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는 너무 순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온갖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좀더 세상을 살아내고 마음 속에 생긴 지옥을 몇 차례 지나고, 스스로 잠잠하게 견디는 법을 배우면서 깨달았다.한결같이 순하기 위해 얼마나 가혹한 성찰과 통제가 필요한지. 자극적인 시대이기에 이 낮은 목소리가 소중하다는 것도.
소설에서 느꼈던 다 자란 척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만화로 보니 더욱 재미가 없다. 더구나 이렇게 전형적아 소년만화 그림체로는.
메모에 대한 일반론이 아니라 케이스 스터디라는 점이 훨씬 가치있다. 몇몇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으로 일단 만족. 더 많은 사례를 알고 싶다.
편차가 크다. 이 시리즈의 이전 작품인 <흑백>은 매우 흥미로웠는데, 이번 책은 모호하고 다소 두서가 없다. 기담이라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흥미가 떨어졌다. 또한 새로운 캐릭터와 그들이 이야기가 한꺼번에 제시되면서 정보량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아쉽다.
"커서도 날 잊지 말고 기억해줘. 가끔씩 만이라도 좋으니까 (...) 쿠자 손이 갓 지은 밥처럼 따뜻하고 말랑말랑했다"(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