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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말과부다.
한때 내 아이디가 당구과부였다 ^^;;;
낚시과부는 들어봤어도 당구과부는 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었다.

결혼을 한지 벌써 8년째.
결혼할 당시 옆탱이는 파릇파릇한 청춘이었다.
물론 친구들 중에는 결혼한 사람이라곤 한명도 없었다.
첫애 호야가 태어난 것은 옆탱이 나이 27.
이쯤에서 내 나이를 기억하시는 분은 계산이 헷갈리실 수도 ^^;;;
그렇다, 내가 옆탱이보다 2살이 더 많다.

결혼을 하고도...애를 낳고도...
옆탱이는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마눌이고 자식이고 몰랐다.
11월에 결혼을 했는데 외박을 하고그해 크리스마스에 아침 7시가 되어서야 혼날 거 같으니까 친구 두명을 데리고 오질 않나...
첫애 호야를 18시간 진통 끝에 도저히 안되어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는데 병원에 입원한 그 일주일 동안에도 신나라~~ 좋아라~~~ 놀러다닌 사람이다.

당시 시어른들과 같이 살던 때이므로 아무래도 눈치가 보여 외박은 가.급.적. 삼가하던 사람인데
입원 3일째 이게 왠 떡이냐 싶었는지 어른들께는 자기가 밤에 병원에 가서 자겠노라고 해놓고는 감감무소식인 것이다.
모유를 먹이겠다고 병원에 말을 해놓아서 아기가 배고파 울기만 하면 시도때도 없이 신생아실로 가서 아기에게 젖을 먹여야 하는 그런 병원이었다.
그런데 엊그제 배를 갈라논 상태에서 저녁 5시부터 아무 보호자의 도움 없이 혼자 어기적 어기적 일어나 간신히 신생아실로 가서 기를 쓰고 젖을 먹이고
또 간신히 침대 위에 눕고 그러기를 새벽 6시.
담배 냄새 풀풀 풍기며 (울 옆탱이는 술담배를 안한다)
도둑괭이같이 살금살금 병실에 들어오는 것이다.
같이 있던 산모들도 아마 냄새 무쟈게 났을 것이다.

그렇게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싸우기도 무지하게 싸웠다.
이혼하자는 말도 무지하게 많이 했다.
이제는 지쳐서 아무말도 않고 그냥 내비둔다.
그냥 하거나 말거나...그러고 산다.

지금 이 글을 쓰다가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다. 역시나 당구장이다.
한동안은 스타크래프트에 미쳐서리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토요일밤마다 피씨방에서 친구들과 스타하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당구를 치면 그래도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면 잘 받는데
스타를 할 때는 당췌 전화를 받질 않는다. 그럼 무지 열받쥐~~~

주말이면 다른 집들은 아빠가 일찍 오셔서 외식도 하고
일요일에는 같이 외출도 하고 그러는데
우리집은 이렇게 향락의 토요일밤을 불태우고 아침 8시나 9시가 되어서 아침까지 다~~먹고 들어온 옆탱이.
그대로 씻고 골아떨어져서 오후 대여섯시까지 잔다.

토요일밤에는 나 역시 향락의 밤이다.
미친듯이 웹을 쏘다니고 친구들과 채팅하고 게시판에 글 올리고...
그러기를 3년.
나는 좀 슬슬 지쳐간다.
그런데 옆탱이는 지칠 기미가 안 보인다.

하긴...울 시아부지.
아직도 그렇게 술마시고 노는 걸 좋아하신다.
시어무니랑 나랑 둘이 늘 이야기하는 것이 김씨 남정네들 놀기 좋아하는 건 평생 못고친다고..
"그래도 너는 낫지, 호야 아빠는 술담배는 안하잖니? "라는 고슴도치성 발언을 꼭 잊지 않으시는 울 시어무니 ^^;;;

내가 스스로에게 붙인 별명 또하나가 바로 "주말 놀이터 죽순이"이다.
주말이면 더더욱 한산해지는 놀이터에서 하루종일 죽때리고 노는 사람들은 우리집 차력형제와 그들의 모친 뿐이다..ㅠㅠ

이젠 이노무 짓도 남사스러워서 못하겠다.

기필코 운전을 배워야겠다.
그래서 일요일에는 나혼자 숭구리당당 놀러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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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6-13 0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 짧은 소견으로 판단컨대 밀키님의 동반자님의 놀기 좋아하는 버릇은 체력 저하로 인해 스스로 포기하실 때까지는 절대 못 고치실 것 같군요. 제 주변의 당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남정네들도, 자기 놀 때는 집이고 부인이고 자식이고 절대 생각 않더군요. -_-++
밀키님 스스로 내리신 결론대로 빨리 운전을 배우셔서 차력형제들과 함께 룰루랄라 즐겁게 놀러다니시는 편이 낫지 않을까 사료되옵니다. ^-^ 너무 열받지 마시고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바람꽃 2004-06-13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 신랑님 넘 얄미워용. 설마 주말마다 그리 보낸다는건 아니지요?
아그들이랑 추억도 만들고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괜히 제가 열올리고 있나요?
울 아부지도 김씨.라서 친구랑 놀기 좋아하시나봐요. ㅎㅎ

밀키웨이 2004-06-1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진짜로 스스로 포기할 때까지 그렇겠지만 문제는 절대로 포기를 안할거라는 거죠.
울 시아부지가 그렇다니깐요.

바람꽃님 다음주도 다다음주도 당구과부는 죽~~일겁니다 ^^;;;
이제는 얄미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답니다.
흑...초월한 밀키 ^^;;;

loveryb 2004-06-1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아니 울 이쁜 밀키님을~~~
호야 아버님.. 뵙지는 않았지만 쬐끔 상상이 갑니다..

울 친구 신랑이랑 비스무리 하다는 느낌.. 혹 김영김씨는 아니신지..^^
유로대회를 기다리는것도 그렇고 암튼 음주가무앤 잡기에 능하시지요?^^

성격은 호탕하고 대범하고 주위에 사람은 많이 끓으나
주변 생각하는라 가정사 소홀하기 쉽도다..

아 제가 돗자리 깐것같은 멘트를^^

고생이 많으십니다..
가까이나 살면.. 주말저녁 에헤라 디야 야그 꽃이라도 피워보련만~~^^

밀키웨이 2004-06-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스!!
러브와이비님. 김영 김氏 맞아요 ^^
이럴수가...ㅋㅋㅋ
글게요, 가까이 살면 우리 둘이 에헤라 디야~ 할텐데 말입니다 ^^

두심이 2004-06-1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당구과부라는 제목을 보고 남편이 당구 무지 좋아하는 구나..생각했습니다.
아흑..T.T 동병상련을 느낍니다. 우리 남편은 CD껍데기 만드는게 취미라 밤낮없이 컴퓨터앞에 앉아 힘을 뺍니다. 남들은 놀러다니는게 아니니깐 어떠냐고 하겠지만..편집증(?)같은 이런 몰입으로 밤을 새는 일은 허다합니다. 어제도 그 설겆인지 뭔지를 한번 해주고는 밤새 그짓을 하다가 좀전에 눈이 벌개져서 침대로 갔습니다.
밀키님..주말에 자주자주 만납시다..

아영엄마 2004-06-13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울 남편도 한 이년 전까지만 해도 진짜~ 주말마다 찾아 오는 총각 친구 2명과 스타한다고 날밤세우고 다 같이 새벽에 들어와 밥 먹고 자고 그랬어요.. 그러고 출근하기도 하고.. 한 친구 장가가고, 한 친구 지방으로 취직하고 나니 요즘은 회사 일때문에 주말에 집에 없네요.. 그리고 장가간 친구는 요즘도 주말 밤에 전화해서 남편을 인터넷상으로 불러낸답니다. ㅠㅠ 노는 것도 한 때라고 봐주어야 하는건지.. 애들만 불쌍합니다..쩝~

panda78 2004-06-1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그래도 안나가고 옆에서 죙일 TV만 보는 울 남편은 양호한 편이군요.. ㅡ.ㅡ;;
담배 안 하시는 건 부럽습니다만.. 그래도 밀키웨이님 아기 낳으셨을 때의 일은 심하다 싶네요..

반딧불,, 2004-06-1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구..하여간...
집집마다..꼭 무언가 있다니깐요..
그나저나..좋은 결론입니다..어서 배우셔셔 다니소서^^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그러고 지지고 볶는 것도 딱 아이들 초등저학년때까지라더이다.
그 동안에 추억 많이 만들어주셔야죠..

아..울집은 예전엔 울신랑이 방콕이라 문제였는데..요새는 제가 체력이 안됩니다.
일요일은 아주 넉다운~~
제발 잠만 잤으면 좋겠습니다^^;;

loveryb 2004-06-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하하하 밀키님...
나한테 시댁피가 흐르는구만요^^

저여 김영김씨 잖어요.. 저희집 핏줄이 그래여^^
여자들은 생활력이 강하고 남자들은 띵가띵가 남한테 호인형이 대부분이라지요^^
음 시누노릇 좀 할까요^^;;;;

그리고 제 친구 신랑도 김영김씨라 제가 충고를 했으매도
결혼해서 지지고 볶고 있답니다..^^

밀키웨이 2004-06-1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정말 딱 맞군요.
띵까띵까 놀기 좋아하고 남들 엄청 챙겨서 덕분에 관혼상제에는 손님이 제법 되지요 ^^
울 시댁은요, 큰어머니랑 작은 어머니들이랑 다 모이시면 모두 입을 모아 김씨 흉을 보시던디..ㅋㅋㅋ
 

별거 아닌 일에 굉장히 깊이 생각하는 나쁜 버릇...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일에 혼자 집착하는 습관...
혼자서 끙끙...행여나 상처를 준 거 아닐까 되씹고 되씹고...
나는 이래서 큰 인물이 못된다.
그냥 툴툴 털어버릴 건 털어버리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그러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거 같이 굴다가도 그러질 못한다.

겉으로는 허허허 웃으면서 속으로는 아이고..이게 아닌데...늘 이러면서 힘들어한다.

아주 근사하고 훌륭한 새집을 누가 공짜로 주었다.
그런데 중간에 살짝 튀어나온 가시 하나 때문에 그 집을 포기할 것인가 말것인가
그걸 두고 고민하는 것과 같은 형세가 바로 지금의 내모습이다.

다른 장점을 보고 그것과 저울질 하여 충분히 상쇄할만 하면
그정도 쯤은 그냥그냥 넘기고 웃고 그러면 되련만...

이런 못된 성질머리 때문에 직장도 그만두고
연애도 깨지고
숱하게 그러며 살아왔건만
고친다 고친다 해놓고
여진히 못고치고 또 이렇게 하루종일 끙끙대고 있다.

바보바보....이제는 아주 이런 내자신에게 짜증이 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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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0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4-06-10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그래요.

2004-06-1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끼님...분석대상 이시군요...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알라딘 서재 아닌가요...오십보 백보 입니다요...그리고 물만두님...그대와 왕래가 없는 것은 인정하오나 아래에 알라딘 이야기에 참나가 없어서 몹시 서운합니다래...흐흑...잠이 깨누만요...지금 이 시간 이후에 밀끼님 서재에 들어오시는 모든 분들 몽땅 행복한 꿈 꾸시길...

2004-06-10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6-1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꿈 꿀께요!!
그리고 밀키님....짜증내면 낼수록 지치잖아요. 그냥 확, 잊어버릴만한 일은 아닌가요?^^;

두심이 2004-06-1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저랑 진짜 비슷하시네요..늘 그런 부대낌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죠.
그렇다고 척척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해결하지도 못해 그로인해 또 머리가 아프죠.ㅋ.
맘 편하게 갖으세요..참나님 말대로 행복하고 좋은꿈 꾸세요..

thornie 2004-06-1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냅두세요^^; 우리 이쁜 밀키님
난 밀키님네 서재 오는 재미로 알라딘에 오는구만....
내 속이 미친듯이 소용돌이 칠 때 테바라기는 대꾸도 안 하고 한마디 틱 던져요.
"너 또 자가발전하는구나" 그리고 상대 안 해줘요. 뭐라 대꾸 했으면 커질 일도 나 혼자 지룰 하면 발전이 없으니까 그냥 꺼지더라고요.
남들이 뭐라하든, 내가 평안하면 문제 안 생기대요.

어떤 책에 나온 말==>
누가 한 상 가득 차려놓고 권한단들 내가 먹지 않는다면 내 배가 부르겠느냐?
누군가 내게 욕을 잔뜩 한들 내가 새기지 않는다면 그것이 내게 한 것이 되겠느냐?

저한테 도움이 됐던, 어떤 우울한 사람에게 주는 충고 한마디==>
우울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해요.
그런데 한 정신과 의사가 주문처럼 외우라고 하대요.
"사람들은 당신이 생각하는만큼 당신에게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크~~~ 쥑이지 않아요?

내가 사실 이런 글을 쓸 처지는 아니지만...나도 내 코가 석자잉게...
난 사실 내가 요즘 대견하오. 아즉 안 미치고 살아있으니. 으~~~ 과대망상.
이거 보오. 내 안의 얼마나 많은 목소리로 난 이렇게 괴로운지....
도스토예프스끼의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처음 읽었을 때 이거 정말 내 얘기다 그랬어요.
여러다른 목소리가 끊임없이 뽐뿌질 하는.....

그냥 냅둬야지. 아직 나는 여기까지니까.... 그냥 또 그러나보다 해야지.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이쁘동이 드림

2004-06-11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쁘동이님 정말 예쁘시네요....자가발전이라..정말 맞는 말이네요...근데...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이라 혹 두 분 사귀시는 것 아닙니까...? 프하하...저는 동네서 붙어다니는 아줌마가 한 명 있는데 냄푠들이 서로 사귄다고 인정해줬습니다...아침에 다시 들어왔습니다. 출근도장 꾸욱..! 여기 들어오시는 모든 분들...즐겁고 기분 빵빵한 하루 되세요...이상, 자기 서재 버려두고 남의 서재 관리하고 있는 참나였습니당..충셩!

2004-06-11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overyb 2004-06-1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제가 어제 못들어 왔다고 신경을 쓰셨나?^^;;;
밀키님.. 다들 자아속에 또다른 생각과 모습들에 신경 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슨일인지는 몰겠지만.. 밀키님 스스로가 저희들에게 늘 얘기 해주듯이...

그리 흘려보내십시요...
시간은 물처럼 흐르듯 뭐 생각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냥 흘려보내소서...

ㅋㅋ 이런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참 이쁘동이님.. 너무 반갑습니다.. 그동안 온라인에서 자주 안보여서..
참으로 그리웠답니다~~

밀키웨이 2004-06-1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들..
걱정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별거 아닌 일에도 괜히 혼자 깊이 자가발전(히히히 이말 재미있네요 ^^ 자주자주 써먹어야쥥~~^^) 하느라 그런건데 말입니다.
늘 그렇듯이 제가 참 응석이 많은 사람이예요.

근데 이쁘동이여사.
님의 흔적을 보려면 자주자주 응석을 부려야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드는구만요?
뭐하고 사셨더랬어요?
그러면서 은근슬쩍 제게 숙제 하나 안겨주시고 가시는구만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라굽쇼?
으....생전 처음 듣는 듯하네요.
도스토예프스키하면 그저 죄와 벌...까라마조프인지 까마라조프인지 늘 헷갈리는 그 책밖에 모르는디...
무식이 통통통!!!

 

 

  

 

이런 여인이 있습니다.

그이와 내가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그저 이쁘게만 봐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늘 장난만 치는 저를 진지하게 받아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글 하나하나마다 정성껏 받아주고 웃어주고 같이 심각해하는 여인이 있습니다.

친정엄마가 없어서 그런지... 한번도 토속적인 뭔가를 받아본 적이 없는 제게
친정엄마라도 된 듯 그렇게 살뜰하게 챙겨서 감동시키는 여인이 있습니다.
그렇게 테이프 일일히 붙인 그 손길 때문에 마구마구 미워질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씀씀이를 보이면 나는 미안해서 어쩌라고....투정을 부리고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그이에게 해 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렵게 부탁한 언젠가의 일도 저는 제 작은 귀찮음으로 그냥 거절하고 말았더랬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옷을 입으면 잘 어울리는지
어떤 자세로 잠을 자야 편안한지
아는 것이 없습니다.

예, 우리는 거리에서 서로 스쳐지나가도 모르는 그런 사이입니다.

오늘 열심히 만나서 좋아좋아 수다를 떨다가도
하루 안보고
이틀 안보고
삼일 안보고
그렇게 일년이 흘러 서로 잊혀져도 미안하지 않은 그런 사이여도
아무도 뭐라고 그러지 않는 그런 사이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전히  이 여인 때문에 코꿰고 마음꿰였습니다.

이 여인은 나쁩니다.
저를 신경쓰게 만드니까요.
저로 하여금 그이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으니까요.
언제부터인가 그 이름이 보이나 안 보이나 찾아보게 만드니까요.

이 여인은 정말 나쁩니다.
저로 하여금 제 자신의 못된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니까요.

이 여인은 정말정말 나쁩니다.
솔주막에서 벗어나고 싶은 때가 오더라도 그러지 못하게 제 발목을 꽉 잡고 늘어지니까요.

이 여인은 정말정말정말 나쁩니다.
솔직한 저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못하고 계속 착한 척 이쁜 척 하게 만드니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이봐요, 당신 말야...반디각시.
절대로 만나지 말자구.
만나는 그 순간 당신의 그 환상이 와장창 깨질것이외다.
그 환상을 지켜주어야 할 엄중한 임무가 오늘 제게 떨어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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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ryb 2004-06-08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반디님은 좋겠다.. 어제 이글 보고 앤님 말씀처럼 저라고 생각하고
딱보니 흐흐흐 그냥 찜이 좔좔 흐르더군요^^
그래요 이렇게 좋은사람들 좋은인연으로 이어지길....

반디님도 밀키님도 제 2004년에 있어 참으로 중요 인물로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아마도 전생에 우린 뭐였을까?^^

밀키웨이 2004-06-0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님
제가 말입니다.
진짜로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제가 해드리는 건 하나도 없는데 이리 다들 고마우시니 말이죠.

좋은 사람 좋은 인연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행복한 인연으로 말입니다 ^^

반딧불,, 2004-06-0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이제사 다시 읽으니 결국은 얼굴 안보여주신단 야그구만요.
절대..봐야징^^

2004-06-09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5학년 때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다.
우리집은 대대손손 서울토박이 촌놈이다.

멋도 모르고 있었는데 내 짝꿍(당연히 머스마 ^^)이 집안이 충청도였는지 아버지가 두산쪽 회사를 다녀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날엔가 오비베어스 야구단 모자를 쓰고 학교에 왔다.
기억나시는가?
그 파랗고 빨간 오비베어스 모자? 아...그리워지네...^^
하여간  오비베어스 야구단 브로마이드라고 해야 하나?
감독이며 선수며 좌악~~사진 실리고 소개되어 있는 그런 책자를 가지고 왔다.
그게 무에 그리 재미있었는지 학교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끝내 짝꿍을 졸라...아니 협박 회유 반강제로 빌려서 집으로 가져가 읽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쌍둥이 구재서, 구천서 형제. 큰 이근식 작은 이근식, 학다리 신경식, 미국수양엄마를 가지고 있는 양세종, 그리고 나의 영~~원한 읍빠 박철순.

그래서 나는 오비팬이 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우리 집은 서울토박이.
당연히 아버지는 MBC 청룡이셨다. 나보고도 왠 OB? 그러시면서 청룡을 응원하라고 하시는 거다. 이런이런...지역주의의 대립이 우리집에서도 벌어졌던 것이다.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비사랑을 외치던 나.
거기다 원년우승컵을 거머쥔 나의 오비.
당연히 나의 오비사랑은 탄탄히 굳어져갔다.

세월이 흘러 대학4학년.
취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그노무 오비사랑 때문에 두산계열사에 원서를 넣고 공채시험을 보았다.
어캐어캐해서 1차 통과 → 2차 지원한 계열사 면접통과 → 3차 두산회장님 면접까지 가게 되었다.

두산회장님(그때가 박용오회장시절이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아줌마의 치매....^^;;;)의 면접은 이미 소문이 나있었다.
다른 건 일절 묻지 않고 왜 지원했냐는 것만 물으시고 면접자 본인의 이름을 써보라고 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나 덜덜덜...떨리던지.
거기다 떨리는 목소리로 지원사유를 뭔 말도 안되는...그냥 면접 잘 보는 방법 등과 같은 책에 나오는 고리타분한 말을 늘어놓았다.
하여간 보기 좋게 낙방했는데...물론 결과야 나중에 알았지만 왜 면접 끝나고 나올 때 감이 오지 않던가? 난 그렇던디...^^

그날 전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생각했던 것이
"저는 어릴 적부터 오비베어즈의 팬입니다. 오비베어즈가 좋아서 대학 시절 내내 오비맥주만 마셨고 그래서 두산에 지원했습니다."라고 말을 못했는지 그게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었다.

지금도 궁금하다.
만약 그렇게 말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었을까?

결혼을 하고 참 좋았던 것은 옆탱이 집안이 충청도인지라 옆탱이를 비롯하여 온 가족이 두산팬이라는 거. 흐흐흐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같이 모여 야구 경기 볼 때 응원하는 팀이 다르면 얼마나 화딱지 나는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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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6-0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신경식, 윤동균, 박철순을 무지하게 좋아했죠. 82년 우승 땐 경기를 거의 못봤습니다만, 95년 오비가 우승할 때 전 강원도 민박집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2001년 우승 당시엔 야구장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지요.
흐흐, 님이 저랑 다섯살 차라는 걸 알았습니다.

밀키웨이 2004-06-05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럼 오호!
저도 님의 나이를 알겠구만요 ^^

loveryb 2004-06-06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제가 육한년때로 기억하는걸 보면 ... 음 나이가 바리 뽀록이 나는군요^^;;
저도 저희반에 오비팬들이 왕 많았답니다.. 부산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저의 실체가 밝혀지누다^^::)
전 20살이 넘어서야 야구에 관심을 가졌는데..
지금은 영 시들합니다..

냄비병... 병인게야^^;;(쥐*는 월요일에~~)

밀키웨이 2004-06-06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하나둘 글을 쓰다보면 뽀록이 난다니깐요 ^^;;


두심이 2004-06-0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그리운 이름들이 줄줄이 열거되니 3번타자 김우열, 4번타자 윤동균, 5번타자 신경식 이렇게 불리던 그 여름이 너무 그리워집니다. 저도 OB원년부터 좋아했죠.. 오랫만에 그들의 이름을 들으니 무지 반가운 맘에 인사드리고 갑니다.

sooninara 2004-06-06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비 원년 팬인데..부모님이 둘다 충청도가 고향이라죠?^^
남동생이 오비어린이 팬클럽에 들어서 원년 우승하고 곰돌이 컵도 셋트로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두산 지원하신게 아쉽네요..오비맥주 이야기만 하셨어도 붙었을듯...
지금은 오비라거가 외국계 회사로 팔려서 두산 지분은 아주 적은걸로 아는데..
그래도 오비라거 맛있죠?

밀키웨이 2004-06-0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반갑죠?
여기 가보셨어요? 사수오비 http://www.sasuob.com/v4/index.htm

반딧불,, 2004-06-0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알았스요..그래도 내는 하이트가 좋더라는^^..
메롱~~

밀키웨이 2004-06-0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시여?
반디각시!
게 서시요!!

sayonara 2004-06-0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네요. OB베어즈. 제가 대전사람이라 어린 시절 기억이 납니다.
(물론 연고지가 바뀌기 전까지만요.
지금은 한화 이글스의 한용덕 투수가 우리동네 통장님 아들이라 더 친근하지만 말입니다.)
당시 김우열 선수의 싸인볼이 제 재산목록 1호였죠.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만...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
한달에 한권이라도 읽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인데 지난 2월부터 시작했다.
금새 시들시들해질 줄 알았는데 그래도 꾸준히 읽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고맙다.

사실 애 키우면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기란 습관처럼 몸에 배인 거 아니고는 참 어렵다.
읽어야지...읽어야지...하면서도 보는 책이라고는 고작해야 육아서적..아니면 뭔가 성공한 엄마들의 성공수기...내지는 돈버는 방법에 관한 책...히히히

더이상은 안되겠다 싶어서 올해의 목표를 책읽는 한해로 정했었는데
마침 이렇게 같이 하게 되어서 더 좋다.

이달에 읽을 책이다.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그러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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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2004-06-0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
참 정감있는 문구네여
그럼 저두 친구 맞나여?^^;;;(책 안읽으니께 친구 아니겄당....)

밀키웨이 2004-06-02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 맞죠, 당연히 ^^
그런데 로렌여사 찾는 분 많으시다는 소식 들었습니까?
사람들이 그리워합니다.
언능 모습을 보이세요 ^^

2004-06-02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밀키웨이 2004-06-0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이고..미틴다요 ㅋㅋㅋ
세상에 로렌여사도 무서버하는 게 있었시요?

뚜벅이 2004-06-0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무섭다기 보단 어째 적수인것 같아서여(저랑 너무 비슷하신 것 같아서 거울 보기가 부담스러버서여) 캬캬캬

loveryb 2004-06-05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그래도 매일 한줄이라도 읽게 되면서 저 역시 뿌듯하게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