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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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내에 글쓰기와 관련된 도서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가 있었다. 서평 쓰는 법, 문장력 키우기 같은 책이 참 많이도 나왔지만 나는 이 책이 처음이다. 글을 쓰겠다는 사람이 뭘 믿고 그러냐! 라고 하시겠다면 내가 청개구리라서 그렇습니다!는 대답과 함께 부담백배 윙크를 양쪽 눈으로 마구 쏴드리겠어. 고기가 땡기는데 한식뷔페가 웬 말이뇨. 솔잎 맛 밖에 모르는 송충이도 나비가 되면 알아서 꿀 찾아가는 겁니다. 이 우주 만물에는 다 때와 시기가 정해져있다지. 결국 이 책을 집어 든 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것이야. 허허허... 방금 건 너무 할배 말투인가? 근데 나도 이젠 눈 오면 무릎이 너무 아프다, 진짜로.


우리는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 다양한 글을 쓰게 된다. 가장 흔한 일기 쓰기와 독후감, 백일장 글짓기, 발표 대본, 자기소개서와 같이 쓰기 싫어도 써야 하는 경우를 포함해서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글을 쓰거나 가까이하며 산다. 그러나 저자는 학생들이 그저 점수를 잘 받기 위한,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글밖에 쓸 줄 모른다는 말과 함께, ‘모어가 야위어 가고 있다‘라고 말한다. 심사위원 또는 채점자들이 좋아할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솔직한 자신의 글을 써볼 기회도 없었고, 실제로 글쓰기에 관하여 가르치는 학교나 학과도 없기 때문에 뭐가 잘못인지조차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글쓰기는 타고 나야 한다고 다들 믿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에게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수많은 SNS의 글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공감을 받는다는 건 글을 쓸 때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다는 것이고, 독자에 대한 경의를 갖추었다는 말이 된다. 저자도 이 책의 1강부터 독자에 대한 사랑과 경의가 담긴 글을 쓰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최근에 읽은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을 떠올린다. 독자에 대한 경의가 있다, 없다를 내가 판단할 수는 없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글을 썼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으니까. 그런 글들은 금방 외면받는다. 마치, 너 아니어도 내 글을 읽어줄 사람은 많아, 하는 기분도 들었는데, 저자는 이런 걸 가리켜 ‘독자를 깔보는 문서‘라고 정의했다. 간혹 TV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보면 참가자의 실력이 딱 봐도 별로인데 심사위원들이 손뼉 치며 엄마 미소 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록 부족하더라도 진정 어린 모습이 살아남는 비결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독자에 대한 경의‘에 대해서 좀 더 기록하겠다. 만화책의 경우 중간 편부터 읽어도 대략 이해되도록 이전까지의 줄거리나 등장인물 소개란이 서두에 꼭 들어가 있다. 이런 게 없다면 1권부터 읽어야만 스토리와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는 불편함이 따른다. 소설의 경우 더 조심해야 한다. 설명을 생략하는 작가가 너무 많아지고 있다. 의도한 경우는 분간이 되는데, 의도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분명 A 장면으로 시작했는데 갑자기 B 장면으로 끝나는 황당한 경우들. 그런데 그런 작품들이 또 분위기는 진지하고 근엄해요, 아주 그냥. 매번 말하지만 독자들은 절대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까지 독자의 내공을 운운하시면 안 됩니다. 국내 문학을 한국인도 이해 못 시키면 외국인들은 더 이해 못할걸? 아마 이런 내용이겠지... 하고 추측해야 하는 글을 자주 쓰는 사람이 있는데 그거 진짜 병이다. 뜻을 함축하는 시나, 소설의 열린 결말하고는 전혀 다르다. 국민작가 유시민은 쉬운 말을 두고 어렵게 쓰는 건 사기꾼들이나 그런 거라고 했다. 모든 글쟁이들은 이제껏 독자와 소통할 마음이 없는 글을 쓰지는 않았나 되돌아보자.


몇 장 안 읽었는데도 좋은 내용이 정말 많았다. 그중 베스트는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란 표현이었다. 내가 진짜 이 말에 백만 번 공감한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도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고, 시를 읽지 않아 문학적 감성도 없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라서 정치, 경제, 사회, 과학 같은 분야의 지식도 없다. 생각해 보니까 나 완전 맨땅에 헤딩하는 타입이었네? 암튼 없는 지식 안에서 쥐어짜내야만 하기 때문에 리뷰를 쓸 때마다 내 안의 벽을 넘어야만 했다. 지금도 그러하고. 워낙 문학적 감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요소들을 신경 써왔다. 가독성, 습관적 단어, 반복 표현, 단어 순화, 비유, 공감 문장 같은 이런 것들. 그런데 어쩌면 나도 저자가 말하는 ‘평가의 함정‘에 갇힌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게 좋다, 좋다 하며 읽고 있는데 점점 주제에서 벗어나는 강의 내용이 나온다. 제목 그대로 ‘살아남는‘ 글에 대해서만 기록된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생존 언어들에 대한 연구 글이 더 많다. 그래서 실망했다. 똑같은 자모음으로 만든 애너그램, 프랑스어와 라틴어의 계층적인 언어 같은 내용을 굳이 꼭 알아야 살아남는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나는 필자의 입장에서 갖춰야 할 자세나 개념 같은 것을 배우길 원했다. 그런데 내 기준에 글쓰기와 관련 없는 내용들이 수두룩했다. 물론 당연히 연관이야 있겠지. 근데 독자가 이해될 내용을 말해야 머리에 집어넣고 적용하든가 하지, 아오! 작가가 13강 서두에 이런 말을 했다. ‘창조적 글쓰기‘를 말하겠다 하고 딴 얘기만 했다고. 본인도 알고는 있군요? 진짜 양심도 없는 줄 알았잖아요. 그래서 14개의 강의 중에 3강 이후로는 눈에 들어오질 않았어요. 책 표지 뒷면에 있는 ‘왜 나의 글은 재미가 없을까?‘라는 문구를 보고 순간 피식했어요. 작가님 글도 재미는 없거든요...


살다 보면 가끔 주위에서 만나는 한 문장이 머리와 가슴에 박힌다. 그것은 유명인의 어록일 수도 있고, 어느 래퍼의 일부 가사나 시위운동가들의 슬로건일 수도 있고, 카카오톡의 프로필 상태 메시지 글이나 화장실 문에 붙어있는 글귀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야말로 진실한 혼이 담긴 창조적 글이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입이나 글에서 ‘물감의 글 중에 이런 말이 있지‘ 같은 말을 듣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냥 작은 소망이다. 내 글이 생각나는 대로, 입에서 뱉어지는 대로 쓴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나름 고민도 하고 필터링도 합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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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8-12-16 00:22   좋아요 2 | URL
저 역시 글쓰기 관련 책은 손이 잘 안갑니다. 글은 그저 무식하게 많이 써보는 게 장땡이라는 생각에..^^; 쓰다 보면 자신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껏 읽었던 글쓰기 책은 ‘글쓰기‘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작가가 좋아서 찾아 읽게 되더군요.
쉬운 말로 쓴 글로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야말로 글쓰기의 최고봉이라 생각합니다. 간혹 ‘이 인간은 자기 과시하려고 글을 썼나 보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을 접할 때가 있거든요. 정말 재수없는 유형입니다. 쉬운 글은 수준이 낮은 글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니까요.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글쓰기를 배워본 적도 없고 세상 물정도 모르고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 등에 대한 기본 상식이 바닥인 저로서는 ‘없는 지식 안에서 쥐어짜내는‘ 심정을 너무나 잘 알겠거든요. 물감님의 말씀대로 글을 쓸 때마다 ‘내 안의 벽‘을 넘습니다. 보잘 것 없어보이는 글들을 업로드할 때마다 매번 심호흡을 하거든요.
물감님의 글 중에 이런 말이 있죠. ‘물없이 사막을 횡단하러 가는 기분‘이라는ㅋㅋ(잠시, 알라딘의 지니가 되어보았습니다. 그냥 작은 소망을 이루어지셨나요?^^;;) 드럽게 재미없는 별점 1점짜리에서도 느껴지는 기분이지만, 글을 쓸 때에도 종종 그런 기분을 느낀답니다, 저는ㅎㅎ

물감 2018-12-16 08:58   좋아요 1 | URL
이런 긴 댓글은 처음 받아봅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쉬운 글‘에 집착하는 편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작가분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이야말로 좋은 글이란 말을 했었는데 저 또한 그 말을 기준으로 글을 씁니다. 이곳 알라딘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글이 매일매일 올라오는데요. 솔직히 눈에 촥촥 감기는 글은 많지 않아요... 어려운 글도 많고, 읽은 사람만 이해되는 내용의 리뷰도 넘쳐나요. 저는 그게 너무 아쉬워요. 본인의 글이 진정 독자와 소통이 된다고 생각하는건가, 싶은 심정일 때가 정말 많습니다. 맘에 안들면 안읽으면 되지, 할 수도 있겠죠. 정말 맘에 안드는 글은 그런 안타까움조차 안들더군요. 내가 지성인 또는 지식인이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합니다.
오랜만에 책얘기가 아닌 글쓰기 얘기가 나와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ㅎㅎ제 작은 소망을 이뤄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다모 2018-12-26 00:31   좋아요 1 | URL
물감님의 글을 예전부터 읽었는데 점점 도입 부분의 힘이 강해지네요. 처음 부분 읽는데 엄~청 성장한 게 느껴져서 감탄하고 갑니다ㅋㅋ
특히 솔잎 맛밖에 모르는 송충이도 나비가 되면 알아서 꿀 찾아간다는 표현에서 그뤠잇!👏👏
근데 여담 입니다만, 보통 비 오면 무릎 쑤시는 거 아닌가요? 눈 와도 쑤셔요? 궁금합니다 할아버님😉

물감 2019-01-05 22:27   좋아요 0 | URL
필력이 성장했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좋네요ㅎㅎ
아 그리고 비오는 날만 좀 아팠는데, 이제는 눈내려도 저릿저릿 합니다ㅜㅜ 관리 잘하세요😭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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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루헤인은 나랑 안 맞는 작가다. 느와르 장르도 나랑 안 맞는다. 그렇다면 이 책은 나랑 완전 물과 기름 사이 아닌가! 무턱대고 겉표지에 혹해서 구매했던 건데 후회된다. 그래도 한 번은 읽고 되팔아야 하지 않겠나. 3편도 있는데 읽을 생각하니 벌써 지친다. 물 없이 사막을 횡단하러 가는 기분이다.


보스턴 경찰 경장의 아들인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마피아들과 일하며 살고 있다. 그는 라이벌 갱단의 아지트에서 강도질하다가 우두머리의 정부에게 마음을 뺏긴다. 이후 우두머리는 마피아 두목을 총살하고, 주인공에게 일자리를 추천한다. 그 제안을 거절하여 갱단에게 공격받고, 경찰에게 체포된 되는 게 없는 주인공. 감옥에서 출소된 후 갱단의 우두머리를 치러 간다......... 이후 80% 생략.


살면서 느와르 물은 거의 안 보고 살았다. 그래서인지 느와르 물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다. 의리도 자비도 없는 거친 사내들의 이미지라던가, 잔혹한 살인 장면에서도 재즈 트럼펫 음악이 나오는 그런 거? 그런데 이 책에서는 느와르 다운 느낌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일반 하드보일드 소설하고 뭐가 다르지? 이제껏 읽은 루헤인 작품 중 그나마 번역은 좋은 편인데, 그럼에도 설명하기 힘든 지저분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이 작가의 작품은 영상으로 만들어 보는 게 더 낫겠어.


스탠드얼론이든 시리즈물이든 주연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 텐데, 이 책은 주인공 빼곤 전부 조연뿐이다. 주연이 있긴 있지만 조연과 별 차이 없는 일회용 인물들만 같다. 두목도 죽고, 아버지도 죽고, 파트너들도 애인도 사라지고.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도 결국엔 헤어지고. 그렇다고 자기 혼자 다 해먹는 잭 리처 장르도 아니고. 대체 뭐지. 등장인물도 엄청 많고, 배경도 계속 바뀌고, 사건도 줄줄이 터져서 흐름 놓칠까 봐 집중하고 읽었는데 절반쯤 가서야 그럴 필요가 없었음을 알았다. 인물들은 한번 나왔다가 사라지기 일쑤고, 사건과 사건 간에 복잡한 연결점도 없어서 대강 읽어도 이해된다. 그러나 결국 절반만 읽고 덮었다. 역시 루헤인이야. 진심 재미 1도 없음. 벌써 몇 번째 실망하는 건지. 현재 내 블랙리스트 중에 그대가 넘버 원이라오. 내가 아니어도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넘쳐나니 그들에게 잔뜩 사랑받으시오. 굿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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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11 17:31   좋아요 1 | URL
물감님 리뷰 시작할때 특유의 그 냄새가 나는 문장이 나를 웃게 합니다...’나랑 안 맞는 작가다...,이런 식의 문장 ㅎㅎ

물감 2018-12-11 17:47   좋아요 1 | URL
저의 시니컬 코드가 맞다니, 기쁩니다ㅋㅋ이래서 글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가 봅니다 😀

카알벨루치 2018-12-11 17:5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제가 감히 흉내낼수없는 그 분위기, 그 모드!!! 물감님 매력!!!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 - 질문하는 습관이 만드는 생각의 힘
김경집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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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는데 올해 9월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도서였다. 부제목은 ‘질문하는 습관이 만드는 생각의 힘‘이다. 이미 세상에는 거의 모든 정답이 내려져있다. 그러나 머리말에 나와있듯이 지금은 창조, 혁신의 세대라서 지식과 정보만 끌어모은들 소용이 없다고 한다. 티끌 모아 티끌이듯이 기존의 정형화된 정답들이 이제는 효력을 잃은 것이다. 자, 이제 저자가 말하는 질문의 힘을 통해서 세상의 모든 정답에 반기를 들 시간이다. 다섯 가지의 주제로 구성된 내용을 정리해본다.


첫 번째, 두 개의 문이 있어야 바람이 통한다.

어느 한 쪽으로만 답을 내리거나 생각이 치우쳐지지 말라는 뜻이다. 누구나 우선시하는 게 있고 중요도가 달라서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다. 둘 다 선택하고 챙기라는 게 아니라 굳이 하나를 골라야 하는 극단적인 생각을 할 이유가 없다. 결과만 중요한 것도 아니고 과정만 보자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하나만 고집하고 강요해야 하는가. 세상은 언제나 양면이 존재하고 서로가 의미를 가지므로 하나만 선택하여 ‘소탐대실‘하지 말라고 한다. 나의 선택도 정답도 재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우리가 배웠던 길이 옳은 길은 아니다.

내가 브라스밴드 활동하던 고딩때 선배들이 해주던 말이 있다. 악기는 입으로 불든, 똥구멍으로 불든 소리만 잘 나면 된다고. 어디 음악뿐인가? 세상엔 정답이 없는 것 투성이다. 그런데 모두가 한 우물만 무식하게 파고 있다. 영어를 잘하려면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를 다 공부해야 하는데 단어만 외운다고 영어가 늘까? 무작정 한 길만 걷다가는 제자리걸음도 모자라 싱크홀에 빠질지 모른다. 막다른 길이 나오면 돌아 나올 줄도 알아야 하는데 지나온 게 아까워서 가던 길 고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는 이런 지배적 사고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덧셈만 가지고는 곱셈의 수학적 확장은 불가하듯이 알려진 정보만 흡수하는 수직적 사고보단, 새로운 가정에 계속 도전하는 수평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현명하다는 맹자의 어머니는 교육 환경이 중요하면서 왜 시장 근처로 이사 갔나...에 대한 질문은 지금 봐도 참신하다.


세 번째, 속도보다 방향이 우선이다.

요즘 한국인은 뭐든지 잘하는 것 같다. 외국어, 운동, 노래, 음식... 자기관리가 이처럼 철저한 나라도 없을걸? 그러나 이런 부러움은 남들의 피나는 노력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간절하지 않아서이다. 그만큼 목적의식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또 완벽주의자가 되라는 게 아니다. 완벽주의자들이 실제로 완벽한가? 준비가 안되면 시도조차 못하고 성격만 예민해져서 본인조차 피곤해한다. 오히려 사람들은 빈틈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지인에게 들은 골프 얘기가 있는데 아마추어의 눈에는 공의 궤도가 여러 개로 보이고, 프로의 눈에는 두세 개 밖에 안 보인다고 한다. 방향만 제대로 잡아도 실패 확률이 줄고 그러다 보면 프로가 된단다. 이처럼 잘못된 길로 빨리 가기보다 방향부터 잘 잡고 볼일이다.


네 번째, 맥락을 읽어야 역사가 보인다.


각국의 역사, 사건, 문화 들은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가 있는데 앞의 내용들과 비슷비슷하니 궁금하면 읽어보시길. 근데 내용이 죄다 중국사라서 지겨움. 그냥 패쓰.


다섯 번째, 새로운 세상에 맞는 시대정신을 준비하라.

페미니즘이 대표적인 예이다. 천지창조 이후로 여성은 늘 차별을 받아왔고, 현대사회는 그 차별화를 없애기 위해 많은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된지 수 년이 지났어도 남성들의 인식은 겉으로만 바뀌었을 뿐, 아직도 차별 대우는 여전해 보인다. 남자로 태어난 게 무슨 벼슬도 아닌데 똑같은 실수도 ‘여자니까‘라고 판단해버리는 남성들의 사고 회로는 납득이 안된다. 개개인을 욕할게 아니라 사회현상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생각을 해야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아직도 90년대 교육방식을 추구하는 교사와 학교도 많고, 잘못된 정보와 지식의 교과서들도 개정되지 않고 있다. 작가는 박정희 시절부터 ‘나라의 발전을 위해 국민은 의무를 다해야 한다‘라는 국민정신을 주입시켜왔고, 그 결과 개인의 자유주의를 잃었다고 한다. 기성세대는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쳤고, 그걸 배운 아이들이 자라서 그대로 나를 가르쳤다. 이렇게 보수주의는 정작 지켜야 할 것보다 바꿔야 할 것들을 지키고 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혼자 ‘예‘라고 하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 왜 남들이 아니라고 하는지 들어나보란 말이다. 특히 박사모 들아!!!



새로운 사실과 정보도 많았지만 아는 정보들을 보기 좋게 정리한 내용도 많아서 별점은 3개 준다. ‘상식이란 18세까지 습득한 편견의 집합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생각하면, 상식이 된 정답과 진리들은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도 된다. 질문의 힘을 길러 편견의 폭을 좁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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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의 삶 - 혼자라는 것을 잊게 해줄 쓸데없이 당돌한 생각들
김리뷰 지음, 노선경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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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 다 리뷰 쓰는 김리뷰씨의 리뷰... 라기보단 글 모음집으로서 특정 대상에 대한 설명이 아닌 온갖 잡생각과 병맛글로 이루어져 있다. 게임용어나 유행어나 별별 드립들이 난무하는 글 모음집이지만 핵심은 놓치지 않는다. 약간 유병재와 허지웅을 섞은 듯한 스타일이랄까. 할 말은 하지만 품격은 떨어지는? 솔직하기 때문에 가식 없어서 좋다지만 어디까지나 젊은 층만 알아들을 내용이 태반이다. 이처럼 의식의 흐름과 블라블라식으로 영업 마감 때까지 카페에서 수다떨기가 가능한 나는 나름 소프트한 돌아이인데 저자는 하드한 돌아이다. 암튼 나랑 비슷한 과라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남들은 과연 어떨는지.


내가 예전에 쓴 리뷰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소설 리뷰는 고작 몇십 개인데 인문학 리뷰는 몇천 개나 되는 대한민국은 병들어있다고. 그런데 저자는 나랑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삶이 예체능도 아닌데 일이 등 못하면 패배자 취급하는 병든 한국 사회를 고발하는 김리뷰씨. 은근 내 스타일인데? 나는 이런 허례허식 없는 삐딱이들을 좋아합니다. 문체는 심플하지만 내용까지 심플하진 않다. 후배들을 군기 잡는 학교 선배, 평균 키와 몸무게에 들지 못하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요즘 것들은 열정도 없고 노력도 안 한다는 꼰대들, 군대든 사회이든 적응 못하는 신참을 비난하는 선배들 같은 사회현상에 대한 내용과, ‘나‘를 증명해주는 게 없다고 정체성마저도 흔들리는 것, 노력하면 뭐든지 된다는 말의 반박 등 자존감에 대한 내용 등등 이래저래 볼거리가 많다. 글쟁이는 이렇게 창의적이어야 한다. 되게 광범위한 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글쟁이는 생각이 많고 그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사람이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만으로도 오십 줄이든 백 줄이든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생각이 많아야 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은 발상과 표현력도 늘어나니까. 이렇게 말하면 꼭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만 글 쓰란 법 있냐고 반문할까 봐 겁남. 그런 뜻이 아닌데 꼭 그렇게 삐뚤어진 인간들이 있다. 요지는 폭 넒은 생각을 하자는 것,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이런 내 생각과 일치하는 사람이 김리뷰이다. 예를 들어 두 번째 챕터의 리뷰 제목이 ‘가방‘인데, 이 별거 아닌 것에 관하여 다섯 페이지나 썼다. 가방의 역사나 종류나 브랜드 같은 이런 흔한 내용을 쓰라면 나도 열 페이지는 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흔한 내용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뭔 말인가 싶으면 읽어보길 바람. 아무튼 글쟁이라면 사물도 세상도 다르게 볼 줄 아는 시각을 가지자는 말이다.


솔직히 이런 글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글 좀 써본 친구들이라면 다 따라 할 수준이다. 평소에 드립 잘 치는 애들이 한번 진지하게 써볼까 하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나올 수준인데 이런 글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했다니 저자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나이 먹고 자제해서 그렇지 나도 한 똘끼 하는데... 여하튼 저자처럼 나도 내 문체를 끝까지 밀고 나갈 거다. 머리가 나빠서 우아하고 세련된 문장은 쓸 줄도 모르겠고, 애초에 내가 그렇게 문학적인 사람이 아닌 걸 인정하기 때문에 누군가 내 글 보고 이런 것도 리뷰냐! 욕해도 상관없다. 사실 내가 리뷰를 쓰는 계기는 모든 책마다 ‘좋아요‘ 밖에 쓸 줄 모르는 교양인들에게 대항하고 싶어서였다. 근데 의외로 내 글이 좋다고 봐주신 분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그게 원동력이 되어 지금도 이러고 있다. 리뷰를 본격적으로 써보자고 마음먹었을 때 컨셉을 ‘병맛‘으로 잡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컨셉이 아니라 진짜 병맛이긴한데 난 그래도 내가 쓴 글이 좋다. 심심할 때는 지난 내 글을 읽으며 즐거워한다. 항상 내 감정에 솔직했고, 짧든 길든 언제나 정성을 다했기에 지금 봐도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없다. 여튼 여러모로 나랑 닮은 김리뷰씨가 갑자기 좋아지려고 한다. 왜 페이스북 팔로워가 45만이나 되는지 알겠네. 나도 김리뷰처럼 ‘오리지널리티‘를 잃지 않겠다. 아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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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의 유물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7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7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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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감성터치 원탑 센언니 테스 게리첸의 베스트 작품이다. 6권은 작가의 슬럼프 극복 못한 작품으로 유명해서 그냥 건너뛰었다. 어쩐지 5권 읽을 때 뒷심이 딸린다 싶더라. 여튼 이분도 글을 참 잘 쓰시는데 마니아층에서만 이름난 듯해서 좀 더 알려졌으면 하는 작가이다. 출판사에서 홍보를 안 해주면 나라도 해줘야지. 여러분, 이분 작품 1권부터 읽어보세요. 꽤 괜찮아요. 하지만 소장가치는 약하니까 빌려서만 읽으세요. 


보스턴 박물관에서 약 2세기 경으로 추정되는 미라가 발견되어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미라의 CT 촬영 결과 오른쪽 다리뼈에 총알이 박혀있었고, 수상한 냄새를 맡은 리졸리는 박물관을 조사한다. 박물관의 지하창고에는 관리자도 모르는 비밀공간이 있었고 또 다른 미라 머리들이 발견되는데 이 머리들은 오래된 골동품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 것으로 밝혀졌다. 이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본 고고학자인 주인공은 현장에서 발견되는 증거물들이 자신의 과거와 자꾸 연관되어 두려움에 떤다. 이후 주인공의 자동차 트렁크에서 또 다른 미라가 발견되었다. 첫 번째 미라의 치아 상태를 확인한 결과 25년 전 실종된 한 여성의 정보와 일치한 것으로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주인공도 24년 전에 죽은 사람으로 추가 확인이 되었다. 주인공의 정체는 무엇이고, 실종자들을 미라로 만드는 살인범은 누구인가.


범죄소설과 고고학 소재의 컬래버레이션이라니. 이런 건 어떤 식으로 만들고 소화하나 궁금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미라는 25년 전 실종된 사람이었고 이제 25년 전 사건의 범인을 찾는다? 뭔가 시작부터 김빠지는 듯했는데 작가는 과거 사건을 현재진행형으로 방향을 180도 틀었다. 실종자와 피해자 모두 고고학과 연관됨을 알아내 그쪽 세계 사람들을 파고들어서 주인공을 사냥하려는 범인을 잡는 폭풍전개 방식은 이제껏 나온 작품 중에 가장 시원시원했다. 작가 중에는 플롯을 미리 구성해놓고 글을 쓰는 타입과, 글을 쓰면서 고쳐가는 타입이 있는데 이 책은 확실히 전자이다. 전자의 경우 스토리의 탄탄함이 장점이고, 후자의 경우 자연스러움이 장점이 되겠다. 예전에 말한 보컬 트레이너와 가수의 차이와도 같은 맥락인데, 이 작가는 좀 더 특별하게 두 장점이 골고루 있는 편이다. 내가 테스 게리첸을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가독성이다. 가독성 하면 ‘히가시노 게이고‘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그 작가의 책조차 며칠에 걸쳐서 읽을 만큼 나는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이다. 근데 테스 게리첸 작품은 이삼일 이면 다 읽는다. 내가 이 정도라면 말 다한 거임. 둘째는 스릴러소설에 감성이 웬 말이냐!라는 편견을 깨주었기 때문이다. 1~3권의 ‘의사 시리즈‘를 보면 작가가 전직 의사로서, 또 여성으로써 지닌 풍부한 감성들을 불어넣어 장르소설의 거칠고 딱딱함을 없애주곤 했다. 그런 작가의 고유 감성이 좋았던 건데 어째 이번에는 그런 감성이 거의 빠져있고 사건 위주의 글만 보인다. 그래서 스토리 구성은 훌륭하나 별점은 높게 주기 어려웠다.


이번 사건의 모든 원인은 주인공을 사랑한 엄마로부터 비롯되었다. 딸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모녀는 수차례 명의도 장소도 바꿔가며 경찰을 피해 다녔다. 그렇게 평생을 거짓말로 무장해야 하는 딸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려 껍데기만 남았다. 번역자는 말하길,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식의 정체성을 여러 번 죽인 ‘엄마‘라는 이름의 이중성에 대한 작품으로 해석하였다. 자식 사랑이 집착으로 변해버리면 부모는 누구보다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본 작품에서는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사람이 여럿 나오지만 제목의 악녀는 범인보다도 자식에게 집착하는 엄마였다. ‘모성‘을 다루는 작품들을 보면 해피 엔딩도 많지만 배드 엔딩은 더 많다. 뭐든지 적당해야 하는데 꼭 지나쳐서 문제다. 아 근데, 주인공을 납치한 범인을 프로파일링 하다가 범인의 범죄 패턴이 바뀌었다고 강조한 장면에서 제 삼자가 있음을 눈치챘어야 하는데 마지막에서야 알았다. 아직도 난 추리능력이 한참 부족하구나. 분발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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