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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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와 셰익스피어의 경우

 

예를 들어 우리는 다시 호메로스를 : 어떤 고귀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 (호메로스의 광막한 정신을 비난했던 생 테브르몽Saint-Evremond 같은 17세기 프랑스인들이나, 그 세기 마지막 인물인 볼테르조차도) 쉽게 소화할 수 없었으며 ㅡ 거의 즐길 수조차 없었던 호메로스를 우리가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아마 우리의 가장 행복한 우월성일 것이다. 그들 미각의 매우 단호한 긍정과 부정, 쉽게 일으키는 그들의 구토, 온갖 이질적인 것에 대해 머뭇거리는 신중함, 활발한 호기심이 가지고 있는 몰취미 자체에 대한 그들의 경계심, 그리고 일반적으로 어떤 새로운 탐욕이나 자기 것에 대한 불만, 또는 이질적인 것에 대한 경탄을 스스로 인정하는 고상하고 자족적인 모든 문화가 가지고 있는 저 나쁜 의지 : 이 모든 것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소유가 아니거나 노획물이 될 수 없는 것이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라 해도 호의를 보이지 않는다.그리고 이와 같은 인간들에게는 바로 역사적 감각이나 거기에 굴종하는 천민적 호기심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감각은 없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도 경우가 다르지 않다. 이 놀라운 스페인식과 무어식, 색슨적인 취미의 종합을 보았다면, 아이스킬로스와 친교가 있던 고대 아테네 사람들이라면 반쯤 죽도록 웃거나 화를 냈을 것이다 : 그러나 우리는 ㅡ 바로 이러한 거친 다채로움을, 가장 섬세한 것과 조야한 것, 예술적인 것의 혼합을 은밀히 신뢰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비축된 예술의 정수로 셰익스피어를 즐기며, 이때 그의 예술과 취미가 살아 있는 영국 천민의 불쾌한 수증기가 근처에 감돈다 해도 거의 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나폴리의 키아야 천민 지역의 하수구 냄새가 공기 중에 떠다닌다 해도,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매혹된 채 즐거이 우리의 길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7장> 우리의 덕, 제22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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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멸하는 법

 

자신의 적을 사랑한다? 이것은 잘 배워온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이것은 오늘날 크든 작든 수천 가지 모습으로 일어나고 있다. 때로는 참으로 더욱 고귀한 일들이, 더욱 숭고한 일들이 일어난다 ㅡ 우리는 우리가 사랑할 때, 특히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할 때, 경멸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 ㅡ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일은 무의식적으로 소란스럽지 않게 가식도 없이 그리고 격식을 차린 말이나 도덕의 형식을 입에 담지 못하게 하는 저 선의의 부끄러움이나 감춤으로 행해지고 있다. 태도로서의 도덕 ㅡ 이는 오늘날 우리의 취향에 거슬린다. 이것도 하나의 진보다 : 마치 종교에 대한 적대감과 볼테르식의 신랄함(그리고 과거 자유정신의 몸짓 언어에 속했던 모든 것)을 포함하여 결국 태도로서의 종교가 취향에 거슬렸다는 사실이 우리 선조에게는 진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양심에는 음악이, 우리의 정신에는 춤이 있으며, 그 어떤 청교도의 연도(連禱)도 그 어떤 도덕의 설교나 속물주의도 거기에 음조를 맞출 수 없을 것이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7장> 우리의 덕, 제21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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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태어나기 위해

 

철학자가 태어나기 위해 많은 세대가 미리 기초작업을 했음이 틀림없다. 철학자의 덕은 모두, 즉 사상의 대담하고 경쾌하고 부드러운 발걸음과 진행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커다란 책임을 기꺼이 지고자 하는 각오, 지배자적인 눈길과 내려다보는 눈길의 고귀함, 대중과 그들의 의무나 미덕에서 스스로 격리되어 있다는 감정, 신이든 악마든 오해받고 비방받는 사람들을 상냥하게 보호하고 변호하는 것, 위대한 정의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 명령하는 기술, 의지의 폭넓음, 좀처럼 찬미하지 않고 우러러보지 않고 사랑하지도 않는 서서히 움직이는 눈 등은 하나하나 획득되고 보호되고 유전되고 동화된 것임이 틀림없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6장 우리 학자들>, 제21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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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함'의 개념

 

소크라테스의 시대에는 오직 피로에 지쳐버린 본능의 인간들이 있어 보수적인 아테네인들은 태평하게 살아갔으며 ㅡ 말로는 '행복을 위한다'고 하지만, 행동하는 것은 쾌락을 추구하면서 ㅡ 이 경우 그들의 삶이 이미 오래 전부터 그들에게 권리를 주지 않았던 낡은 미사여구를 여전히 입에 담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아마도 영혼의 위대함 때문에 아이러니가 필요했던 것이며 늙은 의사와 천민의 저 소크라테스적인 악의에 찬 확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즉 이 확신은 '고귀한 사람들'의 살과 가슴을 베어내듯이 무자비하게 자기 자신의 살을 베어내고, 그 눈초리로는 "너희들은 내 앞에서 거짓을 꾸미지 말라! 여기서 ㅡ 우리는 평등하다!" 라고 충분히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에는 반대로 유럽에서 무리 동물만이 영예를 얻고 분배하며, '권리의 평등'은 너무나 쉽게 옳지 않은 평등으로 전환될 수 있다 : 나는 모든 드문 것, 낯선 것, 특권적인 것, 보다 높은 인간과 영혼, 더욱 높은 의무와 책임, 창조적인 힘의 충일과 지배권을 공동으로 얻기 위한 싸움을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자 한다 ㅡ 오늘날 고귀하다는 것, 독자적인 존재가 되고자 한다는 것, 달리 존재할 수 있다는 것, 홀로 선다는 것, 자신의 힘으로 살아야만 한다는 것이 '위대함'의 개념에 속한다. 그리고 철학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할 때, 자기 자신의 이상의 단면을 보이게 된다 " "가장 고독한 자, 가장 은폐된 자, 가장 격리된 자, 선악의 저편에 있는 인간, 자신의 덕의 주인, 의지가 넘쳐나는 자가 될 수 있는 자가 가장 위대한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하면서도 전체적이고 폭이 넓으면서도 충만할 수 있다는 이것이야말로 위대함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물어보자 : 오늘날 위대성이라는 것이 가능한가?

 

- 니체, 『선악의 저편』, <제6장 우리 학자들>, 제2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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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철학자는 명령하는 자이자 입법자

 

그러나 진정한 철학자는 명령하는 자이자 입법자이다 : 그들은 "이렇게 되어야만 한다!" 라고 말한다. 그들은 우선 인간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와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하는가를 규정하며, 이때 모든 철학적 노동자와 과거를 극복한 모든 자의 준비 작업을 마음대로 처리한다. ㅡ 그들은 창조적인 손으로 미래를 붙잡는다. 이때 존재하는 것, 존재했던 것, 이 모든 것은 그들에게는 수단이 되고 도구가 되고 해머가 된다. 그들의 '인식'은 창조이며, 그들의 창조는 하나의 입법이며, 그들의 진리를 향한 의지는 ㅡ 힘에의 의지이다. ㅡ 오늘날 이와 같은 철학자들이 존재하는가? 이미 이러한 철학자들이 존재했던가? 이러한 철학자들이 존재해야만 하지 않을까? ······

 

- 니체, 『선악의 저편』, <제6장 우리 학자들>, 제21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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