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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세계사 - 동양으로부터의 선물
베아트리스 호헤네거 지음, 조미라.김라현 옮김 / 열린세상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에 아버지 친구분께서 영국에서 오랫동안 계시다가 귀국하셨을 때 차를 선물해주셨다. 굉장히 독특한 차였는데 붉은 색의 예쁜 케이스에 딸기향이 나는 찻잎이 들어있었다. 당시만 해도 차라면 녹차와 보리차 정도 밖에는 먹어보지를 않았던 내가 그 차를 마셔보니 이전에는 전혀 맛볼 수 없었던 독특한 향에 매료되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또한 그 경험이 내가 영국이라는 나라에 호기심을 가진 계기들 중의 하나가 되었었다.
그 후 몇 년 후에 나는 어학연수를 영국으로 가게 되었다. 그 전에는 영국에 관한 정보는 모두 찾아서 읽어보았는데 영국인들은 커피보다는 차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나 처음 홈스테이를 했던 주인 집 아저씨는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항상 차를 타주셨고 쌀쌀한 날씨에 마셨던 따뜻한 차가 내게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맛으로 남아 있다. 또 남부지방의 조용한 마을에서 친한 할머니들과 함께 먹었던 스콘과 차는 지금도 아련하다. 이렇듯 영국에 머무르면 누구나 커피보다는 차와 더 친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놀라우리만치 영국인은 차를 많이 마시기 때문이다. 귀국했을 때 할머니가 선물해준 루이보스티가 아직도 식탁위에 있다. 내가 만났던 영국인들은 루이보스티를 많이 마셨는데 이 책을 통해서 이 차가 항산화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모든 차는 그 종류와 맛은 제각각이라도 차나무라고 불리우는 식물인 Camellia sinensis에서 채취된다. 그러나 루이보스차는 다른 종자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책은 동양과 서양의 차의 역사에 대해 다루었고 차에 대한 여러 지식을 소개해주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역사상의 차와 관련한 사건이라고 하면 아편전쟁만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 하나만을 봤을 때도 차를 매개로 한 동,서양의 대립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서구세계의 동양과 아프리카의 식민화 및 시장지배에 있어서 차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아편전쟁이 발발했으며 이는 지금도 다국적 기업이 중국, 인도, 스리랑카등의 차를 수확하는 많은 노동자들을 핍박하면서 이득을 챙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요즘에는 피곤함을 이겨내고자 할 때나 독서를 할 때 나는 항상 커피를 마시곤 한다. 각성 효과가 있고 현대인에게 커피란 필수 식품이라는 생각을 해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은 늘 진정되지 못했고 평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영국에서의 차를 즐기던 습관을 다시 되살려서 마음의 평온을 느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