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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박민규가 현대문학에 혜성처럼 등장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난 이 책이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왜 그에게 많이 독자들이 열광하는지 알게 되었다. 한국문학은 어쩌다 한 번씩 들여다보는 식으로 편견을 가져 왔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오랜 무명 시절을 견디고 톱스타가 된 이후 가족을 떠난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고 있는 나는 백화점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생활로 조금씩 치유받고자 한다. 그런 와중에 요한과 그녀를 알게 되었고, 요한의 밝고 쾌활해보이는 이면 뒤에는 그 만의 상처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나의 10대 끝자락 인생에 나타난 그녀는 그저 껍데기만 화려할 뿐 추한 내면을 가진 여자들과는 아주 반대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점이 내게는 또 하나의 충격이자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해주었다. 추한 외모라는 운명 때문에 마치 죄인처럼 일생을 살아온 그녀에게 나는 빛이 되어준다.
그녀의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정도로 못생긴 외모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 소설의 로맨스는 아름다움만으로 점철된 비현실적이고 상투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는 게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다. 이 사랑을 대신하는 달콤하지만 결국 허무함만을 간직하는 것들이 인간을 현혹하지만 결국 만족은 잠깐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시대적인 요구와 너도 나도 추구하는 진리들이 결국 시간이 지나면 화석같은 존재로 사라질 뿐이지만 사랑은 그렇지않다. 그렇기에 가장 인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며 가장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도 아름답고 눈부신 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極)을 가진 전선과 같은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p.185
가장 인간다운 빛은 돈과 외모만보고 밝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매력을 알게 될 때 오랫동안 가장 밝은 빛을 발할 수 밖에 없음을 안다. 지금까지의 나의 빛이 그랬다면 이제는 가장 인간답고 아름답게 그리고 더 없이 밝게 빛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