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심리학
글렌 윌슨 지음, 김문환 옮김 / 연극과인간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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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가 연출자도 배우도 아닌 바에는 어쩌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쩌자고 단지 애호가에 불과한 내가 이 책을 집어들었던가.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면서, 무대에 선 배우들의 심정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었을 터이고 작품을 만들고 무대미술과 음악을 담당한 이들의 마음을 읽어서 좀더 깊이있게 작품을 음미하고 싶지 않았을까. 아니, 사람의 심리를 헤아리는 일의 그 신비한 능력을 조금이라도 어떻게라도 얻고 싶진 않았을까.

책  읽은 보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갈증처럼, 객석에 앉아 있고 싶은 욕구에 늘 시달리는데, 책을 읽으면서 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바그너의 작품을 구경하는 듯한 기분,  어두운 객석에 혼자 앉은 기분을 느꼈으며 공연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열망을 불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내가 아는 작품들이 별로 언급되지 않았기에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오페라를 많이 예로 들고 서구의 오래된 영화를 많이 다루는데 차라리 예를 많이 들지 않을 바에는 좀더 분석적이기나 하던가...

아마도 연극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입문서쯤 될 것 같은 이 책의 필요성에 비해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씌여진지 오래되었다는 점과 저자가 생각하는 '공연'의 한계가 넓지 않아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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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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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름답고 부유하고 유명한 배우였기에 감동이 더 컸다. 이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적당히 폼나게 인격 빛나게 살 수 있는 방법도 많았을 테니까. 그녀의 타고난 열정과 감수성과 순수함을 자꾸 아픈 땅으로 내몰고 자기 반성을 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참으로 지혜롭다. 자신의 유명세와 지위를 이용해서라도 한 아이라도 더 살리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 단순명쾌한 지혜.

개인적으로, 앞뒤가 안 맞을 듯 보이는 삶에의 열정과 허무의 양면성에 공감과 매력을 느끼면서,  둘 다 현실의 것에서 거리가 먼 것들일 수도 있는데 굳건히 땅에 발을 딛고 아이들을 품에 안는 그 사람의 힘이 뭘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전부터 '언젠가'라고 생각했던 것을 책 절반쯤 읽을 때 당장 실천에 옮겼다. 나는 당장 이 번 달에 '풀꽃 장학생'을 선정하여 장학금을 건넸다. '언젠가 내가 좀더 여유가 생기면 그 때 하리라' 하였던 일을 지금 당장. 나의 삶을 '당장' 바꾸어 놓은 두 번 째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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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5-02-18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을 보고 난후 초코릿도 안먹고 원래 걸치는걸 싫어해서 보석류에는 관심이 없지만 결혼한느 동생들에게 한마디씩합니다.
다이아몬드 반지가 정말 네게 필요한것이냐구요....아 그리고 너무 멋지세요..
풀꽃장학생이라니....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의 예술 - 박성봉 교수의 대중문화 읽기
박성봉 지음 / 일빛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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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밌게 읽었다. 사실은 내가 잘 모르는 노래, 잘 모르는 만화, 영화들도 많이 등장했고 나는 그가 그토록 '관심가져 함부로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들로 보듬어 안으려 하는 대중문화에 별 애착도 없으며 지은이가 언급한 '북극성'이  뜬 혹은 중요한 작품들이 매우 주관적이라 생각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참 맘에 든다. 일단, 선생으로서 그가 가지도 있는 다양한 자료들과, 예술론을 가르칠 만한 그의 감수성과 정서가 좋다. 자칫 교수라 하여 이론적으로 다가가려 하여 놓치기 쉬운 열정과 적극성과 감성이 있다.

또한, 아마도 그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매우 재미있어 했을 것 같은, 아마도 말발과 거의 닮았을 듯한 재미있는 글발도 맘에 든다. 그는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수업을 할 것 같다. 글을 쓸 때에도 그러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가 이토록 대중문화를 감싸 안는 것은 그것이 어깨에 돈과 권력과 평론가들의 설왕설래로 힘을 빡 주고 있는 소위 '진짜 예술'들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것, 그 문제제기의 정신을 놓지 않아야 할 예술가 혹은 평론가들의 자세에 대해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있다는 것이 아주 맘에 든다. 예술이냐 아니냐의 평가에는 혹시 권력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은 그야말로 진짜 예술을 가려내는 정의의 사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그는 예술작품 뒤에 숨은 사람들의 노력에 대해 언급한다. 영화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건다 안 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과 경험의 문제일 수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내겐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감독이란 이름으로가 아니라 뒤에서 셋트를 세우고 소품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했던 무수한 인력들의 수고가 위대한 작품의 진정한 토대임을 자주자주 언급한다.

그의 책이 정리되지 않았고 무슨 이론이라 할 수도 없는 내용이라서 불만이 많은 독자들은 그러나 최소한 그가 후까시 잔뜩 들어간 거짓말을 하는 이 땅의 무수한 베껴대기 왕자 학자, 교수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좀더 그를 기다려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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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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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태생과 취향을 다 벗어버리고 그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게 된 사람을 안다.  영혼은 보이지도 않고 심지어는 말이나 표정에 묻어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쩌면, 영혼이 없이 몸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세상엔 아주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든다.

그런데, 그 사람의 영혼을 보고 사랑하게 되었던 필라는 도대체 뭔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편안하고 아름다운 집과 예쁜 아이들과 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물론 그런 헷갈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영성을 저버리지 않기를 갈구했던 필라는 어찌 보면 현실적이고 영악한 요즘 처녀는 아닐 것이다. 만약 그녀가 처음부터 끊임없이,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게 맞는지 의문을 갖고 자신이 그를 사랑함으로써 잃게 되는 안정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사랑에 빠져드는 자기자신을 응시하고, 사랑으로 인하여 자신의 영혼마저 정화되고 고양되는 과정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거부하고 싶어 하고,  영성을 버리고 현실의 사랑을 택하려는 그에 대해 진심으로 그건 아니라고 절망하고, 결국 아름다운 사랑의 출발을 위해 아름답게 약속하는 그 고뇌와 승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더라면 이 소설은 내가 아주 싫어하는 무슨 종교소설에 그치고 말았을 것 같다.

어느 날 잠자리에서 별로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던 이 책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필라의 영적 고양이, 눈물이, 방언이 참 낯설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대목을 떠올렸다. 난 신앙인이 아니니 그런 행위가 논리적으로 이해가 잘 되진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도 영적 씻김의 기억이 있지 않았던가. 개심사 새벽 예불을 보면서 하염없이 내가 저 멀리로 둥둥 떠가는 듯, 혼의 분리를 느꼈던 기억,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오랫만에 기도하면서 미칠듯한 참회의 심정으로 눈물로 영혼을 씻었던 기억...

나는, 필라가 아름다운 그의 남편과 언덕 위 하얀 집에서 숲을 바라보며 학교에서 돌아올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음식을 준비하는 행복한 그림책의 마지막에 서 있길 바란다. 그러나, 서로의 영혼이 또 다른 하늘에 닿아 만나는 아름다운 체험으로부터 서로를 자기 곁으로만 끌어내리려 하지 않으며 또 그렇게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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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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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다양한 책을 읽히고 싶은 욕심에 역사, 사회, 과학, 예술, 문화, 만화까지 다양하게 책을 탐색하지만 특히나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과학 분야에서 맘에 쏙 드는 교양서(그것도 중학생이 읽을 만한)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기준에서 나를 아주 기쁘게 했다.

중3 국어책에는 '현대사회와 과학'이라는 단원이 있다. 과학의 가치 중립성을 생각해 보게 하는 에세이인데 이 단원 공부할 때 여러가지 과학교양서를 소개했다. 그 중 아이들이 가장 열광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구성을 이야기하면서 앞에 실린 한편의 신화를 소개하고 그것을 장기이식과 연관해 쓴 글의 일부, 누나를 위해 태어난 아담이라는 아기 이야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자 도서관에서 이책은 금방 대출이 되었고 내게도 개인적으로 와서 내 책을 빌려다 읽는 아이들이 생겼다.

사실은 중학생이 아니더라도 생물학에 별 관심이 없는 나에게도 이 책은 재미있었다. 중학교 과학 교과서 수준의 상식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서도 신화나 아주 재치있는 컷과 어우러져 읽는 재미가 있다. 신화와 생물학을 연결하는 능력을 보니 작가의 인문학적 교양도 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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