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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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구매했었는지 기억은 없는데 책장에 꽂혀있었다. 아마 제목만 보고 장르소설로 생각했나 본데 막상 읽어보니 장기 이식에 관한 의학 소설이었다. 프랑스 문학에 진심인 이웃님의 추천을 보고서, 마침 가지고 있는 책이라 냅다 도전했으나 결과는 대 실패였다. 몇 번 얘기했지만 나님은 이과 감성의 작품과 상성이 매우 나쁜 편이다. 그리고 서사보다 문장으로 승부하는 작품도 잘 못 견뎌하는데, 이번 작품은 그 두 가지가 전부 결합된 끝판왕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꼼수 부려가며 요령껏 독파했다. 역시 프랑스 문학은 쉽지 않다.


분량에 비해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남학생의 뇌는 멈췄고 심장만 겨우 뛰는 중이다. 병원 측 권유로 부모는 소년의 장기기증을 승낙하고, 각종 의료진이 붙어 장기를 적출한다. 그리고 심근염에 걸린 한 여인에게 심장이식을 한다. 약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이 과정을 다룬 작품인데, 이걸 소설이라고 볼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었다. 부모의 절망, 난처한 의사들, 장기 이식 수술 등 당연하다 못해 뻔한 장면들로만 구성돼있어 마치 의학 월간지를 읽는듯했다. 아아, 정말 쉽지 않다.


일단 괄호 안의 글은 전부 스킵 했고, 그 밖에도 곁가지라 생각되는 구간들은 눈팅만 하고 점프했다. 꼼꼼히 읽지 않고 이런 말 해서 좀 그렇지만, 군더더기가 심하게도 많았던 작품이다. 분량을 절반이나 그 이하로 줄였어도 아무 문제 없어 보였는데, 그만큼 불필요한 묘사들과, 없어도 그만인 인물들의 개인사 내용이 많았다. 차라리 소년의 부모나 수술 담당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깊게 다루면 더 좋았을 텐데. 그들의 고통과 절망들이 내 눈에는 겉핥기 정도로 느껴져,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성격의 작품이었다.


심장이 작동하는데 더는 살아날 수가 없다면 죽었다고 봐야 할까. 정말 그게 옳은 판단일까. 슬퍼할 새도 없이 장기 적출의 골든타임 때문에 압박을 받은 부모는 얼마나 괴로웠을지. 여튼 재미는 없었지만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는 있었다. 내가 만약 사고로 같은 상황이 온다면, 나도 그냥 장기 기증하는 쪽을 택하련다. 슬프겠지만 그래도 한 생명 살리는 게 어디냐. 시간 되면 가족들과 상의해 봐야겠다.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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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21 2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덥긴 더운가 봅니다. 마실을 통 안 다니시니.
언제쯤 저 의자에서 일어나 마실을 다니실런지요. ㅋㅋ
귀가 얇아 그런지 표지가 맘에 안 들어서 그런지 별로 땡기진 않네요.
저는 프랑스 영화는 좀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
그래도 이 책 빌 게이츠가 읽었네요. 신문이야 칭찬일색인 거 웬지 빤해 보이긴 하지만.

저는 오래 전에 장기기증 서약을 썼던 것 같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주민등록증에도 장기기증을 한다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구요. (맞나?ㅋ)

물감 2024-08-22 00:19   좋아요 2 | URL
오잉 지금 막 리뷰하나 올렸는데, 딱 댓글이 달렸군요 ㅋㅋㅋ
확실히 더워서 독서가 잘 안되긴 하네요.
게다가 글도 잘 써져요. 전두엽이 안 돌아가는 그런 느낌 아시죠?ㅋㅋㅋ
프랑스 작품은 스킵해도 될 장면에 너무 디테일을 쏟는다는 특징이 있죠.
제가 정말 못견디는 것 중 하나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혀

장기기증은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제 주변에서 긴시간을 심근경색으로 힘들어한 지인이 있는데, 겨우 기증자 생겨서 지금은 잘 살고 계시거든요.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ㅎㅎㅎ
 
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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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라는 작가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 작품만 놓고 본다면 내 영혼과 공명하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워낙 와꾸가 마초적이라서 그렇지 알고 보면 한 섬세하는 양반이셨다.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이 차고 넘치는데, 나한테는 로스가 다방면에서 가장 미국적이라고 느껴진달까. 콕 집어 설명은 못하겠는데 로스를 읽어본 분들은 대강 이해되리라고 본다. 그나저나 이분도 나이 좀 잡수시고 등단한 줄 알았더니 26세에 작가가 되셨더만? 이이한테 이상한 색안경이 가득한 건 나만 그런가 봉가.


<울분>은 약 50년의 작가 활동 중 거의 끝자락에 써낸 작품이다. 막상 열어보니 원숙한 맛은 전혀 없었고, 20대의 젊은 청년이 써 내려간 글처럼 혈기왕성한 에너지가 넘쳤다. 70대 중반의 어르신한테 이만한 젊은 감각이라니. 마치 Rock will never die? 뭐 그런 삘이었다. 정육점을 하는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마커스의 이야기. 자식이 대학 갈 나이가 돼가자 부친의 알 수 없는 과잉보호가 시작된다. 견디다 못한 마커스는 멀리 떨어진 대학교로 도피한 뒤, 한국 전쟁에 보내지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학업에 전념한다. 아니, 그럴 계획이었는데 룸메이트를 잘못 만나고, 꺼림직한 과거가 있는 여자와 사귀고, 학과장에게 이상한 놈 취급을 받는 등등 잠잠한 날이 하루도 없는 다이나믹 대학 생활이었다.


자타 공인 바른 청년으로 살아온 마커스는 이 모든 상황을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피해만 주는 룸메 때문에 방을 옮긴 것이 왜 자신의 부적응 탓이 되는가. 공부할 게 많아서 클럽에 들지 않겠다는데 어째서 별종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대체 아버지는 멀쩡히 커가는 자식을 왜 그리도 불안해하며 감싸고도는 건가. 나를 특별히 생각한다던 그녀가 왜 친구의 거시기를 탐내었는가. 또 학과장은 툭하면 불러다 놓고 프레임을 씌워대는가. 도대체들 왜왜왜? 어떤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패나 마찰이었다면 차라리 이해가 될 게다. 헌데 마커스를 괴롭히는 일들은 그의 잘못은커녕 개입한 적도 없었기에 더 억울할 따름이었다.


결국 클럽 학생들의 추악한 소동에 엮이고 마는 주인공. 유대인이면서 종교를 찾지 않은 벌을 받은 것일까. 이렇게 지지리도 재수 없는 인생에 당첨된 경우가 간혹 있다. 마커스가 그렇고, 나 또한 그러했다. 일탈 한번 없이 스탠더드하게 살아온 내게 하늘이 시험이라도 하듯 온갖 시련이 날아들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뭔 죄를 지었느냐는 말이 목젖까지 차올랐다. 도무지 모르겠어서 그냥 세상이 착실한 사람을 시기하는 거라고 치부해버렸다. 나도 그렇고, 마커스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는 여친의 과거사를 감싸주려 했고, 어머니의 이혼 결심을 막아내었고, 괴짜 같은 학과장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이제 막 올라온 새내기인데 이만하면 백 점짜리 갓생이 아니고 뭐란 말이더냐.


작중에서는, 발을 조금만 잘못 디뎌도 비극의 낭떠러지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대답했다. 한마디로 까딱하면 나락 간다는 말인데, 그 경고장이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날라온다는 게 그야말로 난센스다. <울분>도 작가의 자전소설이라던데 어째서 로스는 펜 잡을 힘도 없는 나이가 돼서야 이런 케케묵은 이야기를 썼을까. 그만한 세월을 보내고서 겨우 깨달은 인생의 순리를 기록하고 싶었던 걸까. 가혹한 인생, 물이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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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4-08-15 0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갖고 있는데 내용이 정말 울분이 치미네요. 필립 로스 책은 두 권밖에 안 읽어봤지만 글이 참 치밀하더라구요.
필립 로스가 노벨문학상 받기를 바란 팬들도 많았던 거 같은데 벌써 가신지 6년이 지났네요.
물감님 시원한 하루되세요!

물감 2024-08-15 08:26   좋아요 2 | URL
저도 딱 두 권 읽었는데요, 뒤늦게 로스의 팬이 되기로 했습니다 ㅎㅎㅎ
타계한지 벌써 6년이에요? 알라딘에서 그 소식 들은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요.
시원한 하루가 되기 위해 오늘은 방콕 모드로 가겠습니다 하하하. 쿨캣님도 나이스한 하루 되시길요^^

stella.K 2024-08-15 1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울분! 저도 오래 전 읽었는데 참 우울했던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이 작품 한 번 더 읽어보고 싶기도한데 지금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렇다고 방안을 뒤짚어 엎을 수도 없고. ㅠ 암튼 미쿡문학은 제겐 모 아니면 도인데 간만에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감 2024-08-15 16:40   좋아요 2 | URL
로스의 글은 명쾌하고 시원시원해서 좋더라고요. 되게 와일드한데 뭔가 깊은 감칠맛이 난달까요? 언제건 재독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로스도 도장깨기 해볼려고요 ㅋㅋㅋ

구단씨 2024-08-15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그럴 때 말이죠. 괜히 더 억울해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내가 뭔 죄를 지었느냐고!!!!
원망의 대상이라고 뚜렷하게 있으면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어볼 텐데.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도 걸려요. 화병이 나서요. ㅠㅠ

물감님 리뷰 마지막 줄에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어요.
진짜 이 분은, 그만한 세월을 보내고서 깨달은 인생의 순리를 기록하고 싶었던 걸까요...
가혹한 인생. 더운데 물이나 더 마셔봅니다.

물감 2024-08-15 21:39   좋아요 1 | URL
대상이 없다 보니 난센스여라...... 선하게 살아본들 공평치 못한 세상입죠ㅠㅠ
정답이 없는데 이해하려 하는 게 잘못된 걸지도 모르겠어요.
작가가 삶의 최종장에 들어서고 나니 인생이 무엇인지 감이 왔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얼마나 억울했으면 제목이 울분일까 싶고요. 암튼 가혹한 인생살이는 다 똑같나 봅니다....

자목련 2024-08-16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의 <울분> 좋아요!

물감 2024-08-16 11:11   좋아요 1 | URL
자목련 님의 댓글이 더 좋아요!!

젤소민아 2024-08-21 0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의 울분-->전락-->에브리맨을 추천합니다~~젊고, 늙고, 죽는 순서로 정해봤어요 ㅎㅎ

물감 2024-08-21 10:29   좋아요 1 | URL
에브리맨은 구비해놨는데, 전락을 먼저 읽어야겠군요! 좋은 팁 감사해요 ㅎㅎㅎ
 
파묻힌 거인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결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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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구로의 작품도 거의 다 읽어간다. 작가 특유의 느긋함이 요즘 같은 더위와 어울리지 않지만 늘 그렇듯 읽게 되면 스르륵하고 빠져들게 된다. 이시구로 작품은 초반보다 후반 쪽이 내 스타일인데, <파묻힌 거인>은 어딘가 간이 배다 만 듯한 데뷔 초반의 감성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네임밸류가 있지, 썩어도 준치였는데 누구 말대로 추천은 못하겠더라는. 일단 거인은 안 나오는 걸로 봐서 일종의 은유였는지도 모르겠네.


갑작스럽게 중세 시대 배경의 판타지 장르물이다. 이전까지의 작품들과 전혀 다른 시도라서 생뚱맞기도 했거니와 이토록 잔잔하고 담백한 기사소설은 또 처음이라 역시 이시구로 답다고 해야 할까. 아무래도 톨킨의 <호빗>이 연상되곤 했는데, 이 작품은 액션이 거의 없고 대화나 회상 위주로 흘러가는지라 막 특별한 볼거리도 없고,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도 담겨있지 않아 별다른 화두도 없었다. 그냥 쉬어갈 겸 이런 책도 냈다고 하기엔 이때가 환갑이었으니 뭔가 말이 안 맞는 듯. 잡담은 이쯤하고.


색슨족 노부부가 갑자기 잊고 있었던 아들이 생각나, 아들이 사는 마을에 가자는 즉흥 여행이 시작된다. 부부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없는 이유로 과거 기억들이 삭제되었음을 반복해서 알려준다. 가끔씩 흐릿하게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들이 무언가 평범했던 과거는 아니었음을 내내 암시하는데 그게 뭐였는지 또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알 길이 없다. 노부부는 어느 마을에서 만난 의문의 전사와 소년하고 팀이 되어 길을 떠나는데, 이 전사가 주인공 A를 빤히 쳐다보며 아는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닌가. 그러나 기억이 지워진 A에게는 전혀 남남이었고, 전사는 예정보다도 더 오래 A와 동행하게 된다. 흠.


그다음에는 늙은 노기사를 만난다. 그의 삼촌인 아서왕의 명을 받들어 ‘퀘리크‘라는 암용을 죽이기 위해 살아가고 있단다. 전사의 사명 또한 멸룡이었는데, 노기사는 자신의 일이라면서 전사에게 물러날 것을 강요한다. 아서왕의 백성들은 색슨족 전사의 숙적인 브리턴족이었고, 타협이 불가하여 전사와 소년은 따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노기사 역시 A를 안다는 듯이 얘기하는데, 고운 말투가 아닌 걸로 보아 왕년의 A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만든다. 노부부는 그들의 기억 삭제를 설명하고, 노기사는 암용이 내뿜는 숨에 그 마법이 걸려있다고 알려준다. 그것이 암용을 반드시 멸해야만 하는 이유였는데, 어째서 전사와 노기사는 손을 잡지 않은 걸까.


읽어보면 알겠지만 A의 아내는 남편 껌딱지마냥 심각한 의존증이고, 또 남편은 그런 아내를 끔찍하게 과잉보호한다. 이렇게 끈적한 남녀관계는 내가 알던 이시구로의 스타일이 아니어서 보는 내내 좀 거시기했다. 이야기는 이제 암용을 찾아가 멸하고 기억을 되찾는 것으로 끝나는데, 정말 별거 없어서 내용은 생략하겠다. 어쨌거나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중복된 시선이 담겨있긴 했다. 고집스레 밀어붙인 결단과 저지른 행동이 훗날에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온다는 것. 그때엔 올바른 선택을 했다지만 이제 와보니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사실.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과오로 가까운 이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 암용의 숨결에 마법을 걸어 모두의 기억을 지워서 민족 간에 분쟁과 증오를 멈춘 장본인이 바로 주인공이었다. 즉 지금의 평화는 거짓으로 쌓아 올린 것이었고, 암용의 마법이 풀린 현재 대륙 곳곳에서 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를 일이다. 왜 노기사가 주인공을 나무랐는지 이해가 된다는.


마지막 장에서 A는 아들을 찾아가자는 아내를 극구 말리는데, 그가 알고 있는 참혹한 내막을 곧 사랑하는 아내가 알게 될 터였다. 아마 여기에도 주인공의 잘못이 개입되어 있을 테지. 그가 선택한 거짓된 평화는 정녕 헛수고였을까. 우리 인간은 잘한 일과 옳은 일이 같은 거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그런 착각 속에 발생하는 실수와 잘못들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지금껏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오만했었는지를 알게 한다. 하여 가즈오 이시구로는 작품마다 미래의 나에게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자신감과 자기신뢰가 흘러넘쳐 오만함으로 번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겠다. 독서 중독자 중에 오만한 인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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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14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일 날 올렸군요. 그날은 올림픽 마지막 날 여자 역도 중계가 있던 날이었죠. 제가 생중계는 안 보는데 묘하게 끌려서 보느라. 조마조마 하더군요. 워낙 잘 하는 선수긴 하지만 암튼 조마가 싫어서 안 보는데 그만...ㅠ
근데 마지막 글귀가 참 묘하게 얄밉군요.ㅋㅋ
설마 저는 아니겠죠? 근데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이 책이란게 워낙 도도한 물건이라. ㅋ

물감 2024-08-14 15:03   좋아요 1 | URL
저는 여자 마라톤 딱 하나만 봤어요. 마지막 반전이 대단했습니다ㅋㅋㅋ
저는 책이 자신을 높여주는 게 아닌 더 낮춰주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과학자들도 연구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겸손해진다고들 하잖아요. 분야를 막론하고 그게 정도의 길이라 생각이 됩니다. 🙂

젤소민아 2024-08-21 0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아있는 나날]의 잔상이 심해서 다른 작품을 당분간 미루고 싶을 정도~~~이건 환똬지라굽쇼~~? 이시구로라면 다르겠지...험험. 물감님 리뷰보니 읽고 싶습니다~

물감 2024-08-21 10:27   좋아요 0 | URL
저도 <남아 있는 나날>이 베스트였어요. 그 작품의 여운이 꽤 오래갔었거든요 ㅎㅎ
이 작품은 판타지인지도 모르고 읽은 건데, 제가 생각한 모험물이 아니어서 읭? 했다가 점점 역시 이시구로답다 하면서 읽었다죠 ㅎㅎㅎ 끝까지 읽어봐야 느낌이 오는 게 딱 이 분의 스타일이었습니다요^^
 
심연
앨마 카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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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다 좋다고 난리인데 나만 또 안 맞는 작가를 발견했다. 역사와 초자연적 현상을 결합한 환상소설가라는 앨마 카츠. 내놓은 작품마다 문학상 후보작에 오르내렸다던 꽤나 잘나가는 미국 작가이다. 아직 수상 타이틀은 없는가 본데 어째선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고.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 판단이 설 텐데 아직 국내에는 요 한 권뿐이다. <심연>은 그 유명한 타이태닉호의 침몰사건을 가져와 유령 소재를 접목해낸 고딕 느낌 나는 호러소설이다. 늘 그렇듯이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하다 보니 그렇게 막 참신하지는 않았다. 바로 앞전의 리뷰에서도 말한 바 나는 오컬티즘에 매력을 잘 못 느껴서 더 그럴 것이다. 아니면 이 오컬티즘을 잘 뽑아내는 맛집을 아직 못 가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제.


타이태닉호가 침몰한 1912년과, 자매선인 브리태닉호의 첫 출항인 1916년의 두 시점이 교차된다. 1912년은 타이태닉호 승무원인 주인공 애니가 승객들을 담당하는 내용과, 승객들의 잡다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배에서 음산한 기운을 느낀 승객들은 교령회를 열어 유령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클라이맥스에 주인공이 문 열고 들어와 파투 나지만 혹자는 애니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한편 애니는 한 유부남에게 눈이 멀어 자꾸만 접촉을 시도하고, 그의 아기를 제 자식인 양 여기며 집착해댄다. 애니의 이해 안 가는 행동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문득 이 책을 논리적으로 접근하려 했던 내가 바보였다는 생각에 깡생수를 들이켰다.


1916년은 타이태닉호에서 생존한 동기의 권유로 다시 복귀한 애니의 시점을 다룬다. 여객선의 타이태닉호와 똑닮은 병원선으로 만들어진 브리태닉호, 그리고 군 간호사가 된 주인공. 전쟁 중상자를 치료하는 바쁜 일상들로 트라우마를 회복 중인 가운데 4년전 그 유부남이 환자로 입원하게 된다. 드디어 일할 맛이 좀 나는가 했더니, 그가 애니를 보고서 기겁을 해대는 게 아닌가. 자신과 같은 마음일 줄 알았던 왕자님의 예상 못 한 배신으로 멘탈이 나가있던 중, 그가 흘린 첫 아내의 일기장을 통해 애니가 아주 대단한 착각 속에 살았던 것과, 타이태닉호에서 다들 쉬쉬했던 유령의 정체를 깨닫는다. 와 정말 놀랍지가 않다.


이런 유령 테마에서는 뭔가에 홀려서 혼비백산하는 패턴이 계속 나와주어야 한다. 헌데 <심연>은 주인공의 허둥대는 이유가 유령이 아닌 이성한테 푹 빠져서라는 게 아주 그냥 웃음벨이다. 애니의 어린 시절과 성장 배경 등등 서사에 제법 힘을 주셨던데, 캐릭터의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게다가 주인공 외에 여러 인물들의 자잘 자잘한 이야기들이 여객선의 침몰과 함께 소리 없이 흩어져 버린다. 그러니까 죄다 불필요한 얘기로 끝나버렸는데 이 맥거핀에 불과한 서사들을 뭐 하러 집어넣었을까 싶었다. 물론 작품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였기도 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나머지 역시나 실화 바탕은 별 수 없나 싶더랬다. 그런 것치곤 타이타닉 영화는 명작이었으니 거참 아리송하네. 암튼 많이들 재밌다고 하니까 저 때문에 거르지는 마시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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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02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런 걸지도 모르제~ ㅎㅎㅎ
이거 왠지 저는 재밌게 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물감님과 제가 취향이 약간은 다르니 말입니다.ㅋ
근데 결정적인 건 저도 고딕이나 오컬티즘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도 여름인데 이런 소설 한 권쯤 읽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재미없는 책 끝까지 읽은 것도 고역인데.
지금 물감님 모습이 딱 서재 이미지 같으려나요?
전 아무리 봐도 저 서재 이지미 넘 웃겨요.ㅋㅋㅋ
암튼 이 더운 날 책 읽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메다.
다음 번엔 재밌는 책 읽으시라요.^^

물감 2024-08-03 10:21   좋아요 1 | URL
별3개일때가 리뷰쓰기 가장 곤란해요 ㅎㅎㅎ 막 이렇다할 인상이 안 남아서ㅋㅋ
저야 뭐 별종이니까 그렇지, 스텔라 님은 재밌을 겁니다요. 시간은 잘 가던 작품이라 여름에 읽으면 좋겠어요 ㅎㅎ

보통 프사같은 소파에 앉아서 읽는데요, 저랑 비슷해서 저 프사를 해놓은 것도 있습니다😁 다음엔 재밌는거 읽어볼게요. 즐독하시길요ㅋ

페크pek0501 2024-08-03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이라는 감정과 논리는 양립할 수 없지요. 저는 착각했던 애니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오히려 이 책에 흥미를 느낍니다. 인간은 얼마나 착각의 왕인지 잘 아니까 말이죠. 인간이란 심지어 진실을 말해 주어도 믿지 않고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고 하거든요. 저 또한 그럴 때가 있겠지요...인간의 심리를 알게 되는 책은 관심이 갑니다.^^

물감 2024-08-04 09:50   좋아요 1 | URL
페크님같은 반응이 아마 대부분일 거에요. 제가 마이너한 취향이라 ㅋㅋ
읽어보셔야 알겠지만 좀 억지스러운 구간이 꽤 있었거든요. 믿고 싶은 걸 믿고, 착각하는 것에 태클 걸기 보다 그렇게 된 계기나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웠던 것 같네요. ^^;
 
심판의 날의 거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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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의 대가로 알려진 레오 페루츠. 작가 소개를 보면 오스트리아 소설가인데 독일어권 문학의 거장이란다. 문득 짬뽕 문화권을 가진 루이스 세풀베다가 떠올랐는데, 이런 작가들의 세계관은 확실히 멀쩡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레오 페루츠가 추구하는 환상문학은, 추리 형식에다 마술적 리얼리즘을 섞은 독특한 구성 방식이다. 초중반까진 현실감 있게 흘러가다가 교묘히 현재와 환상의 경계를 흩트려서 길을 헤매게 만든다. 라틴문학을 싫어하는 나에게 이런 스타일은 정말 모 아니면 도라서, 설정이 과하다 싶으면 집중력 감소로 흥미가 뚝 떨어져 버린다. 전에 읽었던 <9시에서 9시 사이>는 적당한 설정값으로 재밌게 읽었던 반면, <심판의 날의 거장>은 솔직히 무리수였다고 본다. 1923년 작품이니 그땐 신선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글쎄다.


간단한 내용에 비해 이중삼중의 액자소설이라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 유명한 궁정 배우가 총기 자살을 하고, 주인공 요슈 남작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현장에서 발견된 그의 파이프 담배가 증거였다.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음에도 배우의 아내와 과거 연인이었고, 배우가 자살할 만한 정보(거래은행의 파산)를 쥐고 있었다는 이유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즉, 피해자의 아내를 흠모한 나머지 남편을 죽인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주인공은 해명하거나 반박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런 관계도 없는 한 엔지니어가 이 사건을 풀겠다며 탐정을 자처한다. 제법 흥미로운 전개였는데 딱 여기까지만 재미있었고, 이다음부터는 내가 원하던 방향이 아니어서 그만 텐션이 죽어버렸다.


피해자는 죽기 전, 어느 해군 장교의 기묘한 자살 사건을 이야기했다. 그것만큼이나 배우의 죽음도 의문점 투성이였다. 그리고 얼마 뒤에, 피해자의 후배이자 약국 직원인 여성의 죽음도 등장한다. 이렇듯 해석불가한 죽음이 연달아 발생하자, 그 여성이 언급했던 ‘심판의 날의 거장‘의 단서를 찾아낸 엔지니어도 곧 죽고 만다. 엔지니어가 발견한 의문의 책에는, 어떤 묘약으로 악마의 환영을 본 예술가의 정신착란 이야기가 들어있었고, 뒤에 적힌 묘약의 제조법이 찢겨나가있었다. 아마도 거기 적힌 대로 따라 한 엔지니어가 죽었을 것이었다. 아아, 나는 이런 오컬트 식의 결말을 원한 게 아니었는데. 아직 못다 한 내용도 있고, 마지막에 반전 같지도 않은 반전이 남아있다만 이쯤 적으련다. 이런 건 내 스타일이 아니어유...


아쉬움과 별개로 재미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 겨우 두 작품 읽었을 뿐이지만, 이 분도 타고난 이야기꾼이란 걸 인정해야겠다. 나는 페루츠의 뚜렷한 개성보다도 서사의 독창성에 점수를 주고 싶다. 총 11권의 장편을 썼다는데 국내에는 겨우 3권만 나와있더라. 다른 작품들도 궁금한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더 출간해 줄 것 같지도 않고. 갈수록 독서 인구가 줄고 있어서 돈 안되는 작품들은 점점 밀려날 테지. 과연 문학의 멸종은 현실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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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4-08-21 0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마술문학, 환상문학, 환타지문학, 장르문학 등의 쪽을 읽기 힘들어하는데 물감님 덕분에 진입장벽을 낮출 있을 것 같습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문고라니 좋네요~다만, 열린책들 편집 스타일은 심히 괴롭습디다..행간/자간/여백에 왜 그리 인심이 박한지요..ㅎㅎ 물감님 리뷰를 계속 따라다닐 듯합니다~. 제 리뷰에 ‘좋아요‘도 감사~~

물감 2024-08-21 10:24   좋아요 0 | URL
아니 언제 이렇게 많은 댓글을 달아주셨답니까? 오랜만에 관심받는 거라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ㅋㅋㅋ 저로 인해 입문하신다면 다행이지만, 읽기 힘든 장르를 꼭 읽으실 것 까지야......
저도 열린책들 썩 안좋아합니다요. 특히 그놈의 된발음을 질색하기도 하고요. 딱히 얻어갈 게 없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림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