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고진하 글.사진 / 비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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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여행 때 갔었던 힌두교 성지인 바투동굴의 그 장엄함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더 감명깊었던 건 힌두교인들의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지금껏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터라 생소한 종교의 경건한 의식이 뇌리에 깊게 남아있었던 듯 하다. 자연스레 인도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특이하게도 저자는 목사이다. 기독교나 힌두교 모두 신을 모시는 종교임에는 공통적이지만 신의 숫자와 교리에 차이가 날 뿐이다. 그 외에는 인간의 삶을 지탱해주는 정신적인 존재로서의 목적은 다르지 않다.

 

내가 독실한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을 하며 늘 지키고자 하는 철학이 바로 '무소유'이다. 힌두교 또한 불교와 많이 다르지 않아서 독실한 신자들은 이런 정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인간의 물질에 대한 욕망과 이기심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정신을 메말라가게 하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은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힌두교는 '카르마'에 따라서 현생에서 선행을 많이 하면 다음 생에 높은 계급의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교리 자체가 인도의 문화와 사회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카르마에 따라서 현생에서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나 평생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채 노동만 해야 하는 계급의 사람들에게 과연 신이란 인간을 향하고 인간을 공평하게 해주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었다.

 

힌두교 못지 않게 인도에 대해서 그리고 인도인들의 삶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갠지스강과 요가에 대해서 더욱 흥미로움과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늘 경이롭게 생각하는 종교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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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나라 인간 나라 - 세계의 종교 편 신의 나라 인간 나라 2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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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란 참으로 공부할수록 흥미로운 분야이자 끝이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종교와 인간의 관계와 역사를 연구했을 때 인간이란 참으로 나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게 반증되기도 한다. 학부 때 일주일에 세 시간의 종교사회학 시간에 심장의 쫄깃함을 느꼈으며 지금도 그 때의 가슴 떨림을 기억한다.

 

이 책은 얼마 전의 말레이시아 여행에 동반되었으며 틈틈이 숙소에서 읽었었는데, 이슬람과 힌두교에 대해서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슬림들이 많고 인도를 제외한 세계에서 가장 힌두교 성지인 바투동굴을 여행 할 계획이 있었기에 그 전에 관련 지식을 알아가는 것은 필수였다. 사실 이슬람에 대한 흥미는 오년 전 영국에 있었을 때부터였는데, 책을 읽고는 힌두교에 대한 흥미가 더 생겼다. 실제로 바투동굴을 방문했을 때 힌두교 신자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궁금증이 유발되어서 돌아온 후 힌두교 관련 책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힌두교의 교리 자체가 매우 독특한데 과거의 인도 카스트제도를 지탱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종교와 정치 및 사회 제도의 유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책 한권으로 각각의 종교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저 대략적으로 재미있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종교라는 것이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해왔기 때문에 책 몇 권으로 쉽게 공부될 수 없는 특징도 있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우며 심오한 특징을 지닌다.

 

인간에게 종교란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다가도 고난이 닥쳤을 때는 객관성을 잃은 채 의미가 부여되고 의지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 왔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나약한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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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거짓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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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행복 그리고 거짓은 깊은 관계가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또한 더욱 뜨거운 사랑을 갈구하기 위해서 늘 거짓은 불가피했으며 지금도 그렇다. 옳고 그른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1 몇 년 전 이런 스스로의 모습에 회의와 환멸이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런던의 한 공원에서 나는 그 누군가에게 가감없이 나에 대해 솔직함 그 자체를 말해주었다. 물론 다시는 그 사람을 보지 않을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 때 느꼈던 그 감정은 후련함의 한편으로는 또 다른 답답함과 우울함이었다. 그 후로는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그런 까발림은 해 본 적이 없다.

 

#2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나는 정말 나쁜 짓과 나쁜 거짓말을 해보았다. 그리고 책을 덮고나서는 '왜?'라고 자문해보았다. 그렇다.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쓸쓸함이라는 일상에 한 줄기 빛을 갈구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까지는 그런 모든 것들에 너무나도 질렸었다. 그래서 지금은 겉으로 행복한척하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마음 한켠으로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감정의 복잡함이 뒤섞여있다.

 

솔직 담백한 소설집이다. 소설집의 등장인물 모두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언젠가 겪어봤으며 또한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들을 담담하게 그려놓은 것이다. 이 모든 소설들은 결국 지금의 나처럼 행복과 사랑을 추구하기 위해서 거짓이 함께 함을 보여주었기에 내게는 또 다른 위로가 되었다.

 

거짓으로 점철된 이 여름, 행복과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한 나약한 인간으로서 <여름 거짓말>은 비단 나같은 인간은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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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세계를 바꾸다 - 마법, 향신료, 노예, 자유, 과학이 얽힌 세계사
마크 애론슨.마리나 부드호스 지음, 설배환 옮김 / 검둥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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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전공과목시간에 공정무역에 대해서 프리젠테이션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말만 들어보았을 뿐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었는데 팀프로젝트를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었다. 당시 주요한 아이템은 바로 '커피'였는데, 우리가 쉽게 마시는 커피가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으로 플랜테이션이 되는 반면 이익은 중간 단계에서 과도하게 착취하여 실상 그들의 가난은 뿌리 뽑힐 수 없는 비극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사실은 당시에도 막연히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지만 구체적으로 알고 난 후, 왜 이 지구상에 불평등은 이토록 만연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커피만큼이나 여기 이토록 불공평, 착취, 피땀과 눈물로 얼룩진 역사를 가진 작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사탕수수이다. 기원전 8000년 경 뉴기니에서 발견된 사탕수수 작물은 곧 유럽 여러 나라를 통해서 세계 곳곳에서 재배를 하게 되고 그와 함께 노예의 이동도 시작된다. 사탕수수가 발견되었던 무렵에는 사탕수수를 통하여 설탕을 만드는 과정은 지옥과도 같았다. 노예들은 인간의 존엄성은 무참히 말살된 채 농장에서 일생을 보내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반면 유럽인 농장주들은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곧 노예의 인권에 대한 투쟁이 시작되게 됨으로써 그들은 자유와 독립을 위해서 조금씩 투쟁하게 된다. 지금의 아이티는 실제로 이들이 승리를 함으로써 독립을 쟁취한 국가이다. 그러나 지구상 모든 국가가 자유를 얻을 수는 없었다. 훗날 간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티야그라하로서 자유와 독립을 쟁취한 이후 인도에서도 투쟁이 지속되는 것만 보아도 설탕의 역사는 독립을 향한 끝없는 투쟁의 역사였다.

 

그 후 추운 곳에도 잘 자라는 사탕수수와 흡사한 설탕맛을 내는 사탕무가 발견되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사탕수수는 곧 과학의 발전과 함께 사카린 등 화학적으로 인간의 달콤함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설탕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세상은 경고하고 있다. 수많은 질병과 공격적인 성격의 원인이라는 설탕을 우리는 너무도 쉽고 가볍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설탕이 역사를 움직였으며 설탕이 세계를 변화시켰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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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고 싶어
클레어 메수드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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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지지 못한 걸 부러워한다. 비단 물질 뿐만이 아니라 멋진 이성친구 혹은 화목한 가정 같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관계'에 대해서는 물질보다 더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외로움의 극복은 마치 사막 속의 오아시스와 같은 의미를 가져오기도 한다.

 

나이 마흔이 되어서도 가정을 이루지 못한 주인공은 바로 이런 외로움으로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 이를 부정해왔지만 결국 정말 솔직히 외롭지 않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사막 속의 오아시스와 같은 가족이 찾아온다.

 

이 오아시스를 처음 맛 보았을 때의 주인공에 대한 심리묘사가 탁월했으며, 문장 하나 하나가 가슴에 와닿을 지경이었다. 생각해보라. 나와의 연결고리가 아무도 없는 척박한 세상에서 세상은 내가 어느날 갑자기 죽어도 누구 하나 슬퍼하지 않을 것인데 그런 내게 혈연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 그만큼이나 깊은 관계의 가족이 생겼으니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묘한 친밀감이 느껴졌다. 그녀와 나의 공통점은 사실 찾아보기 힘들지만 한번쯤은 느껴보았던 감정들을 그녀를 대신해서 다시 꺼낼 수 있었던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들은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말해 본 적 없었던 것이며 때로는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했고 또 그런 감정을 당시에는 나만 느꼈던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사실 그렇지 않았음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감정 한편으로는 이상하면서도 오묘한 기분이랄까. 세상에는 말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들 투성이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한계를 느끼는 대상은 인간이다. 1+1이 반드시 2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사실 과학에서나 타당한 일이지 어디 인문학에서는 이렇게 가르치던가.

 

부드럽고도 날카로운 소설을 만난 느낌이다. 인간 군상을 제대로 파헤치는 것이 무엇인지와 그러면서도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유려함 또한 뛰어난 서사성을 놓치지 않는 소설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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