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50
로버트 두고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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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게 밝고 싹싹한 직장 후배와 식사 자리를 가졌다. 애써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자긴 그냥 이게 편해서 어쩔 수가 없단다. 자기주장이 강한 친구들만 보다가 이런 유형의 친구들을 만나면 기특하면서도 참 안쓰럽다. 남들 배려하는 건 좋은데 일단 나부터 돌봐야지, 저러다 멘탈 나가면 결국 본인만 손해거든. 선한 이들의 단점은 똑똑함과 별개로 지혜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융통성 부족이란 말도 자주 듣는다. 이들은 어떤 변수라도 생기면 곧잘 사고가 멈춰버린다. 이렇게 제 감정 표현도 못하고 의사결정도 미루는 후배들에게 나는 지혜의 중요성을 꼭 강조한다. 그래야 감정 낭비 없이 오래 버틸 수 있거든. 그러려면 일단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남들이 다 짜장면 시킨다고 나까지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물론 모두가 예 할 때 혼자만 아니오 하기는 어렵지. 튀는 게 싫은 한국인의 고질병을 왜 모르겠어. 그래도 아니다 싶은 건 아니라고 자꾸 말해 버릇 해야 된다. 그 예로, 이번에 읽은 <내 동생의 무덤>도 다들 좋다고 난리지만 나에게는 진짜 좀 아니었거든? 그럼 뭐가 맘에 안 드는지 어디 신랄하게 까 보겠다.


동생의 실종사건으로 온 마을에 난리가 난다. 출소한 범죄자의 짓으로 밝혀졌지만 동생의 시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범인이 잡혔는데도 언니는 영 석연치가 않았다. 어찐지 황급하게 사건을 종결했다는 느낌이다. 수년 후 고향 땅 어딘가에서 동생의 뼈가 발견되면서 20년 전의 사건이 재조명을 받는다. 형사가 된 트레이시는 사건을 맡았던 관계자들을 찾아가지만 하나같이 뭔가를 감추고서 시원하게 입을 열지 않는다. 이로써 과거의 재판은 조작된 것이었고, 범인은 희생양이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제 트레이시는 변호사 친구와 함께 범인을 의뢰인으로 세워 20년 전의 오심에 대한 재판을 열기로 한다.


가장 심각한 점은 매우 흔하고도 진부한 설정과 전개 방식이다. 진실을 찾기 위해 형사가 된 것, 옛 사건의 조작, 함구하는 주변인. 타 범죄소설들하고 다를 게 하나도 없어 중복이다 못해 뒷북치는 느낌마저 준다. 이 시리즈가 법정 스릴러물인데 주인공이 형사라는 건, 두 분야를 결합하여 새 장르를 보여주겠다는 뜻일 거다. 근데 결합은커녕 어느 한쪽도 제대로 못 살린 지못미가 되어버렸다. 주인공이 머리도 좋고 사격도 잘한다길래 멋진 액션씬이 나오려나 싶었는데 내내 조용하기만 했고, 재판 장면에서는 극적인 연출 하나 없이 잔잔하기만 해서 전혀 흥분이 안된다. 스릴이 전혀 없는데 억지로 분위기만 조성하려는 게 아주 그냥 괘씸하더라니까.


사실 사건이 그저 그렇더래도 인물만 잘 뽑으면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데에 별문제가 없다. 그런데 트레이시에게는 입체적인 매력과 개성이 전혀 없다. 이제 겨우 1편이라 해도 말이다. 하나의 캐릭터가 완성되기까지는 성장 배경, 성격, 신념, 약점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이런 조건들을 얼마나 변주하느냐가 관건인데, 이 작품은 뭐 하나도 제대로 활용하는 법이 없다. 앞서 말한 억지 분위기 조성 중에 하나가 트레이시의 트라우마이다. 그녀의 트라우마는 동생의 죽음이 내 탓이라는 평생의 죄책감이고, 그 아픔을 20년 동안 가지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실종된 동생의 시신도 찾았고, 사건의 진실도 알아냈고, 조작된 오류들도 다 바로잡게 되었다. 그러니까 시리즈 1편 만에 트라우마도 해결되고 형사가 된 목적도 달성한 셈이다. 시리즈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요소가 벌써 다 사라졌는데, 안 그래도 재미없는 작품을 계속 봐야 하나 싶다.


이제 막 1편인데 러브라인까지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럴 짬이 있으면 사건과 인물 설정에나 좀 더 신경 써주시지. 동생 일로 결혼 준비하던 애인과 헤어지자마자, 변호사로 등장한 친구와 눈이 맞는다는 이런 설정은 누가 봐도 무리수 아입니까? 그리고 조작이다, 재판이다, 뭐다 해서 바쁜 와중에 하트 뿅뿅 거리며 연애질할 여유가 어디 있어 대체. 스토리가 딸리니까 이딴 걸로 분량을 채운다는 게 작가로써 글러먹었다는 증거다. 그리고 사건의 진실은 뭐고 진범은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 워낙 스트레이트한 플롯이라 궁금하지도 않을뿐더러 알아서 다 알려준다. 출판사에서는 뭘 믿고 이 작품을 모중석 스릴러클럽에 추가한 건지 모르겠다. 내가 책 추천은 몰라도 비추천은 자신 있는데 이 작품은 정말 비추한다. 아무튼 잘들 봤지? 자기주장은 이런 식으로 하면 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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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7-17 22:34   좋아요 3 | URL
내가 책 추천은 몰라도 비추천은 자신 있다 ㅋㅋㅋㅋㅋ 명심하고 이 책은 거르도록 하겠습니다~^^

물감 2022-07-18 00:04   좋아요 4 | URL
소중한 1표, 감사합니다ㅎㅎㅎ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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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몸은 피곤한데 글은 써야겠고. 그래서 이번 서평은 간략하게 적는다. 처음 보는 조지 오웰의 작품이 있길래 냉큼 사 읽었는데 결과는 대만족. 하긴 오웰이 늘 그렇지 뭐. <숨 쉬러 나가다>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데, 작품성보다도 재미와 위트가 더 돋보여 저자를 다시 보게끔 만들어준다. 그러니까 필력 좋고 통찰력 있는 데다 유머까지 겸비하셨단 말이지? 내가 엔간해선 작가들한테 질투를 안 하는데, 오웰은 참 질투가 난다. 찬찬히 그의 책들을 섭렵해야겠다.


꽁돈이 생긴 조지 볼링은 아내 몰래 일주일 휴가를 떠나기로 한다. 그는 유년시절을 지내온 고향에 가서 낚시나 실컷 하다 올 계획이었다. 헌데 시골이었던 고향은 공업단지 및 주택단지로 변해있었다. 숨 쉬러 나왔던 조지는 이제 다시 집과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기본 틀은 이러하고, 주인공의 유년시절부터 애 아빠가 되기까지를 일인칭 시점으로 소개한다. 블랙 유머 한두 방울씩 뿌려주면서. <스토너>의 느낌도 약간 있는데, <스토너>가 후라이드 치킨이라면 이 책은 간장 치킨이라 보면 된다. 긴 말없이 읽어보라 하고 싶지만 이 책도 품절입니다요.


시골에서 형들과 낚시하러 다니는 게 전부였던 소년. 누구나처럼 대학 갈 준비를 하고, 성인이 되자 1차 대전이 터져서 군에 입대한다. 운 좋게 사병에서 장교로 뽑혔으나 외딴곳에 배치받아 전쟁 끝 날까지 짱 박혀있는다. 모두가 전쟁만을 심각히 여기지만, 진짜 심각한 건 전쟁이 지나간 다음이다. 그 많던 군인들이 강제 전역하여 백수가 되었고, 세상은 무너진 건물과 부족한 일자리와 생사확인이 불가한 사람들로 넘쳤다. 붕괴된 일상이 회복되려면 대체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오웰은 전쟁 후의 참혹한 현실보다도 이제는 지나가버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옛 시절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전쟁으로 가족과 지인들이 죽었고, 그 후에는 먹고살기 바빠서 점점 혼자가 된 주인공. 더는 추억을 공유할 사람도, 내 얘기에 공감해줄 사람도 없다. 그러다 문득 고향을 찾아가 위안을 얻기로 했지만, 이미 20년이나 지난 고향은 더 이상 그가 알던 고즈넉한 터전이 아니었다. 즐겨 찾던 가게들도 없어지고, 도로는 다 새로 깔았고, 숲과 연못이 있던 자리에는 공장이 세워졌다. 어쩌다 마주한 옛 연인은 그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기대가 어긋날수록 숨이 콱 막혀온다. 여러 번 말했지만 나는 현대 문명과 과학의 발전을 마냥 좋게 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조지 오웰도 득보다 실에 더 주목하는 사람이었다. 역시나.


가만히만 있어도 급변하는 세상인데 전쟁까지 치렀으니 얼마나 많은 게 바뀌었겠나. 본인만 해도 외모부터 직업과 환경까지 전부 달라졌건만 옛 고향의 모습이 그대로이길 바라다니. 이 무슨 근거 없는 확신과 믿음일까. 근데 또 이해는 되는지라 더욱 비참한 거다. 이런 주옥같은 감정은 여기서 끝날게 아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히틀러의 행방을 보며 전쟁의 징조를 느꼈기 때문.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를 한물간 늙은이로 여기는 저들도 내 심정을 이해할 날이 오겠지. 언젠가 저들도 전쟁의 얼굴을 갖게 되면 파시즘이냐 공산주의냐 싸울 때가 아니란 걸 깨달을 테지. 그리고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까지도.


전쟁은 오웰의 추억을 지우고 행복을 앗아갔다. 내 남은 기억들이 불확실하다고 느껴진다면 이 얼마나 숨이 막힐까. 이 작품이 발표되고 몇 년 뒤에 2차대전이 일어났다. 곧 일어날 전쟁보다 그 뒤에 있을 사태를 경고하려 이 책을 썼지 싶다.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태평하게 독서나 하고 있는 날들이 언제 멈춰버릴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날이 오면 우리가 그토록 고민하고 투쟁하던 것들이 다 허무로 돌아가리라. 부디 그런 날이 오지 않길 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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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7-09 09:02   좋아요 3 | URL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후의 글인가봅니다. <카탈로니아 찬가> 가 기억나네요.

물감 2022-07-09 23:45   좋아요 3 | URL
그 책을 안봐서 잘 모르겠네요. 읽어봐야겠습니다.

scott 2022-08-10 16:16   좋아요 4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 추카!

건강 빨리 회복 하시길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2-08-10 16:26   좋아요 4 | URL
물감님 축하드려요~

mini74 2022-08-10 16:29   좋아요 4 | URL
피곤한건 괜찮으시지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

새파랑 2022-08-10 17:15   좋아요 3 | URL
물감님 축하드립니다. 피곤이 확 풀리시길 바라겠습니다~!!

물감 2022-08-10 17:18   좋아요 5 | URL
안녕하세요 이웃님들. 먼저 축하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몸이 안좋아서 활동을 안하는 게 아님을 밝힙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서니데이 2022-08-10 21:35   좋아요 1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이하라 2022-08-10 22:45   좋아요 1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물감님^^
비 피해 없이 지나시는 편안한 시간 되세요^^

꼬마요정 2022-08-11 09:01   좋아요 1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 저 이 책 샀어요 ㅎㅎㅎ
얼른 건강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강나루 2022-08-12 07:50   좋아요 1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작 되신거 축하드려요^^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러블리땡 2022-08-12 22:55   좋아요 1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햄릿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0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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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검증된 책을 골라 읽긴 하지만 누구나 읽는 필독서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읽고 리뷰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이미 유명할 대로 유명한 작품을 리뷰 쓴다는 건 매우 기운 빠지는 일이다. 앞서 수많은 리뷰와 해석이 존재해, 내가 어떤 평을 쓰던지 중복과 뒷북이 될 테니까. 그래서 나는 유명한 맛집 탐방보다, 나만의 맛집 발견을 더 선호한다. tmi는 이쯤 해두자. 오래 묵혀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드디어 완독해 뿌듯한 반면, 대체 어떤 리뷰를 써야 할지 몰라 막막한 상태다. 그러므로 이번 글은 적당히 의식의 흐름대로 쓰련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햄릿 왕자의 숙부는 덴마크 선왕을 독살한 후 왕이 된다. 그리고 숙부와 간통해온 왕비는 그와 재혼한다. 내막을 알아낸 햄릿은 선왕의 복수를 결심하는데, 다짜고짜 달려들어 숙부를 죽일 순 없는 노릇이다. 하여 그는 광증에 걸린 척하면서 숙부의 범죄 증거를 수집한다. 자신의 메소드 연기에 모두가 껌뻑 속자, 적성을 찾은 햄릿은 전공을 연극 영화과로 정했다는... 점점 미쳐가는구나. 이래서 유명작은 리뷰하기가 싫다니까.


햄릿에게는 아군이 없었다. 선왕이 죽고 나자 온 국민의 태도가 변했다. 손가락질 받던 숙부는 모든 이의 아첨을 받는다. 왕궁과 백성들은 이 추악한 왕과 왕비를 따르고, 친한 벗들마저 가면을 쓰고 햄릿을 대한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복수했다 한들 변함없는 현실에 무엇을 바라리오. 하여 햄릿은 자살을 소망하게 되고, 여기에서 바로 사느냐 마느냐 하는 내적 갈등이 나온다. 혼자만 정신줄 잡고 있기보다 차라리 광인의 감투를 쓰고 타이밍을 재는 게 낫다고 판단. 그리고 타인과의 대화마다 광인의 언어유희로 쏙쏙 빠져나가는 지혜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그의 편이 아무도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햄릿은 복수의 결단이 점점 약해지고, 독자조차도 햄릿의 복수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괜히 4대 비극이라 불리는 게 아니올시다.


<햄릿>은 모든 인물이 정반대의 겉과 속을 지녔다. 이 같은 설정은 저마다의 비극을 불러와, 작품 속 비극이 햄릿만을 위한 게 아님을 보여준다. 그것으로 또한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을, 셰익스피어는 여러 번 강조한다. 그 모든 운명과 비극의 중심에는 햄릿이 있었다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주변인들은 각자의 운명대로 차례차례 죽는다. 작품 해설에는 이 죽음들이 햄릿의 복수가 지연되면서 생긴 문제로 보고 있다. 햄릿이 질질 끌지만 않았어도 몇몇의 죽음은 면했을 거라나. 글쎄, 운명이 그렇게 정해져있었다면 죽음 자체가 그리 중요한 건 아닐 테지. 햄릿을 사랑한 이들은 분별력이 없어서 죽게 되고, 햄릿을 시기한 이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 죽고 만다. 이로 보건대 죽음의 원인은 자신들의 우둔함에 있지 않았을까.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던.


막말로 너 죽고 나 죽자는 진흙탕 싸움의 내용인데, 대체 무엇이 <햄릿>의 명성을 높이고 있는가. 정답은 정의(선)의 고결함에 있다. 사회적으로도 그렇지만 기독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하나같이 범죄 한 영혼뿐이다. 왕비의 간통도, 숙부의 독살도, 대신의 이간질과 벗들의 거짓말도, 그리고 대신을 찔러 죽이고 벗들을 죽게 놔둔 햄릿도. 아무리 질서를 바로잡고 무너진 성벽을 세우는 일이라도 타인의 목숨을 뺏는 행위는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 햄릿도 그걸 알지만 선왕의 복수는 곧 피치 못할 운명인지라, 결국 목숨을 맞바꿔서 정의를 실현키로 한다. 이 운명의 대가가 없었다면 세상은 여전히 부패하고 거짓이 판을 치겠지. 이렇듯 정의가 고결하려면 그만한 희생이 요구된다. 이 부름에 응하는 누군가에 의해 세상은 바뀌는 법이다.


간혹 이렇게 나랑 1도 겹치지 않는 허구의 인물한테 푹 빠져들기도 한다. 주로 인물의 고뇌와 갈등이 남 일 같지 않을 때나 그러는데, 햄릿은 좀 다르다. 그가 극심한 우울과 염세와 배신감 속에서도 선왕의 명예 회복을 선택했다는 데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햄릿은 생각이 너무 많아 지나치게 신중한 편이다. 그래서 모든 돌다리를 두드리느라 복수할 타이밍을 내내 놓치고 있다. 그런 회피형 인간이 침묵을 어기고 진실의 횃불을 들기까지 얼마나 고생 많았던가. 아 역시 나는 성장통 빡씨게 겪는 인물들이 좋다. ‘사느냐, 죽느냐‘라는 이 대사만으로도 셰익스피어는 천재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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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22-06-28 19:39   좋아요 1 | URL
유명한 맛집 탐방도 나름 괜찮은 면이 있습니다. 대중의 평과 나의 의견을 비교하는 맛이 있죠. 차이를 발견하는 묘미가 있거든요. 이런 맛이? 왜에? 당당하게 외칠 수 있습니다. 먹어봤으니까~ㅎㅎ
<햄릿>은 ‘나도 가 봤다‘에 의미를 두기로 했습니다. 그저 그랬거든요.^^; 시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은 번역으로 작품의 냄새까지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나 보다 했습니다. 영혼을 끌어모아 번역한 건 보이는데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문체라 꾸역꾸역 읽는 데 영혼을 끌어모았습니다.ㅠㅠ

연극영화과ㅋㅋㅋ 왕자가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까지 한 걸 보면, 뭐ㅋㅋ 역시 물감님은 매번 저에게 유쾌한 리뷰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주시는군요~ㅎㅎ 엄.지.척!!!

햄릿이 자살을 소망했을까요? 삶의 의지를 잃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저돌적이라... 저는 우유부단의 원인을 복수 여부로 보았거든요. 냅두느냐, 뒤집어엎느냐, 그것이 문제로세~ 이렇게요.
햄릿 편이 한 명은 있었다고 봅니다. 마지막에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 미션을 받은 절친 호레이쇼요~무릇 비밀을 나누면 절친으로 등극되는 법ㅋㅋ

복수 지연은 어찌 보면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건데 이로 인해 도미노 죽음이 발생하니, 역시 인생은 타이밍인데 그걸 맞추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니, 하여튼 어렵습니다.^^
착하게 살아도, 기회주의자도 죽고, 현왕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극악무도의 극치는 아닌 것 같고, 유형을 가리지 않고 무더기로 죽는 걸 보면서 ‘운명‘ 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분별력과 욕심이라... 물감님 생각처럼 우둔함일 수도 있겠습니다.

고결한 정의를 지키는 이는 양날의 검을 쥐어야 하나 봅니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단죄가 스스로의 목숨을 희생할 만큼 동등한 가치를 지녔던 걸까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햄릿이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것 같은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인식한 것 같지도 않거든요.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고결한 정의를 향한 고결한 용기겠죠?

햄릿이 물감님 마음에는 드셨군요. 폭풍 좀 몰아치고 쓰나미 몇 번 방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나무 포스 뿜뿜 시전하는 캐릭터를 좋아하시는군요~ㅎㅎ
투비오어낫투비 멋진 건 인정! 인물의 갈등을 이보다 더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에 저도 공감합니다~^^

장마가 올락말락하는 저녁입니다.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빵빵한 하늘은 보이는데 쏟아붓지않고 꾸물거리네요. 습한 나날에 마음만은 뽀송해지소서~^^

물감 2022-06-29 13:52   좋아요 2 | URL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도 맛집 탐방 좋아합니다 ㅎㅎㅎ 먹는 건 다 찬성이에요 ^^
저역시 ‘나도 가봤다‘에 의미둘 때가 많지만 성격상 내색을 하진 않는데요, 책 또한 마찬가지더라고요. 나도 읽어봤다~를 속으로만 ㅎㅎ

저는 문체는 별 거슬림 없이 무난하게 읽었는데, 타 번역본과 비교해보니 아쉬운 구간이 꽤 있네요. 근데 이건 타 번역본들도 같았어요. 딱 이거다 싶은 문체를 가진 데가 없더라구요. 늘 그렇듯 감안하고 읽고 있어요 ㅠㅠ

이 작품은 리뷰에 드립칠 만한 곳이 안보이더라고요 ㅋㅋㅋㅋ다른 의미로 리뷰가 쉽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진짜 한 세네문단 정도만 쓸라고 했는데 좀 더 길어졌군요 ㅎ호호홓

번역에서 자살 어쩌구를 언급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했어요. 그런 눈으로 읽으니까 자살의 낌새나 소망이 느껴지긴 하더라는... 일단 제가 햄릿의 입장으로 받아들여보니 자살충동도, 복수심도, 염세도 너무 와닿아서 별 거리낌은 없었어요 ㅋㅋㅋㅋ 이게 참 번역가마다 보고 느낀 바가 다 달라서 뭐가 맞다 틀리다를 논하기가 어렵지만, 저는 딱히 정답없이 여러 해석을 품는 자체로도 좋았어요.

문제의 ‘사느냐, 죽느냐‘ 멘트는 정말 해석의 여지가 많잖아요? 저는 그걸 일일이 따지기보다, 햄릿의 입장과 상황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의 심정을 몽땅 압축했다고 받아들였어요. 어쩌면 셰익스피어도 독자들이 여러의미를 느껴보라고 의도한게 아닌가 싶거든요. 단순한 햄릿의 생사를 가리키는 것도 되고, 살아는 있으나 이걸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것도 되고 기타 여러가지로요. 어떻게 접근하든 그 자체로도 너무 매력있지 않나요^^ 그 외에도 여러 대사와 상황들이 다 비슷할 듯 하고요 ㅎㅎ

호레이쇼는... 친구라면 친구지만 뭔가 비중이 낮아보여서 그냥 뺐어요 ㅋㅋㅋ그리고 내막을 호레이쇼가 까발리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호레이쇼까지 죽였다면 완.벽.한. 비극이었을텐데 ㅋㅋㅋㅋ그랬으면 정말 모든 죽음들이 운명은 무슨, 다 햄릿 탓이라고 해도 되겠거든요ㅋㅋㅋ

자고로 주인공들은 굴려야 제맛이라는 말이 있죠. 실컷 깨져봐야 됩니다. 그다음 어떤 식으로 각성하고 성장하느냐가 중요하긴 한데, 본인의 고질병이나 세계관의 시스템을 지혜롭게 맞대항 하는 걸 특히 좋아해요! 저는 햄릿의 미친 척과 언어유희도, 저돌적인 태도도, 주변인들을 통찰하는 것도 아주 현명하다고 느껴졌어요. 겉보기야 어떻든 햄릿의 중심은, 희생을 마다 않고 선을 쫓고 있어 충분히 고결해 보였고요! 자살충동이 있든없든간에 숙부와의 승부는 곧 죽음이라는 걸 알곤 있었을테니...

6월도 아슬아슬하게 성공했습니다. 아아 안그래도 독서가 잘 안되는데 바쁘기까지 하니 정말 정신이 없네요. 나비종님의 마음을 잘 알겠어요ㅎㅎㅎㅎ 장맛바람이 엄청난데 날라가지 않게 조심하세요 ^^

나비종 2022-06-29 20:05   좋아요 1 | URL
호레이쇼까지! 역쉬~ 물감님 클라쓰~ㅋㅋㅋㅋㅋㅋ
엄청난 장맛바람에도 날라가지 않을 정도로 중력이 저를 좋아해서요. 절대 끄덕없습니다~ㅎㅎ
대댓글을 달지 않을 수가 없어서 간단하게 답니다.^^

페크pek0501 2022-07-06 17:44   좋아요 1 | URL
예전 4대 비극을 다 읽었지만 워낙 명언 같은 대사가 많은지라 셰익스피어 명언집도 샀더랬죠.
읽을 땐 몰랐는데 명언집을 보니 정말 명언 같은 대사가 많더라고요.
저는 4대 비극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리어왕‘이었어요.^^

물감 2023-01-10 09:27   좋아요 1 | URL
페크님의 이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셰익스피어는 본투비 중 본투비 작가에요... 그저 대단함ㅋㅋ 리어왕 아직 못봤는데 꼭 봐야겠어요😎
 
투 미닛 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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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5월부터 6월 현재까지 평일 주말할 거 없이 매일매일 일정이 계속 생겨서 온전히 쉬지를 못하고 있다. 시간이 나면 휴식하기 바쁘니 근 두 달간 여가 다운 여가를 보내지 못했고, 독서와도 자연스레 멀어지고 있다. 또 점점 더워지는 날씨 탓에 뭔가를 진득하게 할 마음이 안 생긴다. 되돌아보면 해마다 여름철에는 독서량이 매우 낮은 편이었다. 그 대신 다른 취미활동의 시간이 늘어나는데, 요즘 나는 종이접기에 맛들려있다. 사무실에서 이면지로 동식물 같은 걸 접어서 직원들한테 줬는데 폭발적인 반응이지 뭔가. 소문이 퍼져서 타부서들도 찾아오고 난리이다. 성원에 힘입어 다이소 가서 양면 색종이를 사고 유튜브와 핀터레스트를 뒤져가며 밤늦게까지 종이접기를 연마하길 벌써 3주째. 그만큼 책은 멀어지지만 전두엽 풀가동해서 겨우 쓴 리뷰 하나보다, 잠깐 만든 종이접기가 훨씬 반응이 좋으니 상대적 박탈감이 자꾸 들지 뭔가. 그래서 여름이고 하니, 시간 잘 가는 스릴러나 읽어드렸제.


로버트 크레이스는 뭐랄까,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끔 쓰는 능력자이다. 일반 작가들이 사건과 범인의 추리를 뒤집는 데에 목메는 반면, 크레이스는 이야기의 구조를 비틀어 전개를 예상치 못하게 만든다. 그러니 재미를 떠나서 식상하지가 않다는 게 특징인데,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글쟁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최고급 기술이란 말씀. 이런 재능을 지닌 작가가 잘 없으니 천복을 받았다고 하겠다. 그럼 이번 작품은 어떻게 해서 이야기가 식상해지지 않았는지 써보겠다.


10년 만에 출소한 전직 은행털이범 주인공. 이제 좀 착하게 살아보려는 와중에 아들의 소식이 신문에 실렸다. 순경이 된 아들을 포함해 경찰 4명이 누군가에게 총살을 당했단다. 이후 경찰 측은 용의자를 발표하였고, 아들의 복수를 위해 여기저기 들쑤시던 주인공은 경찰에게 찍힌다. 최후의 수단으로 주인공은 10년 전 자기를 체포한 FBI 요원을 찾아간다. FBI를 은퇴하고 홀로 자녀들을 키우던 그녀는, 자신이 잡아넣은 범인이 나를 의지한다는 것과, 요원 시절이 떠올라 들뜬 마음으로 주인공을 돕게 된다. 그렇게 수사한 결과 경찰에서 발표한 내용들이 전부다 거짓임을 알게 되고, 피해자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가담했었단 사실도 드러난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게 잘하는 짓인지 혼란스러운 주인공과, 경찰의 부패를 확 까발리고 싶은 파트너. 손 떼기에 너무 늦어버린 이들에게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끝까지 가는 거.


내 기준에 이 작품은 장르문학 랭킹 상위권이다. 여러 이유 중에 인물 설정이 가장 베스트였다. 출소한 범죄자와, 전 FBI 요원이라는 힘없는 루저들의 조합. 이들의 신분과 입장은 수사가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독자는 별다른 기대 없이 이들을 지켜보는데, 여기서 작가는 이 기대 이하의 조합으로 방심한 독자의 빈틈을 찌른다. 마치 인기 없는 게임 캐릭터가 기본 무기만을 들고 끝판왕을 깨듯이 말이다. 이제 전개를 뒤집는 작가의 기막힌 발상을 말해보자. 제목의 <투 미닛 룰>은 은행털이에 주어진 최대 시간이다. 2분이 넘으면 경찰이 오기 때문인데, 이런 설정으로 범죄자가 은행 털다 잡히고 탈출하고 추격하는 이야기를 예상했다. 허나 처음부터 범죄자가 붙잡히질 않나, 출소한 은행털이가 주인공이질 않나, 아들 복수에 눈이 멀어 또 범죄자가 되려 하질 않나. 당혹감의 연속이라 식상할 틈이 전혀 없다.


총살당한 경찰들은 과거 은행털이범들이 숨겨둔 거액의 돈을 비밀리에 찾고 있었다. 그것도 문제지만 피해자들은 형사가 아니라 일반 순경들이었다. 그러니 누가 봐도 부패 경찰의 소행이고, 경찰 측은 이 사실을 덮으려 거짓 정보를 내놓기 바빴다. 주인공의 파트너는 FBI 인맥을 통해서 정보를 캐 보지만 돌아오는 건 출소자와 한패 된 그녀도 찍혔다는 사실뿐. 결국 FBI도 그녀가 뭘 하고 다니는지 다 알고 있었고, 경찰처럼 FBI도 이번 사건을 일부러 들쑤시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듯 작가는 계속해서 경찰 측을 더욱 수상하게끔 몰아가고, 반대로 주인공들은 더욱 무력한 존재로 만든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이 모든 사태가 진범을 잡기 위한 경찰 측의 쇼였음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멘붕에 빠졌다고 한다.


사건도 참 다이나믹 하지만, 두 명밖에 없는 인물의 입체감이 매우 뛰어나다. 두 사람 다 감정 변화의 폭이 넓은데, 주인공은 출소 후 선하게 살려다 죽은 아들의 소식에 슬픔과 분노가 일고, 힘없는 현실에 절망하고, 그럼에도 경찰들에 반항하고, 아들이 부패 경찰로 드러나자 극 상심하고, 범죄 습성을 아들에게 물려준 것 같아 스스로를 저주하고, 개고생한 파트너에게 미안하고... 정말 감정 하나하나에 몰입이 안 될 수가 없었다. 파트너도 마찬가지이다. 남편과의 사별 후 홀로 육아에 지친 그녀는, FBI 은퇴 후 유일하게 자길 찾아준 주인공이 고마웠고, 얻을 거 하나 없는 수사지만 요원 시절의 감각을 느껴서 기뻤고, 주인공의 부성애를 보며 괜한 허전함에 괴로웠고, 사건을 수사하며 다 죽었던 자신감을 되찾아 세상에 재도전할 용기가 생겼다. 지난번에 읽은 <데몰리션 엔젤>에서도 느낀 건데, 크레이스는 인물을 어떻게 다루면 잘 먹힐지를 여우같이 아는 사람이다. 보통 시리즈물을 쓰는 작가들은 스탠드얼론에 약한 편인데, 크레이스는 시리즈보다 스탠드얼론을 더 잘 만든다. 이런 사기캐...


<투 미닛 룰>의 백미는 사건이 터지고 수습하는 흔한 전개가 아니라, 사건 뒤에 일어날 사건을 다룬다는 설정으로 고정관념을 깨는 데에 있다. 이런 건 기승전결의 순서를 뒤집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게다가 제목의 ‘2분 법칙‘으로 범인을 궁지에 몰아넣는 깔끔한 마무리까지 완벽하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라더니 과연 어나더 레벨을 보여준다. 여튼 다 좋았는데 모든 게 쇼였다는 진실이 밝혀지기까지가 너무 길어서 별 하나 뺐다. 그 분량 조절만 잘했다면 이 작품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무더운 여름에는 크레이스 작품을 꼭 읽어보시길. 근데 이 책은 품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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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19 18:33   좋아요 2 | URL
품절인 책도 궁굼하지만 물감님 종이접기는 더 궁금합니다 ㅎㅎ

물감 2022-06-19 19:36   좋아요 2 | URL
ㅎㅎㅎ아직 접을 줄 아는 게 몇 개 없어요😁 많이 생기면 사진 올릴게요ㅎㅎ

다락방 2022-06-19 20:42   좋아요 2 | URL
오 읽어야겠다 하는데 품절이라고요? ㅜㅜ

물감 2022-06-19 20:52   좋아요 1 | URL
중고책 한 번 뒤져보세요ㅎㅎ 어쩌면 다락방님은 별 다섯개 주실수도 있겠어요😀

- 2022-06-20 21:35   좋아요 1 | URL
이런 사기캐...!!! 물감님아!!! 종이접기? 사진 찍어서 보여줘! (언제나 잿밥에만 관심있는 댓글 ㅋㅋㅋ)

물감 2022-06-21 11:27   좋아요 1 | URL
역시 쟝쟝님은 내 리뷰 따위에 관심이 없으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뷰글이 뜸할 즈음에 페이퍼 올려볼게요 ㅋㅋㅋ 근데 벌써 뜸해지는 중!

- 2022-06-21 20:23   좋아요 1 | URL
따위라니요...!! 장르소설을 읽은 것처럼 느끼기 위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답니다. 종이접기 하는 고운 손 페이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ㅋㅋㅋ

페크pek0501 2022-06-25 12:37   좋아요 1 | URL
리뷰를 너무 잘 쓰신다, 하고 쭉 읽어내려 오다가 뒤에서 저를 빵터지게 했어요.
˝여튼 다 좋았는데 모든 게 쇼였다는 진실이 밝혀지기까지가 너무 길어서 별 하나 뺐다. 그 분량 조절만 잘했다면 이 작품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무더운 여름에는 크레이스 작품을 꼭 읽어보시길. 근데 이 책은 품절이다.˝
- 하하하~~~
통쾌한 리뷰입니당~~~좋아요.^^

물감 2022-06-26 13:33   좋아요 2 | URL
필력의 대가에게 칭찬받다니 기분좋습니다 ㅎㅎ
앞으로도 이웃님들의 텐션을 끌어올리는 글을 쓰겠사와요 ^^

페크pek0501 2022-06-26 13:59   좋아요 1 | URL
필력의 대가... 또 빵터집니다.
물감 님은 유머 감각이 있으세요. 글 쓰는 사람으로서 큰 장점이에요.
물감 님의 글이 지루하게 않게 읽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저도 재밌게 읽힐 글을 쓰고 싶은데 그건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늘 파이팅하세요.^^
 
로드 (예스 리커버)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올해의 독서는 유명작 또는 화제작 위주로 읽는 게 목표이다. 현재까진 그럭저럭 유지 중이긴 한데, 그저 그런 작품을 자주 만나다 보니 독서하기가 너무 싫어진다. 그리고 실망스러운 유명작이 얼마나 많은 지도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독자마다 감동, 감탄하는 포인트가 다르단 걸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이건 좀 거품이다 싶은 유명작들이 너무 많은 거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읽은 <로드>도 크나큰 실망이다. 헤밍웨이의 정신을 계승했다느니,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라느니, 아주 그냥 작가 소개 글부터 미국뽕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듯한 비장함으로 가득한데 그럼 뭐 하나.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다. 작품성 말고는 다 갖다 버린 건지, 건조한 문체와 단조로운 스토리를 어찌하면 즐길 수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심지어 글맛조차 없던데.


대재앙이 지나간 뒤의 시점을 기록한 작품이다. 붕괴한 인류와 문명 가운데서 겨우 생존한 아버지와 아들은 끝없이 길을 걷는다. 어떤 재앙이었는지,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등등 부연 설명이 하나도 없는 갑갑한 작품이다. 이들의 여행은 오로지 양식을 구하기 위함이다. 겉으로 보기엔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지만 사실 이들도 언젠가 죽음이 곁으로 다가올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마지막을 그려보며 오늘을 버티는 부자에겐 매 순간이 공포였겠지만, 내게는 남극의 펭귄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어서 불쌍하지만 그게 자연의 이치 인양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시선만 갖게 할 뿐이었다.


어쨌든 이야기가 끝나기까지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건과 갈등이 일어나야만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모든 사건과 갈등이 다 똑같다. 날씨의 위협을 받고, 숙식 문제에 부딪히고, 다른 생존자들을 경계한다는 사건의 반복. 아들만은 살리고 싶은 아빠는 모든 위험 요소를 계산하느라 바쁘고, 어린 아들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못 본체하려는 아빠에게 실망한다는 갈등의 반복. 다 고만고만한 내용과 장면들 중 대체 어느 부분에서 열광할만한 포인트가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많은 독자들이 재미 보단 매력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던데, 어디가 어떻게 매력적인지는 시원하게 설명들을 못하더라.


실제로 작가에게는 노년에 얻은 아들이 있었고, 아들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없음을 고민했을 것이다. 후에 혼자 남겨질 아들에게 무엇을 남겨줘야 할지도 고민 많이 했겠지. 어쩌면 그 질문에 대한 답변과 결론을 위해 이 작품을 쓰지 않았나 한다. 작중에서는 부자를 가리켜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이라 정의했다. 멸망해가는 세상 중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는 이들처럼, 매카시는 어린 아들이 간직한 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란 게 아니었을까. 아무튼 <로드>도 다양한 해석을 가지는 작품이라는데, 솔직히 해석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일단 재미가 없어. 그래서 그런지 리뷰도 영 재미가 없군.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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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6-07 23:4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시간 버리셨근요! 안뇽히 주무세요!

물감 2022-06-08 00:02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쟝쟝님한테 받은 댓글이 주무시라니ㅋㅋㅋㅋ거맙습니다...

- 2022-06-08 00:04   좋아요 1 | URL
앍 오랫만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 (그러네 ㅋㅋㅋㅋ) 저 셀럽인가봐요 친구가 너무 많아서 북플 타임라인에 물감님 페이퍼 묻혀요 ㅋㅋㅋ (그래도 보이면 꼬박꼬박 읽는다네…)

물감 2022-06-08 00:08   좋아요 1 | URL
셀럽은 바쁘니까 이해하겠어요ㅋㅋ잘지내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슴다ㅋㅋ

- 2022-06-08 00:10   좋아요 2 | URL
뭘 또 서운한 티가 난다.. 나 .. 옥구슬 방구석 감성러 인프제 김동률 물감님아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08 07:55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 읽고 너무 좋아서 코맥 매카시 막 찾아 읽었어요. 문체가 되게 클래식하다고 해야하나, 우아해서 저는 좋게 읽었습니다. 당시에 좋아했던 남자에게(응?) 이 책 추천했는데 그는 읽고 ‘올해 읽은 가장 우아한 소설‘이라고 했었어요. 물감님과 저는 취향이 진짜 너모 안맞네요. ㅎㅎㅎㅎㅎ 어긋나는 우리 취향....

그런데 매력이라는 건 원래 시원하게 설명 못하는 거 아닌가요?
나도 모르겠어, 그런데 막 좋아.. 이런게 매력 아닌가요?

물감 2022-06-08 08:50   좋아요 0 | URL
만약에 단편이거나 중단편이었다면 저도 좋아했을 것 같아요ㅎㅎㅎ 저텐션으로 너무 길어진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부터 내내 답답하게 와닿더라고요 ㅠㅠ 저의 그릇이 많이 작은 탓인듯 합니다... 그리고 제가 좀 그런거 있자나요. 남들 다 좋다고만 하는 책에 태클 거는거요...ㅎㅎㅎ 다락방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독자들하고 저는 취향이 안맞는 거 같아요. 제가 비정상입니다, 하하하핳

말씀하신대로 매력이란 게 설명 못할 경우도 있겠네요! 많은 장편의 리뷰들이 어떻게 좋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제가 저렇게 적었나봐요. 제가 비정상입니다...

다락방 2022-06-08 08:52   좋아요 3 | URL
물감 님, 책이 재미있고 재미없는 거에 정상 비정상이 어딨어요 ㅠㅠ

coolcat329 2022-06-08 07:59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이 책 읽다가 조금 울었는데요...😅
아내와 대화 부분에서요. 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참 답답, 슬퍼서 ...
전 코카콜라하면 바로 이 책이 떠오릅니당 ㅋ

물감 2022-06-08 08:54   좋아요 1 | URL
리뷰를 올리면서도 다른분들의 상반된 반응을 예상하긴 했습니다. 전에 하루키 작품을 비평했을때가 생각나네요 ㅎㅎㅎ 위에 댓글에서처럼 단편이었으면 저도 너무 좋아했을거같거든요ㅜㅜ 감성 기르는 연습을 좀 해야겠어요!
코카콜라 장면이 정말 잠깐 나오던데, 그렇게 임팩트 있으셨나요? 해설에서도 콜라얘기가 나오더라고요 ㅎㅎ

새파랑 2022-06-08 08:04   좋아요 3 | URL
미국뽕이 좀 있는 작품이군요. 재미보단 매력적이라는 평가는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거 같아요. 코맥 매카시는 안읽어봤는데 요거 말고 딴거로 읽어봐야 겠네요~!!

다락방 2022-06-08 08:51   좋아요 5 | URL
새파랑 님, 음, 제가 읽어본 몇 권의 코맥 매카시를 생각해보면 이 책이 그나마 가장 읽기 쉬운 책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으로 시작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새파랑 님은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후훗.

물감 2022-06-08 09:08   좋아요 2 | URL
다소 지나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뽕의 냄새가 나긴 했어요...ㅋㅋㅋ
저도 다락방님 의견처럼 새파랑님은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저보다는 감성이 깊으셔서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2-06-08 09:51   좋아요 2 | URL
셀럽 두분의 추천이시니 이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일단 중고책 검색을 해봐야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청아 2022-06-08 09:58   좋아요 2 | URL
저는 책으로는 코맥 매카시 두 작품정도 읽었는데 호불호가 갈릴거라는 느낌이 늘 있었어요. (저는 좋아함)
남들 다 좋다는데 별로인. 누구나 그런 작품들 있을거고요ㅎㅎ
그래도 물감님은 이렇게 글로
써주시니 작가 입장에서는
더 귀한 평가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실제로 답글도 받으셨었잖아요? ^^

물감 2022-06-08 21:07   좋아요 2 | URL
ㅎㅎ저는 호불호 있겠다 싶으면 항상 불호더라고요😅 그리고 비평은 대부분 안하니까 나라도 해야겠다는 이상한 의무감 같은게 있어요ㅋㅋㅋ

맞아요. 그래도 솔직하게 쓴 덕에 작가님들의 피드백도 받아보고 그랬네요🙂 전 그냥 이대로 살래요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6-08 10:13   좋아요 2 | URL
저 몇 년 전, 이 책, 시누이네 조카에게 훔쳐 와서 읽었거든요.
앞 부분 좀 읽다가 책 덮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물감님의 단조롭다는 평...무척 공감되네요.
오랜만에 우리 좀 통했어요ㅋㅋㅋ

근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게 뭐냐면요?
읽다가 덮은 책들 무수히 많은데 그 중 계속 눈길이 가서~~ 다시 읽어볼까? 계속 책 제목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들이 종종 있거든요. 이상하게 이 책이 좀 그러했던 것 같아요. 아마 지금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려나? 싶기도 하구요.
좋은 평을 남겨 주시는 분들을 뵈니 음...나중에 다시 읽어 보긴 해야 할까 봅니다.^^

저는 물감님의 짠 별 리뷰에도 계속 눈길은 갑니다. 왜 별이 그런 것일까?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아...고개 끄덕끄덕~
읽으면서 물감님은 굉장히 섬세하고, 까다롭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겠구나! 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물감님이 인정하는 소설은 믿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구요.
그러니까 실생활에선 힘들겠지만?...이곳에선 물감님처럼 섬세하면서 까다로운 시선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더 주의깊게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주눅들지 말고, 맘껏, 별 다섯 리뷰를 향하여, 짠 별 리뷰를!!!!ㅋㅋㅋ
전 짠 별 리뷰를 잘 못써서...부러워서 주절거렸네요^^

물감 2022-06-08 21:32   좋아요 2 | URL
제 글에 공감되신다니 뭔가 복잡미묘한데요ㅎㅎ여튼 통한다는 건 기분좋은 일이에요😀 어떤 책이든지 만나야 할 타이밍이 있는데 그게 어긋나면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후에 다시 읽어보면 좋을 수도 있고요ㅎㅎ 저는 저를 너무 잘 알아서 아니다 싶은 건 다시 좋아질 확률이 매우 낮더라는...ㅜㅜ

저는 절대 눈이 높지 않은데, 왜인지 책만 잡으면(특히 유명할수록) 엄격근엄진지 까칠모드가 되곤 해요ㅋㅋㅋ 이쯤되면 병인건지도 모르겠어요😅 전 그냥 앞으로도 주눅들지 않고 비평 담당 하겠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