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개의 이야기 6
어디 있니. 너에게 말을 붙이려고 왔어. 내 목소리 들리니. 인생 말고 마음, 마음을 걸려고 왔어. 저녁이 내릴 때마다 겨울의 나무들은 희고 시린 뼈들을 꼿꼿이 펴는 것처럼 보여. 알고 있니.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86쪽.
자식을 잃은 아픔을 짊어지고 사는 이들은 죽는 날까지 그 아픔을 지울 수 없기에 너무 가혹한 것이다.
몇 개의 이야기 12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原石)과 같다.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87쪽.
날개
그 고속도로의 번호는 모른다
아이오와에서 시카고로 가는 큰길 가장자리에
새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바람이 불 때
거대한 차가 천둥 소리를 내며 지나칠 때
잎사귀 같은 날개가 조용히 펄럭인다
십 마일쯤 더 가서
내가 탄 버스가 비에 젖기 시작한다
그 날개가 젖는다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88쪽.


봄꽃은 이리도 아름다운데!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