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담하는 말들을 믿을 수 없다. 특히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희안할 정도로 자신의 말과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사람들의 나이를 묻지 않는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겠다) 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물음에 앞서 제일 먼저 내 직업을 물었다. '소속과 연고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사람은 다른식으로 자신이 진보 계통 사람들과 잘 안다는, 궁금하지 않은 인연을 시시콜콜하게 늘어놓는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꼰대처럼 자신이 믿는 바를 강요하는 사람은 되지 말자(이건 나다)던 사람은 누군가의 고민만 나오면 그렇게 자기 얘기를 늘어놓으며 뭔가를 들려주고 싶어한다.

 

 따라서 내가 여기 서재에서 좀 모자르고 정리 안 되는 듯 구는 것에 속지 말아야 한다. 혹시 아는가. 진짜 그럴지.

 

* 골목길에서 술 취한 남자들이 물건 뽑기 기계를 흔들어대고 있다. 정말 저게 되는걸까. 술 취한 사람들한테 돈을 갈취하는 못된 기계를 저 남자들이 전복? 아니아니, 무찌를 수 있을까. 오, 된다, 된다. 무전기를 뽑고 소형 라이트를 떨어뜨린다. 기계를 설치한 사람의 사적 재산은 어쩌란 말인가. 퇴직금을 쏟아부어 기계를 설치한거라면?

 

이럴 때, '정의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난 그저 취한 아치라 언젠가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 정도만 하고 말았다.

 

* 입이 까슬거려서 편의점에 들렀다. 요즘 아이스크림은 모두 달아서 먹기 싫었는데 오랜만에 보이는 더블 비안코의 샤베트가 먹고 싶어졌다. 불가리스와 더블 비안코를 들고 계산대에 들어갔다. 내가 들어올 때 서로 인사를 했던 알바생이 물건의 바코드를 찍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통신사 카드가 있다며 밧데리가 나간 핸드폰을 켜려고 지체했다.

 

 여기 한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있다. 그녀는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고른 물건의 바코드를 찍고 포인트 카드가 있냐고 물을 것이다. 재고 조사를 하고 무료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친구들과 카톡을 할지 모르겠다. 밤에 등장한 낯선 여자는 할인을 받으려고 낑낑대고 있다. 군데군데 헤진 가방을 뒤지며 낫-스마트폰을 기어이 켠다. 한참동안 찾더니 멤버십 카드를 내민다. 다행히 나는 이 바코드를 어떤 메뉴에 입력해야하는지 안다.

 

* 좀 쫄았다. 서울에서 화려한 경력을 갖고 내려온 분이 시설에 대해 묻는다. 나는 딱히 할말도 없고 뭐가 안 돼요, 이건 없어요 하면서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를 두고 탄식에 빠지는 대신 그 순간이 얼른 지나가길 바랐다. 그분이 가고 팀장님께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는데 팀장님 왈,

 

 그럼 서울가서 하지 그런대.

 

 무식하면 용감하다? 아니, 자신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욤감해질 수 있다. 그 사람이 유별난만큼 나 역시 너무 저자세였다. 혹은 이런 곳에 있지만 노력하는 나를 알아봐달라는 신데렐라 돋는 짓을 한건지도. 그 사람이 인정하든 안 하든 내식대로 일할거면서 말이다.

 

* 일하는 곳에서 김미경이 강연을 했다. 그녀를 비판하는 소리에 익숙해 딴 짓을 하면서 강연을 들었다. 그녀는 화면에서보다 키가 크고 날씬했다. 성공보다는 성숙, 과거를 내게 힘이 되는 방식으로 구성하기(이건 인생학교에서도 나온 얘기), 처음 보는 점쟁이에게 내 얘기를 묻는 대신 자신의 맘을 들여다보기, 내가 특허내려고 했던 항상성 원리(뭐가 하나 잘 되면 다른 하나가 안 된다.) 등등. 귀담아 들을 내용도 있었다. 간간히 웃긴 얘기를 했지만 별로 웃기지 않았고 인터넷에서 떠돌던 영상처럼 무턱대고 자기 주장만 하지 않았다. 사업주를 위해 사람들을 열정 노동자로 만든다는 비판을 인용했으나 그 틀을 벗어나진 못했다. 20년 경력의 강연자답게 청중들을 쥐락펴락하면서 2시간 남짓 신나게 강연을 했다.

 

 김미경은 여자들의 얌체같은 면을 얘기하며 '언니의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가만히 들어보면 설득력이 있다. 낸시랭처럼 여자들은 자신을 꾸미는 비용이 많이 드니까 데이트 비용은 남자들이 내야한다는 주장을 하기엔 공정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난 꾸미지 않는 여성이고 어차피 남자나 여자나 주머니 사정은 뻔할테니 말이다. 그래서 설득력은 있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그녀의 주장을 이런식으로 반박해왔다. 남자들보다 적은 월급, 결혼해서 동원되는 시댁 경조사, 아이를 재생산. 혹은 생물학적으로 여자는 아이를 낳기 때문에 안정된 남자를 원한다? 이것도 아닌 것 같고.

 

 SNL에 나온 컬투는 된장녀를 욕하며 된장녀 역할을 한 여장 김태균의 얼굴에 된장을 칠한다. 별로였다. 된장녀가 된장녀인 것은 여성들의 허영심뿐 아니라 나이 많고 돈 많은 사람들의 욕망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젊은 여성의 몸을 탐하는거나 명품백을 갖고 싶어하는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데 왜 된장녀만 욕을 얻어먹는걸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몸보다 돈이 더 가치있기 때문일까. 발렌타인데이에는 쵸콜릿, 화이트데이에는 명품백이라고 하면서 여자를 욕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안 사주면 되지 않을까? 남자친구 입장에서 맘이 편치 않으니 여자들을 싸그리 욕한다는데 나는 명품백이 없으니 그 혐의에서 벗어나는걸까. 나는 인습적인 인간이라 알게 모르게 확고한 양성평등은 한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 오월부터 다른 곳에서 다른 마음가짐으로 일을 시작한다.  옮길까 말까 고민이 많았는데 결혼은 아니지만 해보고 후회하자 싶었다. 나는 딱 군산 같은 규모의 도시가 편한데 지금 사는 곳은 너무 과밀했고 옮기는 곳은 좀 휑할 것 같다. 당분간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움직이며 마음을 좀 더 다잡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러고 보면 이 일을 시작하면서도 잘하고 싶다고 각오가 엄청 대단했는데 제대로 못해내고 막판에 가서 하는 시늉을 한걸 돌이켜보니 대단한 각오는 아직 꺼내놓지 말아야겠다. 대신 느긋하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같이 살랑살랑 시작할 참이다.

 

 

 

 

 

 

 

 

 

 

 

 

 

분홍발 멍멍이.

나 좋으라고 쓴 페이퍼, '좋은 글을 쓰자' 했건만.

 

 

미안


댓글(8)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Forgettable. 2013-04-12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꽃만나러 가는 바람에서 나는 왜 연꽃막걸리를 떠올리는가????

Arch 2013-04-12 21:14   좋아요 0 | URL
보성에 있는 대원사 가는 길에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란 술집이 있어요. 그런거에요?

숲노래 2013-04-12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흥에서 살아가는 저로서는 군산만 해도... @.@ 시끌시끌 눈이 돌아가요.

스스로 좋은 마음 품으며 지내면, 글이야 어떻게 쓰건
다 좋은 글이라고 느껴요.

지난 닷새 동안 봄바람이 좀 모질다 싶게 불어
자전거 타며 뼈마디 욱씬욱씬 쑤셨는데
이제 좀 봄바람답게 따스하고 포근히 불기를 빌어요.

Arch 2013-04-12 21:19   좋아요 0 | URL
각자 맞춤하는 밀도가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생각해낸 제 밀도론입니다.
좋은 마음 품어도 좋은 글이 안 나오더라구요. 잘 모르면서 가르치려는 글만 나올 때도 있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 때 자전거는 안 좋아요. 슝 날아갈 것 같아요.
곧, 봄이 오겠죠

치니 2013-04-1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저 구슬픈 눈매의 강아지는 누규? 아치 님이 키우시는 거에요? 으아아, 무장해제 됩니다.

김미경 씨는, 저는 감당할 수 없는 타입이던데, 아치 님은 은근 강단 있으신가 봐요. 저는 티비에서 딱 1분 보고 괴로워서 채널 돌림. 뭔가를 너무 열심히 전달하는 사람에 대한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요.(그리고, 친언니 아닌데 자신을 언니라고 지칭하는 사람이 너무 시러요.ㅠㅠ) 그러면서 저 자신, 제대로 하는 거 하나도 없는데. 쩝. 언제쯤이면 이렇게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며 사는 철없는 미성숙형 인간에서 벗어날런지.

그나저나, 연꽃 만나러 살살 ~ 와, 좋습니다. 가셔서 즐거운 일이 많기를!

Arch 2013-04-12 21:24   좋아요 0 | URL
전통주 시간에 놀러온 강아지예요. 태어난지 한달도 안 됐는데 엄마 품 떠나서 다른 사람한테 가야한대니까 풀이 죽었어요. 저희 집 강아지는 항상 팔팔해서 ^^

치니님뿐 아니라 서재에 있는 분들은 김미경씨 안 좋아할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나이 먹은만큼 자꾸 고민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모습, 태도, 뉘앙스(이건 아닌 것 같지만)를 느끼면 살짝 감동되기도 해요. 주위에 관습적인 어른만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저는 20대에 인생 고민 끝내고 안정적으로 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성숙한 인간은 없나봐요. 성숙하고 싶은 사람만 있지. 요새 인생학교를 보면서 나만 새로운 일 하면서 겁내는게 아니구나, 나만 자신없는게 아니구나 이런거 느끼니까 안심되더라구요.

치니님도 항상 즐겁길 바랍니다. 이글루스 못됐으니까 서재에 글 많이 쓰셔요 ^^

2013-04-13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7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어린이집 행사 시즌이 끝났다.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좀 더 열심히, 정성들여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봤자 뭔가 달라지거나 이 업에 대해 커다란 깨우침 같은게 생기진 않았지만 작은 감동이 있었다. 예전엔 먼 발치에서 아이들을 서포트 했는데 이번엔 아이들 근처에서 일을 했다. 어른인 내가 보기엔 그깟 행사 싶었는데 무대에 서는 순간을 즐기고 재미있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나도 덩달아 신났다.  여기서 또 나는 7살이네 이러면서 농을 쳤지만 애들은 무대조명이며 음악 소리에 압도돼 내가 하는 말일랑 신경도 안 쓴다. 쳇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거운 축제겠지만 선생님들한테는 참 그만한 고역이 없겠다 싶다. 아이들 인솔하랴 율동 제대로 하는지 보랴, 줄은 잘 섰는지, 준비한건 제대로 했는지 챙기랴 입?손? 발이 몇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그러다 보니 큰소리가 나오고 아이들한테 하는 말도 몇 가지 패턴으로 정해져있기 마련이다. '치지마, 그만해, 하지 말랬지, 대체 왜 그러냐.' 선생님들이 피곤할 것 같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또 무슨 고생인가 싶었다.

 

 그런데 어느 원에선가 음악 나오기 전에 준비 자세를 하는데 아이들이 자꾸 갖고 있는 악기 소리를 내보려고 꼼지락대는 것이다. 이쯤해서 선생님들이 고함 한번 지르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엄마한테 비밀이야'

 

란다. '우리가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시작하기 전에 소리내면 엄마가 다 알아버리잖아. 그러니까 지금은 잠깐 조용, 우리 음악 나오면 신나게 연주하는거야.' 란 의미를 담은 '엄마한테 비밀이야.' 그러고 보니 그 원에선 아이들한테 소리를 지르는 법이 없었다. 큰소리 한번 안 나는데 아이들도 큰 말썽없이 선생님과 함께 무대를 준비한다.

 

*

 

 

 

 

 

 

 인생학교-정신편을 보고 의식적으로 자기 관찰을 해봤다. 특히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서 나는 어떤지를 관찰해봤다. 나는 관계를 유연하게 맺지 못하며 못한다는 자기인식이 있으며 그러한 인식을 뒷받침하려는건지 사람들과 꾸준히 삐걱거린다. 처음에는 무한 호감으로 다가갔다가 금세 싫증낸다. 사람을 파악하는건 좀 늦되고 관계 회복을 위해 그렇다할 노력을 하지 않는다. 사회적 기호, 예의를 알아차리는데 늦은 편이며 눈치도 없다. 시답잖은 얘기를 할바엔 차라리 웹서핑을 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그 사람 참, 어떻게 살아왔나 싶은 지점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긍정적인 자기 방어기제를 발사해보자면, 나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쉽게 말을 걸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엉뚱한 소리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방법도 잘 안다. 골똘히 생각하다 툭 던진 말에서 누군가는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어어, 점점 산으로) 모자란 점이 많은만큼 남들보다 고치려는 노력도 더 많이 한다. 요새는 직장에서 밥을 열심히 먹은 덕분에 조직에서도 살아남는 인간형, 아니 버티는 인간형 정도도 대충 흉내낼 수 있기까지 하다.

 

 이 책을 몇몇에게 추천 해줬다. 동생은 이 책은 우리 아빠가 제일 먼저 읽어서 감정조절을 배워야한다고 했고, 친구는 이것저것 생각하기 싫었는데 아치 추천이니 읽어보겠다고 했다. 알라디너들도 많이 읽어서 '자기관찰' 릴레이라도 하면 좋겠다.

 

 책에 나온 유익한 스트레스 중 하나

드, 드디어 Mozart 들어간다. 지금은 이만한 속도도 안 나오고 열심히 쳐도 이렇게까지 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차르트라니, 모짜르트라니! 특히 4분 지나서 감미로워지는 부분은 참 좋다.

 

 

* 간식시간에 연예인 커플 이야기가 나왔다. 한혜진-기성용 커플부터 이름 알려진 연예인 커플들이 열거돼고 누가 아깝다느니, 누군 당했다느니 찧고 까부는 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대체 왜 이렇게 남들 연애에 관심이 많을까.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는 것일까, 지 얘기하면 되는데 왜 연예인 소식을 간식 먹으면서까지 들어야하냐고. 안 그래도 오전내내 연예기사를 훑어서 빠삭하게 안다고. (헐) 고인이 된 연예인 얘기까지 들먹이며 남자가 연하이면 언젠가 바람을 피운다고 한다. 최근 생긴 스캔들을 언급하며 젊은 남자들보고 여자가 너무 덤비면 조심해야 한다, 당할 수 있다고 한다.

 

 '남자는 성적 충동을 어쩔 수 없다거나 여자를 나누는 이분법 같은 왜곡된 성의식 때문에 성희롱이나 성폭력 앞에서 피해자들이 한번 더 좌절한다. 이런, 미래 2차 가해자 같은 것들아'

 

 쫄면에 들어간  양배추와 콩나물을 씹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쫄면은 맛있었다.

 

 

 * 얼큰하게 취했다.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라고 했다. 장인이 직접 담은 술에 물을 타서 시중에 판매되는 술보다 좀 쓸거라고, 제조한지 며칠 지나서 탄산이 많이 올라왔을거라고 했다. 과연. 누군 평소에 먹던 맛이 아니라며 손사레를 치고 다른 분들은 차 때문에 맛만 보는 정도였다. 순하고 혹할만한 맛은 아니었지만 다들 안 먹는다면 남은 막걸리를 버려선 안 되니 내가 먹어야겠다 싶었다.

 

 누군가 차를 태워줬고 자전거가 세워진 정류장에 내렸다. 바람이 따뜻한 밤이다. 알딸딸한 얼굴로 바람이 훅, 봄이 왔다. 16차선 도로에서 우아하게 자전거 페달을 굴렸다. 모두들 내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밤엔 차 한대 허투로 지나가는 법 없이 모두들 나의 무사 귀가를 바라는 듯 했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3-03-29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스파탐 사카린 안 들어가야 비로소 '막걸리'이지요.
탄산도 아스파탐도 사카린도... 게다가 단맛 내려고 수입쌀 쓰고 수입밀 넣으면...
그냥... 거시기이겠지요 @.@

저는 대안학교 아이들 공연도 차마 봐주지 못하겠어요.
왜 공연 같은 학예회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하려면, 교사들이 해야 한다고 느껴요.
아이들 닦달하지 말고 교사들 스스로
스스로한테 거친 말과 닦달 하면서 공연을 해 보라지요......

모짜르트는 모짜르트이고
우리는 우리이니까
우리들 누구나 아름답게 글을 쓰고 노래도 부르리라 생각해요.
Arch 님 아름다운 금요일과 주말 누리셔요

뷰리풀말미잘 2013-03-30 07:45   좋아요 0 | URL
아, 지나가다 댓글 남깁니다.

말씀하신 부분에 적극 동감하는 바입니다. 수입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나, 밀막걸리도 막걸리면 독도는 일본땅이지요. 말씀하신대로 고민과 연구 없이, 다만 단맛으로 소비자의 미각을 현혹하는 일부 양조장의 아스파탐 첨가는 파렴치한 행위이구요! 하지만 아스파탐이 첨가되면 막걸리가 막걸리가 아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신평양조장의 하얀연꽃 백련 막걸리를 추천합니다. 시중에 널리 풀린 것은 아니지만 종종 대형 마트나 막걸리 전문점에서 팔기도 합니다. 아스파탐 함유량은 0.0065mg 이지만 맛은 제가 보증하지요. 청와대 만찬주로 사용해 유명해 졌는데, 그 자식들이 쳐먹기엔 조금 아까운 술입니다.

Arch 2013-03-31 22:31   좋아요 0 | URL
막걸리에 대해선 저도 할말이 참 많지만 저는 밀로 막걸리를 만든다는 소린 처음 들어봤어요.
누룩은 밀을 빻아서 만드는건 알았지만. 전통주는 고두밥이랑 누룩, 물만 있으면 된다는데. 전통 방식대로 술을 담으면 도수가 좀 높아 물을 섞는데 이걸 막걸리라고 한대요. 물을 섞으면 막걸리 맛이 심심하고 쓴맛이 나기도 해서 감미료를 넣죠. 설탕이나 물엿, 꿀을 넣어도 될 것 같은데 얘네는 분해될 수 있는 당이라 효모가 분해해서 단맛이 금세 없어진대요. 그래서 아스파탐을 넣는거고. 요새는 올리고당을 넣는다는데 아무래도 물 섞기 전 탁주 맛만 못하죠.

우리가 먹는 소주도 주정이라고 해서 높은 도수의 원액에 수십가지 첨가제를 넣어서 지금 같은 맛을 내는거라고 하더라구요. 소주는 희석주죠.
어디서 아는체냐면, 에헴. 제가 요새 전통주를 배우거든요. 히~

신평 양조장의 하얀연꽃 백련 막걸리! 이름 한번 예쁘네요. 아스파탐 넣었다고 다 안 좋다고하긴 어렵죠. 부득이하게 쓸 수 밖에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아스파탐이 추세이고 그거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이니까 좀 아쉽긴 하죠. 맛뿐 아니라 향도 다양하고 숙취까지 없는 전통주가 정말 많거든요. 사케, 포도주 저리가라예요.
아니 어디서 또 막 아는체냐면, 앞서 말했듯이 전통주를 배워서...

뷰리풀말미잘 2013-04-01 02:12   좋아요 0 | URL
역시 아치님, 모르는게 없으셔.

막걸리는 사실 따로 빚어 만드는 술이 아니었고 청주와 동동주를 거르고 남은 술지게미를 물에 섞어 흔들어 마구 걸러 먹는 술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막걸리. 서민을 위한 서민의 술인 것이지요. 설탕을 넣지 않는 이유는.. 글쎄요. 제가 잘 모르기는 하지만 설탕은 포도당이랑, 과당의 화합물로 분해가 되어도 단맛은 날 겁니다. 그러나 아스파탐은 그 단맛이 설탕의 200배나 되어서 일단 싸고, 편리하지요. 칼로리도 거의 없고. (유해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친구 사카린은 유해하지 않은게 확실하지만 아스파탐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요. 사카린을 안 쓰고 아스파탐을 쓰는 이유는, 사카린이 아직 국민 정서상 불온한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꿀은.. ㅎㅎ 저는 왠지 넣어도 맛있을 것 같긴 한데.. 막걸리의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 재료일 것 같아서..

아스파탐 안 넣고 만드는 막걸리로 대표적인게 느린마을 양조장의 느린마을 막걸리입니다. 먹을 만 한 막걸리지요. 단맛도 충분하구요. 네, 원래 막걸리는 뭘 첨가를 안 해도 단 맛이 나게 되어있습니다. 왜냐하면 쌀이 분해 되면 당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입으로 밥을 꼭꼭 오래 씹으면 단 맛이 아닌 것이고, 설탕이 안 들어간 쌀엿도 맛이 달콤한 것이지요.

전통주 배우신다니 부럽네요.. ㅠ 일반 가정에선 술 담는다고 해 봐야 재료+소주니까. ㅎㅎ

어떤 술이 먹을만 합디까?

저야 뭐 술이 약해서 막걸리나 맥주 말고는 먹을만한게 별로 없지만.


Arch 2013-04-01 09:41   좋아요 0 | URL
미잘은 양조장이라도 한거에요? 나보다 더 잘 아네. 어젯밤에 잘난체 해댄게 부끄러워요.

박록담씨가 전통주 빚으면서 술양이 줄어들고, 시중에서 파는 술을 안 먹게 되더라고 하던데 저도 그래요. 전통주를 발효시켜서 위에 조금 고이는 청주를 먹은적이 있는데요. 금세 취하고 금방 깨는 것도 좋았지만 깨고나선 기분이 정말 좋더라구요. 향도 맛도 참 좋았구요. 소주는 가끔 먹었는데 이젠 특유의 쎄한 맛이 좀 꺼려져요. 맥주도 인공적인 탄산 맛이 별로고. 입만 고급돼서 큰일입니다.

도수가 높은데도 강하지 않은 과하주도 괜찮고 물 적당히 넣어서 빚은 단양주도 좋습니다. 언제 미잘 한번 대접해야는데 말이죠. ^^

승주나무 2013-03-3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 님 글은 맛이 있어요. 16차선 도로 하니까 사진 한 장 있을 줄 알고 왔다가 글에 흠뻑 취하고 돌아갑니다. ㅎㅎ

Arch 2013-03-31 22:34   좋아요 0 | URL
승주나무님 오랜만이에요 ^^
승주나무님은 말을 참 맛있게 하는데. 모여서 수다 떨 때가 그리워요.

저도 길을 건널때마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신호가 짧아 맘이 급해서 어렵더라구요.

승주나무 2013-04-03 02:54   좋아요 0 | URL
네. 인정. 그런데 글맛은 별로 없죠.
그래도 이번에 새로 쓴 책은 글맛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ㅎㅎㅎ

Arch 2013-04-03 10:21   좋아요 0 | URL
그런 의미가 아닌데, 참!
책놀이책, 저는 2번 표지가 눈에 들어왔는데 1번이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정식으로 나오면 꼭 읽어볼게요.

승주나무 2013-04-05 02:38   좋아요 0 | URL
핫.. 그러고 보니 내 댓글이 요새 좀 씨닉해졌나봐요. 왜 그랬지? ㅎㅎ

건조기후 2013-03-30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딸딸한 얼굴로 바람이 훅, 봄이 왔다.
문장 예술이에요 ㅜ

Arch 2013-03-31 22:34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 오랜만이에요. ^^
감사합니다. 페이퍼가 비문과 오문 범벅일텐데 좋은 점을 찾아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맥거핀 2013-03-3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청자여러분 안녕하세요. 먹거리 X파일 이엉돈 피디입니다. 여기있는 막걸리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하지만 이런 막걸리 가운데 일부는 아스타팜이 들어가 막걸리가 아니면서도 막걸리인척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는 농담이구요. 아스타팜이 들어간 건지, 안 들어간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예전에 막걸리를 너무 먹고 취해가지고 거리를 굴러다닌 적이 있어요. (비유적 표현이 아니고 진짜 굴러다님.) 다음날 숙취로 다시 집 마루바닥에서 또 굴러다녔음...그래서 궁금한데 아스타팜이 숙취와도 관련이 있는 걸까요? (라는 정말 뜬금없는 질문.)

이런 좋은 글에 막걸리와 숙취라니 죄송합니다(위의 두 분 댓글을 읽다보니).; 아! 이제 드디어 모차르트군요. 위의 저 연주가 그냥 Arch님 연주라고 생각하고 들었습니다.^^

Arch 2013-03-31 22:40   좋아요 0 | URL
시중에 나온 막걸리에 숙취가 있는건 누룩향이 강하거나 첨가제가 들어가서라고 해요. 아스파탐이 들어가도 비슷한 작용을 할 것 같아요. 전통주를 먹으면 금방 취했다 금세 깨요. 당연히 숙취도 없고 취한 기분도 참 좋아요. 물론 모든 술이 다 과하게 먹으면 안 좋은건 마찬가지일 것 같지만.
저도 일전에 담금주 먹다가 땅바닥이 이마랑 박치기 한 경험이 있어요. 낮술이라 엄마 아빠도 몰라보고 아주 진상이었죠. 횡단보도 건너는데 눈 앞에 선이 똭!

저렇게 치려면 한달은 더 쳐야할 것 같아요. 그래도 참 좋아요. 새책 시작하면 막 공부하고 싶고 그런 것처럼.
 

 친구네 놀러 갔다가 친구 언니네 애들을 봤다. 6살과 4살짜리, 몇살인지 모르겠지만 앉아있지 못하는 꼬마 아이였다. 아이들에게 나는 7살이니까 내가 누나라고 했다. 반신반의하지도 않고 바로 '누나누나'다. 옳지, 옳지. 실제론 이모인 주제에 누나라고 주문한게 멋쩍은터라 누나가 좀 나이들어 보이지 않냐고 물었더니 주름도 없고 늙어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나중에야 아이들이 늙었다고 느끼는건 지팡이 짚고 다닐 정도는 돼야한다는걸 알았지만. 아직 허리는 짱짱하다.

 

 꼬마 아이는  안고 둥가둥가 하면 되지만 위에 두 아이들은 요구와 취향이 제각각이었다. 큰 아이는 스티커 포장이 된 풍선껌으로 풍선부는걸 좋아하고 작은 아이는 탱탱볼처럼 막 뛰어다닌다. 둘이 공통적으로 듣는 이야기는 '뛰지 마라.'

 

 친구와 친구 신랑과 언니와 언니 남편이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내가 애들을 봤다. 블랑카님 덕분에 재미있게 보고 있는 책이 생각나 성냥개비로 문제를 냈다. 설마 이걸 모르겠어 했는데 진짜 모른다. 아 신기해라. 아이들 앞에서 아래처럼 성냥개비 간격만 넓혔는데도 정말  같은 숫자인지 모른다. 물론 세어보면 여덟개라고 하지만 그냥 보고선 영 같은 성냥개비란걸 알아채지 못한다. 분명히 눈 앞에서 같은 성냥개비의 간격만 넓혔는데도 말이다. 아직 '개수 보존의 법칙'을 모르기 때문. 큰 아이는 나의 반응을 보고 눈치채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두 성냥개비 개수가 같다고 대답했지만.

 '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일기'는 취학 전 아이들과 수학동아리를 열고 그 내용을 일기로 쓴 책이다. 나는 이 저자만큼의 관찰력과 끈기와 통찰력이 없어 '와 신기하다'에서 끝냈지만 만약 좀 더 세심하게 아이들을 본다면 단순히 수학문제를 내는 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이것과 저것은 어떻게 다른지, 공부를 하는 재미 같은걸 퐁퐁 샘솟게 하는 경지에 오르지 않았을까란 근자감 돋는 상상을 해본다.

 

몇몇 빛나는 구절.

- 유일하게 올바른 판단을 하는 어른의 절대 권력을 강화하려고 자기 권위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오히려 아이 스스로 탐색하고 노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값진 것인가를 아이 스스로 믿게 하는 데 권위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 생각 속에 담긴 모순을 깨닫게 하는 게 훨씬 흥미롭다.

- 내가 해야 할 건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 도대체 난 무엇을 얻으려 하는 걸까? 우리 공부 동아리의 목표와 의미는 무엇일까? 난 이미 이에 대해 몇 번 말했고 앞으로도 종종 반복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공부하는 의미는 공부한다는 자체에 있다. 재미있었으면 하는데 있다.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맞는 답을 찾아보는 데 있다. 크게 봐서, 삶이란 그런 거니까.

- 아이에게 유일한 진짜 동기는 '학습할 수 있는 기회' 바로 그 자체였다.

 

  며칠 전 배철수의 음악 캠프 '철수는 오늘'에서  '자기 삶을 사랑한다면 그 삶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알려고 애쓰는게 당연한 일'http://www.imbc.com/broad/radio/fm4u/musiccamp/opening/index.html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에 나오는 라일라를 소개하는 김연수의 말>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무언가를 만들고, 여행을 다닌다고도. 내 경우에는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큼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2년 전에 빽빽하게 써놓은 다이어리를 정리하다보니 그땐 무슨 힘이 남아돌아서 이렇게 퇴근 후 일상이 바빴는지, 혹은 바쁜척 했는지, 남자친구랑은 뭐 때문에 그렇게 싸웠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일 투성이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는데 그 책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았는지 힌트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정리되지 않고 뒤죽박죽한 글, 앞서 이야기한 아이들과의 일, 헤아릴 수 없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일들과 지루한 일상 속에서 잠깐 빛나는 순간들의 기록.

 

 가끔씩 들춰보는 일기장 속 '나는' 어디서 주워삼켰는지 모르겠지만 규율을 강제하는 아이였다. 5학년짜리 아이가 욕망을 절제해야한다, 근면성실해야한다라고 써놓은걸보면 지금 간혹 발휘하는 꼰대 기질이 그때 싹을 틔웠는가 싶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욕망이 강했지만 실현하려는 의지나 끈기가 부족해서 차라리 욕망 자체를 없는 것처럼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이율배반적인 행동과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는걸 나조차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실마리를 잡은 느낌.

 

 처음 본 아이들과 놀았던 것을 기록하고 옥찌의 결혼관도 저장했다. 언젠가 옥찌가 자신의 근원을 궁금해한다면 이 일기가 도움이 될거란 생각을 해본다. 고작 선생님이 일기 숙제를 써준 것에 불과한데 근원 운운은 좀 웃기지만 나중에 옥찌가 커서 이 일기를 보면 예전 내 일기처럼 옥찌가 어떤 토대로 이런 글을 썼다고 생각할지 궁금하다.

 

 

 

'인생학교-정신'편을 보니 사람마다 활성화되는 뇌의 부분이 다르다고 한다. 내 경우는 '뒤죽박죽' 영역이 과하게 활성화되어 있어서 리뷰도 페이퍼도 정신이 없다. 정돈된, 가지런한, 읽는 이로 하여금 쾌감을 느끼게 하는 글을 쓰기 위한 뇌 활성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다고 하면, 이건 뭐, 물건을 갖고 싶다는 바람보다 더 터무니없는 것 같고.

 

 

 


댓글(7)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3-03-1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은 나도 한 번 봐야겠어요. 나에게도 두번째 조카가 생기거든요. 이런 책도 봐둬야지.
그리고 아치님, 페이퍼 재미있어요. 재미있어서 추천도 눌렀는걸요. 그런데 제 브라우저는 크롬인데, 접힌부분 펼치기가 펼쳐지질 않아요.

Arch 2013-03-19 16:44   좋아요 0 | URL
수학교실만큼이나 심리학 일화도 솔찬히 재미있어요. (솔찬히는 상당히란 뜻이에요.)
페이퍼를 더 재미있게 쓰도록 할게요. ^^ 맨날 말로만 그렇지만.
저도 한창 크롬 썼는데 그러다보니 익스플로어가 엄청 늦게 뜨고 이상해지더라구요. 익스플로어 써야할 때가 있어서 잠정적으로 크롬은 안 쓰고 있어요.

2013-03-19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3-20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달리고 놀면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기를 늘 빌어요.
우리 아이뿐 아니라 이웃 모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면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사랑하면
아이들도 차츰 스스로 어떤 빛이 되고
자기한테 찾아올 빛(짝)을 알아보겠지요.

Arch 2013-03-20 14:52   좋아요 0 | URL
저는 아이들한테 배울 때가 참 많아요.

맥거핀 2013-03-2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옥찌님이 몇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현재 결혼관과 거의 100% 일치하군요. 옥찌님이 성숙한건지 제가 미성숙한건지..아, 결혼관만 일치하는 게 아니라, 글씨체도 상당부분 일치하는데..
('일기장'이라는 거에는 예나 지금이나 '날씨'가 있군요. 요즘 같은 스마트폰 시대에 무슨 날씨람.)

Arch 2013-03-20 14:55   좋아요 0 | URL
^^ 옥찌는 11살이에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기 맘을 맘에 들어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저한테 결혼은 언제할거냐, 애는 안 낳을거냐고 물어봐요.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칠칠치 못한 이모가 걱정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연애관 결혼관이 따로 없어요. 닥치는대로는 아닌데 그렇다고 뭐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요.
맥거핀님 글씨 잘 쓸 것 같은데.
 

 * 밥상 앞에서 조카 녀석이 칭얼댄다. 식단조절을 해야해서 자신은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어른들만 먹는다는 생각이 드니  짜증이 난 것이다. 아이의 엄마는 이왕 차린 밥상이니 가족이 다 같이 먹고 싶었다. 아이의 할아버지는 밥상 앞에선 칭얼거리는 소리를 듣기 싫어한다. 아이의 할머니는 나중에 먹여도 되는데 잘 놀고 있는 아이를 부른 아이의 엄마를 뭐라하고 아이의 이모는 눈을 부라리는 할아버지와 아이를 번갈아 쳐다본다. 일촉즉발의 상황, 결국 할아버지는 화를 터트리고 말았다. 누군가 미리 앞서서 작은 화로 희석시켰다면 좋았을 화였다. 지르고 나니 화를 낸 사람도 옆에 있던 사람도 직접적으로 화를 당한 사람도 태연해질 수 없는 화였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 후 아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모두들 잠자코 찰기 도는 밥을 씹어넘겼다. 아이의 누나가 건네는 장난에 호응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화를 낸 사람은 조그맣게 남은 잔챙이 화를 끄집어 아이에 대해 일갈한다. 사람들은 밥을 먹으며 시선을 교환한다. 아이의 할머니가 방으로 들어가 분위기를 살피고 곧이어 이모가 밥을 먹으라며 아이와 엄마를 데리고 나온다. 모두들 말이 없다. 화를 낸 사람은 안간힘을 다해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노력하고 아이의 엄마는 질린 얼굴로 수저를 든다. 아이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하게 밥을 먹는다.

 

 얼마 전 읽은 텐아시아의 '내 딸 서영이' 기사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

 

기존의 가부장이 식구를 경제적으로 보호하거나 도덕적 권위로서 가정내 갈등 조정하는 (역할이었다면 요즘은 그런 가부장의 권위가 많이 사라졌다.) 갈등의 은폐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서가 아니라 상처 입고 상처 입히는 우리 스스로의 불완전성을 긍정하는 것으로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가부장제의 시간이 가고, 신뢰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규약의 시간이 오고 있다.

 

신뢰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규약의 시간이 오려면 멀었다. 적어도 우리집에선.

 

 * 내가 아는 위아래 관계가 있다. 직급으로 얽힌 관계인데 어느 날 위가 혼자 사는 아래에게 묻는다.

 

- 집에 가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나요?

 

 대체 이런 질문을 왜 하는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모두들 잔인하지만 아래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때 아래의 눈이 살짝 떨렸다.

 

- TV랑 대화해요. 대화 안 하고 있을 때도 있고.

 

 아래는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바로 옆에서 아래의 떨린 눈을 본 후로 갑자기 모든 게 너무 쉬워졌다. 개인적으로 아래가 맘에 들진 않지만 모두들 안간힘을 내며 버티고 있다는 것을, 그런게 사회라는걸 새삼 깨달았다. 내가 사무실에서 미움을 받은건 어쩌면 제 본성대로 굴어서, 그들의 안간힘을 우습게 여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군필자 가산점 : 징병제니 국가 기관뿐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남자에게 가산점을 줘야한다.

호주제 폐지 : 특별한 케이스만 호주제 적용 예외를 하고 대부분의 (정상적인) 가정은 호주제로 한다. 호주제 때문에 기형아가 나올 수 있다.

여성부 : 이건 왜 있는거임?

 

 밥 먹으면서 '위'가 이런 주장을 했다. 조목조목 반박하고 싶었다. 당신이 위에 있는건 여성부가 양성평등을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서다. 호주제는 이혼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호주란 이름으로 불합리한 (어떤?)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가산점 문제는 남자들한테도 공평하지 않다, 사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할 사람이 아니라면 군필한 보상을 어디서 받으란 말인가. 군대에 갈 수 없는 사람의 역차별은 어떻게 하나, 군대 다녀온 게 그렇게 손해라면 모병제로 바꾸지 왜 자꾸 지엽적인 가산점을 물고 늘어지나 등등.

 

 몇년 전과 다를바가 없다. 의문은 한바가지인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에선 늘 막힌다. 여성주의가 내 삶을 변화시키고, 생각의 결을 다르게 한다고, 여성주의 공부하겠다고 한지가 몇년째인데 여전히 제자리 걸음. 얌체같은 여자 때문에 여자들 전체가 욕먹는 문제, 정말 호주제가 폐지되면 마구잡이로 결혼을 하고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걸까. 성희롱에서 여자랑 남자가 가해 피해를 넘나들 때 누구 편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관점은 뭘까. 여성 혐오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3-03-16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부 없애고 남성부를 만들면 남자들은 어떤 권리를 누리고 싶어 할까요.
위에 있는 사람은 아래에 있는 사람 삶을 모르지요.
아래에 있는 사람도 위에 있는 사람 삶을 모를 텐데,
보금자리를 함께 꾸리는 사랑을 헤아린다면,
어느 집이나 마을이나 나라나 모임이나 조직이나 회사나 공공기관에도
위아래는 없어야 마땅해요.
군대도 없어야겠지요.

전쟁훈련 받은 경험이 뭐 대단하다고 가산점을 받아야겠어요.
참 부끄러운 나라이지만,
어디를 보아도 부끄러움투성이인 터라,
부끄러움 끝자락 하나 붙잡기도 참 거시기합니다

Arch 2013-03-18 11:08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은 무정부주의자 같아요. 맞나요?
저는 제가 어떤쪽인지 모르겠지만 국가가 해체되면 불안할 것 같고 그 불안은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고, 그렇더라구요.
한편으론 상하 관계의 효율이 있는데 제가 있는 조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맥거핀 2013-03-18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가산점이라는 주제는 오래된 문제이면서도, 또 참 합의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한 것 같아요. 군대 혹은 징병제가 한편으로는 남성들에게 유무형의 '피해'를 입히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요. 그것을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 혹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일까의 문제를 생각해볼 필요는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그게 꼭 가산점의 형태가 되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말씀하신대로 '취직'하지 않는 남자의 보상은 어쩔 것이며, 군대에 가지 못하는 사람의 문제도 있고, 또 군대생활이 모든 사람에게 같지도 않고요.(예를 들어 현역과 공익은 어떻게 보상을 나눠야할까의 문제, 아님 같은 현역이라도 강도가 다 다르니까..) 근데 호주제와 기형아는 도대체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겁니까? 저는 이해가 안되서...

옛날에 저도 '위'에 계신 분 중에 밥먹을 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하시는 분이 계셔서 참 난감했지요. 평소에 하시면 싹 피하면 될텐데, 밥먹을 때 하시니 밥 다 먹을 때까지는 꼼짝없이 그 소리를 들어야 하니까. (저는 밥이 소중하니까요.) 그럴 때는 딴생각을 하면서 적절한 추임새를 넣어줘야하는데, 그 덕분에 멀티태스킹 능력이 점점 발달하는 듯..

Arch 2013-03-18 11:19   좋아요 0 | URL
몇년 전 한창 군가산점 얘기가 나왔을 때 저는 그게 일반 회사까지 다 포함하는줄 알았어요. 알고보니 공무원 시험만 해당되는거던데 그 난리였나 싶더라구요. 하긴 당사자들은 몇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니 중요한 문제이긴 하겠지만 군대 다녀온 분들이 다 공무원 시험 보는 것도 아니고 뭔가 좀 이상했어요.

'위'의 호주제 존속 논리는 이렇습니다. '엄마 성을 따를 수도 있으니 누구 피인지 확인이 안 된다.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결혼하니 기형아를 낳는다.' 진짜 이상한 논리인데 어떻게 반박할 수가 없어요. 저 스스로도 정말 그런건 아닐까,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왜 아닌가 잘 모르겠고. 가족관계법 도입 취지를 여성부에서 찾아봤어요. 호주제 폐단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폐단이 뭔지는 안 나와있더라구요. 좀 더 찾아봐야겠어요.

꿀꿀한 오전이었는데 맥거핀님 덕분에 기운이 나요 ^^ 저도 밥이 소중해요.
 

이번 OOO 채용 설명회 참가와
신청서 제출에 감사드립니다.
한분 한분 답장 드리지 못하고 일괄로 하는 점에 양해를 구합니다.
 
오늘 몇 분이 모여서 상의를 했는데
채용면접은 OOO시로 잡았습니다.
이미 문자 연락은 받으셨을 것이고
OOO님을 통해서도 연락이 가겠지만
저희들의 일방적인 결정이라 혹시 어려우신 분들은 사전에 연락부탁드립니다.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면접방식과 관련하여 몇가지 논란이 있었는데
애초 생각대로 다(多) 대 다(多)의 방식으로 모두 모여 진행하되
워크숍처럼 진행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저희들이 미숙하게 진행하면 실례를 범하게 될까 두려워
너무 복잡하게 진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구상중입니다.
제출하신 서류를 여러 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것도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어
OOO.OOO 최소한으로 한정하기로 했습니다.
 
당일 진행 내용으로
1) 저희 쪽에서 채용 개요와 관련된 소개를 다시 한번 하고
2) 채용 희망자 발표로 5분 정도에 걸쳐
    (1) 본인 소개(경력, 장단점 등)
    (2) 채용을 희망하는 분야 1,2,3지망
    (3) 그 이유 등을 설명해주시고
3) 5~10분 정도에 걸쳐 의견 교환(질의응답,토론) 등이 있고
4) 마지막으로 종합토론과 향후 일정 소개 등의 순서로 잡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짧은 시간에 자기의 진정성과 능력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고
또 그것을 듣고 받아들이는 분들도 어려운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사전에 여러차례 접촉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요.
 
대체로 5시에는 마치는 일정으로 생각중입니다.
원하시는 분을 위해, 또 당일 참석 못하신 분을  다음날까지
일정을 비워두고 있습니다.
 
상세한 진행내용은 다음 주 초에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채용을 통해 서로가 힘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는데
진행 미숙이나 오해로 상처가 되지 않도록 서로 배려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OOO 드림
 

 정중하고 간결한 면접 채용 공고. 

채용 공고를 보고 반할 수도 있는거구나 싶다.

문득, 혹시 내가 결혼한다면 이 글을 보낸 사람한테 주례를 부탁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전까지 주례 일순위는 강준만 선생님이었는데. 물론 그분 의사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이 글을 보낸 분을 뵌 적이 있다. 이 분은 말 많기 딱 좋은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다. 논쟁적인 이야기를 회피하거나 정면승부하지 않는다. '생각 좀 하고 말하라'는 '세상 사람들과 좀 다른'사람들만의 배척하는 분위기도 없다. 차분히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설득당하거나 설득하려고 말하는게 아니란걸 그제야 깨달았다. 누구의 의견이 중요하고 더 가치있는지를 논하려고 대화하는게 아니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아. 너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구나. 그렇다면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기본적인 상식인데 맘처럼 쉽지 않다는 말로, 감정적으로 그 사람 말은 아예 싫다는 이유로 혹은 그 밖의 많은 핑계로 상대방의 진심을 왜곡하고 나 편한대로 생각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 선생님, 자신이 몸담은 분야를 공격하면 화날 수도 있고 옳다 그르다로 판단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설득하거나 자기 입장을 고수하지  않고 어떻게 대화할 수 있나요, 비결이 뭔가요.

- 제가 할머니 밑에서 자라서 좀 두리뭉실한가봐요.

 

 유머 감각도 있다.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