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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기담 수집가 ㅣ 헌책방 기담 수집가
윤성근 지음 / 프시케의숲 / 2021년 12월
평점 :
가끔 특정한 목표를 삼아 헌책방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새 책을 파는 곳에서는 절대로 구할 수 없는 책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보석처럼 값진 물건을 찾듯이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절판된 책을 찾으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헌책방 사장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절판된 책은 찾아주기만 하면 사례비를 주겠다는 사람들이 있을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 책이다. 작가님은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이런 절판 책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입소문 난 책방 지기이자 사연 수집가로, 책 찾기를 의뢰한 사람들에게 수수료 대신 책을 찾고 있는 사연을 받고 책을 찾아준다고 했다. 책과 사람에 얽힌 기묘한 사연을 수집하는 이야기, 소설보다 더 소설같이 흥미로운 이야기에 소개부터 푹 빠져 읽어나갔다.
사람들이 읽고 남기는 서평 속에서 취향의 책을 찾아 헤매는 취미를 가진 내가 이번에는 사연이 담긴 절판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는 게 시작부터 위험한 냄새가(?) 났다. 책 수집욕이 있는 내게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에 걸쳐 구하는 '초판본, 절판본의 매력에 빠지면 어쩌지? 이젠 답도 없겠구나' 이런 걱정으로 사연들을 읽어나갔는데, 다행히도 책마다 담긴 사연들은 내가 욕심내기도 미안한 개개인의 추억이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라, 책에 대한 욕심보다 수수료로 사연을 수집하는 작가님의 취미가 마냥 멋져 보였다. 진정 책을 사랑하고 이야기를 애정 하는 오리지널 책 덕후를 마주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첫사랑의 추억을 담은 1987년 모음사의 [로리타]부터, 십 대부터 간직한 두 사람의 마음을 이어준 범서 출판사의 [그 여인의 고백]이란 책, 평생 교육자로 지낸 할아버지가 수수께끼처럼 단서로 이야기하신 책을 찾으며 할아버지의 애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성암문화사의 [켈케골의 종교사상], 사고방식이 아주 부정적인 남자가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추천받은 이땅 출판사의 [세상을 어둡게 보는 법], 의뢰인의 아버지의 흔적이 남긴 책을 찾는 기나긴 여정을 했던 한울 출판사의 [모험 소설] 등 애정하고 아끼던 사연들을 골라골라 책 한권에 알차게 담아 소개하고 있었다.
책의 제목도 모르고 저자도 모르며, 기억나는 게 없어도 AI도 못따라가는 작가님만의 유추법으로 찾아 낼 수 있었고, 책이 도서관에 기증되어 의뢰인에게 되찾아주지 못할 경우였음에도 결국 책을 의뢰인에게 전달했으며, 몇십 년간 돌려주지 못한 책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대리인의 역할도 자처하고 있었다.
책에 관한 에피소드는 정말 독보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직업이셨고, 입소문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베테랑답게 개인이 인생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애정을 갖고 수집한 게 느껴져 이야기 하나하나 모두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책에 관한 사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아끼던 사연을 소개하셨다지만 아직 더 많은 사연들을 감춰놓으셨을거라고 생각이 들어 몇날 몇일을 졸라 속편을 내달라고 어리광 부리고 싶은 책이었다.
다음 책 출간을 기다리며 책이 널리 흥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 덕후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막무가내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