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 베니!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4
바르브로 린드그렌 지음, 최선경 옮김, 울루프 란드스트룀 그림 / 보림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들에게 동생은 어떤 존재일까요?
동생이 없는 아이들은 종종 엄마를 졸라댑니다.
"엄마, 나도 동생 하나 만들어줘요"

하지만 막상 동생이라는 존재는 그리 만만한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얼마전 큰 아이가 친구들과 하는 대화를 듣다 보니 참 웃음이 났습니다.
7살 호야의 친구들이 놀러왔더랬습니다.
그 틈바구니에 끼어서 4살 수아는 저도 한번 놀아보겠다고 낑낑거려 보지만 형들에게 수아는 저리 가주었으면 좋겠는 그런 귀찮은 존재이지요.
계속되는 수아의 방해공작에 지겨워진 호야, "나는 정말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어"
똑같이 남동생이 있는 한 친구가 대꾸합니다. "나도! 나도! 동생들은 정말 귀찮지 않냐?"
그러자 9살 형아가 있는 친구가 말합니다. "나는 내가 형이었으면 좋겠어! 내 맘대로 괴롭혀보게."

이 아이들의 대화처럼 어린 아이들에게 형제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면서도 아직은 그 관계맺음이 어색한 그런 사이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는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그런 존재이면서
동시에 원하지 않는 책임까지 져야 하는 그런 존재이지요.

베니는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동생이 드디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 동생은 앙앙 시끄럽게 울기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왠일?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대기만 하는 아기에게 엄마는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니라 맛있어 보이는 고무젖꼭지를 주시는 겁니다.
베니도 갖고 싶은데 엄마는 형아는 아가가 아니라고 하시면서 주시지 않지요. 이제 베니는 동생은 별로고 고무젖꼭지가 너무너무 갖고 싶은 거예요.

드디어 베니는 깜찍한 꾀를 생각해냈어요.
신나게 달려가는 베니. 아이들이 놀려대는 소리에도 개의치 않습니다.
베니도 아직 어리니깐요.

"나도! 나도!" 이 말을 제일 많이 듣는 거 같아요.
나도 안아 줘! 업어 줘!
나도 뽀뽀해 줘!
나도 찌찌 줘!
나도 먹을래!
나도 재워 줘!

어제까지 혼자서 잘 하던 일들을 갑자기 하기 싫다고, 못한다고 떼를 씁니다. 그건 나도 아직 아기여요, 나도 돌봐주세요. 라고 말하는 큰 아이들의 목소리겠지요?
잠이 든 큰 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져주고 손을 잡아보면 어찌나 그 손이 작고 여린지....
아직 이 녀석도 어린데....하는 안쓰러움이 왈칵 솟아오른답니다.
하지만 그건 잠을 자고 있는 천사같은 아이를 볼 때 그 때 잠시잠깐이지요. 낮에 두 녀석이 치고 받고 울고 불고 그러면 말입니다.
정말.....할 말이 없습니다.
부모로서 참 어렵다고 느껴지는 때가 어느 때냐 하면 두 아이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줄 때입니다.
분명 작은 아이가 잘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큰 아이를 야단칠 때가 많습니다.
큰 아이야 윽박지르고 야단치면 되지만 작은 아이에게는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게 엄마니까요.

하지만 베니의 엄마는 달랐어요.
엄마는 분명히 베니가 왜 아기를 데리고 나가는지 아셨을 거예요.
그리고 베니가 저만치 가있는 동안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들으셨을 거예요.
하지만 나와서 아기를 달래지도 않고 베니를 야단치지도 않았어요.
그냥 아무 것도 모른 체 오히려 베니에게 칭찬을 해줍니다.

이건 아주 사소한 일인 거 같고 누가 그 정도 못해?라고 하실 분이 있으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잘 안됩니다.
저였다면 아기가 우는 소리가 났을 때 얼른 뛰어가서 데리고 들어와 아기를 달래면서 잠시 후에 들어올 큰 아이를 어떻게 혼내줄까 속으로 벼르고 벼르지요.
큰아이가 들어오기만 하면 그냥 다다다~~~!! 쏘아붙이며 너는 정신이 있는 놈이냐, 그게 네 것이냐? 네가 애기야? 뭐라뭐라뭐라~~@@@@ 그러겠지요.

그렇게 하면 아마도 큰 아이는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 때문에 무지하게 속상할 거예요.
그리곤 저 놈 때문에 내가 혼났어! 라는 생각도 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베니는 아마도 오히려 엄마와 동생에게 미안해질 거예요.
그리고 동생의 고무젖꼭지가 그리 맛있고 좋은 게 아니라는 것도 함께 깨달았을 겁니다.

그림이 어찌나 깔끔하면서도 귀여운지....
울루프 롼드스트룀의 그림의 특징은 한마디로 말해서 "눈으로 말해요"입니다. 베니의 온갖 감정들이 고스란히 그 동그랗고 작은 눈만 봐도 금새 알 수 있답니다.
특히나 동생의 고무젖꼭지가 부러워서 쳐다보는 베니의 눈을 보세요. 단지 이마의 작은 주름 두개와 내리깔은 눈만으로 이런 표정이 만들어지는군요 ^^

호야는 이 책을 보면서 어찌나 공감을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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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04-07-11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마치 동화같아요. 저는 잘했어 베니 책, 좀 뒀다 읽을래요. 왜냐면 밀키님 리뷰가 더 맘에 드니까 :)
저 추천했어요, 머리 쓰다듬어 주세요 녜?

tnr830 2004-07-11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리뷰가 동화같다는 말에 저두 동감이예요^^*

밀키웨이 2004-07-1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고맙습니다.
동화같다니..기분이 해피해피해집니다.
하지만 늘 동화같이 사시는 분들은 두분이시잖아요.
특히 오즈마님, 오즈마님의 방명록을 보다가 저....좌절했습니다.

책읽는나무 2004-07-13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밀키님의 글솜씨에 푸욱 빠져들것이라고 생각합니다..ㅎㅎ
저도 밀키님의 글이 좋아요!!

그리고 전....형제싸움에 대한 중심잡기라는 내용의 책이란것이 참 마음에 드네요!!...사실 엄마들은 두아이가 싸우면....바로 큰아이를 야단치는 경우가 흔하잖아요!!...첫애가 좀더 자란 아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넌 형(오빠)이 돼가지구선~~".."넌 누나(언니)가 돼가지구선~~"..
ㅡ.ㅡ;;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읽으면 많이 깨달을수 있는 책일것 같네요...^^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두심이 2004-07-2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보관함을 압박하시는 밀키웨이님! 주소남겨주시와요~
 

  
                                              

   콩나물 시루에 물을 줍니다.
   물은 그냥 모두 흘러내립니다.
   퍼부으면 퍼부은 대로
   그 자리에서 물은 모두 아래로 빠져 버립니다.
   아무리 물을 주어도
   콩나물 시루는 밑 빠진 독처럼
   물 한 방울 고이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콩나물은 어느 새 저렇게 자랐습니다.
   물이 모두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
   콩나물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물이 그냥 흘러 버린다고
   헛수고를 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매일 콩나물에 물은 주는 일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물이 다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
   헛수고인 줄만 알았는데,
   저렇게 잘 자라고 있어요.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모두 다 흘러 버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물을 주면,
   콩나물처럼 무럭무럭 자라요.
   보이지 않는 사이에 우리 아이가.  

 





  - 천년을 만드는 엄마 중에서   ( 이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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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r830 2004-07-11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이 그냥 흘러 버린다고
헛수고를 한 것은 아닙니다
마음에 남네요.
^^님 퍼갈께요

水巖 2004-07-11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참 마음에 와 닿는 글이네요. 그림도 멋있고요. 추천하고 퍼 갑니다.

반딧불,, 2004-07-1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우리 아이 유치원 오리엔테이션 책자에
이 글이 쓰여있더군요.
출전을 찾아보니 천년을 만드는 엄마더군요.

한참이나 사고싶어서...혼자서 애달았지요.
히히..별로 좋지도 않은데...이 글이 그리 와닿더군요^^

밀키웨이 2004-07-1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아 임신했을 때 태교로 읽었던 책인데 그 책에 있는 글들이 다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이 글을 비롯하여 몇몇은 참 좋아요.
이 책을 낼 무렵의 상황이 엄마들이 무지하게 열심히 조기교육이다 영어교육이다 그런 걸로 과잉되어 있던 그런 때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시대적 상황을 벗어나지는 못하는 듯 해요.

하지만 늘 콩나물 시루라는 말을 기억하면서 살려고 하죠.
하지만 햇빛을 다 가린 그런 노란 콩나물이 되게 하고 싶진 않고 그러네요 ^^


반딧불,, 2004-07-13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딱 제 맘이옵니다..

다 가려져 있으면 어찌 알겠어요?
너른 세상을요..
 
 전출처 : 바람구두 > 타협하는 O형


 A형테스트 
  http://cgi.chollian.net/~ksb/_bloodtype-a.htm

B형테스트   http://cgi.chollian.net/~ksb/_bloodtype-b.htm

AB형테스트   http://cgi.chollian.net/~ksb/_bloodtype-ab.htm

O형테스트   http://cgi.chollian.net/~ksb/_bloodtype-o.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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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7-11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겨진 열정의 O형

말하는 투가 온화하고 타인에게 주는 인상도 편안하고 좋지만, 정신력이 강하고 고집이 강한 사람. 정이 두텁고 동료간의 관계를 중요시하므로 동성으로부터의 신뢰도가 높다. 항상 안정된 모습과 부드러움으로 사람을 대하고 거절하지 못하는 너그러운 분위기의 당신. 누군가를 심하게 공격하거나 짓궂은 짓을 하는 일이 없다. 따라서 남녀불문하고 안심하고 사귈 수 있는 사람으로 인기가 있다.

 

테스트 결과이다. 사실은 아까아까전에 혼자서 티 안내고 슬쩍 해보았는데~~ 헤헤헤


반딧불,, 2004-07-1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형이셨어요?
에이형이신 줄 알았는데^^

밀키웨이 2004-07-11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오형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거 같은디요? 호호호
음.....아무래도 우리 반디각시의 애정이 식었구만요.
맞쥬? 엉엉엉~~~
 

판타지는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이들의 영원한 보고. 이미 그 질적 수준과 대중적 인기를 검증 받은, 다른 유명한 판타지 소설들 역시 차례로 영화화를 기다리고 있어 우리를 설레게 한다.

# 나르니아 연대기- 사자와 마녀와 옷장


출간된 연대와 유명세로 볼 때 현재 가장 기대되는 프로젝트. 80년대에 TV물로 제작된 적이 있지만 만듦새가 조악하고 CG도 어색해서 혹평을 받았던 바 있다.

2001년에 월든 미디어사(Walden Media 社)에서 <나르니아 연대기> 제작을 결정했으며, 나르니아 연대기 시리즈 중 두 번째 편이지만 실제로는 시리즈물 중 가장 먼저 쓰여진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가장 먼저 만들기로 했다.



나르니아 연대기의 작가 C.S 루이스는 <반지의 제왕>의 저자 톨킨의 옥스포드대 동료교수였을 뿐 아니라, 톨킨이 주동이 되어 몇몇 학자들이 조직한 '인클링스'라는 옥스포드 내 사교 모임에 속해 있었으며, 특히 톨킨과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지의 제왕이 나왔을 때 추천 서문을 썼던 것도 루이스였다. 이런 사정이니 <반지의 제왕>과 함께 판타지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루이스의 <나르니아 연대기>, 그 중에서도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 영화화되기로 결정된 시점이 영화 <반지의 제왕> 성공 직후라는 점이 재미있다.

이 이야기는 피터, 수전, 에드먼드, 루시라는 네 아이가 시골의 한 나이든 교수집으로 피난을 가서 지내다가, 루시가 숨바꼭질 도중 우연히 옷장 안에 몸을 숨기게 되고, 옷장 뒷편으로 나르니아 세계로 가는 길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모험 이야기다. 루시에 이어 다른 아이들도 모두 옷장 뒷편을 통해 나르니아로 가게 되고, 에드먼드는 사악한 백색의 여왕에게 꼬임을 당하여 마녀의 편에 가담하게 된다. 원래는 마녀인 여왕의 지배 아래 아름답던 나르니아는 얼음과 눈만이 가득하고 겨울만이 계속되는 나라가 되어버린다. 이런 나르니아를 아슬란이라는 위대한 사자와 함께 네 아이가 구해내는 것이 소설의 내용.

1898년 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서 태어난 저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Clive Staples Lewis)는 아일랜드인 보모가 들려주던 동화와 신화, 고대의 전설에 어릴 때부터 깊이 매료됐다. 그는 "눈내리는 숲 속에서 짐꾸러미와 우산을 들고 걷는 폰"이라는 이미지를 16살 때 처음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루이스에게는 사악한 여왕과 위대한 사자라는 캐릭터가 떠올랐고, 이 이야기가 1950년, <사자와 마녀와 옷장>으로 태어났다. 이어 후속편들이 나왔고, 마지막 편인 <마지막 전투 The Last Battle>은 영국의 권위 있는 카네기상을 수상했다. 옥스포드와 캠브리지 교수로 재직했던 루이스는 1963년 11월 22일 사망했다.

나르니아 연대기 영화들은 루이스의 아들인 더글라스 그래샴이 감수할 예정이다. (더글라스의 어머니는 미국 시인이었던 조이 그래샴이다. C.S 루이스는 남편의 주벽과 바람기로 고통 받다가 아들 더글라스를 데리고 영국으로 건너온 조이 그래샴을 만나 가까워진다. 조이가 이혼 후 영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위장결혼까지 해 준 루이스. 둘의 사랑은 보수적인 옥스포드 사회를 술렁이게 했고 친구였던 톨킨도 둘의 관계를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두 사람의 오랜 우정에 금이 가기도 했다. 조이는 후에 암에 걸려 죽고 마는데, 둘의 순애보적 사랑은 안소니 홉킨스와 데보라 윙거 주연의 영화 <섀도우랜드 The Shadowland>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 <섀도우랜드>에서 더글라스에게 책을 읽어주는 루이스 교수
한편, 영화의 제작사인 월든 미디어는 2002년 7월, 앤 피콕(Ann Peacock)을 각색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앤 피콕은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내 다섯 아이들도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라며, "진실, 명예, 연민, 신의, 용기와 같은 보편적인 덕목들을 젊은이들에게 전해주는 이 이야기를 각색하게 되어 흥분된다"고 밝혔다. 그녀는 미국 HBO 채널의 드라마 "A Lesson Before Dying"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어, <슈렉>을 감독했던 앤드류 애덤슨(Andrew Adamson)이 감독을 맡기로 결정됐다는 발표가 나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돋구었다.

월든 미디어의 대표 캐리 그러냇(Cary Granat)은,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를 보면,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은 판타지의 고전을 화면으로 옮길 때는 원작에 대한 존중 및 현실적인 허구의 세계를 창조할 만한 풍부한 상상력, 둘 다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감독인 앤드류 애덤슨이 "누구보다도 청중을 감동시키는 법을 알고 있으며, 시각 효과는 물론, 애니메이션과 실사 모두에서 이런 판타지 대작에 필수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 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배트맨과 로빈>, <타임 투 킬> 등에서 시각효과감독으로 일했던 애덤슨은 드림웍스사와 만든 첫 작품 <슈렉>으로 하루 아침에 유명감독이 되었다. <슈렉>은 전세계적으로 4억 7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수많은 상들과 함께, 그 해 아카데미에 처음 신설되었던 베스트 애니메이션상(Best Animation Feature)을 수상한 바 있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 영화화에 더욱 기대를 더하게 만드는 부분은 영화 <반지의 제왕> 성공의 일익을 담당했던 뉴질랜드의 'WETA 스튜디오'가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 뿐 아니라, 영화의 로케이션이 뉴질랜드에서 진행될 것이란 점이다.

* 나르니아 사이트: www.narnia.com

# 아바라트

<헬레이져>로 유명한 호러 작가 클라이브 바커가 써낸 판타지 소설이다. 해리포터 열풍 이후 청소년층에 어필할 만한 또다른 이야깃거리를 찾던 디즈니사에 영화판권은 물론, 테마파크와 멀티미디어 판권이 팔려 이미 800만 달러가 작가에게 지불된 상태.

이 작품에서도 한 소녀가 우연히 또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고 학교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받는 캔디는 길을 걸어가다 갑자기 초원 위로 나타난 바다 '이자벨라해'를 맞닥뜨리게 된다. 이 바다 건너에는 '아바라트'라는 기묘한 군도가 있다.

각 시간에 해당하는 24개의 섬과 시간 바깥의 섬 한 개를 합쳐 모두 25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이 '아바라트' 군도에서 주인공 캔디는 '크수크수스의 피라미드'를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졌다는 이유로 밤의 왕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런 모험 가운데서 캔디는 자신이 이 곳에 이미 와본 적이 있음을 자각하게 되고, 자신이 이 세계를 어둠의 힘에서 구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청소년 대상의 판타지물이지만, 무시무시한 작품들로 유명한 호러의 제왕 클라이브 바커답게 이 소설에도 잔인하고 짓궂은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고. 과연 영화로는 얼만큼의 인기를 모을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작가 클라이브 파커는 아바라트의 영화화가 "정말로 흥분되는 일"이라고 기쁨을 나타냈다. 그는 이제까지 호러의 제왕으로만 알려졌던 자신의 또다른 일면일 뿐 아니라, 어떻게 보면 "진정한 자기 자신"이라 할만한 부분을 영화를 통해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해리포터> 시리즈만큼 원작의 지명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약점. 2005년 개봉 예정에 있다.

* 아바라트 사이트 www.thebooksofabarat.com

# 아르테미스 파울

'아르테미스'란 이름의, 유명한 도둑 가문의 12살난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색적인 판타지 소설. 아르테미스는 쇠락해 가는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바로 요정의 황금을 얻기 위해 요정을 납치한다는 것. 세번째 모험을 시작하면서 아르테미스 파울은 인간의 모든 기술력을 과거의 유물로 만들어버릴 만한 "C-cube"라 불리는 기술을 요정에게서 훔쳐내고 이것을 미끼로 요정의 황금을 얻어낼 요량으로 사업가 존 스피로와 협상을 벌이지만 그가 만든 함정에 빠지고 만다.


인터넷이나 디지털 카메라 같은 현대적 기기들은 물론, 전통적인 판타지의 요소인 요정, 난쟁이, 마법이 뒤죽박죽 등장하는 이 작품은 SF 판타지에 가깝다. 미라맥스가 2004년 완성 목표로 제작에 착수, 현재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있다. 감독은 <캣츠 앤 독스>를 맡았던 로렌스 구터만(Lawrence Guterman)이 맡을 예정이며, 각색 작업에 원작의 작가인 오운 콜퍼(Eoin Colfer)도 참여한다.

* 아르테미스 파울 사이트 www.artemisfowl.com

※ 이상의 작품들은 모두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Somewhere, Out there...

필립풀먼의 유명한 판타지물 <황금나침반>
한국에서 판타지는 전통적으로 비인기 장르였다. 많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독자들은 주로 대여를 통해 읽고 있는 실정이며, 장르의 인기 또한 아직까지 일부 매니아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것.

소설 <퇴마록> 등이 한때 인기를 모으기는 했으나 영화의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에서 성공한 판타지 장르의 영화는 매우 드물며, 근래 만들어진 판타지 영화들 역시 줄줄이 흥행에 참패하며 간판을 내려야 했다. 최근에는 한국적 스토리를 내건 <천년호>가 이런 흥행참패의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이라고는 해도, 최근 한국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나 영화, 그리고 영화 반지의 제왕이 보여준 성공을 보면, 반드시 판타지 장르라고 해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었다고만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역시 판타지 영화에서도 기술력만큼이나 탄탄한 이야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교훈을 떠올리게 하는 결과가 아닐까.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없다면 그 이야기는 그저 허황된 허풍에 불과할 뿐, 그런 이야기들을 아무도 돈내고 시간들여 보지 않으려 할 것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해리포터 시리즈가 성공을 거두고, 영화 반지의 제왕이 흥행 폭풍을 일으키며, 그리스 신화 열풍에 이어 마법과 점성술, 타롯 등을 중심으로 한 오컬트 붐까지 일면서 판타지 장르에 대한 수요도 한국에서 꾸준히 늘어가고 있는 추세라 앞으로의 사정은 다를지도 모른다.

특히 헐리웃이 아동 판타지 문학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는 최근의 영화계 분석을 볼 때,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 외에도 반지의 제왕을 이을 만한 판타지 영화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 기대되며, 이런 영화들이 한국에서도 이전보다는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어떤 판타지 영화가 우리를 남루한 현실에서 벗어나 모험 가득한 상상계로 데려가줄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유지연 기자 jyrieu@yahoo.co.kr

 

 

나니아 이야기라니..... 아직은 나로선 생소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나에게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였다.


 


 


 

 니콜 키드먼은 이 영화에서 나레이션을 맡았다. 원래 니콜은 모험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백마술 마녀 역을 희망했으나 제작진의 제안으로 나레이션을 맡았다고...


니콜 키드먼이 희망했던 백마술 마녀 역에는 틸다 스윈튼으로 결정되었다.

 

 

 

 


 

 

출처  심볼리안 http://www.symbol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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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7-11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다 못 읽어 본...
내공이 딸려, 알라딘에서 버티기엔 심하게 딸린다니까...TT

밀키웨이 2004-07-11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못 봤답니다.
아이가 어려서 그렇다고 우리 마구마구 우겨보자구요 ^^

불량 2004-07-11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근거립니다..^^

starrysky 2004-07-11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르니아 영화화, 너무나 기쁜 소식이지만 제가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해왔던 꿈의 장면을 혹 망가뜨리지는 않을까 조금 두렵기도 하네요. 좋아하는 니콜 키드만이 나왔다면 더 기쁠 텐데.. ^^
클라이브 바커 책들은 아무래도 좀 무서워서 못 읽겠어요. 아바라트는 그나마 좀 나은 듯하지만요. 황금나침반 시리즈는 너무너무 재밌어요!!!!

밀키웨이 2004-07-11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그 머시냐...끝없는 이야기 같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래도 제작진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가 가기에 기대하고 있답니다.
이제 제작에 들어갔으니 내년에 개봉된다고 하네요. 와~~!
지난 3년 동안 반지의 제왕 기다리는 재미에 겨울이 오는 것이 즐거웠는데 막상 다 끝나고 나니까 어찌나 허무하던지...ㅠㅠ
황금나침반 시리즈가 재미있다구요?
이번 여름은 판타지물과 함께 보내게 되겠구만요.
아,,,정말 세상은 넓고 읽고 싶은 책은 많고..
하지만...상대적으로 책상 위에 쌓여가는 책도 많아지는구만요...ㅠㅠ
저거 언제 다 읽누...

아영엄마 2004-07-1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다시 돌아오셨군요... 자그마한 책 한 권을 덤으로 보내주셨더군요.. 너무 고맙습니다. 그리고 나니야 이야기 다 보게 되면 그 뒤의 책들도 볼까봐요.. 저도 판타지 책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아, 안 까먹게 퍼갈께요~

밀키웨이 2004-07-11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는 뭐하느라 그리 바빴는지..^^
애들 챙기랴..시아부지 생신이 있어서 그거 신경쓰랴...
아무리 날나뤼며눌이라지만 그래도 생신은 챙겨야죠..^^
근데 막상 한 건 하나도 없어요.
그냥 정신만 산란했죠.
아영어머님이 챙겨주신 글 보았답니다.
누군가 그렇게 저를 챙겨주시고 궁금해하고..그런 거 참 좋네요.
제가 그런 거 참 못하거든요.
아니, 웹으로는 오히려 더 잘해요.
안보이면 그냥 왜 요즘 안보이냐? 궁금하다..이런 말 곧잘 쓰곤 하는데
막상 실재로는 잘 못하게 되는 건 왤까요?
쫌 쑥쓰럽다고 해야 하나요?
울 동서 보면서 느끼는 건데...고마우면 고맙다고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말할 줄 아는 것도 아무에게나 허락된 일은 아닌가보다 싶기도 하고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세상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자라오면서 든든한 애정의 뒷받침을 받았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확대해석까지도 하곤 한답니다.
아..얘기가 길어지려나 봐요 ^^

저도 나니아책 다시 읽으려고 해요.
우리 같이 판타지세계로 두둥! 들어가 볼까요?

마냐 2004-07-1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르니아 책...이젠 어디있는지 몰라요. 어디서 다시 구해야할까요...흑흑. 암튼, 엄청 기대됩니다.....
클라이브 바커는...언젠가 읽었던 작품이 "음, 역시 딱 헐리웃 이구먼"하는 냉소적 반응만 낳았기 때문에...기대가 덜하군요. ㅋㅋ

starrysky 2004-07-18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 밀키님, 저도 이 페이퍼 퍼갈게요. 퍼가도 되지요? ^-^
워낙 좋아하는 책들 이야기가 많이 나와, 자주자주 읽고 싶어서요..
절대 손 안 대고 고대~로 퍼갈게용. 허락해 주시어요~

ceylontea 2004-07-19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르니아...저도 참 좋아하는 소설인데요... 영화가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야할텐데...
그리고 황금나침반은 정말 재미있어요... 전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보다도 재미있게 읽어다고나 할까?? 그러데... 3권인 호박색망원경은 앞의 두권 황금나침반과 만단검에 비해 좀 흥미가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황금나침반 시리즈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

제인 2004-07-22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갑자기 끼여듭니다 -

필립풀먼의 황금나침반도 영화화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반지의 제왕>을 만든 뉴라인시네마가 제작한다고 하네요.

<어바웃 어 보이>의 감독 크리스 웨이츠가 연출을 맡고,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각본을 쓴 톰 스토파드가 각색을 맡는답니다.
역시 기대되는 프로젝트여요. ^^


밀키웨이 2004-07-23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요?
저도 기대가 되는군요.
그런데 pemberley님, 처음 뵙겠습니다 ^^
갑자기 끼어들으셔서 이리 반가운 소식을 알려주시다니.
고마와요, 그런데 어디서 뵌 아이디같기도 하고..그렇네요 ^^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의 지성과 어른의 환상


- 김서정

 

C. S. 루이스를 그저 [나니아 이야기]의 작가로만 알고 있던 나는, 안소니 홉킨스가 루이스 역을 맡았던 영화 「섀도우 랜드」를 보면서 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자세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강연에서 고뇌에 찬 얼굴을 보여 주면서 고통에 관한 기독교적 메시지를 아주 쉬운 언어로, 그러나 심도 깊게 전달하는 장면이 유난히 내 가슴을 쳤던 것이다.

그런 뒤 나는 루이스가 동화작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영문학자이자 종교사상가였으며 완벽하게 적절한 문체를 구사한 문장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자로 교육받으며 자라났지만 청소년기부터 무신론에 빠져 있다가 30세 무렵 극적으로 회심한 루이스는 에세이와 사이언스 픽션을 비롯한 소설, 동화에서까지 자신의 종교관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피력한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비롯한 일곱 권의 [나니아 이야기]를 제대로 읽는 방법은, 그 안에서 기독교적인 세계관과 모티프를 발견하고 그것이 다른 요소들과 엮이는 행로를 따라가는 일일 것이다.

그 외에 「섀도우 랜드」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다. 루이스가 동화를 썼다는 것을 알게 된 케임브리지 대학의 동료 교수들이 늙은 독신남인 그를 둘러싸고 놀려 댄다.
“동화라니! 대체 자네가 어린이를 하나나 알기나 하나?”
루이스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능청스럽게 받아넘긴다.
“최소한 둘은 알지. 나하고 우리 형.”

루이스의 평생의 동반자(?)였던 세 살 위인 형은 어린 시절부터 인생 뿐 아니라 환상 세계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어린 형제는 벨파스트의 저택에서 왕성하게 책을 읽으며 동물의 나라와 인도라는 나라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글과 그림으로 옮기곤 했다고 한다. 루이스는 중학교 때 몸이 아파 쉰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북구, 지중해의 신화와 동화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의 가공할 만한 상상력은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충분한 양분을 받아 자랐던 것이다. 그 어린 시절을 잊지 않고 자기 안의 어린애를 간직했던 루이스는 ‘진정한 어린 아이의 지성’을 가진 사람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순수함에 대해서 말하지만 정작 순수함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순수한 사람의 표본’이었다.

루이스와 그의 동화에 관해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J. R. R. 톨킨이다. 옥스포드 대학 시절 동료였던 톨킨은 루이스가 기독교로 돌아오게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이스는 톨킨이 쓰고 있던 [반지의 제왕]에 열광하고 있었으며 톨킨이 그 장엄한 판타지를 끝마치는 데에는 루이스의 관심과 격려가 큰 몫을 차지했다고 한다.

루이스는 톨킨을 격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도 판타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ꡔ나니아 연대기ꡕ의 첫 작품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다. 마음을 조이며 건네 준 원고를 읽은 톨킨의 반응이 그다지 신통치 않아 루이스는 적지않이 낙담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른문학에서는 [반지의 제왕]으로 시작된 하이 팬터지의 전통이, 어린이문학에서는 루이스의 [나니아 이야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루이스가 뚜렷하게 제시해 놓은 2차세계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의 치열한 대결이라는 구도는 매들렌 렝글, 수잔 쿠퍼, 어슐러 르 귄 등의 팬터지로 이어진다.

[나니아 이야기]는 반지 제왕에 비하면 좀더 ‘설교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사실, 첫 작품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만 해도 루이스는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의 환상을 배경으로 한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생각이었다. 좋은 이야기 들려주기. 그것은 루이스가 ꡔ나니아 연대기ꡕ를 쓴 첫 번째 목적이었다.
사자는 루이스가 어린 시절 거듭 꾸었던 무서운 꿈에 나오는 동물이었고, 한 손에 짐을, 다른 손에 우산을 들고 눈 덮인 숲 속을 걸어가는 파우누스는 어렸을 때 그림에서 본 장면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권이 거듭되면서 루이스는 ‘사물의 기독교적 존재 방식에 대한 유추’를 보여 주고 싶어했다. “만일 나니아 같은  나라가 있다면 거기서 예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어떻게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칠 것이며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를 그리는 것이 그의 목표가 되었다. 그리하여 사자 아슬란은 명백한 그리스도의 표상이 되었다. 나니아 나라로 간 아이들이 그 곳에서 보고 듣고 겪는 사건들은 기독교적 상징으로 읽힐 수 있다. 사자 아슬란의 죽음과 부활을 비롯하여 아슬란이 세상을 창조하는 장면, 마녀 제이디스가 디고리에게 아름다운 정원에서 사과를 따먹도록 유혹하는 장면, 끈질기게 되살아나 아슬란의 백성을 유혹하고 전쟁으로 끌어 내는 악의 세력, 아슬란의 발자국에서 솟아나는 물, 영원하고 유일한 생명수에 대한 비유 등등, ꡔ나니아 연대기ꡕ에는 명백한 모티프에서부터 희미한 암시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적 코드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기독교적 코드만이 전부였다면, 그리고 그것이 전면에 나섰다면, 이 책은 그저 알레고리로만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풍요롭고 광대하며 생생한 환상의 나라가 나니아에는 펼쳐진다. [반지의 제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외에는 달리 견줄 영역이 없는 상상의 나라와 인물을 루이스는 창조해 냈다. 그 안에는 북구와 남구의 온갖 신화의 조각이 들어 있고, 동방풍 이야기와 중세 이야기의 경향도 보이며, 루이스가 어려서부터 탐독했던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에디스 네스빗, 조지 맥도날드, 루이스 캐럴 등 위대한 작가들에게서 받은 영향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는 그 자신이 후세 동화 작가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 중의 하나가 되었다. 가까운 예로, 캐더린 패터슨의 뉴베리 상 수상작인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에는 [나니아 이야기]를 읽고 자신들만의 (상상의) 왕국을 세우려는 두 아이들이 나온다.
 ‘테라비시아’라는 이름도 나니아에 나오는 ‘테레빈시아’의 변형이며, 주인공이 죽는 ‘동화답지 않은’ 결말도 아이들 넷이 모두 기차 사고로 죽는 나니아의 결말과 맥을 같이 한다.

루이스가 이런 기독교와 각종 신화 모티프를 끌어들여 다른 동화적 소재들과 함께 버무린 ‘동화’를 쓴 이유는, 아마도 독자들이 그 기독교와 신화 세계의 원리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톨킨은 나니아 이야기가 ‘너무 알레고리적’이라며 비평했다지만, 루이스는 오히려 이 이야기에서 성경적인 분위기를 흐리게 하려고 애를 썼다.
아슬란의 행적이나 새롭게 창조된 나니아 나라에 악이 들어오게 된 배경 같은 것들은 신학적 관점으로 설명하기 어렵거나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책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아슬란은 불쑥 나타나서 충분한 개연성 없이 대속적 죽음을 맞는다. 아슬란이 예수의 표상이라는 것을 아는 독자들도 그 죽음에 대해서는 어리둥절해진다. 그런데 감동은 그렇게 독자들이 어리둥절하고 방심한 틈을 타서 일어난다. “실제 복음서를 읽으면 우리가 어떻게 느껴야만 한다는 선험적인 지식 때문에 오히려 감동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루이스의 생각이었다. 명백하면서도 혼돈스러운 이야기, 뭔가 빈 듯하다 갑자기 모든 일이 터지는 이야기. 그 모순을 통해 루이스는 오히려 우리가 사는 세계와 우주와 나니아 나라 자체를 더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 세계들의 원리는 단순하고 명백하지만, 현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 복합적인 상황을 루이스는 풍요로운 환상을 통해 독자에게 인상적으로 각인시켜 준다.

이 작품들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은, 시시때때로 나오는 유머 감각에 있다. 「말과 소년」에서 아슬란이 난폭하고 비열한 라바다슈 왕자를 당나귀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 「마법사의 조카」에서 동물들이 기절한 앤드루 삼촌이 식물인지 동물인지 광물인지를 놓고 입씨름하다가 나무로 단정하고 땅에 심어 놓은 뒤(어느 쪽이 뿌리인지를 두고 또다시 입씨름이 벌어진다. 무성한 머리카락 부분이 뿌리일 거라는 판단도 있지만, 다행히 흙이 많이 묻은 두 갈래 부분 쪽이 우세해 다리가 심어진다) 축 처진 이 나무를 살리기 위해 코끼리가 물을 열심히 길어 뿌려 주는 장면(그 노력 덕분에 ‘나무’는 다시 꼿꼿이 살아난다), “좀더 편하게 싸움을 계속하려고 결혼을 했다.”는 선언 같은 유머러스한 대목들을 통해 루이스는 자신의 메시지에 독자가 무감각하게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는다. 객관적인 거리감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장렬한 서사적 사건과 엄숙하고 무게 있는 기독교적 메시지에 끼여드는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와 가벼운 풍자들을 보면 우리는 루이스가 얼마나 경직된 자기 몰입을 경계했는지 알 수 있다. 지옥을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자신의 위엄과 진보에 관심을 쏟으며, 모든 사람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모든 사람이 죽을 듯한 질투와 자기애 그리고 분노에 사로잡혀 사는 곳”으로 보았던 그는, “지옥에서 결코 볼 수 없는 것”으로 유머를 들었다.
유머 감각은 “자기를 비웃을 수 있는 마음”과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균형과 능력”에서 생겨난다. 과연, 나니아를 지옥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마녀와 침략자들에게는 하늘을 찌르는 자만심과 분노 외에 다른 것이 없다.
반대로 나니아를 지켜 나가는 인물들 주위에서는, 토끼와 고슴도치 같은 작은 동물에서부터 아슬란에 이르기까지 경쾌한 유머와 장난이 맴돈다. 무엇보다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도중에 끊임없이 뛰어들어 간섭을 하고, 사족 같은 해석을 달고, 어깃장을 놓기도 하는 화자의 말투가 장난스럽다. 자칫하면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진실성을 훼손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 장난기는, 말년의 루이스가 혼신의 힘을 다해 피력한 변신론조차 스스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보고자 하는 균형 감각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나니아 연대기는 아이들에게 버거운 기독교 알레고리가 아니라 풍성하고 재미있는 환상의 세계가 될 수 있었다.

동화, 특히 팬터지가 현실을 왜곡시키고 현실에서 도피하게 만든다는 비난을 던지는 사람들을 향해 루이스는 강력한 팬터지 옹호론을 펼쳤다.
“동화는 신화처럼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 세계의 대한 새로운 차원의 깊이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이 현실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통찰과 의미 부여를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볼 줄 알고 그 두 세상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상상력의 힘이라는 것을 루이스는 가르쳐 준다. 실재란 과연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너희가 가지고 있는 실재의 개념은 단지 꿈일 뿐이라고 마술을 거는 마녀를 향해 퍼들글럼이 하는 연설은 바로 루이스가 경직된 현실주의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네 말대로 우리는 단지 장난이나 꾸며 대는 아이들이라고 하자. 그러나 장난을 하는 네 명의 아이들은 네가 말하는 그 빈 깡통 같은 진짜 세계를 이길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놀이의 세계를 지지할 거야. 아슬란이 없다고 해도 아슬란의 편에 설 거야. 나니아가 없다고 해도 최대한 나니아인처럼 살 거야.”


김서정

아동문학평론가이며 동화작가. 동화집으로 [유령들의 회의]대원사)가 있고, 평론집 [용의 아이들], 동화책 [잃어버린 기억]들을 번역했다.

 

출처 월간 어린이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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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7-11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초등학교 2학년 때 만난 이후로, 나니아 시리즈는 저의 너무너무 소중한 보물들이랍니다. 이 일곱 권을 산 날은 쓸어보고 안아보느라 잠도 못 잤다니까요.. 파스텔톤 장정도 얼마나 부드럽게 반짝이는 빛을 띠는지.. 언젠가 근사한 칼라 삽화가 들어 있는 원서를 사는 게 꿈이예요. ^-^

밀키웨이 2004-07-11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전 아직도 다 못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 사자와 마녀와 옷장만 읽었으니 그건 스타리님과 같군요 ㅎㅎㅎ
왕창 한꺼번에 다 주문해서리 주야장창 이 책들만 읽게 되는 거 아닌가 몰러라.. ^^
제가 아니 보이면 나니아 시리즈 읽고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

starrysky 2004-07-11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보이시다니, 안돼요 안돼!!! 어제 그제 바쁘셔서 뜸하셨던 것도 속상한데.. ㅠ_ㅠ
한 챕터 읽으실 때마다 얼굴 보여주시기로 약속하신 담에, 나니아 읽으셔야 해요!! ^-^

밀키웨이 2004-07-11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스타리님의 인기비결을 알아냈도다!

바로 이 무지막지한 엉겨붙음과 늘 숙제를 남겨주시는 철저함 ㅋㅋㅋ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스타리님과 한번 엮여보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이유로구만요.
배우겠사옵니다.
싸부! 제자로 받아주시옵소서!

. 2004-07-11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지말고 책은 밤새서 읽고 글은 낮에 매일 올리시오....ㅎㅎㅎ

밀키웨이 2004-07-1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에구..솔님까지 왜 그러신대요? ㅋㅋㅋ
요즘은 낮에 아들내미 따라 놀이터 나가 친구들과 수다 떠는 재미가 이만저만 재미있는게 아니랍니다.
제가 정말 오랫동안 손가락으로만 살지 않았더랬습니까?
그런데 입으로 얼굴로 하는 수다가 이리 재미있는 줄 몰랐답니다.

제가 또 한번 재미 들리면 그거에 푹 빠져서 두개 세개를 병행할 줄을 모르잖아요 ^^
솔님이야 능력이 탁월하시니 온이고 오프고 몇탕씩 뛰셔도 끄덕없으시지만요.
부럽사옵니다.

마냐 2004-07-11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읽어야 되는게 정말 많군요....저도 '옷장'만 읽어서리...아아. 하지만, 저건 '휴가용'으로 도전해야 할만큼 방대한디...휴가는 이미 써버렸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