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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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베토벤, 루소, 실러, 셸리, 바이런

 

'좋았던 옛' 시절은 지나갔다. 그 시절은 모차르트에 의해 다 노래로 불리었다 : ㅡ 그의 로코코풍은 아직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그의 '훌륭한 사교'와 그의 부드러운 열광이, 중국적인 것이나 당초무늬 장식에 대한 그의 어린아이 같은 즐거움이, 그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중함이, 우아한 것, 사랑스러운 것, 춤추는 것, 눈물 어릴 정도의 황홀한 것을 향한 그의 갈망이, 남국적인 것에 대한 그의 믿음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무엇에 아직은 호소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행운인가! 아, 언젠가는 이러한 것도 사라지게 되리라! ㅡ 그러나 베토벤에 대한 이해와 감상이 더 빨리 사라지게 되리라는 것을 누가 의심할 수 있겠는가! 그는 실로 양식의 변화와 양식 파손의 여운에 지나지 않았으며, 모차르트처럼 수세기에 걸친 위대한 유럽적 취미의 여운은 아니었다. 베토벤은 끊임없이 부서지는 흐늘흐늘해진 옛 영혼과 끊임없이 다가오는 미래의 너무 젊은 영혼 사이의 중간 사건이었다. 그의 음악에는 영원히 상실해가는 것과 영원히 무절제한 희망 사이의 희미한 빛이 비추고 있다. ㅡ 루소와 더불어 꿈꾸고 혁명이라는 자유의 나무 주위에서 춤추고 마침내 나폴레옹을 거의 떠받들다시피 되었을 때, 유럽을 흠뻑 적셨던 빛이 이와 똑같았다. 그러나 이제 바로 이러한 감정은 얼마나 빨리 퇴색되어가고, 오늘날 이러한 감정에 대해 아는 것마저 이미 얼마나 어렵게 되었는가, ㅡ 저 루소, 실러F.Schiller, 셸리Shelley, 바이런Byron의 언어가 우리의 귀에는 얼마나 생소하게 들리는가, 베토벤에게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유럽의 똑같은 운명이 이들 모두에게서 함께 언어의 길을 찾아냈던 것이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8장 민족과 조국>, 24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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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독일인이 알고 있는 가장 위험하고 가장 행복한 가장(假裝)

 

이 영혼의 가계 운영 전체는 얼마나 무질서하면서도 풍부한 것인가! 독일인은 자신의 영혼을 질질 끌고 간다. 그는 자신이 체험하는 것을 모두 질질 끌고 간다. 그는 자기에게서 일어난 일들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고, 그것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 독일적 깊이는 때로는 '소화'하기 힘들어 머뭇거리는 것에 불과하다. 지병이 있는 모든 사람, 모든 소화불량 환자들에게는 편안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는 것처럼, 독일인은 '솔직함'과 '우직함'을 사랑한다 : 솔직하고 우직하다는 것이 얼마나 편안한가! ㅡ 독일적 성실함이 갖고 있는 이 신뢰할 수 있고 친절하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아마 오늘날 독일인이 알고 있는 가장 위험하고 가장 행복한 가장(假裝)일 것이다 : 이것은 독일의 참된 메피스토펠레스적 기교이며 이것으로 그는 '한층 더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독일인은 사태가 진행되는 대로 내버려두고 더욱이 성실하고 푸르고 공허한 독일적 눈으로 바라본다. ㅡ 그래서 즉시 외국인은 그를 그의 잠옷으로 혼동하게 된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8장 민족과 조국>, 24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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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맥주와 독일 음악과 결탁하여 전 유럽을 독일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괴테는, 피히테에 관해서는 장 파울이 옳다고 인정하긴 했어도, 독일인에 관해서는 아마도 장 파울과는 달리 생각했던 것 같다. 도대체 괴테는 독일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던 것일까? ㅡ 그러나 그는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많은 일에 관해 결코 명료하게 말한 적이 없으며 평생 미묘한 침묵을 지켜왔다. ㅡ 아마도 그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괴테로 하여금 좀더 즐거운 마음으로 쳐다보게 만든 것, 그것은 '자유전쟁'도 아니었고 프랑스 혁명도 아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ㅡ 그가 그 때문에 자신의 파우스트, 아니 '인간'이라는 전체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하도록 한 사건은 나폴레옹의 출현이었다. 괴테의 말 가운데는 그가 마치 외국 태생인 것처럼 독일인들이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 것에 대해 성급하게 준열히 혹평하는 것이 있다 : 이 유명한 독일의 정서를 그는 언젠가 '타인과 자기 자신의 약점을 관용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린 적이 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이 옳지 않은 것인가? ㅡ 독일인의 특징은 그들에 관해 무엇이라고 말하든 그것이 완전히 그릇된 일이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영혼은 여러 가지 통로와 샛길들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으며, 그 안에는 동굴들과 은식처와 성(城)의 지하감옥이 있다. 그 무질서는 신비스러운 것의 매력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 독일인은 혼돈에 이르는 샛길을 잘 알고 있다. 모든 사물이 자신의 비유를 사랑하듯이, 독일인은 구름을 사랑하고, 불명료하고 생성하고 있으며 어슴푸레하고 축축하고 가려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 : 즉 모든 종류의 불확실한 것, 형태가 갖추어지지 않은 것, 위치가 바뀌는 것, 성장하는 것을 독일인은 '깊다'고 느낀다. 독일인 자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생성 중이며, '발전해간다.' 따라서 '발전'은 철학 형식이라는 거대한 왕국에서의 진정한 독일적 발견이요, 성공작이었던 것이다 : ㅡ 이 주도적인 개념이야말로 독일 맥주와 독일 음악과 결탁하여 전 유럽을 독일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독일 영혼의 밑바닥에 있는 모순의 본성(이를 헤겔은 체계화하고, 마지막으로 리하르트 바그너는 다시 음악으로 작곡했다)이 그들에게 내어주는 수수께끼 앞에서 경악하면서도 매혹되고 있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8장 민족과 조국>, 24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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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민주화는 본의 아니게 전제적 지배자를 길러내는 것을 준비하는 것

 

오늘날 유럽인의 특징으로 구하게 되는 것을 이제 '문명', '인간화' 또는 '진보'라고 불러보자. 칭찬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정치적 문구를 빌려 이를 간단하게 유럽의 민주화 운동이라고 말해보자 : 이러한 문구로 표시되는 모든 도덕적·정치적 전경의 배후에는 점점 더 도도히 흐르려는 어떤 거대한 생리학적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ㅡ 이는 유럽인들이 닮아가는 과정이며, 풍토적으로나 신분상으로 제약된 인종을 발생시키는 여러 조건들에서 유럽인이 점차 해방되는 과정이며, 그들이 수세기 동안 동일한 요구를 심신에 새겨 넣고 싶어 했던 모든 특정 환경에서 점차 독립해간다는 것이다. ㅡ 그러므로 생리학적으로 말해, 최대의 적응술과 적응력이 전형적인 특징인 본질적으로 초국가적이고 유목민(노마드)적인 종류의 인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생성되어가는 유럽인이라는 이 과정은 커다란 반동이 있어 속도가 지체될 수도 있지만, 아마 바로 이 때문에 격렬함과 깊이를 얻게 되고 이러한 것들은 증대 발전하게 될 것이다 ㅡ 지금도 여전히 미쳐 날뛰고 있는 '민족 감정'의 질풍노도도,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 막 나타나고 있는 무정부주의도 여기에 속한다 : 이 과정은 아마도 '현대적 이념'의 사도인 소박한 후원자나 찬양자가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대체로 인간이 평준화되고 평범화되는 ㅡ 유용하고 근면하며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는 재주 있는 무리 동물적 인간이 형성되는 ㅡ 조건과 같은 새로운 조건들은 가장 위험하고 매력적인 성질을 지닌 예외적 인간을 발생시키는 데 대단히 적합하다. 즉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건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각 세대마다 거의 매 십 년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적응력은 강력한 인간 유형을 전혀 만들지 못하게 한다. 그러한 미래의 유럽인에 관한 전체 인상이란 아마 그날 그날의 빵이 필요하듯 주인과 명령하는 자가 필요하며, 여러모로 수다스럽고 의지가 박약한 극히 재주 있는 노동자에 관한 인상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유럽의 민주화는 가장 미묘한 의미에서 노예 근성을 준비하는 인간 유형을 산출하는 데 이르게 된다. 이에 대해 개별적이고 예외적인 경우 강한 인간은 그의 교육이 편견 없이 이루어지고 엄청나게 다양한 훈련, 기술, 가면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아마 지금까지 이르렀던 것보다 더 강하고 풍부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었다 : 동시에 유럽의 민주화는 본의 아니게 전제적 지배자를 ㅡ 이 용어를 모든 의미에서, 또한 가장 정신적인 의미에서 이해한다면 ㅡ 길러내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된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8장 민족과 조국>, 24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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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애나 애향심의 그와 같은 격세유전적인 발작

 

우리보다 더욱 둔중한 정신을 지닌 사람들은 우리의 경우에 몇 시간에 한정되어 몇 시간 안에 끝내게 될 일을 그들이 소화해내고 '신진대사'를 하는 속도와 힘에 따라, 어떤 사람은 반 년 만에, 어떤 사람은 반평생에 걸쳐 훨씬 긴 시간을 들임으로써 비로소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조국애나 애향심의 그와 같은 격세유전적인 발작을 극복하고 다시 이성으로, 말하자면 '선한 유럽 세계'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급속히 변해가는 우리의 유럽에서도 반세기 정도가 필요할지 모르는 우둔하고 머뭇거리는 인종이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8장 민족과 조국>, 24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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