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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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시덤불과 엉겅퀴 가득한 작품은 오랜만이다. 마치 정글에서 헤매던 기분이 들어서 빨리 탈출하고 싶었다. 내가 혐오하는 이과 소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를 괴롭혔는데, 전체적으로 횡설수설하고 정신 사나운 문체였기 때문이다. 집중이 너무 안되어 슬럼프인지 혼동할 정도였다.

선남선녀가 결혼하여 그럭저럭 잘 살다가 5주년 결혼기념일에 아내가 실종되는데 아내가 남긴 이벤트의 흔적들이 남편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마냥 선하기만 했던 아내가 남편을 전 국민의 안티로 만드는데 중반부터는 아내의 본격적인 계획이 드러난다. 남편도 비호감인데 아내도 어마어마한 사이코였구나.

<데스노트>의 엘과 라이토처럼 고난도의 심리전을 보고 싶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고 트랜스포머 3 보는 느낌? 아직도 안 끝났어? 늘 거짓말만 하는 남편은 진짜 뚜껑 열리게 하는 타입이었다. 원래 노답 캐릭터는 대부분 감초 역할이라 애교로 봐주기도 하는데 이렇게 주인공들이 노답이면 누구를 이뻐하고 응원해야 할까. 저급한 욕도 너무 많이 나와. 눈 버렸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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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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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가 오늘 내일 하는 킬러 할머니의 모노드라마이다. 점점 일이 줄어들어 무난한 일상이 찾아오고 거기서 밀려오는 갖가지 감정들로 심란한 주인공. 예전 같지 않은 건 낡아버린 신체기능만이 아닌 듯하다. 이 책은 큼지막한 사건의 흐름보다는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감정의 컨트롤이 잘 안되는 장면이 더 인상 깊다. 파과. 으깨지고 부서진 과일은 그 본질마저도 잃게 되는 걸까.

이 작품은 극찬하는 평만 가득하므로 는 비평만 적겠다. 구병모의 작품은 처음인데 문체를 참 어렵게도 쓰셨다. 한 40대쯤 되어야 그 맛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을 법한데 이래서 한국문학이 싫은 거야 라고 한다면 나는 애국자가 아닌 걸까. 왜 한국 작가들은 어딘가 고리타분하고 외골수적인 이미지일까. 왜 국내 작품은 거기서 거기 같고 전부 한 사람이 쓴 것 같은 착각이 들까. 헤밍웨이처럼 간결한 표현으로도 고품격 글이 나올 수 있건만 한국문학은 꼭 이래야만 한다는 매뉴얼이라도 있는 건지 원.

한 페이지를 한 문장으로 할애할 때마다 경악하여 여러 번 덮을 뻔했다. 문장마다 온갖 단어와 부사를 얼마나 남발하시는지 읽기도 불편했다. 나의 문학은 아무나 이해할 수 없다는 뭐 그런 자부심이라도 있나. 토머스 쿡보다 호흡이 긴 데다 잡담조차도 어찌나 기품있게 쓰셨던지 읽으면서도 오늘 저녁은 떡볶이나 먹을까 따위의 잡생각이 들곤 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작가는 널렸지만 이 분도 정말 범상치 않았는데 이렇게 실컷 쓴소리를 했지만 결국 재미있게 읽었단 말이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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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8-02-01 13:41   좋아요 1 | URL
저는 구병모 문체가 정말 좋은데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 다르다는 걸 인식하게 됩니다. 구병모 작품은 「위저드 베이커리」가 정말 좋습니다.

물감 2018-02-01 13:57   좋아요 0 | URL
위저드 베이커리가 베스트작인가요? 참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장르소설 문체에 익숙해서 불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samadhi(眞我) 2018-02-01 14:12   좋아요 1 | URL
대표작이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제가 읽어본 구병모 소설에서 제일 좋았다는 얘기예요.

희망찬샘 2018-02-01 14:40   좋아요 1 | URL
문장이 왜 이리 길어~~~하며 투덜거리다 그래도 재밌어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술술 넘어가던 위저드 베이커리 읽으며 그런 생각 했던거 같은데... (오래 전 일이라 까마득이긴 해요.) 이 책은 읽을 엄두를 내기 힘들 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말씀이죠?

물감 2018-02-01 14:4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재밌어서 뭔가 억울했습니다^^;

秀映 2018-02-03 19:09   좋아요 1 | URL
저랑 안맞는 작가네요ㅋ

물감 2018-02-03 20:28   좋아요 0 | URL
스타일은 안맞지만 작품성은 높은편이에요~ 추천까진 못하겠지만ㅎㅎ
 
소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5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5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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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되살아났다. 오 마이 고뜨. 병리학자, 그러니까 시체 해부 의사인 아일스는 시체 가방에 있던 산 사람을 발견하여 언론의 질타를 받는다. 어떻게 산 사람을 사망선고 내릴 수 있냐며. 한편 임신 중인 리졸리 형사는 출산을 앞두고 방문한 병원에서 하필 그 회생한 사람에게 인질로 붙잡혀 버린다. 이것은 순풍산부인과 스릴러 버전인가.

데뷔작부터 오랫동안 인간의 연민을 다루던 건 알았지만 이번엔 테스 여사님의 폭풍 감성이 정점을 찍어부렀다. 이대로라면 별 다섯 개다 싶더니 인질극이 끝난 시점부터 흡인력이 소멸되기 시작했다. 마치 휠체어를 탄 우사인 볼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재미는 있는데 왜 인내심 테스트하는 기분이 들었을까.

이 많은 퍼즐 조각을 언제 다 맞추나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일사천리로 후다닥 끝냈다는 건 분량 조절 실패란 것을 작가님도 인정한다는 거겠지. 용두사미는 아닌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는 케이스였다. 이럴 거면 ‘요 네스뵈‘ 같이 벽돌 책으로 만들었어야 함. 아, 요 네스뵈 작품을 언제 읽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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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8-01-30 12:01   좋아요 0 | URL
요 네스뵈 작품 재밌습니다.

물감 2018-01-30 13:13   좋아요 0 | URL
음 알겠습니다. 읽어볼게요!
 
마션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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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한물간 베스트셀러만 읽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리뷰도 뒷북 오브 뒷북이 되리라. 남들은 대박 재밌다고 난리던데 난 왜 별로일까. 역시 난 베스트셀러는 안 맞아.

화성 탐사원들이 지구로 철수하고 홀로 남겨진 식물학자의 시점부터 시작된다. 남은 물과 식량과 산소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과학력을 총동원하여 감자도 심고 물도 만드는 등, 필사적으로 생존에 올인한 결과 나사에서 그의 생존을 알게 된다. 주인공을 다시 구하러 올 때까지 그는 무사히 버틸 수 있을까.

이게 생존 일지인지 실험 보고서인지 분간이 안되는군. 나는 이런 이과 스멜 가득한 책은 원래 읽지도 않는데 하도 재밌다 하니까 읽긴 했지만 글쎄요, 정말 여러 번 스킵 했음.이과 소설이 싫은 이유는 문장의 연속이 아니라, 단어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어떤 독자가 과학 언어나 용어들을 일일이 이해하려 할까. 과학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아, 위급하구나‘ 정도일 뿐, 뭐가 어떻게 위급한 사태인지 확 와닿질 않아서 그저 그랬다. 나만 그런 거라면 조용히 구석에 찌그러져 있지 뭐.

추리소설처럼 꼼꼼히 읽을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대충 읽으니까 재미있던 작품이다(응?). 이런 나를 무례하다고 생각하진 마시길. 두 번은 못 읽겠다. 그냥 영화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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秀映 2018-01-26 16:19   좋아요 1 | URL
얼마전 티브서 영화하던데 티브가 틀어져있길래 집안일 하며 쓸쩍 봤네요
저도 남들이 와~~ 하는 책이나 영화는 잘 안보는 스타일이라 이 책 안읽을겁니다
이책 후속으로 요즘 아르테미스인가
그책 읽더라구요
거기는 여자가 주인공이라네요

물감 2018-01-26 16:28   좋아요 0 | URL
사실 신작이 나와서 데뷔작을 보게 된거지만 궂이 차기작을 볼 생각은 안드네요. 어차피 읽을 책은 쌓여있으니까 괜찮죠뭐😐
 
날아다니는 김C의 휴지통 비우기
김C 지음, 이외수 그림 / 해냄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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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박 2일 때문에 예능인으로 생각들 하시는데 김C는 가수였다. 어딘가 불만스러운 표정이어서 어려운 사람 같아 보이지만 이제는 국민 예능으로 검증이 된 친근한 아재이다.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처럼 감성적인 글은 아니고 그보다는 가벼운 SNS에 올라올 법한 글 모음집이다. 자유로운 영혼 같으면서도 나름의 철학이 있으며, 엉뚱한 것 같으면서도 어른스러운 면이 있는 남자였다. 김C란 사람에 대해 별 관심은 없지만 이런 말랑말랑한 글도 쓸 줄 아는구나 싶은 정도? 요즘 그의 근황이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나이를 많이 드셔서 그런지 김태원이 보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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