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북해 바닷가에는 풍속 150킬로미터가 넘는 세찬 바람으로 탱크롤리가 길 바깥으로 날아가 버린 날, 2002년 1월 28일, 『삐삐 롱스타킹』『떠들썩한 마을의 아이들』『산적의 딸 로냐』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딸의 전언에 의하면) '조용하고 온화하게' 숨을 거두었다.
1941년부터 살던 집에서...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 '삐삐'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단지 요즘 책으로 삐삐를 만나는 아이들이 삐삐를 '삐삐 롱스타킹'이라는 정식 이름으로 불러주는 대신, 책이 아니라 TV 어린이 프로에서 '말광량이 삐삐'란 이름으로 알고 있는 것이 다를 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란 이름을 알게 된 것은 필자가 살고있고 또 사랑하는 독일의 작은 도시 '본'에 있는 '부비어'라는 멋진 서점의 쇼윈도를 통해서였다. 지금부터 4-5년전일게다.
어느날 부비어 서점의 쇼윈도가 어느 쭈글쭈글한 할머니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다 시피한 적이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평소에는 눈여겨 보던 쇼윈도를 당시에는 그냥 지나쳤다. 그 쭈글쭈글한 노파는 필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전혀 섹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친구의 자세한 설명을 통해서 그 노파의 이름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이고, 그 유명한 "말괄량이 삐삐'를 지은 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 당시 부비어 서점의 쇼윈도우를 그 할머니가 독차지한 이유는 그때가 90세 생일을 맞았기 때문이란 것은 나중에야 신문을 보고 알았다.
아, 스웨덴의 한 아동작가의 생일이 독일 서점가에서도 축하가 되는구, 라는 좀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고 지나쳤을 뿐이다.
필자에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란 할머니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차라리 그 삐삐역을 하던 그 여자아이의 스무번째 생일이라면 모를까!
그런데 필자의 초등학교 3학년짜리 딸에게는 다른 것 같다. 이 아이 역시 도서관에서 비디오를 빌려 자기 아빠가 어렸을 때 TV를 통해서 보던 똑같은 필름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비디오 보다는 책을 더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란 할머니를 (그녀의 사망 소식이전에도) 이미 잘 알고 있었고, 그 할머니를 좋아한다.
"삐삐"라면 필자에게는 TV에 나오던 그 주제곡과 그녀의 특이한 발놀림이 생각나지만, 딸아이는 도둑을 옷장위에 올려 놓는다든지, 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는 그 그림들을 떠올린다. 적어도 삐삐에 관해서만은 요즘 아이들은 '책세대' 그 부모들은 '비디오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삐삐의 정식 이름은?
삐삐의 이름은 '말괄량이 삐삐'도 그리고 '삐삐 롱스타킹'도 아니다. 정식 이름은 삐삐의 이름은 필름에서는 Pippilotta Viktualia Rollgardina Schokominza Efraimstochter Langstrumpf다. 책에서는 Schokominza 대신 Pfefferminza. 간단히 애칭으로 부르면 Pippi Langstumpf. Langstrumpf를 번역해서 롱스타킹이 되었다. (이름도 번역을 하나?)
(중략....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올린 글과 중복되는 부분은 그냥 제 마음대로 중략합니다...밀키는 엿장수 ^^;;)
<삐삐 롱스타킹>은 대히트작이 되었다. 하지만, 당시의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라면 갖고 있었을 '어린아이다운 모습'에서 삐삐의 생각과 행동은 상당히 어긋나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이후 수많은 작품을 썼고 이 작품들은 세계 각국에서 85개의 언어로 번역이 되었으며 그녀의 책은 독일에서만 1천만부가 팔리는 등 전세계적으로 1억3천만부가 팔렸다. (이 정도면 '해리 포터'보다 많이 팔리지 않았을까?) 마지막 책은 1992년에 펴낸 자전적 크리스마스 이야기이다.
그녀는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2001년 여름에, 스웨덴 일간지 중에서 가장 큰 'Dagens Nyheter'(역시 어떻게 읽는지는 모른다)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는 구스타프 왕(칼 16세)이고 여자는 작년에 이어 독일 출신의 Silvia 왕비를 제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린 작품들은 스웨덴 사람들의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Vimmerby(어떻게 읽는 지는 모르겠다)에 가면 라는 캠핑촌이 있고, 스톡홀름 시내에는 삐삐를 비롯하여 그녀가 그린 작품 속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어린이들만의 공간이 있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쓰면서 갖가지 문학상을 수상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노벨상을 타지 못했다. 그녀에게 노벨상을 주자고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었다. 그런데 아동문학가가 노벨상을 탄 적이 있는가? (그런데 웃기게도 영국의 처칠 수상은 노벨문학상을 탔다. 도대체 뭐로?) 하지만 그녀는 1994년에 대안노벨상을 받았다. 그녀의 수상 경력은 다음과 같다 :
독일서적상협회가 주는 <평화상> (1978)
대안 노벨상 (1994)
국제 청소년도서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메달 (1958)
스웨덴 한림원 금메달
스웨덴 국가 문학상
독일 청소년 문학상 (제1회)
나의 삐삐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못지 않게 (필자에겐) 중요한 인물인 필름 속의 삐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 그녀가 죽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그 소문을 들었을 때는 아마도 린드그렌의 사망 소식을 접한 지금보다는 좀더 섭섭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죽었다는 것은 헛소문이다. (당시는 이런 류의 소문이 많았다. 원더우먼이 유방암으로 죽었다든지 하는...)
그녀의 이름은 잉어 닐쏜(Inger Nilsson). 사진은 2000년도에 그녀가 영화 "Gripsholm"에 안데르쏜 부인역으로 출연한 모습이다.
그녀는 1959년에 태어났고, 삐삐가 영화로 만들어진 때는 1968년이니 우리가 알고 있는 삐삐의 모습은 9살의 모습이다. 음, 9살. 필자의 딸내미와 같은 나이. 내 딸아이도 날 구출하러 올 수 있을까?
- 북메세닷컴 이정모기자의 글을 네이버 sy-l 님의 블로그에서 퍼옴
현재 [말괄량이 삐삐]는 케이블방송인 대교방송에서 볼 수 있다...
이런 향수를 누릴 수 있다니...정말 나는 행운아이다 ^______________^
▲방영시간 : 월~토 11:00~11:30, 19:00~19:30, 일 9:30~11:00
▲장르 : 실사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