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라는 나이에 겪는삶에서 오는 여러가지 생각들.아무 일도 없는데 슬픔이 다가오고, 방금전까지도 슬프다가도, 다른 기분으로 금세 교체되는..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급변적이고 아이러니한프로세스가 가능해져버린 나이.적당한 깊이감이 있어서 나름 괜찮았다.읽어보면 저자가 어떻게 살았는지 상상이 되고,또 얼마나 힘든 삶을 보내왔는지 대강 알 수 있다.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사람과 인간관계,사회생활로 간 쓸개 다 헐어버린 사람,믿었던 삶에 연속적으로 배신감 느끼고나락까지 내려가본 사람 등등.그런 사람들이 발간한 책은 연륜이 묻어나오기에글에 마음이 물든다.여자들을 위해서 적은 글일지라도서른이 된 나에게도 충분히 와닿는다.아무것도 아닌 일상에서 우울함은예고도 없이 찾아오는데,이젠 슬퍼하는 것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나이라는게...
허지웅씨가 추구하는 것은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다.항상 신념을 잃지 말고 나이를 먹는 것을 원하나현재의 모습에 과연 스스로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가,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이었다.멋진 구절이 있었다.타인의 정상성을 의심하고 억지로 분류할 때공동체의 정상성은 훼손 된다는 것.나도 성향이 잘 안 맞으면 상대조차 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게 얼마나 못난 어른인지 깨닫고서 차별을 두지 않으려 노력중이다.그 방법은 바로 사람간의 적절한 거리를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이것은 비단 안 맞는 사이뿐 아니라절친끼리도 해당된다.예전에 자우림 보컬 김윤아에게 멤버 교체 없이어떻게 밴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가하는 인터뷰를 보았는데그 대답이 서로 친하지만 각자 어느정도거리를 둔다는 것이었다.개개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그 거리란 사람과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사물에 대한 생각과 일상속 습관과 과거와 현재의 시간에도 적용된다.좋아하는 사람을 맨날 만나는 것과,가끔 만나는 것은 그 기쁨이 다르다.그와 마찬가지로 내가 친애하는 모든 것들을더욱 그리할 수 있게 서로간에여백의 미를 가지도록 하자.
이 책도 전형적인 한국식 회색소설이라 생각했다.그니까 딱히 굴곡도 없으면서 먹고 자고 싸는 일만큼소소한 일상들을 나름 철학적으로 있어보이게 표현한그런 작품인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의외로 맛있는 고급수제 다크초콜릿 같은 느낌이긴 한데 내용물 만큼이나 포장지를 신경쓰지 못하여 아쉬웠다.일단 내포된 메세지는 너무 좋았는데표현방식이 미풍만 작동되는 선풍기처럼 답답했다.진지한 작품한테 중2병스럽다고 하면 예의가 아니겠지.요즘 표현으로는 모태솔로인 남주가 백화점에서 일하다가 외모가 (많이) 그저 그런 여직원에게호감이 생기게 된다.요한이라는 선배를 통해 그녀와 친해지고 셋은절친이 되지만 남주는 대학을 가면서 일을 관두고,요한은 자살을 시도하고, 여주는 고향으로 돌아간다.휴대폰도 없던 시절이었고남주는 한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되어 멘붕이 온다.외모지상주의의 문제와삶의 본질은 사랑임을 알게 해주었다.표지를 보면 예쁜 여자들과 그렇지 않은 한 명의 여자가그려져 있는데, 혼자만 밝게 빛나고 있다.해석하기 나름인데 똥모양의 양초나, 꽃모양의 양초나붙이 붙으면 똑같이 빛나는 법이다.또한 이 책을 읽고나면 사랑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첫 연애 당시 나 같은 애를 왜 좋아하는지이해가 안 될 만큼 나는 외모에 자신이 없었다.그런 보잘 것 없던 나를 좋아해주던 것에 감사했고,내 하루의 1분1초가 그 친구로 인해 빛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달이 빛을 발하도록 돕는 태양 같은 존재가내게도 있었음을 떠올리며, 어떤 모양새로든사랑은 위대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시리즈물이건 스탠드 얼론이건 제프리 디버는 대결구도 플롯을 고집한다. 보통 형사나 탐정같은 캐릭터를 가져다 쓰는데, 디버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흔한 설정은 하지 않는게 매력이다. 이번에는 문서 감정가와 무차별 학살범의 대결이다. 디거에게 명령하고 지시하는 공범이 죽어버려, 이제 폭주하는 디거를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다. 오로지 죽은 공범이 남긴 협박장 하나만으로 디거의 정체와 범행 동선을 파악해야만 한다. 진짜 흥미롭지 않은가? 단서는 불투명하기만 하고 계속해서 다가오는 학살시간의 급박한 상황을 아주 아주 하드보일드하게 일궈냈다. 그리고 초반에 링컨 라임이 까메오로 잠깐 출연한다. 비록 전화통화일 뿐이지만 존재감은 대단하다.제프리 디버의 소설은 재미도 보장하지만 항상 배울 점이 많은데, 단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정도가 아니라 또다른 우주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다작을 하면서도 항상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구성과, 전문성을 고루 갖추어 독자의 마음을 훔친다. 또한 그의 글들은 매우 입체적이어서 마치 잘 만들어진 보디빌더의 몸을 감상하는 기분이 든다.그러고보면 세계적 거장들은 거의 50~60년생이던데, 그 시기에 인재란 인재는 전부 쏟아져 나와버린걸까. 요즘 젊은 작가들 속에선 이런 대형 작가의 기질이 많이 보이질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범죄소설을 많이 읽다보면 FBI나 CIA가 엄청난 플레이를 보여주는데 현실에도 그런가? 사실 그 정도는 아닌데 소설, 영화들이 미국기관의 수준을 실제보다 높여놓은 것은 아닐까? 당신의 생각은 어떠신지?
이 책 역시 많이 흔들리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아프니까 청춘이다‘,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같은 진짜 뭣 같은 말들과는 달리많이 힘들고 고달픈 우리 세대에는 같잖은 위로보다이런 공감해주고 편 들어주는 글들이 더 와닿는다.어릴 때는 꾸중이나 회초리정도가 무서움의 전부였는데어느새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무서워하고 있다.그렇게 쉽사리 도전도 안하고상처받지 않으려 자신에게 벽을 세웠다.잘하든 못하든 남들에게잘 보이기 위해서만 살다가 문득 돌이켜보면이리 저리 치여서 상처투성이된 자신을 발견할 때,모두가 똑같은 입장인데 누가 나를 위로해주겠는가.일부러 힘 낼 필요는 없다.힘들 땐 쉬었다 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