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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가장 불쾌한 감정의 힘에 대하여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9월
평점 :
후회에 관한 책은 처음이지만 어떤 내용일지가 대충 그려지긴 했다. 과연 내 예상은 맞았고, 인생 설계 법이나 방향 제시도 다 해본 거라 딱히 새로운 게 없었다. 다 그렇듯 나도 후회 때문에 여러 번 죽다 살아났는데, 중요한 건 살아났다는 사실이다. 이 후회에도 어떤 장인 정신 같은 게 필요한 데 그건 뒤에 가서 얘기하고, 먼저는 책 내용부터 살펴본다.
저자는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후회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참여자들을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눴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한 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라고 보면 된다. 전자는 안전한 삶을 구축하지 못한 이유고, 후자는 마음의 풍요를 챙기지 못한 이유이다. 이것은 바로 앞전에 읽은 심리학 책에서 말한 안전형과 의미형의 내용과도 같다. 다만 후회는 자신을 통합하는 게 아니라 분리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고 하겠다.
어디서 들은 건데, 각 분야의 대표자들이 모여서 후대에 한 가지만을 물려준다면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의논을 했단다. 그리고 만장일치로 내린 답이 바로 ‘관점‘이었다. 사람은 이 관점을 통해 모든 굴레와 멍에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있게 된다. 이것의 쉬운 설명을 위해서 나의 정신건강 트레이닝법을 소개하자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주문을 외우는 거다. 이 마법의 주문은 온갖 불편한 감정에서 나를 해방시켜주고 괜한 에너지 낭비를 막아준다. 하늘 아래 새것이 없다는데 누가 더 잘났니 못났니를 따져서 뭐 할까. 이같이 관점을 달리하는 방식은 지난 후회로부터 나를 분리시켜주며, 앞으로의 후회를 예측하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매우 유용하니까 꼭 기억해두시길.
사람들 대다수가 한 일보다는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가 더 크다고 한다. 해도 후회고 안 해도 후회라면 그냥 하는 게 낫다고들 하는데, 이거 또한 관점을 달리하면 해결될 문제이다. 그러니까 덜 후회하는 쪽을 고르기보다,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빨리 벗어나는 길을 찾는 게 먼저다. 저자의 말대로 후회가 남은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장치라면, 왜 사람들은 지난날의 후회에서 여태 못 빠져나오는 걸까. 이는 단지 실패의 경험만으로 앞날을 개선하려 한 탓이다. 저자가 강조한 ‘행동‘하기 이전에 ‘관점‘부터 바꾸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차피 사람은 죽는 날까지 선택과 후회를 반복한다. 그러니 후회가 삶을 어떤 식으로 바꿔놓느냐를 논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연연해하지 않고 살아갈지를 고민할 차례다. 자, 그럼 내가 강조한 관점을 갖췄다 치고, 다음은 뭘 해야 할까. 감이 안 온다면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된다. 침구를 정리하고, 널브러진 옷들을 개고, 스트레칭을 하시라. 운동화를 신고 동네 한 바퀴 돌든, 책 하나 들고 근처 카페를 가든, 도파민 중독에서 그만 좀 벗어나시라. 그렇게 내 행동들이 단기 보상에서 점차 장기 보상으로 옮겨가야 한다. 후회하고도 아무런 액션이 없다면 둘 중 하나겠지. 현재에 만족하거나, 절실하지 않거나. 뭘 그리 복잡하게 사냐고 하실 분들은 그냥 정신승리하면서 살면 됨. 솔직히 그게 더 잘 먹히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