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지구 - 판구조론, 지질학자들이 밝혀낸 지구의 움직임
최덕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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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구 아래에 핵이 있고, 그 위로 맨틀이 있고, 지각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초기에는 하나의 큰 대륙에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고, 또 오랜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대륙과 해양은 다른 모습일 것이다.

 

대륙이 이동한다는 생각은 100년 쯤 전에 베게너라는 기상학자가 이야기했다. 배게너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지도가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에서 시작해서 대륙이동설을 이야기했다. 물론 그가 단순히 지도만 맞춰본 것이 아니다. 그는 지도를 맞춰보는데서도 단순히 지도가 아니라 대륙붕 지도로 맞춰보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지질한, 고생물학, 고기후학을 모두 검토했다. 브라질의 편마암지대와 아프리카의 편마암지대가 연결되고, 남아프리카의 케이프산맥과 아르헨티나의 산맥이 연결되었다. 그리고 페름기의 파충류(메소사우루스) 화석은 브라질과 아프리카에서만 발견되었다.

 

그렇지만 그의 생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단 당시의 생각은 지구는 식어가면서 수축하고 있다고 봤고, 전체를 고체로 보았기 때문에 지각이 움직인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전공이 아니라는 것이 큰 이유였다.

베게너의 이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그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베게너는 지질학자도 아니었고, 고생물학자도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생물학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륙이동설은 지질학, 고생물학, 고기후 지구물리학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내용을 다루었고, 지질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정설로 여겨오던 육교 이론을 뒤집는 파격적인 가설이었다. 지질학 분야에서 보았을 때 베게너는 명백한 이단아였다. (132쪽)

 

대륙이동설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그로부터 40여년 후 해양에서 기존 생각을 뒤짚는 연구결과가 나온다. 바다에서 큰 해령(산맥)이 발견되는데, 대서양 한가운데 S자 모양의 큰 해령이 남극, 오스트레일리아를 거쳐 지구 전체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고지도에 나타나는 지구자기장이 얼룩말 모양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장극이 백만년마다 바뀌고, 해저가 1년에 3.5cm씩 이동한다면, 딱 들어맞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수심 900미터로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연결하니 딱 들어맞았다. (아래 그림 4-9)

 

드디어 1960년대 이르러서 대륙이동이 기정사실화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논문이 거부당하는 일 들이 있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학문을 하는 자세에 있어서 불편한 속성을 엿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과학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생각 한다. 원론적인 면에서 그것이 분명 올바른 태도이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많은 연구자들이 편견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라몬트 지질연구소의 분위기는 지구의 겉부분이 움직인다는 데 부정적이었던 반면,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교 사람들은 대륙이동이나 해저확장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여기에서 누가 옳고 그름 을 따지기에 앞서 두 진영 모두 나름대로의 편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 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결국 과학도 인간이 하는 일이고, 따라서 개인이 겪는 경험이나 교육적 배경이 한 과학자의 연구 성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195)

 

대륙이 이동한다는 것이 받아들여진데는 지구물리학의 발전도 큰 역할을 했다. 지구의 아래에 지진파의 속도가 달라지는 결과가 나왔고, 지각 아래 높은 온도에 의해 지각이 녹아 있는 연약권이 있다고 받아들여졌다. 즉, 지각이 이동을 할 수 있는 이론적 바탕이 마련이 된 것이다.

 

대부분의 중요한 과학 이론이 그러하듯이 판구조론도 어느 한 사람의 획기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지구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낸 과학적 자료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학자들이 경쟁적으로 노력한 결과로 판구조론이 탄생하였다. (202)

 

판이론에서 보면 지구는 몇 개의 판으로 이루어졌다. (아래 그림 5-1) 인도판이 유라시아판을 밀고 들어가 히말라야 산맥을 만들었고,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는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충돌하는 곳이다. 

 

판구조론에 의하면 판들은 서로 상대적으로 움직인다. 느린 곳은 1년에 수 밀리미터에서 빠른 곳은 1년에 10센티미터 이상을 이동한다. 암석권의 판들은 축구공의 껍질처럼 빈틈없이 지구의 표면을 감싸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 판이 움직이면 그 움직임은 반드시 주변에 있는 다른 판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현재 남아메리카판이 아프리카판으로부터 멀어짐에 따라 대서양이 점점 넓어지지만, 반면에 태평양에서는 해령에서 새로운 해양지각이 생성되는 속도보다 해구 아래로 섭입하여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태평양의 넓이는 줄어든다. 따라서 지구 전체적으로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211-218쪽)

 

그리고 이 판은 지금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 홍해가 대표적으로 새로 생긴 열곡대로 약 3백만년 전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대양처럼 커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서쪽, 소말리아판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 홍해처럼 곧 바닷물이 들어오게 되고, 소말리아 판은 아프리카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안드리아스는 5천만년 후면 아메리카에서 떨어져 알라스카와 충돌할 것이다.

 

최근에는 지진파를 이용해 지구내부를 3차원적으로 들여다보는 지진파토모그래피로 지구 내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부 맨틀에서 상승하는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맨틀이 조금 더 복잡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판 구조론의 발전으로 판 경계에서 지진, 화산이 빈발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지구를 어떻게 움직이는 지는 알지 못한다. 아직도 지구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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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 - 한국인이라면 미리 알아야 할 지진학 열두 강좌
이기화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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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뒷 페이지를 보면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지진규모 6이상의 지진이 역사에 다수 등장한다. 오래되긴 했지만 경주, 울산지역에서의 지진도 빈번했다. 그럼에도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로 생각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원자력발전소가 건립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1980년대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양산단층은 부산에서 양산, 경주, 포항으로 이어지는 단층으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이라는 것이다.

양산 단층은 경상 분지 내 부산에서 양산, 경주, 포항 영해로 이어지는 총 연장 약 170킬로미터의 대규모 단층이다. 경상 분지는 중생대 대보 조산 운동에 이어 백악기에 한반도 남동부에 생성된 육성 퇴적물, 화산 쇄설암과 화산암으로 구성된 퇴적 분지이다. 경상 분지에 다수의 단층 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은 불국사 변동으로 생성되었다고 여겨진다. 이 단층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단층이 양산 단층이며 이 단층에서 약 25킬로미터의 우수 주향 이동이 발생했다. (217쪽)

 

단층은 지각의 약한 부분이므로 지구조력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면 결국 여기에서 지층이 깨지며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지진이 발생하는 단층을 활성 단층(active fault)이라 한다. 단층이라고 해서 모두 활성 단층인 것은 아니다. 지표면에 드러나 있는 대부분의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국지적으로 작용하는 응력이 오래전에 사라졌거나 아니면 지하수의 침투로 화학 작용이 일어나 파열면이 아물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층에서는 더 이상 지진들이 발 생하지 않게 되며 이러한 단층을 비활성 단층(inactive fault)이라 한다. (66쪽)

 

 양산 단층이 활성 단층이라는 나의 연구 결과는 이 원자력 발전소들의 지진 안전성 문제와 연관되어 학계 및 산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만약 양산 단층이 활성 단층이라면 이 단층이 비활성 단층이라는 전제하에 설계된 주변 원자력 발전소들의 내진 설계는 원천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한 뜨거운 논쟁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산 단층이 활성 단층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다. (9-10쪽)

 

책은 지진에 대한 종합서이다. 지진발생 매커니즘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지구의 움직임인 판구조론, 한반도 지층구조 그리고 지진의 측정 및 대응방안까지를 모두 다루고 있다.

 

지진은 지구의 운동과 관련된다. 20세기 초 까지도 과학자들은 뜨거운 지구가 식어가면서 표면이 쭈글어드는 것이 산맥 등 지형을 형성한다고 봤다. 하지만 기상학자인 베게너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이 들어맞고, 서로 다른 대륙에서 같은 화석을 증거로 원래 하나였던 초 대륙이 이동했다는 이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 이동의 역학을 설명하지 못해 과학자들에게 웃음꺼리가 되었다. 이 후 해양연구 - 퇴적물이 깊게 쌓였을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적은 퇴적물과 열곡을 중심으로 점차 컨베이어 벨트 처럼 이동한 결과-를 통해 해저확장설이 나오는 등 대륙이동에 대한 증거는 계속되었지만 그 움직움의 근원을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진파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지각 아래 있는 맨틀이 단단한 고체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낸다. 지각이 맨틀위에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판구조론으로 설명이 되고, 판과 판이 만나는 지점에서 지진과 화산이 빈발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 판의 경계인 미국서부 샌안드리어스 단층대, 유파시아판과 작은규모인 북아나톨리아판이 만나는 터키,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히말리야 지역(히말라야 산맥은 매년 0.5cm씩 솟아오른다), 2000년대 초반 대규모 쓰나미를 야기시킨 유라시아판과 오스트레일리아 판의 경계 지역 등은 대표적인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그러면 한반도는 어떻게 봐야 할까.

 판구조론의 견지에서 보면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며 태평양판이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 밑으로 북서 방향으로 섭입하는 일본 해구에 가깝다. 깊은 지진과 약간 깊은 지진 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섭입하는 태평양판의 베니오프 지진대를 따라서 동해에서 발생한다 백두산의 화산 활동도 이 베니오프 지진대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동해 동쪽 끝에서 발 동쪽 끝에서 발생하는 지진 들은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판의 경계에서 발생하는것들이다. (190-192쪽)

한반도 내의 대다수 주요 단층들이 중생대 지각 변동을 통해 생성되었기 때문에 이 단층들과 주요 지질 구조의 경계가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활성 단층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중생대의 격렬한 지각 변동이 한반도의 지각을 심하게 교란해 새로운 단층들을 생성했을 뿐만 아니라 주요 지질 구조의 경계를 깨트렸다고 보인다. 한반도 북동부에서 지진 활동 빈도가 낮은 까닭은 이 지역이 다른 지역 에 비해 지각 변동의 영향을 덜 받은 것에 기인한다고 여겨진다. (198쪽)

한반도는 중생대의 격렬한 지각 변동을 통해 지각이 심하게 교란 되고 깨어져 다수의 단층들이 생성되었고, 또 주요 지질 구조의 경계 도 깨어졌다. 한반도 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역사 지진들의 진앙은 중생대에 생성된 대규모 단층들과 깨어진 주요 지질 구조의 경계와 잘 일치한다. 이것은 이 지질 구조들이 활성 단층임을 지시하고 있다. 신생대에 들어서는 백두산과 추가령 지구대 그리고 한반도 남해와 동해에서 화산 활동이 발생하면서 지각이 깨졌다. (216쪽)

 

잘은 모르겠지만,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생각할 수 있다. 안전하다는 가정하에 내진설계된 원전의 안전성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양산단층의 시작점인 해운대는 초고층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매립지다. 인공매립지는 지진파가 증폭될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보통 건조물은 빌딩 코드의 지침에 따라 구조상의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내진 설계한다. 그러나 대규모 댐, 교량 고가 도로 해양 석유 시추 시설, 고층 건물, 원자력 발전소 등은 지진 발생 후에도 그 기능이 유지되도록 더 전문적인 내진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를 포함해 발전소는 운전자나 대중에 위해를 주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병원은 지진 발생 후 부상자들의 치료를 담당할 수 있어야 하고, 학교는 많은 학생 들이 밀집해 있으므로 특별한 고려가 요구된다. 

특정한 부지의 지반 진동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부지 효과 (site effect)이다. 부지 효과는 부지의 지질 조건에 따라 지반 진동이 크게 영향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지반 진동은 최근에 쌓인 퇴적물이나 인공 매립지 같은 연역한 토양층에서, 특히 이 층들이 침수되었다면, 견고한 암반에 비해 몇 배나 더 증폭된다. 빠른 속도 로 기반암을 통과한 지진파가 낮은 속도의 지표 토양층에 도달하면 운동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서 그 진폭이 증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 효과는 지진파의 에너지가 기반암에 비해 토양층에서 더 많이 흡수되므로 부분적으로 상쇄된다. 또 지진파의 주기가 특수한 값을 가질 때 토양층이 공명해 그 진폭이 증대하는 현상도 발생한다. (261)

 

지진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지진 전조현상이라고 이상한 현상들이 소개되지만, 전조현상이 없는 지진도 있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지진 예지는 지진이 발생하기 수일 내지는 수년 전에 그 발생 지점, 시간 및 규모를 어떤 한계 내에서 지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서 지진을 예지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으나 지금까지 그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비록 몇 번의 지진 예지가 부분적으로 성공한 경우가 있었으나 신뢰할 만한 지진 예지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지진 예지가 어려운 이유는 지구 내부에 존재하는 복잡한 활성 단층의 구조와 이에 작용하는 응력의 분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지하가 아니라 지표에서 지질 조사나 지구 물리 관측을 통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일기 예보의 경우는 대기 중에 여러 관측 기구를 띄워 기압 온도, 풍향 풍속 습도 등을 직접 측정할 수 있으나 지진 예지의 경우는 지구 내부에 관측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 뿐만 아니라 단층에서 시작한 작은 규모의 파열이 확대되어 지진으로 발달하는 지진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도 지진 예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244쪽)

 

물론 자연의 힘은 대한하다. 하지만 인류 역시 지진을 통해 지진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왔다. 이는 지진을 대하는 인류의 합리적인 생각과 행동 때문이었다. 2016년 한반도 남부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조건 안전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이는데, 인류는 아직 지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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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 파주에서는 북소리 축제가 홍대에서는 와우북페스티벌이 열렸다.

두 축제 모두 가본지 한참 되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파주 발걸음은 마음을 접고, 와우북 페스티벌 두개의 강연을 신청했다.

 

 

 

남영의 <다시 읽는 과학>과 황교익의 <미각의 제국>이다.

 

<다시 읽는 과학>에서 저자는 자신을 오리너구리라 칭한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가 모호한. 그래서 흔히 우리가 융합 혹은 통섭으로 알고 있는 '잡종'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과학사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는데, 과학이라고 하는 것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생각과 조금 다르다. 남영 교수는 과학에 대한 탐미적 추구를 말한다. 보기에 좋고, 단순하고 명료한 것.

 

왜 과학사를 공부해야 하는가

 

과학교육은 실패한 과학과 지나간 과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현재의 과학이 옳은 과학이 된다. 그러니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고, 다른 미래는 상상될 수 없다.

 

과학자가 살던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과학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 과학자의 업적도 이해하지 못한다.

(강의 프리젠테이션 중)

 

수요미식회로 유명한 황교익은 음식에 관심이 있던 이들에게는 원래 잘 알려졌다. 종종 사회적 물의가 될 만한 사건을 던지곤 하는데, 최근에는 천일염 문제를 제기했다. 조금 심하게.

황교익 선생의 강의는 단순한 미식강의가 아니다. 그의 책이 단순이 맛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그 안에 있는 역사와 문화, 사람과 정치를 건든다.

 

이번 강의는 좀더 근본적인 것을 건든다. '맛' 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론 그의 책을 읽거나 방송에서 접했던 내용들이 있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독특한 주제를 건들었다. 분유세대와 5포세대. 그는 지적한다. 분유세대가 엄마의 애착이 결핍되고, 그 결핍이 연애, 결혼 등의 결핍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지. 사회학, 심리학 및 과학이 한데 어우러져 분석해볼만한 주제이다. 전날 들었던 '잡종' 학문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두 강의를 들으면서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두 강의는 단순히 지식을 배웠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생각할 꺼리, 고민할 꺼리를 던져주었다.

 

남영교수의 책은 '혁신과 잡종의 문화사'로 대학 강의를 엮은 것인데, 후속작이 있다면 빨리 만나고 싶다. 황교익 선생의 책은 언제나 그렇지만, 선생의 고민이 조금 더 확장되어 담론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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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10-04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보고 싶었는데... 좋네요~

雨香 2016-10-04 22:34   좋아요 0 | URL
내년에도 같은 강연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엔 꼭 가보세요. ^^
 

 

2011년 3월 동일본 지진 때 지진 관련 책읽기를 한적이 있다.

 ☞ 지진, 너는 누구냐 http://blog.aladin.co.kr/rainaroma/4655491

 

바로 6개월전에 일본 센다이를 다녀왔기 때문에, 센다이공항이 물에 잠기고, 자동차들이 떠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 때 지진에 대한 책들과 판구조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2016년 9월 경주에서 지진이 났다. 당시 사무실에서 야근중이었는데, 잠시 5층에 다른 직원과 함께 작업 후 20층으로 돌아오니 남아있던 직원이 건물 흔들렸다고, 바로 지진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런데 사실 지금까지는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졌다. 대륙판들의 경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 큰 이유였는데, 최근 들어 양산단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진에 대한 책을 세권 들어봤다. 일단 지진에 대한 공부는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이야기>로 하고, 틈나는대로 <지진과 화산의 궁금점 100가지>를 챙겨읽고, 다시 한번 지질학을 들여다 볼 생각이다. <내가 사랑한 지구>로.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이야기>를 읽다보니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1년전에 나온 책인데, 책머리에 양산단층과 국내 원전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지진 연구가 내 실험실의 주된 연구 주제가 되자 대학원생들과 함께 이 주제를 더 깊이 그리고 다양하게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주된 수확의 하나가 1983년에 양산 단층이 활성 단층임을 밝힌 것이다. 당시 우리 학계에서는 한반도에 활성 단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 판단을 바탕으로 양산 단층 주변에 원자 발전소들이 지어졌다.

 

 양산 단층이 활성 단층이라는 나의 연구 결과는 이 원자력 발전소들의 지진 안전성 문제와 연관되어 학계 및 산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만약 양산 단층이 활성 단층이라면 이 단층이 비활성 단층이라는 전제하에 설계된 주변 원자력 발전소들의 내진 설계는 원천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한 뜨거운 논쟁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산 단층이 활성 단층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다. (9-10)

정부는 계속 내진설계를 들면서 안전하다고 하는데, 저자의 말을 들어보면 그 내진설계가 우리나라에는 활성단층이 없다는 전제로 한 내진설계라는 것이다.

 

      

 

올 초 경주를 다녀올때 경주의 역사에 대한 책을 들었다. 경주가 홍수도 많이 났는데, 특이한 것은 큰 지진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양산단층이라는 것을 진작에 연구했어야 하는게 아니었나 싶다.

 

판구조론을 쉽게 설명한 책 중에는 <베게너가 들려주는 대륙이동 이야기>라는 책이 있다. 중고생을 위한 과학설명서로 자음과모음에서 나온 시리즈중에 하나이다. <지진은 왜 일어나는가>는 지진의 발생원리를 볼 수 있는 책인데, 아쉽게도 절판이다. 그리고 지진의 역사를 다룬 책 <Terra 테라 : 광포한 지구, 인간의 도전>과 리스본 지진의 역사적 의미를 보여준 <운명의 날>은 지진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베게너가 들려주는 대륙이동 이야기 http://blog.aladin.co.kr/rainaroma/4848213

지진은 왜 일어나는가 http://blog.aladin.co.kr/rainaroma/4814429

Terra 테라 : 광포한 지구, 인간의 도전 http://blog.aladin.co.kr/rainaroma/4816702

운명의 날 http://blog.aladin.co.kr/rainaroma/4816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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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
한창민 지음 / 오픈하우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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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 전시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신선했다. 스마트폰 사진은 그냥 SNS용이라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전문사진작가가 아닌 이의 전시라는 점이다.  

 

사진의 수준을 떠나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물론 예술성을 따지는 것은 보류하고(예술성이라는 것이 단순히 심미적인 것만을 따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예술사진전이라고 가서 보면 단순한 아름다움 보다는 메세지에 충실한다. 혹은 대상, 오브제의 개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경우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저자는 스마트폰 사진 찍기의 기본으로 그리드(안내선)을 이야기한다.

기준선이 있으면 화면을 어떻게 구성하고, 피사체를 사진의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일부러 수직과 수평을 무너뜨리거나 구도를 기울이게 해서 사진에 긴장감을 부여하거나 생경한 느낌을 주는 등 의외의 효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이러한 파격적 효과를 연출하는 데도 격자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는 사실이다. (30쪽)

 

예전에 사진을 좀 찍어볼까 할 때 관심을 둔 것이 반사된 모습이다. 사람도 결국은 눈이라는 시각정보를 뇌가 해석해낼 뿐, 그게 실제인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본다고 안다는 것 하는 것 모두가 사실은 어떤 필터링을 거친 것이다. 어떤 프레임 속에서 받아들이는 것인데, 거울이 아니더라도 유리창, 스테인레스 벽, 물 등이 다 사물을 비춰낸다. 저자도 이런 부분을 강조한다. 셀카에서 그런 점을 드러낸다. (두번째 사진)

 

세번째 사진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 대한 오마주다. 찰나의 순간, 사진의 핵심중의 하나가 아닐까. 우연이 만들어낸 순간.

 

 

   

사진의 예술성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사진이 못하는 의미가 아니다. 아주 좋다. 특히 그의 사진을 통해 스마트폰 뿐 아니라 카메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스마트폰 사진에 조금 더 의미있는 사진을 찍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참고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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