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땅이지만 여느 지방과는 풍물과 풍습이 참 많이 다르다는 걸 이번에 다시금 느꼈다. 말은 특히 더하다. 제주도 토박이 아줌마들끼리 나누는 대화는 웬만큼은 커녕 거의 알아듣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모처럼 직원들끼리 2박3일로 여기저기 쏘다니며 보고 온 풍경들을 정리해 본다.

 

 

 - 금요일 저녁 비행기로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 저녁 메뉴는 '제주 흑돼지'

 

 

 - 이튿날 오전 첫 관광지는 '쇠소깍'

 

 

 - 계곡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인데 물빛이 예사롭지 않다.

 

 

 - '쇠소깍'은 사전 예약이 안 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오전에 카누를 즐기려면 새벽에 와서 줄을 서야 한다.

 

 

 - 햇살이 눈부신 이른 아침에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새벽'을 아낌없이 투자한 사람들이다.

 

 

 - 다음 코스는 '정방폭포'

 

 

 - 오랜만에 다시 와 보니 폭포로 가는 길을 아주 잘 정비해 놓았다.

 

 

 - 토요일 오전인데도 인파들이 넘쳐난다

 

 

 - 폭포에서 멀치감치 떨어진 곳에선 멍게, 해삼, 문어 등등을 팔고 있다.

   '한라산 소주'에 곁들인 멍게 맛이 정말 그만이었다.

 

 

 - 천 년 가까이 된 비자나무 수천 그루가 군락을 이룬 '비자림'

 

 

 - 비자림에서 가까운 바닷가인 '월정리 앞바다'

 

 

 - 월정리 앞바다는 '카페촌'으로도 유명하다고. 커피 한 잔 마시며 바닷가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 제주도는 어딜 가나 커플들로 넘쳐나지만 이곳 월정리 앞바다를 찾은 커플들은 좀 요란(?)하다.

 

 

 

 - '썩어도 준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저렇게 죽 매달아 놓고 말리는 생선이 '준치'는 '물론' 아니다.

 

 

 - '김녕 해안도로'를 달리며 내다본 바닷가 풍경. 홀로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저 여행객은 어디서 왔을까.

 

 

 - 해가 저물도록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끝에 당도한 바닷가 횟집.

 

 

 - 은갈치, 줄돔, 고등어, 산오징어, 간장게장, 소라... 하나같이 싱싱하고 맛있다. 한마디로 '물'이 다르다.

 

 

 - 제주도 바닷가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들은 무엇이든 특별한 맛이 나는 듯하다

 

 

 - 회는 일부러 '광어 빼고' 주문했다고. 감성돔, 딱 제철인 방어, 구문쟁이('다금바리 4촌'으로 더 유명한 생선)

 

 

 - 사흘째, 이른 오후 비행기편 때문에 무리한 일정은 피하고 여유롭게 '억새' 구경을 나섰다.

 

 

 - 제주도에서도 '억새'로 유명한 '새별오름'에 올랐다. 제주도엔 크고 작은 '오름'이 무려 360여 곳이나 있다고 한다.

 

 

 - 억새가 딱 보기 좋게 피었다.

 

 

 - 바람 많은 제주도라 그럴까. 억새가 유난히 풍성하고 부드럽게 피었다.

 

 

 - 억새를 즐기러 나선 사람들이 줄지어 오름을 오르고 있다.

 

 

 - 참 보기 좋은 풍경이다. 나 또한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첫아이를 안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땐 늦가을이었다. 그때 아이를 안고 억새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을 볼 때면 언제나 흐뭇한 미소부터 떠오른다.

 

 

 - '새별 오름'은 멀리서 보기엔 완만한 듯해도 실제로 올라가 보면 숨이 벅찰 정도로 가파르다.

    모쪼록 더없이 좋은 시간이니 만큼 느릿느릿 쉬엄쉬엄 걷는 게 여러모로 좋은 듯...

 

 

 - 오름을 거의 다 내려올 쯤 능선을 바라보니 가히 환상적이다. 이렇게 풍성하고 아름다운 억새는 본 적이 없는 듯.

 

 

 - 하늘은 푸르고~ 억새는 바람에 춤추고~

 

 

 - 짧은 일정임에도 몹시 알차게 보낸 시간들이 어느새 저편으로 아스라히 묻혀 간다..

   억새가 억수로 만발하는 따사로운 가을날은 틀림없이 다시 찾아 오리니...

   그때 또다시 제주로...... 훌쩍 떠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 왕방강 잘고라줍서 : '와서 보고 가서 잘 이야기 해달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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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0-2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 다녀온 지 한 십년도 넘은 듯 합니다.^^
풍경도 너무 멋지고, 회도 그림만 봐도 입에 착 감기고...
역시 회에는 찬소주 일잔 캬~~~

oren 2015-10-23 13:41   좋아요 0 | URL
제주도에서 멋보는 회는 언제나 남달랐던 듯해요.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몰라요. ㅎㅎ
한라산 소주도 21도 짜리는 어느새 독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만큼 순한 소주에 어느새 많이 길들여 졌다는 증거겠지요. 붉은돼지 님은 회뿐만 아니라 흑돼지도 좋아하실 듯싶어요. 붉은 색이 도는 흑돼지 생갈비살은 정말 맛이 끝내주더군요. ㅎㅎ

살리미 2015-10-22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내고향 제주도^^ 저 바닷가에서 해물안주에 마시는 한라산 소주가 그립네요^^ 존디 댕겨 온 말 잘 들엉 감수다^^

oren 2015-10-23 13:44   좋아요 0 | URL
오로라^^ 님은 제주도에서 태어나셨군요. 정말 부럽습니다. 남들은 일부러 제주도를 찾아가느라 기를 쓰는데 오로라^^ 님은 그 좋은 곳을 걸핏하면 오가실 테니 너무 부럽네요. 댓글로 달아주신 구수한 제주도 방언을 다시 만나니 더욱 반갑네요.
 
고향의 가을 풍경_2013. 9.28

 

 

나이 탓일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시각각 피어나고 지는 이름모를 들풀조차 아름답게 보일 때가 더 잦아지는 듯하다. 바람과 구름, 강 위로 고요히 반짝이던 햇살, 종갓집 담벼락 아래 고혹적으로 피어 있던 백일홍, 친척 할머니댁 마당에 잔뜩 널려 있던 잘 마른 땅콩, 할머니댁 담벼락을 타고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려 있던 머루 등등 다른 많은 아름답게 빛나던 것들엔 셔터를 누를 생각조차 못했다. 그래도 요만큼이라도 담아 온 게 어디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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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0-06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다가 너무 큰 사과가 나타나서 깜 놀랐습니다...
사과가 저한테 뚝!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ㅎㅎㅎㅎㅎㅎ

oren 2015-10-06 16:52   좋아요 0 | URL
하마트면 사과 밑에서 큰 깨달음 얻을 뻔 하셨군요. ㅎㅎㅎ

저 사과 한 알이 땅에 떨어지는 걸 보고 드넓은 우주에서도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음을 깨닳은 사람도 있었으니 `사과`는 결코 예사로운 과일은 아닌 듯해요. 니체가 `중력의 악령에 대하여` 쓴 글이 문득 생각납니다. 낙타처럼, 돼지처럼 살지는 말아야겠다 싶어요. ㅎㅎ

* * *

낙타처럼

이렇게 하여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지참물로 준 것을 굳은 어깨에 짊어진 채 몸을 사리지 않고 험한 산을 넘어간다! 우리가 땀을 흘리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다. 삶이란 고된 것!˝이라고.

그러나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짊어지기에 고된 짐이다! 낯선 것을 너무나도 많이 어깨에 짊어지고 가기 때문이다.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마음껏 짐을 싣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 * * * *

돼지나 하는 일

모든 것을 맛있어 하는, 매사에 대한 만족. 이것이 최선의 취향은 아니다! 나는 ˝나˝, ˝그렇다˝ 그리고 ˝아니다˝를 말할 줄 아는 반항적이며 까다로운 혀와 위장을 높게 평가한다.

온갖 것을 다 씹어 소화하는 것은 돼지나 하는 일이다! 언제나 고분고분 이-아 하고 외치기, 나귀와 나귀와 같은 정신을 가진 자만이 그것을 배워 익힌다!

kj_Shin 2015-10-1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이렇게 찍을수가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oren 2015-10-11 23:43   좋아요 0 | URL
제겐 너무 과분한 말씀입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꽃보다 잎과 대궁이 더 붉은 맨드라미

 

 

 - 붉은 가을빛을 닮고 싶은 고추잠자리

 

 

 -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무료한 한나절을 즐길 시간

 

 

 - 한가로운 전통 정원 풍경

 

 

 - 덜 여문 열매와 너무 여문 열매

 

 

 - 점점 더 자연을 닮아가는 도심 속 호수

 

 

 - 가벼운 낮잠을 자는 주인 옆을 지키는 동물은 알고 보니 고양이였다.

 

 

 - 주인장한테 물어보니 멀리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아비시니안 고양이란다. 이름은 무려 아르키메데스!

 

 

 - 만져보니 털이 몹시도 부드럽고 곱다.

 

 

 - 이 녀석이 한낮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일까, 느닷없이 뭔가를 쫓기 시작한다.

 

 

 - 뒤따라 가 보니 새 한마리가 도망갈 생각도 없이 알짱거리며 버티고 있다.

 

 

 - 새는 고양이 앞에서 한참이나 알짱거리다가 고양이가 달려들자 그제사 푸드덕거리며 공중으로 몸을 날린다

 

 

 - 못내 아쉬운 듯 날아간 새를 한참이나 응시하는 녀석의 눈빛이 범상찮다.

 

 

 - 마침내 포기한 듯 이젠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 이렇게 잘 생긴 녀석을 보자니 문득 <캣츠>에 나오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 무료한 한낮의 소동은 그렇게 마무리되고 아르키메데스는 다시금 주인 품으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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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5-09-2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ren님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멋진 고양이 사진을 한참 바라봤네요 ^^

oren 2015-09-29 00:37   좋아요 0 | URL
앗, 그러고 보니 야클 님 프사에도 `지혜로운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네요! 반갑습니다. 여러모로^^
 


그런데 모방자, 꾸미는 자, 모조자, 맹목적인 모방자들은
예술을 개념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참된 작품을 보면, 마음에 들거나 효과가 뚜렷한 점에만 관심을 두고, 이것을 명확하게 하여 개념으로서, 즉 추상적으로 파악한 다음에 공공연하게 또는 은밀하게 교활한 생각을 품고 모방한다. 그들은 기생 식물처럼 타인의 작품에서 양분을 섭취하고, 해파리처럼 그 양분의 색깔을 갖는다. 비유를 사용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끌어 넣은 것을 잘게 깨어 혼합시킬 수는 있지만, 영원히 소화할 수 없는 기계와 같다. 따라서 그 혼합물 속에서는 언제나 다른 성분을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을 거기에서 가려낼 수 있다.······· 모방자나 꾸미는 자는 타인의 걸작을 개념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개념은 결코 작품에 내적 생명을 부여할 수 없다. 시대 일반, 즉 그 시대의 다수를 점하는 어리석은 대중은 기교를 부린 작품에 기꺼이 갈채를 보내며 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은 2,3년이 지나면 재미가 없어져 버린다. 왜냐하면 시대정신, 즉 유행의 개념이 변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작품의 유일한 근거는 이 유행의 개념이다.

자연과 인생에서 직접 이끌어 낸 참다운 작품만이 자연이나 인생과 마찬가지로 영원히 젊고 언제까지나 근원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참된 작품은 특정한 시대의 것이 아니라 인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작품은 그 시대에 영합하는 것을 경멸하고 시대로부터는 냉담한 대우를 받으며, 그때그때의 잘못이 그 작품에 의해 간접적이고 소극적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나중엔 진가를 인정받게 된다. 또 이러한 작품은 진부해지지 않고, 시대가 지난 후에도 여전히 신선하고 언제나 새롭게 사람의 마음에 호소한다. 이렇게 인정받은 이상, 이제는 무시되거나 오인받을 염려는 없어진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판단력이 출중한 소수의 사람들의 칭찬으로 영광의 왕관을 쓰고 진가를 인정받게 되기 때문이다.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중에서

 

 * * *

 

 

어느 인기 작가의 작품들에서 그토록 많은 '표절'이 그토록 오래 숨어 있었다니 그저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런 사실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아래와 같은 오래된 글을 찾아 읽어보니 더욱 놀랍다. 메르스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를 두고 그저 쉬쉬하고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표절의 기나긴 잠복기'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제발 이번엔 '확진 판정'으로 이어져 '격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앞선다.

 

http://blog.naver.com/ye0jung/212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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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거짓말과 애매모호한 말은 집어치우고...
    from Value Investing 2015-07-01 15:55 
    "오오, 필멸의 존재로 태어난 우리 모두가 되돌아오는이 지하 세계를 다스리시는 신들이시여. 거짓말과애매모호한 말은 집어치우고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허용되고또 그대들이 허락해주신다면, 내가 이리로 내려온 것은어두운 타르타라를 구경하려는 것도 아니고, 메두사 같은 괴물의,뱀들이 친친 감고 있는 세 개의 목에 사슬을 채우려는 것도 아닙니다.내가 이리로 온 것은 아내 때문입니다. 발에 밟힌 독사가그녀에게 독을 퍼뜨려 그녀의 꽃다운 청춘을 앗아갔으니까요.나는 참
 
 
 

 

 -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여행도 어느새 오늘이 마지막이다.
    화사한 빛깔의 우산 아래 알록달록한 색깔들을 지닌 핸드백들조차 여행자에겐 구경거리 그 자체이다.
    여행이란 때론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혹은 같은 뜻의 다른 말인 `낯선 것들과의 조우`일 테니까...

 

 

 - `영웅 광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에 `세체니 다리`를 다시 쳐다봤다.
    1839년부터 10년에 걸쳐 건설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폭파되었다가 재건되었단다.
    그저 `다리` 하나일 뿐인데도 `부다페스트의 상징`으로 격상된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 세체니 다리는 자동차만 건너 다니는 다리가 아니었다.
    이 다리 위를 직접 걸어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도 많았고, 다리 자체가 관광코스가 되어 있었다.

 

 

 - 헝가리 국립 오페라 극장의 화려한 내부.
    비록 극장 안까지 완전히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현관만 보더라도 이 극장이 얼마나 화려할지 짐작이 간다.

 

 

 - 혼자서 부다페스트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던 황후 엘리자베트는 특히 이곳에 몰래 와서 자주 오페라를 감상했다고.
    그래서 무대 왼쪽 위 발코니는 황후의 애칭을 붙여 `시씨 로제`라고 불린단다.

 

 

 - 언드라시 거리에서 가장 빛나는 건축물인 헝가리 국립 오페라 극장의 외관.
   19세기 후반에 건설된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화려한 건물이다.

 

 

 - 언드라시 거리.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우리 일행의 여행 안내를 맡은 현지 가이드. 훤칠한 키와 외모가 돋보인다.

 

 

 - 이슈트반 대성당의 장엄하고도 화려한 내부.

 

 

 - 본당 중앙의 돔은 높이가 96m에 이른다고 한다.

 

 

 - 이슈트반의 오른손 뼈가 들어 있다는 `성스러운 오른손`을 보기 위해 헤맨 끝에,
    우리 일행 몇 명은 결국 대성당 꼭대기에 있는 돔 전망대까지 올라오고 말았다. 
    결국 오른손은 구경도 못한 채 뜻밖에 `부다 지역`과 `페슈트 지역`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저 멀리 왼쪽으로는 왕궁, 오른쪽으로는 마차시 교회와 어부의 요새까지 보인다.

 

 

 - 이슈트반 대성당의 웅장한 외관.
    헝가리 초대 국왕이자 로마 카톨릭 교회의 성인인 이슈트반을 기리기 위해 세운 부다페스트 최대의 성당이다.
    1851년에 착공하여 1906년에 완성되기까지 3명의 건축가가 대성당 건축에 참여했다고..

 

 

 - 시내 투어도 모두 끝나고 다시 자유시간이다. 다시 바찌 거리로 이동중...

 

 

 - 관광객들로 늘 넘쳐나는 바찌 거리에서 동전을 구걸하는 퍼포먼스(?). 이토록 어려운 자세가 가능할까?
    결국 의심많은 이 아가씨한테 딱 걸렸다. 저 사람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였다! 허수아비가 돈을 벌고 있었던 셈.

 

 

 - 이 아이는 의심많은 아가씨에 의해 결국 `가짜임이 들통난 우스운 꼴`의 허수아비를 한참이나 살펴보고 있다.

 

 

 -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는 건 언제나 흥미롭다. 알록달록한 치마가 예쁜 부다페스트에 사는 아이들.

 

 

 - `도나우 강 크루즈`를 위해 수백 명이 너끈히 탈 수 있는 커다란 유람선에 딸랑 우리 일행만 승선했다.
    최석채 가이드님이 우리를 위해 미리 준비한 `토카이 와인`을 테이블 위로 내놓고 있다.

 

 

 - 저녁 8시에 승선해서 10여 분쯤 달리자 어느새 국회의사당 건물이 나타난다. `야경`을 보기엔 아직 너무 밝다.

 

 

 - 토카이 와인은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고 극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6세기 중반에 토카이 지방에서 세계 최초의 귀부 와인(botrytised wine, ~ )이 개발되어 일약 유명해졌다.

 

 

 - `도나우 강의 진주`로 불리는 부다페스트에 저녁 노을이 차츰 물들기 시작했다.
    유람선에서는 아까부터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선율이 계속 흘러 나오고,
    토카이 와인과 도나우강의 물결 위로 시원하게 부딪혀오는 저녁 강바람에 취해 우리는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다.

    도나우강은 알프스에서 흘러 내려 오스트리아의 평원을 건너 북쪽 빈을 지나 멀리 동쪽 흑해로 흘러가는
    매우 긴 강이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왈츠곡 가운데서도 유난히 아름다운 곡으로, 유유히 흐르는 
    이 강의 양쪽 언덕의 아름다운 물 위에서 즐겁게 노니는 온갖 새들과 사람들과 강바람까지 연상케 한다.

 

 

 - 세체니 다리 아래를 지날 때쯤 부다페스트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을 `야간 조명`이 막 켜지기 시작했다.

 

 

 - 도나우 강변에서도 유난히 아름다운 건물이 바로 이 국회의사당 건물이다.
    건설하는 데 20년(1884∼1904)이나 걸렸으며 `내부의 모든 것들이 현란함으로 매혹된다`는데,
    우리는 그저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된 야경만 봐도 충분히 매혹되고도 남을 정도였다.

 

 

 - 정면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빈의 의사당을 능가하기 위해` 더욱 현란하고 호화롭게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 크루즈가 끝날 무렵 문득 뒤돌아 보니 저 멀리 도나우 강 위로 펼쳐진 온갖 건물들이 마치 `동화속`처럼 여겨진다.

 

 

 - 우리 일행 몇몇은 도나우 강 크루즈가 끝난 뒤에도 도나우 강변을 오르내리는 트램에 계속 머물렀다.
    한참 후에 트램에서 내린 우리는 걸어서 도나우 강가로 다가가 아름다운 야경을 좀 더 즐겼다.
    이 왕궁이 최초로 지어진 것은 13세기 중반이지만 몽골 군의 습격, 오스만투르크 군의 공격 등으로 
    여러 차례 파괴되었다가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에 마침내 큰 궁전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헝가리 국립 갤러리, 부다페스트 역사 박물관, 세체니 도서관 등으로 쓰이고 있다고.

 

 

 - 세체니 다리의 야경. 다리 너머로 저 멀리 마차시 교회와 어부의 요새도 보인다.
    길이 375m, 너비 16m인 이 다리는 중앙에 있는 48m의 돌 아치와 사슬에 의해 지탱된다고.

 

 

 - 오늘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헝가리를 떠나는 날이다. 드디어 햇살이 환하게 비친다.
    아무런 일정이 없이 오전 11시에 공항으로 이동 예정이어서 아침 식사 이후에 다시 한번 세체니 다리를 찾았다.

 

 

 - 세체니 다리 위애서 올려다본 왕궁. 
   15세기, 중세 헝가리의 황금시대를 이룩한 마차시 1세 시대에 이 성은 화려한 르네상스 양식으로 다시 지어졌고,
   이탈리아에서 문인들과 예술가를 불러들여 르네상스 문화를 개화시킨 주무대 역할을 하기도 했단다.

 

 

 - 오랫동안 계속 비가 오는 날씨 탓이었는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불그스레한 도나우`로 변해 있었다.

 

 

 - 실로 오랫만에 본 푸른 하늘과 흰 뭉개구름. 
    강물만은 여전히 `오랫동안 내린 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비 온 뒤 불어난 한강`을 꼭 닮았다.

 

 

 - 이 낯선 여행객은 또 어디에서 와서 이곳 세체니 다리 위에서 저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고 있을까.
    여행이 끝나는 이 순간마저 어느새 또다른 여행을 꿈꾸는 건 왜일까. 그건 바로 여행만큼 우리의 삶에 
    본질적이면서도 항구적인 즐거움을 안겨 주는 것도 그만큼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

   "도착하기만 바란다면, 역마차를 집어타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걸어가야 한다." 
   장 자크 루소가 그의 저작《에밀(Emile)》에서 한 말이다. 나도 `도착하기` 만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어디에 도착한다는 말인가? 내 마음에 드는 것은, 늘 얘기했던 것처럼, `가는 것` 그 자체다.
    - 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 中에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동화속 같은 동유럽 여행`은 이제 끝났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다른 여행보다 `훨씬 더 많이 걷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닐 일이 조금은 걱정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 힘이 들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문득 신종 플루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2009년 봄에 미국 동부지방과 캐나다를 여행하던 중에 현지 가이드로부터 들었던 말이 다시금 생각난다. 그때 `다리 떨릴 때 여행 다니지 말고 가슴 떨릴 때 열심히 여행다녀라`던 가이드의 말에 나이 드신 분들이 유별나게 박장대소를 하며 맞장구를 치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무슨 일에든 때가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여행` 만큼은 예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리스의 비극 시인인 소포클레스는 노년에 성욕에서 벗어난 것을 자랑하며 "나는 거기에서 벗어난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네. 꼭 미쳐 날뛰는 포악한 주인에게서 벗어난 것 같다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나중에 혹시 늙어서 `여행 의욕`마저 잃게 된다면 삶에서 그것만큼 서러운 일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부터 떠올린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도 『월든』이라는 책에서 이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물론 오래오래 살아서 차비라도 벌어놓은 사람은 언젠가는 기차를 타게 되겠지만 그때는 활동력과 여행 의욕을 잃고 난 다음일 것이다. 이처럼 쓸모없는 노년기에 미심쩍은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인생의 황금 시절을 돈 버는 일로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고국에 돌아와 시인 생활을 하기 위하여 먼저 인도로 건너가서 돈을 벌려고 했던 어떤 영국 사람이 생각난다. 그는 당장 다락방에 올라가 시를 쓰기 시작했어야 했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좋은 말을 남겼다. `휴양없는 인생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그것은 여관에 묵지 않으며 오랜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이다. 당나라의 선승이었던 임제선사는 내가 이 여행기를 통해 마지막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여덟 글자로 매우 간결하게 요약했다.

"卽是現今 更無時節" (지금이 할 때이고, 그 때는 다시 없는 법)

이렇게 길고도 긴 여행 후기를 남기고 보니 이제야 마침내 내가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지녔던 `숙제를 덜한 기분`으로 학교에 가는 심정이 비로소 말끔히 사라지는 듯하다. 미처 못다한 숙제까지 마치고 나니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이쯤에서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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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1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3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Nussbaum 2015-06-1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신 사진과 글.. 마음이 탁 트입니다. 일상 속 마음이 꿈틀하기도 하고요. oren 님 여행 후기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

oren 2015-06-13 13:47   좋아요 0 | URL
Nussbaum 님께서 제가 돌아다녔던 여행 코스를 둘러보셨더라면 훨씬 더 아름다운 사진과 글들을 무수히 쏟아내셨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과 미술에 특별히 남다른 깊이를 지니신 만큼 언제 기회가 되시면 `동유럽 음악&미술 여행`을 해보시면 좋을 듯해요. 음악에 문외한이었던 제 친구도 작년에 `예술의 전당`에서 몇 개월 음악 강의를 듣고 나더니 그 강좌의 수강생들과 함께 `유럽 음악 연주 감상 여행`을 다녀오더라구요.

낭만인생 2015-06-1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기가막힙니다.

oren 2015-06-13 13:53   좋아요 0 | URL
카메라에 담지 못한 순간들과 풍경들도 정말 많았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라는 말도 있듯이, 그 무엇보다 직접 그 장소와 시간 속으로 풍덩 빠져 보는 것이 최고일 듯해요. 사진으로는 공기의 기온과 바람의 느낌도, 음식의 맛과 냄새도, 사람들의 목소리와 표정들 까지도 포함해서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말이지요.

수이 2015-06-16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ren님 사진과 글에 귀 기울이고 있노라니까 필터 효과 있는 사진은 더 이상 찍고 싶지 않아졌어요. 마음을 꿈틀거리게 만든다는 누스바움님의 말씀 그대로_

oren 2015-06-16 16:27   좋아요 0 | URL
야나 님께서 올리시는 `은근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진들`이 혹시 필터를 쓰신 건가요?
그런 사진들은 풍경사진들과 달라서 경우에 따라 필터를 쓰는 게 훨씬 더 나아 보일지도 모르니 너무 괘념치 않으셔도 될 듯요...

cwk 2015-06-3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답게 산다는 게 이런거구나 싶네. 오재한 동우 아내의 미소가 정말 행복해 보이네.
사진 하나하나가 작품이고 서정적이네. 참 잘 다녀 왔구만. 부러우이... 행주 동양화 연구모임.

oren 2015-06-30 20:30   좋아요 0 | URL
나이 들어서 아이들도 떼어 놓고 아무런 부담없이 홀가분하게 여행길에 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말 `시간을 멈춰 세우는 듯한` 여행을 즐기다 온 듯합니다. 낭만이 가득 넘치는 듯했던 그곳 동유럽의 여러 장소들이 어느새 차츰 그리움으로 번질 만큼 말이지요... 선배님께서도 언제 한번 훌쩍 다녀오시길 바랄께요~~

2015-07-16 0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6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7 0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9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9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15-08-0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정말 예술이군요.
마치 그 장소에 다시 가 있는 느낌.
동유럽이 그리우면 사진 보러 올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