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누를 입에 물고 죽어있는 개와 고양이의 시체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그러다 초등생 S가 집에서 목매달아 자살한 사건이 일어나고, 같은 반 친구인 주인공이 자살을 발견 후 모두에게 알렸으나 사건 현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체의 행방은 어떻게 된 건지 모두가 걱정하는 가운데, S는 거미로 환생하여 주인공과 함께 시체를 찾아 나선다. S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다.

뭐야 이게... 일단 불호 비추천. 갑자기 마무리가 뭐 이 모양으로 끝나는 걸까. 그래도 무난하다고 느끼던 것이 갑자기 산으로 가버려 아쉬웠다. 초등학생의 시점으로 진행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전달되는데 현장감이 느껴지는 건 좋지만 작품이 가벼워지는 단점도 있다.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끝없이 속이고 숨기는 사람들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던 걸까.

결말에 가서 보면 등장한 모든 이의 말과 입장이 전부 거짓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선하던 주인공에게서 가끔씩 튀어나오는 섬뜩한 행동과 생각들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비롯된 건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그것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다. 오랜만에 리뷰 쓰기 귀찮은 작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글도 영 안 써지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제목은 잘 짓고 봐야 할 일이다. 내용에 상관없이 표지가 예뻐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듯이, 나라는 인간은 제목만 보고도 손이 가기 때문이다.

마흔여덟 번째 면접 끝에 겨우 합격한 과자회사의 3차 면접인 합숙 연수를 들어가는 주인공 M 군.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수원에서 지내는 한 달 동안 매일매일 모두에게 평가가 매겨진다는 사실을 안 뒤로부터 본인이 조장을 자처하고 온갖 희생과 열정을 보여주자고 결심한다.

그러나 갈수록 M은 이 기업 속의 한 개인이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느낀다. 마치 우주에서 지구는 점 하나에 불과한 것처럼. 결국 M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열정과, 오해로 불거진 부당한 대우에 이성이 끊어져 돌발행동을 하게 된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받았던 그 느낌. 이 길이 맞다고 부지런히 달렸으나 전혀 다른 방향이었던. 이 책에서도 그와 비슷한 장치가 깔려있다. 초반에 음료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눌렀을 때 오렌지주스가 나온 장면부터 작가는 이 연극 같은 삶의 부조리함을 계속 암시했다. 현대사회의 대표적 문제인 ‘면접‘이라는 소재를 희극 형식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오래된 국내 작가들의 문학에서 주는 묘한 불편함과, 젊은 국내 작가들이 지닌 신선한 감각이 적절히 섞여있다. 작가만의 고유성을 간직하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여 다양한 작품을 창조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어떤 다큐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본 신기한 장면이 생각나는데 중국의 모 공장에서는 먼지로 벽돌을 만들었고, 일본의 모 공장에서는 달걀 껍질로 분필을 만들었다. 불필요해 보여도 다 쓸모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깨달음이었다. 이처럼 우리 개개인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잊지 맙시다. 그대는 완전 소중하니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한때 장르소설 마니아들의 입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이다. 다 읽은 지금 내 심정은 도대체 이 책이 왜 화제였는지 납득이 안된다. 시작은 별 4개로 출발하다가 결국 2개로 끝나버렸다. 범죄소설은 역시 아무나 성공하는 게 아니야. 아까운 내 시간.

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고 발바닥에 웬 좌표가 문신으로 새겨져있다. 좌표를 찾아가면 신체의 일부와 함께 쪽지가 발견된다. 범인은 ‘지오캐싱‘이라는 GPS를 이용한 현대판 보물찾기 게임으로 형사들과 대결한다(검색해보니까 진짜 있는 게임이었다). 그가 남기는 쪽지는 다음 피해자의 정보와 복잡한 공식을 대입해서 다음 좌표를 설명한다. 좌표를 찾아 단서를 발견하면 또 다른 좌표와 피해자가 경찰들을 기다린다.

이런. 수포자인 나는 절대 못 찾겠네. 사건의 흐름도 파악이 안되어 내가 잘 따라가고 있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더라. 범인이 준 단서와 피해자들 간에 연결고리가 분명 있을 텐데 복선 다운 복선이 없었다. 알아내는 게 없으니 수사는 더디고 시간만 죽이느라 계속 루즈해진다. 이렇게 가성비 없는 스토리는 작가들이 후반에 가서야 부랴부랴 혼신을 쏟아부어 매듭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에너지도 없었고 결말은 허망함 그 자체였다.

더 실망했던 건 비중이 없는 범인과 매력 없는 주인공이었다. 주인공을 보다 더 입체적이고 깊이감 있어 보이게 하려고 핸디캡 주는 건 좋다 이거야. 컨셉을 잡았으면 독자가 그 캐릭터에 공감하고 몰입하도록 해줘야지. 주인공이 왜 비호감 성격이 된 건지 다 끝나갈 때 설명하면 뭘 어쩌자는 겨. 이러면 독자가 주인공을 이해하기도 너무 늦고, 읽은 게 아까워 의리로 읽게 된단 말이다. 이 배려 없고 센스 없는 작가님아.

내가 유독 이 작품에서 캐릭터에 집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데, 보컬이 잘 차고 나가면 밴드 실력이 좀 부족해도 들어줄 수는 있어. 근데 보컬이 무너지면 그 무대는 게임 끝이야. 관중은 괴로울 뿐이고. 차라리 텔레토비 가슴팍에 박힌 TV가 더 재밌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레스토랑의 주인이지만 주인공은 과거에 질 나쁜 전과자였다. 갱생해서 열심히 사는 그에게 어느 날 두 범죄자가 출소했다는 편지가 온다. 발신인은 출소자들에게 살해당한 딸의 모친이었으나 그녀는 16년 전에 암으로 죽은 사람이다. 그들이 출소하면 복수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거액의 돈을 받은 주인공은 결전의 날이 다가왔는데도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다. 약속을 들어준다는 조건으로 지금의 행복을 얻었으니 복수를 해주지 않으면 딸의 목숨은 없다는 모친의 협박에 주인공은 결국 인정한다. 이 모든 행복이 역겨운 약속 위에 성립된 희망이었음을.

오랜 세월 동안 묵혀둔 비밀은 그만큼 고뇌의 무게도 다르다. 언제든 폭삭 무너질 수 있는 이 행복을 어떻게 해야 유지할 수 있을까. 일본은 이런 양심을 저울질하게 만드는 연출이 기가 막힌다. 이미 주인공의 입장과 처지가 신분세탁한 죄인이었기 때문에 독자의 열렬한 응원은 글렀고, 이런 상황에 해피엔딩은 불가하므로 작가는 무승부도 아닌 모두의 패배로 끝내버렸다. 다 좋았는데 중반부터 액션물로 턴을 하더니 전혀 다른 장르가 되었는데, 초반의 느낌을 계속 이어갔다면 별 다섯 개도 줄 수 있었건만. 아쉬움이 크다.

예전에 고등학생끼리 랩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에서 최종 우승한 학생이 알고 보니 학교에서 유명한 일진이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있었다. 그런 학교의 일진들이나 사회의 범죄자가 버젓이 잘 사는 걸 보면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얼마나 기가 찰 것인가. 한번 지은 죄는 시간이 지나도 죄다. 지금 핫이슈인 미투 운동이 그 증거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의 갱생은 한낱 연극처럼 보일 뿐이지. 한번 구겨진 종이는 절대 새 종이처럼 복구될 수 없거든. 그래서 인과응보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번역에 ‘멘붕‘이란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 건가? 이런 속어나 줄임말도 편집부에서 통과를 시키다니. 세상 말세로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미와 주목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3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표지가 19금스러워 집에서만 읽었다. 내용은 전혀 19금이 아니지만 이런 표지는 공공장소에서 보여줄 자신이 없다. 출판사는 반성하라.

이번에도 작가는 인간의 심리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꿰뚫었다. 두 남자 사이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법을 배우는 한 여자를 통해 독자들도 ‘나‘를 돌아보고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주인공은 초반부터 교통사고로 휠체어 신세가 된다. 그리고 갑자기 정치물로 바뀌면서 강력 후보자인 존 게이브리얼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평민 출신이던 이 남자는 계급주의 사회와, 오만한 왕실인들에 대한 증오가 가득하여 곧 있을 선거운동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출세하기로 한다. 모두가 껌뻑 넘어가는 매력의 소유자 존은 오직 한사람 주인공에게만 자신의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기회주의자가 위선자인 척 하는 존의 행동이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역시는 역시나였다. 개인적으로 정치 내용 싫어하는데 진짜 재미있다. 기본 프레임은 국회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의 이중인격이지만 주내용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인간의 진면목에 대한 이모저모라 하겠다.


끝없는 탐욕과 질투가 인간의 본질이라고 믿는 존. 계산된 행동에는 위대한 영웅으로 떠받들고, 순수한 마음에 하는 행동은 꿍꿍이가 있다고 보는 대중들.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기에 원치 않는 건 강하게 거부하고, 설령 그것이 진실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정말 이 짧은 작품에도 던지는 화두가 너무 많아서 체하겠다.

작가는 묻는다.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면 더 나은 선택 할 것인가. 이삼일 이면 시드는 장미의 순간과, 천년을 산다는 주목의 순간은 동일하다. 지난 일에 대한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면 얼마나 좋으랴. 시간을 다시 되돌려도 인간은 똑같은 선택을 반복할 것이다. 과거에 묶여사는 나 역시 그러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