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것 같은 세계의 말 -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소수언어에 대하여
요시오카 노보루 지음, 니시 슈쿠 그림, 문방울 옮김 / 시드페이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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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한글날 즈음 우리 학교는 우리말 사랑을 주제로 백일장을 했다. 반은 진실이고 반은 허구인 영화이지만, 어쩌면 사라져버릴 뻔한 우리 말 이야기 <말모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오래 사라지지 않을 자기 말을 가졌다는 것은 다행, 그 언어가 권력을 지닌 언어에 콧대에 눌리고 있다는 것은 수치.... 묘하게 어긋나는 나의 말에 대한 양가감정이 있다. 매일매일 영어 권력에 대해 생각하고 산다. 나의 모국어가 최고의 권력을 가진 말이기를 바라는 욕심을 벗어야 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다른 언어에 대한 열등감도 없을 것이다. 이국의 언어는 그저 신비롭고 아름다울 뿐, 부럽고 무서운 것이어서는 안 된다. 사라져버린 아름다운 말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어쩌면 곧 사라져버릴 아름다운 말들도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라지고 있는 아름다운 말들이다.

베바라사나 - 서로 존경한다는 의미의 헤레로어(아프리카 보츠와나 공화국 사용)

볼트가이 있는 그대로 두어라(앉장을 얹지 않은,이라는 의미의 형용사. 말에게 안장을 얹는 것은 말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함). 몽골어

스카마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계절

비진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100명이 사용하는 울차어- 러시아 소수민족)

헌치 환생 하이다어(북미의 섬, 100명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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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 - 이명옥 관장과 함께하는 창의적 미술 읽기
이명옥 지음 / 시공아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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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랑 같이 국어를 공부하는 2학년 학생 여러분~, 국어 교과서에 공감각에 대한 글이 실렸던 거 기억하지? 솔직히 선생님은 이 교과서를 처음 보고 좀 당황했단다. 시에서 공감각적 표현은 많이 가르쳐 보았지만 예술작품에서 공감각(共感覺)이라니?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에서 수영하는 사람의 풍덩소리를 느껴 보란다. 당황스럽고도 재미있더구나. 우리는 교과서에 나온 그림 외에도 데이비드 호크니의 다른 그림에서 공감각 찾기도 해보았고 또 다른 김호득의 그림처럼 포스트잇에 냄새가 나는 내 이름, 소리가 들리는 내 이름, 촉감이 느껴지는 내 이름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도 해 보았잖니. 그리고 칸딘스키 그림을 보면서 바흐의 음악도 들어 보았고. 칸딘스키뿐이겠니, 거꾸로 엘렌 그리모라는 프랑스의 피아니스트도 바흐의 음악을 연습하고 있는데 옅은 오렌지색, 검은색, 푸른색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는구나(이 책 91). 예술가들은 이렇게 감각이 예민한가 보다, 그치?

 

이 글은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 관장이 쓴 <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이란 책에 실려 있는 글이었다. 그림에 대해 쉽게 풀어쓴 책들이 워낙 많아 어렸을 때부터 이루지 못했던 미술계통의 꿈을 책읽기로 겨우겨우 달래던 나마저도 요즘은 그런 책들에 질리는데, 한 마디로 이 책은 매우 매우 다른 책이다. 정말 우리 중학생들 눈높이에 딱 맞는 재미난 미술 이야기가 한 가득인 거야.

보통 미술 에세이가 연대별로, 혹은 미술사조 별로, 또는 화가에 얽힌 이야기 중심으로 펼쳐지는 데 반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굉장히 창의적인 접근을 하고 있어. (케테 콜비츠의 <죽음의 부름>이라는 그림에서 저승사자의 손과 살고자 하는 이의 손을 비교해 보라)이나 입모양, 발모양에 이야기가 담긴 그림 이야기를 주제별로 펼치거나 생각을 눈에 보이게 만들기’, ‘그림 속의 리듬처럼 공감각에 대해서는 아예 아홉 편의 글을 모아 쓰기도 했다. 제일 재미있는 것은 3장의 첫 편, 르네 마그리트를 필두로 상상화를 다룬다. 영화 <아바타>의 모티프가 된 하늘에 가대한 성채가 둥둥 떠다니는 그림 같은 것 말이야. 우리, 학기 초에 표절과 패러디, 오마주의 차이를 공부할 때 영화 <아바타>랑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를 비교했던 거 기억하지? , 그리고 이 책에서 거울 그림만 다룬 창작의 중요한 도구, 거울도 재미있다.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그림 이야기가 나온단 말이야.

 

진정한 공부는 쉬는 시간 혹은 학교 밖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공교육 교사인 나로서는 참 섭섭한 소리이지만 어느 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기도 하다. 학교는 생각하고 상상하는 최소한의 지식을 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친구를 주고, 그리고 급식을 주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하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고통을 주지나 말아야 할 텐데.... 적어도 우리 학교라도 그랬으면 좋겠다마는......) 쉬는 시간에 너희가 혼자 끼적거리는 그림들, 국어 시간 아닌 때 지어낸 이야기들, 어렸을 때 일기장에 그리던 말도 안 되는 졸라맨 만화, 그리고 유튜브를 보고 지어본 랩 가사들...... 그렇게나마 너희들이 자신의 상상력과 풍성한 감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얘들아, 그런 너희 작품들 나한테도 가끔씩 살짝 보여주면 더 좋고~.

 

이 책 181쪽에 나오는 <해리 포터>의 지은이 조앤K 롤링이 했다는 말이 너무 멋져서 나도 다시 한 번 인용하련다. “세상을 바꾸는 데 마법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은 이미 이보다 나은 상상력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희들도 재미난 상상의 끈을 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그럼 또 아니, 너희의 상상력의 씨앗이 조금 씩 조금 씩 싹 트고 자라다 보면 너희가 어른이 된 후의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고 멋진 곳으로 변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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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뽑아줄티 소나무야 자라거라
밀양 할매 그림, 김영희 글 / 교육공동체벗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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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프면 돌아보기 싫다... 많은 집회에 나가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외면하게 되는 모임이 있다. 나의 비겁함을 반영하는 마음이라는 것, 인정. 밀양 송전탑 싸움이 그랬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싸움이라는 생각이 드는 참혹한 싸움들에는 자꾼 눈을 돌려 버린다.

 

이 책이 나오기 전 펀드를 모은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이미 다 끝난 싸움 아니었던가? 이미 진 싸움 아니었던가?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영원히 끝나버린 싸움이 어디 있나.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친일부역자들과 싸워야 하지 않다. 특히나 졌든 이겼든 싸움이 끝난 직후, 상처를 치유하고 잘못된 행태를 돌아보고 갈등을 정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않으면 승리한 싸움, 잘 싸운 싸움조차, 아니 잔치조차 앙금이 남는 법인데.... 밀양처럼 아픈 싸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아픔만 남는 것은 아니다. 할매들의 그림은 이상하게도 순진무구하니 어여쁘다. 요즘 들어 할매들의 그림이나 글이 각광을 받는 것은 그 간난신고를 겪고도 여전히 간직하는 따사로움, 지식을 넘어서는 삶의 지혜를 지니고도 여전히 겸손하고 순수한 마음이 주는 감동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피터지는 싸움을 딛고 상처투성이 몇 남지 않은 동지이자 이웃들만 남은 밀양할매들의 이야기와 그림은 더말할 나위 없다. 아프고 아름답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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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세트 - 전4권
김은성 지음 / 애니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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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화도 아이들이 좋아할까 궁금하다. 먹과 붓으로 그린 것 같은 필체에 온통 알아듣기도 힘든 함경도 사투리, 그리고 지긋지긋한 그 6.25 이야기, 명절날 늘어진 테이프처럼 듣고 또 듣는 할머니 이야기 같은... 이 만화가 좋았던 나는 내가 낡은 감수성을 지녀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북 사투리래 봐야 백석의 시 같은 데서나 봤던 나에게도 왠지 모를 향수 같은 걸 불러오는 만화지만 아이들은 글쎄?

 

교과서도 시류를 탄다. 남북한이 평화의 분위기를 타던 10여 년 전 교과서에는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공부하는 단원이 실렸다. 그리고 시중에는 <평양 프로젝트>라는 만화책이 나와 있었다. 우리는 그 만화책을 가지고 북한에서 많이 쓰는 말들을 공부했다. ‘장마당이니 꽃제비평양제일중학교같은 말들로 퀴즈도 풀고 그랬다. 그리고 1966년에 있었던 월드컵 축구 영상도 봤다. 30년 내내 하는 말이긴 했지만 남북이 더 이상 싸우지 않아서 여러분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5년쯤 후에 군대에 가야 하는 소년들에게 말하곤 했다.

 

군대 가지 않아도 될 그 날이 오길

내 큰 아버지가 일제에 징용을 갔다 왔고 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전했다. 나는 1987년 대학교 3학년 때 6.10항쟁을 온몸으로 겪었다. 여러분이 겪어야 할 역사는 무엇일까? 아마도 좋든 나쁘든 통일의 기운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여러분 중 어떤 사람은 북한과 교역을 할지도 모르고 북한 여자와 사귀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남북관계는 여러분이 가장 활동적으로 살아갈 무렵에 여러분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언어를 탐구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할 거다.”

물론 내게 그런 이야기를 듣던 소년들이 30대가 된 지금도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소년들은 점점 통일에 관심이 없어진다. 나 역시 통일이 되긴 할까 싶다. 통일까지는 아니어도 전쟁 걱정 없이 살았으면 싶을 뿐이다.

 

다시 남북은 화해의 분위기를 탄다. 아니다, 아직은 담장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다리를 한 짝 걸치고 있다. 그래도 좋다. 나의 열다섯 살 소년들과 함께 징병제로 갈까, 모병제로 갈까, 군대 문제를 토론해본다. 아직 군대 생각을 하기엔 너무 어린 15세 소년들의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린다. 통일 따위 개나 줘버렸으면 싶다는 냉소적인 아이들에게도 어쨌든 징집은 현실이니까.

선생님, 통일이 되긴 할까요? 북한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요? 누군가 저런 질문을 한다면 이 만화를 건네 보련다. 가장 평범한 이들이 겪은 소소한 역사가 살아 있을 뿐 아니라 낯선 듯 재미있는 이북사투리도 만날 수 있다. 이 만화 속 함경도 사투리를 흉내 내어 큰 소리로 읽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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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 아동용,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1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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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에서 나온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머릿속을 뒤집어 본다, 뭐 그런 뜻이다) 맨 마지막(엔딩 크레디트 끝나고 나서 나온다)에 사춘기 남학생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스포가 될까봐 구체적으로 말은 안 해준다. 직접 보시라. 간단히 말하면 그들은 별 생각이 없다. 아무 생각이 없고 격렬하게 아무 생각도 않는다.” 쯤 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이맘때 남학생들은 다 그런가? 오랜 동안 남학생을 가르친 입장에서 남학생들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라고 편들어 주고 싶지만.... 미안한 얘기지만 수업 시간에 우리 학생들은 말귀를 참 못 알아먹는다. 멍 때릴 때도 진짜 많다. 말이 짧다. 그러니까 저런 만화가 나오는 거다. 물론 모든 학생이 그런 건 아니지만.

하지만 그러다가도 쉬는 시간만 되면 갑자기 뇌가 활성화되는지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고 나가면서 갑자기 어려운 단어들을 마구 쏟아낸다. ”그러니까 너는 지금 자아탐구가 필요한 시기라고.” “됐어, 어디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그래?” ~ 1인데 그런 언어를 구사한단 말이지? 돌아보면 머릿속에 축구와 게임밖에 없을 것 같은 아주 귀엽고 아주아주 개구쟁이처럼 생긴 친구가 그런 말을 한다. 남자 중학생은 단순하다, 소년들은 어휘력이 짧다, 남자애들은 생각이 없다, 이건 모두 편견이다!

 

<너도 하늘말나리야>4시간에 걸쳐 읽었다. 조용히 각자의 새 책을 두 손 고이 받잡고 읽기 시작할 때의 그 순정함은 거의 흰 장갑 끼고 규장각에서 조선왕조실록을 꺼내드는 유생들이다.

여러분, 두 손을 들어 보세요. 바지에 쓱쓱, 손바닥의 땀을 닦고 경건한 마음으로 읽어 봅시다. 내년에 후배들에게도 읽혀야 하니까요.” 하란다고 다 따라한다. 짐짓 자기들도 조심스러운지 선생님, 책 겉에 있는 띠지는 어떻게 해요?” “버리세요.” “? 진짜요?” “선생님, 쟤 책 접어요. , 그거 새 책이야아~.” 경건하다가 못해 난리부르스다.

소설에는 세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희, 미르, 바우. 바우는 엄마가 돌아가신 충격 때문에 선택적 함구증을 앓고 있다. 소설 시작하자마자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용어가. 조용히 분위기 잡기 시작할 무렵에 누군가 속삭이듯, 누군가에게 묻는 건지 모를 말을 중얼거린다. ‘선택적 함구증이 뭐지?’

나 들으란 건가? 가서 설명해 줘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누군가 또 속삭이듯 설명해 준다. ‘,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말하는 거야.’ 그러자 여기저기서, 저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또 속삭이듯 말해주는 아이들. ‘말 못하는 거야, 그거, 충격 받아서.’ ‘근데 가족이나 친한 사람한테는 말할 수 있어.’ 얘들아, 다 들리거든?

보통 수업 시간 같으면 20분 간격으로 활동을 바꿔야 집중하는 중1 소년들이 30분 넘게 책에 몰두한다. 물론 이 재미난 책을 읽으면서도 죽어라 진도 안 나가고 옆 친구가 어디 읽고 있나 힐끗거리는 아이들이 있긴 하다. 책은 한 페이지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안드로메다로 영혼을 우주여행 시키는 친구들도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 몰입도면 책이 꽤 재미있다는 뜻이다.

 

동화라고 해야 할 만큼 소설은 쉽고 재미있지만 문장도 구성도 단순하지만은 않다. 특히 소희의 마음이 자꾸 지핀다. 이야기는 미르 사건 중심으로 가지만 요즘 흔히 간과하는 청소년들의 정신적 성장부분을 소희를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

바우와 소희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깊은 신뢰감이다. 청소년기에 이런 정신적 교감은 매우 중요하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고 있을 것 같은 신뢰감. 말하지 않아도 읽히는 마음......

미르 엄마와 바우 아빠의 교감도 눈에 띈다. 아이들 눈으로 볼 때 어른들의 우정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두 어른이 혹시 서로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오해가 있었지만 미르나 바우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면서 어른들에 대한 이해도 확장된다. 두 어른은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과 낮고 겸손한 삶의 철학으로 친구가 된다. 신영복 선생이 말했던가, 입장의 동일함이 소중하다고. 동지란 그런 것이다. 동지는, 연인이나 친구와는 다른, 매우 깊고 진한 관계의 이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좋은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성장소설이 빠지기 쉬운 위악(거짓으로 , 못된 척 하는 것)’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 훈계를 하려 들지 않지만 지향을 보여주는, 좋은 성장소설이다.

 

45분 수업 3시간 동안 책을 읽는데 매 시간 10분 정도 남기고 간략히 그날 읽은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을 두었다. 내가 기대한 모습은 열심히 책을 읽은 만큼 조용히 글을 쓰는 모습이었지만 이때다 싶게 아이들은 토론을 벌인다. ‘(소곤대며) , 너 몇 쪽까지 읽었어?’ ‘126’‘, 진짜? 100쪽도 못 읽었는데?’ ‘근데 말이야, 소희는 바우한테 왜 그렇게 말했을까?’ ‘, 아냐, 그건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긴 거구, 장미꽃은 말이야......’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 학생들은 그날 읽은 만큼 자연스럽게 독서하고 대화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 궁금하니까~.

책이 재미있으면 억지로가 아니어도 아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독후감도 그렇지 않을까? 이야기를 간직하고 싶어서, 이 감동 어딘가에 나누고 싶어서, 즉 자기 안에서 넘치는 이야기를 주체할 수 없어서 일기장에 적는다면 그게 최고의 독후감이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독후감에는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공감이 많이 됐다.’ ‘바우, 소희, 미르의 우정이 부러웠다는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수행평가 평가기준을 말해줄 때 내가 아이들이 쓴 독후감에 대한 독후감(나의 감상)’을 들려주면서 여러분, 진짜 재밌게 읽었다는 글이 많네요.” 했더니 많은 아이들이 입을 모아 ~짜 재미있었어요. <어린왕자>는 좀 어려웠는데 이 책은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한다. ~, 이금이 선생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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