자 쪽이 상대적으로 축적의 시간이 덜 필요한 분야여서 한국이 선진국을 앞설 수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기업·학교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 계속 기술 개발을 하는 것 말고 다른 해법이 없을 듯하다. 자동차 산업은 자율주행·친환경 자동차 등의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더욱 근본적인 우려를 하고 있다. 이러한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에서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져 있고, 이를 따라잡기 위해 역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위의 결론으로 돌아간다.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명함도 못 내미는 세 가지 산업 분야가 바로 소프트웨어·바이오·항공우주다. 이 세 분야에서 우선순위를 잡아본다면 소프트웨어-바이오-항공우주의 순서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는 제조업 분야와는 달리 축적하는 시간보다는 발 빠른 선점이 필요하며, 활발한 M&A로 경험과 지식을 살 수도 있는 분야라고 본다. 반면 바이오와 항공우주는 대규모 투자와 축적의 시간이 모두 필요한, 정말 쉽지 않은 분야다. ‘한국의 대표적인 모 기업’이 바이오산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긴 안목으로’ 투자하기를 나도 바라지만, 어차피 그 기업의 주주와 경영자들이 결정할 사항일 것이다.

(시사인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153 )

 

 

이강국의 경제산책 은 한겨레신문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칼럼인데, 책으로 나왔다.

-새 책 <이강국의 경제 산책>을 냈습니다.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한겨레 신문에 2011년 8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썼던 칼럼들을 모은 칼럼집입니다. 기고했던 그대로 실으면 독자들에게 미안해서 칼럼 쓸 때 모았던 자료들과 그래프나 표, 현재 바뀐 내용들을 추가하고 미발표 칼럼까지 덧붙여서 책으로 엮었습니다.”

(경향 이강국교수 인터뷰 http://h2.khan.co.kr/201511300957101 ) 

 

이강국의 경제산책은 피케티의 신자본론 과 엮어서 읽으면 되겠다.

나란히 출간된 두 책은 40대의 두 젊은 불평등 연구자들이 쓴 경제 에세이집이라는 점에서 최근 주목받는 ‘불평등 경제학’에 대한 안내서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또 국내에서도 가열되는 복지논쟁이나 증세논쟁,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과 관련해 유용하고 국제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피케티의 新자본론’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조세, 금융, 통화 등 경제학적 이슈들은 물론이고 사회보장이나 고용문제, 정당정치, 대학과 언론 문제까지 포괄한다. 피케티가 연구실에 갇혀 있는 엘리트 학자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들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열정적으로 대응해온 현실참여적 지식인이라는 걸 알게 한다.

피케티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역시 조세개혁이다. 세금재분배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간주한다. 현대 자본주의를 ‘세습 자본주의’로 규정하는 그는 상속세율을 올리고 누진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부유한 금리생활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임금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세율보다 낮은 현실의 부당함을 비판하면서 자산소득에도 과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이강국의 경제산책’은 한국 문제들을 배경으로 한국 독자들을 상대로 쓴 글이라서 좀더 쉽게 읽힌다. 재벌개혁, 비정규직, 세월호,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등 한국경제의 이슈들을 다루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스 사태, 아베노믹스, 아프리카의 빈곤 등 세계경제의 초점들을 빼놓지 않고 짚는다.

이 교수가 책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주제는 경제학의 혁신이다. 그간 경제학을 지배해왔던 성장 중심의 경제학을 최상위층 1%를 위한 경제학으로 비판하면서 그 주장들의 허구를 폭로한다. 또 이 시대의 최대 문제가 된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세계 경제학계의 다양한 논의들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경제학, 99%를 위한 경제학, 불평등과 가난의 경제학, 따뜻한 경제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두 책이 만나는 지점도 여기다.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9939247&code=61171511&cp=du )

 

신문칼럼이라 같이 생각난 책은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이다. 시사인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날카로운 분석과 깊이 있는 통찰, 호소력 있는 글로 많은 네티즌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KBS 인기 칼럼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박종훈 지음, 21세기북스 펴냄)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는 지금 가장 ‘핫’한 경제 기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거비 상승, 감세 논란, 가계부채, 청년 실업, 빈부 격차 등을 주제로 연재했던 이 글이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린 이유는 이 같은 주요 경제 현안들이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이 그만큼 고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일 것이다.

(전자신문 http://blog.aladin.co.kr/rainaroma/newPaper/MyPaper?TempStoreId=918528)

 

아울러 같은 에세이 글인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 도 있다.

‘일터’와 ‘사람’, ‘경제학’으로 각각 나뉜 세 개의 장은, 그가 평생 붙들고 있는 화두이자, 누가 뭐래도 그의 주특기 분야다. 책에 실린 44편은 하나같이 길지 않은 분량의 글이지만, 묵직한 울림을 안겨준다. 사례 몇 편만 추려보자. 국적 항공기와 외국계 항공기 탑승 체험을 나란히 비교한 글(‘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에선 우리가 자주 망각하는 ‘소비자-노동자’의 이중적 삶을 잘 짚어낸다. 스웨터를 만드는 공장의 ‘인간 스웨터’ 이야기도 흥미롭다. 여기서 인간 스웨터란 소매상이나 도매상으로부터 옷 주문을 받아 노동자들에게 다시 하청을 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인간 스웨터가 짜낸 노동자의 땀이 스웨터 옷을 대중화하는 데 큰 몫”을 한 비극은, 최저임금제도가 시장을 교란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낯익은 주장을 반박하는 사례로 등장하기도 한다.

(한겨레21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0121.html

 

달러이야기

'달러의 탄생과 세계지배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달러이야기'는 '유대인 이야기'의 저자 홍익희가 KOTRA에서 32년간 근무하며 세계 경제의 최전선에서 얻어낸 지혜와 통찰을 담은 '교양 화폐경제학' 3부작 중 '달러'의 실체에 대해 다룬 것이다. 불과 240년의 짧은 역사에도 초강대국으로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미국이 어떻게 부를 이뤘는지 달러의 역사를 통해 주목한다. 김 이사는 "원자재를 수출하는 나라들이 달러로 결제하겠다고 하면서 달러가 명목화폐가 아닌 어떤 것과도 교환 가능한 실물화폐가 됐다"며 "가장 안정적인 본질적 가치를 봐야 세계 환 시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http://economy.hankooki.com/lpage/opinion/201510/e20151013162056145300.ht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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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는 학술적인 연구와 자유로운 글쓰기가 어우러져 출판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금정연 서평가는 “만약 (올해) 단 한 권의 책만 꼽으라고 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택했을 것이다”라며 호평했고, 박태근 알라딘 MD도 “탄탄한 이론, 현실에 대한 깊은 사유, 유려한 글쓰기를 모두 갖춘 책. 이론을 말할 때면 현실이 떠오르고, 현실을 말할 때면 이론이 그려진다”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대안적인 삶, 생의 다른 층위를 다룬 책도 추천 리스트에 올랐다.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대표적이다. “내 앞에, 내 부모님 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 죽음을 앞두고 풀어내야 할 과제들에 관해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박정남)”라며 이 책이 환기하는 바에 주목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150

 

 

상식적인 임계치를 넘어선 각종 여성 혐오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대되었다. 이 흐름은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많은 추천위원이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 “책의 온도를 잴 수 있다면, 이 책은 올해 가장 뜨거운 책이 분명하다.(박태근)” 여성 및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분석한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도 꼽혔다. 박재영 오월의봄 대표는 “혐오의 시대에 맞서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IS)의 등장과 파리 테러로 중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특이점이다. <이슬람 전사의 탄생><현대 중동의 탄생> 모두 현대 중동 정세와 개괄적인 이해를 돕는 책이라며 호평받았다. 직접 이슬람권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종교와 정치의 상관관계를 그린 <믿음 없는 믿음의 정치>도 추천 리스트에 올랐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152

 

        

 

          

 

사람,장소,환대

<사람, 장소, 환대>는 신분 차별이 철폐된 근대 이후 사회의 ‘형식적 평등’과 구조 안에서의 ‘실질적인 불평등’이 어떻게 긴장을 유발하는지 논증한다. 지은이는 프롤로그에서 이미 세가지 키워드를 다룬 책 내용을 요약해두었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으로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내주는 행위이다.”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686292.html)

 

저자는 인간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상호작용의 질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질서는 “내가 너에게 인사하면, 너도 나에게 인사한다”는 의례 교환의 대칭성이라는 형태로 가시화된다. 이것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발견은 신분 질서의 해체, 즉 개인들이 신분과 무관하게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집단적 의례 및 상호작용 의례가 신분적 의례를 압도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길을 묻는 걸인이 외면당할 때, 아파트 경비원이 상한 음식을 투척 받을 때, 항공기의 승무원이 부사장 앞에서 무릎을 꿇을 때, 근대성이 성취한 의례 교환의 평등성과 호혜성이라는 신화는 붕괴한다. 배제와 낙인의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 모욕과 굴욕과 경멸은 그래서 오늘날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근대화란 이전까지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던 이들이 사회적 성원권을 획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굴욕은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 하에서 지배적인 모욕의 형식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로 유의미하다. 모욕에는 언제나 가해자가 있지만 굴욕은 그렇지 않다. 모욕이 상호작용 질서에 속하는 문제라면, 굴욕은 전적으로 나 자신의 문제로 치환되며 보복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대중이 열광하는 이효리의 뱃살 사진은 자기 관리를 못한 이효리 자신의 실책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해고를 당하는 것 역시 온전히 나 자신의 무능함 탓이며, 거기서 굴욕감을 느낀다면 그건 나 자신이 지질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모순은 상호작용 질서의 차원에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하면서도, 구조의 차원에서는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단을 빼앗는다는 점이다.”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df59cdb96d8249c1b909aa7e65d9c6b2 )

 

어떻게 죽을 것인가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쓴 아툴 가완디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Being Mortal'이라는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대체 무엇을 위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의학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 싸움에서 우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육체가 파괴되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지막에는 가족과 작별의 인사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차가운 병실에서 죽어 간다. 그 모든 것을 희생한 대가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고작 몇 개월에서 1~2년 정도의 생명 연장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얻은 약간의 시간 동안 우리가 '남은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혹독한 치료와 그에 따른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노쇠해지거나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죽어 갈 때 취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없는 걸까? 가완디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죽음 자체는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지만, 인간답게 죽어 갈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뉴시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527_0013690348&cID=10704&pID=10700)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미국의 대표적 비평가이자 운동가인 리베카 솔닛의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여성 혐오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작동 방식 이해에 유용하다. 올해 한국 사회에 등장한 신조어 ‘맨스플레인(mansplain)’ 탄생의 단초가 된 이 책에서 솔닛은 폭력의 발생 구조에 주목한다. “여성 혐오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더 잘 이해하려면 힘의 오용을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라는 것이다.

 

솔닛은 그녀가 쓴 책을 그녀에게 가르치려 드는 한 남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척하며’ 여성을 가르치려 드는 맨스플레인 같은 일상의 작은 폭력이 성별·경제·인종·권력으로 양분된 세계의 거대한 구조적 폭력의 씨앗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폭행이나 협박은 아니지만 거절할 수도 없는 작은 폭력, 강요된 침묵, 심지어 폭력으로 인한 죽음까지 모두 하나의 고리로 이어진 현상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작은 폭력의 의미를 맨스플레인 같은 단어로 드러낸다. 해결은 문제의 정의에서 시작되고, “페미니즘은 예나 지금이나 호명하고 정의하려는 싸움, 발언되고 경청하려는 싸움”이다.

( 시사인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151 )

 

여성혐오가 어쨌다구

“여성 혐오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우리 삶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혐오라는 거대한 괴물의 몸뚱어리를 확인해보자”는 것이 기획 취지다.

윤보라는 ‘김치녀와 벌거벗은 임금님들-온라인 공간의 여성 혐오’란 글에서 최근의 여성 혐오 현상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여성 탓으로 돌리고, 여성들을 몇개의 부정적인 유형, 즉 거푸집 속에 끼워 넣는 작업이라고 본다. ‘된장녀’에서 ‘김치녀’로 여성 혐오의 아이콘이 확장하는 것에서 보듯, 이제 한국 여성들은 누구나 얼마든지 이 나쁜 여성의 ‘거푸집’에 갇힐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나쁜 여자’를 만들어내는 이 거푸집의 대상을 여성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로 더 확산시키면 어떻게 될까. 이 거푸집은 ‘이주 노동자 혐오’ ‘종북 빨갱이 혐오’ ‘장애인 혐오’ 등을 낳을 수 있다. 시우는 ‘다른 목소리로-남성 피해자론 및 역차별 주장 분석하기’를 통해 ‘연세대 논지당 사건’에서 나타난 남성 역차별 주장과 피해자론을 상세하게 분석, 남성 역차별 담론의 숨은 기능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경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7032118235&code=960205)

 

현대 중동의 탄생

미국 역사 저술가인 지은이는 다른 각도에서 사안을 들여다 본다. 중동을 지배하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오스만 제국의 해체 과정에서 원인을 찾는다. 승전국 서구 열강이 무주공산 중동에 자신의 이익에 맞춰 국경선을 긋는 바람에 갈등의 씨앗을 뿌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렇게 탄생한 사우디 아라비아·이라크·시리아·요르단 등이 현재 발생하고 있는 비극적인 뉴스의 발신지라는 사실이 지은이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출처: 중앙일보] 중앙일보·교보문고 선정 ‘2015 올해의 좋은 책 10’ http://news.joins.com/article/19273699

 

 이슬람전사의 탄생

제2차 세계대전 뒤로도 전쟁은 끝없이 계속됐고, 대부분의 전쟁은 중동, 이른바 ‘이슬람권’에서 일어났다. 국제전뿐 아니라 내전, 내란, 소요, 테러까지 넓은 의미로 전쟁에 포함시킨다면 그 범주는 더욱 넓다. 지난해에는 이라크, 시리아 내전을 통해 세를 불린 ‘이슬람국가’(IS)가 무차별한 테러와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큰 걱정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정의길 <한겨레> 기자는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 미국 등 서방 사이에 반복되는 전쟁 상황을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할 만한 ‘비대칭 장기 국제전’이라고 보고, 중동 현대사를 관통하며 이 전쟁의 기원과 진행 과정을 체계적으로 안내해준다.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75997.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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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차마 읽지 못하는 책이다. 어떻게 읽어내야 할지, 하지만 잊지 않을 것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기억을 위한 기록이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망각이 일상인 인간은 잊어버렸다. 잊어버린 혹은 잃어버린 기억을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되살려낸다. ‘4·16 세월호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은 이제는 다시 이전의 생활 세계로 돌아갈 수 없는 부모들의 아픈 기억을 기록하며 우리에게 도전하는 듯하다. 이 기억을 잊으면 우리에게 어떤 희망도 없다고.

...

우리는 다시금 다짐해야 한다.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이 다짐이야말로 우리를 살릴 것이다. 잠시 잠깐의 오류를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기억과 기록을 의존한다. 기억과 기록이 우리를 지옥과 같은 시절에서 구해낼 것이기 때문이다. 망각이 일상인 인간은 기록을 통해 비로소 완전한 존재로 나아간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두고두고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2015년 올해의 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읽어야 할 책이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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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2-0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너무 힘들게.. 고통스럽게 읽은 책입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는 장강명일 것이다. 2015년 한해동안만 봐도 3권의 소설을 출간했다. 전업작가로 글쓰기를 하는

 

소설가 장강명은 올해 문학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로 떠올랐다. 국정원 댓글사건('댓글부대'), 저항의 형태로 택한 신세대의 자살('표백'), 한국이 싫어 해외로 나가는 세대('한국이 싫어서') 등 순문학 또는 본격문학 작가들이 다루기 껄끄러워한 현실적 소재들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문체 속에 풀어냈다. 
    
그는 2011년 일간지 노조 사무국장 시절 장편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13년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나서면서 지난해 두 권(‘호모도미난스’, ‘열광금지, 에바로드’), 올해 세 권(‘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댓글부대’)의 책을 펴냈다. 놀라운 것은 작품 생산성 뿐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등의 상을 받으며 문학성도 높이 평가받았다.
http://news1.kr/articles/?2526930

 

전업작가 선언 2년여 만에 각종 문학상 석권 장강명 “오아시스 너머를 보는 것, 그게 문학”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7072144565&code=960100

 

작품 대부분이 ‘지금 내 이야기’처럼 현실과 닿아 있다는 평을 받는다.

“보통 한국소설을 두고 ‘서사가 없다, 골방문학이다’라는데 나는 거기서 비켜나 있어서 상을 탔다고 본다. 한국에서 지금같은 소설이 주류가 된 게 90년대부터인데 이전에 이문열, 황석영, 박경리같은 작가들이 문단에 있었다. 그들은 내가 사는 사회를 전부 다 내 책에 넣어버리겠다, 그런 야심으로 당대를 굉장히 큰 스케일로 그렸지 않나. 우선 나부터가 재미있고 잘 팔리는 책을 읽고 싶고, 현실과 호흡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이걸 취재해서 쓰면 소설이 되겠다는 촉을 나이 들어도 유지할 수 있을까, 두려움은 있다. 그 촉은 사실 매일 손으로 일해서 밥 벌어먹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 사회 최전선에 있는 이들과 엮여야 하는데 나도 집에 틀어박히기 시작한 지 2년이라 걱정이다.”

-장강명 소설은 잘 읽힌다. 소위 ‘미문’에 대한 강박, 곧 문학이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식의 강박이 없어 보인다.

“문장은 이야기를 운반하는 도구로서 철저히 봉사하고 읽는 이의 속도를 방해하지 않는 한에서 소설 속 상황을 전달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기자일 때 글쓰기를 체화했고 내 문장을 바꿀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독자로서도 이런 식의 문장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장에 대해 이중적인 감정, 콤플렉스가 있다. 젊은 작가들 소설 읽다가 헉 소리나는 문장을 볼 때가 있다. 나는 이걸 못 쓰겠구나, 부럽기도 하고 탐이 난다는 기분을 느낀다. 집 앞에서 조깅 열심히 해서 그래 너 정도면 몸 좋아, 사람이 이거보다 몸 좋을 필요 있어 하다가 올림픽 체조선수나 발레리나를 봤을 때 하……. 오랜시간 단련을 거쳐 나오는 단단함과 아름다움을 지닌 문장을 봤을 때 부럽다. 그러나 나와 다른 길이고 흉내내진 않을 거다.”

 

       

 

댓글부대

<댓글부대>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댓글부대’를 다룬 소설이다.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잠입해 악성 댓글을 달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해당 사이트를 무력화시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학벌도 변변찮고 직업도 돈도 없는, ‘루저’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이 골방에서 저지르는 ‘장난’으로 여론이 왜곡되고 사회의 진로가 바뀌는 상황, 어둠 속에서 이들을 조종하는 권력의 그림자 등이 충격적으로 그려졌다.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23456.html )

 

국정원 대선개입에서 모티브를 얻어 온라인 댓글조작을 다룬 <댓글부대> 출간 직후에는 공교롭게 강남구청 댓글부대 논란 의혹이 사회를 달궜다. ‘지금, 이곳’에서 무엇이 가장 첨예한 문제인지 읽어내는 감각과 발빠른 부지런함에서 장씨는 독보적이었다. (경향 http://h2.khan.co.kr/201512281439081 )

 

'댓글부대'는 세 명의 20대 '잉여' 청년이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잠입해 악성 댓글을 달면서 나치의 괴벨스 뺨치는 전략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사이트를 무력화시키는 이야기다. 뉴스1은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작가를 만나 '댓글부대'에 대한 이야기와 소설가로서 가지는 그의 속내를 들었다.

그는 소설가인 자신을 설명하는 코드는 독자들을 온전히 장악하고 싶은 '권력의지'라고 말했다. 또한 '댓글부대'를 통해 "당연하다고 믿어온 지반을 망치로 쳐서 독자들이 땅이 꺼지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뉴스1 http://news1.kr/articles/?2500835)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청년 문제 같은 사회적 소재나 장르의 세계를 선보여 왔던 전작들과 견줘 여리고 섬세한 이야기라는 인상이지만 그 현실감은 날카롭고 탄탄하다. 죄와 용서, 사랑, 가족 등 하나하나 굵직한 서사들이 균형을 이루며 버무려졌다. 미래를 보는 능력과 연관된 ‘우주 알’과 ‘시공간연속체’ 설정, 그를 표현하는 전개 방식도 독창적이다.

(경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072055425&code=960205

 

“내 아들 몸에 칼에 찔린 상처가 열네 군데야. 내가 그걸 다 만져봤어. 난 그걸 평생 못 잊어.” 어머니는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며 남자의 삶을 망치는 데 인생을 바친다. “죽여버리고 싶어. 칼로 쑤시고 싶어. 다리 쩍 벌리고 있는 모습, 아무 데나 침 뱉고 이상한 소리 내고.” 여자는 폭력가장 아빠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모든 ‘아저씨’들을 혐오한다.

그러나 굳건하다 믿었던 기억은 한 꺼풀만 들춰도 그 허술함을 드러낸다. 어머니의 아들은 명백한 가해자고, 여자의 아빠가 준 건 상처만은 아니었다. 왜곡된 기억에 잡혀 현재를 잃은 그들과 달리 남자는 미래에 묶인 입장이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능력을 가진 그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고 있지만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려고 애쓴다.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0f65a756444c45c480340b6c652aba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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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별책부록 <행복한 책읽기> 소설편을 보다 보면 전성태 소설가의 <두번의 자화상>이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두번의 자화상 / 전성태

전성태 소설집 <두 번의 자화상>은 이야기의 힘을 여전히 신뢰하며 무엇이 문학성인가를 묻고 있는 작품집이다. 12편이 수록된 작품집의 마지막 소설 ‘이야기를 돌려드리다’의 화자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라고 읊조리는 문장을 보라. 치매에 걸려 요양소 침대에 누운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돌려드리는’ 화자의 행위는 작가 전성태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이야기의 힘이 한없이 위축된 소유자 사회(ownership society)에서 한 사람의 작가로서 나를 나이게 하고,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작가 전성태를 한국 문학 장을 대표하는 호모 픽투스(Homo Fictus:이야기하는 인간)라고 간주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성태가 이번 <두 번의 자화상>에서 전해주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이른바 스펙이 화려한 인물이 아니다. 하나같이 시시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인간 군상이다. 치매 노인(‘소풍’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미등록 체류자(‘배웅’), 뉴타운 예정지가 된 구도심 변두리에 사는 가난한 모녀(‘낚시하는 소녀’), 골동품 수집상(‘밥그릇’), 군청 공무원(‘영접’), 경비원(‘로동신문’), 늙은 퇴역 군인(‘성묘’), 실향민 노인(‘망향의 집’), 독신 여교사(‘국화를 안고’), 광주 트라우마를 앓는 부자(‘지워진 풍경’) 등이다. 이들은 “그저 가늠할 수 없는 진창 같은 제 삶을 연민스럽게 응시”(‘낚시하는 소녀’)하며, 어쩌면 “시간이 감옥이제”(‘영접’)라는 삶의 조건을 수락하며 하루하루 체념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147

 

기린이 아닌 모든 것 / 이장욱

1994년 등단해 시인으로 이름을 먼저 알린 이장욱(47)은 2005년 뒤늦게 소설가로 데뷔했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인지 이장욱의 소설은 젊다. 기존 작법과 서사를 벗어난다. 첫 소설집 '고백의 제왕'(2010)에서 그는 현실과 환상, 진실과 거짓, 실체와 유령을 분간할 수 없는 기묘한 시공간을 만들어내 주목받았고, 장편 '천국보다 낯선'은 카메라로 영화를 찍는 듯한 낯선 묘사를 시도했다.

두 번째 소설집 '기린이 아닌 모든 것'(문학과지성사)에서도 서사적 실험과 시인 특유의 언어 감각이 빛을 발한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728921

 

국경시장 / 김성중

그래서 문장을 벗어난 뒤에도 우리는 짱짱한 햇빛이 쏟아지는 ‘국경시장’에서 비틀거리는 자신을 읽고 있다. 좌절과 환멸의 미로들이 어제와 내일의 경계처럼 펼쳐진 길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자신에게 남은 가장 싱싱한 젊음을 잘라 팔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실은 그 이문으로 새로운 욕망을 홍등처럼 달아놓지만, 말했듯이 자본이니, 본질이니, 구조니 하는 해석을 이 소설집 끝에 달아둘 필요는 없다. 다만, 저도 모르게 이렇게 묻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기가 하루하루를 소진하며 살아가는 목숨들의 막다른 거처라면, 우리는 정말 김성중이 그려놓은 ‘국경시장’의 한복판에 있는 것은 아닐까? 요컨대 그의 명랑한 문장은 깊은 우울을 위해 쓰여졌다. 가장 화려한 조명이 죽은 자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장례식장처럼 말이다.  http://www.hankookilbo.com/v/54e92a036685460cb74b7f3aecd7e17a

 

잠실동 사람들 / 정아은

상류층은 못 되는 중산층이 몰려드는 곳, 욕망의 중간지대 잠실을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초등 2학년생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는 ‘잠실 엄마들’과 전문직, 대기업 직원 등인 그 가족, 아파트 단지 건너편 다세대주택촌 주민들의 삶이 모자이크처럼 펼쳐진다. 가사 도우미, 학원 직원, 유부남에게 성을 파는 명문대 새내기 등 빌라 사람들은 더 가진 아파트 사람들을 멸시하면서도 동경한다. 아파트 사람들 역시 앞으로 더 가져야 할 것에 골몰할 뿐, 스스로를 성찰하거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소설 속 잠실동 사람들은 서로의 빈부와 지위를 견주는 게 일상이며 얼마나 더 많이 소비하느냐로 인간의 격을 평가한다. 지금 한국을 끌어가는 욕망을 이해하는 데 가장 쓸모있고 재미있는 지침서로 손색없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2252000115&code=960205

 

        

 

가짜팔로 하는 포옹 / 김중혁

발상의 참신함이라는 외피를 한꺼풀 벗기면 나타나는 것이 ‘이야기를 통한 위로’라는 속살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비행물체 때문에 정처 없는 피난길에 오른 이들을 등장시킨 ‘보트가 가는 곳’이라는 단편에서 ‘나’는 동행이 된 여성을 위해 줄곧 이야기를 들려준다.(“나는 이야기로 그녀를 붙잡아주고 싶었다.”) ‘상황과 비율’에서 마음 상한 포르노 여주인공 송미를 설득해 촬영장으로 돌아오도록 한 것도 ‘상황감독’ 차양준의 이야기였다.(“송미는 차양준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힘과 가속도의 법칙’에서 신호 위반 차량에 뛰어들어 합의금을 타내는 일을 하는 현수는 이야기에 재능을 지닌 대장에게 의지한다.(“대장은 이야기를 몸에다 붙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 이야기들이 소설의 또 다른 이름임은 물론이거니와, 이야기로서 소설의 가치와 효용을 상징하는 표현이 바로 책 제목으로 쓰인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일 것이다. 표제작의 주인공인 알코올중독자 규호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하는 말에 이 소설집의 주제가 담겨 있다.

“아무런 애정 없이 그냥 한번 안아주기만 해도, 그냥 체온만 나눠줘도 그게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대.”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03505.html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구병모

그것이 나만이 아니기를’은 현대인들이 겪은 재난 같은 삶, 그 이전과 이후, 그리고 사고의 과정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운 좋게 코앞의 재난을 피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있는 법. 사람들은 그들을 위해 잠시 반성하고 함께 슬퍼한다. 하지만 이 애도는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에만 행해지며, 마지막에는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이라고 기원한다. 이 작품은 바로 타인의 고통과 재난을 맞닥뜨린 인물들의 사고방식을 통해 ‘외면’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http://www.life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390

 

선의법칙 / 편혜영

“자꾸 주저하고 표정이 뚱하고 매력 없는 인물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태, <선의 법칙>은 그런 이야기예요.”
....

절망과 복수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파국이 아니라, 미약하나마 생의 의지로 이어진다. 편씨는 “이전에는 분위기나 이미지를 잘 만들기 위해 인물은 동원해서 쓴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번 소설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게 뭘까’ 하는 질문을 피할 수 없어 머뭇대기도 했고, 나와 인물이 굉장히 밀착해 있어서 극한까지 인물을 데려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162122185&code=960205

 

해질무렵 / 황석영

◇ 김현정> 소설 제목이 '해 질 무렵'. 뭔가 아련한 느낌인데요.

◆ 황석영> 그렇죠. '해 질 무렵'이라는 게 석양이 지고 이렇게 땅거미가 질 무렵인데 낮과 밤이 교차하는 그런 시간이죠. 그 시간에는 하루가 됐든 일생에 만년이 됐든 간에 하여튼 회한과 성찰의 시간이 있는 거죠. 그래서 '내가 뭘 실수했지, 내가 잘못했는데. 그렇게 말았어야 됐을 걸' 이런 시간대를 상징한다고 보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 시점에 이 주제로 소설을 쓰신 건 아마 지금 우리들에게 '해 질 무렵' 같은 성찰이 필요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신 걸까요?

◆ 황석영> 네, 그렇습니다. 뭐냐하면 이 소설은 이제 두 사람의 화자가 제 각기의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 김현정> 한 사람은 60대 건축가고 20대는 현재…

◆ 황석영> 그러니까 이게 뭐냐면 근대화 세대죠. 지금 60대 중반에 들어간 사람들이.

◇ 김현정> 그렇죠.

◆ 황석영> 70년대 대학생이었고. 그리고 80년대 사회에 나와서 활동하고 그런 근대화 세대인데. 이 세대가 가지고 있는 회한이라는 그게 개인적 회한이기도 하려니와 사회적 회한이기도 하죠, 그때 개발 독재시대니까. 그것이 업보로써 지금 현재 현실이 주어져 있는데, 그거를 이제 젊은 세대들이 겪어나가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60대 중반의 건축가는 과거를 대변하는 거고. 20대 젊은 여성 연극인은 현재를 대변하는 인물로 나오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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