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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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상하게도 일본작가가 사회소설이니 뭐니 해서 이렇게 왕따를 다룬 책을 읽는 게 싫다. 읽는 내내 무척이나 불편하다. 10대들의 또래문화에서 기인한 세세한 감정 묘사가 너무나도 조밀하여(?) 끔찍하고 잔인하다. 아마도 이런 마인드로 10대를 보내는 곳은 일본과 우리나라 정도 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국가를 거론하는 것은 무척이나 근거 없다는 걸 알지만 확실히 알고 있는 사실은 '이지메'의 국가 일본, '왕따'의 국가 한국에서는 이것이 하나의 오랜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제2중학교의 공식적인 왕따, 나구라가 학교의 은행나무에서 추락하여 사망하게 된다. 이를 두고 평소 나구라를 괴롭혔던 테니스 부원들을 경찰과 검차에서 심문하게 되고, 이들의 부모들 조차도 충격에 휩싸인다. 충격 속에서도 자신들의 자식들은 주도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며 사건은 시간이 지나서 점점 묻혀지게 된다.

 

구성은 나구야가 죽기 전과 죽고 난 후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어떤 이유로 사망하게 되었는지는 가장 마지막에 나오게 되는데, 소재가 무거우니만큼 구성 또한 심각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이것이 바로 현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뉴스를 통해서 학교폭력으로 사망한 사건도 접했으며, 이는 학교 뿐만이 아니라 왕따는 사회에서도 공공연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우리나라가 유난히 획일성을 강조하는 문화이며, 이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조직에서 왕따 당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게 인식되어 있다. 한 가지 놀랐던 점은 일본 또한 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중학생들의 감정묘사가 내가 중학생 때 보고 듣고 느꼈던 그런 감정들과 너무나도 흡사하였다. 나 역시 학교 다니며 또래에서 소외된 왕따를 보아왔었고, 끔찍하게도 이런 현상들에 대해서는 그저 방관하거나 왕따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잔인하고 불편함에 몸서리 쳐졌다. 책에서는 나구야가 왕따 당할 만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로 묘사되었다. 오쿠다 히데오는 무얼 말하고 싶은건가? 왕따를 당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는 것?

 

심각한 소재를 다루고 우리 모두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소설로 다룬 점에서 취지는 좋았으나, 부실한 내용과 나구야에 대한 성격 묘사에서 이 책은 오쿠다 히데오 컬렉션에서 오점으로 남겨지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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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i 강의교재 과학개념 과학탐구영역 양진석의 화학 1 서브노트 - 2015년용 EBSi 강의교재 과학개념 - 2013년
양진석 지음 / 한국교육방송공사(EBSi)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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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교육과정의 첫 세대로서 수능을 EBS에서 출제한 첫 세대이다. 당시에는 이 제도가 굉장히 획기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쇼킹했던 것은 문과에서는 수능에서의 수학 점수를 반영하지 않은 대학교도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어떤 제도이던지 처음 시작할 때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고 그 때를 잘 이용하면 운빨(?) 좋게 잘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그랬던 사례가 제법 많았다. 나? 아니다. 내가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 않겠지.

 

뒤늦게 오랜만에 EBS에서 화학1이라는 과목을 수강했다. EBS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걸 느낀다. 당시에는 강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데다가 책은 급하게 만든 티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표지 또한 지금처럼 정리되어 있지 않고 그저 대충 만든 티가 철철 났는데 역시 시간이 지나니 EBS도 수능 강의 부분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은 듯 하다.

 

화학1은 알다시피 고2가 처음으로 배우는 과목인데, 이 강의는 고2뿐만이 아니라 화학1을 배우고 싶은 누구라도 아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강의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강사의 의도또한 그러하다. 화학의 입문을 친절히 열어주고 있다. 내가 이 강의를 듣는 동안 참 행복했던 것은 무언가를 배우는 재미의 행복도 있지만, 이과 공부를 이토록 꾸준하고 재미있게 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배워왔던 문과 공부와 달리 이과 공부는 하면 할수록 사회를 보는 것이 아닌 자연을 보는 눈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야말로 유레카이다. 이것은 내가 학부 때 교양으로서 생명과학을 배웠을 때의 그 짜릿함을 다시 한 번 느꼈던 경험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강의를 듣지 않고 책만 본다면 아마 책의 지식을 100% 흡수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막상 학생이 되면 EBS 볼 시간도 별로 없을 것인데, 그렇다고 책만 본다면 이 책은 아니다. 문제보다 개념 위주로 되어 있고, 강사의 부가 설명이 더해져야 오롯이 지식체계를 제대로 전달 받을 수 있게끔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데군데 오타도 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가장 인간적이고 숭고한 행위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은 감동인 것이다. 이 책 한권으로 나는 화학이라는 학문을 통해서 그 어떤 스토리보다도 더 큰 감동을 맛보았다.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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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로부터의 선물 - 세계도시여행
이나미 글 사진 / 안그라픽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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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가까우면서도 먼나라인 반면, 터키는 멀지만 가깝다고 표현하는게 맞을 듯 하다. 지리적 위치의 특이성으로인해 항상 궁금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가본 적은 없다. 영국에 있을 때 많은 터키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러 오는 걸 보고 유럽에 있지만 꽤 영어에 대한 교육열이 높구나 싶었다. 한국으로 온 이후에는 터키 음식점이 많이 생겨났고 외국인을 비롯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도 터키 음식이 꼭 맞는 것 같아서 언제나 터키는 꼭 가보고 싶은 나라들 중의 하나로 인식되곤 했다.

 

책을 읽고 터키의 남자들이 이토록 유머러스하고 친절한 줄 몰랐다. 영국에서 만났던 터키남자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밝은표정에 있다. 내가 볼 때 마다 항상 밝은 얼굴이었으며 근심, 걱정이 없어보였다. 책을 읽고 많은 터키인들이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고, 문득 얼마 전에 읽었던 여행책의 '버마'에서의 맑고 순수했던 버마인들이 떠오른다.

아주 오래전부터 항상 무슬림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히잡을 쓴 여성들을 볼 때 마다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그들의 종교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무슬림에 대한 책을 탐독하기도 했었다. 내가 알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친구는 나보고 무슬림을 믿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태어날 때 부터 그들은 자연스레 받아들인 종교이며 교리로서의 히잡 또한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는 듯 했다. 그저 그들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만 그들을 안쓰럽게 보아왔던 것이다. 항상 강조하는 문화의 상대성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책이 마치 고서를 본 뜬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는데, 지금까지 본 여행책들 중에서는 굉장히 독특한 디자인이다. 저자가 딸과 함께 터키를 여행한 후 쓴 책인데, 다소 읽기가 부담스러웠다. 문체가 담백하다기보다는 군더더기와 화려한 미사여구를 너무 붙였기 때문이다. 여행책들을 보면 나름의 컨셉이 있고 그 컨셉에 따라 문체가 다양해지는데, 이 책은 마치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것 같아서 여행책인지 에세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진도 아쉽다. 프로가 아니더라도 대중에게 소개하는 여행책에 이런 아마추어같은 사진을 수록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모든 걸 통틀어서 말하자면 너무 과하여 아쉽고 또한 너무 부족하여 아쉽다고 하겠다.

 

책을 읽고는 무엇보다도 터키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가 결집된 곳의 독특한 문화의 밑바탕에는 그만큼 독특한 역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멀지만 가까운 나라, 터키의 매력에 빠져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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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탈렌
백가흠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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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2013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라고. 나만 혹평을 하게 되는건가. 내가 문학을 잘 알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소설은 구성부터 내용까지 우수교양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심지어 해설까지도 말이다.

 

정년을 앞둔 대학교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언제나 젊고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 두 번의 이혼을 한 후에도 끊임없이 젊은 여자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살다가 첫번째 전부인이 암에 걸려서 그를 찾아오게 된다. 이미 손 쓸 수 없는 말기의 그녀가 매일 찾아오다가 발길이 끈긴 어느 날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는 이때까지 살아온 그의 삶에 대한 회의와 허무함과 미안함에 생의 마지막까지 하늘수련원에서 지내게 된다. 또한 이 하늘수련원에서 요양하고 있는 모녀가 있는데 폐암 말기로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을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극복하고 있는 딸, 그런 딸을 지극히 간호하다가 되려 위암으로 죽음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어머니가 있다. 이 외에도 교수의 조교 및 하늘수련원의 여러 인부들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이런 구성의 책은 본 적이 없다. 구성이 정확히 나누어지지 않은채 한 인물의 이야기에서 바로 다른 인물로 넘어간다. 독특하다고 하기엔 독자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해설 또한 황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 책에서는 나오지 않은 인물들의 이름이 잘 나와 있다. 독자에게는 알려주지 않은 인물의 이야기를 저자와 해설을 해 준 작가 사이에서만 공유하다니 참 황당하다.

 

문학을 잘 모르기에 과감히 혹평하기는 힘들지만 만족할만한 작품은 아니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인다. 적어도 작품해설이라면 제대로 해설을 해 줘야 마땅할텐데 해설보다도 내용을 풀어내는데 급급하다. 나는 솔직히 작품 제목이 왜 나프탈렌인지도 작품을 읽어서는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해설에서라도 알고 싶었는데 끝내 그 조차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정말 나프탈렌 같은 냄새가 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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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식당 - 먹고 마시고 여행할 너를 위해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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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아홉살 많은 누군가 내게 그랬다. '내가 너 나이라면 정말 하고 싶은 거 맘껏 해볼 것 같아'. 이 말이 아직도 내게는 하나의 충격으로 남아있다. 아, 물론 내가 나보다 아홉살 어린 애한테도 이렇게 말하겠지만 말이다. 돌이켜보면 내 20대는 후회로 점철된 삶이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을 이제 20대의 끝이 되어서야 느낀다. 그러니까 나이와 후회가 비례했던 삶을 살아온 것이다. 더 이상 이렇게 후회만 하는 삶을 살 수는 없다. 나의 이 소심한 성격이 이런 이런 삶을 더욱 조장해버렸다. 좀 더 대범하게 살 필요가 있다. 그 연장선으로 황급히 다가올 황금연휴의 방콕행 비행기를 알아봤다. 그렇지만 주말도 평일 못지 않게 바쁘게 살고 있는터라 갑자기 모든 걸 취소하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여행은 물건너 간 것인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내가 바로 여행을 선택한 것은 이 책의 영향이 크다. 동남아시아는 거리상 가깝지만 언제나 내게는 먼 곳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필리핀 말고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데, 휴가가 턱없이 부족한 고충의 직장인으로서는 마음 먹기가 쉽지 않다.

 

다른 여행책을 읽어도 막연히 그 나라에 가고 싶은 생각은 든다. 그런데 이 책처럼 그 욕구가 강렬했던 적은 처음이다. 태국으로 시작하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버마에 종지부를 찍는 여행의 소재는 바로 '음식'이다. 오래전부터 동남아의 현지 음식을 항상 궁금해했던 나는 집근처 식당에서 박스에 담아주는 나시고랭과 팟타이를 즐겨 먹고 있다. 문득 나시고랭을 처음 먹었던 때가 생각난다. 밥알이 하나씩 살아있는 볶음밥 다운 볶음밥에 이국적인 향이 짙게 배인 음식에 반해버려서 감탄을 연발했었다. 책에서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길거리에서 흔히 먹어볼 수 있는 음식들의 하나로 소개해주고 있는데, 아무래도 현지에서 먹는 음식이 한국에서 먹는 음식보다는 좀 더 맛있을 것 같다.

 

책을 덮으면서 내게 강렬하게 남는 곳이 생겼는데 '버마'이다. 음식을 맛으로 먹기보다는 그저 배를 채우는 용도로 취급하는 듯 한 곳. 그만큼 식당이 별로 없고, 냉장고도 없어서 동물성 단백질보다는 채식을 할 수 밖에 없는 곳. 정치적인 아픔이 깃든 곳인 버마.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도 맑고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버마인들을 책을 통해서 만났을 뿐이지만 단숨에 그 어떤 곳보다도 더 마음이 갔다. 여행으로서 즐거움을 목적으로 찾는 곳이 아닌 삶을 배울 수 있는 그 곳이 바로 버마가 아닐까 싶다.

 

아주 맛있는 여행책이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독자라도 책을 읽고 나서 시간만 된다면 바로 비행기 예약을 하게끔 만든 책이었다. 훗날 또 후회하기 전에 이 열대식당들의 매력을 반드시 직접 만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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