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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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주인공은 운전을 특히나 못했다. 기능 시험에 두 번 낙방, 도로주행 세 번 낙방 후 네번째에 면허를 합격했지만 그마저도 구 년 전이라고 했다. 
운전면허 시험 도중에 사거리를 지나다 길과 길이 교차해 차선이 잠깐 끊겼고, 그때 차선을 헷갈려 어어, 어어 하다 앞차를 들이 받았다고 한다. 그때 감독관의 힐난한 말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내리세요 실격, 시동 끄고 내리세요."
인생에서 유일한 실패의 기억 때문에 운전을 차일피일 미루다 장롱면허가 되어버렸는데, 신규 프로젝트 때문에 충동적으로 차를 사게 되었고, 그렇게 운전 연수를 검색하다 동네 맘카페에서 추천이 많은 강사를 소개받고 도로 연수를 나서는 이야기였다.

펀펀 페스티벌

오 년 전 여름 경기도 외각 연수원 건물 강당에서 그날 처음 만나는 사람 일곱 명과 둘러앉아 있었다고 한다. 이유는 은행권에서 유행처럼 번진 합숙면접 때문이었는데 이박삼일 동안 간단한 강연과 교육을 듣고 조를 짜서 마지막 날 밤에 펀펀 페스티벌에서 면접관에 선보일 공연을 준비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각 조별로 할당된 정원이 있었고 여러 조 중 밴드조인 9조를 고르게 되었고, 그곳에서 대형 기획사 연습생 출신을 포함한 밴드를 구성하게 되며 벌어지는 에피가 다뤄지고 있었다.

공모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기도 전에 회식 분위기를 파악해버렸다. 회사 회식 장소를 정하는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 천의 얼굴에 관한 이야기였다. 
여자 혼자, 혈혈단신이라는 분위기를 몸으로 뿜어내는 여사장과 그의 관심을 얻고 싶어 하는 상사들의 몸부림으로 회식장소는 변하지 않았고, 주인공이 여자라서 불편한 건지, 남자라서 그 장소를 꼭 선택해야 하는지 헷갈리던 차에 김상무의 청탁을 받아 천의 얼굴마담의 딸의 면접을 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라이딩 크루

주인공은 어쩌다  보니 라이딩 크루를 운영하게 되었다. 성비도 적절하고 사람들 간의 합도 좋아 이렇게 계속 유지되면 좋겠다 싶었는데, 자신이 초창기부터 말했던 정원을 맞추기 위해 새로운 멤버를 한 명 더 구하게 되었고, 여성스러운 말투에 자신도 모르게 합류시킨 훈훈한 훈남과의 경쟁을 다룬 이야기였다.

동계 올림픽

와이비씨 인턴 셋 중 한 명은 방송국 대주주 모기업 회장과 인연이 있어 채용이 될 것이라고 확실해졌다면 나머지 두 명은 가망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지막 리포트 과제 제출을 위해 올림픽 출전 선수 자택 취재를 과제로 맡게 된다. 설날,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 기자들은 선수의 자택에서 승부를 위해 숨을 죽이고 취재 열기를 띠고 있었고, 선수의 어머니는 좁은 집에 귀한 손님들을 모셔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하고 있었다. 그러다 경기가 시작되고 숨 막히는 취재 열기만큼이나 긴장되는 순간이 지속되다 생방송 중 사건이 발생한다. 

미라와 라라

국문과에서 미라 언니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서른두 살에 입학한 장수생이라서 보다 하얀색 SUV를 끌고 다녀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언니는 데뷔하면 사용하게 될 필명인 라라를 자신 주위에 온통 붙이고 다니는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언니는 어릴 때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주식으로 대박이 나 부자라는 이야기도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더 중요한 건 국문과에서 글을 못쓴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언니가 여름방학이 끝나고 중편소설을 들고 왔고 이제까지의 글을 잊게 할 만큼 가능성 있는 작품을 들고 오게되었는데 그 작품에는 충격적인 비밀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작품은 현실적이라 좋다. 있을법한 소재, 실제 존재할법한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작가님 시선으로 담아내는 데 있어, 굉장히 날카로우면서도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중 연수라는 작품과 라이딩 크루란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연수는 내가 초보 때 도로 위를 나설 때의 심정이 느껴져서 그렇기도 하고, 강사님의 가르침을 읽다보니 점점 빠지게하는 강의 스타일에 정신이 안차려졌다. 거기다 기에 전혀 눌리지 않는 강사님의 포스에 나 역시도 눌려 읽다 보니 책 넘기는 속도를 느끼지 못하게 후다닥 읽게 해서 였다면, 라이딩 크루는 그냥 웃겼다. 라이딩 크루로 시작해 결국 야밤에 자존심을 건 두 남자의 결투는 어떤 것보다 비장했고, 그 장면까지 머릿속으로 상상되어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던것 같다. 무슨 일인지 말하면 큰 스포라 소개하지 못하겠지만 꼭 라이딩 크루는 읽어보라고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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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7-3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험 붙자마자 운전을 하게 돼서 연수는 따로 안 받었는데 도로 시험볼 때 중앙선 침범이었는데 시험관이 엄청 화 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중앙선 침범도 차가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중앙선 라인을 살짝 침범한 건데 화를 내서 황당했던 적이 있었어요!!
 
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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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했네요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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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위픽
정해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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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앉은 남자의 동공이 떨렸다. 
이 남자가 주장하는 것은 무죄인가 심신미약일까, 자신은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다가 느닷없이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게 절대 이 사건을 맡고 싶지 않아지게 했다.

5촌 당숙의 친구 아들의 친구인 이 사진작가는 누가 봐도 살인범임이 확실해 보였다.

23년 1월 18일 사진작가 유대평은 보조작가 이우리와 함께 숙박 시설로 등록한 오피스텔에 투숙하였고, 그리고 1월 19일 이우리는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이우리는 피를 잔뜩 뒤집어쓰고 기절한 듯 잠이 든 유대평과 함께 발견되었는데, 시신 옆에서 발견된 칼에서 유대평의 지문이 잔뜩 나왔고, 유대평의 손톱에서는 이우리의 유전자가 나옴과 동시에 유대평은 즉시 구속되었다.

그는 자신은 마약에 취해서 아무 정신이 없었는데, 눈을 뜨고 보니 살인자가 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5촌 당숙의 부탁에 맡게 된 사건이었으나 누가 봐도 빼박 살인범은 유대평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여기서 끝날 수 없으니 꼭 살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임료를 4배 부르는 그의 대답에 그의 무죄를 강력하게 믿고 싶어지며 사건 조사가 시작된다. 

사건 당일을 제대로 기억 못 하던 유대평은 자신이 이우리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장면과 자신의 방에 왜 이우리가 들어와있는지 의문이었다는 말뿐이었다.

변호사인 주인공은 사건을 최초 목격한 오피스텔 직원 강민준과 숙박시설에 작업을 위해 투숙했던 모델 이미래,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천경선을 만나게 되었고, 이 사건에는 조금 더 깊은 관계가 얽혀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열심히 추리하며 읽었는데 몇몇 부분은 짐작했고 몇몇 부분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 놀라웠다.

변호사의 일부가 되어 열심히 추리해나가며 읽다 보니 순식간에 시간을 지나가게 했고, 사건은 해결돼 있었다. 

모델 이미래의 숨겨야만 했던 비밀과 살인은 안 했으나 마약은 했다던 뻔뻔한 유대평의 정말 추악한 진실이 뒷부분에 공개되어 있었고 소름 돋았던 부분이었다.

일단 중간중간 트릭은 숨겨져 있었다.
우리는 읽으면서 트릭을 찾아가는 재미를 느끼기만 하면 되는 짧지만 강렬한 추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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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스 딜리버리 안전가옥 쇼-트 4
전삼혜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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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엘즈는 보라와 주인이 좋아하는 걸그룹이었다. 이번 9월에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해서 며칠 전 콘서트 티케팅을 위해 손가락에 불이 나도록 새로고침을 시도했고, 결국 주은이 R석 두 자리를 성공했다. 좌석 예매를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은의 카드로 좌석 두 개를 질러버린 것 까진 좋았다. 

사소한 문제가 있었는데, 보라에게는 돈이 없었다. 

9만 9천원에 굿즈랑 응원봉을 사려면 대략 30만원 정도는 필요했고, 아르바이트가 시급했다. 주은은 보라와 다르게 극성인 부모님 덕에 11시까지 학원 뺑뺑이를 도는 일과를 보내는 결과 30만원이라는 거금이 시급하지 않았고 보라는 다급해졌다.

원동기 면허가 있긴 했지만 미성년자는 안된다. 여자는 안된다는 이유로 몇몇 가게에 연이어 퇴짜를 맞고 거리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던 그때, 팔랑하고 하늘에서 명함이 떨어졌다.   

백발의 긴 머리를 질끈 묶은 여자가 떨어뜨리는 명함은 남자들은 쳐다보지 못하는 듯 보였고, 땅에 떨어지면 사라지는 신비한 명함이었다. 명함에는 QR코드와 여성전용이라는 두 가지만 적혀 있어 퇴폐업소 인가 싶었지만 호기심에 큐알을 스캔했고, 화면에는 '위치스 딜리버리, 여성전용 배달 아르바이트, 청소년 가능'이란 문구가 나타났다. 급한 보라는 내친김에 아르바이트에 지원하게 된다.

사이트에 접속한 것만으로 백발의 윤정에게 보라의 핸드폰 번호, 학교까지 털려버렸다. 배달 한 건에 만 원, 원동기는 빌려주고 한 달 관리비 3만 원에 하루 한 건이나 두건을 배달하며 비가 오면 포장 업무를 돕는다는 속사포 같은 말을 대강 흘려듣고 주문이 밀려있다는 이유로 계약서부터 써버렸다. 

얼떨결에 계약으로 예비 마녀의 자격을 획득해버렸다. 예비 마녀용 청소기를 지급받고 해가 진 김에 실제 청소기까지 타보게 되었는데, 마녀가 흔한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배달 다닐 때는 은신 망토를 입고 배달을 한다는 걸 듣게 된다.

이렇게 시작한 배달 아르바이트의 임무는 정말 배달일이었다. 임산부 마녀에게 애플망고 치즈빙수 하나를 배달해 주기도 하고 드링크를 담은 텀블러를 판교에 배달하기도 했다. 고도 450m의 하늘 아래서 바라보는 밤길, 탄천길은 보라에게 쏠쏠한 취미 생활이 되어 있었을 즘, 봇들공원 허공에 보라색 수면 잠옷을 입은 금발의 천사 같은 아이를 발견하고 구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미카엘라와의 첫 만남이었다. 

평화롭던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던 어느 날 절친 주은이 점점 심해져 가는 불면증으로 오컬트 숍의 샌드맨 캔들 등 물건을 주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배송 물품에 관심 없던 보라였지만 주은은 걱정이 되었다. 결국 윤정에게 어떤 물건인지 물어보게 되었고, 마녀들이 돈을 벌기 위해 약간 위험한 물건도 판매함을 알게 된다. 이다음번에도 오컬트 숍에서 물건을 주문하는 주은을 예의 주시하게 되는데... 

마녀와 초능력자, 그리고 빌런 마녀의 등장까지 빵빵한 스토리 전개가 꽉 차있던 이야기였다. 

내가 살고 있는 성남을 배경으로 하며 집 근처에 흐르는 탄천 근처에 투명 망토를 두르고 배달하는 마녀를 상상하면서 읽었더니 뭔가 말도 안 되게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당황스럽지만 한층 더 재밌었다. 

마녀와 예비 마녀 사이의 계약에는 간단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는 점, 투명 망토는 오래 입으면 잊히는 제약이 걸려있다는 것, 김앤장 드림학교의 존재와 그곳에 재학 중인 세이와 보라 미카엘라의 복잡하게 얽히는 관계의 시작, 절친 주은의 불면증으로 구입하는 물건에는 파면된 마녀 안마리의 야심이 담겨 있었고, 결국 윤정이 보라에게 물들어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는 포인트였다. 

나에게 마녀란 소재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소녀의 이미지였는데 보라 역시 사랑스럽고 용맹하며 정직한 예비 마녀 그 자체였다. 빗자루 대신 청소기를 타고 다니고, 덕질하는 친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정의로운 캐릭터의 탄생을 엄청나게 환영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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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07-11 0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남시민 파이팅입니다ㅋㅋㅋ
그나저나 럽땡 님은 한국문학 엄청 많이 읽으시는군요?

러블리땡 2023-07-16 22:48   좋아요 1 | URL
성남시민 화이팅ㅋ 저 안가리고 읽는 편인데 요즘은 한국 문학이 손에 많이 잡히는것 같아용ㅎㅎ

기억의집 2023-07-3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디어가 좋은 작품이네요!! 근데 십대인데 원동기 면허가 되나요?? ㅎㅎ 너무 사소하긴 하지만 제 남편이 원동기 면허 따러 파주원동기 시험장에 열심히 다녔던 게 기억이 나서…
 
영원히 알거나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된다 - 도시괴담 테마 소설집 바통 6
강화길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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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으로 기다렸는데 재밌을것 같아요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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