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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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장르를 썩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죄다 글맛도 없고 감성도 없고,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문학의 생김새하고는 영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터져 나오는 근미래 배경의 작품들은 좀 덜하지만 그래도 손이 잘 안 가게 된달까. 그래서 과학 관련은 문학보다는 차라리 비문학 쪽이 더 어울린다고 봐왔다. 이 같은 나의 편견을 완전히 뒤바꿔준 작품을 지인의 권유로 만나게 되었다. AI 로봇들이 점점 보편화 중인 세대를 그리고 있는 <천 개의 파랑>은 기존의 대중소설과 별반 다른 게 없다고 할 만큼 자연스러운 글과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SF에 감성을 불어넣은 작가를 가즈오 이시구로 외에 처음 보는데, 읽어보니까 과연 과학 문학상 탈만 합디다.


오늘날의 사회층은 전혀 다른 성격의 세 그룹으로 나뉘어있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노년층과, 어릴 때부터 스마트 문화를 접해온 청소년층, 그리고 양쪽 문화를 다 경험해본 중장년층. 이 같은 구분은 또 하나의 세대 차이를 낳을 수밖에 없는데, 현대 문명에 쩔쩔매는 우리 부모님들도 그렇고 나 또한 시대를 따라가질 못해서 자꾸만 과거를 그리워하게 된다. 쉼 없이 변화하는 지금의 시대가 나에게는 좀 무섭고 또 버겁다. 이 과학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인간은 어느 순간 도태되고 말 것이다.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과학이 세대를 가르고 나누는 벽으로 작용할 줄 누가 알았으랴. 그렇게 온갖 혜택을 다 누리면서도 현대 과학이 나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천 개의 파랑>은 과학이 가져온 세대갈등을 다루고 있다. 로봇이 싫은 엄마는 로봇에 재능을 가진 둘째 딸이 고깝기만 하다. 로봇을 만지고 다루는 게 유일한 행복인 둘째 딸은 그 로봇 때문에 편의점 알바를 잘리고도 화를 내지 않는다. 언젠가 세상이 다 그렇게 바뀔 거란 걸 예상했다는 듯이. 남편을 잃은 후 바삐 살아왔던 엄마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둘째 딸은, 감정 쏟을 일 없는 로봇을 대할 때에만 자신의 마음을 열어놓을 수 있었다. 한편 엄마는 애들이 다 자라고 나서야 어릴 때에 신경 써주지 못했던 지난날을 책망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과학은 누군가에겐 안식처였고 또 누군가에겐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또한 이 작품은 감정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과학의 역할을 다루고도 있다. 어려서부터 휠체어 생활 중인 큰딸은 세상과 멀어졌고, 언니를 챙겨야 했던 동생은 자기의 시간들을 뺏겼고, 생계를 책임지느라 딸들에게 소홀했던 엄마는 유대관계가 끊어졌다. 뿌리칠 수 없는 현실에 발목 잡힌 세 사람은 잃어버린 자유 속에서 긴 세월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99%의 체념과 1%의 소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들에게 있어 구원의 손길은 바로 과학이었다. 그리고 무너진 연대를 회복해준 것도 다름 아닌 과학 기술 덕분이었다.


2035년에는 인간이 아닌 로봇 기수들끼리 경마 시합을 한다. 일등 성적을 거두던 경주마 투데이는 무리한 시합으로 관절이 망가져가고, 투데이를 걱정한 휴머노이드 콜리는 시합 도중 일부러 낙마하여 하반신이 부서진다. 달리지 못하는 말은 조만간 안락사를 할 것이고, 부서진 로봇은 폐기처분을 할 것이었다. 엄마네 식당 근처인 경마장을 놀이터처럼 들락날락하던 두 딸은 망가진 말과 로봇에게 마음이 기운다. 첫째 딸은 자신처럼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투데이를 틈나는 대로 돌보았고, 둘째 딸은 콜리를 데려와 수리하며 작게나마 로봇 연구원의 꿈을 대리 경험한다. 타인에게 도움만 받았던 첫째 딸은 처음으로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었고, 누구와도 잘 지내지 않았던 둘째 딸은 로봇의 수리를 적극 지원해준 학교 친구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엄마는 딸들에게 받지 못할 위로와 격려를 그렇게나 싫어했던 로봇인 콜리한테 받게 된다.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 로봇은, 반드시 말을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대답했다. 이 장면이 핵심이다. 과학의 발달로 삶의 질이 오를수록 서로 간에 대화와 소통은 끊어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오해와 불신으로 가득한 세상이 올 것이다. 작가는 이 점을 염려하고 책을 쓴 게 아닌가 한다.


고장 난 마음은 똑같이 고장 난 마음에게 이끌린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공감해줄 수 있으니까. 나의 아픔을 이해 못 할 이들의 삶에는 어떤 식으로도 자리할 수가 없다는 걸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잘 안다. 마음을 얻어내는 시간은 너무도 길고, 관계를 정리하는 시간은 너무나 짧은 현대사회의 공허함은 인간만이 해결해준다고 믿었다. 살아 숨 쉬는 인간이 지닌 무수한 감정 표현은 말로 다 할 수도 없는데, 로봇이 무슨 수로 그 자리를 대신해서 교감과 이해를 나누겠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이 다 제 역할과 본분을 하는 건 아니라서, 때로는 소통 불가의 인간보다 반쪽짜리 공감능력의 로봇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많은 이들이 과학의 장점에만 주목할 때 천선란 작가는 단점에 더 주목하고 그것을 장점으로 극복하여 조화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소설의 구조며 재미와 메시지 등등 모든 게 완벽한 이 작품에 도저히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시 장르 불문하고 소설은 소설다워야 한다는 걸 또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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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4-24 21:45   좋아요 2 | URL
오...별 다섯 개!!!
믿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인 거죠?^^
도서관에서 이 책 자주 봤었는데 빌릴까, 말까 망설이기만 했었는데 물감님 리뷰 읽어 보니 재밌을 것 같아요.^^

물감 2022-04-24 21:58   좋아요 2 | URL
저도 권유받지 않았으면 읽지 않았을 책인데, 정말 푹 빠져서 읽었어요🙂
SF와 휴머니즘의 조합이 이렇게 좋을 수도 있나 싶더라니까요ㅎㅎㅎ

coolcat329 2022-04-24 22:22   좋아요 2 | URL
천선란 작가 책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어야 겠네요.
재미 보장이 역시 최고에요!

물감 2022-04-24 22:34   좋아요 2 | URL
자주 눈에 띄던 작가였는데 그리 끌리진 않았거든요. 근데 이야기를 참 잘 만드는 분이네요. 겨우 한 권 가지고 논하긴 뭐하지만 이 분도 꾼인듯 합니다😀

다락방 2022-04-25 09:38   좋아요 3 | URL
저는 SF 에 통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인데, 이 책은 그렇다면 한 번 읽어보도록 하겟습니다!

물감 2022-04-25 14:01   좋아요 2 | URL
다락방 님이 가려 읽는 장르가 있을 줄이야...
아무튼 sf치고는 비교적 현실적인 작품이라 퍽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이런 국내 작가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새파랑 2022-04-25 12:25   좋아요 2 | URL
저도 SF는 취향이 아니지만 표지랑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드네요 ㅋ 게다가 물감님 별 다섯이니~ (저번에 한번 실패하긴 했지만 😅)

물감 2022-04-25 14:09   좋아요 2 | URL
제목이 천 개의 새파랑이면 더 좋았을 텐데요ㅎㅎ
개인적으로 소설다운 스토리를 가졌거나,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들을 참 좋아하는데요. 이 작품은 둘 다 가지고 있더라고요. 새파랑님 보시기에 만족스러울진 몰라도 절대 시간 아까울 작품은 아닐 겁니다ㅎㅎㅎ 그리고 새파랑님, 저의 별다섯을 너무 믿지는 마세요... 저번 같은 일이 있을까봐, 저는 아무에게도 책 추천을 하지 않는다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크pek0501 2022-04-29 10:46   좋아요 3 | URL
읽어보니까 과연 과학 문학상 탈만 합디다.- 이 문장에서 웃음 나왔어요.ㅋㅋ

저는 과학이 너무 발달한 결과 로봇 도우미, 로봇 애인 등이 생겨서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이 될 거라고 보고 그러면 인간은 행복해질까 불행해질까 하는 생각을 해 봤어요. 여자 로봇 도우미를 질투하는 여자 애인이 생길 수도 있고요. 남자 로봇 도우미를 질투하는 남편도 있을 수 있어요. 재밌지 않나요?

물감 2022-04-29 11:35   좋아요 3 | URL
예전에도 페크님과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요. 말씀하신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고민하는 지금의 세대와 달리 미래 세대는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할 지도 모르고요. 그런 사회 분위기가 자리를 잡으면 도덕이나 윤리를 논하는 사람들만 바보가 되겠죠. 한 2030년대쯤 되면 책 읽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요. 과학의 발달은 환영하지만 로봇 쪽으로는 거부감만 드네요... ㅎㅎ

새파랑 2022-05-07 08:10   좋아요 1 | URL
물감님 별다섯은 읽어야 하는데 당선도 되셨으니 이 책은 꼭 읽어야겠습니다 ㅋ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요 ^^

물감 2022-05-09 08:42   좋아요 1 | URL
당선이 되었었군요 ㅋㅋ 읽을 책도 많으실텐데 이건 나중에 보셔도 됩니다 ㅋㅋㅋ

이하라 2022-05-07 08:37   좋아요 1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물감 2022-05-09 08: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 당선된 줄도 몰랐네요 ^^

독서괭 2022-05-07 12:29   좋아요 1 | URL
물감님 축하드립니다~ 많이 들어본 작가지만 왠지 별 기대가 안 됐는데 물감님이 완벽하다 하시니 궁금해지네요!

물감 2022-05-09 08:45   좋아요 0 | URL
너무 제 평을 신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ㅎㅎ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5-07 17:06   좋아요 1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물감 2022-05-09 08:4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덕분에 즐거운 주말 보냈습니다 ㅎㅎ

러블리땡 2022-05-08 09:45   좋아요 1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ㅎㅎ 천개의 파랑 ㅠㅠㅠ 넘나 좋아하는 책인데 ㅎ우왕

물감 2022-05-09 08:46   좋아요 1 | URL
러블리땡님도 공감하셨군요 ㅎㅎ 넘 좋쥬?ㅎㅎㅎ
축하 감사합니다 ^^

강나루 2022-05-08 18:42   좋아요 1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물감 2022-05-09 08:47   좋아요 1 | URL
강나루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5월 되세요!
 
희생양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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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의 원작자인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을 드디어 접했다. 장르문학을 즐겨 썼다던 1907년 생의 여성 작가라는 것도 놀라운데, 내놓는 작품마다 히트였다고 하니 이 분도 진정 타고난 이야기꾼인 갑다. 장르소설은 싫다면서도 모리에는 좋아한다던 독자가 은근히 많더라고. 그 때문에 나도 참 궁금했던 작가였는데 겨우 이 한 권 만으로도 궁금증이 풀렸다. 그리고 고딕소설의 매력이 뭔지를 제대로 느꼈다. <희생양>은 모리에 작품 중 하위권이라 더만, 그럼 다른 작품들은 얼마나 재미있다는 말이냐. <레베카>도 얼른 읽어봐야겠다.


제목만으로는 감도 안 오는 이 작품은 도플갱어에 대한 내용이다. <왕자와 거지>의 현대판으로써 거지의 일인칭시점으로만 진행되며 언제 정체가 탄로 날지 모를 아슬아슬함이 작품의 액기스라 보면 된다. 프랑스에서 도플갱어를 만난 영국인 교수. 이것도 인연이라며 방을 잡고 술자리를 함께한 두 사람. 다음날 아침, 상대방은 보이질 않고 교수의 옷과 짐들도 없어졌다. 그렇게 타인의 신분이 된 교수를 찾아온 누군가에게 붙들려 어떤 성으로 인도를 받는다. 알고 보니 어제 그 남자는 이 성의 주인이자 귀족이었고, 교수는 낯선 이들 앞에서 영혼을 다해 연기를 펼친다. 어색한 성주인 노릇에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고, 까짓것 제대로 해보자며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교수. 단 한 명도 의심치 않았다는 억지스러운 설정만 눈감아주면 나쁘지 않은 몰입감을 보여주므로 관대함을 가져주시기를.


도플갱어 장 드게는 무너져가는 집안을 버리고 도망친 인간 말종이었다. 가족관계도 엉망인데다 위태로운 사업에도 관심이 없는 본래의 성주인에겐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이런 지긋지긋한 환경에서 탈출한 그가 싸지른 똥 치우기에 급급한 교수였지만, 장 드게와 자신의 스타일을 적절히 섞어서 하나둘씩 사태를 바로잡는다. 이렇게 원래의 자신도, 장 드게도 아닌 제3의 인물을 연기하며 지난날의 슬픔과 근심에서 멀어져 가는 교수. 여태껏 가족 없이 살아왔던 그는, 어느덧 장 드게의 온전치 못한 가족들이 친가족처럼 느껴졌다. 한편 성의 가족들은 망나니였던 성주의 의젓함에 놀라다가도 금방 적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차분히 정돈해가는 작가의 클라스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고딕소설 특유의 분위기는 좋았지만 메인 테마도 없이 자잘한 사건들로만 흘러간다는 건 역시나 아쉽다. 이토록 깔끔한 완급조절을 보여주는데도 밋밋하다는 인상은 지워지지가 않는다. 어쩌면 작가의 의도 같기도 하고 사실 잘 모르겠다. 여튼 모리에는 이 작품에서 최소한의 긴장감으로 독자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눈치 못 챈 독자들도 많을 텐데, 전혀 딴판으로 장 드게를 행세하는 교수가 지닌 뭔지 모를 불안감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지점에 가서 들통날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끝까지 들키지 않고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그속에서 가냘픈 긴장의 끈을 부여잡고 따라가는 독자들은 자신이 기대한 반전의 부재로 허탈과 동시에 안도를 느끼게 된다. 이런 게 바로 문학이 가진 매력이지 싶다.


그나저나 제목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입장이 바뀐 교수는 여러 번 총대를 메긴 했어도 이 연극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가져보지 못했던 가족도 얻었고 신분도 누리면서 잘만 적응했으니, 대체 어딜 봐서 희생양이냐 싶었다. 그런데 역자의 글을 통해 보지 못했던 희생양들을 알고 나자 정신이 멍해지는 게 아닌가. 또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을 싫어하는데 이 작품의 결말은 전혀 싫지가 않았다. 참 여러번 놀라게 만드는 작가다. 이 책은 대단한 반전이나 임팩트는 없었지만 작품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게 하위권이라니. 아무튼 모리에 입문용으로는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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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4-18 09:08   좋아요 3 | URL
오옷.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이 제가 모르는게 더 있군요! 대박. 저는 물감 님 덕분에 이 책을 알아갑니다. 물론 사야지요. 저는 <레베카>와 <나의 사촌 레이첼> 을 읽었거든요. 레이첼 먼저 읽고 오와 바로 이것이 소설을 읽는 재미다! 하고 흥분했었는데 레이첼은 세상에, 더 좋더라고요? 거기엔 어떤 메세지까지 담고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알라딘에서 둘다 읽어보신 분들은 레베카가 더 좋다 레이첼이 더 좋다 의견이 갈리는데(당연하지요) 저는 레이첼 쪽입니다. 물감 님은 다 읽고 나면 레베카를 더 좋아하실지 레이첼을 더 좋아하실지 궁금하네요. 후훗.

물감 2022-04-18 10:18   좋아요 2 | URL
저는 다락방님 덕분에 이 작가를 알게 되었습죠ㅋㅋ너무 흥분하셔서 진짜 궁금했는데 오오 과연 그럴만하다 싶었어요😁 그리고 레베카보다 레이첼이 더 좋았다는 말씀이신거죠?? 오오 완전 기대하겠습니다요ㅋㅋㅋ
 
[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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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에 코로나에 확진된 후 현재까지도 컨디션이 썩 좋지 못하다. 그래도 시간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하고 있는데 유독 찝찝한 것은 코로나가 뇌의 어딘가를 손상시켜서 회전이 둔해진다는 말 때문이었다. 그 말대로 현재 하는 일마다 버퍼링이 걸려 애매하게 고생 중이다. 아이씨, 여기서 머리가 더 나빠지면 어쩌란 말이냐. 당분간은 서평도 예전같은 탄력은 없을 것 같다. 사실 쉬는 동안 나의 글쓰기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좀 해봤다. 뭐 하러 글을 그렇게 아등바등 써야 하지? 내가 무슨 작가를 할 것도 아니고, 파워 블로거도 아니고, 내 필력이 대단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여러 가지 규칙 때문에 글쓰기가 버거울 때도 많았는데, 이제는 이것저것 재지 말고 가볍게 써 버릇 해야겠다.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를 드디어 읽었다.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데 난 딱히 타이틀에 관심이 없다. 그저 엄청난 스릴러라는 소개 글 때문에 급관심이 생겼을 뿐. 두터운 분량답게 매우 더딘 전개였지만 읽기에 별 부담이 없었던 건 작가의 문체 덕분이었다. 읽는 내내 정유정 작가가 생각났다. 문장도 그렇고 캐릭터들도 그렇고, 뭐랄까 되게 중성적인 색채가 묻어난다. 특히 남성 작가들에겐 잘 없는 절제미가 장점인데 이게 반대로 단점이 되어 너무 지루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점만 빼면 별 만점 줘도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미술관 테러 사건으로 엄마는 죽고 아들 시오는 겨우 살아남는다. 곁에서 죽어가던 노인에게 부탁받은 황금방울새 그림 때문에 마음고생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그림을 경찰이나 관계자들에게 넘길 타이밍을 계속 놓치고, 도난당한 미술품 뉴스를 볼 때마다 소년은 심장이 철렁한다. 고아가 되어 친구네 집에 살게 된 시오는 그림을 넘겨줬던 노인의 집 주소인 골동품 가게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노인의 사업 파트너인 가구 수리상 아저씨와, 똑같은 테러 피해를 입은 소녀를 만난다. 이 두 사람은 시오 평생에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하고 그가 위태로울 때마다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조금씩 상처와 충격에서 회복되나 싶더니, 오래전 집 나갔던 아빠가 나타나 라스베이거스의 사막으로 시오를 데려간다. 아픔을 잊고 새 출발 하기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이건 또 무슨 전개냐 싶지만 이제 시오를 본격적으로 망가뜨릴 보리스라는 친구가 등장한다. 이 친구에게 술, 담배, 마약 등등 온갖 안 좋은 것들을 배운 시오는 이전의 순수를 서서히 잃어버린다. 이때부터 시오가 자기 파괴적인 형태로 현실도피를 반복하게 된다. 테러 사건 이후로 소년의 많은 것들이 무너졌고, 앞으로도 더 나아질게 없음을 스스로도 잘 알기에 바르게 살려는 노력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거다. 도박중독인 아빠도 그렇고, 1급 문제아인 보리스도 그렇고, 폭력적인 보리스의 아빠도 그렇고 죄다 막장인생인데 멀쩡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한참 성장기에 있는 소년이 받은 막대한 영향들은 훗날에도 여러 가지로 고생하게 될 요인이 된다.


작가는 소년을 지독하게 굴려댄다. 이 정도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반박 불가이다. 그래서 연속된 불행이 가져다주는 재미보다는, 얼마나 더 상황이 나빠질지를 상상하며 읽게 된다. 시오에게는 어중간한 관계의 인맥이 없었다. 완전히 멀리해야 하거나 평생 가까이해야 할 타입뿐인데, 어린이의 눈높이에선 무엇을 쳐내야 할지 몰라 필요하다면 다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대놓고 피해를 주는데도 관계를 끊을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건 언제라도 다시 버림받고 혼자가 될 자신의 처지를 잘 알기 때문. 하여 누구든 손만 내밀어 주면 그저 고마워서 진흙탕이라도 따라가고 만다. 술과 마약은 점점 소년의 총명함을 지우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실제로도 이런 케이스들이 가장 안타깝더라고.


1권에서는 그림 때문에 안절부절하는 내용이 거의 없다. 순전히 시오 인생에 끼어든 불행을 주로 다룬다. 빚쟁이 아빠를 잡으러 다니는 채권자들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죽어버리는 아빠. 아 정말 어린 나이에 인생 더럽게 꼬인다. 보고 있으면 숨이 턱 막히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전개가 느린 편인데다 작가 특유의 절제미로 인해 갑갑함이 증폭된다. 그림만 들고 다시 뉴욕으로 튄 공황상태의 시오는 골동품 가게에 얹혀살면서 인생 2막을 시작한다. 아저씨에게 가게 일을 배우고 소녀와 친해지며 겨우 안정적인 삶으로 돌아가나 싶더니 엄청난 변수가 등장한다. 2권부터는 그림의 행방을 알고 있는 인물의 등장으로 간신히 멘탈을 부여잡는 시오의 나날을 다루고 있다. 리뷰가 길어져 2권 내용은 생략하지만 딱히 분석할 건더기도 없다. 실망스러운 두 가지. 그 인물이 그림의 비밀을 어떻게 알았는지도 설명이 없을뿐더러 결국엔 소리 없이 들어가 버린다. 또한 그토록 그림이 사라지길 염원했으면서 막상 없어지자 미친 듯이 찾으러 다니는 시오의 상반된 모습이 영 이해되지 않았다. 이 두 가지가 잘 나가던 작품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다 평범한 결말을 맺게 한 요인이다. 엄밀히 보자면 이 작품도 용두사미 플롯이다.


무거운 서사에다 분량도 많고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도 종종 다루고 있어, 어떤 메시지나 주제를 담은 듯해 보이지만 의외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인과응보나 사필귀정도 아니고 심지어 권선징악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라는 걸 크게 확대해서 보여준다는 인상이랄까. 시오가 누구를 만나 어떤 길을 가든 지 간에 황금방울새의 그림에서 해방되어 잘 먹고 잘 살게 된다는 결말은 있을 수 없다. 우리도 때로는 일이 안 풀릴 때보다 잘 풀려서 불안할 때가 있지 않나. 이처럼 누구나 지니고 있는 불안의 싹이 언제 꽃을 피울지 몰라 안절부절하는 게 인생인가 보다. 만개한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짐을 볼 때면 꼭 이렇게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게 된다. 휑하고 쓸쓸한 가을겨울보다 화창하고 청량한 봄여름이 더 슬픈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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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0 12:57   좋아요 3 | URL
물감님 뇌는 이상무 ! ㅎㅎ 물감님 글 마지막 문단 넘 좋은데요 *^^*

물감 2022-04-10 13:34   좋아요 2 | URL
정말요?ㅋㅋ 저 원래 글 하나 쓰는데 며칠 걸리는데 이번엔 금방 쓴거 거든요. 역시 강박을 버려야 하나봐요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4-10 16:11   좋아요 3 | URL
저도 몇 년 전 <황금방울새> 완전 몰입해서 읽었었는데 다 읽고 나니까 좀 허~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재밌게 읽었어요.
물감님의 리뷰도 재미나게 읽혀요^^
코로나 때문에 고생 많으시군요?
헬쓱해지셨겠어요. 이동욱 얼굴이 반쪽이 된 얼굴이 상상되어 지는군요.ㅜㅜ
잘 챙겨 드세요^^

물감 2022-04-10 17:01   좋아요 3 | URL
아무리 자도 개운하지가 않고 허~하네요ㅜㅜ 독서도 글쓰기도 집중이 잘 안되고요. 제가 유독 회복이 늦는거 같아요ㅋㅋ
재미는 있는데 이렇게까지 길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솔직히 결말은 쓰다가 막힌듯한 기분도 들고ㅋㅋㅋ 그래도 이 작가한테 관심이 생겨서 다른 작품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빨리 나아야죠! 책나무님도 건강하세요🙂

새파랑 2022-04-10 16:34   좋아요 2 | URL
물감님 필력은 대단하신데 겸손하신거 같습니다~!! 저는 서평 까지는 아니고 독후감 쓰는건데도 어렵더라구요 😅 전 물감님 별 다섯개는 무조건 따라 읽겠습니다 ㅋ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물감 2022-04-10 17:08   좋아요 2 | URL
에이, 제 글은 인기없어요. 그건 제가 잘 알고 있거든요. 저랑 유머코드 비슷한 몇몇분이 계실뿐ㅋㅋㅋㅋ저보다 새파랑님의 독후감이 훨씬 낫습니다^^ 아마 알라딘에서 인기로는 탑텐에 드실걸요ㅋㅋㅋ 새파랑님을 위해 별5개를 열심히 뒤적거려볼게요😎😎😎

coolcat329 2022-04-10 18:13   좋아요 4 | URL
어머 물감님 걸리셨군요 ㅠㅠ 그래서 조용하셨군요. ㅠ 아직 완전히 회복 안되신거 같은데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물감님의 개성 넘치는 글 저는 늘 재미있게 읽으니 화이팅하세요~저는 물감님의 반만 써도 좋겠는데요...

도나 타트 ...저 아주 예전에 <비밀의 계절>이란 책 읽고 이해를 못했던 안좋은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요 책도 알고는 있었는데 선뜻 손이 안가더라구요.
도나 타트 다시 도전해 보고 싶네요.

물감 2022-04-10 19:52   좋아요 1 | URL
네 한동안 요양하느라 활동이 뜸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두꺼운 책을 골랐고요ㅎㅎ 곧 나아지겠죠 모😁 쿨캣님도 글도 충분히 개성있어요! 글도 잘쓰시고요ㅎㅎㅎ
비밀의 계절은 난해한가 보네요? 기회되면 읽어보고 평가해보겠습니다~ 일단 문체는 합격이에요😀

잠자냥 2022-05-20 14:20   좋아요 1 | URL
아아, 물감님 저랑 비슷한 시기에 걸려버리셨었네요? 요즘은 회복 좀 되셨습니까? -몰아 읽기 뒷북 댓글 ㅎㅎㅎ-

물감 2022-05-20 15:11   좋아요 1 | URL
뒷북 읽고 댓글 환영이에요 ㅎㅎㅎ 코로나는 이제 다 나았지만 후유증이 있긴 해요. 피로감이 계속 떨어지지 않고 무기력 상태일 때가 너무 많아요 ㅠㅠ 처음엔 업무과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거 같아요. 그냥 빨리 걸리고 회복하는게 낫겠다고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안걸리는게 정답이었어요 아오 ㅋㅋㅋㅋㅋㅋㅋ
 
브릴리언스
마커스 세이키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결국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격리하는 동안 책이나 읽자고 했지만 집중이 잘 안되더라. 하여 몰입도 높은 책을 찾다가 마커스 세이키의 <브릴리언스>를 골랐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처럼 뮤턴트, 즉 돌연변이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책도 워낙 유명하여 장르소설계의 필독도서로 불리고 있다. 본국에서는 제2의 데니스 루헤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 루헤인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루헤인과 닮은 점도 잘 모르겠고.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는지, 지금까지도 미출간된 작품이 많다. <브릴리언스>도 3부작이라는데 여태 후편이 없는 걸 보니 알만하다. 이렇게 국내에서 잠깐 떴다가 사라진 유명 작가들이 너무 많은 듯. 마음 같아선 원서로 읽고 싶지만 영어를 못하는 나님은 번역본이 나오기만을 순순히 기다립니다요.


브릴리언트라 불리는 돌연변이들이 미국 전역에 태어난다. 이들의 능력은 사회와 국가를 위협했고, 이 골칫거리들을 쫓아다니는 공정국은 하루도 쉴 날이 없었다. 같은 동족을 사냥해야 하는 정예요원 쿠퍼의 마음은 온통 국가의 안전뿐이었다. 어느 날 브릴리언트의 지도자는 도심 한가운데에 폭탄을 터뜨려 강력한 경고를 남긴다. 제때 폭탄을 막지 못해서 다 죽은 거라던 쿠퍼의 자괴감은, 그 지도자를 반드시 제거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바뀐다. 적에게 접근하기 위해 신분도 가족도 버리고 국가의 배신자가 된 쿠퍼.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일까.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본 기분이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이긴 한데 그래도 재미있다. 노멀들은 제멋대로인 브릴리언트의 통제를 원했고, 브릴리언트는 무조건 괴물처럼 대하는 노멀들을 경멸했다. 이 같은 이념 대립의 구도는 이해관계의 충돌일 뿐 어느 쪽이 틀린 게 아니라서 중립 기어를 놓고 읽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공정국은 돌연변이 아이들을 데려다 특별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실상 아이들의 능력에만 관심을 두고 인간성이나 사회성은 나 몰라라 상태였다. 그런 내부기관을 눈으로 목도하며 뭔가 이건 아닌데 싶은 쿠퍼. 그는 1급 돌연변이인 네 살배기 딸을 아카데미에 보내고 싶지 않았고,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브릴리언트의 지도자를 죽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니까 국가와 사회를 위하기보다는 자신의 아들과 딸을 위해 얼마든지 희생하겠다는 각오와 정신으로 굴러가는 서사가 되시겠다. 이렇게 가족애가 넘치는 주인공들을 볼 때마다 미국 사람들은 다 가족에 살고 가족에 죽는가 궁금해진다.


쿠퍼는 자신의 정의를 실현키 위해 정의의 반대편에 서기로 했다. 자신을 폭탄 사건의 범인으로 오해하게 만들어 공정국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수개월을 떠돌며 브릴리언트로 살아간다. 이 모든 건 어디선가 보고 있을 지도자를 속이려는 장기간 프로젝트였고, 돌연변이들과 어울리며 그에게 접근할 수단을 구하기로 한 거였다. 쿠퍼가 유일한 돌연변이 요원이라 가능한 작전이라지만 가능성도 낮은 일에 국가를 반역하고 목숨을 건다는 설정은 한참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가진 게 다 끊어진 쿠퍼가 바랄 건 오직 운빨인데 역시나, 그 넓은 미국 땅에서 잘도 지도자의 부하를 만나서 잘도 신뢰를 쌓는다. 이렇듯 개연성 없는 구간이 종종 있는데 뒤로 가면 다 이해될 테니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시길. 뭐 그냥 별생각 없이 읽는 게 더 나을지도.


알고 보니 돌연변이들도 노멀과 다를 게 없었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브릴리언트들도 노멀에게 잘못 길러진 탓이었고, 그들끼리 머나먼 곳에서 모여 지내는 것도 다 노멀들 때문이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딴판인 브릴리언트의 진실로 엄청난 혼돈에 빠지는 주인공. 그러니까 목숨 바쳐 충성했던 공정국이 온 세상을 감쪽같이 속인 거고, 자신은 그동안 죄 없는 돌연변이들을 사냥해왔다는 말이지. 진실을 드러내고 세상을 바로잡기 전에, 공정국에 붙잡힌 쿠퍼의 가족 문제가 더 시급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침착하게 풀어나가는 남자의 이야기. 엄청 재밌는데 어째서 반짝 떴다 없어진 작가가 된 걸까. 이해가 안 되네. 암튼 판타지나 액션 스릴러 좋아하는 분들에겐 강추한다. 확진 후 맛이 간 상태에서 쓴 글이니 엉망이어도 좀 봐주시길. 그만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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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4-01 10:52   좋아요 3 | URL
물감님도 피해갈 수 없는 코로나군요 ㅋ 그래도 크게 후유증이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격리기간이라고 책을 더 읽을줄 알았는데 그렇게 안되더라구요😅

물감 2022-04-01 10:58   좋아요 3 | URL
아녜요 후유증 장난아닙니다.. 하도 기침해서 목에 피맛나요...ㅋㅋㅋ정신줄 붙잡고 평 쓴거에요ㅋㅋㅋ 어서 지나가기만 바랄뿐입니다😂

이하라 2022-04-01 10:58   좋아요 3 | URL
확산세가 너무 거세서 안걸리고 지나가는게 불가능한가 봅니다.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격리기간에 다독하시고 너무 심심하지 않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물감 2022-04-01 11:03   좋아요 3 | URL
저는 이제와 걸린것도 오래 버텼다고 생각중입니다ㅎㅎ아프긴 하네요. 누가 가벼운 감기라고 한건지... 격려 감사합니다ㅜㅜ 이하라 님도 건강 또 건강하세요🙂

청아 2022-04-01 11:42   좋아요 4 | URL
물감님도 결국 감염되셨군요ㅠㅠ
물감님! 너튜브에 <너덜트> 재밌어요. 아플때 웃으면 통증이 완화되더라구요. 저는 아직 안걸렸지만 백신맞고 아팠을때 그렇게 버텼어요. 얼른 남김없이 완치되시길 바랍니다😉

물감 2022-04-01 13:03   좋아요 2 | URL
알려주셔서 방금 너덜트 몇 개 보고왔어요, 현실고증 풍자극이더라고요ㅋㅋ완치되서 돌아오겠습니다^^

mini74 2022-04-01 14:53   좋아요 1 | URL
아이고 힘드시겠어요 ㅠㅠ 저는 주변에 다들 하나둘씩 ㅠㅠ 언니는 생강차 마시며 버텼다고 하더라고요. 후유증 오래가는 분들 많더라고요. 잘 드시고 푹 쉬세요 *^^*

물감 2022-04-01 15:03   좋아요 1 | URL
증상이 개인마다 다른거 같은데 저는 지금 먹는 족족 화장실을 가고 있어서 뭘 먹기가 두려워요 ㅋㅋㅋㅋㅋ 배에선 엄청 꼬르륵 대는데 화장실 생각해서 먹지도 못하겠고 ㅋㅋㅋㅋㅋㅋㅋ 이와중에 입맛은 아직 살아있거든요 ㅠㅠ 암튼 잘 쉬다오겠습니다!

서니데이 2022-04-01 14:57   좋아요 2 | URL
물감님도 확진되셨군요. 빨리 좋아지시고 건강 회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물감 2022-04-01 15:08   좋아요 2 | URL
방문과 댓글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ㅜㅜ
푹 쉬고 돌아오겠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파엘 2022-04-01 19:58   좋아요 2 | URL
코로나 확진이라니... 물감님, 고생하시는군요 ㅜㅜ
쾌유를 바라고, 후유증이 없으시길 기원합니다 ㅜㅜ

물감 2022-04-01 21:33   좋아요 2 | URL
조심한다해서 안걸리는건 아니더라고요. 워낙 많이들 걸리고 있으니ㅎㅎ 라파엘님도 조심하세요🙂 언넝 낫고 오겠습니다!

구단씨 2022-04-02 13:31   좋아요 1 | URL
저도요...
이틀 전에 코로나 확진 받고
시간도 생겼겠다 책이나 읽자 싶었지만 한줄도 못읽는 상태...
아파서 저절로 눈물이 납니다.
얼른 쾌차하세요.
코로나 이거 만만하게 볼 거 아니네요.

물감 2022-04-02 13:41   좋아요 0 | URL
저런, 구단씨님도... ㅜㅜ 회복에만 전념하시고, 괜찮아지시면 쉬운 책 위주로 읽으셔요. 저는 비대면 추가처방 받고 현재 먹는 약이 5~6개쯤 됩니다ㅠㅠ
이 코로나가 두뇌손상도 입혀서 지능도 나빠지게 만든다네요... 오늘내일은 약먹고 푹 주무세요! 건강해져서 다시 만나요 ㅎㅎ

나비종 2022-04-04 21:48   좋아요 1 | URL
몸은 좀 나아지셨는지요?ㅡㅡ 지인들 얘기 들어보니 목이 많이 아프다더군요ㅠㅠ 빨리 나아지시기 바랍니다..

물감 2022-04-05 08:37   좋아요 1 | URL
특히 목이 고생을 많이 해요. 기침이 계속 나서...
지금은 많이 회복했는데 아직도 기침이 있네요 ^^;
나비종님도 조심하세요 ㅠㅠ

- 2022-04-07 10:02   좋아요 1 | URL
얽 이웃님! 몸조리 잘하시구랴…!!!!🙄

물감 2022-04-07 13:18   좋아요 1 | URL
아아니 쟝님 오랜만이에요, 보다시피 확진 후 요양중입니다요 ㅎㅎ
부디 걸리지 마시기를............ 괴롭습니다 ㅋㅋㅋ

- 2022-04-07 13:28   좋아요 1 | URL
ㅠㅠ 알라딘의 이동욱 목소리는 김동률 밀레니얼 자발적 아싸에 옥구슬 감성러 인프제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그리고 쉬면서 영화 패터슨 좀 봐요!ㅋㅋㅋㅋㅋ

물감 2022-04-07 17:50   좋아요 0 | URL
코로나가 뇌어딘가를 손상시켜서 머리가 나빠진대요.. 어쩐지 업무보는데 회전이 잘 안댐ㅋㅋㅋ 패터슨 어디서 보죠? 넷플에 있던가ㅋㅋㅋ

- 2022-04-07 18:53   좋아요 1 | URL
그렁거까지 내가 알려줘야하나 걍 보지마여 ㅋㅋㅋ 난 절대 안걸려야지 !! 내 머린 훌륭하고 소중하니까 ㅎ
 
댈러웨이 부인 세계문학의 숲 2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태동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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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이 글은 당신의 귀중한 시간을 뺏길 수도 있음.



아무리 귀찮고 하기 싫은 일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루틴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이걸 내가 싫어했던가 하는 때가 온다. 출근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다고 늘 징징대는 A양은 놀랍게도 지각을 한 적이 없다. 언제나 그녀의 책상엔 먹다 만 테이크아웃 커피컵이 두세 개씩 놓여있다. 저 정도면 커피를 마시지 말고 팔에다 꽂아넣는 게 더 빠른 각성효과를 얻지 않을까. 어제는 그렇게 화창하더니 오늘은 예보에 없던 비바람이 친다. 아침 기온은 영하였다가 낮에는 영상 20도를 넘는다. 어느덧 봄이 왔다는 누군가의 말에 하나둘씩 기분이 들뜬다. 봄. 봄날이라. 따뜻해도 봄이니까, 추워도 봄이니까, 공기가 좋아도 나빠도 다 봄이니까. 뭐 이런 지킬 앤 하이드 같은 계절이 다 있담. 모 가수의 노래 제목도 있었지. 봄이 좋냐. 제발 집에들 좀 있어라. 비싼 집에 살면서 집에 안 있으면 돈 아깝잖냐. 점점 표정에 변화가 없어지는 나에게 건네는 말들. 이직 준비하는 거 아니지? 그래요, 그래. 일이야 힘들지만 아직은 그럴 마음 없습니다요. 다만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내 자리에는 모니터 두 대와 키보드와 마우스를 제외한 짐이 단 하나도 없다는 거. 극강의 미니멀리즘을 고수한지 벌써 N년. 회식자리에서 취하신 팀장님이 그러데. 자발적 아싸인 척 이제 그만해~ 아닙니다, 팀장님. 척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전 본투비 아싸랍니다. 그렇게 퇴근을 노래하던 A양이 회식만 가면 집이 싫다네? 어우 기빨려. 이놈의 인싸 알레르기는 정말 답이 없어 그래. 옆옆 테이블은 대학생들인가 봐. 분위기 주도하는 저 친구도 참 만만치 않은 핵인싸일세. 자네, 졸업하면 우리 팀에 입사할 생각 없나. 아냐, 그냥 지금 우리 테이블로 와서 저 A양 좀 마크해주라. 그리고 내가 너네 테이블로 가면 안 될까. 갑자기 휴대폰에 강아지 사진을 훅 들이미는 B양의 한 마디. 우리 집 초코 짱 귀엽죠? 이렇게 생긴 개들은 왜 다 이름이 초코일까. 드립의 민족 맞아? 썬더볼트나 볼케이노 같은 네이밍 정도는 돼야지. 어쩌다 방송이라도 탄다 생각해봐. 전 국민한테 사랑받는 거 순식간이라고. 얘는 개인기가 뭐 있니. 어, 아직 없어요. 그럼 공중제비 같은 거 가르쳐 봐. 강아지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연습하면 될걸? 그럼 선배님은 연습하면 다 되시나요. 아니 못하지. 그럼 개만도 못한 거네요. 얘도 취했네. 전화 온 척하며 밖으로 나왔더니 뒤따라 나온 C양이 저도 선배님하고 바람 쐴래요. 너도 아싸구나? 아니 그걸 어떻게. 그거 아세요? 당근 마켓의 당근이, 당신의 근처라는 뜻이래요. 많이 취했네. 아 진짜예요. 아니 왜 혼자 있는 사람한테 와서 쫑알쫑알 귀찮게 구는 걸까. 그만 들어가 놀아라. 이히히, 선배님은 반응이 진짜 재밌어요. 이런, 인기 많은 아싸는 모냥 빠지는데. 고기 먹었더니 목이 근질근질하네. 그~대 기억이~ 지~난 사랑이~~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시간 참 빨리도 간다. 주 4일제를 하는 날이 오긴 할까. 그냥 주 5일제에서 4시 퇴근이었으면 좋겠는데. A양의 술 주정이 여기까지 들려온다. 두 여자가 주차장 자갈밭으로 간다. 아까 옆옆 테이블에 있던 대학생들이다. 전자담배를 꺼내며 누군가를 막 씹는데 아마도 아까 그 인싸 남학생인듯하다. 어쩌면 나도 저렇게 씹히는 중이려나. 둘 중 하나가 전화를 받더니 친구한테 손짓하며 헤어진다. 대리기사가 왔나 본데 어라, 두 사람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서로 멍하니 보고만 있다. 아니, 입술은 움직이는 게 보인다. 대리기사가 전남친인 딱 그런 상황인 듯. 아씨, 믹스 커피라도 뽑아올걸.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오빠, 요즘 대리 뛰나 봐? 나 버리고 김민희한테 간 결과가 이거야? ...세상 좁네 참. 이렇게 볼 줄 몰랐는데. 운전할게, 차에 타. 아니, 오랜만에 만났는데 오빠는 나한테 할 말이 그거밖에 없어? 다음에 얘기해. 지금 나 일중이야. 무슨 다음이야 다음은. 예전처럼 또 연락 끊고 잠수탈 인간이!... 모두가 꽐라일때 혼자 멀쩡히 귀가하는 이 기분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결국 설거지랑 빨래는 오늘도 못했다. 모 연예인이 마약 했대. 모 기업에서 횡령 터졌대. 치킨값이 또 오른대. 아주 그냥 세상은 조용할 날이 없구나. 평범하기도 참 힘들다 힘들어. 일본의 모 닌자 만화에서는 분신을 천개 이상 만들던데. 정말 부러운 능력이야. 졸려. 졸린데 잠들기 싫어. 지금 자놔야 내일 출근하지. 아는데 괜히 자기 싫어서 계속 잡생각을 해. 그만하고 빨리 자. 야 이 씨, 너 누구 편이야...



괜한 글 읽느라 수고한 그대에게 박수를 보낸다. 위의 글은 일명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이다. 이 족보 없는 형식의 글이 마음에 드시는지? 이 같은 의식의 흐름에 맡긴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읽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백장도 못 읽고 덮었다. 머리에 전혀 입력이 안되는 이 책의 리뷰들을 찾아봤더니 마지막까지 그렇게 흘러간다고 하여 그만 읽자는 빠른 판단을 내렸다. 그럼 읽은 것도 아닌데 굳이 평을 남겨야 하나 싶었지만 쓰기 위해 읽는 나님은 일단 쓰기로 했다. 의식의 흐름이라. 야, 이런 식이면 나도 하루 종일 써낼 자신 있다. 손가락 가는 대로 블라블라 하는 거? 전혀 어렵지 않다. 고전이니까 이런 형식의 작품도 높게 쳐주는 거지, 현대에 와서 이렇게 썼으면 온갖 욕을 먹고 장수했을 거다. 내가 본 고전 중에 가장 해설이 긴 작품이었는데, 그 해설마저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설명으로 가득했다. 아니, 이해가 안 되는 해설도 해설이라 할 수 있는 건가. 뭐, 긴 해설이 필요할 정도로 쉽지 않은 작품이란 것만 알겠다. 제대로 된 작품 평을 보고 싶은 분들은 다른 리뷰들을 참고 하시라. 암튼 이번에도 읽었데는 데에, 아니 썼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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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7 14:02   좋아요 3 | URL
푸하하 뭔가 의식의 흐름같은데 넘 재미있어요 ㅎㅎ 어디서든 초코 라고 외치면 개 짖는 소리 들릴거 같아요 ~ 저희 동네에도 초코 많아요 ㅋㅋ 근데 넘 재미있습니다 물감님 ~ 근데 포켓몬 하시나요 썬더볼트ㅎㅎ

물감 2022-03-27 14:21   좋아요 2 | URL
다행히 미니님의 시간을 뺏진 않은듯 하네요ㅎㅎ제 주변에도 초코 많이들 키웁니다요😀 인기종이었군요ㅎㅎ
썬더볼트가 포켓몬에 나오는 이름인가요? 전 그냥 즉석에서 생각한 거라ㅋㅋㅋ

mini74 2022-03-27 14:24   좋아요 2 | URL
네 ㅎㅎ 썬더볼트 포켓몬에 나오는데 예쁩니다 ~

물감 2022-03-27 14:34   좋아요 2 | URL
방금 검색해보고 왔는데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2-03-27 16:04   좋아요 4 | URL
‘왜 다 이름이 초코‘에서 터졌습니다 ㅋㅋㅋ
아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책 몇 권 있는데 다 중고임에도 새 책 같아요. ㅎㅎ
댈러웨이 부인을 소재로 한 마이클 커닝햄의 <디 아워스>가 좋았었기에 이 책도 읽고 싶긴 한데 손이 안 가긴 합니다. 😪
물감님 글을 보니 그래도 올해는 도전해볼까 싶어요.ㅋ

물감 2022-03-27 18:02   좋아요 4 | URL
제 마이너 코드를 좋아해주시는 몇 없는 이웃분들이 있어 글쓰는 맛이 난답니다😀 어쩐지 아재개그를 끊지 못하는 사람의 기분을 알겠네요ㅋㅋㅋ
그나저나 울프의 글이 많이 어렵나봐요. 그래도 뭐 이 책만 할까 싶네요ㅋㅋㅋ같이 도전해봐요🙂🙂🙂

북깨비 2022-03-30 16:30   좋아요 4 | URL
어떡해요 ㅋㅋㅋㅋ 저도 너무 재밌어요!!! 🤣 이거 디스 아니고 책 홍보 글 아니에요? ㅋㅋㅋ 댈러웨이 부인은 어떤지 몰라도 물감님 의식의 흐름 기법은 책 한 권 분량도 술술술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물감 2022-03-30 16:52   좋아요 3 | URL
아이구야 의도치 않게 팬 한명을 또 확보해부렀군요ㅋㅋ
끄적인 저의 의식의흐름 글은 평상시 자주하는 생각의 일부라, 온종일 쓸수도 있어요ㅋㅋㅋ 이웃님들을 위해서 가끔씩 띄워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