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박광수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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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저렇게 안될까, 난 왜 이럴까 라는 생각에 늘 부딪혀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고, 지금도 그럴 때가 있다.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은 있지만 쏟아부을 정도의 의욕은 없으니 스스로도 한심하고 답답해져서 난 이런 놈이야 라며 늘 적당히 선을 긋고 살아간다.

그런데 신기한 건 ‘난 역시 안되나봐‘ 해놓고도 어느 날 문득 그 부딪히던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조금씩이나마 알게 모르게 투자하고 있던 나를 보게 되었다. 그때 알았다. 모든 것에는 정해진 시기가 있다는 것.

완벽주의자가 실수투성이를 배려해주고, 타고난 재능자가 아마추어를 이해해주고, 다혈질이 양반처럼 되려고 노력하고, 가만히 못있는 성격이 느긋한 성격을 부러워하는 그런 인생의 타이밍이 언젠가는 찾아온다는 말. 현재 내가 지금 그걸 겪고 있고, 보고 있다.

행복이란 우리가 아닌 자신만의 것이란 말에 동감한다. 사랑을 해서 같이 행복해보이지만 사실은 내 욕구가 충족되어 행복한건데, 난 그걸 모르고 여태껏 타인만 신경쓰느라 내 심장이 걸레짝이 되어 너덜거릴 지경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살았다. 그래서 이제는 온전히 나를 위하고 돌보는 삶을 살고 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

다른 이들을 자신의 속도에 맞추려고 하다가는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타인의 속도를 인정해야 한다.

우리들의 종착역은 다 다르니까 말이다.

- 62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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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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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위험한 단기 아르바이트 모집. 참가자는 폐쇄 공간에서 7일간 지내기만 하면 되고 기획진은 그들을 24시간 관찰한다는 이상한 비밀 실험. 어마어마한 시급에 속는 셈 치고 남녀 12명이 참가하게 된다. 가만히 있어도 떼돈 버는 꿀알바인데 타인을 살해하거나 범인을 지목하면 추가 수당을 준다고 하니 이건 뭐 나 혼자 조심해봤자 의미가 없다. 안전운전해도 다른 차가 받아버리면 소용없는 이치랄까. 자고 나면 누군가 죽어있어 참가자들은 불안에 떨고 불신의 싹이 튼다.


이런 서바이벌 쇼 작품은 옛부터 최근까지도 꾸준히 나오는 것 같다. 일본이 섬나라여서 그런지 고립된 공간의 작품이 유독 많네. 이 컨셉의 장점은 별것 없는 장면도 스릴이 넘치는 건데 누구나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서 팬층이 얇은 게 단점이다.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은 대개 캐릭터를 다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도 그러하여 몇 명의 메인 캐릭터 빼고는 비중이 너무 없었다. 그렇다고 일일이 다 신경 쓰면 분량 조절이 안되어 작가들도 참 난감할 듯.

추리소설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본격 추리, 도서형 추리, 사회파, 서술 트릭 등등. 뭐가 되게 많은데 이 책은 메타 추리소설에 속한단다. ‘메타픽션‘이란 패러디에 의존하여 기존 소설의 낡은 관습을 비판하고, 허구와 현실의 호환 가능성을 입증하는 새로운 형식의 어쩌구 저쩌구 블라블라. 여하튼 시도는 좋았으나 정작 추리의 재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 양보해도 이런 비윤리적이면서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과 단 7일간의 실험으로 주최 측에서 무슨 이득을 본다는 건지 모르겠다. 작가님, 메꿔야 할 구멍이 많아 보이는데 후기라도 좀 쓰지 그랬나요. 아니면 이 작품에서 뭔가를 이해하려고 했던 내가 바보였나.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시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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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소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3 링컨 라임 시리즈 3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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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의 책은 빅재미를 보장하지만 늘 광대한 여정을 해야 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가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기가 사실 좀 어렵다. 집어들면 뭔지 모를 각오를 하고 본다. 매권마다 등장하는 전문적인 베이스 때문일지도.

이번에는 곤충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돌아왔다. 시리즈 중 유일하게 원제와 다른 제목이 붙었는데 개인적으론 곤충소년이 더 낫긴 하다. 본문 속 ‘빈 의자‘란 속마음을 꺼내놓는 심리요법을 말한다. 이 곤충광과 테너스코너의 수상쩍은 냄새로부터 또 한번 반전을 만끽할 수 있다.

수사에 크게 포커스를 두진 않았지만 역시나 손 뗄수 없는 다이내믹 스릴러였다. 이번에 여러분들이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색스와 라임의 터져버린 이념 대립이다.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분열이 생각날 것이며 이건 누가 옳다 말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아, 그리고 스탠드얼론 주인공들의 까메오 등장은 참 쏠쏠한 묘미가 있다. 이런 깨알같은 재미를 위해 모든 작품을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것이지. 당연한 말 같지만 작가는 아직 링컨을 낫게 할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인다. 코난이 어른되는 것과 링컨의 건강 회복 중 뭐가 더 빠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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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 2019-04-18 13:14   좋아요 1 | URL
물감님 리뷰보고 저도 이제야 다 읽었내요...제길..전 장르를 착각 했답니다. 싸이코 소년의 반항

기로 알고 중반까지 짜증나서 죽는줄.. ㅋㅋ 그래도 다읽은 지금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드내요

물감 2019-04-18 13:33   좋아요 0 | URL
축하합니다. 링컨 라임의 세계에 입문하셨군요ㅋㅋ제가 본 시리즈물 중에서는 해리보슈 시리즈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솔직히 흔한 경찰,탐정,프로파일러 소설보다 더 매력적이지 않나요? 시간되시면 시리즈 순서대로 꼭 보세요ㅋㅋㅋ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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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알츠하이머 증세로 계속 헷가닥 하는 킬러 할배의 말년 기록 일지다. 어느 날 동네에서 마주친 꺼림칙한 남자가 갑자기 딸의 결혼 상대라면서 인사를 하러 오는데, 사내의 눈빛이 아무리 감춰도 감출 수 없는 맹수인 거라. 딸을 지켜야 하는데 필름이 계속 끊어져 딸의 보호는커녕 자신도 보호 못하고 점차 선과 악을, 진실과 거짓을, 빛과 어두움을 식별하지 못하는 킬러 할배의 새드엔딩.

왜 이 작품이 주목을 받았고 유명해진 건지 실감했다. 한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던 서양식 하드보일드 한 문체와 유머, 그리고 간결함 속에 깃든 묵직한 울림. ​주인공의 혼돈 그래프가 서서히 치솟는 게 피부로 느껴져서 소름 돋았고 이런 두근거림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인가 싶었다. 김영하 작가가 이렇게 센스 넘치는 사람인 줄 이제야 알았다니.

이 책은 무엇보다도 작품 해설을 꼭 봐야 한다. 어떤 서평도 해설보다 잘 쓰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얇은 책을 이렇게나 분석하다니, 역시 평론가는 다르군요. 근데 요즘은 어제 먹은 점심 메뉴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럼 나도 치매 증상이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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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스토리콜렉터 37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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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문학은 유머가 없어서 늘 시크한 인상을 받지만 이건 이거대로 좋다. 간만에 새로운 프로파일러 시리즈인데 이 주인공도 한 싸가지 잡수셨다. 왜 지능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재수 없는 컨셉인지 원. 천재 범죄심리학자와 여경찰의 콤비라. 링컨 라임 시리즈의 독일 버전이로군. 이 시리즈의 주인공도 핸디캡이 있는데 두통이 잦아서 늘 침을 맞고 마리화나를 피운다. 핸디캡 없는 주인공은 아직까진 ‘잭 리처‘ 밖에 없는 듯.

범인이 독일 동화책의 내용을 모티브로 해서 여자들을 납치하고 제삼자에게 전화해 48시간 안에 맞춰보라고 한다. 장난 나랑 지금 하냐. 이게 참 동화 내용을 모르다 보니 재미가 반감되어 아쉬웠는데 다 읽고 나니 책 맨 뒤에 ​동화 내용이 있었다. 장난 나랑 지금 하냐. 맨 앞장에 내용이 있었으면 이해가 더 쉬웠을 것을, 편집부는 무슨 생각인지.

두 권 읽어보니까 이 작가는 욕심이 많구나 싶었다. <여름의 복수>에서는 형사, 변호사, 탐정을 다 사용하더니, 이 책은 해외까지 넘나들며 연쇄살인 하나하나를 다 소개한다. 이것저것 준비는 많이 하셨는데 뿌린 게 많다 보니 정신없고 바쁘게 진행된다. 이런 게 뼈대는 부실하고 살만 잔뜩 붙여서 독이 되는 케이스임. 드리블만 잘해서 뭐 해. 슛이 들어가야 즐거운 게임이지.

가수들도 1집부터 대박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깐 일단 넘어가겠다. 훗날엔 이 작품이 위대한 전설의 시작이었다고 기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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