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설명을 하거나 질문을 할 때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다시 물어보지 않는 어린이가 많다. 이것은 어린이가 아는 체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접하는 많은 정보를 건성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습관이 된 어린이의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 p. 35

 

흐음.....
전 어릴 적부터 질문이 없는 아이였습니다.
좀 커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나중에 다시 책 찾아봐야지..하고 넘겼었지요.  아...물론 책도 안 찾아본 일이 허다했지만 ^^;;;

근데 이걸 딱 읽고는 혹시 너무 내가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서 그랬던 거 아닐까?
하는 심각한 생각을 잠시 했다는 ....^^;;;

그리고 울 차력형제에게도 너무 많은 정보를 주지 않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무지하게 자랑스럽더이다
히히히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반딧불,, 2004-06-10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호..

저는 질문이 많았지요.그래서 귀찮아하는 사람이 많아서리..
책으로 빠졌지요..책 속에 거의 답이 있더군요.

그래서..울아그들은 자꾸 질문하라 시키는데..흑흑..
울아그들 질문을 귀찮아하는 분들이 벌써 생겨뿌렀습니당^^;;

밀키웨이 2004-06-10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 질문할 게 있다고...ㅎㅎㅎ

모모 2004-06-30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똑똑 그림책을 구입할까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요. 간단한 서평이나 추천여부를 알려주실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밀키웨이 2004-07-02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ikh20님.
제 서재에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다 못 읽었답니다...^^;;; 제가 정말로 한게으름하거든요.
얼른얼른 부지런히 다 읽고 말씀드리도록 할께요.

근데 아마 다른 분들이 이미 하셨을거 같은디 ^^
 
 전출처 : 물만두 > 알라딘 이야기 두번째...

 알라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은 올리브

알라딘에서 가장 신비한 거울은 배혜경

알라딘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분유는 진/우맘 (그것도 명품)

알라딘에서 사용하는 멋진 불은 반딧불,,

알라딘에서 가장 큰 종은 로렌초의 시종

알라딘에서 가장 맛좋은 술은 연보라빛우주

알라딘 사람들이 술 마시고 내는 소리는 라이카

알라딘에 있는 두개의 도로 이름은 밀키웨이, 작은위로

알라딘 사람들의 식성은 mingming

짜우 ? 그럼 소굼타시고...

알라딘 사람들의 행동은 nrim

알라딘 사람들이 거주하는 집의 형태는  nugool

알라딘에만 있는 운하는 오즈마

알라딘 사람들이 조르는 소리는 플레져, 플레져...

알라딘 사람들의 성격은 냉정과 열정 사이

알라딘 사람들이 볼 일 보는 곳은 마립간 (죄송, 갑자기 떨어뜨려서...)

알라딘에 사는 후궁의 이름은 청비

알라딘에서만 나는 금속은 KnightOfSteel

알라딘 사람들이 긍정할 때 쓰는 말은 *^^*에너 (네버의 반대)

알라딘 사람들이 좋아하는 냄새는 맑은향기, 파란빛향기

알라딘 사람들을 지칭하는 세대어는 별족 (리플많이 다는 족) 

알라딘에만 있는 나무는 책읽는 나무

알라딘에만 있는 숲은 예성림

알라딘에서 사용하는 종이는 예쁜도야지

알라딘에서 거리를 재는 자는 개척자

알라딘 이벤트의 효과는 제로라니? 삶의 행복을 얻었는데... 

알라딘에서 사용하는 말은 물장구치는금붕어 

알라딘에만 있는 멋진 보석은 水巖(수암)

알라딘에만 내리는 비는 파란女宇 (우를 비라 생각하세요. 억지로)

알라딘에만 있는 여인들의 머리 장식은 호랑녀

알라딘 사람들이 주로 마실가는 곳은 강릉댁

알라딘 사람들의 머리 모양은 물만두

알라딘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라고 외치는 주문은 sooninara

알라딘에서 키우는 말은 아영엄마

그 말을 몰 때 내는 소리는  blackflower

알라딘 최강의 단체는 여울마당

그 단체에서 쓰는 가장 강력한 기술은 수수께끼

알라딘에 내리는 눈은 숨은아이

그러나를 알라딘 말로 하면 호밀밭

알라딘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발은 낡은구두

알라딘의 명란(明卵)에서 탄생하는 새는 행복한 파랑새

알라딘 사람들이 입는 옷은 ceylontea

알라딘에만 있는 악기는 이파리 (소리가 나지 않으면 꼬집으시오)

알라딘의 신화에 존재하는 인물은 마태우스 (말을 태우고 다니는 특이한 인물)

알라딘의 통신 수단은 비발~* (비가 오면 발로 뛴다)

알라딘에서만 사용되는 악기는 피아니니

알라딘 최고의 가수는 일주명창

알라딘 최고의 형벌은 아구찜 (입 다물라고? 리플 달지 말라고? 으, 무서버)

알라딘 유일의 종교는 endo

엔도에 득도하면 나오는 것은 당면사리

알라딘 사람 특유의 코 모양은 nemuko

알라딘 사람들의 신체 사이즈는 자그니

알라딘 사람들이 사진 찍을 때 내는 소리는 kimji

알라딘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는 처음마음처럼

알라딘 사람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

알라딘에만 있는 호수는 장김준호

알라딘을 떠 다니는 배는 담배

알라딘에서만 먹을 수 있는 스프는 간달프

알라딘 최고의 강력 접착제는 toofool (풀이 곱배기니까)

알라딘에서 편히 쉴수 있는 정자는 김남정

알라딘에만 있는 방은 늙은 개 책방

알라딘에서 리플달때 사용해야 하는 것은 sweetmagic

알라딘 최고의 음악가는 motoven (베토벤과는 무슨 관계?)

알라딘에서만 파는 담배는 노피솔

알라딘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장은 선인장 (간장, 된장, 고추장을 합친 맛) 

알라딘 사람들이 놀러갈 때 가지고 가는 것은 사수자리 (쫙 펴세요.)

알라딘 사람들이 냉면을 먹을 때 첨가하는 것은 가을산 (식초를 치신다구요? 알라딘 사람이 아니구먼...)

알라딘을 지키는 강력한 수문장은 eundragon (용보다 강력한 거 있음 나와보구)

* 더 많은 분들을 포섭하려 했으나 머리가 딸려 중복된 분들이 많음을 이해하시고 빠진 분들은 섭섭해 하지 마시길... 머리의 한계라...

가신다구요? 갈대 가시더라도 메시지는 남기고 가시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런 여인이 있습니다.

그이와 내가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그저 이쁘게만 봐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늘 장난만 치는 저를 진지하게 받아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글 하나하나마다 정성껏 받아주고 웃어주고 같이 심각해하는 여인이 있습니다.

친정엄마가 없어서 그런지... 한번도 토속적인 뭔가를 받아본 적이 없는 제게
친정엄마라도 된 듯 그렇게 살뜰하게 챙겨서 감동시키는 여인이 있습니다.
그렇게 테이프 일일히 붙인 그 손길 때문에 마구마구 미워질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씀씀이를 보이면 나는 미안해서 어쩌라고....투정을 부리고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그이에게 해 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렵게 부탁한 언젠가의 일도 저는 제 작은 귀찮음으로 그냥 거절하고 말았더랬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옷을 입으면 잘 어울리는지
어떤 자세로 잠을 자야 편안한지
아는 것이 없습니다.

예, 우리는 거리에서 서로 스쳐지나가도 모르는 그런 사이입니다.

오늘 열심히 만나서 좋아좋아 수다를 떨다가도
하루 안보고
이틀 안보고
삼일 안보고
그렇게 일년이 흘러 서로 잊혀져도 미안하지 않은 그런 사이여도
아무도 뭐라고 그러지 않는 그런 사이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전히  이 여인 때문에 코꿰고 마음꿰였습니다.

이 여인은 나쁩니다.
저를 신경쓰게 만드니까요.
저로 하여금 그이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으니까요.
언제부터인가 그 이름이 보이나 안 보이나 찾아보게 만드니까요.

이 여인은 정말 나쁩니다.
저로 하여금 제 자신의 못된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니까요.

이 여인은 정말정말 나쁩니다.
솔주막에서 벗어나고 싶은 때가 오더라도 그러지 못하게 제 발목을 꽉 잡고 늘어지니까요.

이 여인은 정말정말정말 나쁩니다.
솔직한 저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못하고 계속 착한 척 이쁜 척 하게 만드니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이봐요, 당신 말야...반디각시.
절대로 만나지 말자구.
만나는 그 순간 당신의 그 환상이 와장창 깨질것이외다.
그 환상을 지켜주어야 할 엄중한 임무가 오늘 제게 떨어졌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loveryb 2004-06-08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반디님은 좋겠다.. 어제 이글 보고 앤님 말씀처럼 저라고 생각하고
딱보니 흐흐흐 그냥 찜이 좔좔 흐르더군요^^
그래요 이렇게 좋은사람들 좋은인연으로 이어지길....

반디님도 밀키님도 제 2004년에 있어 참으로 중요 인물로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아마도 전생에 우린 뭐였을까?^^

밀키웨이 2004-06-0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님
제가 말입니다.
진짜로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제가 해드리는 건 하나도 없는데 이리 다들 고마우시니 말이죠.

좋은 사람 좋은 인연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행복한 인연으로 말입니다 ^^

반딧불,, 2004-06-0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이제사 다시 읽으니 결국은 얼굴 안보여주신단 야그구만요.
절대..봐야징^^

2004-06-09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십이 월의 친구들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0
미샤 담얀 지음, 이명희 옮김, 두산 칼라이 그림 / 마루벌 / 1996년 9월
평점 :
절판


"북풍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한번도 자기의 생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라는 구절을 읽으니 왠지 지금의 제 모습이 배부른 돼지같이 느껴졌습니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도 없고
도전하고 싶은 대상도 없고
더 나은 미래를 염원하지도 않는.

지금의 내게도 북풍이 찾아온다면...?
그런 의문을 책을 보다 말고 하게 되었답니다.
(아이의 책을 구입하면 제가 먼저 오래오래 들여다보거든요)

이 책은 내용이 다소 시적이고 잔잔하여 자칫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두산 칼라이의 환상적이고 빼어난 일러스트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건이 없이 각 계절의 특징적인 아름다움을 나지막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읽어주는 엄마 자신이 아무런 감흥이 없이 처음에 덜렁 읽어주고 나면 "엄마만 좋아하는 책"에 들어가기 쉬울런지도 모릅니다.

어느 책이나 그렇겠지만 정말 엄마가 좋아서....그거에 푹 빠져서 읽어주다보면
목소리 톤도 그렇고 거기에 배어나오는 감정도 자연스러워지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아이도 열심히 보고 있고 말이죠..
별로 재미없는 내용의 연극인데도 배우가 하도 열성적이고 그의 땀방울이 손에 잡힐 듯 보이기에 어느덧 다만 그 사람의 호흡을 따라가면서 푹 빠져본 그런 경험 없으세요?

책소개를 인터넷으로 보면서 각 계절을 어떻게 형상화했을꼬...정말 궁금했는데
오오...그림을 보는 순간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쉽사리 만나지지 않는 창백한 색조의 그림은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색감을 쓸 수 있었을까 싶게 독특한 그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우리나라 그림책 인쇄현실을 감안해 볼 때 원화를 보면 거의 자지라질 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리고 특이한 것은 그림마다 보면 말이죠, 하늘에서 컵이며 그릇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어요. 그 달에 대표적인 동물이나 식물도 같이 말이죠.
이게 왜 이리 떠있을꼬...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참 들여다 보았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뭔가 초현실적인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서인가 보다...그러고 있습니다.

아...사설이 길었습니다 ^^;;

북풍이 주는 새해선물로 십이월은 삼월, 유월, 시월을 만나게 됩니다.
열한달 동안 잠을 자고 있다가 자신이 맡은 달에만 깨어나는 달소년들로서는 대단한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짐작하시는 분은 짐작하셨겠지만 삼월 유월 시월 십이월 이 네 달은 각각의 계절을 상징하지요.

변덕스러운 바람과 지저귀는 새들의 삼월
초록빛과 황금빛 속에 귀뚜라미가 노래하는 유월 (음...우리나라에서는 귀뚜라미를 가을의 대표적인 소리로 꼽고 또 그 소리를 "운다"라고 표현하잖아요? 계절적 느낌과 맞물려서 그렇게 다르게 들려지나 봐요.
사실 가을엔 뭘 해도 쓸쓸하잖아요 ^^)
따뜻하고 화창하지만 길어진 그림자가 있고 과수원의 나무들이 옷을 벗는 시월

이 세 달소년을 만나면서 십이월은 자신의 쓸쓸한 달,땅이 얼어붙고 나무가 앙상해진 12월에서도 아름다움을 찾게 됩니다.
늘 쓸쓸하게 자신의 집에서 일에만 몰두하던 십이월은 이제 그전까지와 달리 눈이 오면 찾아올 친구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집이 아닌 다른 곳에 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귑니다.
날마다 새로운 모험을 떠나게 되고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합니다.
그래서 더이상 외롭지 않아요.
외롭지 않다는 것은 말이죠, 행복하다는 거겠죠?
행복하다는 것은 자기존재의 중요성을 깨닫고 또 자신의 위치에 충실할 때 느낄 수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아마도 미샤 담얀이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니었을까요?
각 달의 아름다움이 있기에 전체의 아름다움이 있는 거라는 것을 말이죠.
또 그에 깃들어 있는 행복함을 깨닫기를 바란 거라고 제 멋대로 단정지어 버립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제게도 북풍이 불어왔으면 좋겠다고 가만가만 속삭여보았습니다.

미샤 담얀이 그 유명한 노르드 쥬드 출판사(North-South Books)의 설립자인 디미트리예 시디얀스키(Dimitrije Sidjanski)의 필명이라는 것을 [아툭]의 작가소개를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아툭]에서는 이름이 '미샤 다미안'으로 되어 있어서 같은 작가로 검색이 되지 않고 있지만 말이죠.
이 분이 쓰신 책이 참 많은데 아직까지 국내에는 [십이월의 친구들]과 [아툭]만 소개되어 있고 또 노르드-쥬드 출판사의 책들은 거의 대부분 아가월드라는 회사의 전집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아름다운 그림들을 손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너무 안타깝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키웨이 2004-06-0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산 칼라이의 책으로 국내에 소개된 것으로는 예림당에서 나온 내가 처음 만난 셰익스피어 시리즈 [베니스의 상인]과 [한여름밤의 꿈]이 있습니다.











바람꽃 2004-06-0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의 리뷰를 쓰면 그 책이 다시 보인다니까요.^^ 한번 읽어주면서..기대보다는 심심한? 책이네 싶었는데.. 오늘 다시한번 꺼내서 읽어봐야겟습니다. 위 두 책이 또 땡기는구만요.ㅎㅎ
 

 


 

루벤스의 "노인과 여인"


"Caritas Romana"라고 하는 테마로 그려진 그림인데 이 테마가 2001년에 굉장히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제서야 이 그림을 본 저는 참 시대에 뒤떨어졌구만요 ^^
하여간..이 그림에 대한 글로 그 저자를 모른채 둥둥 웹을 떠돌고 있는 글이 있습니다.



푸에르토리코의 국립미술관에는 푸른 수의를 입은 노인이 젊은 여자의 젖을 빠는 <노인과 여인>이라는 그림 한 작품이 걸려 있다.
방문객들은 노인과 젊은 여자의 부자유스러운 애정행각을 그린 이 작품에 불쾌한 감정을 표출한다.
이런 싸구려 그림이 어떻게 국립미술관의 벽면을 장식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미술관의 입구에...
딸 같은 여자와 놀아나는 노인의 부도덕을 통렬히 꾸짖는다. 의아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푸른 수의를 입은 주책스런 노인과 이성을 잃은 젊은 여성은 가장 부도덕한 인간의 한 유형으로 비쳐지고 있다.
작가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 불륜의 현장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일까?
이 그림은 정말 3류 포르노인가?

푸른 수의를 입은 노인은 분명히 젊은 여인의 아버지다.
커다란 젖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놓고 있는 여인은 노인의 딸이다.
이 노인은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였다.
독재정권은 노인을 체포 해 감옥에 넣고 가장 잔인한 형벌을 내렸다.

'음식물 투입 금지'

노인은 감옥에서 서서히 굶어 죽어갔다.
딸은 해산한 지 며칠 지나서 무거운 몸으로 감옥을 찾았다.
아버지의 임종을 보기 위해서였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눈에 핏발이 섰다.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아버지 앞에서 무엇이 부끄러운가.
여인은 아버지를 위해 가슴을 풀었다. 그리고 불은 젖을 아버지의 입에 물렸다.

<노인과 여인>은 부녀간의 사랑과 헌신과 애국심이 담긴 숭고한 작품이다.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이 그림을 민족혼이 담긴 '최고의 예술품'으로 자랑하고 있다.
동일한 그림을 놓고 사람들은 '포르노'라고 비하도 하고 '성화'라고 격찬도 한다.
<노인과 여인>에 깃든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비난을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그림속에 담긴 본질을 알고 나면 눈물을 글썽이며 명화를 감상한다.
사람들은 가끔 본질을 파악하지도 않고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우를 범한다. 본질을 알면 시각이 달라진다. 교만과 아집 그리고 편견을 버려야만 세상이 보인다..



그런데 저 글에 대한 반대글도 만만치 않게 떠다니고 있습니다.
이 역시 작자미상...ㅠㅠ


2001년도 즈음에 푸에르토리코 국립 미술관의 현관에 걸려 있다는 노인과 여인이라는 제목의 저 그림에 대한 감동적인 해설이 유행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림에 숨은 진정한 의미를 파악해야 하듯, 우리의 일상에서도 교만과 아집, 편견을 버리고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가 어떤 곳인지 안다면 "국립" 미술관이란 표현에 좀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중남미의 푸에르토리코에서 그려진 그림이 현대적이기는 커녕 왜 저렇게 르네상스 풍인가?

진상은 이렇다.
감옥에 갇혀 굶어죽게 된 아버지를 딸이 자기 젖을 먹여 살려 내었다는 것은 맞다.
문제는 이 감동적인 얘기가 현대의 푸에르토리코가 아니라 고대 로마(!!!)의 것이라는 점이다.
서기 30년경, 발레리우스 막시무스(Valerius Maximus)가 쓴 Facta et dicta memorabilia 에 실려 있는 얘기로, 아버지의 이름은 Cimon, 아버지에게 젖을 먹인 딸의 이름은 Pero라고 하는데, 딸의 이 숭고한 행동에 감동한 당국은 결국 아버지를 석방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을 Caritas Romana 라고 부르는데, 고대 로마에서는 벽화로도 많이 그려질 정도로 매우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세에 접어들면서 이 주제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가 --- 뭔들 자취를 안 감추었으랴만 --- 인간의 육체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던 르네상스 시대부터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그림이 노인과 젊은 여자의 부자연스러운 애정행각을 그린 3류 포르노 작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육체에 대한 관심"에서 보듯, 이런 그림이 어느 정도의 에로틱한 면을 포함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이 그림을 보고서 에로틱한 상상을 하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오히려 Caritas Romana를 보고서,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독재정권과 맞서 싸운 투사라는 식의 황당한, 이념 과잉의 왜곡된 해설이야 말로 더 큰 잘못일 것이다.
"본질을 알면 시각이 달라진다"라는 말은 "푸에르토리코의 국립 미술관" 운운하는 엉터리 해설에 되돌려 주어야 할 말이 아닐까?

참고 문헌: The Female Breast as a Source of Charity: Artistic Depictions of Caritas Romana

(영어가 되시는 분은 http://www.hait.ac.il/staff/boazT/balaseng.htm 에 가시옵소서...저는 못 갑니더...)

그리고 문제의 그림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ijksmuseum에 있는 Rubens의 작품이다. 도대체 어디서 "푸에르토리코 국립 미술관"이니 "푸에르토리코의 민족혼이 담긴 최고의 예술품"이니 하는 말이 나온 건지... -_-


Caritas Romana라고 하는 저 테마의 다른 그림들도 있네요 ^^
무식한 저로서는 작가가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요.
도데체 사람들이 왜 그림만 덜렁 올려놓는고야...ㅠㅠ
최소한 작가는 알려줘야징...
그런데 저도 요 바로 밑에 걍 제목도 없이 그림만 줄줄줄 올려놓습니다...찔린당...-_- ;;;

 

 

 

 Charles Mellin

 


Lorenzo Pasinelli

 



Jean-Baptiste Greuze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반딧불,, 2004-06-0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저도 잘못된 것 퍼올린 적 있는뎅..^^;;

loveryb 2004-06-10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아 여러방면에서 여러모습을 보여주시는 밀키님..

그림에 무뢰한인 제가 이리도 폭 빠지다니...
요즘 이 서재 들락날락 하면서 너무 신납니다~~~

밀키웨이 2004-06-10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주무십니까? ^^
전 자다가 좀전에 빨래 안 널은 게 생각나서 깼습니다.
낼 호야 견학 가는데 유치원 체육복 입고 가야해서 말이죠 ^^

panda78 2004-08-30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밑의 설명이 맞지 않은가요? 저는 위의 설명은 본 적 없고 아래 설명은 많이 봤는데.. ^^

마립간 2004-10-0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좀 퍼 가겠습니다.

puzzlist 2004-10-1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대글의 저자가 누구인지 압니다. 바로 제가 쓴 글이거든요. ^^

밀키웨이 2004-10-1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런 영광이!
정말 반갑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글의 원저자를 알게 되다니...
와우!
대단한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