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소개된 책들중에 가장 관심을 끈 책은 신자유주의와 일상을 다룬 책이다. 한겨레신문에서는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어갔지만 일상속에 담겨있는 영향을 둘러 보는 것은 흥미로워 보인다. 연초에 사둔 <자유의의지자기계발의 의지>와 함께 읽어보면 되겠다.


〈친밀한 적-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

김현미 외 지음 /이후·1만5000원.

신자유주의는 우리 삶을 지배하는 전면적인 질서다. 연세대 김현미 교수와 사회학·문화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생들이 1년간 토론한 결과를 묶은 이 책은 ‘소유자 사회’ 구호 아래 펼쳐지는 재테크 열풍, 전쟁과 인간신체까지 사고파는 현상, 외모지상주의 등 일상을 자본의 논리에 복속시키는 신자유주의 문화 논리의 실체를 폭로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32935.html

  

그런데 이렇게 궁지에 몰린 구매자들은 대개 막차를 탄 사람들이다. 정보가 생명인 재건축 사업 최고 수혜자들 중의 한 부류가 고위공무원들이다. 지금까지 재산공개를 한 고위공직자 3400여명의 재산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분석해보니,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한 전현직 1급 이상 공직자는 약 10%인 317명. 이명박 정부 인사청문회에 줄줄이 등장했던, 거의 예외가 없을 정도의 부동산 투기 달인들을 상기해보라. 그들 중엔 재정경제부 제2차관을 지낸 권태신, 지난 16일 대통령 정책실장에 임명된 전 국세청장 백용호, 건설교통부 1급 공무원을 지낸 국회의원 강길부(울주군)씨 아들들 등도 포함돼 있다고 책은 밝혔다. 그런데 2003년까지 이어지던 고위공직자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수세는 2004년부터 뚝 떨어졌다. 투기 달인들은 이미 그때부터 강남에서 부동산 투기로 떼돈 벌 기회는 사라졌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누가 이 악마의 매트릭스를 짜나? 여전히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대기업, 토건사업 위주 정책을 펴면서 당장의 성장과 경기부양에 골몰하는 정부, 약탈적인 가계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의 소매금융으로 큰 재미 본 은행 등 금융회사, 그리고 선분양제로 땅 짚고 헤엄치면서 정치권 돈줄이 되고 고위관료들의 미래 직장이 된 건설업계, 이들 철의 3각동맹에 투기 선동을 통한 광고물량 증대에 목매다는 언론과 각종 부동산 관련 연구소들, 투기알선업자들이 가세하고 있다. 여기에 오로지 자기 가족만의 재테크 대박을 꿈꾸며 부나비처럼 뛰어드는 일반 구매자들을 빠뜨릴 수 없지만, 악마의 매트릭스 속으로 내몰린 그들 각자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순 없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30704.html

 

한국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부드러운 말투로 지적해내고 있는 김두식이 이번에는 인권을 다룬 책을 내놨다. 인권이라는 말을 이야기하면 아직도 짐짓 무거워 지는 것이 현실인데,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영화를 통해 풀어냈다고 한다.

〈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지음/창비·1만3800원
"그는 외국인노동자도, 여성도 동성애자도 아니다. 그의 종교는 병역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늘상 그들을, 그들의 인권을 이야기한다. 그게 두렵다. 내가 그들이 아니니 그들이 던지는 몸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안으로 숨는 고통의 파동을 느끼지 못한다. 세상은 형법을 가르치는 한 교수가 인권을 말한다고 대견해 하지만, 자신은 딱 거기까지다.

그가 쉼 없이 그들을 만지는 감성의 촉수를 가다듬는 이유다. 그는 <불편해도 괜찮아> 서문에 “새로운 불편을 느끼기 위하여”라고 적었다. 그가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애티커스 핀치의 말 “입장 바꿔 생각해 봐“이다. 영화나 드라마는 좋은 수단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30789.html

         

〈문화자본의 시대〉
이동현 지음 /문화과학사·2만원.
신자유주의시대에 문화가 어떻게 독점화하고, 개인들의 일상생활과 권력의 장에서 상징적인 자본으로 구실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비판적 한국문화 연구서. 2005년에 낸 <문화부족의 사회>, 이번에 동시 출간한 <대안문화 형성>과 함께 이동연 한예종 교수의 한국문화연구 분석 3부작을 이룬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9703.html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은 것 같다. IMF로 신자유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던 현실에서 대학마저 자본에 휘둘리는 시대에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인문학의 위기와는 반대로 비주류와 일반인들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커져갔다. 내공을 갖춘 아마추어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등장했고, 연구공가 수유너머 처럼 학계가 아닌 인문학집단이 나타났다. 인터넷 카페 비평고원(cafe.daum.net/9876)은 대표적인 인문학 공간이다. 인문학에 열망을 가진 이들이 까페를 만들었고 갈증을 갖고 있는 네티즌들이 만나서 만든 인문학까페로 요즘은 뜸하지만 한 때 열심히 찾아들던 곳이다. 감히 글 한줄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 비평고원의 10년을 담아낸 책이 출간되었다. 까페에서 책 출간에 대한 공지를 여러차례 봐왔기 때문에 조금 늦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한 생각도 든다. 


〈비평고원 10〉
비평고원 지음/도서출판b·2만5000원

" “2만여개의 게시글과 3만여개의 댓글을 화면상으로 다 찾아보긴 어렵다. 그리고 카페 개설 10년을 한번 정리해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를 선별했는데 여기엔 완성도가 뛰어난 글도 있지만 지난 10년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글도 있다고 조영일씨는 말했다. 본격적인 비평에서 인신공격성의 댓글까지 망라했다. 가능한 한 여러 회원들의 목소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했고 때론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는 글도 집어넣었다. <비평고원 10>이 “비평고원의 베스트 앨범이라기보다는 비평고원에 다가가기 위한 매뉴얼 정도”이며 “비평고원에 로그인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카페 수록 글들 가운데 6~7명의 열성 회원들이 추천한 것을 조씨가 최종 선별하고 정리했다. 추천글의 90% 정도가 책에 수록됐는데, 7000장에 가까운 분량의 원고가 큰 판형인 크라운판 1072쪽을 채웠다. 모두 11부로 구성됐다. 각 부는 화요일마다 6~7명의 핵심 회원이 돌아가며 자신들의 에세이를 자발적으로 써서 공개하는 화요논평, 그리고 인문학의 고원, 문학의 고원, 논쟁의 고원, 쟁점의 고원, 번역의 고원, 영화의 고원, 일상의 고원, 해외통신, 카페 이야기, 카페 출석부 등의 타이틀을 달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또 편집상 애를 먹었던 게 제4부 논쟁의 고원이다. 대논쟁과 소논쟁 각각 셋으로 돼 있는데, ‘카페 소통논쟁’이란 제목이 붙은 대논쟁 1은 다시 ‘로카드’란 필명의 회원이 쓴 슬라보이 지제크의 <신체없는 기관, 들뢰즈와 결과들> 서론에 관한 글로 시작해 카페에서의 소통 그 자체를 문제삼는 파트 1과, 필명 K의 위르겐 하버마스의 <인간이라는 자연의 미래>를 시작으로 의사소통 문제를 화두로 삼은 파트 2로 구성돼 있다. 대논쟁 2는 필명 로쟈의 칸트와 레비나스로 시작하는 레비나스 논쟁, 대논쟁 3은 번역논쟁이다. 소논쟁들은 각각 박찬욱의 영화 얘기로 시작하는 ‘복수’, 스크린쿼터, 영화 <디 워> 논쟁이다. 댓글들도 그대로 살렸다. 하나같이 만만찮고, 특히 하버마스나 들뢰즈 등의 얘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문적 언설들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비평계나 학회와 맞먹는 수준의 글이란 주로 이런 부류의 글들일 것이다. 그렇다고 다 어려운 글들로 채워진 건 아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8677.html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대형마트에 간다. 대형마트가 갖는 문제점 등을 알기는 하지만 아기(20개월)의 놀이터를 겸하고 물어본 물건 그냥 내려놓기에 부담이 없어서 대형마트를 찾는 편이다. 하지만 간혹 초저가 상품을 보면 이 가격에 이걸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곤 한다. 게다가 요즘은 공정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공정가격.
완벽한 가격은 이런 대형마트의 가격이 숨기고 있는 것들을 드러내는 책이다.


〈완벽한 가격〉


엘렌 러펠 셸 지음·정준희 옮김/랜덤하우스·1만6000원 
 
"‘저가의 노예’가 된 미국 사회 위험의 본질은 그레셤의 법칙,‘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에 응축돼 있다. 고품질 우유 1쿼트(0.946리터)가 도매가로 1달러에 판매되고, 물을 섞은 우유 1쿼트는 60센트로 팔린다고 가정한다. 일반적 최종소비자는 물 섞인 우유는 80센트 정도까지는 기꺼이 치를 것이고, 100% 우유는 1달러 20센트 정도까지는 주고 살 것이다. 우유의 품질을 서로 알고 하는 거래여서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이익을 보는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고객이 우유 품질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라면, 말하자면 어느 것이 순도 100%고 어느 것이 물 섞인 우유인지 알 수 없는 상태라면 두 우유 모두 같은 가격(예컨대 1쿼트에 90센트)에 팔릴 것이다. 이런 시스템 아래서는 순도 100% 우유를 파는 정직한 상인은 파산하고 물 탄 우유를 판매하는 부정직한 상인은 떼돈을 벌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모든 상인이 우유에 물을 타서 재미를 보려 할 것이고, 소비자들은 실은 속고 있는데도 싼값에 우유를 샀다고 착각할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앞으로 몇 년 동안 다른 것을 경험하지 못하면 아마 물이 섞인 우유처럼 질이 떨어지는 제품에 익숙해질 것이다. … 우리는 우수한 제품을 구매할 때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제품들을 구매하지만 정말로 싸게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나쁜 제품이 좋은 제품을 몰아낼 때, 우수한 제품을 위한 시장은 줄어들 것이고 우수한 제품들은 더 비싸질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9740.html



얼마전에 워킹 푸어라는 책이 출간되었는데 이번에는 하우스 푸어라는 책이 나왔다. 워킹푸어는 아무리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말하는데 하우스푸어는 쉽게 집있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뜻일 테인다. 한 때 소득의 절반을 빚,이자 갚는데 썼던 경험상 남의 일 같지가 않다.

 * 워킹푸어라는 제목의 책이 세권이나 출간이 된 것을 보면 단순한 문제가 아닌 듯 하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4090.html

 


〈하우스 푸어-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김재영 지음/더팩트·1만3000원

"<문화방송>(MBC) ‘피디(PD)수첩’ 김재영 프로듀서가 쓴 <하우스 푸어>를 보면, 하우스 푸어란 그냥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집을 가졌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때 ‘집’은 주로 아파트, 그것도 상대적으로 비싼 아파트를 가리킨다. 따라서 하우스 푸어란 주로 빚을 내서라도 더 좋은 아파트를 무리하게 구입했다가 평온했던 일상을 파괴당한 사람들, ‘아파트 없는 중산층에서 아파트 가진 하류층으로’ 전락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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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60주년 기념인데 의외로 출판계가 조용하다 싶었는데 6월이 되니 몇 권의 책들이 출간되었다. 지금 박태균의 한국전쟁을 읽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몇 권 챙겨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6월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책들과 기독교,종교를 다룬 책들이 몇 권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6월에 소개된 가장 눈에 띄는 책은 바로 PD 수첩을 다룬 책이다.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
〈PD수첩〉 제작진·지승호 지음/북폴리오·1만6000원 
 
PD수첩은 우리시대의 아픈 속살이다. 황우석 사태를 집중적으로 다룬 PD수첩은 방송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무광고 보도를 했으며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다루면서 담당 PD가 체포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얼마전 스폰서 검찰 문제까지. 대한민국 이슈의 중심에 있었으면서도 또한 대한민국이라는 쓰라린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을 왜곡하더라도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황우석 신드롬,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는 대한민국 정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법을 주물러 된 검찰의 모습은 밝혀내야 하면서도 되짚어낸 대한민국의 자화상인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사태의 중심에 섰던 PD수첩의 20년을 담아냈다. 그러나 이제 PD수첩은 위기에 접하고 있다. 2MB정부와 2MB 정부의 방송장악 전략의 선봉에 있는 방통위의 압박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7601.html

 
6월에는 한국전쟁의 미시사를 다루고 있는 2권의 책이 소개되었다. 미시사의 관심이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아직 우리사회가 한국전쟁 당사자라는 패러다임에서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한국전쟁의 미시사를 다룰 수 있지 않나 싶다. 

  
〈전쟁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
이임하 지음/책과함께·1만8000원 

<계집은 어떻게 여성이 되었나>, <여성, 전쟁을 넘어 일어서다> 등의 책을 냈으며 ‘한국 현대사와 여성’이라는 화두를 줄곧 천착해온 여성 사학자 이임하씨가 한국전쟁의 전쟁미망인들의 구술사를 통해 한국전쟁과 여성이라는 한 칸을 채워넣었다. 

"전쟁은 여성들을 전쟁미망인으로 만들었으나 국가는 실태조사도 없이 이들에게 침묵을 강요했다. 그 결과 전쟁미망인은 한국 사회에서 ‘잊힌 존재’로 살아왔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는 1952~1963년 신문 보도들을 토대로 전쟁미망인이 30만~50만명이 넘었던 것으로 추산한다. 50만명이면 당시 기혼 여성 10명에 1명꼴이다.
....
전쟁미망인들은 남편 부재 속에서 자식과 시부모, 때론 시동생들을 노동으로 먹여살렸으되, 남편의 집안인 그 가족관계 안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있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집안을 바느질과 행상, 농사일, 빨래, 밥하기 등 노동으로 재건한 사람은 이들 여성 가장들이었으나, 대부분의 경우 미망인 노동은 평가절하됐다.
..
전쟁미망인 위계화’를 통해 국가는 이들을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전쟁미망인들이 잊힌 존재가 된 것은 희생자 애도와 추모보다는 국가에 복무한 영광만을 부각시켰던 정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며느리 만들기’, ‘미망인 감시하기’는 가족 단위만이 아니라 국가가 전쟁 피해를 미망인에게 떠넘기는 방책이기도 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6330.html


〈마을로 간 한국전쟁〉
박찬승 지음/돌베개·1만7000원

황석영의 소설 '손님'은 한국전쟁당시 황해도 신천 대학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남(기독교)과 북(공산주의)의 갈등으로 마을 주민들간의 학살이 있었던 것이다. 노근리사건, 보도연맹 사건 등 한국전쟁은 전쟁 이외의 학살이 존재한다. 이 학살은 남과 북의 전쟁이 아닌 남과 남, 북과 북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그 동안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었다. 학살을 인정한다는 것이 결국은 과연 적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회의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마을로 간 한국전쟁은 주민학살의 대표적인 5개 마을을 발품을 팔아 조사한 결과물이다. 한 마을내에서의 학살은 결국은 함께 살아야 할 주민들의 긴 시간만큼이나 한국전쟁의 지속인 셈이다. 


"첫번째 사건의 주무대인 진도의 한 동족마을 ×리(익명 처리해야 할 정도로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 진도의 반촌(班村)인 ×리의 지배 씨족 현풍 곽씨의 조선시대 이래의 내력과 문중 계보부터 살핀 지은이는 일제강점기로 시선을 돌린다. 식민지 시절, 특히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그 영향을 받은 3·1운동과 1920년대 피폐한 식민지 현실을 반영한 사회주의 이념의 확산. 그리고 광복 뒤 지역 정세 변동을 주도한 건국준비위원회와 인민위원회, 그것을 이끈 사회주의 이념 소지자 또는 동조자들. 그러나 그들의 ‘집권’은 짧았고 1945년 11월 무렵부터 미군이 지역에 진주하면서 권력이동이 시작된다.
미군은 곧 한민당과 이승만이 주도한 우익세력을 지원하면서 좌익을 도태시킨다. 학살은 1950년 6월 전쟁 발발과 함께 시작된다. 먼저 지역경찰 등 우익세력이 지역 잠재 적대세력인 좌익을 보도연맹으로 묶어 처형한다. 그해 9월 인민군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좌익의 보복이 시작된다. 인민군이 지역에서 전면 철수를 시작하면서 친일파 등 우익 학살을 본격화한다. 그 뒤 바로 경찰과 국군이 진주하면서 이번엔 지역 우익들의 좌익에 대한 보복학살이 시작된다. 그 결과 진도 ×리는 약 600명 인구 중 167명이 희생당했고, ‘영암의 모스크바’라 불렸던 영보 마을은 1천여 인구 중 200여명이 학살당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7608.html


이외 에티오피아 군인들의 한국전쟁 참전기를 그린 '강뉴'라는 책이 있다. 책은 그들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추지만 사실 봐야 할 것은 전쟁이 그들에게 미친 영향이 아닐까. 책을 낸 사람들은 한국전, 에티오피아에만 국한되어 보지만 그들의 삶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에티오피아가 1970년대 공산화되면서 한국전에 참전했던 이들의 처지가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6·25는 끔찍한 전쟁… 생환 뒤 생계 막막” 이라는 경향신문 기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6231811455&code=210000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7608.html

 

6월에 책 소개 기사들을 들춰보다 발견한 것은 흥미롭게도 다양한 주제의 조선시대관련 책들이 출간되었다는 점이다. 풍속사에서 음악원 이야기 등 조선에 대한 관심도를 채워 줄 좋은 책들일 것 같다. 
 

 
〈조선 풍속사 1~3〉
강명관 지음/푸른역사·각 권 1만8000원~2만1000원 

 책 정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부산대 한문학과 강명관교수가 옛 그림들을 바탕으로 한 조선풍속사라는 세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기존에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에서 신윤복의 그림으로 조선사회의 삶을 엿보았던 그가 기존 책을 좀 더 보완하고 단원의 그림을 연구하고 다른 조선 그림들을 토대로 엿 본 삶이 세권의 책으로 묶였다.  

"그림의 사회적 컨텍스트 읽기는 그림 자체의 미학적 가치를 더 깊이 천착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라는 지은이의 지적은 백번 옳다. 조선시대 사대부 사회 특유의 정신세계와 작가가 처해 있던 시대적·사회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걸작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스페인 내전에 대한 이해 없이 미학적 장치에 대한 지식만으로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감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강 교수가 이번에 낸 <조선 풍속사>는 그런 시각을 단원 김홍도의 그림까지로 확장하고, 김준근과 김득신, 윤두서, 이암, 김두량 등 다른 많은 화가들의 풍속화로 보완해, 기방과 주점 등을 중심으로 한 여성과 성, 유희에 집중한 혜원의 세계를 한 분야로 포괄한 조선시대 전체의 풍속사, 더 폭넓은 생활사회사로 확대개편한 것이다. 모두 3권으로 된 <조선 풍속사>에서 강 교수는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의 내용을 보충하고 도판을 추가해 제3권으로 넣었다. 제1권 <조선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는 제목 그대로 조선 후기 풍속화의 지존이라 할 김홍도의 그림들을 다룬다. 중심축은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25점의 걸작들이지만 역시 방대한 다른 텍스트들도 동원된다. 혜원의 책이 남녀 유희를 중심으로 한 12개의 주제를 담고 있었던 데 비해 단원의 책은 유명한 씨름, 길쌈, 무동 외에 들밥, 타작, 어살, 자리짜기, 기와 이기, 담배 써는 가게, 행상, 그림감상 등 조선시대 구석구석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25개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책 쪽수도 훨씬 더 많다. 엿장수와 개장국, 투전, 사당패에 미인도와 춘화까지 21개의 주제를 담은 제2권 <조선사람들, 풍속으로 남다>는 나머지 조선시대 풍속화가들의 그림을 중심으로 살피되 단원과 혜원 그림도 끼워넣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5209.html

〈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
이태호 지음/생각의 나무·3만원

옛 화가들은 우리 얼굴을 어떻게 그렸나에서 조선시대 초상화가 가진 사회적, 철학적 의미를 탐구했던 이태호 교수가 이번에는 산수화를 분석했다.

"옛 그림 속 우리 땅 기행의 출발지는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이다. 조선 후기인 18세기에 활동했던 겸재에서 기행을 시작하는 ‘심오하고 학문적인’ 이유는 없다. 그 전부터 사실 묘사에 충실했던 초상화와 달리, 산수화는 조선 후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 땅을 사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그 이유를 ‘성리학적 전통을 중시하고, 중국의 문화와 산하를 동경했던 조선 전기의 분위기’로 설명한다. 명나라가 무너진 뒤 조선의 선비들이 자기 땅의 현실에 눈을 돌리기 전까지는, 무릉도원과 같은 이상향을 동경하고 은둔과 풍류를 찬양하는 수묵산수화가 주류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4174.html

 
〈조선의 의인들〉
박석무 지음·황헌만 사진/한길사·2만원 

다산 정약용에 대한 연구를 해왔던 박석무 한국고전연구원 원장이 조선을 살았던 선비들의 사상과 혼을 느낄 수 있는 책을 펴냈다.
"고산 윤선도까지 이어지는 호남 문학과 학문의 개산조(開山組)라는 <표해록>의 저자 최부에서부터 퇴계와 율곡, 김인후, 한백겸, 유형원, 기정진, 이진상 등을 거쳐 나라가 망하자 저항하다 또는 자진해서 목숨을 버린 최익현과 이만도, 황현으로 이어지는 24인의 삶과 사상. 그 흔적들을 더듬어가는 <조선의 의인들>은 족보학에 밝다는 지은이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해 의인들과 그 사상의 맥을 간결 명료하게 짚어주면서 전통과 역사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4176.html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
송지원 지음/추수밭·13,500원
사극 동이에서는 궁중에서 음악을 하던 이들이 나오던데 이들을 관리하던 곳이 장악원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조선시대 악사들을 살펴본 책이

한권 나왔다.
"유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조선시대, 음악은 단지 듣고 즐기는 수단이 아니었다. ‘악’은 유교적 신분 질서와 예를 구현하는 ‘정치’의 일종이었다. 특히 왕실과 조정이 세심하게 관리한 궁중음악은 엄격한 예법에 따라 빈틈없이 짜여진 의식 그 자체였다고 한다. 조선은 이를 위해 전문 음악기관인 ‘장악원’을 만들었다. 일종의 국립 오케스트라였던 셈이다. 성종 때 편찬한 <경국대전>을 보면 아악 악사 2명, 악생 297명 등 981명이나 되는 음악인들이 이 기관에 속해 있었다. 뛰는 ‘행사’도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고 한다. 가장 큰 행사인 종묘제례를 매해 다섯 차례씩 지내야 했고, 왕실 정기 제사만 해도 일곱 차례였다. 사신 방문 등 크고 작은 일도 많았고, 매달 ‘2’와 ‘6’자가 들어가는 날은 정기 연습일로 지켜야 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4182.html
 

종교와 특히 기독교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은 편이다. 김두식의 책 '교회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도 올해 출간된 책이다. 6월에는 무려 4권의 책이 소개되었다. 기독교와 역사, 정치, 사회를 들여다 보고 싶을 때 찾아볼 만 하겠다.

 
〈십자가 초승달 동맹〉
이언 아몬드 지음·최파일 옮김/미지북스·1만6000원


"중세인들은 대부분 종교적 신념보다 정치적·경제적 이해를 따랐다. 일부 사람들은 혈연으로 엮여 있거나 상대에 대해 진지한 호의를 품기도 했다. 십자가(기독교)와 초승달(이슬람) 사이의 충돌은 파란 눈동자에 노란 머리를 한 이탈리아 청년들과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터키 청년들의 월드컵 국가대표 대항전이라기보다는 터키인 스트라이커를 앞세운 인터밀란(이탈리아 프로축구팀)과 이탈리아인 수비수를 사들인 갈라타사라이(터키 프로축구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분위기와 비슷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왜 ‘선량한 기독교인과 야만적인 이슬람’이라는 신화는 계속되고 있을까. 이슬람에 대한 공포를 동원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다른 종파를 박해하며, 외국을 침략한 기독교인 스스로의 추악함을 감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그 때문에 “이슬람, 기독교권, 이교도, 튀르크와 같은 단어들의 사용을 포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날을 세운다. 이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를 과감히 비판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7604.html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
백찬홍 지음/평사리·1만3800원. 

저자소개 : 저술한 책으로는 공저 <역사, 예수, 교회>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가 있다. 그의 글은 주로 종교권력의 문제점과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개신교의 패권적이고 물신적 경향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알라딘에서

책소개 : 책의 구성은 크게 5부로 나뉜다. 1부는 ‘종교, 우리안의 하늘 혹은 그늘’이라는 이름아래 독선과 편협한 종파주의를 넘어 영성을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을 찾아본다. 2부‘종교와 정치 그 영원한 평행선’에는 종교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갈등과 혼란을 다뤄본다. 3부 ‘세계의 발화지점, 종교분쟁’에서는 끊임없이 부딪치는 종교간의 분쟁과 그 해결책을, 4부 ‘세상을 바꾼 종교인들’에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종교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킨 인물들을 소개하고 5부 ‘이방인, 여성과 장애인과 성소수자들’에서는 종교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는 이방인들을 보듬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각 부와 부 사이에 쉬어가기로서 종교안의 재미있고 다양한 면모를 흥미롭게 묘사해 보았다.- 알라딘에서

"31가지 주제로 읽는 우리 시대 종교의 속살.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은 정말 순례자의 길일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 기독교가 그토록 반발한 이유는 뭘까? 신이 있다 없다는 갑론을박,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 등 사변적인 논의 외에 시대적 배경으로서 종교의 역할과 그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정보는 봉쇄돼 있는 시대의 용기 있는 성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7603.html

 

〈변신〉
한차현 지음/문이당·1만2500원

“한국에서 기독교와 교회는 대체 무엇일까, 교회가 모종의 기능을 해야 한다면 지금 그 기능을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에서 이 소설이 출발했습니다.” 실험과 도전의 작가 한차현(40)씨가 다섯 번째 장편소설 <변신>을 내놓았다. 어떤 교회 목사가 외계 여행을 다녀온 뒤 종교관이 바뀌어 새롭고 도발적인 ‘신흥 종교’의 창시자가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을 내고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나 자신은 종교인이 아니지만 믿음을 가진 분들이 과연 진정한 믿음의 길을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5213.html
 


〈기독교 근본주의와 교육〉
임희숙 지음/동연·1만6000원.

 

미국에서 현재 가장 큰 정치세력은 정당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현대 세속주의 제일원리인 정교분리와 어울리지 않게 미국 정치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세력은 기독교, 그것도 기독교 복음주의다. 다른 말로 근본주의다. 1960년대와 70년대까지 미국에서 기독교의 주류였던 자유주의 신앙을 급속히 대체하고 있는 근본주의 신앙이 정보화와 세계화의 문화접촉과 이종결합이 촉진되는 현대에 오히려 극성을 부리는 것은 역설적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 포교 초기부터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가 주도권을 잡아, 오래전에 주류 신앙으로 위치를 굳혔다. 근본주의는 급진화된 전통주의에 입각하여 세계를 재구성하려는 종교적 프로젝트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와 교육>은 현대의 근본주의 신앙 활성화를 가족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본다.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 가부장적 권위의 상실, 전통적인 성 역할의 동요 등 가족을 둘러싼 변화와 혼란, 위기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가족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고, 흔들리지 않는 가족관 이데올로기로 대중을 위무하며, 강력한 사회문화적 응집력과 정치적 역량을 발휘한다. 지은이는 기독교 근본주의를 교회나 교리 중심으로 보지 않고, 사회문화 변동에 대한 기독교의 대응으로 본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4214.html


〈어느 휴양지에서〉
이명랑 지음/뿔·1만1000원


 

2000년대를 대표하는 신진 작가로 주목받던 작가 이명랑의 신작이 나왔다. '삼오식당'에서 뚝심을 보여줬던 작가는 이후로도 '슈거푸시', '나의 이복형제들' 등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무대가 영등포가 아니란다. "이명랑은 자신이 나고 자란 영등포 시장 사람들의 이야기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이번 소설집에 영등포 시장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작가의 생활 공간이 바뀐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겠지만, 그의 지난 소설들을 좋아했던 독자에게는 조금 섭섭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영등포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더라도 이 책은 결국 그곳 출신 사람들의 이야기”라면서 “중국 동포들과 이주노동자들 이야기를 다음 장편으로 쓰기 위해 안산과 가리봉 등지로 열심히 취재를 다니고 있다”고 소개했다"는 말처럼 이 책은 제목처럼 나근나근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여덟편의 단편으로 엮어졌다는데 책 소개를 보면 내용이 다 심상치 않다. 읽는 동안 불편한 마음이 들 것이라 한다. 사실 문학의 매력중의 하나가 이것 아닌가 싶다. 입에 단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이 많듯이 화학조미료에 범벅된 듯 한 글들이 문학의 한 자리를 떡 하고 자리잡고 있다. 이런 책은 그 반대에 있을 것이다. 이명랑의 삼오식당은 마치 청국장과 같은 맛을 냈는데, 이번 작품은 어떨지. 시간 내서 이명랑의 작품을 한 번 쭉 훑어봐야 겠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64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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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60주년에 맞춰 몇 권의 책읽기를 하려 했는데 삼성읽기가 늘어지면서 6월 25일을 지나쳐 버렸다. 올 초 부터 한국전쟁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봤었는데 한국전쟁을 살펴볼 좋은 책들이 눈에 보인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할 때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전쟁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전쟁의 당사자라는 한계에 봉착한다. 즉, 반공이라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 60주년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약 두세대(한세대를 30년으로 보면)가 지나면서 반공이라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많이 약화되었고 이는 한국전쟁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그리고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즉, 한국전쟁이 세계사에서 갖는 의미와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 그리고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박태균의 한국전쟁, 김동춘의 전쟁과사회,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11가지 시선 그리고 브루스커밍스의 한국전쟁의기원을 목록에 올려놓았다. 
 
박태균의 한국전쟁은 전쟁의 시작부터 끝까지 잘 정리된 책으로 소개된다. 한국전쟁을 읽을 때 교과서로 삼으면 될 것 같다. 저자의 소개를 보면 이 책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한국전쟁을 쉽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 책으로 한국전쟁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당시에 일어난 사건들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를 전달해주고자 한다. 특히 한국전쟁이 단지 지나간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한국전쟁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내용을 담고자 노력하였다.
필자는 이 전쟁은 시작되어서는 안 될 전쟁이었지만 시작되었고, 끝나야 했는데도 끝나지 않은, 그러나 반드시 끝나야만 하는 전쟁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전쟁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고, 극복해야만 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알라딘에서

김동춘의 전쟁과사회는 한국전쟁 50주년이 되던 2000년에 나온 책으로 "기존의 한국전쟁 연구가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전투가 어떻게 전개됐는지에 대해 집중했다면 <전쟁과 사회>는 전쟁 발발 후 국가와 군대, 국민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것이 휴전 이후 남ㆍ북한 사회에 어떻게 작동했는가를 조명함으로써 주목 받았다. "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전쟁이 어떤 사회적 영향을 끼쳤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권력에 대한 한국인의 기회주의적, 순응주의적 태도의 기원을 한국전쟁에서 찾는 점도 설득력 있다. 전쟁이 발발하자 민중을 속이고 먼저 서울을 떠난 뒤, 수복 후에는 잔류할 수 밖에 없었던 민중을 희생양으로 삼은 남한 지배 계급의 태도는 민중으로 하여금‘국가와 권력은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다. 

 힘센 편에 붙어야 산다’는 순응주의적 태도를 낳았다. 이는 전쟁 후에도 그들에게 계급적 각성 대신 자유당 때는 자유당을, 공화당 때는 공화당을, 민정당 때는 민정당을 찍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706/h2007061319262684210.htm


그 뒤로 10년뒤 한국전쟁 60주년이 되는 2010년에는 한국전쟁이 세계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연구가 담긴 '한국전쟁에 대한 11가지 시선'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한국전쟁이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남한이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비로소 ‘현재의 남한’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한-미동맹’과 ‘시장경제체제’라는 현재 남한 사회를 규정하는 두 특징이 한국전쟁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광물자원의 국유화”를 명시하는 등 “사회주의적 균등원리”를 강조했던 1948년 건국헌법이 시장경제체제를 확고하게 수용한 1954년 전후헌법(일명 사사오입 헌법)으로 바뀐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건국헌법이 일제 강점기 투쟁 전통 등에 힘입어 균등주의를 강조했으나, 한국전쟁 이후 원조를 무기 삼은 미국의 압력에 의해 자유시장경제가 수용됐다는 것이다.

북한 또한 다르지 않다. 김성보 연세대 교수는 북한에서도 “생산도구의 상실 등 전쟁 피해로 인한 상호협동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등 한국전쟁을 계기로 사회주의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고 지적한다. 또 김 교수는 “전쟁 전까지 한반도는 소련과 미국이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한 전략거점은 아니”었는데, “전쟁을 겪으면서 남북한은 체제와 이념의 주요 경쟁무대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0607.html

 
한국전쟁은 냉전이후 최초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유럽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동서독의 경우 서로간의 대립과 경쟁이 가속화되었다.
 
한국전쟁 60주년에 걸맞게 전쟁당사자를 다룬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한국전쟁 미시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바뀐 사회현상도 한 몫 한다. 한국전쟁에 대한 굳은 믿음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전쟁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쟁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와 마을로 간 한국전쟁 이다. <전쟁 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의 소개글이다. "이 책은 부제목 ‘구술로 풀어 쓴 한국전쟁과 전후사회’가 드러내듯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고 말하고 싶어도 누구도 묻지 않았기에’ 침묵해야 했던 전쟁미망인들의 구술을 통해 이들의 생애와 전후 사회상을 절절하게 풀어놓는다. 이들의 전쟁 체험이나 전후 삶을 남긴 기록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현대사의 한 빈칸을 채워주는 귀중한 책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6330.html


황석영의 소설 손님에서도 소재가 되고 있는데 한국전쟁에서 빼놓아서는 안될 것이 바로 남과 북에서 일어난 학살이다. 남과 북 내부에서의 이념차이가 서로간의 학살을 낳았다. 남측에서의 이런 학살을 다룬 책이 있다. 

<마을로 간 한국전쟁>이 바로 그 책이다. "남북 군인 사망자의 합이 약 44만명인 데 비해 민간인 사망자의 합은 약 65만명. 실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았겠지만 이들 중에서도 전쟁 기간에 폭격이나 사고 등에 의한 사망자가 아닌 의도적 학살, 피살로 숨진 민간인만 남쪽에서만 적어도 10만, 많게는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 학살의 대부분이 바로 마을 단위의 작은 전쟁들에서 자행됐다.
그 엄청난 규모의 학살은 어떻게 벌어진 것일까. 그 주무대인 마을 단위의 작은 전쟁들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이었나. 도대체 그 배경의 갈등 요인들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10여년 동안 충남과 전남 5개 지역의 마을 현장들을 답사하고 관련자 구술을 채록했으며, 각종 자료와 희생자 씨족 가문의 족보까지 꼼꼼히 뒤진 박 교수는 전쟁 발발 60년이 지난 지금도 작은 전쟁이 벌어졌던 마을들이 그 정신적·물질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목도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7608.html

 
한국사의 대가로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가 한국전쟁을 다룬 새 책이 나왔다고 들었는데 언제쯤 번역이 될지 살펴볼 일이다. 한국전쟁에 관한 수정주의론을 제시해 한국전쟁에 대한 일대 전환을 일으켰던 그가 새로운 책에서는 어떤 내용들을 반영했는지 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한국전쟁을 연구한 자료들이

 많은 편이다. 박명림의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이라는 책도 있고 정병준의 한국전쟁, 역사학의 시선으로 본 한국전쟁, 한국전쟁과 대중가요 기록과 증언이라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들은 참조용으로만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두께가 만만치 않고, 내용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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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6월호에서 재미있는 또 다른 기사는 바로 북한과 관련된 두 기사이다. 

첫번째 기사는 '중국은 북한을 경제로 보고 한국은 이념으로 바라본다'이고 두번째는 '고령화 남한, 젊은 북한 내치다'이다.
 

"국제사회의 제재 결의안 내용 중 유권해석이 필요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인프라 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관광 사업도 중단했지만, 중국은 북중 경제협력이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중국은 북한을 경제로 바라보지만, 한국은 이념으로 바라본다. 이념은 대결을 부르고, 경제는 협력을 부른다."
(133쪽,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2MB는 실용정부라는 말로 이념이 아닌 실용을 국정기조로 삼겠다고 했다. 이념과 실용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무의미한 경쟁과 갈등을 그만두고 상생하기 위한 방법을 찾겠다는 말로 들렸다. 하지만 2MB가 말하는 실용은 이념과 별반 다름을 찾을 수 없었다.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서 그렇다. 심지어 인도주의적 지원조차 이념에 의해 반대되었다. 천안함 사건이 아직 결론난 것이 없는데도 (처음 제기된 의혹들 중에 해결된 것은 없고 군당국의 거짓말만 드러나고 있는 형편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에 대한 대결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이야말로 실용주의가 필요한 때인데 말이다.

 

또 다른 기사 '고령화 남한, 젊은 북한 내치다'에서는 북한을 어떻게 실용주의적으로 봐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준다.

 

"중국이라는 변수를 생각하면, 남한 경제가 받을 타격은 더욱 명확해진다. ... '개성공단이 없을 때 많은 남한 기업들이 중국을 찾았다. 그러나 중국은 몇 년 안에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흡수해버린다.' 이는 기업자체로도 불운이지만, 남한 경제 전체로서도 불운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흡수된 기술을 이용해 남한과의 기술격차를 더 줄여왔기 때문이다. 남한이 북한과 교역한다는 것은, 남한 기업이 자신의 기술을 중국에 넘겨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남하는 북한과 교역함으로써 '중국의 남한 따라잡기'를 지연하는 효과도 얻고 있었던 것이다.

.... 지난해 9월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통일토리아, 북한 리스크 재평가>...에서 통일코리아가 40년 뒤인 2050년에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독일과 프랑스를 추월하여 세계 8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핵심 이유 중 하나가 고령사회로 접어들지만 기술이 뛰어난 남한과, 기술은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북한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 효과였다.

....

남한이 '싸워야 할 상대'는 이미 북한이 아니다. 대결 상대는 세계 경제대국이며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는 중국이다. 싸울 상대를 잘못 택해 싸운다면 그것은 자해에 다름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변수를 모두 넣어서 남북교역 중단에 따라 손익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

(135쪽, 김보근 한겨레기자) 
 

http://blog.daum.net/rainaroma/16098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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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6월호에는 "부자들은 왜 덜 벌어야 하나"라는 제목의 도발적인 기사가 떠 있다.  

  "대기업 회장들은 세계화가 깊이 진척된 경제세계에서 진화한다. 그들은 미국이나 영국 동료들의 것과 비교해 자신의 보수를 측정하며, 노동자 임금은 중국의 노동비용에 견줘 평가한다.

최저임금 노동자는 TV나 잡지를 통해 막대한 재산이나 황금 낙하산, 딜러들의 천문학적 보너스와 같은 멋들어진 장면을 바라보면서, 중국 노동자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에 행복해야 한다. "

(71쪽, 부자들은 왜 덜 벌어야 하나. 티에리 페슈)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며칠 전 최저 임금을 놓고 갈등이 있었다. 세계10위권 경제대국임을 자랑하면서 항상 선진국과 비교하지만 정작 최저임금을 이야기할 때는 그 대상이 달라진다. 기업 경영의 곤란을 이야기하면서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정작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 최저임금은 4,110원에서 올해 4,320원이 된 것이다. 일 8시간 주당 40시간을 일한다면 한달에 받는 돈은 100만원이 되지 않는다. 4인가족 최저생계비가 200만원에 육박하는 현실에 최저임금제는 최저생계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윗글에서 이런 모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경영인들은 그들의 보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자 노력한다. 물론 월가에 일하는 일년에 수천억씩 버는 CEO와 비교는 힘들겠지만 그런 극소수를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의 CEO들의 경우도 연 소득이 십억이 넘는 경우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어떠한가. 


정의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 경영인들의 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그들은 회사를 책임지기 때문에 그런 위험에 대한 보상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 현재의 경영인들이 과거의 경영인들보다 뛰어나다고 볼 근거도 전혀 없으며 회사가 위험해진다고 그들이 그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회사의 위험은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뿐이고 그들은 또 다른 회사나 기관의 경영인으로 쉽사리 옮겨간다. 그들만의 리그로...  


http://blog.daum.net/rainaroma/16098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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