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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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뭐 드래곤볼 급으로 유명한 작품이라 줄거리 요약은 생략하겠다. 사실 이런 유명작은 리뷰쓰기도 민망할뿐더러 워낙 많은 리뷰가 넘쳐흘러 내 글은 묻히리라 생각하지만, 읽었다는 기념으로 기록을 남기는 데에 의의를 둘 뿐이다. 나는 하루키의 작품을 ‘1Q84‘와 ‘노르웨이의 숲‘ 딱 두 작품만 읽었고, 더 이상 그의 책을 읽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에게 하루키는 고품격 야설 작가로 각인돼버렸다. 한두 번 19금 씬이 나오면 그러려니 하겠다. 그런데 그의 섹스 묘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물론 그게 주 내용은 아니지만 이야기에 몰입 좀 해보려 하면 자꾸 섹스 장면을 언급하고 연상시켜준다. 작가가 작정하고 야설을 쓴다면 아마 화성인들도 구매해서 읽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는 섹스가 빠진 문학을 팥 없는 붕어빵처럼 보는 걸까. 


여러 여자 인물들이 등장하고 주인공 주변을 맴도는데 하나같이 현실감 없는 캐릭터뿐이다. 1Q84에서도 느꼈지만 여자 캐릭터를 판타지에서 나올법한 설정으로 만들기를 즐겨 한다. 남친이 여러 여자들과 놀고 자고 하는데도, 불평 없이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키는 일편단심의 여자. 실연당한 자신을 알아주었다고 오늘 만난 남자와 섹스하는 낯선 여자. 좀처럼 생각을 읽을 수 없고, 대화도 부자연스러운데 어딘가 흡인력이 느껴져 계속 끌리는 몽환적인 여자 등등. 아니 무슨 여자가 환상의 동물 유니콘도 아니고 말야, 너무 괴리감 넘치는구만 그래. 소설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는데 이 책이 쓰인 당시 일본여자들은 청순+도도+시크+섹시+순결의 매력을 모조리 다 가졌단 말인가? 진짜 그렇다면 나도 일본에 가서 살고 싶구만 그래.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작가가 환상에서 좀 벗어나셨으면.


진짜 이상한 건 이 책에 나오는 여자들은 도무지 질투심이라는 게 없다. 남친/절친이 다른 여자하고 어울리거나 잘 지내면 한국인들은 대판 싸우거나 헤어지는 게 보통인데 일본은 전혀 아니란 말인가? 요즘 일본여자들은 안 그렇겠지...? 아무튼 이런 설정도 여자를 환상의 동물로 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현실성이 너무 없군. 그리고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주인공도 대단한 쓰레기임. 많은 하렘물을 봐왔지만 이렇게 육체적으로 관계 맺는 하렘물은 진짜 비추다. 전반적으로 예쁘게 포장해놔서 그렇지 냉정하게 보면 진짜 지저분한 인물들만 모여있다.


작품의 출간 당시 세계적으로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어떻게 이런 작품이 존재할 수 있지 싶은 문화충격과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고는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1960년대다 생각하면서 몰입해봤지만 그래도 난 잘 모르겠더라. 그때의 일본은 학생운동으로 사회를 왈칵 흔들고 뒤집던 때였다. 그래서 캐릭터들이 어딘가 결핍 증상에 정서불안 같은 형태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주인공도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며 허탄한 현실과 부딪힌다. 그리고 인물마다 아픈 사연이 있고 내상을 입어서 세상과 부분적으로 단절이 되어있다. 그래서 대부분이 결국 자살로 끝맺는다. 결과가 비슷한 걸 보면 모든 캐릭터가 주인공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로 인격이 형성되기도 전에 부서져버려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발 디딜 곳이 없어진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의 다른 제목이 ‘상실의 시대‘인가 싶다. 그런데 이 책이 왜 그렇게나 인기있는지 모르겠다.


하루키는 별거 없는 일상생활도 엄청 있어 보이게 쓰는 능력자이다. 솔직히 이 작품은 사건이 발생하고도 그에 대한 내용을 주물러가는 내용이 아니라서 중반까지는 무슨 내용인지 파악이 어려워 흐릿하게 보였다. 메인 사건보다 서로 간에 감정과 내적 갈등 장면이 더 많아, 마치 여러 단편을 하나로 엮어놓은 느낌이었다. 겨우 두 작품 읽고 이런 말하면 안 되지만 대표작들을 읽었으니 할 말은 해야겠다. 글은 참 잘 쓰는데 이야기는 그렇지 못한 작가 같다. 작품마다 본인의 고뇌를 섬세하고 정교하게 다루어서 건들면 안 될 유리구슬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어쩐지 껍데기만 화려하고 알맹이는 평범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어떤 리뷰에서는 작가가 미국의 오리지널 하드보일드 기법을 가져와서 고뇌하는 이야기는 잘 쓰지만 딱 거기까지 일 뿐이라는 글이 있었다. 하루키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나도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거 같다. 노래로 비유하자면 가창력도 죽여주고 기교도 화려한데 감동이 오지 않는 그런 거. 이제는 그의 작품들이 고전문학의 반열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울림이 없어서 끝까지 무표정으로 읽어버렸다. 아, 19금 장면만 빼고. 섹스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기교만큼은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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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 2019-05-17 11:02   좋아요 1 | URL
하루키는.. 명성 때문에 한 장 읽다가 포기하고 다음에 또 도전했다고 포기했는데, 앞으로 영원히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첫 장에서부터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불편함에 이유가 있었던 거 같아요

물감 2019-05-17 11:25   좋아요 1 | URL
저랑 같으시네요, 진짜 불편합니다... 그의 정신은 히틀러만큼이나 연구대상이에요. 또하나의 문학장르를 낳은 사람은 맞지만 정서상 너무 안맞네요^^;

coolcat329 2019-05-17 13:56   좋아요 1 | URL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에세이는 좋아하는데, 소설은 1Q84를 마지막으로 하루키의 소설은 그만뒀어요.

물감 2019-05-17 14:19   좋아요 1 | URL
저처럼 하루키가 안맞는 분들이 꽤 많은가봐요. 분명 거품작가는 아닌듯한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가 뭘까요. 국내에서는 왜 그렇게 열광했었던걸까요...

잠자냥 2019-05-17 14:59   좋아요 2 | URL
하루키는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소설로 승화한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

물감 2019-05-17 15:32   좋아요 0 | URL
아.... 갑자기 단박에 이해되네요ㅋㅋㅋㅋㅋ
좀 웃겠습니다ㅋㅋㅋ

레삭매냐 2019-05-17 15:14   좋아요 2 | URL
저희 독서 토론 모임에서 하루키의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해 본 결과...

90년대에는 먹혔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결론
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좋아하던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몰락을 보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절정의 시대를 지나 읽게 되니 아련하다는 느
낌만 들었습니다.

물감 2019-05-17 15:43   좋아요 0 | URL
음 90년대 갬성과는 잘 맞았었나보군요. 확실히 예전에 읽었던 분들은 미화해서 평을 하시던 경향이 있었습니다. 딱히 그 추억을 깨뜨리고 싶진 않지만 이건 그냥 야설이에요ㅎㅎ

- 2019-05-17 15:53   좋아요 1 | URL
우와... 저도 하루키 노르웨이 숲 밖에 안읽어봤는데요! 역시 좋은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명성이 자자한지라 차마 별로라는 말을 못했는데 여기서 동류들을 만나니 반갑군요.

물감 2019-05-17 16:53   좋아요 1 | URL
다들 하루키에게 한 맺힌 게 많군요. 그만큼 그의 명성이 납득 안되기 때문이겠죠? 읽지않았다면 저도 색안경끼고 있었을텐데요...ㅋㅋ

독서괭 2019-05-17 21:41   좋아요 1 | URL
저도 노르웨이의 숲과 어둠의 저편 딱 두권 읽었는데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도저히 모르겠는 작가입니다..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싶어 더 읽어볼까 하다가도 다른 책들에 밀려서 결국 못 읽고 있네요.

물감 2019-05-17 22:10   좋아요 1 | URL
하루키 작품의 공통점이 있더군요. 어린 여자가 꼭 등장하고 섹스... 분위기라도 다르면 감수하고 읽을텐데 다 비슷한 코드라서 불만이 더 많은듯 합니다. 과거 국내에서 얼마나 마케팅을 잘했길래 이토록 극찬하는 작가가 된건지...

페크pek0501 2019-05-18 22:14   좋아요 2 | URL
아, 열 줄 이상의 댓글을 썼는데... 날아갔어요. 제가 자판의 뭘 건드렸나 봐요. 다시 쓰려니 김빠져요.ㅋ

이 책 오래전 저도 읽었어요. 이 사람과 자고, 또 저 사람과 자고 그리고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게 되어 버리고...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를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더군요.

물감 님의 성실성을 감탄할 뿐입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물감 2019-05-19 13:29   좋아요 1 | URL
저도 훗날 이 책을 떠올리면 이사람 저사람과 자던것 밖에 생각이 안날듯 해요. 그만큼 메인 스토리는 뭘 말하고 싶은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성실하다니요... 한주에 한권 읽고 글 올리는게 다입니다요ㅎㅎ
알라딘에는 매일 글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는 그 축에도 못낍니다^^;
여튼 늘 제 글을 읽어주시는 페크님 감사해요!

김경언 2019-05-26 19:44   좋아요 1 | 수정 | 삭제 | URL
소설 속에서 작가의 메세지를 읽어내야겠다, 현실의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그냥 작가가 자신의 세계를 펼쳐놓은 세계라고 본다면 굳이 여기서 무엇을 얘기하나? 이 인물은 시대상에 맞나?는 질문은 필요 없겠죠. 그냥 그 세계를 경험해보는 겁니다. 김영하 작가도 말했듯 소설이 제멋대로 이야기를 펼처 나가는거죠. 괜히 메세지 찾으려다 우리 국어 교과서처럼 ‘이 부분은 독립을 향한 작가의 열망을 나타낸.. 저거는 조국의 암울한 현실..‘같은 전형적인 편의상 해석을 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교양수업으로 하루키를 듣고 있습니다. 항상 말하는게 주제를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러 권을 읽게 된 건 하루키가 가지고 있는 흡입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장력이 될 수도 있고 주로 자주 나오는 환상성일 수도 있겠죠. 주제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 이야기하는 것이 ‘상실‘과 ‘고독‘입니다. 거의 모든 화자가 30대 즈음의 남성과 연상의 애인(혹은 불륜상대)는 좀 식상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본인만의 세계관이 있어요. 거의 모든 주인공이나 화자가 수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내용에서는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알맞게 살고 있다라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은 항상 인간관계에서나 사랑에서나 무언가를 상실하기 마련인데 거기에서 아둥바둥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모습인거죠. 이게 답답하고 바보같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는 인정한다고 해야 될까요? 거기서 다시 시작한다. 또 내가 알지 못하는게 존재하고 거기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는다. 음 예를 들어서 1Q84에서 나왔듯이 아오마메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라든가요. 그 외에도 평행세계라든지 재밌게 읽을 부분이 저는 있었는데. 별로이신 분도 꽤 되는군요!
오히려 제가 왜 하루키를 자꾸 읽게되는지 고민하게 된거 같네요ㅎㅎ 재밌게 읽었습니다.

물감 2019-05-27 10:26   좋아요 1 | URL
제 리뷰에 마음두시지 않아도 됩니다. 남들을 선동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본문에도 썼듯이 하루키팬들에게 미안함도 있습니다. 그냥 취미로 독서하는 저와 과목수업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다를수밖에 없을거같아요. 하루키의 1부터 100까지가 다 싫은건 아닙니다. 어차피 장점이야 많은 분들이 말하시니 전 단점/비평만 적었습니다. 여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 2019-05-27 10:06   좋아요 1 | URL
시대가 변해서 더 그럴수도 있겠네요 전 하루키 책은 몇편을 제외하곤 거의 다 읽은 듯한데 요즈음은 신통치 않네요~

물감 2019-05-27 10:29   좋아요 1 | URL
요즘의 한국정서와는 많이 달라서 그런건지도요. 그나저나 제 글이 생각보다 안 묻히고 주목받아서 좋기도 한데 난감하네요^^;

arom 2019-05-28 12:34   좋아요 2 | 수정 | 삭제 | URL
생애 최초로 댓글 답니다.
어쩜 그리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특히 1Q84는 책을 우연히 얻어 읽고
갖고 있고 싶지도 않아 바로 처분했었어요.
그래도 이전 책들은 이해가 완전히 되지는 않아도
뭔가 모호하게 공허함 무기력 등을 공감해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나름 매력이 있었는데요.
1Q84는...ㅉ
암튼 그 이후에 하루키를 아주 접었어요.
원래도 많이 믿지도 않았지만
도서 마케팅을 얼마나 믿어야 하나 깊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죠.
돌 맞을까봐 아무에게도 얘기 못 했었는데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 글을 읽고
너무 반가운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물감 2019-05-28 13:20   좋아요 2 | URL
이 리뷰를 쓰고나서 얼마나 많은분들이 하루키 작품에 대한 본심을 숨겨왔는지 알게됐어요. 남들이 다 칭찬해대니 혼자 비판했다가 행여 왕따당할까 말못하셨겠죠. 남들의 말에 흔들릴필요는 없습니다. 본인이 느낀 감상이 우선이니까요. 많은 서평글들이 솔직하지 못하고 칭찬만 가득한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그것에 염증을 느껴 하고픈 말은 다 합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본인한테 맞는 작가만 찾으세요. 나랑 맞는 책만 읽기에도 인생은 짧으니까요. 여튼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무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1
신시은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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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재밌게 읽느라 리뷰 쓸 내용을 미처 생각해두지 못했다. 전에도 이런 적이 몇 번 있어서 나는 독서와 리뷰를 병행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리뷰가 엉망이 될 듯하다.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적어야겠다. 보통은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글을 적어야겠다는 짱구가 막 돌아가는데, 진짜 가뭄에 콩 나듯 아무 생각도 없이 푹 빠져서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나는 이 작품이 딱 그러했다. 이게 데뷔작이던데 와, 내가 볼 때 이 분도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솔직히 섬 같은 밀폐 공간 배경에서는 매우 한정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뻔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소재도 기존의 섬 소설과 겹치지 않게 잘 만들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토속적인 색깔을 듬뿍 칠해줘서 가상의 배경인데도 익숙한 기분이 든다.


20년 전, 해무도에서는 기괴한 살인사건이 있었다. 목 없는 두 시체의 등장. 그런데 당시 섬사람들은 세간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묻었다. 이것이 ‘한옥 저택에 대한 저주‘라는 흉흉한 소문과, 해무도의 귀신 노파 짓이라는 전설이 돌게 된다. 20년 후, 섬의 한옥 집주인이 돌연사하고 부산의 장례식장에서 시신의 머리가 사라진다. 주인의 두 딸은 20년 전 사건을 떠올리며 섬으로 부랴부랴 돌아간다. 장례 소식을 들은 주인공도 고인을 만나러 섬으로 간다. 그리고 한옥 집 사랑채에서 시신의 머리가 발견되었다. 어떻게 머리가 혼자서 먼 바다를 건너왔을까? 폭설과 풍랑으로 섬에 갇힌 일행은 저주받은 한옥 집에서 몸을 피하는 동안, 한옥의 밀실 공간에서 죽은 일행을 마주한다. 이것은 귀신 노파의 짓일까, 아니면 일행 중에 살인자가 있는 것일까.


원래 무서운 이야기는 책으로 읽는 것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듣는 게 더 재미있다. 그런데 이 책은 누군가가 들려주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말하는 이의 표정이나 음성의 높낮이 같은 게 보이고 들리는 듯 했다. 아무튼 분위기가 반 이상을 먹고 가는 작품이다. 정유정 작가의 소프트한 버전이랄까. 인물들의 사투리나 섬 배경, 한옥 설명 등등 한국적인 색깔과 성격이 은은하게 묻어 나온다. 이 정도면 정통 한국 호러 미스터리라고 할만하겠는디? 초반에 주인공이 멍청하게 고집부리던 것들만 빼면 딱히 욕할 장면이 안 보인다. 아무리 경고해도 말 안 듣는 사람은 왜 작품마다 꼭 있는 걸까? 하지 말라면 하질 말고, 돌아가라면 돌아가고, 잊으라면 잊을 것을 왜 사람들은 사서 고생을 하는가. 아니면 내가 너무 현실적인 것인지. 초반에 주인공은 하나부터 열까지 충고를 듣지 않다가 뒤에서 후회하는 모습을 반복한다. 계속 이런 식이면 좀 곤란한데 싶었지만 나중에는 정신 차리고 주인공의 역할을 잘 해내주었다.


생각보다 별점이 낮은 편이던데 대부분 평들이 밋밋하고 개연성 없고 평범하다는 내용이었다. 스케일 크고 자극적인 외국소설이나, 현대 과학으로 수사하는 경찰/탐정소설에 익숙한 분들은 분명 싱거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가 점수를 높게 준 부분은 한국적인 특색을 잘 표현해낸 것과, 살리기 어려운 밀폐 공간 소재로 본 적 없는 스토리를 창조해낸 것. 기담 장르는 일본의 전유물이라 할 만큼 일본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그 영역을 넘나들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칭찬받아야 한다. 임팩트는 다소 약하지만 소설다운 재미를 갖추었고 가독성도 좋은 편이다. 이만하면 충분히 재능 있는 신인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아쉽게도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에 재미있는 소설이 은근히 많이 숨어있는 듯. 여하튼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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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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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가던 나의 까칠함이 이 책 덕분에 다시 부활했다. 내가 질색하는 일명 ‘이과‘소설이다. 온통 수학, 과학적인 내용으로 가득하여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읽는 건지 구분이 안된다. 그만큼 이 책은 하나의 ‘이야기‘보다는 온갖 잡다한 지식과 설명으로 도배되어있다. 문학적인 즐거움을 찾아볼 수 없는 이런 무채색의 작품을 나는 너무 싫어한다. 전 세계에서 400만 부 이상이 팔린 책이라는데, 대체 이 책의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인 거임? 나 빼고 세상 전부가 수학 과학 마니아들이신가.


옆집 푸들이 쇠스랑에 찔려 죽어있었다. 마침 근처에 있던 소년이 용의자가 되었다가 풀려나고, 이 사건의 범인을 찾기로 한다. 그러나 소년이 사건에 엮이길 원치 않는 아빠는 아들의 탐정놀이를 강제 중단시킨다. 소년은 자폐증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아빠의 옷장을 뒤지던 소년이 엄마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들을 발견한다. 심장병으로 죽었다던 엄마는 멀쩡히 런던에서 살고 있었다. 아빠와의 트러블이 있은 후 소년은 엄마를 찾으러 런던에 간다. 하지만 동네를 떠나본 적 없는 이 어린 영혼은 가는 곳곳마다 어려움에 봉착하는데...


​전에 읽었던 ‘아몬드‘의 주인공이 생각난다. 편도체가 손상되어 감정을 못 느끼던 소년. 이 책의 주인공은 행동 장애를 가지고 있어 끝없이 ‘왜요?‘를 반복하는 5살 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머리는 또 좋아서 패닉이 올 때면 머릿속으로 근의 공식이나 방정식 같은 수학 문제를 푸는 등 상당한 괴짜 기질을 보인다. 물론 이 캐릭터를 만든 건 작가이므로 이 작가 또한 괴짜라는 뜻이다. 아무튼 내 스타일은 아님. 나중에 엄마를 찾으러 간 다음부터는 분위기가 전환되길 바랐다. 그러나 소년의 여정은 반지원정대처럼 흥미진진하고 스릴 넘치는 게 아니라서 어떤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영양가 없는 문장도 많아 맥 빠지는 것도 여러 번이었다. 이쯤이면 작가가 일부러 이러는 거 같기도 하고.


​제목만 보면 개에게 일어난 사건을 둘러싼 스토리인 듯한데 그 내용은 아주 잠깐뿐이었다. 추리하는 장면은 없고 소년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한다는 자기소개를 디테일하게 늘어놓는 내용이 더 많다. 캐릭터가 그러하니 이해를 해야겠지만 그런 횡설수설하는 듯한 글로 내 아까운 시간을 왜 날려야 하는가. 범인 또한 맥빠지게 밝혀진다. 아빠가 감정 조절 실패로 홧김에 죽인 거였다. 참고로 이건 스포가 아니다. 어차피 이 책은 범인 잡는 탐정 소설이 아니니까. 지금 생각해보니 뭔가 어그로성 제목에 낚인 듯. 차라리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나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같은 정직한 제목으로 지었으면 욕이나 덜먹지. 작가가 문학 형식을 빌려서 본인의 똑똑함을 자랑하고 싶은 거로밖에 안 보인다.


​이 분위기 산만한 작품에 그나마 집중할만하면 자꾸 딴 길로 샌다. 할머니와 대화하던 중 갑자기 우주 천체의 법칙을 설명하질 않나, 지도교사와 상담 중 갑자기 수학공식을 설명하질 않나. 챕터마다 스토리로 시작해서 온갖 공식 내용으로 끝난다. 요즘 말로 엄청난 설명충이다. 나는 문학에 이런 내용들로 분량이 채워지는 것을 싫어한다. 전혀 궁금하지도 않은 물리학, 원자학, 수학, 천체학 설명을 내가 왜 들어야 함? 그게 알고 싶었으면 전공서적을 읽었겠지. 주인공한테 애정이든 동정이든 감정이입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불필요한 내용들 때문에 도저히 정이 안 든다. 싫어하면 안 될 캐릭터를 이런 식으로 싫어지게 만드는 건 작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만든 캐릭터를 혼자만 좋아하면 어떡하냐, 독자들이 사랑하게 만드셔야지. 아무튼 베스트셀러는 나랑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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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9-05-09 15:37   좋아요 1 | URL
... 큰일이네요. 오래전에 사놓고 아직 안 읽었는데 물감님 리뷰를 보니 읽기 싫어... 졌다고 하기에는 이미 안 읽고 있은지 아주 오래되어서 ㅋㅋㅋ 🤣 제가 이걸 헌책방에서 사는데 계산할 때 어떤 사람이 오 그 책 좋은 책이다 그래서 잘 골랐나 으쓱하며 계산하고 나왔는데 ㅎㅎㅎ 언제 한번 읽기는 읽어 봐야 겠어요.

물감 2019-05-09 15:42   좋아요 1 | URL
어째 제가 잘못한것만 같군여...ㅋㅋㅋ
그치만 진짜 별 하나도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한 50p 읽어보시고 느낌안온다 싶으면 다시 되팔아버리셔요ㅋㅋㅋ

잠자냥 2019-05-09 17:00   좋아요 1 | URL
오 이 책 평소에 궁금했는데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절대 안 읽기로 결심했습니다.

물감 2019-05-09 17:10   좋아요 0 | URL
네 진짜 비추입니다. 알라디너 분들께 도움이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ㅎㅎㅎ

카알벨루치 2019-05-10 08:46   좋아요 1 | URL
까칠한 물감님! 이런 매력이 넘넘 좋네요 ㅋㅋㅋㅋ

물감 2019-05-10 09:15   좋아요 1 | URL
성질 좀 죽여야 하는데 저랑 너무 안 맞는 책이라...ㅋㅋㅋ
역시 본성은 어쩔수 없나봅니다 ㅋㅋㅋㅋ

coolcat329 2019-05-10 17:26   좋아요 1 | URL
헉! 진짜 싫은 책이네요. 눈에는 안 띄었는데 혹시 봐도 바로 고개를 돌리겠습니다.

물감 2019-05-10 17:53   좋아요 1 | URL
넵 저 빨강 표지를 꼭 기억하십시오ㅋㅋㅋ

hymoon 2019-10-02 00:28   좋아요 0 | URL
저런 이걸 연극으로 먼저보셨으면 좀 달랐을 텐데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 내 감정을 똑바로 보기 위한 신경인류학 에세이
박한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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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인류학자가 정신과 의사로서 집필한 감정 탐구 에세이다. 솔직히 가벼운 주제를 다루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알찬 내용이었다. 게다가 읽기 좋게 글까지 잘 쓰셨는데, 아무래도 숱한 환자들을 상대하며 다듬어진 온유한 성품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저자의 말대로 인간의 마음은 여리고 연약하다. 게다가 내 마음인데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문명과 과학이 발달해갈수록 마음의 질병은 점점 더 커져가고 상처는 깊어만 간다. 마음에는 설계도도 없고 설명서도 없어서 어떻게 다스릴지 몰라 방황하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아프고 슬프고 우울한 감정은 오히려 마음이 고장 없이 잘 작동 중인 증거라고 했다. 누구나 기쁨과 행복의 감정만을 원하겠지만 고통과 외로움의 감정을 신께서 뜻 없이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그게 과하거나 컨트롤이 안되면 좀 문제인 거지. 아무튼 이 책은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와 과학적 근거를 총망라해서 위로 아닌 위로를 하는 책이다. 네 가지의 카테고리로 정리해본다.


1.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
이 서평 도서를 받은 당일, 나는 직장에서 종말의 날을 맞았다 싶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져있었다. 그래서였는지 ‘감정‘에 대한 글들이 유독 쏙쏙 들어왔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들이 눈과 귀와 혀를 스쳐지나 끊임없이 교차해댄다. 그런데 현존하는 감정의 상당수가 부정적, 불행적이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나쁜 감정에 더 많이 노출되어있다. 그중에 가장 강력하고 원초적인 감정은 ‘불안‘이며, 이 감정이 근심, 걱정, 두려움, 공포를 지배하는 기본 베이스가 된다. 그러나 이 불안이 오히려 인류의 진화를 가져오고 개인의 마음과 정신까지도 성장시킨다. 따라서 불안도 슬픔도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일부러 슬픈 영화를 찾아보는 사람이 비정상일까? 슬픔은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재설정하게 하며 모든 관계를 돌아보게 해준다. 이런 건 기쁨의 감정이 줄 수 없다. 우리 몸에는 불필요한 것은 없으며 전부 존재의 의미를 가진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어보신 분들은 금방 이해될 것이다.

서양은 죄의 문화를 가졌고, 동양은 수치의 문화를 가졌다는 말이 있다. 서양에선 별거 아닌데 동양에서는 수치스럽고 낯 뜨겁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뭐가 다른 걸까? 죄책감은 내면에서 나오고, 부끄러움은 외부에서 오는 차이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외부에서 오는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양은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행동범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혐오스러운 시선을 받는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약간 특이한 행동을 해도 ‘빌런‘이라 부르며 SNS라는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당사자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 하는 심정으로 저격을 해댄다. SNS에는 이런 글들이 하루에도 수만 개씩 올라온다. 우리는 매일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수치심을 주고받으며 산다. 그러다 보니 멀쩡한 사람들도 하루아침에 정신병자가 되기 쉽고, 어느 날 갑자기 곪았던 상처가 터지면서 마음에 장애를 입기도 한다. 이처럼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와 집단에서의 고립은 깊은 수치심과 죄책감을 유발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감정은 심각한 강박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광적으로 집착하거나, 결벽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씻는 사람도 있다. 조절이 안되는 감정을 조절해보라는 게 아니라, 그걸 어떻게 못하는 나 자신은 지극히 정상이며 그 감정들이 내가 인간일 수 있게 만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라고 권장한다. 너무 지나치거나 과도한 사람은 조금씩 나를 내려놓으며 유연성을 기르는 연습을 하면 된다. 어쨌거나 삶은 편안한 쪽이 더 좋지 않겠나.


2. 가끔 터무니없이 이상한 이성

자신을 과하게 어필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인기를 위해서 창피함도 무릅쓰고 관심을 끌거나, 혹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어그로를 자청하는 경우도 많다. 누가 봐도 ‘왜 저래?‘란 말이 나올 만큼 주목받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 말이다. 저자는 한국이 타인 지향적인 사회라서 관심을 추구하는 게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라 한다. 그러나 거기에만 매달리면 내면은 점점 공허해진다. 최근 마약 하고도 부인하고 거짓말하던 모 연예인을 보면 이성적인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될 것이다. 똑같이 교육과정을 밟았는데 왜 그의 태도는 대중의 생각과 다를까? 어째서 기본적인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 못할까? 정상인이 비정상으로 바뀌는 건 어쩜 이리도 간단할까. 감정이야 설명이 불가하다고 하면 그러려니 할 텐데, 이성도 그러하다니 참 난해하다. 하여튼 인간이란...

최종 목적을 결혼과 인생 성공 중 한쪽에만 올인하는 것도 예를 든다. (둘 다 잘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보통은 하나를 택한다. 일찍부터 얼굴을 가꾸고 몸을 관리하고 이성에게 사랑받기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연애 감정은 억누르고 스펙 쌓기에 투자한 사람은 이른 나이에 유명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양쪽 다 후회가 드는 시점이 온다. 왕년에 공부 좀 해둘걸, 왕년에 이성 좀 많이 만나볼걸 하면서. 그러나 자신이 선택한 길을 후회할 필요는 없다. 무의식적으로 이득과 손해를 계산하고 판단했던 것일 뿐, 이제야 자원 할당의 원칙을 바꿀 때가 된 것이므로.

이렇듯 개개인도 선명하게 다른 사회 속에 외국인까지 섞여 살고 있는 게 오늘의 한국이다. 그만큼 사는 건 더 힘들어지고 있으며, 각종 불안과 근심과 강박이 작든 크든 누구나 지니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다 ‘생존‘과 연관되어있다. 오히려 걱정 가득한 사람이 위험에 더 많은 대비를 하기 때문에 더 오래 생존한다. 그니까 그런 사람들을 너무 병자 취급할 필요도 없고, 본인 스스로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3.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공감
타인을 움직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당근, 채찍, 그리고 공감이다. 비용도 안 들고 효과는 만점인 공감대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 다방면에서 살아남는다. 어느 조직이든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혼자만의 시간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말수가 없거나 수다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어쩌다 입이 트이면 신나서 떠드는 사람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을 잘 들여다보면 공감 좀 해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얼마나 공감 받을 일이 없었으면 그렇게도 필사적으로 신호를 보낼까. 같은 공감대를 가지게 되면 서로는 안심한다. 그러나 그게 잘 안되니까 대화가 단절되고 자발적으로 고립되어 상처받는 통로를 봉쇄해버린다. 가끔씩 살갑게 말좀 붙여보면 그렇게나 어색해하고 무슨 말로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를 몰라 난처해하는 걸 쉽게 본다.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꼭 술이 목구멍에 들어가야만 말문이 열리는 걸까. 다들 마음이 너무 닫혀있다.

저자는 너와 내가 ‘같다‘라고 느낄만한 동기애를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은 경쟁 사회라서 동기애를 갖기 어렵다. 동기애는 다른 말로 믿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믿음은 의심 생기기가 너무 쉽다. 내 기준과 맞지 않거나, 저 사람은 이럴 것이라는 편견으로. 간혹 별 내용도 없는 글에 ‘좋아요‘가 많은 걸 볼 때면 이해가 안가지만 다들 공감을 해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분위기에 휩쓸려 억지로 공감을 하고, 나도 그 범주 안에 드는 사람임을 무의식적으로 어필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걸 비정상적 공감능력이라고 하며, 과도하게 감정이입이 되기가 쉽다. 그러나 이것 또한 안정된 곳에 소속감을 가지기 위함이다. 요즘 ‘인싸‘가 되기 위해서라면 죽는 거 빼고 다 할듯한 학생들을 자주 본다. 단지 관심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공감해주는 사람들에게서 얻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깐의 쇼맨십으로 얻는 공감은 얼마 못 가 나를 야위게 만든다. 공감 얻기에 목마르면 위험하고 자극적인 행동도 스스럼없이 하게 된다. 이런 걸 공감의 역설이라고 한다. 뭐든지 적당한 게 좋다.


4. 불완전하기에 기대되는 삶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크는 거다. 그런데 이제는 노는 것까지 돈 주고 시간을 내야만 놀 수 있다. 그렇게 자라서 성인이 되고 몸은 성숙해졌어도 정신은 십 대에 계속 머무는 미성숙한 모습을 간직하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 빼고 모두가 완벽해 보인다. 공부도 잘하고 재능도 있고 집도 잘 살고 인기도 많은 사람들. 내가 경쟁에서 밀린 게 아니라 시작부터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고 느낄 때가 온다. 부모가 없거나 가족이 부재중인 집의 자녀들은 이른 나이에 몸도 마음도 성숙해져버린다. 이처럼 인간에게는 불안정 혹은 결함이 항상 가까이에 붙어있다. 그러면 우리의 몸에서 나쁜 유전자들과 감각기관을 제거해버리고, 좋은 유전자만 강화시키면 무조건 좋아질까? 그런 것도 아니다. 걱정 하나 없는 사람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고 위험한 상황도 인지 못한 채 사고를 당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유전자라도 과다하면 치매 같은 질병을 일으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해진다. 이렇게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희망을 노래하고 미래를 움직일 수 있는 존재 또한 사람이 유일하다. 스스로를 정상이 아니라고 여기는 자들이여, 자책하지 말라. 모두가 가면을 쓰고 살아갈 뿐, 우리는 모두 정상인 혹은 비정상인이다. 저자는 위로를 하지 않으니 나라도 위로해주리라. 정 힘들면 나랑 같이 이선희 노래 들으며 마음을 달래자. 나도 최근에 펑펑 울었다우.



※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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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5-07 18:17   좋아요 1 | URL
불안이 나를 키우기도 하고 힘들게도 하고... 결국은 나하기 나름이지 않나 싶네요.

이선희의 어떤 노래로 마음을 달랬을까나요. 한바탕 웃음으로가 문득 떠올랐어요. ^^

물감 2019-05-07 18:25   좋아요 1 | URL
댓글 감사해요^^
저는 그중에 그대를 만나-뮤직비디오 보고 오열했습니다. 가사도 좋지만 영상속 스토리가... 흑흑

목나무 2019-05-07 18:28   좋아요 1 | URL
그 노래 정말 좋죠. 인연과 함께 가장 즐겨듣는 노래에요. ^^ 뮤비 저도 오늘 봐야겠어요

물감 2019-05-07 18:48   좋아요 0 | URL
ㅎㅎㅎ사실 이선희 노래는 뭘들어도 위로를 받아요. 꼭 뮤비 보셔요^^

coolcat329 2019-05-07 18:46   좋아요 1 | URL
리뷰를 너무 잘해주셔서 제가 책을 읽은 기분이네요.나에게 안좋다고 생각했던 감정들도 살아가는데 역시나 필요한 것들이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이 위안이 되는 글 같습니다.잘 읽었습니다.

물감 2019-05-07 19:10   좋아요 1 | URL
제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니, 황송하네요^^ 그만큼 마음이 약해져있었겠죠. 저랑 같이 나쁜감정을 받아들이는 연습해요ㅎㅎ

나비종 2019-05-07 20:13   좋아요 1 | URL
‘우리 몸에는 불필요한 것은 없으며 전부 존재의 의미를 가진다.‘라는 문장을 몇 번이나 읽어봅니다. 우리 마음에도 같은 맥락으로 존재의 의미가 있는 감정들이 담겨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지금 제 안에서 출렁이는 슬픔도, 우울함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이겠죠. 위안이 되었습니다. 많이 지치는 날을 보냈거든요. 감사합니다..

물감 2019-05-07 21:56   좋아요 1 | URL
계절은 여름이 되가는데 마음은 아직도 겨울인 이웃들이 많네요. 한명 한명 위로해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독서도 좋지만 가끔은 야외에서 햇빛도 쐬고 그늘에서 바람도 맞으면서 여유를 찾으시길...^^
 
설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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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이웃 나비종님과 둘이서 단출한 고전문학모임을 결성하여 같이 독서하기로 했다. 첫 번째 선정도서는 제인 오스틴의 ‘설득‘이다.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나는 고전문학과 친하지 않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내게 고전문학은 스포츠카랑 비슷하다. 스포츠카는 시동을 켜고도 예열 시간이 길어서 바로 운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예열이 마치면 폭발적인 주행이 가능하고 일반 차량과는 다른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고전문학 역시 마찬가지로 예열시간이 길어서 기다리는 동안은 답답해죽겠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현대문학과는 다른 깊이의 재미와 깨달음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경우는 전체 분량의 3분의 2 정도가 예열시간이다. 솔직히 특별한 이슈랄 것도 없는 무난한 이야기뿐이라 지루해서 혼났다. 진정 고전문학은 매번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가 싶다가도, 간간이 터져 나오는 그레이트한 문장 속에서 오는 깨달음 때문에 다들 이 맛으로 고전을 읽는구나 한다. 그래도 힘든 건 힘들군요.


준남작 월터 엘리엇 경은 아내를 떠나보낸 뒤 세 딸과 살고 있다. 그중 차녀인 앤 엘리엇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장녀는 어머니의 권한과 지위를 물려받아 가문의 안주인이 되었고, 막내는 제일 먼저 결혼하여 출가했다. 그러나 앤은 27살까지 어떠한 남자도 못 만나고 있다. 사실 8년 전에 사귀던 해군 대령이 있었는데 대모인 레이디 러셀의 결사반대로 강제 이별을 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연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막내의 시댁에는 죽은 군인 아들이 있었는데 그의 상사가 하필 앤의 첫사랑이었다. 게다가 대령은 아버지의 세놓은 집을 산 해군 제독의 처남이었다. 제독의 집에서 잠시 머물던 대령은 앤과 재회하지만 이미 감정은 식어버린 상태였다. 앤은 대령이 다른 여자들과 이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티 내지 못하고 한숨만 짓는다. 멀어질 대로 멀어진 두 사람의 거리는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까.


얼핏 보면 로맨스물 같지만 사회적 계급과 지위를 중시하는 허영심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작품 해설처럼 격식과 예절 뒤에 숨겨진 온갖 졸렬함과 이기심, 질투, 편견 등의 내용이 더 많다. 과거 영국의 젠트리 계급사회가 배경이라서 그런지 다들 겉치레와 허례허식만 쫓고 있었다. 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가문의 체면 때문에 지출 항목을 줄이지 않았던 아버지와 장녀. 레벨이 안 맞는다고 대령과 앤의 교제를 반대한 대모. 자신을 걸맞게 대우해주지 않아 불평하면서도 자존심을 꺾지 않는 철부지 막내. 이외에도 각자 잘난 듯 떠들어대는 상황이 잔뜩 나온다. 그렇게 이기적이고 한 성깔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앤 혼자만 온화한 성품을 지니고 컸는지 의아하다. 그보다도 일단 주인공의 매력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거의 테레사 수녀에 가까운 성격이라 캐릭터의 재미는 전혀 볼 수 없다. 아무튼 계급사회가 아니어도 이처럼 지위만 추구하고 내세우는 속물들을 현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인간 사회는 예나 지금이나 피차일반이다.


네이버에 설득을 검색하면 ‘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함‘이라고 나온다. 말 그대로 설득하는 상황이 자주 나오는데 자잘한 건 무시하고 주인공 두 남녀만 놓고 보자. 레이디 러셀이 대령과 헤어지도록 앤을 설득했던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당시 대령은 사회적으로도 높은 지위가 아니었고, 딱히 성공할만한 인물 같지도 않았으며, 앤이 더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이 모든 게 앤을 위해서라지만 사실은 앤이 아닌 러셀 자신을 설득한 것 밖에 되지 않았다. 러셀은 대령을 반대하던 것과 달리, 앤에게 안성맞춤의 남자를 어떻게든 교제하게 하려고 앤을 설득한다. 과거에는 러셀에게 설득을 당했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설득해나가는 앤이었다. 새 남자는 내 타입 아니라고 똑 부러지게 말했지만, 이미 대령에게 다가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와, 얼마든지 다른 여자들을 사랑할 수 있는 대령의 위치를 비교하며 본인을 달래고 설득했다. 두 남녀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지만 현재의 체면을 생각하며 멀쩡한 척을 한다. 답답하기도 한데 이해되기도 하고 참 거시기 허여. 아무튼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멀리 돌아왔지만 결국 하나가 된 이들이 참으로 부럽스므니다.


등장인물이 많지도 않은데 구글 번역기 돌린 것처럼 어색한 번역 때문에, 안 그래도 복잡한 구도가 더 복잡하게 느껴졌다. 또한 서로 간에 자잘한 감정 마찰도 많아서 어수선했다. 특히 집안 내외의 분쟁은 거의 ‘왕좌의 게임‘ 축소판 수준이다. 왕겜은 미드로 1기까지 보다가 너무 복잡하고 진도가 안 나가서 하차했는데, 이 책은 근성으로 완독해냈다. 진짜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고 있어 작가의 의도가 뭔지 잘 모르겠다만, 레이디 러셀을 보며 약간 알겠더라. 자신의 사고방식과 맞지 않는 사람은 위험한 것이고, 맘에 드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올바른 정신을 가진 자라고 속단하는 그녀. 잠깐의 그릇된 판단으로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앤의 행복을 수년간 뺏어버린 결과를 낳았다. 설득이란 게 보통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 하는 건데, 꼭 좋은 결과만 있는 건 아님을 알게 됐다. 신선하군.


인물 간의 관계도 가족과 가족의 지인 정도로 폭이 좁고, 무대 배경도 이웃집과 시골 무도회 정도로 제한되어있고, 본격 로맨스보다는 영국 계급사회의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가 대부분인 이 작품은 아무리 봐도 독자의 이목을 끌만한 장면은 없어 보였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사랑받는 작품이라 하니 그런가 보다 해야지 뭐. 두껍지도 않은 책을 한 800 페이지 읽은 것처럼 오래 걸렸다. 고생한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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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07 11:12   좋아요 1 | URL
영국 드라마로도 있는데 재밌더군요...

물감 2019-05-07 11:48   좋아요 1 | URL
고전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던데요, 글보다 영상이 더 나으려나요... 그보다 레삭매냐님은 진짜 모르는게 없으신 분 같으심🤔

나비종 2019-05-07 14:29   좋아요 1 | URL
우리는 해냈습니다! 박!수!! 이제 어떤 종류의 무재미도 웬만하면 극복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ㅋㅋ

물감님의 리뷰를 읽고 추가하고 싶은 제 의견을 몇 가지 적습니다.

1. 두번째 단락 : 앤과 재회한 대령의 감정이 과연 식어버린 상태였을까요? 아무와나 결혼할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깊은 곳에 있는 마음은 상처입은 마음에 가깝지 않았을까요?

2. 네번째 단락: 두 주인공이 여전히 사랑하지만 현재의 체면을 생각하여 멀쩡한 척 했다고 표현하셨는데, 체면때문이기도 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알게 되었을 때 혹여 그것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스스로 상처받기 두려운 마음이 더욱 크지 않았을까요?

3. 다섯번째 단락: 이미 물감님께서 세번째 단락에서 ‘러셀 자신을 설득한 것 밖에 되지 않았다.‘라 언급을 하신 것처럼, ‘설득이란 게 보통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로 쓰신 문장의 ‘좋은 결과‘ 앞에 ˝나에게˝라는 말을 추가하면 이 모든 상황이 설명될 것 같습니다. 나에게 좋은 결과가 반드시 상대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상의> 고전문학 2탄! 이어서 뛸까요? 아님 지친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다른 책으로 놀러갔다 올까요? 결정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물감 2019-05-07 18:20   좋아요 2 | URL
1. 제가 남자라서 그런지 같은 남자입장에서 적어보았습니다. ‘식었다‘라고 적긴했지만 사실은 두마음이 엄청 싸우고 있겠죠. 저도 이거 무슨 기분인지 알거든요...하하. 남자들은 대령처럼 차도남 컨셉잡고 센척이라도 해야합니다. 안그러면 와장창 무너질테니까요^^;

2. 이것 역시 1번 대답과도 이어지는데요, 속마음이 들키지 않게 체면과 입장을 생각하는 ‘척‘이라고 봅니다. 두사람의 감정선을 보면 후반에는 상처받기 두려운 마음이 맞는 듯해요. 그런데 초중반에는 그정도까지는 아니었을거라는 짐작을 해봅니다.

3. 이 의견은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일단 ‘나에게 좋은 결과‘란 러셀 자신에게 해당되는 말일텐데, 러셀이 본인 좋고자 앤을 설득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분명히 앤을 사랑하고 아껴서 그랬을거에요. 그러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고, 러셀은 의도치 않게 앤을 슬픔으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해요. 아마 본인은 끝까지 이 사실을 모르겠죠.
나에게 좋은 결과가 상대방도 좋을 수 없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러셀은 자신을 위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결과를 가져왔기에 그런 표현을 적어봤습니다 ^^


일단 한달에 한 권씩 읽는걸로 진행해보는건 어떨까요ㅋㅋㅋ저는 멀티태스킹이 안되어서 여러권을 못읽어요 ㅠㅠ 나중에 속도가 붙으면 월 2회 하는것으로...ㅋㅋ

나비종 2019-05-07 19:46   좋아요 1 | URL
1. 차도남 컨셉잡고 센척..에서 빵터졌습니다.ㅎㅎ
2. 물감님의 답변을 보고 생각해보니 님의 생각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이런 관점은 얼마 전부터 갖게 되었습니다. 종교에서 기도를 하거나 불공을 드릴 때가 있잖아요. 그게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 하는 생각을 해봤거든요. 다른 이의 행복을 빌어주는 행동이 표면적으로는 기도하는 대상을 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결국 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렇게 해야 본인의 마음이 편해지니까. 다른 사람의 행복으로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 자체가 이타적인 면이 다분히 있지만. 맘껏 비뚤어질테다!도 아닌데 마음 한켠에 그런 생각이 계속 들거든요. 음..아직도 답을 잘 모르겠습니다..

콜입니다~ㅎ 저 역시 멀티가 안되는, 한 번에 한 우물만 디립다 파는 인간인지라, 당분간은 월 1권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것 같아서 뭉클하네요..

카알벨루치 2019-05-07 17:25   좋아요 1 | URL
예열 너무 긴데 제인 오스틴이라 용서합니다 사놓고 묵히고 있는 중인 <설득>되겠습니다 ^^

물감 2019-05-07 18:22   좋아요 1 | URL
아 이작가는 원래 예열이 긴가요? 오만과 편견읽고 싶은데 겁나네요ㅎㅎㅎ

카알벨루치 2019-05-07 18:43   좋아요 1 | URL
제가 <오만과 편견>을 대학때 레포트 때문에 읽었는데 넘 좋더군요 명작입니다 그땐 읽어야하기에 예열이나 뭐시고 없이 읽어 느낌이 말씀드리기가...쩝!ㅋ

물감 2019-05-08 08:59   좋아요 1 | URL
명작이면 이해해줘야죠ㅎㅎ
언젠가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