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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지성과 어른의 환상


- 김서정

 

C. S. 루이스를 그저 [나니아 이야기]의 작가로만 알고 있던 나는, 안소니 홉킨스가 루이스 역을 맡았던 영화 「섀도우 랜드」를 보면서 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자세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강연에서 고뇌에 찬 얼굴을 보여 주면서 고통에 관한 기독교적 메시지를 아주 쉬운 언어로, 그러나 심도 깊게 전달하는 장면이 유난히 내 가슴을 쳤던 것이다.

그런 뒤 나는 루이스가 동화작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영문학자이자 종교사상가였으며 완벽하게 적절한 문체를 구사한 문장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자로 교육받으며 자라났지만 청소년기부터 무신론에 빠져 있다가 30세 무렵 극적으로 회심한 루이스는 에세이와 사이언스 픽션을 비롯한 소설, 동화에서까지 자신의 종교관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피력한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비롯한 일곱 권의 [나니아 이야기]를 제대로 읽는 방법은, 그 안에서 기독교적인 세계관과 모티프를 발견하고 그것이 다른 요소들과 엮이는 행로를 따라가는 일일 것이다.

그 외에 「섀도우 랜드」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다. 루이스가 동화를 썼다는 것을 알게 된 케임브리지 대학의 동료 교수들이 늙은 독신남인 그를 둘러싸고 놀려 댄다.
“동화라니! 대체 자네가 어린이를 하나나 알기나 하나?”
루이스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능청스럽게 받아넘긴다.
“최소한 둘은 알지. 나하고 우리 형.”

루이스의 평생의 동반자(?)였던 세 살 위인 형은 어린 시절부터 인생 뿐 아니라 환상 세계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어린 형제는 벨파스트의 저택에서 왕성하게 책을 읽으며 동물의 나라와 인도라는 나라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글과 그림으로 옮기곤 했다고 한다. 루이스는 중학교 때 몸이 아파 쉰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북구, 지중해의 신화와 동화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의 가공할 만한 상상력은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충분한 양분을 받아 자랐던 것이다. 그 어린 시절을 잊지 않고 자기 안의 어린애를 간직했던 루이스는 ‘진정한 어린 아이의 지성’을 가진 사람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순수함에 대해서 말하지만 정작 순수함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순수한 사람의 표본’이었다.

루이스와 그의 동화에 관해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J. R. R. 톨킨이다. 옥스포드 대학 시절 동료였던 톨킨은 루이스가 기독교로 돌아오게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이스는 톨킨이 쓰고 있던 [반지의 제왕]에 열광하고 있었으며 톨킨이 그 장엄한 판타지를 끝마치는 데에는 루이스의 관심과 격려가 큰 몫을 차지했다고 한다.

루이스는 톨킨을 격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도 판타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ꡔ나니아 연대기ꡕ의 첫 작품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다. 마음을 조이며 건네 준 원고를 읽은 톨킨의 반응이 그다지 신통치 않아 루이스는 적지않이 낙담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른문학에서는 [반지의 제왕]으로 시작된 하이 팬터지의 전통이, 어린이문학에서는 루이스의 [나니아 이야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루이스가 뚜렷하게 제시해 놓은 2차세계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의 치열한 대결이라는 구도는 매들렌 렝글, 수잔 쿠퍼, 어슐러 르 귄 등의 팬터지로 이어진다.

[나니아 이야기]는 반지 제왕에 비하면 좀더 ‘설교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사실, 첫 작품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만 해도 루이스는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의 환상을 배경으로 한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생각이었다. 좋은 이야기 들려주기. 그것은 루이스가 ꡔ나니아 연대기ꡕ를 쓴 첫 번째 목적이었다.
사자는 루이스가 어린 시절 거듭 꾸었던 무서운 꿈에 나오는 동물이었고, 한 손에 짐을, 다른 손에 우산을 들고 눈 덮인 숲 속을 걸어가는 파우누스는 어렸을 때 그림에서 본 장면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권이 거듭되면서 루이스는 ‘사물의 기독교적 존재 방식에 대한 유추’를 보여 주고 싶어했다. “만일 나니아 같은  나라가 있다면 거기서 예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어떻게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칠 것이며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를 그리는 것이 그의 목표가 되었다. 그리하여 사자 아슬란은 명백한 그리스도의 표상이 되었다. 나니아 나라로 간 아이들이 그 곳에서 보고 듣고 겪는 사건들은 기독교적 상징으로 읽힐 수 있다. 사자 아슬란의 죽음과 부활을 비롯하여 아슬란이 세상을 창조하는 장면, 마녀 제이디스가 디고리에게 아름다운 정원에서 사과를 따먹도록 유혹하는 장면, 끈질기게 되살아나 아슬란의 백성을 유혹하고 전쟁으로 끌어 내는 악의 세력, 아슬란의 발자국에서 솟아나는 물, 영원하고 유일한 생명수에 대한 비유 등등, ꡔ나니아 연대기ꡕ에는 명백한 모티프에서부터 희미한 암시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적 코드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기독교적 코드만이 전부였다면, 그리고 그것이 전면에 나섰다면, 이 책은 그저 알레고리로만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풍요롭고 광대하며 생생한 환상의 나라가 나니아에는 펼쳐진다. [반지의 제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외에는 달리 견줄 영역이 없는 상상의 나라와 인물을 루이스는 창조해 냈다. 그 안에는 북구와 남구의 온갖 신화의 조각이 들어 있고, 동방풍 이야기와 중세 이야기의 경향도 보이며, 루이스가 어려서부터 탐독했던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에디스 네스빗, 조지 맥도날드, 루이스 캐럴 등 위대한 작가들에게서 받은 영향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는 그 자신이 후세 동화 작가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 중의 하나가 되었다. 가까운 예로, 캐더린 패터슨의 뉴베리 상 수상작인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에는 [나니아 이야기]를 읽고 자신들만의 (상상의) 왕국을 세우려는 두 아이들이 나온다.
 ‘테라비시아’라는 이름도 나니아에 나오는 ‘테레빈시아’의 변형이며, 주인공이 죽는 ‘동화답지 않은’ 결말도 아이들 넷이 모두 기차 사고로 죽는 나니아의 결말과 맥을 같이 한다.

루이스가 이런 기독교와 각종 신화 모티프를 끌어들여 다른 동화적 소재들과 함께 버무린 ‘동화’를 쓴 이유는, 아마도 독자들이 그 기독교와 신화 세계의 원리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톨킨은 나니아 이야기가 ‘너무 알레고리적’이라며 비평했다지만, 루이스는 오히려 이 이야기에서 성경적인 분위기를 흐리게 하려고 애를 썼다.
아슬란의 행적이나 새롭게 창조된 나니아 나라에 악이 들어오게 된 배경 같은 것들은 신학적 관점으로 설명하기 어렵거나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책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아슬란은 불쑥 나타나서 충분한 개연성 없이 대속적 죽음을 맞는다. 아슬란이 예수의 표상이라는 것을 아는 독자들도 그 죽음에 대해서는 어리둥절해진다. 그런데 감동은 그렇게 독자들이 어리둥절하고 방심한 틈을 타서 일어난다. “실제 복음서를 읽으면 우리가 어떻게 느껴야만 한다는 선험적인 지식 때문에 오히려 감동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루이스의 생각이었다. 명백하면서도 혼돈스러운 이야기, 뭔가 빈 듯하다 갑자기 모든 일이 터지는 이야기. 그 모순을 통해 루이스는 오히려 우리가 사는 세계와 우주와 나니아 나라 자체를 더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 세계들의 원리는 단순하고 명백하지만, 현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 복합적인 상황을 루이스는 풍요로운 환상을 통해 독자에게 인상적으로 각인시켜 준다.

이 작품들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은, 시시때때로 나오는 유머 감각에 있다. 「말과 소년」에서 아슬란이 난폭하고 비열한 라바다슈 왕자를 당나귀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 「마법사의 조카」에서 동물들이 기절한 앤드루 삼촌이 식물인지 동물인지 광물인지를 놓고 입씨름하다가 나무로 단정하고 땅에 심어 놓은 뒤(어느 쪽이 뿌리인지를 두고 또다시 입씨름이 벌어진다. 무성한 머리카락 부분이 뿌리일 거라는 판단도 있지만, 다행히 흙이 많이 묻은 두 갈래 부분 쪽이 우세해 다리가 심어진다) 축 처진 이 나무를 살리기 위해 코끼리가 물을 열심히 길어 뿌려 주는 장면(그 노력 덕분에 ‘나무’는 다시 꼿꼿이 살아난다), “좀더 편하게 싸움을 계속하려고 결혼을 했다.”는 선언 같은 유머러스한 대목들을 통해 루이스는 자신의 메시지에 독자가 무감각하게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는다. 객관적인 거리감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장렬한 서사적 사건과 엄숙하고 무게 있는 기독교적 메시지에 끼여드는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와 가벼운 풍자들을 보면 우리는 루이스가 얼마나 경직된 자기 몰입을 경계했는지 알 수 있다. 지옥을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자신의 위엄과 진보에 관심을 쏟으며, 모든 사람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모든 사람이 죽을 듯한 질투와 자기애 그리고 분노에 사로잡혀 사는 곳”으로 보았던 그는, “지옥에서 결코 볼 수 없는 것”으로 유머를 들었다.
유머 감각은 “자기를 비웃을 수 있는 마음”과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균형과 능력”에서 생겨난다. 과연, 나니아를 지옥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마녀와 침략자들에게는 하늘을 찌르는 자만심과 분노 외에 다른 것이 없다.
반대로 나니아를 지켜 나가는 인물들 주위에서는, 토끼와 고슴도치 같은 작은 동물에서부터 아슬란에 이르기까지 경쾌한 유머와 장난이 맴돈다. 무엇보다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도중에 끊임없이 뛰어들어 간섭을 하고, 사족 같은 해석을 달고, 어깃장을 놓기도 하는 화자의 말투가 장난스럽다. 자칫하면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진실성을 훼손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 장난기는, 말년의 루이스가 혼신의 힘을 다해 피력한 변신론조차 스스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보고자 하는 균형 감각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나니아 연대기는 아이들에게 버거운 기독교 알레고리가 아니라 풍성하고 재미있는 환상의 세계가 될 수 있었다.

동화, 특히 팬터지가 현실을 왜곡시키고 현실에서 도피하게 만든다는 비난을 던지는 사람들을 향해 루이스는 강력한 팬터지 옹호론을 펼쳤다.
“동화는 신화처럼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 세계의 대한 새로운 차원의 깊이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이 현실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통찰과 의미 부여를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볼 줄 알고 그 두 세상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상상력의 힘이라는 것을 루이스는 가르쳐 준다. 실재란 과연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너희가 가지고 있는 실재의 개념은 단지 꿈일 뿐이라고 마술을 거는 마녀를 향해 퍼들글럼이 하는 연설은 바로 루이스가 경직된 현실주의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네 말대로 우리는 단지 장난이나 꾸며 대는 아이들이라고 하자. 그러나 장난을 하는 네 명의 아이들은 네가 말하는 그 빈 깡통 같은 진짜 세계를 이길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놀이의 세계를 지지할 거야. 아슬란이 없다고 해도 아슬란의 편에 설 거야. 나니아가 없다고 해도 최대한 나니아인처럼 살 거야.”


김서정

아동문학평론가이며 동화작가. 동화집으로 [유령들의 회의]대원사)가 있고, 평론집 [용의 아이들], 동화책 [잃어버린 기억]들을 번역했다.

 

출처 월간 어린이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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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7-11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초등학교 2학년 때 만난 이후로, 나니아 시리즈는 저의 너무너무 소중한 보물들이랍니다. 이 일곱 권을 산 날은 쓸어보고 안아보느라 잠도 못 잤다니까요.. 파스텔톤 장정도 얼마나 부드럽게 반짝이는 빛을 띠는지.. 언젠가 근사한 칼라 삽화가 들어 있는 원서를 사는 게 꿈이예요. ^-^

밀키웨이 2004-07-11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전 아직도 다 못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 사자와 마녀와 옷장만 읽었으니 그건 스타리님과 같군요 ㅎㅎㅎ
왕창 한꺼번에 다 주문해서리 주야장창 이 책들만 읽게 되는 거 아닌가 몰러라.. ^^
제가 아니 보이면 나니아 시리즈 읽고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

starrysky 2004-07-11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보이시다니, 안돼요 안돼!!! 어제 그제 바쁘셔서 뜸하셨던 것도 속상한데.. ㅠ_ㅠ
한 챕터 읽으실 때마다 얼굴 보여주시기로 약속하신 담에, 나니아 읽으셔야 해요!! ^-^

밀키웨이 2004-07-11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스타리님의 인기비결을 알아냈도다!

바로 이 무지막지한 엉겨붙음과 늘 숙제를 남겨주시는 철저함 ㅋㅋㅋ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스타리님과 한번 엮여보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이유로구만요.
배우겠사옵니다.
싸부! 제자로 받아주시옵소서!

. 2004-07-11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지말고 책은 밤새서 읽고 글은 낮에 매일 올리시오....ㅎㅎㅎ

밀키웨이 2004-07-1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에구..솔님까지 왜 그러신대요? ㅋㅋㅋ
요즘은 낮에 아들내미 따라 놀이터 나가 친구들과 수다 떠는 재미가 이만저만 재미있는게 아니랍니다.
제가 정말 오랫동안 손가락으로만 살지 않았더랬습니까?
그런데 입으로 얼굴로 하는 수다가 이리 재미있는 줄 몰랐답니다.

제가 또 한번 재미 들리면 그거에 푹 빠져서 두개 세개를 병행할 줄을 모르잖아요 ^^
솔님이야 능력이 탁월하시니 온이고 오프고 몇탕씩 뛰셔도 끄덕없으시지만요.
부럽사옵니다.

마냐 2004-07-11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읽어야 되는게 정말 많군요....저도 '옷장'만 읽어서리...아아. 하지만, 저건 '휴가용'으로 도전해야 할만큼 방대한디...휴가는 이미 써버렸구..ㅠ.ㅠ
 

하이텔 무림동 게시판에서 글을 읽다보면 김용의 진본 15종에 대한 글이 그렇게 많이 올라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잘 모르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전에도 제가 이곳 게시판에 올렸던 적이 있는 김용의 진본 15종의 목록과 국내에서 발매될 때 나온 제목까지 다시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국내 발매 제목부분에선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와 있는 것들의 대부분은 수록해 놓았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이 되지 않았음에도 김용의 이름을 달고 나온 작품들은 십중팔구는 김용의 작품이 아니라고 단언해 둡니다.
일단 김용의 작품목록 15가지를 모두 외우는 데는 김용이 자신의 작품 15부 중에서 단편인 월녀검(越女劍)을 제외한 14부의 제목의 앞글자를 따서 지었다는 다음의 대련을 참고하시는게 편리합니다.
그 대련은 다음과 같습니다.


飛雪連天射白鹿(비설연천사백록)
笑書神俠倚碧鴛(소서신협의벽원)


'하늘 가득히 눈이 휘몰아쳐 흰 사슴을 쏘아가고
글을 조롱하는 신비한 협객은 푸른 원앙새에 기댄다'


참고로 이 해석은 무림백과라는 책에서 인용했습니다.
그리고 위의 대련은 각각 순서대로 다음 작품들의 앞자에서 따온 것입니다.


1. 飛狐外傳(비호외전)
김용의 다른 작품인 雪山飛狐(설산비호)의 주인공인 호비(胡斐)의 어린 시절에서 청년 시절까지를 다루고있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여기서 호비라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대장부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원제목 그대로 비호외전이라고 나온게 있고 그 외에 '비호','천룡문','월녀검' 이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월녀검이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는 책은 김용의 단편인 월녀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2. 雪山飛狐(설산비호)
비호외전의 전편격인 작품으로 시대적 배경으로는 이것이 뒤에 해당되지만 이것이 먼저 발표된 작품입니다. 이자성의 난과 그 수하에 있던 무사들, 그리고 그 후손들의 대대로 얽힌 원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며 불완전한 결말로 인해 말이 많았던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산객이라는 제목으로 나와있으며 이 설산객에는 김용의 두가지 단편인 白馬嘯西風(백마소서풍)과 鴛鴦刀(원앙도)가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3. 連誠訣(연성결)
김용의 작품 중에서는 단 두권으로 이루어져있는, 꽤 짧은 편에 속하는 작품이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김용의 여느 작품 못지 않게 강렬한 느낌을 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온갖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가운데에서도 인간미 넘치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절묘하게 조화시킴으로서 큰 감동을 남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제목 그대로 연성결이라고 나와있습니다.

4. 天龍八剖(천룡팔부)
아시는 분은 다 아실 鹿鼎記(녹정기)와 함께 작가 자신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김용의 양대 걸작으로 꼽는 작품중 하나입니다. 두말할 나위없이 김용만이 해낼 수 있는 방대한 스토리, 역사와 허구의 절묘한 조화, 살아 숨쉬는 개성적인 인물들이 존재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김용의 불교에 대한 깊은 조예를 통한 독특한 불교적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김용의 팬임을 자처하시는 분이면서도 이 작품을 아직도 안보셨다면 당장 가서 사보실 것을 권유해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에 '대륙의 별' 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었다가 다시 원제목 그대로 천룡팔부라는 제목으로 나온바 있습니다. 둘다 역자는 박영창님이며 어느쪽을 사도 내용 자체에는 상관이 없을거라 여기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느낌을 좀더 잘 표현한 원제목 그대로 나온 천룡팔부쪽을 추천하고 싶군요. 이쪽은 원작과 같이 소설 전체가 정확하게 50회로 나눠져 있고 고시(古詩)에서 인용되어있는 각 회의 소제목 또한 그대로 나타나있습니다.
참고로 천룡팔부 2부라고 나온 것은 김용의 다른 작품인 俠客行(협객행)과 같은 것이며 천룡팔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작품입니다.

5. 射雕英雄傳(사조영웅전)
이 제목의 뜻을 풀이하면 말 그대로 '독수리를 쏜 영웅의 이야기' 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제목 그대로 '영웅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요. 이 작품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며 거기에는 영웅적인 인물과 비영웅적인 인물이라는 크게 두가지의 전형이 등장합니다. 여기에서 작가는 가장 이상적인(여기서 이 이상적이라는 말에는 중국적 영웅의 기준이 많이 작용하겠지만) 영웅의 인물상으로서 곽정이라는 인물을 등장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웅문 1부로 출판되어있습니다.

6. 白馬嘯西風(백마소서풍)
김용의 세가지 단편 중 하나입니다. 단편인만큼 방대한 스케일이나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키진 못했지만 김용의 작품이니만큼 볼 가치는 있을겁니다. 어떤 형태이든 간에 김용의 작품은 모두 한번 이상은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또한 나름대로 장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설산객의 2권에 함께 수록되어있습니다.

7. 鹿鼎記(녹정기)
역시 천룡팔부와 함께 김용의 양대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김용은 위소보와 강희제, 진근남이라는 세 인물의 조화와 대립을 통해 기존의 한족만을 기준으로 한 중화주의에 의문부호를 던지고 한족이나 몽고, 만주족, 기타 중국의 소수 민족까지 그 범위에 포함시키는 새로운 중화사상을 나타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김용의 명청 교체기에 관한 역사적 시각 등을 알 수 있는 작품이죠. 여러가지 의미에서 김용의 최고 걸작이라고 꼽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이것도 필독해야할 작품이니 안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시길.
우리나라에서는 옛날 중원문화사에서 나왔던 11권짜리 녹정기와 서적포에서 나온 12권짜리 녹정기가 있는데 서적포판이 표지도 세련됐고 중원문화사판에서 잘라먹은 1권의 앞부분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완역본입니다. 그리고 중원문화사판에는 한자를 잘못 읽었다던지 하는 사소한 오류가 있었죠. 요즘에 중원문화판도 다시 12권으로 재판을 찍었던데 아무래도 표지가 멋지다는 이유가 결정적인지라 서적포판을 추천하고싶군요.

8. 笑傲江湖(소오강호)
이 소설의 제목을 해석해보면 '웃으며 강호를 업신여긴다' 입니다. 말 그대로 강호에서 일어나는 권력투쟁, 인간의 지저분한 욕망 등에 염증을 느끼고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주인공 영호충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한 제목이죠. 그리고 이러한 것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바로 어떠한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방의 초식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독고구검이라는 검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만의 생각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작품은 이러한 관점에서 봐야하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원문화판의 원제목 그대로 나온 소오강호, 그 외에 '아!만리성', '열웅지', '동방불패' 등의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9. 書劍恩仇錄(서검은구록)
김용의 처녀작입니다. 처녀작인 만큼 여타 김용의 작품에 비교해보면 아직 미숙해 보이는 부분이 눈에 띄긴 하지만 그나마도 여타 무협작품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어쨌든 이 작품에서는 후일 김용의 다른 작품에서 쓰이는 요소들의 원형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역사적 실존인물과 허구적 인물과의 조화, 야사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다는 것 등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향비' 라는 제목으로 고려원에서 출판되어있습니다.

10. 神雕俠侶(신조협려)
김용의 작품들 중에서 보다가 이렇게 답답한 느낌이 드는 작품도 없을겁니다. 양과와 소용녀의 이루어질 듯 하면서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그러한 느낌을 들게 만드는 것이겠지만 그렇기에 두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때 그 감동이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그렇기에 이 소설이 그토록 애절한 느낌을 주는게 아닐까요.
이 작품의 주제나 등장인물, 등장하는 소재들은 모두 정(情)이라는 단어와 밀접한 관련을 지닙니다. 그중에서도 젊은 시절의 실연으로 인해 그토록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던 이막수는 아마도 김용의 작품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성 조연이자 악역이 아니었을까 하고 여깁니다. 또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정화(情花)라는 꽃은 그야말로 이 작품의 주제가 모조리 함축돼 있는 소재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웅문 2부로 출판되어있습니다.

11. 俠客行(협객행)
역시 김용의 작품 중에서 짧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헤매게 만들다가 결국은 마지막까지 뭔가 여운이 남는 애매모호한 결말을 지음으로서 매우 독특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죠. 이러한 구성은 후에 천룡팔부에서 사용하게 되는 기법의 모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제목 그대로 협객행이라고 나온 것과 '천룡팔부 2부' 라는 제목으로 나온 두종류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제가 안읽어봐서 어떤지 잘 모르겠군요.

12. 倚天屠龍記(의천도룡기)
사조영웅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이 소설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군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좋아하지 않아서일까요. 어쨌든 이것도 봐둬야 할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웅문 3부로 출판되어있는 것이 대표적이고 그 외에 '대평원', '대륙의 영웅' 등의 제목으로 나온 것이 있습니다.

13. 碧血劍(벽혈검)
김용의 초기작으로 후일 김용이 즐겨 사용하던 소재인 이자성의 난, 명청교체기 등을 다루고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인 명나라의 장평공주, 뒤에 여승 구난이 되는, 진원원, 오삼계, 이자성, 하척수 등은 후일녹정기에서 다시 등장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승부' '금사검' '열하성' 의 제목으로 나와있습니다. 제가 대승부는 못봐서 잘 모르겠고 금사검과 열하성은 어느것 하나 번역이 제대로 된게 없고 둘다 번역이 거지같습니다. 듣기로는 대승부의 번역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합니다만 대승부는 구하기가 좀 힘듭니다. 어느쪽을 선택해야 할지는 알아서 하셔야겠죠.

14. 鴛鴦刀(원앙도)
김용의 세 단편중 하나로 위트 넘치는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것도 한번쯤 보시는게 좋을 듯. 역시 설산객에 함께 수록되어있는 단편입니다.


15. 越女劍(월녀검)
이 작품은 그동안 제가 구해보지 못하고 있다가 얼마전 박영창님이 내놓으신 무협소설 CD-ROM인 '영웅천하' 에 이 작품이 수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는데 마침 하이텔 무림동 회원에게 이 CD를 염가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즉시 그 CD를 구입하여 가까스로 보게된 작품입니다. 이것을 보고서 겨우 김용의 작품 15종을 모두 보게된 샘이죠.
역시 김용의 세가지 단편중 하나이며 김용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짧은 작품이기도합니다. 사실 김용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탈고된 작품은 녹정기이지만 김용이 가장 마지막으로 구상한 작품은 이 월녀검이었다고 하죠. 다만 월녀검은 단편이었기에 이쪽이 더 먼저 끝이 났을뿐이라고 합니다.
이 소설은 사조영웅전에서도 잠깐 등장하는 춘추 전국 시대의 오나라와 월나라와의 싸움, 그리고 서시와 범려의 이야기, 그리고 거기서 월나라 병사들에게 검을 가르쳤다는 '월녀'를 소재로 다룬 이야기입니다. 보통 우리가 월녀에 대한 고사를 듣게 된다면 그에 대해 뭔가 신비하고 경외로운 이미지를 연상하게 되는게 일반적이겠지만 이 작품에서 김용은 정 반대로 순박하고 세상물정을 모르며 양을 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시골 처녀를 '월녀' 로서 등장시킵니다. 정말로 짧은 작품이기 때문에 순식간에 다 볼 수 있었지만 보고나서 한참동안 여운이 남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에 적어놓은대로 박영창님이 내놓으신 무협소설 CD-ROM '영웅천하' 에 수록되어있습니다.
이걸로 김용의 진본 15종과 그에 대한 간단한 평을 마칩니다. 이 글을 통해 무협, 그리고 김용의 작품세계에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며 이만 줄이도록 하죠.


***하이텔 무림동 조성신님의 글을 편집했습니다.***

출처 김용문학관  http://kimyong.new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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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4-07-07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김용 팬이어요~~^^
집에 양조위 주연 의천도룡기 비디오 20개 소장하고 있답니다~~^^*

밀키웨이 2004-07-0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저희 집에도 쌓여있는 것이 그집에도 있구만요 ^^

마냐 2004-07-0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흐흐...중원에 은둔한 고수를 몰라본 죄...톡톡히 치릅니다그려..ㅋㅋㅋ

반딧불,, 2004-07-07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응~~그렇다는 거지요.

그나저나 그럼 영웅문 3부까지 나온 것은
다 정품이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그것 언젠가 읽었었는데...

밀키웨이 2004-07-07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러라...-_-;;;
묻지 마셍...
무협지 매니아는 옆탱이이지 제가 아니거덩요.
또 전화해서 물어보면...그냥 알아서 찾아봐! 그럴 사람입니다.

갈대 2004-07-07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웅문은 진품이 맞습니다. 영웅문 1부가 천룡팔부, 2부가 소오강호, 3부가 의천도룡기입니다. 3개를 묶어서 영웅문이라 이름 붙인 거지요^^

마루나래 2015-12-02 14:5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이 3 작품을 같이 부를때 영웅문이라고 부릅니다^^;;;

물만두 2004-07-0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된 그거 사느라 죽는 줄 알았답니다...

2004-07-07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굼 2004-07-07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의천도룡기는 셋중에선 젤 별로였지요; 녹정기 보다가 말았는데..언제 다시 보리라 벼르는 중;[대체 언제;]

아영엄마 2004-07-0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저도 영웅문은 뭐지..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TV에서 무협물로 워낙 재미있게 봐서.. 그리고 소굼님.. 저도 녹정기 집에 있어도 안봤는데, 나중에 보니까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구요~ ^^

아영엄마 2004-07-0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이거 퍼갈께요.. 영웅문은 살려다 포기했는데 쩝~

불량 2004-07-09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은 것이 훨씬 많네요..아아. 무림 고수의 길은 멀고도 멀어라..
저는 이제서야. 영웅문 2와 소오강호가 같은 책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ㅜ.ㅡ
소오강호는 안 읽었더랬거든요..이렇게 일목요연 정리되니 웬지 개안한 기분이군요.흐흐
저도, 셋 중에서 의천도룡기가 별루였습니다. 일단 주인공 커플이 맘에 안 드로요. 힝.

2004-07-09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7-09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디포토 2017-10-25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천룡팔부, 녹정기보다 소오강호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신조협려보다, 의천도룡기를 더 좋아합니다. 말씀드렸듯이 개인의 취향입니다. 글을 쓰신 분께서, 의천도룡기를 좀 깍아내리는 느낌이기에 글 남깁니다.

아 그리고, 위에 댓글 쓰신 여러 분이 자꾸만, 영웅문에 대해서 틀리게 말씀하시네요. 고려원의 영웅문은 1부가 사조영웅전, 2부가 신조협려, 3부가 의천도룡기입니다. (본문 쓰신 분은 틀림 없이 그렇게 쓰셨는데, 댓글 쓰신 분들이 다르게 쓰시네요...)
 

에릭 힐 글 그림의 귀여운 강아지 스팟의 날개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작가의 아들이 두살일 때 잠자리에서 해줄 이야기를 구상하다가 만들어진 이야기이지요.
날개책 시리즈는 모두 열다섯권인데요, 아주 간단하면서도 일상적인 재미난 내용으로 되어 있어서 참 재미있답니다.
한때 이 책이 영어책으로도 참 좋다고 해서 엄마들 사이에서 영어판을 구하느냐 한글판을 구하느냐
영어판은 페이퍼백이라 좀 약하다, 그러니 한글판을 구입하여 그 위에 영어로 덧붙인다, 어쩐다 해서 품절이기도 했던 그런 옛날 생각나네요.
그땐 좋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 구입하느라 품절이라는 말이 참 낯익었더랬지요 ^^

스팟이 어디에 숨었나요?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1
스팟의 첫나들이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2
스팟이 농장에 갔어요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3
스팟의 달걀 찾기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4
생일 축하해, 스팟!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5
스팟이 유치원에 갔어요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6
스팟이 서커스 장에 갔어요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7
스팟이 바닷가에 갔어요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8
메리 크리스마스, 스팟!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9
스팟이 케이크를 만들었어요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10
스팟이 친구 집에서 잤어요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11
스팟이 파티에 갔어요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12
스팟이 할아버지 댁에 갔어요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13
스팟에게 동생이 생겼어요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14
스팟이 공원에 갔어요 - 스팟의 날개책 시리즈 15


인터넷 서점에서 스팟이라고 검색을 하시면 날개책 말고도 놀이책이며 개념그림책 등등 해서 꽤 많은 상품이 검색된답니다.

 

 

 

 

[전질]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 (전 15권)
이태수·이제호 외 세밀화, 심은숙·유진희 외 그림, 도토리 기획

저희 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세밀화로 그린 아기그림책입니다.
인터넷 평가도 상당히 좋은 편인지라 거의 대부분 추천하시고 주저없이 구입하시는 책들인데요, 이 책이 저희 집에서는 그야말로 마르고 닳도록 보여준 책인데 친구네 아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더군요.
애들마다 그렇게 취향이 다르답니다. ^^


책 소개

이 시리즈는 14명의 화가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보고 그린 세밀화가 가히 압권이라 할 만합니다. 우리 나라의 자연과 동물과 식물, 곤충이 아주 섬세하고 정확하게 그려져 있어, 그림책으로 사물을 처음 대하는 한두 살 어린이들이 보면 좋겠습니다. 95년 한국어린이도서상(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는 등 대단한 호평을 받은 책입니다. 3권씩 묶어 5질, 총 15권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먼저 1, 2, 3권을 묶은 1집은『어디 숨었지』(우리가 먹는 곡식),『나도 태워줘』(집에서 기르는 동물),『이것 좀 봐』(들판에 사는 벌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 5, 6권을 묶은 2집은『호호 매워』(몸에 좋은 채소),『엄마 엄마』(산에서 사는 동물), 『꼭꼭 숨어라』(물에서 사는 곤충)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7, 8, 9권을 묶은 3집은『냠냠 짭짭』(여름에 먹는 과일),『이게 뭐야』(물가에 사는 동물), 『미꾸리는 길어』(강에서 사는 물고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0, 11, 12권을 묶은 4집은『주세요 주세요』(가을에 먹는 과일),『한 마리만 줘』(바다에 사는 물고기),『얘들아 뭐 하니』(바닷속에 사는 동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3, 14, 15권을 묶은 5집은『꽃 속에 숨었지』(들에서 피는 꽃),『나무야 안녕』(마을에 사는 나무), 『새야 새야』(집 가까이 사는 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권 하나씩도 구입이 가능합니다.

 

 

 

 

자연의 빛 (전 4권)  / 베틀북
안느 바이스 기획, 파스칼 에스텔롱·안느 바이스 외 그림, 김경태 옮김


이 책은 참 아름답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인지라 좀 조심스럽습니다.
제 개인취향인가 싶을 정도로 의외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자연의 빛 1『빨간빛』
자연의 빛 2『파란빛』
자연의 빛 3『노란빛』
자연의 빛 4『초록빛』 으로 구성된 책인데 2001년 볼로냐 아동국제 도서전에서 출판기획유아부문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내용은 여러 가지 색을 가진 동물과 식물, 곤충들로 가득 찬 책인데 그냥 일방적으로 색을 가르쳐 주고, 동물의 이름을 알려 주는 그런 고리타분한 책은 아니랍니다.

본문 읽기  

하나, 둘, 셋, 우리는 숲으로 가요.
넷, 다섯, 여섯, 버찌를 따러 가지요.
일곱, 여덟, 아홉, 내 새 바구니가
열, 열하나, 열둘, 온통 새빨개질 거예요!
(1권『빨간빛』중 4쪽)

작고 노란 눈, 아주 노란 눈
그건 바로 노란 앵초예요,
부지런히 먼저 나온 노란 앵초
(3권『노란빛』중 11쪽)

딸랑딸랑 소리날 것 같은 은방울 꽃 잎사귀

산과 들은 여름이 되면
온통 초록 옷을 입어요.
나도 여름이 되면
초록 옷을 입을 거예요.
(4권『초록빛』중 4~6쪽)


 

책 소개

‘자연을 담은 감성 시리즈’의 제1번 세트로『빨간빛』『파란빛』『노란빛』『초록빛』모두 네 권이 담겨 있습니다. 풍요로운 자연의 세계를 다양한 동·식물의 모습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각 권마다 같은 계열의 색을 담은 독특한 구성으로 유아들의 눈과 마음을 자극합니다. 글자의 색이나 위치, 글자체 등이 다채롭게 변화를 거듭하고, 글은 마치 고운 시처럼 느껴지도록 합니다. 입체감이 느껴지는 그림, 작고 귀여운 자연의 생명체들, 환상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내는 묘한 그림, 세밀하게 묘사된 꽃과 식물 등 예술적인 그림이 주는 매력이 신선하게 다가갈 것입니다.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최고 출판 기획 유아 부문 수상작입니다

 

 

 

 

 

 

알록달록 아기 그림책 (전 6권)
멜라니 월시·뻬뜨르 호라체크 글·그림 / 시공사

1권『무엇이 있을까요?』
2권『무엇이 될까요?』
3권『크고 작고』
4권『이렇게 달라졌어요』
5권『딸기는 빨개요』
6권『까맣고 하얀 게 무엇일까요?』

이쁘고 알록달록한 그야말로 아기 그림책.
이 책을 참 사고싶어서 늘 군침만 흘리다가 결국 애가 다 커버렸지만 그래도 아직도 굉장히 갖고 싶답니다.
동서가 애기 생기면 선물해주고 빌려다 볼까..그런 생각도 하곤 하죠 ^^

책 소개

『알록달록 아기 그림책』은 모두 여섯 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파스텔톤의 예쁜 색으로 단순하게 그려진 그림들 속에 유아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장치들이 담겨 있습니다.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다음 페이지에 있는 플랩을 열어 보면 그 답이 드러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5권과 6권은 책의 형태가 책장을 넘길수록 모양을 달리하며 점점 작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유아들이 직접 책을 들추어보며 주어진 상황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것, 반대 개념, 색깔 등을 흥미롭게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가지고 놀이를 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세트로 구성된 상품들 말고도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들도 굉장히 좋습니다.

 

이런 책들도 참 좋습니다

.

 

2004-07-03 (00:48:51)

       

 - 잠수네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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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7-03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은 어린이도서관 관장 겸 사서 하시면 정말정말 좋을 것 같아요. 직접 고른 책들을 책장 가득 채워놓고 책 보러 오는 엄마랑 아이들한테 한 권 한 권 친절히 설명하면서 골라주시고.. 저는 그 옆에 앉아서, 책 늦게 갖고 오거나 더럽혀서 오는 애들한테 쫑알쫑알 잔소리하는 역할 할게요. ^-^/

밀키웨이 2004-07-0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정말 그림 그려집니다.
생각만 해도 참 좋네요.
근데 쫑알쫑알 잔소리하는 스타리님이라...아이..이건 좀 부조화인데요?
스타리님은 우아하게 긴 치마...그러니까 미스 럼피우스가 입었던 것 같은 이런 치마 ↓


입고 차한잔 드시면서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들려주시고 책골라주시고..
이게 더 멋지게 잘 어울려요 ^^
음..진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게 더 멋지다...ㅎㅎㅎ


책읽는나무 2004-07-03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라온 책들........
저도 동감입니다.....^^
읽혀주었다는것에 만족하면 안되는데도.....
전 저목록들을 보면서 저스스로 만족하고 있네요!!...참내~~~
그래도 추천할래요~~~^^

starrysky 2004-07-03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어요. 저는 어둑한 서가 구석에서 몰래 책 찢는 아이, 책 베고 자다가 침물 잔뜩 묻혀온 아이, 반짝반짝 새 책을 들고 가서 이틀만에 너덜너덜 헌 책 만들어온 아이한테 다다다다 잔소리하는 일 할래요. 허리에 손 딱 올리고, 내가 대장이야! 내 말 잘 들어! 하면서요.. 음하하하, 잼겠다. >_<

밀키웨이 2004-07-03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진짜 안어울린다니깐요!
알써요, 그것도 하시고 얼굴마담도 하시옵소서

밀키웨이 2004-07-04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고마와요^^
요즘 책나무님 서재의 글들이 장난이 아닙니다.
완전 논문 수준이더만요..
따라가기 벅차요...^^;;;
 

우리는 타인에게서 자신에게는 없는 다른 사람의 그 무엇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다만, 아이들은 그런 것을 아주 잘 찾아낼 뿐입니다. 

                                                                                                          -  시린 sirini@netian.com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아이들이 만들어 논 찰흙 부조물이며 소꿉 놀이 재료가 주인을 잃어버린 채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제 유년을 감싸 안아 주었던 아크로폴리스 광장의 모모 생각이 났어요.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알던, 기워 입은 커다란 코트와 빗질을 통 안 한 듯 보이는 삐죽 머리카락의 7살 난 꼬마숙녀 말이죠.


그런데 만약, 모모의 모습이 그림으로 형상화되지 않았다면 제가 지금도 그 소녀의 모습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순간순간 모모와 닮아있는 꼬마의 모습이라도 유추해 낼 수 있었을까요!

어쨌든 저는 지금부터 어린이 책에 소개된 그림에 대해서, 그리고 그 그림이 인간 본연의 잠재적 능력인 '직관'에 수용되고 재창조되기까지 어떻게 표현되어 왔는지를 몇몇 사이트를 통해 말하려고 합니다.

 

일러스트와 텍스트


일러스트의 어원은 'to make light' 로서 보이지 않는 대상에 빛을 비추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세계, 즉 인간의 감정이나 사상 등에 시각적 효과를 갖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 일러스트를 백과사전적으로 정의하면 '텍스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통해 묘사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결국 텍스트와 일러스트 간의 상호종속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죠.

어린이 책의 역사 속에서 그림책의 초시는 J. 코메니우스의 [세계도회(世界圖繪, Orbis Sensualium Pictus, 1658)] 입니다. 당시는 청교도들에 의해 삽화의 게재가 허가된 터라,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중요한 사물의 모습과 명칭, 그리고 인간들이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이 책은 처음부터 반대를 무릅쓸 필요 같은 것은 없었지요. 그러다가 1823년 그림책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조지 크뤽생크의 [그림의 요정이야기(Grimm's Fairy Tales, 영역 판)]를 거쳐 찰스 디킨스와 리처드 도일, 존 러스킨, 빅토리아 시대의 존 테니엘과 아서 래컴 등의 초기 삽화가들이 등장합니다.

이후, 미국의 하워드 파일은 자기 책의 삽화를 그리면서, 이야기와 삽화를 통일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했지만, 사실상 삽화가가 아닌 그림작가로는 영국의 에드먼드 에반스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에반스는 다소 조잡스럽긴 해도 컬러 인쇄를 시도했다는데요. 마더 구스 동요 그림책을 만들기도 했다는 군요. 그리고 드디어 칼데콧 상으로 기려지는 인물 랜돌프 칼데콧이 등장했습니다. 칼데콧은 게이트 그리너웨이와 더불어 에반스가 발굴한 작가들인데, 붓선이 적고 투박한 동선의 묘사에 뛰어난 화가였다고 합니다. 이상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그림 작가들에 대한 자료는 'Early Illustrators of Children's Books from the 19th and 20th Centuries'를 참조하시도록.

 

현대 그림책의 출발을 알린 랜돌프 칼데콧 (http://www.randolphcaldecott.org.uk/)



자, 그렇다면 칼데콧에 대해서 먼저 짚어봐야겠네요. 칼데콧은 1846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입니다. 어린시절 칼데콧은 동물과 나무 등의 스케치를 즐기던 소년이었고, 어른이 된 후 은행원으로 일하다 신문, 잡지 등에 만화와 삽화 작업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전직을 했다는 군요. 칼데콧은 39세의 나이로 지병인 류머티즘을 앓다 죽습니다. 그때까지 그린 그림책이 모두 18권이고요, 그 중 13권이 마더 구스의 그림이라 네요.

위에서 말했듯이 칼데콧은 에반스를 통해 그림책을 내게 됩니다. 에반스가 반한 그의 그림은 [옛날의 크리스마스]라는 삽화였고요. 칼데콧의 그림은 "그림과 이야기의 절묘한 배합, 동작이 살아있는 선, 그림 곳곳에서 보여지는 해학과 재치로 현대 그림책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에서 매년 최고의 그림책을 그린 작가에게 주는 상이 칼데콧 상이 되었나 봅니다.

랜돌프 칼데콧은 칼데콧의 기념비적인 사이트입니다 (http://www.randolphcaldecott.org.uk/)

그의 작품과 연대기를 확인할 수 있고, 일년에 네번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뉴스레터와 각종 모임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지요. 그러나 여느 사이트가 그러하듯 상업적인 요소도 다분합니다. 특별한 메뉴가 존재하는 곳은 아니지만 저는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다는 그의 최후 작품인 [찰스톤에서 목화꾸러미를 싣고 있는 흑인들(Negroes unloading bales of cotton at Charleston, South Carolina, USA, 1886)]이라는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흑인의 서민적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에즈라 잭 키츠 (http://www.ezra-jack-keats.org/)

미국 그림책의 전성기는 1945년 이후였습니다. 그 중 다양한 화풍을 구사하면서 어린이의 갈등과 고통을 표현하려고 했던 모리스 샌닥 , 네덜란드 출신의 레오 리오니 , 지금 소개하고 있는 웹사이트의 작가 에즈러 잭 키츠 , 재미있고 매혹적인 학습을 목적으로 그림을 그린 에릭 칼 , 극장 개봉한 영화 [슈렉]으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윌리엄 스타이그 등은 각종 수상경력을 갖은 작가들이기도 하고요.

에즈라 잭 키츠는 폴란드계 유태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뉴욕 브룩클린의 빈민가에서 자란 키츠는 독학으로 화가의 꿈을 키워나갔고, 이 사이트의 메뉴 Keats characters를 보면 알 수 있듯 그의 작품 주인공은 모두 흑인입니다. 백인에 대한 증오 때문이라기보다는 흑인아이가 자신의 서민적인 정서에 훨씬 적합하다고 생각한 거죠. 그는 에릭 칼과 같은 콜라주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는데요, 때론 무늬가 들어있는 종이, 마른 잎, 천 조각과 오래된 발렌타인 데이 카드 같은 재료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작품을 볼 때면, 배경으로 쓰인 키 높이 신호등, 붉은 벽돌담, 색 분필로 그려내는 낙서, 커다란 노랑꽃무늬의 벽지([휘파람을 불어요]) 등 흑인소년 피터가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묘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에즈라 잭 키츠 사이트의 특징적인 부분은 'books, honors, arts' 라는 메뉴의 Fine art 부분에서 유화 분위기가 나는 키츠의 다른 그림들을 볼 수 있다는 것. 키츠의 화가로서의 면모를 감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 하나! 글쎄요, 이걸 과연 게임이라고 불러야 할까, 의심스러운 'guessing game'. 키츠의 작품을 모두 섭렵한 이들만이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이 될 것 같군요.

 

'피터 래빗'의 작가, 비이트릭스 포터 (http://www.peterrabbit.co.uk/)


미국 그림책과는 달리 영국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간결한 짜임과 자유로운 그림 체로 희극적인 작품을 구사했던 존 버닝햄 , 그림책 삽화에 만화기법을 쓴 레이먼드 브릭스, 유아용 그림책에서 색연필을 소재로 한 섬세한 그림을 보여준 헬린 옥슨버리와 더불어, 이 사이트 그림의 모태가 된 비이트릭스 포터가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라고 볼 수 있는데요. 비이트릭스 포터는 칼데콧의 화풍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터는 주변생활의 잡다한 풍경들, 그 중에서도 작은 동물들을 관찰하여 메모를 해 두었다가 캐릭터를 완성하는 작가였다고 하네요. 이 말은 사이트의 메인을 보면 바로 확인하실 수가 있어요. 피터 래빗, 벤자민 버니, 지미마 퍼들 덕이 주요한 캐릭터인데, 특징적인 것은 스토리 버튼을 누르면 읽는 재미가 아니라 듣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물론, 언젠가 들어본 듯한 영어교재 속의 테입에서 듣던 목소리와 비슷해서 실망이지만요. 아, 그리고 'gift & books'에서는 아주 정중하게 쇼핑 몰을 운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듭니다. 사이트는 플래쉬로 제작되었고, 아무래도 교육용 컨텐츠들이 많아요. 물론 게임도 있지요. 아이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니까요.

 

일본의 대표적인 삽화가, 이와사키 치히로 (http://www.chihiro.or.jp/english/index.htm)

한스 크리스챤 안데르센 상 심사위원이기도 한 일본의 교코 마스오카 씨의 1994년 IBBY 회의 발표문에서
 보면 "일본의 도서시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 각국 어린이 문학들에 가장 열려진 시장이며 우리 일본 어린이들은 그것들의 열렬한 소비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100 년 동안 '서양을 만회하자'가 우리의 국민적 목표였고 일반적인 표어로 여겨졌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일본은 나름대로 많은 동화작가 내지는 그림작가를 배출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작가만 해도 이와사키 치히로, 하야시 아키코, 야시마 타로, 카나모리 사이지, 안노 미쓰마사 등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동양에서는 아마도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 그림작가의 박물관도 있습니다. 바로 이곳, '치히로 박물관'이 그곳입니다.

이와사키 치히로는 일본의 대표적인 삽화가이자 그림작가 입니다. 1917년에 태어나 1974년 간암으로 사망한 치히로는 그녀가 죽은 지 3년 뒤인 1977년에 박물관이 설립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나 봅니다. 아무렴요, "아이가 내 손가락을 부여 잡을 때마다 손을 조여 오는 그 힘을 사랑한다. 그토록 부드럽고 오동통한 손이 그렇게 놀라운 힘을 가질 수 있다니. 그저 바라보며 스케치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그런 내적인 움직임들을 그려낼 수 없다"며 스케치 없이 붓을 드는 작가였는걸요.

그녀는 서양의 수채화에 중국의 전통기법을 가미한 화풍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사이트는 그닥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치히로 박물관에 대한 안내와 작가소개, 그리고 숍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이 다예요. 그렇지만, 그녀의 일생을 담은 사진 페이지에선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따듯해져 옴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녀의 작품 또한 그렇고요.

 

 

 

'미피'를 탄생시킨 딕 브루너 (http://www.nijntje.nl/).


그 밖의 이미 국내에서 번역서로 출판된 동화그림책으로 알려져 있는 작가는 독일의 동화 작가 미하엘 엔데, 그림책 작가 베르너 홀츠바르트, 오스트리아 출신 안토니 보라틴스키, 스웨덴의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네덜란드 태생 딕 브루너 등이 있습니다.

미피는 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서 만난 토끼가 모델이라고 하는데요, 그 외에도 브루너가 탄생시킨 캐릭터는 뽀삐, 보리스, 스피너 존 등이 있다고 하네요. 브루너의 그림책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모두 팬시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데요. 아마 그의 그림책 독자의 연령층이 1~7세이기 때문에 최대한 사물을 단순화시킨 탓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그의 그림은 밝고 선명한 색과 손으로 직접 그려 원화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뚜렷한 선 때문에 그닥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사이트는 아주 다양한 메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card는 물론, DIY 동화 캐릭터 팬시 '멀티 미디어'까지 등장하고요, 온라인 게임, 그리고 아주 까무러칠 만한 딕 부르너 송까지 들을 수가 있더군요

 

수묵채색화의 쓸쓸함을 담아내는 한국 작가 김동성 (http://kds.psshee.com/)


한국 그림책의 역사는 90년대에 들어서야 눈에 보이는 발전이 있었어요. 이 시기에는 출판부터 표지, 삽화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전통문화를 담으려는 그림책들이 가장 눈에 띄었고, 소중한 우리의 것을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주요한 경향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적인 것을 강요하는 그림책들은 다소 '한국적'이라는 단어에 얽매이거나 또는 작가의 포지션에 따라 독자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야말로 조우 되지 못한 그저 학습일 뿐이죠. 그림책은 어디까지나 독자들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점수 매겨져야 하는데 말입니다.

한국 어린이책 작가는 동화작가 정채봉 , 그림작가 권윤덕, 류재수, 임길택, 김동성 등이 있습니다. 이제 소개하고자 하는 이 사이트는 그림작가 김동성이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고요. 그 이유 때문에 게시판에는 그림책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던져놓은 질문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작가 김동성의 그림은 유독 쓸쓸한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요. 수묵 채색화의 동양적인 화풍을 주로 쓴다고 하네요.

김동성의 사이트를 보면서 얻는 수확이라면 그의 그림책을 사이트를 통해서 직접 열람할 수 있다는 점이예요. 그리고, 메뉴 'etc'의 그림책 관련 스크랩에선 그림책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고민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마지막 팁으로 소개할 메뉴는 재즈를 좋아하는 작가의 앨범 리뷰 코너. 개인 홈페이지이기에 작가 개인의 취향을 맘껏 엿볼 수 있기도 하네요.

"어린이는 잠재된 과거의 경험과 내적 요구 및 생활경험 등을 주위의 사물과 함께 조화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창조하고 상상한다" 라고 누군가 말하더군요. 그것은 비단 어린이한테만 국한된 말이 아닐 것입니다. 때때로 우리는 타인에게서 어떤 것을 체험할 때 비로소 자신을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혹은 자신에게는 없는 다른 사람의 그 무엇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다만, 아이들은 그런 것을 아주 잘 찾아낼 뿐입니다. 따라서, 그림책에서 그림이란 아이, 어른의 구별 없이 자신을 거스르지 않고 가슴 깊이 그것을 받아들일 자세를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http://www.cultizen.co.kr/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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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7-0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일등 먹었다-- 와 >0<

1004ajo 2004-07-0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했어요. 퍼갑니다.

진/우맘 2004-07-0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동성은 낯선 이름이네요. 추천해줄만한 책 있으면 귀뜸해 주세요.^^ (예진이는 다섯 살)

밀키웨이 2004-07-01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찐우맘님.
아직 여유를 가지셔도 될 거예요.
이분의 책은 초등학생이 되어서 읽으면 좋을 동화니까요 ^^
 

야노쉬의 책 세 권이 절판되었다는 것은 마이리뷰에서 이미 한번 말씀드렸습니다.
그게 그림책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글량이 많고 초등학생용 동화라고 하기엔 좀 어려 보일 수도 있겠다는 그런 것도 있는데 무엇보다 그림책이 알려질 기회가 참 적었지요.

그림책 시장이 이만큼 커지고 이만큼 성장한 데는 우리보다 앞서 그림책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리뷰해주신 분들의 수고로 인한 것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데 그 당시 워낙 방대한 그림책들 앞에서 주로 칼데콧상이나 뉴베리상,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등등 수상작 및 수상작가들의 강세 그리고 뉴욕 도서관 선정 100대 책과 같은 미국 쪽 자료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거기에 함께 성장하기 시작한 영어그림책 시장의 형성과 더불어 아무래도 영어권 작가의 그림책들 위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인기를 끌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또 그림책 지침서(?)라고 말할 수 있는 책으로는 마쓰이 다다시의 책 두권과 이상금님의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이 전부이기도 했는데 그 책들에 수록되고 소개된 그림책들은 그야말로 고전적인 그림책들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다른 소리 같기도 하지만 김은하님의 [우리 아이, 책날개를 달아주자]가 나온 이후 마루벌에서 나온 질 바클램의 가시덤불 이야기 시리즈가 나름대로 혜택(?^^;;;)을 많이 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었답니다.

하여간 비룡소, 시공사, 웅진, 보림 등 대형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이 이런 널리 알려진 수상작들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많았었던 거 같아요.

거기에 길벗, 보리, 재미마주 등에서 나오는 우리 그림책에 대해서는 일단 무조건 우리 작가의 작품이므로 환영하고 반기는 그런 분위기였지 않았나... 그렇게 기억을 해봅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쪽 그림책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관심을 덜 갖게 되다가 최근에는 칼데콧이나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이 아닌 다른 그림책 수상작들을 포함한 유럽쪽 그림책들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입니다.

그래서 독일어권 작가인 야노쉬에 대해서도 인지도가 낮을 수 밖에  없었고 또 이 책 또한 그런 앞서 가신 분들의 관심을 미처 받지 못해 소개될 기회를 얻지 못했기에 이런 안타까운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얼마전 소개해 드렸던 수잔 발레이의 오소리 아저씨 시리즈의 절판도 그렇구요.
못 보신 분들은 여기를 눌러주세요
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mypaperitem.asp?UID=1805431425&CNO=793806193&PaperId=444789&CType=1

만약 그 당시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던 그림책 싸이트들, 그 중에서 어느 한군데서라도 소개가 되었었다면? 조금은 다른 운명이 되지 않았을까...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그분들이 열심히 소개하시고 극찬하셨던 마샤 브라운의 [우락부락 염소 삼형제], 에드 영의 [론포포]와 이브 번팅의 [연기 자욱한 밤] - 이 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더 많았지만 어쨌든 소개는 많이 되어서 꽤 많은 분들이 구입을 하셨던 거 같아요 - 들도 절판된 것을 보면 반드시 꼭 일찌감치 소개된 모든 책들이 다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못했으니 다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요.

참 좋은 책인데 절판되어서 너무너무 아쉬운 책들이 많기에....이리 주절주절거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좋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에 그 책들만 해도 버겁건만 굳이 절판된 옛책들을 찾아 헤매고 다니고 이런 이유나 생각하며 궁상을 떨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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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6-2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좋은 책들 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사장된 것들이 참 많을 거예요. 미국이나 영국쪽 그림책이 더 많이 번역되어 들어오는 것도 무시못할 일이고.. 절판된 책들 중에 좋은 책은 언젠가 다시 출간되지 않을까요? 그 때가 되면 우리 아이들은 이미 커버려서 보기엔 너무 늦어버리게 되겠지만...

밀키웨이 2004-06-29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출간될 수 있을까요?
꼭 그렇게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물론 꼭 그책이 아니더라도 지금은 넘쳐나는 게 그림책 시장이지만 그래도...하는 마음의 아쉬움이 있어요.
아직 절판은 아니 되었지만 혹시나 싶은 달랑달랑한 운명을 가진 책들을 위해 부지런히 리뷰해야 할 거 같다는 그런 생각이 팍팍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