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마치 역 앞 자살센터
미쓰모토 마사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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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면 도대체 어떤 정도가 되어야할까? 지금까지 사실 한 번도 그 정도로 괴로움을 느꼈던 적은 없었다. 돌이켜보면 10대 시절부터 괴로움은 빈번했지만, 죽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죽고 싶을만큼 힘들었던 적은 있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던 것을 보니 자살이라는 것은 정말 보통의 용기로는 할 수 없을 행동인 것이다.

 

저자가 불의의 사고로 얼마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개글을 보고나니 책의 내용이 더욱 음울하게 다가온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살인마에게 아이를 잃은 한 부모, 그들은 그 괴로운 기억으로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남자는 죄책감과 괴로운 기억 때문에 모미지마치 지역의 자살센터를 찾아서 자살할 계획을 세운다. 이 자살센터는 국가에서 스스로 자살하려는 개인들을 제도적으로 자살하게끔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이런 기관이 존재한다면, 세상은 미쳐 돌아가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책의 내용이 다소 아쉬웠던 점은 한없이 음울하고 어둡고 슬픔의 끝에 뜬금없이 희망적인 내용이 다소 허술하고 억지스럽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완성도를 떨어뜨린 것 같다. 

 

가끔은 산다는 게 참 비극이라고 여겨질 때가 있다. 앞으로 이런 경험이 많을 것이다. 알고 있다. 인생은 가까이서보면 비극이고 멀리서보면 희극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이만큼 비극에 대해서 관조할 수 있는 여유도 비례적으로 늘것이다.

 

늘 생각하지만 또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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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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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접했다. 한 때 섭렵을 했던 때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같은 음식을 계속 먹었을 때와 같이 질려서 멀리했었다. 일본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를 겸비한 사회문제 건드리기가 질렸기 때문이다. 이제 일본 현대 미스터리 소설에서 본격 미스터리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드라마 같은 서사를 바탕으로 하여 감성을 건드리는 소설들이 주가 되기 시작했다. 가끔은 허를 찌르는 트릭과 함께 소개된 미스터리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공허한 십자가,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해진다. 다름 아닌 '사형'이라는 소재를 담은 내용인데 사실 지금까지의 히가시노 게이고 다른 작품들과 비슷한 내용에 비슷한 느낌이다.

 

외동딸을 둔 부부에게 어느날 잠깐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에 딸이 괴한에게 살해당하게 된다. 이 상처로 부부는 결국 이혼을 하게 되는데, 10년이 지난 어느 날 전 남편에게 전 부인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살해까지의 과정과 살인자와 주변인물들과의 관계를 남편이 파헤치게 되고 생각하지 못한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소재가 '사형'이지만, 사실 사형에 대해서는 비중있게 다뤄지지는 않았다. 독자 스스로 생각해보게끔던져 주었다. 가까운 사람이 아무런 죄 없이 살해를 당했을 때 살인자를 당연히 사형에 처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가끔 그 끔찍함에 비해서 판결은 너무나도 부족한 형량인 경우가 많다. 그런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도 통탄할 지경인데 유족들은 오죽할까. 이건 일본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누군가를 죽인 사람에게 '사형' 판결이 내려졌다면 이 살인자는 속죄를 할 것인가? 죽음은 죽음으로 죄값을 치루게끔 하는게 과연 현명한 판결인가? 오랜시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끝없이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지금은 사형을 집행하고 있지 않지만, 살인자의 속죄와 인권 여부에 관계 없이 죄없이 죽은 피해자를 생각했을 때 나는 사형제도를 강력히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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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지도 - 2008~2014 변경을 사는 이 땅과 사람의 기록
이상엽 글.사진 / 현암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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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사실 내 일이 아니면 크게 관심을 가졌던 적이 없었다. 사람이란 누구나 저마다 이득을 가지려고 하며 문제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 다른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사실은 좌파에 대한 인식과 편견이 곱지 못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사실 '바른 것'을 행하고 주장하는 것도 '누가' 주장했냐에 따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된다. 참 이상한 나라이다. 어쩌면 젊은 사람들은 바로 이런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인 사회 현실이 지쳐서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닐까. 또 그런 사회 문제에 관심을 주기에는 제 코가 석자인 판국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사회문제에 대한 이런 내 태도에 이 책이 깨우침을 던져주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용산참사부터 세월호까지, 모든 것을 사진 속에 담았다. 민감한 부분들이다. 그리고 연출은 없다. 더 없이 사실적이기에 더 없이 아프고 어둡다. 내가 외면했던 지나온 현실들을 흑백사진으로 찬찬히 보게 되니 나 자신의 반성도 함께 되기 시작한다.

 

이 작은 나라에서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고,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서 누군가는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손해를 감수해야 하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힘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의 현실이다.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기에 이런 현실을 살아가려면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보듬어주고 부조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마땅한데 그렇지 못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는 모두 이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위 프롤레타리아 혹은 부르주아가 되고자 앞만 보며 달리고 있다. 약자를 돌아볼 여유 따위는 없다.

 

이 사진집 한 권을 읽는 내내 불편한 현실을 다시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불편한 현실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해왔으며 앞으로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책을 덮고 그 어느 때 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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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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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는 언제 전쟁에 투입될 지 모르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진'이라는 이름의 주인공과 그의 단짝 '피니어스'를 주축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학교에서 곧잘 공부 잘 하고 성실한 진과 운동에 있어서는 학교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피니어스는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지만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는 단짝 친구 관계이다. 피니어스는 언제나 교칙을 어기면서 학교 주변 곳곳에서 모험하길 즐겼는데, 진은 그런 피니어스와의 모험에 언제나 함께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과 규율에 대한 부담감에 갈등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피니어스가 여느 때 처럼 강 가까이에 있는 나무를 타고 나뭇가지에서 다이빙을 하던 중, 진이 흔든 나뭇가지에서 추락하여 다리를 다치게 된다.

 

절제된 섬세함과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문학을 지칭하는 것은 아닐까. 억지로 쥐어짜는 유려함과 화려함 혹은 담담함이 아니다. 그저 이 자체만으로 충분히 감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함 무게감 있는 소설 한 권이었다는 평을 해주고 싶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은 어떨 때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여 큰 실수로 이어질 때도 있다. 이 실수가 잠깐의 실수일 때도 있고 평생을 옥죄는 실수가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을 겪으며 인간은 성숙해지게 되는 것이다. 성숙해지는 과정을 가장 많이 겪는 10대 때 하나의 실수가 결국은 이들에게는 큰 상처와 평생 지워질 수 없는 흉터가 되었다. 결국 이 유년의 흉터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조금씩 옅어지며 갓 생채기가 났을 때를 떠올릴 때 담담해질 때가 온다. 책의 시작이 바로 이 담담함으로 과거를 회상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삶은 계속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전쟁이라는 소재가 책의 내용을 더욱 무게 있게 만들어주는 듯 하다. 미성숙함이라는 알을 깨는 그 과정을 참으로 담백하면서도 절제와 무게를 함께 담아낸 작품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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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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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륙을 밟아본지 이제 육 년이 되어간다. 시간 참 빠르다. 뭣도 모르고 영어 배우러 갔던 그 때, 지금 가면 더욱 보고 배울 게 많을 것 같은데 그때는 그 곳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일상 아닌 일상에 묻혀 버려서 그럴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너무 아쉬운 것은 그 많은 나라들을 프랑스 말고는 한 곳도 가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아쉬움을 책으로 위로받고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도 흔히 가는 곳이 아닌 동유럽에 대한 책은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이 동유럽 여행기라니 기대가 앞섰다. 그 기대를 안고 책장을 넘기는데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담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여행기가 꼭 점잖을 필요는 없다. 그런데 그렇다고 너무 경박할 필요도 없다. 이 책의 문체는 경박에서 도를 넘어서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전태일 열사를 태일이오빠라고 칭할 때부터 뭔가 저자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직업이 번역가인데, 어쩌자고 이렇게 가볍디 가볍게 책을 만들었는지 이해불가였다.

 

그럼에도 체코부터 슬로베니아, 그리고 크로아티아까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유럽의 도시들의 여행 기록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유럽에도 내가 모르는 나라들이 이토록 많고, 그 땅에서 수많으 사람들이 우리처럼 그들만의 역사와 정체성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음을. 이렇게 지구상에는 갈 수 있는 나라가 많다는게 내게 또 한 번 여행에 대한 유혹을 부채질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분명 호불호가 극심히 나뉠 것으로 보인다. 신선하고 참신하며 언어를 이렇게 게도 요리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놀랄 수 있겠으나, 앞에서 말했듯이 그런 신선함이 정도를 벗어나서 아름다운 표지와 흥미로운 소재를 퇴색시켜버렸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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