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할렘가에서 마약과 죽음을 보며 자란 샘은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여 의사가 된다. 함께 늪을 빠져 나온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극복할 수 없었던 아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그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행복해지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놀라운 우연으로 프랑스 여자인 줄리에트가 나타나게 되고, 둘은 첫눈에 반하여 뜨겁게 사랑하게 된다. 둘의 짧은 사랑 끝에 줄리에트는 프랑스로 돌아갈 비행기에서 죽어야 하는 운명이었음에도 그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이륙 직전에 내려 죽음을 피하게 된다. 죽음의 사자가 운명을 어긴 줄리에트를 다시 데려가기 위해서 샘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샘은 줄리에트 대신 세상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기욤 뮈소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찾아보니 무려 5년 전이다. <사랑하기 때문에>를 스물 세살에 읽고 쓴 서평을 읽어보니 어딘지 모르게 낯뜨겁다. 사랑과 인생에 대해서 잘 모르던 때에 내게 기욤 뮈소의 책은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에 불과했던 것 같다. 그 후 내가 기욤 뮈소를 다시 찾지 않게 된 것은 그의 작품들이 재미있는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치부했기 때문이다.

 

5년 후 <구해줘>를 읽고 나는 '더글라스 케네디'를 떠올리게 된다. 같은 출판사에서 독점적으로 발간하는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승부를 하는 작가로서 공통적이라고 생각이 된다. 스물 세살에 기욤 뮈소의 작품을 만난 이후 5년 동안 나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팬이 되었고 그의 작품을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가 되었다. 기욤 뮈소 또한 이제 내게는 그런 작가가 되어 버린 듯 하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독자들을 사로잡을지 기다리게 된 것이다. 단순하지만 소설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스토리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욤 뮈소는 역시 그 인기를 그저 얻은 게 아님을 <구해줘>를 읽고 깨닫게 되었다.

 

할리우드 영화를 노리고 만든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에 사로잡는다. 그렇다, 난 오늘부터 기욤 뮈소의 팬이 되어 버린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리학 시트콤 - 상식을 뒤집는 14가지 물리학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전대호 옮김, 이우일 그림 / 해나무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마디로 말하자면 내가 고등학교 때 제일 싫어했던 과목이 바로 '물리'였다. 고등학교 1학년, 1년 동안 내 평균 점수를 깎아먹은 과목이 물리였고, 그 결과를 보고나면 물리가 더 싫었다. 악순환의 종결이 1학년 끝이었고, 그 후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무려 10년 가까이 물리학에 대해서 공부해 본 기억이 없다.

 

한 가지 더 물리학과 나의 악연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진로로 정해두었던 의학전문대학원을 가기 위해서는 선수과목 이수를 해야 했다. 문과생이었던터라 혼자서 생물학과 전공을 듣고 생물학 전공을 이수하기도 했지만 도저히 물리는 자신이 없었다. 내 GPA를 또 깎아먹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럼 말이다. 결국 지금까지도 물리학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교양서적으로 읽어본 적 조차 없다.

 

그런 내게 이 책이 짠 하고 나타났다.

 

물리라는 고약한(?) 이름 뒤에 시트콤이라는 단어의 조합부터가 무척이나 어울리지가 않는다. 한 가닥 기대를 하며 읽어보아도 챕터를 하나씩 넘기며 느낀 것은 이 책은 물리적인 기초가 없으면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단 물리에서 가장 핵심적이고도 빠질 수 없는 계산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나는 사실 원리는 대충 이해했어도 계산법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처럼 물리학에 젬병인 독자들은 그저 가볍게 읽어보면 될 것이다. 알고보면 세상에 참으로 신기하고도 편견을 무너뜨리는 물리 법칙들이 많다. 그래서 경제학만큼이나 물리학은 실용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 물리학은 역시나 경제학보다 백 배는 더 어렵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이우일의 그림도 볼 수 있었다. 물리학이라는 어렵고도 복잡한 학문을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한 책으로서 굉장한 노력을 했음을 알 수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웠다. 중,고등학교 기초 물리를 공부한 후라면 모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티 워크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송현아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한창 문학에 주제로서 '소통의 부재' 운운하던 때가 있었다. 소통이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참 소통하기 힘든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우리 함께 소통하자라는 메세지를 전하는 건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뻔하고도 상투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생각되지는 않았다. 이런 무형적인 것까지도 트렌드화된다니.

 

말하자면 책 제목과 아주 무관하게 이 책 역시 그런 '소통의 부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일본문학의 단골 기법인 옴니버스 방식으로 쓰여져 있어서 신선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스토리도 한 마디로 성의가 없다. 에쿠니 가오리 식의 쥐어짜낸 감성과 다를 바 없다. 한마디로 기대에 충족 될 만하지가 못하다는 것이다. 일본 추리소설도 사회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소재를 많이 다루고 있기에 이제는 아주 질린다. 이런 소재가 이제는 읽기 불편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옴니버스 기법만큼 소통이라는 소재를 잘 표현하는 기법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드라마나 영화로 보면 꽤 신선하고 흥미롭다. 그러나 일본문학에서는 이 기법을 너무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한창 일본소설을 탐독했을 때 이런 기법에 대한 신선함은 이미 질릴만큼 질려 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이제 소통, 불륜, 냉소 따위를 다룬 일본소설은 유행이 지난 하나의 트렌드가 아니었을까. 이제 이런 트렌드는 촘촘하고 감탄할만한 스토리텔링이 아니고서는 그 어떤 독자도 매료하지 못하는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린세스 바리 -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정윤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터라 유명한 문학상 외에 사실 알고 있는 문학상은 별로 없다. 소설 자체를 좋아하지만 부끄럽게도 국내소설이 아닌 외국소설을 더 선호하는 것은 나의 책에 대한 취향이 문학보다는 그저 픽션과 스토리를 추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전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문학상의 수상작인 이 책이 내게는 좀 더 깊이 있고 문학 다운 문학을 오랜만에 경험해 볼 수 있는 선물이 되어 주었다.

 

바리를 소재로 한 책이 언제부터인가 인기를 끄는 듯 하다. 이는 고전문학으로 전승되어 오는 바리공주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 이야기의 시작부터가 참으로 비극적이라서 <프린세스 바리>의 도입 또한 비극으로 시작된다. 아들 낳기를 그토록 염원하는 연탄공장 사장의 부인에게 아들을 낳을 수 있는 신기를 가졌다는 소문의 주인공인 산파가 출산을 도와준다. 그렇지만 산파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딸만 낳는 부인은 산파의 효험을 의심하고 불임인 산파에게 폭언을 일삼는다. 산파는 그런 부인의 마지막 딸을 훔쳐오기로 다짐하게 되었고, 그 일곱번 째인 바리가 산파의 손에 자라게 된다. 산에서 약초를 캐서 치료를 하고 그 돈으로 바리를 키운 산파는 바리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약초에 대한 책을 전수해주지만 바리는 약초가 아닌 독초로서 좀 더 편안히 세상을 떠나고 싶은 이들의 죽음을 도와준다.

 

버려진 삶을 받아들 수 밖에 없는 바리는 어쩌면 그 시작부터가 비극이었는지 모른다. 스스로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 없이 사랑 받지 못한 결과로 평범한 삶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는 바리의 운명은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있고 한 없이 꼬여있다. 버려졌지만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용감하게 맞서 싸워서 치료해 주는 열 다섯의 바리공주와 달리 바리는 제 친가족을 다시 찾아갔지만 다시 한 번 더 버려졌을 뿐이었다.  비극의 시작이 운명적일 수 밖에 없다면 그 비극의 끝이라는 운명은 스스로 바꿀 수 없는 것일까? 바리공주처럼 바리 또한 비극을 피해 홀연히 떠나는 것으로 끝이 났듯 운명이라는 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비참함과 서글픈 운명으로 점철된 삶이더라도 하늘은 오롯이 그렇게만 만들어 준 인간은 없다고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무 살엔 스무 살의 인생이 있다 - 시, 내 청춘을 위한 소울푸드 98편
이영미 엮음, 고부기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이 처음에는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무 살만을 위한 책인가 싶었다. 스물하고도 여덟이나 먹은 내가 읽어도 되나 싶었는데 읽다보니 읽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을 정도로 감동 그 자체였다. 사실 내용도 그닥 없고 일종의 자기계발서 혹은 에세이와 같은 책이기에 제목만큼이나 상투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요즘 부쩍 우울한 스스로에게 격려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남들보다 늘 느렸던 나는 재수를 해서 대학도 일 년 늦게 들어가고 졸업도 남들보다 늦게 또 회사도 늦게 들어갔다. 이런 스스로가 때로는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살다보니 남들이 다 할 때 하는 게 맞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 그런 남들을 볼 때는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열등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 책이 그런 내게 힘을 주었다. 늘 산문만 달고 살던 내게 아주 오랜만에 시의 아름다움을 선사해주었고, 세상에 무릎 꿇지 않을 힘을 준 격려 가득한 책이다.

 

구성은 시 한 편의 소개와 저자의 메세지가 담겨 있는 형식이다. 난 이처럼 세상에 주옥 같은 시들이 많이 있는 줄 미처 알지 못했다. 간결함이 함축한 아름다움과 힘을 고등학교 국어 시간 이후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매일 시 한 편씩 읽는 게 내게 힘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부터 시 한 편씩 읽을 계획을 세웠다.

 

스무 살의 나를 돌이켜보면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망쳐버린 수능으로 원하지 않는 대학에 다니며 홀로 수능을 준비했던 서글픔 가득한 청춘이었다. 내게 스무 살이 빛나지 않고 늘 위태로웠던 이유이다. 그렇지만 나보다 훨씬 힘든 환경이었던 청춘들이 많았음을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긴 터널을 지난 지금 내게는 또 다른 터널이 있지만 그 때 만큼 외롭고 힘들지는 않다. 그 때 보다 성숙해진 이유도 한 몫 하지만 이제는 늘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을 시 한 편 지갑에 넣어다니며 좀 더 현명하게 터널을 지나 볼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