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 <개그콘서트> 대표 개그맨 5인의 민낯 토크
박성호 외 지음, 위근우 인터뷰.정리 / 예담 / 2013년 2월
평점 :
개그콘서트를 애청하지는 않는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개콘이 하면 보고 아니면 안 보고 아쉬워하지 않는터라 개콘의 애청자라고 할 수는 없겠다. 그렇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개콘의 유행어를 했는데 유행어를 모르는터라 괜히 분위기만 더 어색해지고 대화가 안 통할 수 있기 때문에 이슈가 되는 코너와 유행어 정도는 필수적으로(?) 알고 있는 편이다. 이렇게 나처럼 개콘을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개콘을 학습해야 하니, 역시 대한민국 코미디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개그맨 박성호, 김준호, 박원효, 최효종, 신보라까지 다섯 명의 진솔한 인터뷰가 담겨져 있다. 누군가는 큰 인기를 한 몸에 받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과정은 없어도 꾸준히 개콘을 지키고 있지만 모두 개콘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이 남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특히 박성호라는 개그맨이 궁금할 수 밖에 없었는데 10년 넘게 개콘을 지키고 있으면서도, 선배 개그맨으로서 마치 신인과 같은 개그를 여전히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모습이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김준호 또한 비슷하지만 버라이어티 쇼가 아닌 개그콘서트라는 전통 코미디의 외길을 걷고 있기에 인간 박성호의 개그에 대한 철학과 인생이 궁금했었다. 역시 개콘의 장인 다운 그의 메세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즐길 수 있었고 나름의 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외길 박성호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여러가지 메세지는 조금이라도 힘들면 쉽게 포기하고 불평하려고 했던 내게 큰 가르침이 되었다.
이에 반해 사실 인터뷰집을 본 후 더욱 실망하게 된 인물이 최효종인데 강용석의 고소로 한 때 큰 이슈가 되었었고, 지향하는 개그가 시사적이고 현실을 풍자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그에 대해 나름의 신념이 있을 줄 알았다. 그렇지만 나처럼 이런 기대를 하고 그를 보는 사람이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개콘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렇듯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하며 조금이나마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코너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주 옛날부터 상놈과 양반이라는 계급 사회에 대한 현실 비판을 하던 문화가 존재했었음이 이를 입증하고, 외국에서의 스탠딩 코미디가 인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무대 위에서 이런 현실을 앞장서서 꼬집는 영웅의 역할을 한다고 진짜 영웅인 것은 아닐테지만, 인간 최효종의 캐릭터로 굳어진 코미디의 빈약한 철학에 대해서는 실망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책을 보면서 막연히 개그맨들의 조직이 그 어떤 조직보다도 서열화 되어 있고 일주일에 한 번의 방송을 위해서 좀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위해 고군분투 함을 알게 되었다. 무대 뒤에서의 그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과정으로 아이디어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방송을 통해서 공개되어지긴 했지만,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들여다 본 느낌이다. 내게는 한 주를 마무리하는 방송이 사실 개콘이 끝난 이후의 '다큐3일'이다. 코미디보다는 다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도 재미를 추구하는 내가 코미디 영화를 빼놓지 않고 보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해진 시간에 텔레비전만 틀면 충분히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는데 말이다. 지금까지는 나의 게으름이 이런 좋은 시간을 스스로 회피하도록 했다면, 이제는 개콘으로 웃음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열정까지도 꼭 사수해서(?)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