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 좀 재미있게 살 수 없을까?
고성연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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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영국 땅을 처음 밟고 1년 가량 머물렀던 경험이 내게 준 영향력은 적지 않다. 예술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예술이 얼마나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며 질적 성장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런던생활을 통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예술을 배우러 영국에 갔던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미술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으며 도시 곳곳에서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조형물들은 그저 런더너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영국의 디자인을 '핫'하게 만들어 준 디자이너들을 직접 만나서 총 열여섯개의 인터뷰가 담겨 있는 이 책을 읽고, 런던의 디자인 저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폴 스미스부터 재스퍼 모리슨까지 우리나라의 유수 기업들도 디자인 컨설팅을 의뢰하는 이들의 사상과 신념은 그저 책으로 만났음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또한 상상력을 직접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나 또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것인데 런던 사우스켄싱턴에 위치한 왕립예술학교이다. 책을 읽으며 수없이 거론되는 이 학교 이름으로 인해, 이 책이 마치 그 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의 업적을 다룬 목적으로 발간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실력있는 크리에이티브 리더들을 발굴한 명문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말이다. 

 

스마트시대에 스마트하게 살아가는 것은 곧 예술과 기술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능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본다. 예술을 배제한 기술은 아무리 발달되어도 인간성을 잃는 것이며 아름다움을 잃은 건조함만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의 앞날은 무궁무진하다. 유럽이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런던과 같은 크리에이티브한 명소가 많으며 아주 오랜 세월동안 축적되어 온 예술적인 문화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스마트한 테크놀리지를 진화시키는 만큼 크리에이티브 리더의 발굴에도 앞장서야 한다. 대기업들이 우리나라 디자인 컨설턴트를 믿고 의뢰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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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 과학혁명, 인간의 역사, 이미지의 비밀
홍성욱 지음 / 책세상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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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다닐 때 부끄러운 역사 과목 점수가 말해주었듯이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 하지도 못한다. 나에게 역사는 우리나라 특유의 주입식 교육의 정점을 찍는 과목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다가 그 오랜 역사를 단지 시기와 역사적 사건 이름으로만 외우면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다. 그러나 역사는 어디에나 있다. 그런 의미로 모든 학문에는 그 학문이 지금까지 다져올 수 있었던 역사가 있고, 학문 이름 뒤에 사(史)를 붙여서 또 하나의 과목으로 탄생된다. 과학사 역시 그 맥락이라고 하겠다. 대학을 다닐 때 교양과목이었던 '과학사'가 있었는데, 과학은 좋아하지만 과학에 대한 역사는 점수를 잘 받을 자신이 없는데다가 안 들어봐도 지루하기 짝이 없을 듯 해서 수강하지 않았다.

 

이런 내게 이 책이 그냥 과학사에 관한 책이었다면 선택되지 않았을 것이다.(모든 책을 다 읽고 싶은 나의 욕심으로 인해서 억지로라도 읽었을지 모르지만) 과학의 역사를 그림과 함께 보여주어서 더욱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과학이 발전되는 시기에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그림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그림이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책은 플라톤과 아르키메데스의 다면체를 다루며 이 당시 과학과 예술의 경계가 모호하여 많은 예술가들이 과학적 지식을 수반하였던 현실을 보여준다. 또 샤틀레 부인을 집중 조명하여 과학사에서 흔치 않는 여성의 업적에 대해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서 과학사에 하나의 업적을 세웠다는 점이 지금의 나를 깨워주었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진화론부터 2008년의 광우병 파동으로 많은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프리온에 대한 실체 등을 모두 그림을 통하여 살펴볼 수 있었다.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의미가 없듯이 학문 분야에는 더 이상 배타적이고 고집스럽게 하나의 학문만을 지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플라톤이 살던 때에 많은 예술가들이 원근법을 연구하고 이를 그림에 표현했던 학문의 경계가 모호했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학문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듯 싶다. '그림'과 '과학사'가 절묘하게 만나서 지루함과 고리타분함이라는 편견을 깨 준 이 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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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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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아주 숨 가쁘고 지루하게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이런 삶을 원하지는 않을테지만 대부분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꼭 이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살게끔 하는 여러 가지 것들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갈등을 겪다가 결국은 갈등에 무감각해지고 순응하게 되며 삶이란 원래 이런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걸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 미친듯이 말이다. 바람을 쐬러 간다는 의미의 짧은 여행보다도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을 통해서 나를 다시 바라보는 성찰로서의 여행을 해보고 싶다. 대학생 때 해 본 긴 여행이 여행 같은 여행의 끝이었다. 혹자가 내게 여행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늘 대답했었는데, 지금의 내게 치유약은 '여행'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는 그 욕망이 더욱 강해졌다.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산문들 속에는 단순히 몇 번의 여행만으로는 가질 수 없는 무게가 담겨있다. 삶과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과 배움들로 여행 하는 내내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이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쫓기고 치열하게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멈추고 뒤돌아보고 싶어졌다. 증오보다는 사랑을 더욱 하고 싶어졌다. 

 

이 책이 그런 나를 깨워주었다. 가장 인간다운 삶, 인간다운 고찰 그리고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여행만큼 낭만적인 치유약이 또 어디 있을까. 이 책 한 권으로 '여행'이라는 두 글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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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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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는 매우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표지는 한 몫 더 한다. 요컨대 무척 기대되는 연애소설이라고 믿었다.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말이다.

 

제목이 무색하다. 오히려 프로페셔널한 색깔이 더 강하다. 공항 내에서 여객들의 수속을 밟는 일명 센딩을 하는 직업의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사명감을 가지면서 일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여객들과의 에피소드를 담아낸 책이다.

 

공항에서 일하는 많은 직업군들 중에서는 승무원이나 조종사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이런 직업이 있었는지는 책을 읽기 전에 알 수 없었다. 흔히 말하는 '감정 노동자'로서의 서비스직인데, 30세의 남자 주인공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그들이 베푸는 친절이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올 수도 있지만 직업 의식의 일환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오전 반, 오후 반으로 나뉘어져서 탑승 과정에서 최대의 친절을 베풀고 고객의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다. 비록 소설로 그려졌지만 이들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더 없이 멋있게 느껴졌다.

 

이런 소설을 '샐러리맨 소설'로 분류하는데, 내가 읽어 본 일본 소설에서는 처음 접하는 장르이다. 전편인 <공항의 품격>이 나오키상 후보작에 올랐다고 하는데, 이 책을 먼저 읽고 내용 이해를 제대로 못 한 부분이 아쉽다. 솔직히 내용 자체가 조금은 산만한데다가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는데 이 부분이 일본소설만의 정서 차이인지 이 소설의 특색인지는 잘 모르겠다.

 

직장생활을 아직 1년도 채우지 않은 내가 때로는 지칠 때가 있는데, 사명감을 잊거나 체력적으로 지치거나 그 외의 수많은 요인들 때문이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감정을 느끼면서도 늘 아침에 자동적으로 일어나 회사로 향하는 그들을 우리는 '직장인'이라고 부른다. 이런 우리에게 또 다른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샐러리맨 소설이 더욱 와닿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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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 - 신의 불을 훔친 인류 최초의 핵실험
조너선 페터봄 지음, 이상국 옮김 / 서해문집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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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자폭탄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은 그저 역사책의 한 줄로서 간략하게 설명된 정도에 그쳤었다. 그 내막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평생 그 한 줄의 지식으로만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픽 노블이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만화와 소설은 분리될 수 밖에 없는 장르라는 생각이 강했었다. 이 또한 이 책을 읽기 전까지이다. 그래픽 노블이기에 더욱 흡인력 있을 수 있었고 오히려 더욱 이해하기 쉬웠기에 여러모로 <트리니티>가 내게 가져다 준 선물은 적지 않은 것이다.

 

요컨대 원자폭탄이 만들어진 과정을 그래픽으로 밀도 있게 그려냈기에 오히려 글로써 전해지는 메시지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다루었기에 이 책은 그 당시의 과학의 발전과 역사 및 정치에 대한 집약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생각한다.

 

내용의 중심에는 천재 과학자로서 원자폭탄 발명에 한 획을 그은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등장한다. 로스 앨러모스에서 다른 여러 과학자들과 함께 국가의 존망을 결정지을 수 있는 무기 생산에 사명을 다하지만 결국 원자폭탄의 투하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한 후 그는 회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미 역사는 돌이킬 수 없고, 현재까지도 많은 국가에서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을만한 위력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천재들의 노력이 낳은 산물이 결국은 지금까지도 무기를 보유해야만 하는 평화라는 아이러니함을 남긴 것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점은 인간의 탐욕에 의한 원자폭탄의 과도한 실험이 결국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방사능에 노출되게끔 만들었다는 점이다. 몇몇 인간에 의한 잘못된 선택이 결국은 역사를 더욱 재앙으로 몰아넣은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냉정히 고찰해보아야 할 점이다.

 

단연 최고의 책이었다. 짧지만 더 없이 밀도 있었고, 짧지만 더 없이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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