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2
헤르만 헤세 지음,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BTI 검사 결과 INFJ인 나님은 한마디로 이방인이라서 평생을 고통 중에 방황하는 유형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무겁고 적막한 이야기에 끌리고, 그토록 페이소스를 중요시했던 게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사실 그렇게나 삶이 힘들면 즐거움과 평안을 쫓아야 할 터인데 오히려 스스로에게 시련을 가함으로써 고통의 삶을 자처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근데 나의 내면 어딘가에서는 이 같은 시련이 있어야 자아가 성장한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어도 꼭 트라우마로 맘 고생하고 성장통 씨게 겪는 인물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곤 한다. 재밌게도 고전문학에는 그런 캐릭터들이 넘쳐나는데, 많은 나라 중에서 독일 쪽이 나랑 잘 맞는 것 같고, 여러 작가들 중 헤르만 헤세와 가장 잘 맞는 듯하다. 헤세의 삶 또한 방황과 시련 그 자체였고, 그래서 그는 항상 자아를 찾고자 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작품이 다 고만고만해 보여 혹자에겐 지겨운 인상을 주겠지만, 나 같은 이방인에게는 참으로 고맙기만 한 작가란 말씀. 나의 아픔을 헤아리고 어루만져 주는 작가를 살면서 몇 명이나 만나보겠나. 헤세, 당신은 그저 빛...


동네에서 영재 소리 좀 듣던 초딩 한스는 명문 신학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도 모범생이 되어 선생들의 관심과 총애를 받는 공부의 신, 한스. 전국에서 모인 돌아이들 가운데 랭킹 1위인 하일너와 단짝이 되고부터 한스의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다. 의욕 저하로 성적과 사회성이 쭉쭉 떨어지고, 그러다 결국 정신쇠약증에 걸려 퇴학을 당하고 만다. 이후 어떻게 해봐도 병이 낫질 않자 죽음으로 고통을 끝내려던 그에게 한줄기 빛이 내려온다. 그것은 바로 LOVE...


앞서 말한 대로 나님은 방황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나 정확히는 극복과 성장보다는 고뇌와 방황에 더 주목하는 편이다. 우리 아싸들이 겪는 방황은 뭐랄까,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만 같아서 주변에 탄식과 아우성이 끊이질 않는다. 주인공 한스도 마찬가지였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살았다 보니 어느새 미세한 자극에도 금이 가는 유리멘탈이 된 주인공. 낚시가 유일한 취미이자 기쁨이었는데 그마저도 학업 때문에 내려놓았고, 이로써 ‘나‘를 잃어버린 소년의 보이지 않는 방황이 시작되었다. 이어서 신학교 희대의 빌런, 하일너의 등장으로 한스의 자아는 흑화하고 독자들은 뜨악한다. 솔직히 이거 <데미안>의 베타버전 아닙니까, 글쎄?


천재 소리 듣는 하일너는 학업에 관심이 없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대 자연과 시 쓰는 일에만 몰두하는 친구였다. 그의 사차원적인 말과 행동에 모두가 등 돌렸지만 오직 한스만이 하일너에게 끌렸고, 모양은 달라도 목적이 같은 벌과 나비의 관계로 발전한다. 하일너의 돌발행동들은 착한 아이였던 한스에게 엄청난 충격과 자극이었고, 누가 시켜서가 아닌 제멋대로 인생을 재단해가는 친구를 보며 나도 모르는 스위치가 켜지고 만다. 알고 보니 행복은 결코 성적순이 아니었고, 꼭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게 정답이 아니었다. 친구의 반항과 이탈이 옳다고는 말 못 해도, 그 금지된 것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찾아간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은 주인공. 그러니까 이제껏 자신은 남을 위한 인생을 살았고, 하일너는 철저하게 자기 인생을 살았던 거였다. 이제까지 내 인생에 내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한스는 청소년의 허물을 차례차례 벗어던진다.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 빨랐다는 게 문제였다. 와장창 깨져버린 유리멘탈은 한스를 통제불능의 정신병자로 만들어버렸다. 그를 잡아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는 학교를 떠나 곁에 없었다. 이젠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그 사실이 한스를 깊은 수렁에다 던져넣은 것이다. 그렇게 한스는 커다란 수레바퀴에 깔린 채로 있어야 했다.


근데 하일너가 전교생에게 버림받았을 때에 한스도 그를 외면했었다. 그러자 혼자가 된 하일너를 보며 자신이 얼마나 야만적이었는지 알게 되었고, 다음엔 자신이 혼자가 되어보니 학교가 얼마나 야만스러운 곳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최고의 교육을 자랑하고, 우수한 신학생을 양성하는 신학교가 어쩜 이렇게 영혼을 달래주는 법도 모른단 말인가. 어느덧 몸도 정신도 커버린 소년은 손상 부위를 잘라내려고만 하는 신학교를 이해하지 못해 마음이 완전히 떠버린다. 자신이 그토록 방황할 때 진심으로 대해준 이가 아무도 없자, 어째서 하일너가 그렇게 혼자 겉돌다 학교를 떠나야 했는지 겨우 이해한 것이다. 보다시피 이 두 사람은 이상주의자다. 이런 사람들은 삶의 의미와 목적이 의식주에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성 떨어지고 현실성 없다는 말을 듣기 쉽다. 누구보다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타입인데 본인들도 그 점을 모르고, 남들도 알아주질 않으니 상처가 점점 벌어져 더 이상 손쓸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다. 과연 헤세는 불완전한 자아의 붕괴 과정을 아주 세밀하게 다루는 감정 조절의 달인이다. 살아생전 헤세가 겪은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지 전혀 가늠이 안된다.


고향에 돌아온 한스를 누구도 반겨주지 않았다. 이제 개천에서 용 나올 기대는 물 건너갔으니까. 공부밖에 할 줄 모르던 애가 공부를 내려놓으니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아직 한참 어린 나이인데 벌써부터 실패한 인생이라는 낙인이 찍힌 것이다. 대체 절망이 그를 어디까지 데려가려는 걸까. 한스는 요양하면서 유년시절에 좋아했던 것들과 멀어지게 된 일들을 떠올린다. 또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마음이 끌리던 미지의 것들을 추억해본다.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였던 나의 존재는 과거에 머물러 있었고, 그렇게 자신을 찾고 나자 병세도 점점 회복되는 게 아닌가. 이쯤에서 어린 한스에게 무거운 짐을 짊어주던 부친과 동네 어른들을 생각해보자. 아이에게 미래만을 강조하고 요구하면 아이는 자신의 현재를 부정당한다고 느낀다. 그게 반복되면 현재를 회피하려는 본성이 눈뜨는데, 문제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도망 간다는 데에 있다. 아직 자신에게 어떤 기대가 있기 전의 시절로 말이다. 결국 살려고 하는 행동들이 반대로 자신을 잡아먹는 셈이니, 갈수록 심각해진 한스의 병 증세도 사실 이상할 게 없었다. 여하튼 나를 찾아낸 시점에서 소년의 길고 긴 방황은 끝났다고 봐도 된다.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았지만 이쯤 하기로 하자.


과거의 나도 나고, 현재의 나도 나다. 어느 한 쪽도 부정할 필요는 없다. 세월이 나의 많은 것을 가져갔대도 뿌리만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거든. 나보고 넌 이쪽으로만 가야 한다고, 그게 후회 안 할 선택이라 말하는 타인에게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남들이 나를 알면 뭐 얼마나 안다고. 나를 제멋대로 규정한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내 존재가 인정받는 게 아니올시다. 찍먹파라고 해서 부먹을 먹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깐요.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2-02-21 09:21   좋아요 4 | URL
전 반만 부어서 찍먹반 부먹반 입니다~!! 고전문학도 확실히 나라마다 분위기가 다른거 같더라구요. 저는 프랑스쪽이 좀 맞던데 독일도 좋더라구요. 그리고 데미안 베타버젼 맞는거 같아요 ㅎㅎ 이 책하고 분위기는 약간 다르지만 저는 크눌프하고 클링조어가 더 좋더라구요 ^^

물감 2022-02-21 10:26   좋아요 3 | URL
ㅎㅎㅎ 선택권이 있다면 저는 무조건 찍먹이요. 아 근데 새파랑님의 취향은 러시아 쪽 아니셨나요? 프랑스도 좋긴 한데 제게는 너무 고상하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프랑스는 고전보다는 일반문학이 좀 더 좋아요^^ 반대로 독일은 일반문학이 그저 그런데 고전문학은 넘나 좋고요 ㅎㅎ 말씀하신 크눌프랑 클링조어도 킵해두겠습니다!

새파랑 2022-02-21 11:08   좋아요 2 | URL
예전에 러시아만 너무 파서 요새 읽고 싶은게 별로 없네요 ㅜㅜ 생각해보니 러시아를 요즘 너무 등한시 했습니다 😅

물감 2022-02-21 11:16   좋아요 3 | URL
ㅋㅋㅋ 사랑이 식으셨군요. 이래서 불타는 사랑은 위험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새파랑 님의 전작주의를 말리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2-02-21 21:22   좋아요 2 | URL
저도 반은 부먹 반은 찍먹이에요~
저는 프랑스가 좀 더 끌리지만 막상 독일 문학 읽으면 그 진지함!에 정말 반하고 그걸 읽고 있는 제가 너무 좋은거 있죠. ㅋㅋ 많이 못 읽은게 반전이지만요😅
근데요...독일 추리소설은 참 재미없더라구요.

물감 2022-02-21 21:42   좋아요 2 | URL
독일인들에게는 유머가 없기 때문에 진지한 고전소설은 괜찮지만 일반소설은 지못미나 다름이 없죠... 희로애락을 구경하기가 완전 별따기에요ㅋㅋ

나비종 2022-02-21 18:12   좋아요 2 | URL
밝은 경로로 대놓고 떠도는 인터넷간이검사를 몇 번 해본 적이 있는 데요, 예전에는 INFJ가 나오더니 작년 말에는 ISFJ가 나오더라구요. 과연 나란 인간의 정체가 뭔가 싶어 방금 다시 해보니 ISFJ를 고수하는군요. 뭘 지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비종은 ˝용감한 수호자˝~ㅋㅋ
음~ 저는 이야기의 경중을 떠나 선명한 색깔을 드러내는 게 좋습니다. 애매하게 흐지부지한 건 딱 질색이라 열린 결말 이딴 거 싫어하는 유형입니다. 한 번 꺼낸 이야기는 작가만의 결말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해피엔딩이건 새드엔딩이건. 해피와 새드의 판단은 독자의 몫이구요.
물감님처럼 헤세의 작품이 저에게도 잘 맞습니다. 자전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점도 좋구요, 억지스럽지 않고 물 흐르듯 전개되는 서사의 흐름도 좋구요, 잔잔히 밀려드는 깊이가 마음에 들거든요. 직접 겪은 상황이기에 뿜어져나오는 섬세한 심리 묘사도요. 무엇보다 거만하지 않은 문체가 제 스타일입니다~^^

첫번째, 두번째 단락의 마지막 문장에서 뿜을 뻔 했습니다.ㅋㅋㅋ 물감님만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문장, 쩌는 매력, 이거 어쩌죠?ㅎㅎ

정체성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에 도약이 없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헤세의 문장은 뚝뚝 끊기는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적이라 좋거든요. 아날로그는 끊김이 없으므로 끝까지 붙들고 끌고 가는 내공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게 어디서 나올까 내내 생각했거든요. 방황과 시련이 작가에게 준 선물일까요.
음, <데미안> 스타일이 조금씩 변주되어 등장하는 이유를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방황했던 헤세가 절실히 필요로 했던, 어쩌면 스스로 되고 싶었던 대상을 주인공과 나란히 세운 게 아닌가 하구요. 데미안은 다소 신적인 신비로움과 통찰력을, 하일너는 한스가 갖지 못한 과감한 일탈을 구현한 인물이었죠. 그런 정반대적인 인물을 주인공과 대비시켜 플러스 마이너스로 제로 효과를 낼 작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한 점으로 수렴하면서 결론이 극대화되는 거죠.

‘모양은 달라도 목적이 같은 벌과 나비의 관계‘라는 표현은 어떻게 해야 나오는지요? 감탄했습니다~ㅎㅎ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문장 앞에서 공감하면서도 한참 생각합니다. 일정 수준의 돈을 넘으면 돈순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나의 행복은 무엇에 의한 순인가. 이걸 알려면 MBTI를 잘 알아야겠구나 하구요.ㅋㅋㅋ 나를 잘 알아야 내가 어떨 때 기쁘고 편한지 알고 그 방향으로 가겠구나 싶어서요~^^

하일너와 한스를 보면 헤세의 자아가 반반 섞여있는 것 같거든요. 하일너가 버림받았을 때 한스가 그를 외면한 상황은 작가가 그 자신의 자아를 스스로 외면했던 상황을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어요. 여기에도 서 보고, 저기에도 서 보면서 입장 바꿔 스스로를 두루두루 둘러본 헤세님, 엄지척~!

이 작품에 굳이 열린 결말스러운 부분을 찾자면 한스의 죽음일 텐데요, 그의 죽음에 스스로의 의도가 어느 정도 포함되었을까요. 한스는 나를 찾았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 조금은 기쁘지 않았을까요.
저는 교사의 시선으로 작품을 따라가다보니 주변의 등장 인물들을 행동과 심리를 바라보면서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과거의 나도 나고, 현재의 나도 나다.‘ 공감합니다. INFJ였던 저도 저고, ISFJ였던 저도 저거든요. 몇몇 관계들은 과거의 그들을 붙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인 듯 내가 아닌 나인 것처럼, 그들도 그인 듯 그가 아닌 상황인데 말이죠. 결론은 있을 때 잘해?ㅎㅎ
역시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 인간으로서의 나와 사회적 관계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언젠가 이 책을 읽으려는 생각에 꽤 오래 전에 사둔 책이지만, 물감님이 아니었더라면 2022년 2월에는 만나지 못했겠죠? 이 절묘한 타이밍을 가져다주신 물감님께 감사드립니다~ㅎㅎ^^

물감 2022-02-21 19:23   좋아요 2 | URL
이럴수가, 과거에는 인프제였다니 세상 반가운데요? ㅋㅋ 근데 과학이 주 과목이니 s로 바뀔 수 밖에 없었겠네요. 색깔의 선명함으로만 치면 데미안보다 이 책이 더 선명하긴 해요. 아마도 자전소설이라 그렇지 않나 싶고요. 비교적 초기작이라 그런지 데미안 보다는 문체가 소프트해서 좋았네요 ㅎㅎ

물감표 msg, 성공인가요?ㅋㅋㅋㅋ하일너는 건들지 못할 말벌 같았고, 한스는 힘없이 나풀나풀대는 나비 같았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지만 꿀을 찾아다니는 건 똑같더라고요. 단지 한스가 나는 법을 좀 늦게 배운거죠. 기어만 다니던 애가 하늘을
날아 다니니 그 기분이 얼마나 짜릿했겠어요! 데미안에서는 알을 깨고 비상하는 새에 비유했다면, 이 작품은 번데기를 뚫고 나온 나비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도약없이 진행되는 아날로그 감성의 글, 저도 공감이요! 튀는 구간이 하나도 없어서 참 편안하게 읽혀져요. 편안한 내용도 아닌데 말이죠. 헤세가 성인이 아닌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글을 쓰지 않았나 해요. 그러니 어려운 표현도 잘 없고, 으스대거나 훈계조의 느낌도 없는 게 아닐까요? 이건 저의 뇌피셜.. ㅋㅋㅋ

한스가 하일너를 외면한 것은 헤세가 자아를 외면한 것이라!? 이것도 되게 신선한 관점과 해석이네요. 독서모임은 이런 견해를 공유할 수 있어서 넘넘 좋아요^^ 매번 나비종님의 깊은 통찰력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내 자신을 더 자세히 알아가는, 또 나에게 관심을 가져보는 귀한 시간이었어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달에 또 만나요 ^^

coolcat329 2022-02-21 21:40   좋아요 3 | URL
제가 3년전 이제부터 고전문학을 읽자 다짐을 하고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이었어요. 그래서 참 애정이 가는 책이에요.
위에 나비종님처럼 저도 ‘벌과 나비의 관계‘ 라는 표현이 좋았어요.
‘헤세, 당신은 그저 빛...‘이것두요
저도 갑자기 헤세의 소설 읽고 싶어 지네요. 🙂

물감 2022-02-21 21:55   좋아요 2 | URL
저의 첫 고전문학은 데미안이었어요. 뭐 그때는 잘 모르고 읽긴 했지만... 그러고보니 둘다 헤세 작품이 고전의 첫만남이었네요. 역시 나랑 잘 통하는 쿨캣님😀
저의 msg를 좋아해주시는 쿨캣님과 나비종님이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ㅎㅎㅎ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고전 문학. 이 어렵고도 지루한 타국의 옛이야기들을 어려서부터, 학생 때부터 읽어야 한다고 그렇게들 강조하고 권장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다른 건 몰라도 고전은 꼭 읽어야 한다는 그런 떠도는 말들이 오히려 독서에 반감을 가지게 만들지 않나 싶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수준 높은 고전을 책린이한테 권하는 게 가당키나 한 건가. 아 물론 청소년 수준에 맞는 고전들도 있겠지. 그런 작품이라도 읽으면 한두 개쯤 얻을 건 있겠지. 그래도 나는 책린이가 충분한 사유를 즐길 때까지는 억지로 권하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독서생활 n년차, 이제는 다양하게 읽으려고는 하는데, 고차원의 작품을 만날 때마다 매번 똑같은 속상함을 느낀다. 지금 이걸 읽을 단계가 아닌데 너무 빨리 만나서 이해도 못 하고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둬야 하는 게 안타깝다. 그렇다고 훗날에 다시 찾게 될까? 그러지도 않을 거다. 인생은 짧고 읽어야 할 책은 많으니까. 독서력을 더 키우고서 어려운 책을 만났다면 지금보다는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괜히 지금 읽어서 즐거움의 기회를 날려버렸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독서는 단계별로 해줘야 된다.


그 단계별 독서를 하지 않은 탓에 이번 독서도 대 실패다. 몇 년간 지켜보기만 했던 밀란 쿤데라. 그의 글이 쉽진 않아도 읽을만하다고는 들었다. 하여 이건 재미있다고 주입시키면서 읽었는데, 과연 시작부터 심오한 저자의 인생철학이 대거 쏟아져 나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1부만 읽고 요 정도면 소화 가능 범위다 했건만 2부로 넘어가니까 서사는 거의 없고 철학적인 문장들로 가득하여 잔뜩 쪼그라들었다. 아아 멀고도 멀었도다, 나님이여. 반성하고 있다. 읽으면서 ‘알랭 드 보통‘이 생각났는데, 그래도 알랭은 서사 베이스에 철학을 버무려서 읽기라도 수월했지, 쿤데라는 철학 베이스에 서사 몇 방울 짜넣어서 이게 소설인지 에세인지 전공서인지 아유 참 혼란하다 혼란해. 이상 책린이의 넋두리였습니다.


소련의 침공으로 공산주의에 물든 체코가 주 무대이다. 이 가운데 남녀 네 명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돌아간다. 많은 이성과 열심히 성생활을 즐기는 남자 1호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 여자 1호를 만나 한 집에 산다. 남자 1호는 여자 1호를 좋아하지만 여전히 바깥 생활을 즐긴다. 한편 남자 1호의 정부인 여자 2호는 만나고 있던 남자 2호를 떠나버린다. 대략 이 정도로 요약을 해뒀지만 이 책의 전개는 두서도 없고 주제도 썩 일관되지 않는다. 그만큼 어려운 책이다. 저자의 사상, 체코의 역사, 철학의 개념을 배워놓지 않았다면 쿤데라의 작품들은 패스하길 바란다. 여튼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사랑-결혼-삶-이성-직업-정치-종교 등등 다양한 분야를 파고든다. 알아듣기도 어렵고 글맛도 없었지만 저자의 침 튀기는 열변을 듣다 보니 결국 다 읽기는 했다. 여러분, 이거 소설 아닙니다. 아무튼 아님. 속지 마세요.


쿤데라가 말하는 가치관, 신념, 이상향에는 가벼움과 무거움이 공존한다. 그 많은 메시지를 이분법적 사고로 판단해도 되나 싶지만 일단 그렇게 받아들여본다. 가벼움을 원하는 쪽은 상대의 무거움을 느끼고서 멀어진다. 혹은 무거움이 좋은 쪽은 가벼움의 추구를 이해하지 못한다. 남자 1호는 이성들과의 육체적 사랑은 나눠도 정신적인 교감은 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육체적 사랑은 생명력을 가진 가벼움이며, 거기에서 자신을 찾고 정의한다고 믿는다. 그에게 반한 여자 1호는 콩밭에 가있는 남자 1호의 마음을 사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남자 1호의 무거움을 이용해야만 했으니, 그의 무거움은 그녀에게 가벼움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끝까지 읽어보면 서로가 반대되는 모습을 띄게 된다. 이로써 존재의 본질이 영원에 있지 않고 변하는 데에 있음을, 가벼움도 무거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쿤데라는 그 많은 열변을 토한 거였다. 많은 내용 중 빙산의 일각만 겨우 알아들었으나 제대로 이해하고픈 생각은 안 든다. 그냥 리뷰도 패스할걸 그랬다. 쩝.



댓글(8) 먼댓글(0) 좋아요(7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2-02-14 06:42   좋아요 2 | URL
물감님이 어떤 기분으로 책을 읽으셨을지 느낌이 옵니다 ㅋ 저도 쿤데라 이 책 어렵게 읽었던 기억만 납니다~ 철학 베이스란 말에 완전 공감이 가네요 ^^ 그래도 어려우면 왠지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ㅎㅎ

물감 2022-02-14 07:22   좋아요 2 | URL
흑흑 새파랑님 왤케 반갑죠? 모든 평들이 전부 극찬 뿐이어서 넘나 자괴감 들어요...ㅋㅋㅋ

coolcat329 2022-02-14 09:55   좋아요 2 | URL
아, 이 책! 저는 삼 년전에 읽었어요. 네 저도 어려웠습니다.ㅠㅠ 책을 펼치자마자 니체의 영원회귀가 나오고 ㅎㅎ
물감님 리뷰보니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근데 저는 어렵긴 했어도 당시 이런 스타일 소설 처음 읽어봐서 ‘참 실험적이고 멋지다‘ 감탄 비슷하게 한 기억이 납니다.
저도 쿤데라 다른 책 또 읽어보고 싶은데 선뜻 손이 안가긴해요 ㅋㅋ

물감 2022-02-14 11:28   좋아요 2 | URL
다시 읽고 싶다니, 쿨캣님의 탐구 정신은 대단하십니다 ㅎㅎㅎ
아 이런 책 너무 어려워요. 저는 노년이 되어서도 이해 못할 거 같네요...
저는 공부 목적으로 독서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습니다 ^^;

레삭매냐 2022-02-14 15:28   좋아요 2 | URL
물감님의 의견에 격렬하게 공감
하는 바입니다.

책읽기에도 역시나 독서 근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준비가 되면, 어렵던 책들도 가
뿐하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
니다.

고전의 즐거움 대신, 수업 때문에
혹은 입시나 점수 때문에 읽는다
는 게 현대판 비극이 아닐까 싶네요.

<참을 수 없는>은 두 번인가 도전
했다가 결국 완독에 실패했는데 물
감님의 리뷰를 보니 다시 한 번 도
전해 보고픈...

물감 2022-02-14 16:10   좋아요 1 | URL
맞아요, 독서근육. 그게 없어서 떠나보낸 책들이 얼마나 많았는지요. 주변에서 붐이 일어난다고 덜컥 따라읽어선 안되겠더라고요. 넘사벽을 만나서 슬럼프에 빠지는 일 만큼은 피해야만 해요ㅠㅠ
쿤데라 작품 중에 얇은 것도 있으니 그거 먼저 시도해보심 어떨까요? 이 책은 분량의 압박도 그렇고 진도가 넘 느려요...

- 2022-02-20 17:26   좋아요 2 | URL
독서력 높여서 한 번 더 도전하시면 좋겠어요. (하지만 저도 개인적으로는 이 책 안좋아함) 그러나 아직까지도 ‘키치‘에 관한한 명문장들은 흐릿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소설도 지적인 책을 더 좋아하는 듯요. (아니면 세계관이 탄탄하던가) 그리고 소설의 경우 막 읽고 난 뒤보다는 몇 달뒤에 남겨질 흐릿한 인상으로 그 책을 평가 하는 것 같아요. 그 기억에 의거하면 이 책 좋은 책이었던 것 같고요.
하지만, 물감님 말대로 오늘 하루 홀라당 다 사라지게 만드는 흡인력있는 소설 읽기의 쾌감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책이 세상에 많아서 참 다행입니다!

물감 2022-02-21 11:02   좋아요 2 | URL
제가 왜 쿤데라하고 안맞는지 알아냈어요. 제 성향은 철학보다 인문학/심리학 쪽이라서 그런 거였어요 ㅋㅋㅋ 물론 깊게 파고들면 다 연관이 있겠지만요. 제 성격상 통찰력을 공부하기보단 번뇌로 체험하며 배우는데, 이런 것도 T와 F의 차이일까요?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독서력은 키워놔야죠. 저는 한 60세쯤 된다음 쿤데라에 도전하렵니다. 읽을 책은 정말 정말 많아요. 저 안그래도 읽는 속도 느린데...
 
호밀밭의 파수꾼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28
J.D. 샐린저 지음, 김재천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안녕, J. 오랜만이야. 건강히 잘 지내지? 우리 헤어진 지가 벌써 10년도 더 넘었네. 코시국인데 사는 건 좀 괜찮아? 나는 뭐 퇴근하면 집에서 책이나 읽고 평이나 쓰면서 느긋하게 살아. 신기하지? 그렇게 싸돌아다니던 애가 왜 갑자기 집돌이가 됐냐고 다들 그래. 글쎄,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 아무튼 평소같이 책 읽다가 문득 네 생각이 나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전하지도 못할 편지를 써. 근데 우리 옛날에 쪽지랑 편지 되게 많이 주고받았잖아. 싸이월드 방명록이랑 댓글도 많이 썼고. 그러니까 갑작스러운 편지에 어색해하지는 마. 어차피 이 편지는 수취인 불명이 될 테니까. 우리는 한 번도 책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네가 책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어. 네 방에는 높다란 책장이 있었고 많은 책들이 꽂혀 있었으니까. 내 기억에는 비문학이 더 많았는데 소설도 몇 권 있었던 거 같아. 해리포터 원서도 기억이 나네. 혹시 <호밀밭의 파수꾼> 이거 읽어봤어? 네 취향상 안 봤을거 같긴 한데, 여튼 이 책 주인공이 예전의 우리하고 좀 닮았어. 에, 그러니까.. 인싸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아싸의 몸부림이랄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모르겠으면 계속 읽어봐.


이제는 그림도 악기도 다 접었어. 아, 노래 부르는 건 여전히 좋아해. 언젠가 다시 만나 노래방이라도 간다면 네가 좋아한 노래는 불러줄게. 나는 너의 <kiss the rain> 연주를 다시 듣고 싶어. 너도 나처럼 음악 접었으려나. 아무튼. 위에서 말했듯이 책 읽고 글 쓰는 게 유일한 낙인데, 이 편지를 빌려 서평을 같이 써볼까 해. 물론 너도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 일단 네가 안 읽었다고 가정하고 쓸게. 이 책은 청소년 베스트 필독 도서인데 그보단 본격 중2병 소설로 더 유명하거든? 세상만사가 불만이던 남학생이 홧김에 일탈하는 다소 낡은 내용인데 이게 뭐라고 전 세계가 좋아하나 싶은 거야. 그래서 읽어보니까 왜 다들 호밀밭, 호밀밭 했는지 알 것도 같애. 우리가 그토록 방황하고 허무해하던 때로 되돌아간 기분이었어. 이게 뭐랄까, 반갑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또 잘 잊고 있었는데 억지로 생각난 것도 같고 참 기분이 묘하네. 네 기분도 나 같을까.


전에 내가 사는 게 따분하다고 했던 거 기억나? 학교 애들이 죄다 유치해서 못 놀겠다 했던 것도? 이 책의 주인공이 그때의 나와 딱 비슷했어. 사교성 있고 친화력 좋은 너도 가끔 무기력하고 만사가 허무하다 그랬었잖아. 그래서 너도 읽어보면 금방 공감할 거라 생각해. 주인공이 뭐랄까, 하여간 진짜 답 없는 놈이야. 근데 이런 애들이 워낙 많아서 읽어도 별생각은 안 들어. 이 친구는 네 번째 옮긴 학교에서도 낙제 받아 퇴학당한 몸인데, 학교고 집이고 뭐고 다 싫어서 그냥 가출하고 자유인이 돼. 그리고 가진 돈을 신나게 탕진해버려. 성인인 척 같잖은 허세를 부려대고 온갖 거짓말과 감언이설을 달고 살아. 반마다 문제아들이 한 둘씩 꼭 있었는데, 여튼 그런 애들이랑 호밀밭 주인공 하고는 좀 결이 달라. 한없이 삐딱했다가 갑자기 사랑을 외치고, 환멸 나다가도 낭만을 추구하는 게 딱 나 같은 성격이야. 나도 얘처럼 세상이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우리의 그 많던 고민들은 사실 별게 아니었는데 그땐 왜 그리 심각했던 건지 모르겠다. 이 책은 우리의 지난날 구석구석을 떠올리게 해줘. 아마 J, 너도 너만의 경험과 감정으로 주인공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될 거야. 이 책은 작가의 의도가 크게 중요치 않은 그런 책이야. 


보니까 가족들이 소년만 빼고 다 머리가 좋아. 거기서 오는 열등감도 그렇고, 사랑했던 여동생의 죽음과, 나를 이해 못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 속물들에게 느낀 염증 등등. 이 정도면 뭐 삐뚤어질만한 하네, 안 그래? 이제야 말하는 건데 너의 헤픈 그 씀씀이를, 너의 당연한 물욕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어. 나는 너로부터 속물근성이 뭔지를 알게 됐고, 그런 타입들을 꺼려 하게 되었어. 그때는 좋아하는 감정이 더 커서 티 내지 못하고 미련하게 오랜 속앓이를 했던 거야. 그래서 나는 이 소년의 투정과 어리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었어. 너도 이 편지를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그때의 나를 더 잘 이해하리라 생각해. 나도, 호밀밭 소년도 절대 자존감이 낮은 건 아니야. 다만 믿었던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하니까 괜히 더 소심해지는 거지. 


세상은 충분히 지겨웠고 사람들은 다 한심해 보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 제 나이보다 일찍 성숙해서 그랬던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제멋대로인 주인공의 하나부터 열까지가 전부 공감이 돼. 일탈해본 적이 없어도 얘가 사사건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 그때는 나도 산다는 것 자체가 막막했고, 세상이 만든 시스템들이 싫었고, 조금만 탈선해도 날아드는 시선과 비난이 짜증 났었어. 그건 어쩔 수가 없어. 어릴 때는 다 그런 거야. 느껴본 적 없는 감정에 대처할 줄을 모르니까 아 몰라 하고 외면해버리지. 그걸 자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지쳐서 자꾸 엇나가는 거야. 싸운 뒤에 내가 잠수타고 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어. 찌질해보이기 싫어서 했던 행동들이 더 찌질하다는 걸 어릴 때는 잘 몰라. 소년도 그래. 상대와 의견이 안 맞으면 우겨서 설득하려 들고 그래도 안되면 미련 없이 떠나버려. 그게 상처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야. 내가 똑같이 했던, 바보 같은 짓이었으니까 그 마음 아주 잘 알아.


작중에서 소년이 자꾸 하는 질문이 있어. 호수가 얼면 오리들은 다 어디로 가느냐고. 대답들이 다 비슷해. 그게 왜 궁금하냐, 그런 걸 알아서 뭐 할 거냐, 알게 뭐냐 등등. 그냥 소년이 원하는 대화에 맞춰줄 수는 없었던 걸까. 세상은 어린애한테 장단 맞춰줄 여유 따윈 없는 것일까. 어디론가 사라진 오리들처럼 소년도 소리 없이 떠나버리고 싶어 했어. 이 장면에서 너는 분명히 나를 떠올리게 될 거야. 내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페이드아웃, 기억하지? 나도 주변 사람들이 다 지긋지긋해서 멀리 사라져버리고 싶었어. 사실은 지금도 그래. 소년의 꿈은 이거야. 아이들만 있는 호밀밭에서 혼자 어른으로 있는 것. 그 아이들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는 것. 어때. 사회 부적응자의 한심한 헛소리로 들려? 난 너무도 낭만있게 느껴졌는데. 우린 서로를 이해한다면서도 끝내 이해하지 못했지. 그때로 돌아간대도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아. 그래서 많이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속마음을 적어봤어. 고맙고, 고마웠어. 잘 지내.



댓글(35) 먼댓글(0) 좋아요(5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olcat329 2022-02-06 14:35   좋아요 3 | URL
제가 지금 머리가 아파 쉬고 있는데 물감님 글을 읽고 배시시...☺웃고 있습니다.
어쩜 글을 이렇게 재미나게 쓰시는지 부럽습니다.
홀든 콜필드를 보며 ‘아싸의 몸부림‘으로 방황하던 지난 날이 떠오르셨군요. ㅎ
저도 제 지난 날과 옛 친구가 떠오르는 책을 만나고 싶네요.


물감 2022-02-06 17:05   좋아요 2 | URL
서간체 서평을 써보고 싶었었는데 마침 딱 좋은 책을 만나버렸어요ㅎㅎ 두통은 좀 괜찮아지셨을까요🙂

새파랑 2022-02-06 16:23   좋아요 3 | URL
왠지 호밀밭의 파수꾼 속편을 읽는것 과 같은 기분이 드네요~!! 갑자기 다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전에 읽어서 그런지 전 <호밀밭의 파수꾼>이 좋은 줄 잘 모르겠더라구요 ㅜㅜ

물감 2022-02-06 17:09   좋아요 2 | URL
속편 기분이라니 과찬이십니다ㅎㅎ 이 책은 방황해보지 않으면 크게 와닿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나랑 안맞는 책도 있고 그런거죠 뭐🙂

- 2022-02-10 11:59   좋아요 3 | URL
이 페이퍼 밤에 읽으면 감성에 빠질 것 같아서 아침에 읽었는데고 감성이......... 감성이........... 그렇군요.. 물감님 노래방 가는 남자 .... 음악하는 남자.......... 괜히 방구석 감성 옥구슬 뭐시기가 아니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기 목소리가 옥구슬이란 소리였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시 폭소를 한다)

물감 2022-02-10 12:5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제 목소리가 옥구슬은 아니고요... 목소리는 김동률 과입니다(라고 우겨본다). 감성이 옥구슬이죠, 옥구슬 감성러 ㅋㅋㅋㅋㅋㅋㅋㅋ정통 F라서 T들이랑 자주 싸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2-10 13:02   좋아요 3 | URL
미안해… 난 너무 티야..(언제나 f들에게 사과함) ㅋㅋㅋㅋ 그리고 참고로 저는 노래방 안가요 ㅋㅋㅋ ㅋㅋㅋ 노래방 때문에 파혼한 사람임 제가 ㅋㅋㅋ (뭐랰ㅋㅋㅋ)

물감 2022-02-10 13:29   좋아요 3 | URL
근데 F들은 그런 T들에게 또 맞춰줌...ㅋㅋㅋ 티끼리 만나면 되죠 뭐!

- 2022-02-10 13:44   좋아요 3 | URL
제 친구들 다 fㅋㅋㅋㅋㅋㅋㅋ

- 2022-02-21 11:03   좋아요 4 | URL
저 미미님 페이퍼에 물감님 목소리 김동률이라고 소문내고 왔어요. 잘했죠? 방구석 아싸를 알라딘 인싸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나는야 킹메이커!~)

책읽는나무 2022-02-21 11:30   좋아요 3 | URL
아...우리 김동률 오빠 목소리라는 소문의 발원지가 여기였군요???
아....이거 이거 확인을 할 수도 없고...???
이제부터 더더 무한 신비주의 물감님으로 받들어 모셔야겠군요.
갑자기 취중진담이랑 기억의 습작 듣고 싶어서 노래 들으러 가야겠어요.
우리 코로나 끝나면 코인 노래방이라도 갑시다. 물감님 목소리로 김동률 노래 듣고 싶네요ㅋㅋㅋ

- 2022-02-21 11:32   좋아요 4 | URL
전 노래방 빼주세요!! 마음속으로만 물감님 목소리 간직할게요!! ㅋㅋㅋㅋㅋㅋ

청아 2022-02-21 11:43   좋아요 3 | URL
물감님 얼굴은 이동욱, 목소리는 김동률?!!! 북튜버 하셨으면 좋겠네요 젭알ㅋㅋㅋㅋㅋㅋ

물감 2022-03-08 15:15   좋아요 3 | URL
하.... 쟝쟝님이 문제의 근원지였군? 오늘부터라도 김동률 모창 연습해야 하나 ㅋㅋㅋㅋㅋㅋ 근데 재미있네요. 즉흥 이벤트라도 열어서 선착순 몇명한테 녹음 파일 뿌려볼까요ㅋㅋㅋㅋㅋ

mini74 2022-03-08 17:51   좋아요 2 | URL
목소리 김동률 닮으셨다는 분이 물감님이시군요 ㅎㅎ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

물감 2022-03-08 21:41   좋아요 1 | URL
댓글 지금 확인했네요! 축하 감사합니다 ㅎㅎㅎ
김동률은 그만... 제가 잘못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새파랑 2022-03-08 17:56   좋아요 2 | URL
물감님 축하드립니다 ㅋ 호밀밭의 파수꾼 다시 꺼내 읽어봐야 겠어요 ^^

물감 2022-03-08 21:4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 제가 읽은 소담사의 번역본은 읽지 마세요. 오탈자가 아주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엘坤 2022-03-08 17:57   좋아요 2 | URL
축하드립니다~ 호밀밭의 파수꾼 제대로 완독 못했는데 올해는 꼭 해야겠네요.

물감 2022-03-08 21:44   좋아요 1 | URL
진짜 휘리릭 읽히는 책이에요, 그냥 가볍게 읽으시면 됩니다 ^^
축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3-08 18:50   좋아요 2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물감 2022-03-08 21:45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아직 아침저녁은 춥던데 봄감기 조심하세요 ^^

2022-03-08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8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3-08 19:10   좋아요 2 | URL
6번째로 축하드리네요? 선착순에서 밀리나요???
녹음 파일 받고 싶네요ㅋㅋㅋ
축하드려요^^
리뷰 정말 좋았어요. 리뷰 읽던 날,
저도 호밀밭 파수꾼 다시 읽어볼까? 갈등 했었어요^^

물감 2022-03-08 21:57   좋아요 3 | URL
제가 썼던 리뷰중에서 이 리뷰가 제일 감성적이긴 해요 ㅋㅋ 혹시나 제 글 때문에 작품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질까봐 다소 걱정됨요 ㅋㅋㅋ그래도 읽어주세요. 전 <스토너>급으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책나무님, 녹음파일은 댓글에 메일주소 써주시면 보내드릴게요. 대신 김동률은 잊어주세요 ㅋㅋㅋㅋ 이게 이렇게 사태가 커질줄이야. 다 쟝쟝님 때문임...ㅋㅋㅋ

이하라 2022-03-08 19:23   좋아요 2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물감 2022-03-08 22:0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님 ㅎㅎ
매번 제 서재에 잊지 않고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독서괭 2022-03-09 00:25   좋아요 2 | URL
물감님 당선작 축하드려요~^^ 고전에 대한 가장 재미있는 리뷰였던 것 같아요. 호밀밭,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ㅎ

물감 2022-03-09 00:39   좋아요 2 | URL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 책이 많은 독자에게 인생책이라 불리더라고요~ 그래서 리뷰에 신경 좀 써봤습니다ㅎㅎ 정성이 들어가서인지 당선도 되었네요!
가장 재밌는 고전 리뷰라니... 복 받으세요ㅎㅎㅎ 괭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2-03-09 08:57   좋아요 1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오늘 꼭 투표하는 거 아시지요^^

물감 2022-03-09 11: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thkang1001 2022-03-09 12:58   좋아요 1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물감 2022-03-09 22: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3월도 파이팅하세요🙂

러블리땡 2022-03-10 00:09   좋아요 1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데몰리션 엔젤 모중석 스릴러 클럽 28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박진재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미권의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에는 어느 정도 공식 설정이 있다. 주인공은 범죄 분야에 프로급 실력을 갖춘 지독한 워커홀릭이지만, 과거에 어떤 사고로 트라우마 또는 병마에 시달리는 중이며, 그 후로 인간관계가 틀어져 철저하게 싱글 플레이어로 살아가는 캐릭터여야 한다. 이들이 상대하는 악역은 넘사벽 범죄 스펙을 자랑하는데다 항상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컨트롤하는 지능까지 겸비해야 한다. 여기에 비협조적인 아군들과 내부의 적까지 있어 수사는커녕 주인공이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생겨야 한다. 이 정도만 열거해도 알려진 범죄소설들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알 수 있다. 너도나도 따라 하는 공식에 무슨 개성이 있고 독창성이 있겠나 싶지만, 그런 작품들이 전부 대박 난 걸 보면 성공으로 가는 공식이 맞긴 한갑다. 비록 클리셰 범벅이라 해도 독자들이 좋아죽는다면야. 이번에 읽은 <데몰리션 엔젤>을 보며 그러한 생각이 계속 들더랬다. 좋으면 장땡이지 뭐.


LA 도심 한복판에서 폭탄이 터진다. 폭발물 처리반의 베테랑이 죽었고, 이 사건은 폭파범인 미스터 레드의 짓으로 판명되었다. 여형사 스타키가 사건의 담당을 맡고, 레드를 쫓던 FBI 요원이 스타키와 팀이 된다. 레드는 폭탄 처리반의 베테랑들을 사냥해왔고, 다음 목표는 바로 스타키였으나 그녀는 이 사실을 모른다. 앞전의 사건이 범인의 모방범 짓임을 알아낸 스타키. 아무도 그녀의 말을 안 듣자 결국 단독 행동하다 정직 처분을 받고야 만다. 더 잃을 것도 없어진 스타키는 그동안 외면해왔던 진실의 아픔을 레드와의 교감으로 마주하는데...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지나치게 새로운 건 또 싫어한다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선상에서 새로워야지, 그 범위를 벗어난 새로움은 신선하기보다 낯설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으로 볼 때 작가들도 참 고충이 많겠다 싶다. 그럼 적당히 익숙하면서 신선함을 주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대표적으로는 인물들의 출신 또는 직업을 바꾸는 것인데 범죄소설에서는 대부분 형사, 탐정, 변호사, 프로파일러, 군인이 주인공이다. 여기서 하드웨어를 바꾸면 낯설지만 소프트웨어를 바꾸면 신선해진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폭발물 처리반 출신의 형사라는 설정이 그야말로 나이스였다. 물론 그에 따라 악역도 폭파범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전문 폭파범이 범인이었던 작품은 없었으므로 이것 또한 적당히 신선한 설정이 된 셈이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의 변형이라면 죄책감을 동반한 트라우마에 있다. 물론 누군가의 죽음으로 주인공의 심장이 메마른 것도 공식 설정이긴 하다. 아무튼 작가들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과거사로 주인공을 열심히 굴려줘야 한다. 주인공이 괴로워할수록 솟아나는 이 페이소스가 인물의 입체감을 더해주거든. 스타키의 트라우마는 동료이자 연인이던 남자가 그녀를 대신해 폭탄을 맞고 죽은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폭발에 휩싸이던 그 느낌, 혼자만 살았다는 죄책감, 몸 곳곳에 박힌 파편 조각. 그날의 기억은 영육 간에 큰 타격을 입혔고, 악몽에 시달리는 현재 술 담배로 겨우 버티는 망가진 삶이 돼버렸다. 여기서 작가는 두 가지 방법으로 주인공의 치유를 시도한다. 먼저는 기본 공식을 따라 타인의 다정함으로 닫혔던 마음을 열려고 했다. 다음은 캐릭터의 정체성을 찾아줌으로써 고통을 극복시켰다. 스타키는 범인의 것과 동일한 폭탄을 몸소 조립하고 해체함으로써 폭탄 주인에 대해 알아가고, 결국 본업에 충실할 때가 자신을 되찾고 회복하는 방도임을 깨닫는다. 두 번째 방법은 설정의 변형이 아니고서야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이온데, 과연 크레이스의 짬밥도 보통 짬밥이 아니올시다.


폭탄이라는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설명들을 보며 굉장히 제프리 디버 스타일과 닮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만약 이 책을 디버가 썼다면 범인의 연속된 폭파 사건으로 독자의 혼을 쏙 빼놓았을 거다. 거기에다 반전도 몇 개 심어 둘 거고. 대중성을 중요시하는 디버는 독자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편이니까. 그런데 크레이스는 인트로의 폭파 사건 말고는 범인의 활약을 제로로 만들었다. 게다가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링보다 현장 뒷수습 및 자료조사에 대한 분량이 더 많고,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장면이 사건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다룬다. 사실 이런 건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은 아니다. 실제로 이 책은 액션 스릴러임에도 액션이 전무하고 쪼이는 맛도 별로 없긴 하다. 독자가 어떻게 실망할지를 알면서도 크레이스는 대중성보다 작품성을 택했고,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 견고한 성벽을 세웠다. 하나 더, 보통 범죄소설에서는 범인 검거가 1차 목표이지만, 최종 목표는 주인공의 트라우마 극복이다. 그게 해결되어야 진짜 끝이므로 작가는 계속해서 수사와 개인사를 같이 가져간다. 이처럼 공식마다 약간의 변형을 넣는 것이 곧 작가만의 개성이라 하겠다. 정말 간만에 고품격 범죄소설을 발견하여 반갑기 그지없다. 아직 미출간된 크레이스의 작품이 많은 줄로 아는데, 출판사들이 좀 더 열일해줬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갈수록 나라에 이상한 제도와 제재가 늘면서 한국 정권이 중국을 따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돌고 있다. 이미 정치, 경제, 문화 곳곳마다 중국 화가 되었고, 이러다 중국의 속국이 되지 않겠냐는 국민의 우려가 날로 커지는 추세다. 한국의 문화산업이 전 세계를 씹어먹는 중이라지만 국내의 현실은 그야말로 아포칼립스를 향해 가고 있다. 원체 세상만사에 무관심한데다 적당히 먹고살 만하면 그만인 나조차 생계문제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 지경이니, 이제 한국도 디스토피아나 다름없지 않을까. 하여 이참에 마거릿 여사의 대표작이자 디스토피아 물인 <시녀 이야기>를 읽었다. 유명하다니까 엄청 기대했고만 의외로 평범해서 적잖이 실망했다. 작품성을 떠나 서술 방식이 별로라서 재미를 다 깎아먹었다. 속편인 <증언들>도 이어서 읽으려 했는데 이래서는 안되겠는데.


지금도 작품의 세계관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리뷰를 많이 참고했다. 전쟁이 난 후 길리어드라는 단체가 정권을 잡고서 국민을 힘으로 지배했다. 국가의 출생률이 감소하자 길리어드는 여성들의 등급을 매겨서 분류한 뒤 시녀들을 출산의 기계로 만든다. 모든 것이 통제된 사회 속에 삼엄한 감시를 받았으며 규정 위반자는 장벽에 매달린 시체가 되어야 했다. 자살할 권한마저도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독자들에게 무엇을 경고하는가.


기존의 많은 리뷰가 있으므로 나는 비평만 적겠다. 천천히 읽었는데도 좀처럼 배경과 사태가 파악이 어려웠다. 많은 독자들의 평이 갈린 걸 봐서는 꼭 개인의 집중력 탓만은 아닌 듯. 먼저 이 책의 독특한 진행 구조부터 말하자면 일반 디스토피아 소설들이 현실을 말함으로써 과거가 어땠는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반면, <시녀 이야기>는 과거를 회상함으로써 바뀐 현실을 비교하게 만든다. 또한 시녀들의 절대복종과 담담한 태도를 보고 있으면 한참 잘못된 현실이 그리 숨 막히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게다가 사건보다도 주인공의 내면 설명 위주로 흘러가서 답답한 진도와 전개를 보여준다. 아무리 일인칭 시점이라도 주인공만 조명한다면 상대적으로 세계관의 입체감이 떨어져 독자가 인지해야 할 사태의 심각성을 놓치게 된다. 그런 이유들이 독자가 작품에 확 와닿지 못하게끔 방해한다. 이렇듯 문학을 작품성으로만 승부 보려는 건 상당한 리스크가 따른다.


주인공도 이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복종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므로 그저 생각에만 머무르고 있다. 그런 상태로 분위기가 고조됨 없이 흘러간다. 판이 커지거나 뒤집어짐도 없는데 대체 무엇을 기대하며 읽어야 할지 모른 채 그냥 읽게 된다. 물론 디스토피아답게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는 있다. 권력과 감시 사회, 권리 및 욕구 억제, 인권 침해, 지식과 정보 제한 등등.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타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 다소 식상한 것들이라 차라리 시녀들의 압제를 좀 더 폭넓게 다뤘으면 어땠을까 싶다. 주인공의 별다른 액션 없음도 그렇지만 다른 시녀들에 대한 내용과 분량이 너무도 적어, 몇몇 시녀들만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게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던 점이다.


디스토피아 소설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어차피 읽어야 했던 작품이라 뭐. 올해에는 유명했던 작품 위주로 읽을 거라서 분명히 쏘쏘한 작품도 자주 만날 거 같은데, 그냥 읽었다는 데에 의미를 둬야겠지. 어째 완독에 의미를 두는 책이 점점 늘어나는 듯하다. 여튼 무난하게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한국... 괜찮아지겠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5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22-01-26 19:18   좋아요 0 | URL
갈수록 이상한 제도와 제제가 어떤 게 있을까요? 문정권이 중국을 어떤 걸 따라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물감 2022-01-26 19:53   좋아요 1 | URL
여기에 상세답변을 적으면 그 즉시 논쟁의 시작이겠죠. 그래서 저는 답변을 피하겠습니다. 글에 적다시피 저는 평소 그쪽 분야에 관심도 없고 무탈히 사는게 전부인 시민이니까요. 말만 싸지르고 비겁하게 도망친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저는 논쟁을 원하지 않아요. 그러자고 쓴 글도 아니고요. 매스컴 신봉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기사마다 달리는 네티즌의 댓글들을 보면서 알게 된 것들과, 현재 국민들의 공감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알겠더라고요.

기억의집 2022-01-26 20:32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무례하게 썼죠. 제 의도는 그게 아닌데.. 사실 지금 저도 이 페이퍼 읽고 제 페이퍼에도 썼지만, 중국의 세계 속국 만들기가 엄청 나게 가속화 되었다가 코로나로 지금 주춤 거리고 있는 거더라구요. 문제는 중국의 저러한 속국 움직임을 호주처럼 막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 나라 같은 경우는 제주도가 저런 경우입니다. 제주도는 의료민영화 승인으로 저 의료 민영화가 제대로 뿌리 내렸으면 우리 의료체계 다 날라갔을 수도 있는데,’그 때 승인한 지사가 국힘당 원희룡입니다. 문제는 국힘이 일은 벌이고 문재인 정권만 욕을 더럽게 먹고 있다는 거죠. 얼마나 가짜 뉴스가 판을 치냐하냥 한소희 주연의 마이 네임이 중국 자본이라고 커뮤에 글 올리고 선동하며 중국 혐오를 부치켜고 동시에 문재인 정권도 같이 선동 하는 걸 본 적 있는데,,’넷플릭스가 미국 자본인데.. 대놓고 중국자본이라고 믿는 거 보고 놀랐습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씁니다. 논쟁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니였어요!!

seungwar 2023-09-06 08:06   좋아요 0 | URL
중국의 속국이 될거다 라는 아무런 근거없는 선동에 정권을 바꿨는데 바뀐 정권이야말로 중국 공산당 그 자체네요
기사 댓글을 근거로 드는것도 책을 꽤 읽는 것 같은 분 치고는 좀...
여론 선동 이라는게 그만큼 쉽다는 얘기겠죠

소문난뒷고기 2024-07-06 20:45   좋아요 0 | URL
이 양반은 현재 정권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