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 제4개역판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어문학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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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그 그림에서 내가 본 그 녀석은 어디에 있었던가? 아하 그래, 사해(死海)에서지, 등을 물위에 띄우고, 파라솔을 펼쳐 들고 책을 읽으면서. 애를 써도 가라앉을 수 없지: 염분이 너무 짙기 때문이야. 물의 무게, 아니, 물 속에 있는 몸의 무게가 무슨 무게와 동등하기 때문이지? 아니면 용적이 중량과 동일하기 때문인가? 아무튼 그와 비슷한 어떤 법칙이야. 고등학교 시절의 반스 선생이 손가락 마디를 후두둑 꺽으면서, 가르쳐 주었지. 학교 교과과정. 후두둑 교과과정. 그대가 무게라고 말할 때 정말이지 그 무게는 무슨 뜻일까? 매초 매초에 32피트. 낙체(落體)의 법칙: 매초 매초에. 모든 물체는 땅에 떨어진다. 지구. 지구 중력의 힘, 그것이 무게인 것이다.


(59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4개역판), <제5장. 목욕탕(로터스-이터즈)> 중에서

 

  * * *


그는 꽃을 바늘귀에서 정중하게 떼어, 그것의 거의 냄새 없는 냄새를 맡으며, 그걸 가슴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 꽃의 언어. 아무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여자들은 그걸 좋아하지. 아니면 남자들을 때려눕히기 위한 독(毒)의 꽃다발. 이어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면서 그는 다시 편지를 읽었다, 여기 저기 편지의 낱말을 중얼대면서. 화난 튤립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남자의 꽃 벌주어요 당신의 선인장 만일 당신이 하지 않으면 제발 불쌍한 물망초 얼마나 제가 그리워하는지 제비꽃 사랑하는 장미꽃 언제 우리들 곧 아네모네 만나다 모든 심술꾸러기 밤 행랑 아내 마사의 향기. 그는 편지를 모두 다 읽은 다음 신문지에서 그걸 꺼내 옆구리 호주머니 속에 도로 넣었다.


(64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4개역판), <제5장. 목욕탕(로터스-이터즈)> 중에서

 


 * * *


 

──── 오 하느님, 저희들의 피난처요 힘이시여……

 

블룸 씨는 말의 뜻을 포착하려고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영어다. 그들을 달래 주옵소서. 조금 기억이 나는군. 지난번 미사를 올린 이래로 얼마 만인가? 영광스런, 순결의 동정녀. 그녀의 배우자, 요셉. 베드로와 바울. 그것이 모두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으면 한층 재미있지. 훌륭한 조직이야 확실히, 시계 테이프처럼 잘 움직이지. 고백 성사.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바지. 그러고 나면 나는 모든 걸 당신에게 말해주겠소. 회개. 제발, 저를 벌주소서. 그들의 손에 쥐고 있는 위대한 무기야. 의사나 변호사보다 한층 더하지. 하고 싶어 죽고 못 사는 여인. 그러자 나는 쉬쉬쉬쉬쉬쉬. 그리고 당신은 샤샤샤샤샤 했던가? 그럼 당신은 왜 했소? 구실을 찾으려고 그녀의 반지를 내려다본다. 속삭이는 발코니 벽은 귀를 갖고 있지. 남편이 알면 깜짝 놀랄 거야. 하느님의 작은 희롱. 그런 다음 그녀는 밖으로 나온다. 살갗 깊이의 회개. 애교 있는 수치심. 제단의 기도. 아베마리아 그리고 성스러운 마리아. 꽃, 향기, 녹는 양초.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감춘다. 구세군 뻔한 흉내. 개심(改心)한 매춘부가 모임에서 간증(干證)을 할 테지. 어떻게 저는 주님을 발견했던가. 멍청한 자들 그들은 틀림없이 로마에 있지. : 자신들의 본색을 온통 드러내지. 그리고 그들은 또한 돈을 긁어모으지 않는가? 유산(遺産) 역시: 교구 사제에게 당분간 절대적으로 일임하는 거다. 문을 열어제치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나의 영혼의 휴식을 위한 미사들. 수도원과 수녀원. 저 퍼머나의 사제가 증인 석에서 진술을 하리라. 그를 위협해도 무용(無用). 그는 만사에 합당한 답변을 했던 거다. 우리들의 성모인 교회의 자유와 영광. 교회의 박사들: 그들이 무든 신학(神學)을 도안(圖案)해 냈지.

 

사제가 기도했다:

 

(68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4개역판), <제5장. 목욕탕(로터스-이터즈)> 중에서

 

  * * *


자 목욕을 즐기자: 깨끗한 물통, 차가운 에나멜, 잠잠한 미온(微溫)의 흐름. 이것이 나의 육체다.

 

그는 자신의 하얀 육체가, 벌거벗은 채, 온기의 자궁 속에서, 녹고 있는, 향내나는 비누에 의해 기름칠되어, 조용히 떠서, 탕 속에 한껏 뻗어 있는 것을 미리 그려보았다. 그는 그의 몸뚱이와 사지(四肢)가 잔물결을 일으키며 한결같이, 가볍게 위로 떠서, 노란 레몬 빛을 띠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배꼽, 육체의 꽃봉오리: 그리고 수풀 같은 까만 헝클어진 곱실 털이 떠있는 것을, 수천 자손의 무골(無骨)의 부(父)의 둘레를 흐르며 둥둥 떠 있는 털, 한 송이 나른한 꽃을 보았다.


(71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4개역판), <제5장. 목욕탕(로터스-이터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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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 제4개역판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어문학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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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푸줏간 주인은 쌓아 놓은 더미에서 두 장을 집어, 그녀의 상등품 소시지를 말아 싼 뒤, 붉은 얼굴을 찌푸려 보였다.


ㅡ 자, 아가씨, 그는 말했다.


그녀는 대담하게 미소 지으며, 굵은 팔목을 내밀어, 한 닢 동전을 치렀다.


ㅡ 고마워요, 아가씨. 그리고 거스름돈이 1실링 3페니. 자, 댁은?


블룸 씨는 재빨리 가리켰다. 그녀를 뒤쫓아 따라잡기 위해 만일 그녀가 천천히 걸으면. 그녀의 움직이는 햄 엉덩이 뒤를. 아침에 맨 먼저 그걸 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야. 서둘러요, 젠장. 햇빛이 비칠 동안에 건초(乾草)를 말려야. 그녀는 푸주 바깥의 햇빛 속에 선 다음, 오른쪽으로 어슬렁어슬렁 나른한 기분으로 걸어갔다. 그는 숨을 코 아래로 몰아 내쉬었다: 여자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지. 소다에 튼 손. 껍질이 두꺼운 발톱 역시. 그녀를 양쪽으로 막고 있는, 누더기 진갈색 망토. 무시하려는 통증이 그의 가슴속에 가냘픈 기쁨을 불 질렀다. 다른 녀석을 위한 거다: 이클레스 골목길에서 그녀를 끌어안는 한 비번(非番) 순경. 사내들은 끌어안기에 꼭 알맞은 여자를 좋아하지. 상등품 소시지야.


(48∼49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4개역판), <제4장. 이클레스가 7번지(칼립소)> 중에서

 


조용히 그는 읽어 나갔다, 스스로를 힘을 주면서, 첫째 단을, 그리고 굴복하면서 그러나 버티면서, 둘째 단을 읽기 시작했다. 반쯤 와서, 그의 최후의 저항을 버티며, 어제 있었던 약간의 변비증이 완전히 가시도록 계속 끈기 있게 읽으면서, 그가 읽자, 그의 창자가 조용히 후련하게 되었다. 지나치게 커서 치질이 재발하지 않아야 할 텐데. 아니야, 됐어. 그래. 아하! 변비증. 카스카라 사그라다 한 알을. 인생도 이랬으면.


(56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4개역판), <제4장. 이클레스가 7번지(칼립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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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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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의 눈을 떠라. 나는 떠야지. 잠깐. 그 아래로 모든 것이 다 사라져 버렸나? 만일 내가 눈을 떠도 영원히 검은 불투명 속에 잠겨 있다면. '바스타(됐어)!' 내가 볼 수 있나 봐야지.

 

자 보라. 네가 없더라도 거기 언제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테지, 무극(無極)의 세계가.

 

(98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3. 프로테우스> 중에서

 

 


 * *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한 권에 문자 한 개씩을 표제(表題)로 삼아 네가 쓰려고 했던 책들. 자넨 그의 에프(F)를 읽었나? 암 읽었지, 그러나 난 큐(Q)가 더 좋아. 그래, 하지만 더블류(W)가 근사하지. 오 그래, 더블류. 초록빛 타원형 잎사귀에, 깊이깊이 몰두하여, 쓴 현현(顯現)(에피파니)들, 만일 네가 죽더라도 알렉산드리아를 포함하여, 세계의 모든 큰 도서관들에다 기증하게 될 너의 책들을 기억하라. 수 천년, 억만 년 후에도 어떤 이가 거기서 읽게 되리라. 피코 델라 미란돌라처럼. 하아, 바로 고래(鯨) 같은 이야기. 우리가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 버린 저자(著者)의 이러한 신기한 책을 읽게 되면 그 저자와 자신이 한때 같이 있는 기분이 들지

 

(105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3. 프로테우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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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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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더 이상 세상에 없었다: 불에 탄 나뭇개비 같은 떨리는 뼈대. 자단(紫檀)과 젖은 재 냄새. 그녀는 그가 발 밑에 짓밟히는 것으로부터 구했으며, 거의 삶 같은 삶을 살아 보지도 못한 채, 사라져 갔다. 천국으로 가버린 불쌍한 영혼: 그리하여 거친 황야 위에 깜빡이는 별 아래, 털 속에 노획물의 붉은 악취 품기는, 한 마리의 여우가, 무자비하게 반짝이는 눈으로, 흙 속을 파헤쳤다, 귀를 기울였다, 흙을 긁어모았다, 귀를 기울였다, 파헤치고 또 파헤쳤다.


(79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2. 네스토르> 중에서

 

  * * *

 

──── 3파운드 12실링, 그는 말했다. 그것으로 됐으리라 생각하네.

 

──── 감사합니다, 선생님, 스티븐이, 수줍어하듯 급히 돈을 모두 쓸어모으면서 그리고 바지 주머니 속에 한꺼번에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 전혀 감사할 것 없네, 디지씨가 말했다. 자네가 번 것이니까.

 

스티븐의 손이, 다시 풀려, 공허한 조가비에로 되돌아갔다. 역시 미(美)의 그리고 권력의 상징들. 내 호주머니 속의 한 덩어리: 탐욕과 참담(慘憺)으로 얼룩진 상징들.

 

(82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2. 네스토르> 중에서

 

 

 * * *


 

──── 왜냐하면 자네는 저축을 하지 않기 때문이야, 디지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자네는 아직 돈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어. 돈은 힘이야. 자네도 나만큼 살아 보면. 나는 알아, 나는 알지. "만일 젊은이 알기만 하면." 그러나 세익스피어는 뭐라고 말하지? "돈만은 그대의 지갑에 넣어 두라," 고.

 

──── 이아고지요, 스티븐이 중얼거렸다.


(83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2. 네스토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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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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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 구름이, 보다 짙은 녹색의 만(灣)을 그림자 드리우면서, 천천히, 완전히, 해를 가리기 시작했다. 바다는 그이 아래 놓여 있었으니, 쓰디쓴 담액의 사발. 퍼거스의 노래: 나는 홀로 집에서 그걸 불렀지, 길고 암울한 화음을 유지하면서. 그녀의 방문은 열려 있었지: 그녀는 나의 음악을 듣고 싶어했지. 두려움과 연민으로 말이 막힌 채 나는 그녀의 침대가로 갔었지. 그녀는 비참한 침대에서 울고 계셨지. 그 가사(歌詞) 때문에, 스티븐: 사랑의 쓰라린 신비 말이야.

 

지금은 어디에?


(48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1. 텔레마코스> 중에서

 

 * * *


꿈속에, 묵묵히, 그녀는 그에게 다가왔었다. 헐거운 수의(壽衣)에 싸인 그녀의 버림받은 육체, 밀랍과 자단(紫檀)의 냄새를 풍기며, 들리지 않는 비밀의 말로써 그를 덮쳤던, 그녀의 숨결, 젖은 재의 몽롱한 냄새.

 

죽음으로부터 노려보는, 그녀의 반짝이는 눈, 나의 영혼을 흔들어 꺾어 놓여려고. 나 혼자만을. 그녀의 번뇌를 비춰주는 귀신촛불. 고통받는 얼굴 위의 귀신 같은 불빛. 공포 속에 그르렁거리는 그녀의 거칠고 큰 숨결. 그 동안 모두들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나를 때려눕히려고 내게 쏟은 그녀의 눈. "릴리아따 루띨란띠움 떼 꼰페소룸 뚜르마 치르쿰데뜨 : 이우빌란띠움 떼 비르기눔 엑치삐아뜨(백합처럼 밝고 반짝이는 한 무리의 참회자들이 그대를 둘러싸게 하소서. 처녀들의 영광의 합창대가 그대를 맞이하게 하소서)."

 

망귀(亡鬼)여! 시체를 씹는 자여!

 

아니에요, 어머니! 나를 그대로 살게 내버려둬요.


(49-50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1. 텔레마코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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