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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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유럽에서의 도덕은 무리 동물의 도덕이다

 

우리가 이미 백 번도 더 말해왔던 것을 다시 한번 말해보자 : 왜냐하면 오늘날 사람들의 귀는 그러한 진리ㅡ우리들의 진리ㅡ를 듣는 데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일반적으로 인간을 비유도 사용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동물로 간주한다면, 얼마나 모욕적으로 들릴 것인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바로 '현대적 이념'을 지닌 인간에 관해 끊임없이 '무리', '무리 본능'이라는 표현 따위를 사용하는 것은 거의 우리의 잘못이라고 평가받게 될 것이다.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우리는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바로 여기에 우리의 새로운 통찰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중요한 도덕적인 판단에서 유럽의 영향력이 미치는 나라들도 포함하여 유럽이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되었음을 우리는 발견했다 : 유럽 사람들은 소크라테스가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 저 고대의 유명한 뱀이 일찍이 가르쳐준다고 약속했던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 ㅡ 사람들은 오늘날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를 '알고 있다.' 우리가 여기에서 알 수 있다고 믿으며 여기에서 칭찬이나 비난으로 자기 자신을 예찬하고 자기 스스로 선이라 부르는 것이 무리 동물인 인간의 본능이라고 언제나 새롭게 주장한다면, 이제 이는 혹독하게 들리고 귀에 거슬릴 수도 있다 : 이 본능은 갑자기 나타나 다른 본능들을 넘어서는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우세해졌으며, 그것의 징후인 생리적인 친근성과 유사성이 커짐에 따라 그 본능은 더욱 우세해진다. 오늘날 유럽에서의 도덕은 무리 동물의 도덕이다 : ㅡ 따라서 이것은 우리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일종의 인간적인 도덕에 불과하며 그것과 나란히 그것 앞에 그것 뒤에 다른 많은 도덕이, 무엇보다 좀더 차원 높은 도덕이 가능하며, 가능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은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 그러한 '해야만 한다'에 대해 온 힘을 다해 방어하게 된다 : 이 도덕은 "나는 도덕 자체이며, 그 외의 것은 어느 것도 도덕이 아니다!"라고 완강하고 냉혹하게 말한다. ㅡ 가장 숭고한 무리 동물의 욕구에 따르고 아부했던 종교의 도움으로, 우리는 정치 · 사회 제도에서조차 언제나 이러한 도덕이 좀더 명백하게 표현되어 있음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5장 도덕의 자연사>, 제20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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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것이 도덕적 관념이다

 

이제 대립적인 충동들과 경향이 도덕적인 영예를 얻게 된다. 무리 본능은 한 단계 한 단계 그 결론을 이끌어내게 된다. 어떤 의견 속에, 어떤 상태와 정동 속에, 어떤 의지 속에, 어떤 재능 속에 공공에 위험한 것, 평등을 위험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많고 적게 있는가 하는 것, 이제 이것이 도덕적 관점이다 : 공포는 여기에서도 다시 도덕의 모체가 된다. 만일 최고의 강력한 충동이 정열적으로 터져나와, 개인이 무리적 양심의 평균과 낮은 곳을 뛰어넘어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게 한다면, 이러한 충동으로 인해 공동체의 자의식은 땅에 떨어지게 되고, 그 척추와 같은 공동체의 자신에 대한 믿음은 깨지게 된다: 따라서 바로 이러한 충동은 가장 잘 낙인 찍혀 비난받게 된다. 고고한 독립적인 정신, 홀로 살려는 의지, 커다란 이성은 이미 위험한 것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개인을 무리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이웃에게 공포를 주는 모든 것은 이제부터는 악이라고 불리게 된다. 적당하고 겸손하고 스스로 적응하며 동등하게 대하는 심성, 욕구의 평범함이 도덕적 이름과 명예를 얻게 된다. 결국 매우 평화로운 상태 아래 자신의 감정을 엄격하고 혹독하게 단련시킬 기회와 필요성은 사라진다. 이제 모든 엄격함은 정의에서조차 양심을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고상하고 준엄한 품위와 자기 책임감은 거의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며 불신을 일깨우고, '유순한 인간'이, 더욱 '우둔한 인간'이 존경을 받게 된다. 사회의 역사에는 병적인 연약화와 유약화가 일어나는 시점이 있는데, 이때에는 사회 자체가 스스로를 훼손시키는 자, 범죄자의 편을 들게 되며 더욱이 진지하고 숨김없이 편을 들게 된다. 처벌, 이것은 그 사회의 어느 곳에서는 부당한 것처럼 보인다. ㅡ '처벌'과 '처벌을 해야만 한다'는 관념이 사회를 고통스럽게 하고 사회에 공포를 주는 것은 자명하다. "그를 위험하지 않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왜 처벌까지 해야만 하는가?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무서운 일이 아닌가!" ㅡ 이러한 물음으로 무리의 도덕, 공포의 도덕은 마지막 결론을 이끌어낸다. 만일 일반적으로 두려움의 원인이 되는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면, 이러한 도덕도 함께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러한 도덕은 더 이상 필요없게 될 것이며, 그것이 스스로를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ㅡ 오늘날 유럽인의 양심을 음미해본 사람은 수천 개의 도덕적인 비밀스러운 숨바꼭질에서 언제나 같은 명법을, 즉 "우리는 언젠가는 더 이상 두려워할 만한 것이 없기를 원한다!"는 무리 공포심의 명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ㅡ 그곳을 향한 의지와 길은 오늘날 유럽 어느 곳에서나 '진보'라고 불리고 있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5장 도덕의 자연사>, 제20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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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같은 인간_알키비아데스, 카이사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종족들이 상호 뒤섞이는 해체의 시대에 살고 있는 인간은 그 스스로 다양한 유래의 유산을 몸 안에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때로는 단지 대립할 뿐만 아니라 서로 싸워 좀처럼 안식할 줄 모르는 충동과 가치 척도를 몸에 지니고 있다. ㅡ 말기 문화와 쇠약한 빛을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인간은 평균적으로 허약한 인간일 것이다 : 그가 근본적으로 갈망하는 것은 그 자신의 상태이기도 한 이 싸움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다. 행복이란 그에게는 진정 작용을 하는 (예를 들면 에피쿠로스적이거나 그리스도교적인) 약이나 사고방식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며, 주로 휴식, 안정, 궁극적 통일의 행복, 즉 그 자신이 그러한 인간이었던 거룩한 수사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에 따르면 "안식일 중의 안식일"처럼 보인다. ㅡ 그러나 그러한 본성을 지닌 사람에게 모순과 싸움이 삶을 고무하고 북돋우는 자극으로 작용하고 ㅡ , 다른 한편 그의 강력하고 화해하기 어려운 충동에 덧붙여 또한 자기 자신과 싸울 때의 자기 자신만의 능숙함과 세련됨이, 즉 자기 지배와 자기 기만이 유전되고 육성되어 있다면, 그때는 저 매력적인 파악하기 어려운 인간, 상상할 수 없는 인간, 저 승리하고 유혹하도록 미리 운명지어진 수수께끼 같은 인간이 출현하게 된다. 그 수수께끼 같은 인간이 가장 훌륭하게 표현된 인물이 알키비아데스Alcibiades와 카이사르Caesar이며, 예술가 중에서는 아마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일 것이다. 이들은 안식하고자 갈망하는 저 허약한 유형의 인간들이 전면에 나타나는 바로 그때 나타난다 : 이 두 유형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같은 원인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5장 도덕의 자연사>, 제20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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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이라는 무리의 본능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어느 시대든지 무리를 이룬 인간 집단 역시 존재했으며(씨족 연합, 공동체, 부족, 민족, 국가, 교회), 언제나 소수의 명령하는 자에 비해 복종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았다. ㅡ 즉 복종이란 지금까지 인간들 사이에서 가장 잘 그리고 오랫동안 훈련되고 훈육되어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제 당연히 각 개인은 평균적으로 일종의 형식적인 양심으로, "너는 어떤 것을 무조건 해야만 하고, 또 어떤 것을 무조건 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하는 것, 즉 간단히 말하자면 "너는 해야만 한다"고 명령하는 그러한 욕구를 타고 났다고 전제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욕구는 만족하고자 하며 형식을 내용으로 채우고자 한다. 이때 그것은 자신의 강함, 성급함, 긴장에 따라 거친 식욕처럼 닥치는 대로 손을 뻗치며, 그 어떤 명령자 ㅡ 부모, 선생, 법률, 신분상의 편견, 여론 ㅡ 의 말이 그의 귀에 들려오면 이를 받아들인다. 인류의 발전이 기이하게도 제약되어 있고 지체하며 오래 끌고 힘들어하거나 종종 역행하고 발전 과정을 선회하는 것은 명령의 기술을 희생하는 대가를 치르면서 복종이라는 무리의 본능이 가장 잘 유전된 것에서 기인한다. 이 본능이 무절제의 극단까지 가는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면, 마침내 바로 명령권자나 독립적인 인간은 없어지게 된다. 또는 그들은 내면적으로 양심의 가책에 괴로워하게 되며 명령하기 위해서는, 말하자면 그들 역시 마치 복종만 했던 것처럼, 우선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오늘날 유럽에서는 이러한 상태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 나는 이것을 명령하는 자들의 도덕적 위선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양심의 가책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은 좀더 오래되고 한층 더 높은 명령(선조나 헌법, 정의, 법률이나 신의 명령)을 실행하는 자로 꾸미거나 아니면 스스로 무리의 사고방식에서 무리의 원리를 빌려서, 예를 들면 '그 국민의 제일의 공복'이나 '공공복리의 도구'로 꾸며 행동하는 길만을 알 뿐이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5장 도덕의 자연사>, 제19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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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에서의 노예 반란

 

유대인들ㅡ타키투스Tacitus나 고대 세계 전체가 말한 바로는 '노예로 태어난' 민족, 그들 스스로 말하고 믿기로는 '모든 민족 가운데 선택된 민족' ㅡ 이 가치의 전도라는 저 기적적인 일을 해냈다. 그 덕분에 지상에서의 삶은 몇천 년 간 새롭고 위험한 자극을 받아왔다 : ㅡ 그들의 선지자들은 '부(富), '무신', '악', '폭력', '관능'을 하나로 융합해 처음으로 '세상'이라는 말을 욕된 단어로 주조했다. 이러한 가치의 전도('가난함'을 나타내는 말을 '성스러움'이나 '친구'와 동의어로 사용한 것이 이에 속한다)에 유대 민족의 의의가 있다 : 그들과 더불어 도덕에서의 노예 반란이 시작된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5장 도덕의 자연사>, 제19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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