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aladin.co.kr/Cover/8972592528_1.gif)
이 책은 시공사에서 1996년 출간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절판되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내용의 잔혹성이며 그 그림의 거침이 이쁘고 감동적인 그림책만을 안겨주고 싶은 독자들의 욕구와 맞지 않아서이겠지요.
시공사가 처음에 네버랜드 시리즈를 만들었을 당시에는 단행본으로 출간했는데 갑자기 전집으로 판매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어린이 도서 연구회 등 그림책을 아끼는 사람들의 호소가 이어지자 다시 단행본으로 풀게 되었는데 전집으로 구매를 하신 분들 가운데 저 책에 대해서 상당한 거부반응을 보이신 분들이 꽤 있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단행본으로 다시 내면서부터는 저 책을 아예 싹 빼버렸지요.
지금은 그나마 저 책이 가지고 있던 네버랜드 픽쳐북 40번이라는 고유번호마저 상실한 채 다른책으로 대체가 되었지요...ㅠㅠ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말 우리가 이 책이 다시 우리 손에 들어올 수 있게 으싸으쌰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몰러유... 개인적으로는 시공사 편집부장님께 메일도 보내봤는데 대답이 없으시네요... 독자의 의견을 우습게 아는건지...슬픕니다요...ㅠㅠ)
이와 비슷한 경우를 당한 책이 또 하나 있는데 보림에서 나오던 [론포포]가 바로 그것입니다.
![](http://www.aladin.co.kr/Cover/8943302436_1.gif)
보림은 예나 지금이나 단행본을 위주로 발행하는 출판사인데 한때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지크시리즈를 묶어서 21세기 테마동화라는 타이틀로 염가판매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 또한 그때 된서리를 맞았지요...
여기 나오는 소녀들의 얼굴이 서양사람들이 생각하는 동양인의 얼굴, 딱 바로 그거래요.
펑퍼짐한 얼굴에 옆으로 쫙 찢어진 눈.
그런 눈이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그림을 감히 아이에게 보여줄 수가 없었던 엄마가 많으셨던가 봅니다.
울 아들은 재미있다고만 하던디....
내용은 동양의 빨간모자 이야기라고 부제가 달려 있는데
[빨간모자] 이야기하고 우리나라의 [햇님달님] 이야기하고 두개가 섞여 있는 거 같아요.
[햇님달님]이 '태양과 달이 어떻게 생겼나'하는 기원설화 비스무리한 그런 이야기라고 해서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결국은 하늘로 올라가버리고 마는 식의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민족성과 닮았다... 싶어 전 이 [론포포]가 더 마음에 끌려요.
현명하고 재치있게 늑대를 물리치잖아요 ^^
![](http://www.kidsbooksejong.com/CBIMAGE/200006780009_2.JPG)
[벨라인형]이라고 ㅇ ㄹ 아 라는 회사에서 만든 ㄴㅇㅋㄷ라는 전집에 포함된 그림책이 있어요.
![](http://images-eu.amazon.com/images/P/3890821839.03.LZZZZZZZ.jpg)
이 책이 독일에서는 상당히 반응이 좋은 거 같아요.
아이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읽어냈다는 평이 많거든요.
근데 제 주위에서 이 책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어요.
동생이 너무너무 싫어서 동생의 벨라인형의 머리를 가위로 싹둑 잘라버리는 내용이며 추상적이고 복잡한 그림이 어우러진 이 그림책이 너무너무 무섭다고 말해요.
근데....전 역시 이 책이 아이의 마음을 잘 짚어낸 거 같아 참 좋았거든요...;;;(역시 난...엽기부인...;;)
우리 큰애만 해도 엊그제 통곡을 하면서 울더라구요.
엄마가 동생만 이뻐한다고 하면서요. 똑같이 싸우고 혼났는데 엄마가 동생만 안아주고 자기는 안사랑한다고 하면서 진짜 초상집에서나 들을 수 있는 울음소리를 내더라니깐요.
그래서 그런가..울 큰놈은 이 책 읽어줄 때 히히히 웃으면서 봤어요.
아주 그 상황이 실감나는 모양이더만요.
다시 [우락부락 염소 삼형제]로 올라가서...^^;;;
(왔다갔다 삼천포가 제 특기이옵니다...;;;)
이 책이 처음 미국에서 출판되었을 때의 반응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였다고 해요.
괴물을 갈기갈기 찢어죽인다는 폭력적이고도 잔혹한 내용에 당장 금서의 목록에 올랐는데 막상 아이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서 사서들이 다시 이 책을 보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명작으로 꼽히고 있잖아요.
여기서 또 제가 부러운 건 사서라는 존재의 중요성이예요.
서양에서는 사서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여 단순히 책을 대여해주고 도서관을 관리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의 가치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이들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우리는 책의 시장역사가 짧다보니 현재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고
또 어린이그림책의 경우..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웹 안에서 내려지는 엄마들의 평가..
거기에다가 저같이 허접한 사람의 리뷰조차도 딥따시 길기만 하면 와~~뭔가 있어보여...이래질 수 있는 그런 약점이 있는 거 같아 많이 안타까와요. (사실은 아닌데 저혼자만의 착각? ㅋㅋㅋ)
그래서 책을 이야기할 때 아주 신중해지고 싶은데 또 그러다보면 자유스럽지 못하게 되는 양면성이 있어서 자꾸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있는 중... ^^
어...또 서울대전대구부산 찍고도 아닌데...에구...
아무튼 어른들이 보기에는 난해하고 잔인하고 조악하다 하더라도 그림책 작가는 어린이라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책을 만들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기 안에 형상화된 어린이상을 가지고 책을 만들었을거예요.
그렇기에 엄마는 허거덩!! 하는 책에 아이들은 열광하고 좋아하고..그러는 거 아닐까요?
어른들은 역시 내면을 묘사하는 것, 묘사가 아름다운 것, 분위기가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 꿀밤나무 제7호 34쪽
[일곱마리 까마귀]라는 옛이야기 있잖아요.
거기서 누이동생이 까마귀가 되어버린 일곱오빠를 찾아 가는데 유리산에 도착해 문을 열려고 보니 별님이 준 열쇠인 병아리 다리뼈를 잃어버리고 말죠.
그래서 누이동생은 새끼손가락을 잘라서 그 문을 열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이냐?? 정말 너무하다는 반응이 많아요.
그런데 말이죠..아이들은 그 누이동생이 손가락을 자를 땐 부르르 몸을 떨며 무서워하지만 결국 오빠들을 무사히 구해내어 다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행복한 결말에 이르면 그 아이에게 새*손가락이 있는지 없는지 그건 염두에 두지 않아요.
그냥 와~~ 다행이다..이러고 말죠.
또 개중에는 한참 뒤에 뜬금없이 "근데 걔는 손가락이 없어서 어떻게 해?" 라고 묻는 엉뚱한 놈이 있긴 합디다만 그렇다고 그게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끔찍한 일이라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손가락이 없어서 불쌍하네...정도더라구요.
옛이야기 가운데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인 [아기돼지 삼형제이야기]에서는 원래 늑대가 첫째돼지와 둘째돼지를 잡아먹는다고 하더군요.
끝내 늑대는 펄펄 끓는 가마솥에서 빠져서 죽고 말이죠.
브루노 베텔하임이 쓴 [옛이야기의 매력]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 말입니다.
아이들은 처음 두마리 아기돼지들이 잡아먹혔다는 것 때문에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 성숙한 자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형태의 미숙한 존재형태들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잠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아기돼지 삼형제]를 들으면 아이들은 늑대가 응분의 벌을 받고 셋째돼지가 승이하는 것을 기뻐할 뿐 첫째, 둘째돼지들의 운명에 대해서는 전혀 슬퍼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어른들이 생각하는 잔인하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자아를 키워나가고 세상을 배워나가는 과정일 뿐이지 그러한 행동을 판단하고 지나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런 면에서 전 가끔씩은 지나치게 가르치려 들고 뭔가 작가의 이념을 담고자 애쓴 그림책들이 무지하게 부담스럽게 느껴져요.
그림책 가지고 뭔가를 가르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남들 다 좋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안소니 브라운의 [돼지책] 있잖아요?
그게 영~~ 부담스러워요. 아...물론 그림이나 그 페이소스 면에서는 상당히 재미도 있고 좋아합니다만
다만 그놈의 페미니스트관점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거지요.
애들에게 무얼 말하고 싶은 거지요?
엄마를 도와주자? 엄마도 사람이다? 자동차도 고칠 수 있는?
아...물론 애들은 좋아해요. "너희들은 돼지야"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서로 자기가 말하겠다고 싸우면서 말이죠.
하지만 지나치게 어른의 입장에서 말하는 듯해서 좀 그렇더라구요. 다른 면을 찾아보고자 s늘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만 불쑥불쑥 남편에게 내밀고 싶어지는 거 있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