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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구글에서 일할 만큼 똑똑한가? - 세계 최고기업 인재들이 일하고 생각하는 법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유지연 옮김 / 타임비즈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취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가 원하는 대학원에 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 월급쟁이로서 사회의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내 미래에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게 되었고, 졸업 후 1년 가량을 소속 없이 살다가 이것도 저것도 안 될 것 같아서 열심히 구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취업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소박한 스펙과 대범한 나이로 수많은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그러다가 전공을 살려서 한 외국계 리서치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고, 그 후 다른 곳에서 패기와 꿈을 잃은 여느 사람들처럼 그렇고 그런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다.
여러 군데 면접을 보며 느낀 것은, 지금과 같이 꽁꽁 얼어붙은 취업난에 지원자는 철저히 '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여러 면접관들의 질문을 받고 답을 하면서 비록 '을'이지만 나도 그들을 평가할 수 계기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작은 회사일수록 터무니 없는 허풍과 프라이드로 장시간의 면접으로 스스로의 이미지를 깎는다는 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에게서 의뢰를 받은 중소기업이 이렇게나 많은 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세계 각국에 지사를 갖고 있었던 첫 외국계 직장에서도 클라이언트는 아니었던 마이크로 소프트였으니 말이다. 그런 회사에서 면접을 보고 나오면서 내가 생각하는 그 마이크로 소프트가 맞나싶을 정도로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난다.
구글이 신의 직장인 이유는 누구나 알다시피 직원을 위하는 회사의 복리후생에 있다. 누구나 알겠지만 학생에게 억지로 공부하라고 윽박지른다고 그 학생이 최고의 능률을 올리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직장인을 정말 가족처럼 생각하고 그만큼 베푸는게 많은 회사는 인재가 더 원하는 직장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런 인재들로 인해서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회사의 공통점은 채용 과정이 까다롭다는데 있다. 지금처럼 인·적성 시험이 보편화된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나도 몇 번 보긴 했지만, 쉽게 볼 문제들이 아니다. 그런데 바로 이 책의 구글이 채용 과정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그 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고 몇몇은 황당무계하다.
책 속 각각의 파트 끝에 나와 있는 문제들을 풀며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신의 직장에 들어가는 것은 그만큼 신의 경지에 오른 인재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질문들이 한국에서의 대기업들처럼 문제지상에 나와 있는 게 아니라 면전 혹은 전화상으로 묻는 질문들이라는 점에서 입사까지의 과정이 몇 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토록 어려운 관문들을 넘어야 하지만 이는 결국 '협동심', '창의성'이라는 집약적인 구글의 인재상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또한 많은 기업에서 이런 인재상을 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잠재적 인재들의 재능을 말살하고 있는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신의 직장에 취업하고 싶다면 너도나도 하는 어리석은 스펙 쌓기에 골몰하기 보다는 멘사 회원 혹은 노벨상 수상 정도의 굉장한 스펙을 쌓는 게 아니라면 남들과 다른 '창의성'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취업뿐만이 아니라 인적 자원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히는 데 필요한 역량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