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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리커버 에디션)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평점 :
첫째 딸 재인과 재욱은 3살 차이, 막냇동생 재훈과 재인은 13살 나이차가 있는 3형제였다.
재인, 재욱, 재훈은 둘째 재욱이가 아랍으로 공단에 파견되기 전 다 같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모였다.
서해안의 유명하지 않은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하고 일정대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가는 길에 휴게소 음식을 싫어하는 미식가 막내 재훈이의 입맛에 따라 국도에 한적한 바지락 칼국수집에 도착하게 된다. 지극히 표준적맛의 바지락 칼국수였지만 미묘하게 형광빛을 띄던것이 특이했는데, 칼국수를 다 같이 나누어 먹은 이후부터 이들에게 특별한 힘이 생기게 된다.
재인은 기업 연구소에서 OLED 조명을 연구하고 있었다. 항상 반짝이는 발광재료를 실험하는게 주된 일이었는데, 항상 손이 엉망이 되어 손톱이 계속 벗겨지듯 일어나고 거스러미도 생기는 게 항상 불만이었다.
재욱은 몇 년 전 사고 목격 이후 주변 사람들이나 상황에 무신경해진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남들과 다르게 흘러가는 시계처럼 대화도 불편하고 중요한 일 중요한 말에 다른 색깔로 표시하듯 특별한 색깔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다.
막내 재훈은 집이 80년대 지어진 아파트 13층이라는 것, 엘리베이터가 그만큼 느리다는 것이 자신의 지각 원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일만 해도 항상 십분 이상을 잡아먹다 보니 재훈이의 신경을 모두 가져간 것은 엘리베이터의 속도였다.
바지락칼국수를 먹은 이후 강철보다 더 강철같은 최첨단 소재로 가공이 가능한 손톱을 얻게 된 재인, 트러블 감지기가 되어 자신의 소원대로 인간 경보기가 된 재욱, 엘리베이터와 교감하고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재훈까지 그들은 특별한 힘을 갖게 되었지만 서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형제였기에 각자의 일상에서 조용하게 보내게 된다. 그러다가 의문의 메시지인 save1, save2, save3와 각각 손톱깎이, 레이저 포인트, 열쇠 선물을 함께 받게 되고 기다렸다는 듯이 사건 사고가 그들에게 벌어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슈퍼 히어로 물은 아니었는데, 삼 형제는 누군가의 히어로였다. 되게 사소한 소망들이 초능력으로 발현되고, 평범하게 일상을 이어갈 만큼의 특별함이라 신선했던 소재였다고 느껴졌다. 처음에는 save라는 메시지가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그들이 구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설정이 신기했다.
미리 일어날 일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초능력이 생기자마자 메시지와 선물이 전해진 것이 소설의 설정임을 충분히 납득했지만 삼 형제를 초능력자로 만들고 관리하는 다른 인물이 존재할 것처럼 느껴져 왠지 다음번 미션지의 도착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두근거렸다.
폭력을 용기로 맞서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설정이 좋았고, 여성을 여성이 구하는 여성 히어로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은 재인 캐릭터도 좋았다. 엄청 비장하게 읽어나갔는데 주변에 일어날법한 이야기 같아서 이것도 굉장히 결말로써 마음에 들었다.
정세랑 작가님의 특유의 유머 코드와 주변 인물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라 어렵지 않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독서를 시작하는 입문자용 소설책을 추천해달라고 이야기한 주변 지인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