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책읽는나무님의 "31위!!.....ㅠ.ㅠ"

처음에는 그냥 여기 저기 흩어 놓은 제 자신의 흔적들이 왠지 마음이 아파 시작한 서재였지요.
취미삼아 하는 웹서핑이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내가 이렇게 살고 있노라고
일부러 까발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며 또각또각 적노라니
어느 순간 이것에 매달리고 즐거움을 찾는 저를 발견하겠더군요

알라딘 마을이 제게 너무나도 좋은 것은
그동안 세상을 향해 열린 저의 창구는 인터넷이었지만 그 열려진 창구로 보여지는 세상은 저와 비슷하게 아이들을 키우는 아줌마들의 세상이었지요.
어떻게 하면 더 잘 키울 수 있을까
공감하고 같이 고민하고 또 지나치게 징징댄다 싶어 염증이 나기고 하고
나보다 더 팔자 좋은- 아니, 좋아보이는 뒤웅박녀들에게 부러움반 시샘반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그렇게 나름대로는 열려있다, 깨어있다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7살 4살의 차력형제를 키우는 아이들의 엄마로서의 시각을 변화시킬 수 없었답니다.

알라딘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죠.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적은 사람, 심지어 아주 어린 학생분까지
남자분도 있고 - 그중에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도 계시고 총각도 있고 파릇파릇 꽃미남도 있고 결혼의 압박을 받는 노총각도 있고
보는 시각들이 신선하고 자유롭고 그래서 좋습니다.
아, 이런 공기도 있었구나 싶게 말입니다.

벌써 뒷심이 딸려 헥헥대고 있지만 그래도 참 좋습니다.
저란 사람이 오래오래도록
즐겨찾기 수에 연연하지 않고 서재의 달인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마을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책나무님 글을 읽다보니 최근의 제 생각을 이리 주절거리게 되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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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심이 2004-06-29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계신 곳의 향기가 여기까지 옵니다.

panda78 2004-06-2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디서 이런 좋은 분들을 한꺼번에 만나겠어요. 저도 너무 순위나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꾸준히 오래오래 서재 꾸려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본업에 몰두하게 되면 아무래도 조금 소홀해지겠지만요..

다연엉가 2004-06-29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짝짝짝^^^^^

책읽는나무 2004-06-2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짝짝짝^^^^(이웃음은 타리님버전이군요!!...^^)

진/우맘 2004-06-2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따라쟁이^^;;)

메시지 2004-06-30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치기 전에는 "밀~키웨이" 다음에 박수를 "짜작짝 짝짝"
나름대로 덜 따라할려고 노력했어요.

loveryb 2004-06-30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밀키 짝짝짝 짝짝..
히히 전 좀 독특하게 했죠^^;;;
저의 좌우명 초심을 잊지말자..
 

제 별명 중의 하나입니다.
왜 이런 별명이 있냐구요?

이게 참 웃기는 짓인데 말입니다.
야밤에 아무 할일도 없으면서 그냥 쉬엄쉬엄 여기저기 활보하면서 돌아다닙니다.
딱히 찾아볼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줌마 특유의 수다발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개인홈 게시판에 전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글들이 올라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목도 야시꾸리하지요.


신용불량/카드연체/업계모든비법공개/혼자 해결하는 방법(필독)
 
일본 탑 스타 가슴/팬티노출 방송사고 712개 감상하기
 
#### A급명품 싸게 긴급 처분합니다 ####
 
◆◆◆남.자 최대 7c.m 확.대 프로.그램◆◆◆
 
대전지역 도배.장판시공 전문

신용불량자/연체자가 알아야할 정보 대공개
 
(광고) 전국 직장인만을위한 은행권 대출
 
@@꼬*가 5센치 길고 굵어지는 비법 @@
 
오빠 찾습니다

핸드폰만 있으면 10분안에 20만원 만드는 법

수술없이 *** 커집니다.

짤리기 전에 보십시요

(혹시 모를 미성년자의 방문에 대비하여...흐리게 처리하였습니다. 더 궁금하다구요? ^^;;;)

그럼 저는 제 집도 아니고 아무 연고도 없는데 그냥 열심히 머리 굴려가면서 삭제를 합니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글들 같은 경우는 다음과 같은 멘트로 대미를 장식하지요

게시판 속성에 맞지 않는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
삭제 비밀번호는 0000 입니다
허락없이 홍보글을 올려죄송합니다 . 홈폐이지 성격에 맞지않을수 있으니 지워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양심을 말아먹은 악독한 글들은 좀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예전에 대부분 1234 아니면 12345가 많았고
1111, 9999도 유명한 비밀번호, 9876도 많습니다.

뭔지 모르는 그 비밀번호를 찾아내어 삭제할 때의 그 희열감이란...^______^

그런데 요즘은...ㅠㅠ
제 머리의 한계를 넘어서는 비밀번호가 많아졌습니다.
점점 놈들의 머리는 좋아지는데 제 머리는 점점 더 삭고 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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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 2004-06-2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리게 하셨어도 보는 방법은 다 있지요. ^^
마우스로 긁으면 월매나 잘 뵈는데용~

마태우스 2004-06-29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다연엉가 2004-06-2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등님 실제로 마우스로 끍으니까 보이네요^^^^
밀키웨이님 야밤에 순찰 돈다고 고상합니다, 야참은 챙겨먹고 다니시오.^^
참.. 저도 책읽는 나무님처럼 밀키웨이님 서재에서 많이 퍼다 나릅니다. 몰래몰래.^^^^

밀키웨이 2004-06-2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그런 방법이..
참말로 다들 어찌 이런 건 잘도 아시는지 ^^

책울님, 몰래몰래 어디로 가져가시나용? ㅎㅎㅎ
아침에 김밥 잘 먹었습니다 ^^
앞으로 종종 ^^

다연엉가 2004-06-29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이 내 마음의 보석상자지요.^^^^^^
 
 전출처 : 불량 > 그들의 행사, 그녀들의 노동력

내 생각엔, 제사를 지낼 때 남자들이 하는 일을 딱 두 가지다.
술잔을 올리고 지방을 태우는 것...
그 외에는 모두 여자들이 해야하는 일들이다.
올라갈 줄만 알고 내려올 줄은 모르는 물가 걱정을 해 가며 장을 보는 것..
창고 깊이 넣어두었던 제기들을 꺼내 손을 보고..
덥고 습한 여름날씨, 뜨거운 불을 껴안고 음식을 만들고 젯상을 차리고..
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하는 것.
행사의 시작과 끝은 모두 여자들의 몫이다.
그렇다고 좋은 소리 듣냐..그것도 아니다.
'수고했다.' 는 입에 발린 말 한 마디가 전부다.
이렇게 동원되는 여자들의 노동력.
그러나 제사는 철저히 남자들을 위한 가부장적 행사라는 것 모르는 사람 없겠지..

어제는 할머니 제사가 있는 날이었다.
엄마와 나는 아침일찍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냉장고에 재료들을 넣어 둔 채 가게로 갔다.
저녁까지 가게를 보다가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음식을 장만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친구가 횟감을 낚았다는 말에 엄마에게 친구의 집에가도 좋겠냐고 한다.
(다들 알겠지만, 음식할 때 남자라는 존재는 불편하기까지 하다.)
엄마는 내 동생의 차를 가져가라고 한다.
(먼 곳에서 직장에 다니던 여동생이 제사 때문에 일부러 내려왔다.)
차를 가져가면 술은  하지 않겠지..하는 생각에.
그러나 엄마의 기대는 어긋났다.
한참 바쁘게 젯상을 차리고 있는데,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얼큰하게 약주를 한 목소리로, "데리러 오라" 고 한다.
나는 울컥, 화가 났다.
"지금 누가 데리러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왜 차 가지고 가시라고 했는데..
오늘 제사인거 아시잖아요!?? "
아버지는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아버지 친구 분의 집을 정확히 모른다.
엄마는 아직 음식 장만이 마무리가 덜 되었기 때문에 가실 수 없다.
아버지가 가져간 차를 집에 끌고 오려면 동생까지 가야한다.
아버지 한 사람 때문에 나머지 가족이 모두 하던 일 멈추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단 하던 일을 끝내고 함께 가기로 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친구 분의 집은 시내버스도 안 다니는 외진 곳에 있었다.
시간은 11시를 훌쩍 넘겼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일에.. 나와 엄마, 여동생은 모두 지쳐있다.
화가 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일이란 말인가.
나와 여동생은 핏줄이니 그렇다 쳐도.
엄마는 무슨 고생인가.. 따지고 보면 '할머니'와 '엄마'는 남남 아닌가 말이다.

며느리라는 것은 얼마나 만만한 존재인가.
주위에 보면 생판 남인 며느리에게 사람들이 얼마나 가혹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밥을 해 내라. 다림질은 왜 똑바로 되어 있지 않나. 내 속옷을 빨아 두어라.
단추는? 양말은? 병든 시어머니 뒷수발은 당연한 거다.. 왜 그걸 안하냐..등등.
아기도 아니고 멀쩡한 어른들이 타인에게 이딴 것들을 강요하는 데
왜 모두들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지..
심지어 그들은 자신이 죽은 후에까지 며느리에게 제사라는 짐을 떠 넘긴다.

어쨋든 제사는 무사히 치르자는 생각에 우리는 조용히 아버지를 모셔왔다.
제사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부지런히 상을 물리느라 왔다갔다 하는데
그 동선의 한 가운데에서 아버지는 홀로 누워 텔레비젼을 보고 있다.
말 안하면 언제쯤 눈치채시려나 싶어서 그냥 피해서 움직여 봤지만
끝내 미동도 하지 않으신다.
급기야 성격 불량한 내가 나서서 소리쳤다.
그러나 미안한 기색조차 없으시다..
안방이 치워진 걸 보자 그냥 그리로 가 버린다.

가족들을 욕한다는 건 그야말로 누워서 침뱉기라는 것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끓어오르는 화를 누를 길이 없으니..이렇게라도 풀어야지 어떻하나.
이제 한 고비 넘겼으니 다음 제사 때까지. 그리고 다음 명절때까지..우리 집은 조용하겠지.
되풀이되는 이 일에 정말 지친다.
내 집 제사도 이리 화가 치미는데....

이 땅의 모든 남편들은 지금보다 백만 배 더 아내에게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들은 오백만 배는 더 며느리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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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네 <잠자는 비너스> 1510년 경

 

타치아노 <우르비노의 비너스> 1538년

 

마네 <올랭피아> 1863년

 

그림은 판다님의 서재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mypaperitem.asp?UID=1805431425&CNO=784425183&PaperId=461883&CType=1

 

내 벗은 몸을 보라, 나 역시 너를 보리니


마네의 누드모델 빅토린, 부끄럼 없이 관객 바라보는
당돌한 눈빛으로 관심…개성적인 파리지엔

: 이주헌 아트스페이스 서울 관장


"누르스름한 배를 드러낸 이 오달리스크는 도대체 뭔가? 올랭피아를 표현한답시고 어디선가 주워온 모델 같은데, 올랭피아라니? 어떤 올랭피아? 그것은 고급 창녀일 뿐이다. 천박한 처녀를 이상적인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마네를 비난할 사람은 없다. 그는 걸레를 그렸으니까."

 

마네가 가로 누운 여성 누드를 주제로 그린 ‘올랭피아’(1863)는 1865년 살롱 전에 내걸렸다가 화단 안팎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 대단했던 비난의 강도만큼이나 오늘날 19세기를 대표하는 걸작의 하나로 찬사를 받는 이 그림은, 그만큼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정표 같은 작품이다.

이 위대한 걸작의 모델은 빅토린 뫼랑(1844∼1927)이다. 마네가 어떤 여인에게 모델을 서 달라고 부탁했다가 그 여인이 주저하자 “싫으면 관두라지, 나에게는 빅토린이 있으니까”라고 했다는 바로 그 빅토린이다.

‘올랭피아’에서 빅토린은 좀 당돌해 보인다. 무엇보다 관자를 쏘아보는 그녀의 눈길이 매우 당당하다. 옷을 벗은 여자가 전혀 부끄럼 없이 다른 사람을 쏘아보는 것, 그것은 여염집 여인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물론 관자를 바라보는 서양 누드 그림은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비너스로서, 혹은 다른 전설이나 로맨틱한 이야기 속의 히로인으로서 관자를 바라보는 존재였다. 그것도 은근하게…. 이 그림에서처럼 모델이 다른 외피를 쓰지 않고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놓는 그림을 보기란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당시 왜 그토록 많은 비난이 이 그림에 쏟아지게 했는가를 잘 나타내주는 부분이다.

서양미술에 있어 누드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의미했다. 미적 이상의 절정이었다. 그만큼 누드는 동경과 꿈·기대·소망·이상을 담은 저 하늘의 아름다움이어야 했다. 물론 누드에는 진한 에로티시즘이 담겨 있다.

하지만 땅의 에로티시즘을 하늘의 이상으로 승화시킬 때 비로소 ‘진정한 누드’는 탄생할 수 있다. 이런 관념이 그때까지의 누드 미술에 진하게 배어 있었다. 그런데 마네는 그 하늘의 아름다움을 땅의 추함으로 곤두박질시킨 것이다.

비너스도 아니고 님프도 아닌 그 벌거벗은 여인은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저 사창가의 창부와 다를 바 없었다.

벌건 대낮에 이 창부에게 지고의 예술적 경배를 드리기 위해 정장과 드레스를 갖춰 입고 우아하게 전시장에 입장한 관객들로서는 분통이 터지고 욕설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 창부의 고객이란 말인가?

더 이상 신화나 전설에 기대지 않고 살아 있는 시대의 이미지로 누드를 그리려 한 마네, 그리고 이에 거부감을 갖고 맹렬히 마네를 비난했던 당대의 ‘우둔한’ 비평가들과 관람객들.

우리는 이 둘의 싸움에서 끝내 마네가 승리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그에게 영광을 돌리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비록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역사를 선도한 마네는 끝내 영광의 옥좌에 앉았다.

하지만 오늘날 모델이 됐던 빅토린을 알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네의 의도에 따라 ‘날것’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내놓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던지는 ‘외설’ ‘음란’ ‘창부’ ‘걸레’ 따위의 말이나 들어야 했던 빅토린.

그럼에도 모델 일을 주저하는 다른 여인에게 마네가 “그래도 나에게는 빅토린이 있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 그녀는 현실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듯하다. 이와 관련해 그녀의 기질을 엿볼 수 있는 비평가 귀스타브 제프루아의 다음과 같은 증언이 인상적이다.

“(빅토린은) 역마살이 낀 자유분방한 여인네로, 마네가 하룻밤 풋사랑을 나눈 맥주홀의 바람기 있는 여자이다.…그의 눈빛은 신비롭고 얼굴은 매정한 어린아이 같다.”

빅토린은 그 나름으로 세상에 대한 냉소가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모델을 설 뿐 아니라 그림도 배워 예술에 대한 이해가 있었고 (그는 토마 쿠튀르의 화실에서 모델로 일하는 한편 그의 여성들을 위한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배우기도 했다. 또 아카데미 줄리앙의 이브닝 클래스에 다니기도 했다), 더불어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어울리면서 시대를 비웃을 줄도 알았다.

물론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 것인가를 잘 인식하고 있었기에 화가로 활동할 때는 살롱에 여러 차례 출품하는 등 제도권에서의 인정을 갈망하기도 했다.

빅토린의 화가로서의 재능이나 활동이 모델의 그것에 비해 덜 조명돼왔고, 그것이 여성에 대한 시대의 편견 때문이라고 보는 구미의 페미니즘 미술사가들은 그런 점에서 최근 빅토린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빅토린은 1844년 2월18일 파리에서 태어났다. 1860년대에 쿠튀르 화실에서 모델을 서다가 역시 쿠튀르에게서 그림을 배우던 마네를 만났다. 1862년부터 1874년까지 빅토린은 마네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었다.

한동안 빅토린은 알코올에 절어 일찍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새롭게 밝혀진 기록에 따르면 1927년 8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장수한 편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최후 수십년 간의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빅토린은 별명이 ‘새우’였다. 자그마한 몸집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러나 그림을 통해서는 신체의 사이즈 같은 것이 쉽게 측정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예의 뚫어질 듯 쏘아보는 눈동자가 특징적이다.

실제로 빅토린은 강렬한 시선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에스파다 옷을 입은 빅토린’ 등 마네의 그림에 등장한 빅토린은 늘 그림 밖을 응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반항적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관심하다는 그런 표정으로 말이다.

머리카락의 색도 적갈색이어서 이런 반항의 뉘앙스를 더욱 부채질한다. 그림 속 빅토린의 타오르는 시선은 그러므로 마네의 연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마네조차 사로잡아 늘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게 한 그의 타고난 자력 같은 것이었다.

‘에스파다 옷을 입은 빅토린’에서 그의 시선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사로잡는다. 투우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지만, 빅토린의 시선은 소에게 가 있지 않다. 그의 진정한 관심은 소가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관객이다.

그는 단 한 사람의 관객도 자신의 자장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가 지금 이 투우판에 뛰어든 것도 우리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정면으로 마주한 시선 속에는 더 이상 거짓이나 가식이 존재할 수 없다. 당시 한 비평가는 이렇게 썼다.

“젊은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고, 어울리지 않는 놀이다. 좀 덜 과격한 놀이를 하면 좋을 걸. …솔직히 나더러 과일 잼을 만드는 여자와 황소를 찔러 죽이는 여자 중에 하나를 택하라 한다면 당연히 전자를 택할 것이다.”

오늘날 스페인에서 여성 투우사도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비평가가 안다면 뭐라고 할까? 빅토린은 바로 그런 시대가 다가오고 있으며, 자신의 시선은 그 시대적 변화를 사람들이 정면으로 바라봐 주기 원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까?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생생한 시대의 현실로 그려진 모델이 파리지엔이였다는 사실이다.

이전까지 파리 화단의 인기 모델들은 대부분 유대계 아니면 이탈리아계였다. 이국적 미모는 누드를 이상화하는 데 훌륭한 밑천이 됐고, 기독교나 그리스·로마 신화 주제를 그리는 데 있어 그와 관련된 인종의 모델이 선호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마네는 더 이상 그런 ‘뜬구름 같은 주제’를 그리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타인종 모델을 쓰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는 현실에서 취한 이미지를 생동감 넘치는 시대의 감수성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빅토린은 그의 이상적인 모델이었다. 신화를 그리는 그림에서 시대를 그리는 그림으로 넘어가는 이 역사적인 분기점에서 그는 가장 현대적이고 개성적인 파리지엔을 만났던 것이다.


.
이코노미스트 2002년 11월 12일 662호  http://magazin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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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f 2014-05-14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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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6-2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0<

▶◀소굼 2004-06-28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ceylontea 2004-06-2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ㄷㅋㄷ

sooninara 2004-06-28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쓰러집니다..^^

조선인 2004-06-28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다 넘어가유~

반딧불,, 2004-06-28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치미치..

무슨 일인가 했슴다..

sayonara 2004-06-28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를 찌르시는군요^^

starrysky 2004-06-28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치겠다 정말.. 흐흐흐.
밀키님이 이번엔 무쓴 썰을 푸셨을까 궁금하여 들어와보니 말 그대로 쓰러져 있는.. 푸하하하~

물만두 2004-06-28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마태우스 2004-06-28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게 웃었습니다. 음하하하.

아영엄마 2004-06-28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나도 쓰러지겠네... 아니지 나는 강남에도 안 살고, 숫처녀도 아닝께 발딱 일어서야겠다! ^^*

밀키웨이 2004-06-29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위의 열한분 ^^
무슨 생각을 하시며 누르셨습니까?
특히 결혼압박을 받으시는 마태님! ㅋㅋㅋ

loveryb 2004-07-0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호호 부끄^^ 숫처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