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 수술 보고서 시공 청소년 문학 56
송미경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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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창시절을 요즘도 종종 떠올려보면 밝았던 때보다는 암울한 날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요즘도 밖에서 가끔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면 왜 나는 저렇게 밝게 지내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복합적인 스트레스가 다른 사람보다도 내게 더 크게 느껴졌던 것은 왜일까. 나는 지금도 같은 상황에서 남들보다 더 걱정하고 크게 느껴지는 걸 보니 그 당시의 나약한 마음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드라마에서 봤던 건데 사막의 낙타가 밤새 줄에 묶여 있다가 줄을 풀어도 도망가지 않은 것을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 그것은 바로 '트라우마'의 지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일테지만 이 트라우마가 누군가에게는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기 힘들만큼 큰 상처가 되어서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다행히도 그저 아픈 기억으로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일까? 그렇지 않다. 그저 약을 복용하지 않고 상담을 하지 않을 뿐이지 이 기억으로 인해서 분명 그 후의 삶에 마치 낙타와 같은 반응을 하게 될 때가 올 것이다.

 

청소년문학이라면서 이 섬뜩한 제목은 뭘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다. 그리고 무척 놀라웠다. 성인 문학 못지 않게 심도 있다. 학교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수술하는 과정을 보고서의 형태로 쓰여진 작품이다. 과연 누가 광인이며 누가 광인이 아니라는 말인가. 학교생활을 하며 마치 약육강식처럼 누군가는 괴롭히고 누군가는 괴롭힘을 당하는 걸 줄곧 보아왔다. 그리고 그런 지옥같은 현실에 환멸을 느꼈던 나도 떠올랐다.

 

지금 10대 때로 돌아간다면 정말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 가장 아쉬운 것은 지금 내게 내 10대의 기억이 추억으로 남는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정말 최고로 아름다웠던 때였는데, 왜 나는 몰랐을까. 하긴 대한민국 10대로서 경쟁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것도 한계이긴 했지만 말이다. 문득 또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건 20대의 마지막을 10대 때 못 했던 아름다운 날들로 가득하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나는 아직 청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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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온다 리쿠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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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닥 선호하지 않는 작가는 온다 리쿠. 온다 리쿠의 작품을 사실 많이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내게 SF 장르는 책이던 영화이던 호불호가 명백하다. 재미 없고 매력 없는 SF는 정말 싫어하지만, 그 반대인 SF는 좋아한다. 그런 맥락에서 온다 리쿠의 작품 속 판타지는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 작품 <몽위> 또한 그러하다. 소재는 독특하지만 재미는 없고, 어설픈 깊이만 다루려고 하는 듯 보인다.

 

맥이라는 기계를 이용하여 '꿈'을 다시 볼 수 있는 현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런 현실이다보니 이렇게 꿈을 다시 보고 해석할 수 있는 직업 또한 새로 생겨났다. 어느 날 예지몽의 능력을 갖고 있는 여자가 화재 사고로 죽는다.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여자가 주인공의 꿈에 계속 나타나게 되고 연이어 세상에는 몽찰을 의뢰했던 의뢰자가 속한 집단이 집단 실종되는 등 이상한 일이 연속 발생하게 된다.

 

의아한 것은 이 작품이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줄거리만 보았을 때는 드라마로서의 재미는 의심스러우나 소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꿈'이라는 소재는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문득 '꿈'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과학적인 근거를 비롯하여 왜 인간과 동물은 모두 수면 중에 꿈을 꾸는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해졌으며 곧이어 꿈에 대한 호기심이 '잠'으로도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이 수면 중에도 '꿈'이라는 이야기를 체험하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온다 리쿠가 나오키상의 후보로 꽤나 오랫동안 거론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작품 역시 후보에 올랐는데,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심사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소재는 독특하지만 이 소재를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어딘가 부족함이 보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온다 리쿠, 꿈을 이야기했지만 아쉬움이 느껴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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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켈슈타인의 우리는 너무 멀리 갔다 - 은폐된 학살,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노먼 핀켈슈타인 지음, 김영진 옮김 / 서해문집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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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여느때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내가 뉴스를 통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소식을 접한 후 평화로움이 사치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참상에 나는 관련된 뉴스를 모두 찾아보고 유튜브로 동영상을 모두 보았다. 그저 믿을 수 없을 뿐이었다. 왜 아무 죄도 없는 어린아이들이 이런 피해를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며 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야 하는지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사실 그 참상을 전해 듣고 공감하기에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그저 사망자의 수치만으로도 놀랐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와는 달리 미국과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는 시위를 통해 더 이상의 팔레스타인 침공이 지속되지 않기 위해 뜻있는 여러 사람들이 발벗고 나선 것을 볼 수 있었다. 인간이란 얼마나 간사한 존재인지, 일제 강점기를 겪고 6.25전쟁을 겪었던 국가이지만 이제 우리는 아시아에서도 제법 잘 사는 국가에 속하기에 그때의 기억을 잊은 채 그저 앞만 보며 달려가고 있다. 이스라엘 침공과 관련한 소식 또한 정말 쇼킹한 뉴스가 아니고서는 국내 뉴스에서는 접하기 힘든터라 CNN을 통해서 알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무관심이 되기란 얼마나 쉬운 것인지.

 

사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이유가 된 역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는 않다. <신의나라 인간나라> 세계의 종교편에서 간략히 접했을 뿐인터라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책에서는 현재의 분쟁의 현실과 피해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을 뿐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자가 유대인이라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입국이 금지된 유대인으로서 특이하게도 반이스라엘 성향을 지니며 팔레스타인의 피해에 대해서 호소하는 인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소속감을 느끼며 뿌리를 중요시 한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도 잘못된 참상을 이스라엘 국민들이 눈감고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의 뿌리와 소속에 대한 지향성 때문이다. 하물며 대한민국의 학연과 지연도 끈끈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유대인이라는 그 뿌리는 더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서로에 대한 의지와 함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매개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는 이런 전쟁범죄의 합리화를 조장하며 광기를 조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다소 아쉬웠던 점은 저자가 다소 편협하게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우호적으로 보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설득을 위해서는 데이터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주장이 효과적인데 비해 주로 인용만을 이용한 주장에 대해서는 설득력에 다소 의구심이 들었다.

 

오늘 지금 이 시간에도 가자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관심이 없다면 아마 앞으로도 이 전쟁범죄는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바로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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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 - 악착같이 버티고 나서야 보게 된 회사의 본심
손성곤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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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리뷰를 쓰려다가도 과거 직장에서의 또라이들에 대한 언급에 비중이 자꾸만 높아지는것은 왜일까.  

 

직장을 그만둔지 이제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 들어갔을 때에도 오래 다닐 생각은 없던 회사였지만 다니면서 빡친 경우가 임계치를 넘어선데다가 '아 이래서 중소기업은 욕먹는구나'라는 생각을 줄기차게 하며 다녔었다.

 

* 또라이1

정말 희한했던 것은 상사의 무능력이 정도를 넘어선 것이고, 인사팀이 없고 그 무능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상사 위의 상사 또한 없으니 도대체가 일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말 웃겼던 것은 회사의 핵심 업무를 수습 딱지 갓 뗀 신입사원인 나한테 몰아준 것이다. 뭐 이런 일이야 비일비재하니까 그렇다고 쳐도 더 웃긴 것은 일의 진행상황 및 피드백에 대해 부장에게 요구해도 도대체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뭐라 피드백도 제대로 못 받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저런 무능함으로 몇 십년을 회사에 그대로 다닐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그럴 수 밖에 없던 것이 가족 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무능함을 커버해줬기 때문이었다. 또한 항상 느낀 것은 우리 부서의 내 상사가 아니라 회사 내에서 시설 관리해주는 총무부 혹은 그저 경비아저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과 사가 전혀 구분될 수 없었던 분위기가 이렇게 공적인 업무의 성과에 대해 봐주기 식으로 하다보니 새로 들어온 직원만 짬밥이 안 된다는 이유로 맨땅에 헤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여차저차해서 내가 하고 있는 업무 관련하여 주말에는 관련 책을 탐독하고 나름 퇴근 후 공부도해서 겨우 성과를 냈다. 그런데 정말 기절초풍할 일이 생겼다. 이 아이템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제조사에 직접 실사를 해야 했다. 그런데 10대 0으로 오로지 맨땅의 헤딩으로 일구어낸 성과를 부장놈이 가져가버렸다. 어느날 갑자기 내게 한다는 말이 'ㅇㅇ씨, 같이 가는 공무원 팀장이 아무래도 실사를 가려면 경력이 어느정도 되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랑 김과장이 가게 되었어.' 미친놈이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영어의 알파벳도 제대로 알까말까 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일자무식은 그렇다쳐도 어떻게 된게 아이템 관련해서는 신입직원에게만 떠맡겨놓고 뭐 하나 제대로 가이드 해 준 게 없던 무능한 인간이 가겠다니. 죽쒀서 개 준 격이다. 나는 계획했던 것 보다 좀 더 일찍 퇴사를 다짐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도운 것인지 그런 부장놈에게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결론적으로 내가 가게 되었다. 그러나 퇴사 결심은 확고했으며 얼마 안 있어 박차고 나왔다.

 

*또라이2

또라이 질량불변의법칙은 알고 있었으나 왜 내가 근무했던 곳은 이 질량이 팀원 모두에게 적용되어 기준을 넘어섰는지 참 의아하다. 또 한 명의 또라이는 저 부장놈 밑에서 일하는 과장인데, 나는 지금까지 이런 근태는 보다보다 처음 봤다. 만약 그 전에 다녔던 외국계 회사에서 이 따위로 일했다면 아주 생매장이었을텐데 참 희한했다. 회사에서 육아를 위해서 9시반 출근 3시반 퇴근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해주었다. 막내였던 나는 처음 입사했을 때 대기업에서도 보기 힘든 복지에 감탄을 연발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도를 벗어나는 악용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9시반은 커녕 11시 출근도 다반수이고 심지어 마음대로 퇴근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이 여자의 상사라는 저 부장놈은 일언반구 그에 대한 말 한 마디 하지 못했다. 그 밑에서 일하는 나와 사수 눈은 늘 저 여자의 출 퇴근 시간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저 오래된 짬밥으로 함께 뭉쳐온 동지애와 부장놈이 못하는 영어를 비교적 잘 한다는 이유였는데 이 여자 또한 내가 낸 성과에는 손끝 하나 안 건드렸음에도 갑자기 앞서 말한 실사에 홀랑 가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여자와 함께 미국을 가게 되었는데, 가서 보니 기본적인 표현조차 모르는 영어실력에 기절할 뻔 했다. 도대체 이 여우가 어떻게 직원들을 홀렸으면 저따위 근태에도 누구 하나 입 한 번 벙긋하지 못하고 입으로만 포장한 능력을 그대로 믿는 것인지 기가찰 노릇이다. 그나마 얼마 안되는 업무시간에 하는 짓이라곤 인터넷 쇼핑과 인터넷 카페 들락거리기 였다. 또한 채팅은 화면을 숨긴채 보이지도 않는 창에 미친듯이 타이핑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달인이 따로 없다고 느꼈다.

 

무능함과 아부로 떡칠이 되어 있고 이에 대해서 그 누구하나 컨트롤을 하지 않았다. 업무에 대한 쪼임이 본격화되었을 때 무능한 부장놈과 여우같은 과장뇬이 하는 짓거리란 오직 입사한지 갓 일년 될까말까한 직원들한테만 책임을 떠맡기고 전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 혼자만 발을 동동 굴렀는데 조직의 무사안일이 이렇게 팽배한 곳은 처음이었다. 그 전에 짧게나마 여러 조직에서 일을 해봤지만 정말 앉아 있는 것이 일분일초가 아까운 곳이라고 생각한 곳은 이 곳이 처음이었다. 급여가 얼마이든 배울 게 있다면 헌신적으로 일 하겠다는 내 철학을 철저히 개똥같이 만들어준 곳이다. 상사의 무능함은 그 어떤 것으로도 용서할 수 없음을 다시금 느꼈으며, 무능함과 인격이 둘 다 갖추어지지 않은 저런 썩은사과 같은 상사가 있는 한 같이 일하는 젊은 팀원일수록 그 자리를 더 빨리 떠날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랬으며 내 전임자 또한 같은 전철을 밟은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를 나온 상황에서 이 책이 내게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 직장생활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직장인의 피할 수 없는 월요병, 늘 똑같은 일상, 과도한 업무 및 정글같은 인간관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개인적인 목표와 성취감이 아닐까. 내가 얼마 안 되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느꼈던 것은 일에 몰입하면서도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하는 현명함과 스스로의 발전을 절대 등한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난관을 만났을 때 이 책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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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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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를 무척 재미나게 읽었었다. 추리소설의 색깔만큼이나 유머가 깨알같이 숨어있는 그 재미를 잊을 수가 없다. 사실 지금까지 이런 색깔의 일본 추리소설을 만나본 적이 없었던 듯 하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기존의 1인칭 혹은 3인칭의 절제된 시점을 배제하고 자유스러운 구성을 보여주어서 참신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 작가의 색깔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 듯 하다. 본격 추리와 함께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것으로서 말이다. 아주 매력적이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또한 본격 추리인데 밀실 살인의 수수께끼를 푸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날 주인공의 헤어진 전 여자친구가 투신하여 죽고, 몇 분 뒤에 함께 영화를 보던 선배 또한 화장실에서 살해당한다. 이런 황당무계한 일을 연달아 겪은 주인공은 누명이 두려워서 경찰을 피해서 도망다니게 된다. 도망다니는 과정에서 한때 매형이었던 탐정을 만나서 도움을 구하게 되고 이 둘은 함께 경찰을 피해서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소설 중 가장 허를 찔렀던 작품이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인데 사실 그 이후에 접했던 그 어떤 작품도 이 작품을 앞서지 못하였다. 아쉽게도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또한 마찬가지인데 다소 억지스러운 트릭과 허무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역시 깨알같은 웃음 포인트만 장점으로 작용하는 듯 하다.

 

많은 일본 추리소설을 만나보았지만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오쿠다 히데오와 히가시노 게이고를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작풍을 처음 만나보고는 매료되어버렸다. 단, 추리의 퀄리티 또한 독자에게 만족할만한 수준이 된다면 더없이 완벽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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