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중석 스릴러 클럽 32
조힐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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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찍었다. 갈수록 더워지는 탓에 독서가 잘 안된다. 역시 이럴 땐 술술 읽히는 스릴러소설이 제격인데 고른 책이 영 별로라 솔직히 리뷰도 적고 싶지 않다. 할 수 없이 후다닥 쓰고 끝내련다. 스티븐 킹의 아들인 조 힐은 부친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호러/스릴러 소설가가 되었나 보다. 이 한 권만으로 판단하긴 뭐 하지만 킹보다는 좀 더 묵직한 색깔을 가진듯한데, 흐름도 매끄럽지 않고 전개 방식이나 구조도 좀 많이 미흡하더라. 뭐 초기 작품이라 이해한다만 내가 흥미 없는 오컬트 쪽이 취향인듯하여 다시 볼 일이 있을까 싶네. 난 사실 스티븐 킹도 손이 잘 안 가거든.


내용은 사실 별거 없다. 여친이 살해당하고 얼마 뒤에 주인공 이마에 뿔이 자라난다. 그 후로 사람들이 추악한 속마음을 주인공 앞에 줄줄이 고백하고, 스킨십으로 상대의 과거나 생각들도 읽게 된다. 이 능력으로 범인이 절친이란 것과, 자신에게 범죄를 뒤집어 씌운 것까지 알아낸다. 그러나 절친은 잘나가는 사회인이고, 자신은 모두가 혐오하는 용의자라서 행동에 제약이 따랐다. 이제 그는 자라난 뿔의 능력에 의지하여 복수를 꿈꾸는 악마가 되기로 한다.


악마화되었다 해서 없던 괴력이 솟아나고 그러진 않는다. 그냥 남들의 속마음을 읽을 줄 알고, 남들의 성대모사를 할 줄 알게 되고, 다친 몸이 멀쩡하게 돌아오는 정도? 여튼 뿔의 능력으로 대단한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아 작가 나름대로 선을 지킨 건가 싶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내내 얻어터지고만 다니는 주인공한테 뭔 재미와 매력이 있겠냐고. 기왕에 비현실적인 설정을 넣었으면 확 대조되는 변화를 줘도 좋았을 텐데 이건 뭐 흑화하고도 여전히 평범함에 머물러 있달까. 그리고 이야기의 구조도 좀 맥빠지는 식이었다. 초반에 뿔이 난 상태에서 전개되지 않고 계속 과거와 회상 신만 나오는데 대부분 내용이 현시점과 크게 상관없어 보였다. 이미 사태와 범인이 드러났기에 이들의 삼각관계가 그리 흥미롭지도 않을뿐더러, 아무리 과거 서사를 쌓아본들 이제 와서 캐릭터의 입체성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스토리 자체가 참 재미없었다. 쥐스킨트의 <향수>를 예로 들면, 냄새 수집에 미친 주인공이 순수 악이 된다는 내용으로, 어떻게 악마화되고 세상에 저항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었다. 헌데 <뿔>은 목적이나 목표가 없다. 물론 작중에서는 범인을 처단하고자 했으나 그것은 뿔(악마)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주인공 자체의 원한이다. 오히려 뿔의 능력에 대한 볼거리는 가족들의 속마음을 읽는 장면이 다였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주었던 가족들은 용의자가 된 자신을 극도로 꺼려 하고 저주하는 중이었다. 우물쭈물하던 그의 성격은 가족들의 마음을 확인한 뒤로 악마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쪽으로 기울었고, 악마의 탈을 쓴 친구 놈을 보면서 더더욱 인간이길 포기했다. 이렇듯 분노로 각성한 악마화까진 좋았는데, 처참히도 발리는 찐따의 현실은 참말로 볼품없었다. 그보다도 작가가 복수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애. <더 글로리>를 함 보셔야겠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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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지x100 했다가 까먹어서 이제야 적는 스웨덴 소설가, 요나스 요나손의 도장깨기 페이퍼 입니다. <100세 노인>으로 혜성같이 등장하여 전세계를 강타했던 익살꾼이시죠. 이후 내놓은 작품마다 특유의 병맛을 자랑하는데, 갈수록 퍽퍽해져가는 세상살이에 이만한 웃음을 선사해주는 작가도 없지 싶네요. 전 개인적으로 가수나 배우들보다 예능인들이 훨씬 더 멋지다고 보는데요. 마찬가지로 노벨상 받은 작가들보다 이런 유머러스함으로 독자들과 호흡하는 작가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하나하나 작품 소개 들어갑니다.




1.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009)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9185392


요나손 월드를 개최한 기념비적인 작품. 다들 폭소를 터뜨리며 좋았다던데 전 그냥 그랬습니다. 오히려 차기작들이 훨씬 기발하고 재치있었걸랑요. 100세 노인의 현재와 과거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이야기인데, 두 내용이 겹쳐지지 않고 끝까지 따로 놀아요. 그래서 연관성은 찾지 마시고 그냥 뇌 빼놓고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과거 폭탄 제조업자였던 노인의 활약이 기대만큼 재미나진 않더라고요. 





2.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2013)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9258166


분뇨통 나르던 남아공 소녀는 어찌어찌해서 핵 개발 연구소에 하녀로 들어갑니다. 이후 기회를 엿보다 탈출하는데 또 어찌어찌해서 핵이 든 가방을 들고 나와버리죠. 그러면 요 애물단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겠구나 했는데 이 문제는 생각만큼 중요치 않구요, 뒤에 등장하는 동명이인의 남성 2인조와 만나면서 생기는 각종 에피소드와 풍자들로 승부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하도 오래되서 가물가물한데, 이 말도 안되는 개연성을 이렇게 살려냈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3.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2016)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9920785


저는 이 작품이 베스트였습니다. 진짜 이건 약 빨고 쓴 게 확실하다 했거든요. 흙수저 주인공이 은퇴한 킬러와 맛이 간 목사를 만나 청부살인 사업을 엽니다. 그러다 킬러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살인을 그만두는데, 옆에서 목사는 살인을 부추기는 대환장 똥꼬쇼가 펼쳐지죠. 이건 뭐 풍자를 넘어서서 디스전이 아닐까 싶었는데요, 아무튼 이 책 만큼은 읽어봐도 좋겠습니다. 뒷심이 부족해 용두사미로 끝나지만 그럼에도 킹왕짱굳 핵폭풍 재미를 보장한답니다.





4.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2019)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1495117


화제의 문제작 입니다. 100세 노인의 재탕이나, 제목 따라 핵을 들고 다녀서가 아니고요. 김정은, 트럼프, 푸틴, 메르켈 등등 온갖 정치가들을 등장시켜 놀림감으로 삼고 있거든요. 왜 세계 정치판을 무대로 잡았는지 뒤에서 말해주지만 그건 뭐 중요치 않습니다. 이번에도 그냥 뇌 빼고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스케일이 커서 좀 산만하긴 해도 1편보단 나았어요~





5.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2020)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3094877


약간 폼이 떨어지긴 했어도 전 좋았습니다. 호불호가 있던데, 사실 요나손의 작품은 기대를 하고 읽으면 좀 실망하게끔 되어있어요. 참고하시고요, 이번 작품은 복수 회사를 차린 남자와 직원 둘의 이야기 입니다. 전직 마케터의 기지를 발휘하여 복수 서비스를 홍보하는 기발함이란. 요 스타트업 내용보다도 갑자기 날아든 케냐 남성의 실종된 아들 찾기 운동쪽이 훨씬 재밌습니다. 그의 돌발행동들이 저자의 뇌구조를 제대로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과연 혁신적인 또라이 답네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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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2~3년 주기로 작품을 내놓던데, 어쩌면 곧 신간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신간을 읽으면 요 페이퍼에 추가 작성해넣겠습니다. 설마 102세 노인은 아니겠죠...? 그나저나 완독한지 다 오래된 탓에 설명들이 좀 부실하네요, 하하하하핳 지금 바깥 날씨 엄청 꿉꿉한데, 다들 저처럼 맛팅이 가지 않게 조심하십셔. 그럼, 사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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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6-10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요나손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글이 통통 튀네요. ㅎ
근데 100세 노인 물감님도 그저 그랬군요.
저는 오래 전 영화로 본 적이 있는데 영화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막 책까지 사 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들더라는... 그래서 첫인상이 중요한가 봅니다.

이건 딴 얘긴데 공유는 어디로 갔나요? 서재 이미지 웃겨요.
설마 물감님이...?ㅋㅋ

물감 2024-06-10 22:13   좋아요 1 | URL
정말 좋아한다고는 못하겠는데 암튼 계속 손이 가네요ㅎㅎㅎ 100세 노인은 코믹의 탈을 쓴 역사 여행기? 같았어요. 생각보다 웃음포인트는 없었던...

공유는 너무 나이들어서 이제 그만 놓아줬습니다ㅋㅋㅋ 이번을 끝으로 프사 안바꿀라고요~ 으하핳

호시우행 2024-06-11 0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나손 작가님에 대해 독자들도 호불호가 분명 있을 것 같아요.

물감 2024-06-11 09:27   좋아요 0 | URL
이런 B급 정서가 싫은 분들도 많을테니, 아무래도 호불호는 갈릴 거에요. 그래도 전세계가 주목할 정도면 한 번 쯤은 관심 줘도 괜찮지 않나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

구단씨 2024-06-12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완독한 건 100세 노인 뿐이네요. ㅎㅎㅎ
나머지 작품은 읽다가 말고, 첫 페이지 읽고 덮고 그랬거든요.
근데 100세 노인 내용인 기억도 잘 안나요.
물감님 평점은 100세 노인이 가장 낮은 점수군요. ^^

물감 2024-06-13 08:5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는 100세 노인이 제일 별로였어요~ 중편 2개가 계속 교차되는 느낌? 그렇게 연관되지도 않고 말이에요. 개인취향 입니다^^
요나손 작품들은 휴가철에 타임킬링용으로 제격입니다. 머리 식힐 겸 읽으시면 딱ㅋ

singri 2024-06-12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킬러~ 읽어야겠네요ㅋ

물감 2024-06-13 08:57   좋아요 0 | URL
하하 킬러 안데르스는 정말 추천합니다 ㅋㅋㅋ
뭐이런 똘끼가 다있나 싶더라니까요 ㅋㅋ
 
페터 카멘친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3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서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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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해질 때면 헤르만 헤세를 읽는다. 헤세 작품도 거의 다 읽어가는데 그다음엔 누구를 읽어야 하나. 헤세와 흡사한 기질을 지닌 나님은 이지러진 톱니바퀴 같아서, 잘 짜여진 세상의 틈바구니 가운데 쉽사리 염증을 느끼곤 한다. 스스로 방랑자라 일컫는 헤세처럼 나 역시 어느 한 곳에 마음을 정착시키지 못하는 병 아닌 병이 있다. 여러 번 옮겨 다닌 학교와 직장, 그 밖에 활동했던 단체와 각종 소모임들. 타고난 내향인임에도 남들과 어울리고 소통하길 반복했고, 어렵지 않게 사람들을 사귀긴 했지만 나와 맞지 않는 타입이 대부분이고, 정말 친해지고 싶은 이들은 나만큼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라더니 정말 맞는 말이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 저들은 즐거운 사람을 원하고 나는 편안한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마음이 가는 부류는 대개 온화하고 예의 있고 품성이 바른 면을 가진 쪽이었는데, 얼핏 노잼같아 보이는 타입들도 얼마든지 유머러스하고 핑퐁이 잘 되는 걸 봐온 터라, 나는 정반대에 끌리기보다 나와 비슷한 코드에게 끌리곤 했다. 하지만 뭐랄까, 그런 희귀종을 보기도 힘들뿐더러, 서로 간에 우정과 믿음이 돈독해지는 걸 가로막는 방해 요소가 너무도 많은 현대사회의 장벽을 자주 느꼈다. 차라리 나도 재능을 발휘하여 거기에 매달린다거나, 돈 버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거나 했으면 좋겠는데 당최 그런 의욕이 들지를 않으니 어쩔 땐 스스로도 참 못나 보이고, 남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조바심도 들고, 돌고 돌아 결국 혼자라는 생각에 다 부질없다 싶고, 또 누군가 내민 친절에 사르르 녹아내리고. 나나 헤세 같은 부류는 절망 속에 내린 한줄기 빛을 발견할 때까지 평생 떠돌다가 운명할 팔자려니 한다.


헤세의 첫 장편인 <페터 카멘친트>는 시인 출신답게, 온통 시적 묘사로 수놓은 문장의 연속이었다. 아름다운 글도 좋지만 이처럼 정도가 과하면 나는 쉽게 물려버린다. 마치 한 가지 반찬만 여러 그릇에 담겨 내오는 식당에 간 기분이랄까. 이래서 나는 글보다 이야기를 더 우선시하는 편이다. 일단 첫 소설답게 자전적 경험들이 실려있지만 이후에 쓴 차기작들처럼 특정한 고뇌나 어떤 경험, 통찰에 대하여 깊게 파고든 게 아닌, 20대까지의 헤세의 일대기를 프리뷰했다고나 할까. 산골마을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페터 카멘친트는, 외국을 여행하며 시와 소설을 쓰고 우정과 사랑도 경험한다. 고향에서는 좀처럼 마음 맞는 사람이 없어 사람보다 자연을 벗 삼아 살았지만, 외국 땅에서는 친절하고 잘 통하는 이웃들이 많았고, 그렇게 어울리다 보니 고향과 가족은 점점 뒷전이 된다. 이래저래 바쁜 청춘을 보내던 중 하나뿐인 친구가 죽고, 얼마 뒤에 모친도 운명한다. 그 후 다시 여행하다 머문 집의 어린 딸이 병으로 죽자, 홀로 남은 부친이 걱정되어 고향에 돌아간다. 이렇게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들게 된 생각은, 어떻게 살아본들 죽음뿐이라면 대체 무엇을 위한 삶이어야 하는가였다.


죽음이 반복되지만 오히려 희망을 노래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삶에 갈피를 잡지 못하던 청년이 학업에 몸을 던지고, 처음으로 통하는 친구를 사귀고, 이뤄지진 못했지만 사랑에도 빠져보고, 자신 없던 글재주로 밥벌이도 해보고, 타지에 가서 환대를 받는 등 먹구름 가득한 내면을 비집고 들어오는 빛줄기가 주인공을 매번 일으켜주고 있었다. 비록 기쁨의 수명은 짧았고, 그 때문인지 거처를 계속 옮겨 다녔지만 도중에 만났던 인연들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 같은 방랑자들은 남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남아도는 혼자의 시간들을 추억거리로 채워 넣지 않으면 안 된다. 잠깐이었지만 행복했던 찰나의 기억들로, 그 순간이 주었던 고마운 감정들로 밀려드는 외로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겨우 생긴 ‘내 사람‘들은 다 죽거나 멀어졌으니 불행하다고 해야 할까.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헤세 작품의 주인공들은 온통 번민에 잠겨있고 허무와 씨름하며 결핍에 허덕인다. 하여 헤세의 삶은 불행했을지라도 이 작품만으로는 그렇게 보기 어려운 게 죄다 살짝 맛보기 식으로 다루고 있거든. 하지만 반대로 헤세의 전 작품을 아우르는 주제가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후반부에 절친이 된 꼽추는 페터에게 없었던 관점을 갖추고 있었으며, 그처럼 자신 또한 고통과 절망을 다각도에서 보고 접근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하여 자연으로 회피하기 바빴던 주인공과 헤세는, 이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기와의 싸움을 계속해나가기로 한다. 이 책을 냈을 때가 27세였으니 그쯤이면 자신의 십자가를 인정하고도 남았을 테지. 나도 그걸 알아서 이 글 쓰는 행위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나의 글들은 서평의 형식을 하고 있는 자기 치유의 산물이다. 이렇게 또 한 번 외로움을 달래주고 불행을 견딘다고나 할까. 그 결핍 덕분에 꾸준한 글쟁이가 되었으니 고마워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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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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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시대를 잘 타고 나야 한다고 했다. 연예인을 예로 들면, 90년대만 해도 장동건이나 송승헌같이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남성미 짙은 얼굴이 먹혔었다. 지금은 그런 정석 미남보다는 동안에다 적당히 순둥해보이고 어쩐지 옆집에 살고 있어 우연찮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 썸탈 가능성도 좀 있어 보이는 훈훈한 얼굴을 더 선호하는 시대다. 나 같은 아재들은 연예계 비주얼이 하향 패치 되었다며 혀를 차지만, 요즘 친구들은 오히려 원빈, 신성우 같은 외모를 거부하니 과연 시대의 흐름이란 걸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읽으면서 그 같은 생각을 좀 했다. 이 책은 무조건 시대를 탈 수밖에 없겠다는. 브루스 리, 즉 이소룡에 대한 추억을 가진 분들은 현재 40대 이상은 되었을 터. 2012년 출간 때만 해도 많은 이에게 추억과 낭만을 선사했을 테지만, 특정 세대들만 누릴 문화는 얼마 못 가서 낡아빠진 문물이 돼버린다. 그래서 재미는 있을지언정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므로 시대를 탄다고 말하겠다. 막상 읽어보면 이소룡 이야기가 아니구나 하겠지만 한국의 70년대부터 00년대까지의 현대사를 포괄하여, 독자마다 즐기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게 쪼까 안타까울 뿐. 그도 그럴게 스토리도 훌륭하고, 이끌어가는 힘도 좋고, 페이소스도 끝내주는 작품인데 하필 ‘이소룡‘이라는 시대의 아이콘이 독자를 봐가면서 소통하고 있어 누군가는 그저 시큰둥하게 넘길 수도 있단 얘기다. 나 같은 경우는 중딩 때 드라마 <야인시대>를 보고 자랐고, 고딩 때는 영화 <옹박>을 보고 자랐다. 요즘 친구들에게 김두한의 간지와, 옹박의 액션을 아무리 설명한들 어느 누가 흥미를 갖겠냐고. 문화적 요소를 소재로 쓸 거면 특정 세대가 아닌 전 세대가 공감할 만한 것이어야 하겠다. 여하튼 이소룡과는 무관한 서사였으나 주인공의 롤 모델이라 쭉 언급되므로 읽기 전에 인물 사전조사를 좀 하시는 편이...


날것을 좋아한다고 나름 자부했었는데 분량이 길다 보니 피로도가 쌓이긴 하더라. 그나마 속도감이 좋아서 망정이었지, 재미와 별개로 갈수록 기빨린다고나 할까. 알다시피 천명관의 스타일은 술자리에서 재미난 썰을 풀어놓는 식인데, 워낙 입담이 좋아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꼭 마디마다 한 번씩 비틀고 MSG 넣고 뻥카치니까 듣다 보면 물릴 때가 많다. 그럼에도 썰 자체가 흥미로우니 도중에 끊을 수가 없어 일단 들어나 보자 하다가 어느새 끝까지 듣고 말았으니 이거야 원 천상 이야기꾼이 따로 없다. 소설에서 필력보다는 잘 짜인 스토리가 낫고, 스토리가 약해도 흡인력 있는 게 백 배 낫다는 말씀. 나님은 해석이 꼭 필요한 작품을 우수하다고 보지 않거든. 자고로 좋은 재료는 가공되기 전에도 가치를 지니는 법이고, 그걸 볼 줄 아는 자가 천상 글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비록 천명관 작가의 팬은 아니지만 그의 악마적 재능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구려.


워낙 긴 내용이라 적당히 간추려본다.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홀로 본가에 얹혀살게 된 삼촌. 비천한 출신이지만 이소룡을 흠모하여 무도인의 길을 걷는 삼촌과, 그를 따르는 동생들의 이야기이다. 말더듬이에다 사회성 부족이던 삼촌은 동네 건달들과 계속 엮이고, 원치 않던 여자와 만나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서울로 피신하여 중국집 배달을 하다가 액션배우 오디션을 위해 홍콩으로 떠나지만 이마저 실패하고 돌아와 군 입대를 한다. 전역하고 충무로에서 비중 없는 조연으로 활동해보지만 시대는 점점 변하여 예전 같은 무술영화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옛 건달들과 자꾸 얽히고,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고문당하는 등 짠하기 그지없는 시련이 줄줄이 찾아온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나서야 삼촌은 자신이 빚어낸 무협지의 상상 속에서 살고 있었단 걸 깨닫게 된다.


격동하는 70~80의 현대사를 겪었던 분들은 무협지 같은 현실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인권은 바닥을 치고, 데모 운동이 끊이질 않고, 법보다도 주먹이 해결책이던 시절들. 가정과 사회, 나라가 안팎으로 불안정한데 멀쩡하게 내 하고 싶은 일만 하기가 어디 쉬운가. 특히나 예술 같은 건 굶어죽기 딱 좋다며 비난받기 일쑤지만 사실 실력만 검증되면 언제든 밥벌이가 가능한 법이다. 삼촌의 무술 재능은 자타 공인 상위 랭크인데다가 곁에서 돕고 힘써주는 지인들도 제법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사회생활에 젬병인지라 굴러오는 기회를 족족 말아먹어서 탈이었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행동한 덕에 좋은 인맥도 여럿 생기긴 했지만 쉽게 갈 수 있는 길도 매번 빙빙 돌아가려니 주변에서는 융통성 없는 이 양반을 어쩌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뿐. 세월이 많이 흘렀으나 현재 시대도 사실 작중 배경과 크게 다를 건 없다. 오늘날의 사회도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중이고, 먹고 살 걱정에 허덕이는 데다, 수년을 갈고닦아온 전공이 갑자기 무 쓸모가 되기도 하고,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는 참에 한 살 한 살 나이만 들어간다. 그것이 나와는 조금도 겹치지 않는 삼촌의, 정말 더럽게 꼬인 인생살이가 와닿는 이유였다.


시간은 계속 흘러, 주변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간다. 그렇게 갈 사람은 가고, 남은 이들은 가정을 이루며 다음 세대를 맞이할 준비들을 한다. 반면에 가정과 사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혼자 붕 떠있던 삼촌은, 그나마 자신을 필요로 하는 조폭들과 지내면서 무술가의 꿈을 지워간다. 대체 어디서부터 삼촌의 앞날이 꼬였던 걸까. 어설픈 정의 실현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었나. 어째서 세상은 약자의 눈물을 모르쇠 하며, 개인의 꿈과 청춘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처럼 여기는가. 아무리 세상 물정을 모른다지만 그게 그렇게 욕먹고 손가락질 받을 일이냔 말이다. 가난하고 못 배웠다 해서 이들의 무한한 가능성까지 짓밟힐 이유는 없거늘, 가진 자들의 차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갈수록 그것이 당연한 사회가 돼가고 있다. 당장 초등학교, 유치원만 해도 아이들끼리, 또 부모들끼리 서로 급을 나누고 있지 않은가. 같은 부류가 되기 싫은 나 같은 사람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고 붕 뜨거나 최악의 선택지만이 주어질지도 모른다. 더 이상 무도인이 아니게 된 삼촌처럼.


그나마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역시 ‘사랑‘이려나. 저마다 제 짝을 찾아가고, 삼촌도 만년 흠모하던 여자와 잘 돼가는 분위기였다. 삶의 무게가 엇비슷하면 서로 통하는 법이니 결국 이것도 끼리끼리라고 해야 할까. 이제 삼촌은 자신의 우상보다 사랑을 더 많이 떠올리며 갖은 고난과 시련을 참아낸다. 조폭과 경찰에게 쫓겨 다니는 신세로 전락하여 둘만의 추억은커녕 얼굴 보기도 힘든 사이가 되었지만 자신을 내어줄 상대가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야, 남자의 순애에 대해서 뭘 좀 아시는 작가일세? 이 고리타분한 캐릭터에 울컥하는 걸 보면 나도 참 옛날 사람 맞나 보다. 난 아직도 첫사랑의 휴대폰 번호를 외우고 있거든. 아무튼 삼촌의 사랑은 계속해서 방해받다가 아주 그냥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는 말이 목까지 차오르더라야.


솔직히 지금 와서 보면 케케묵은 이야기가 맞다. 앞서 시대를 탄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평타 이상 치는 작품이라 읽어줄 만하다. 날것을 싫어하는 분들은 쪼까 피곤해할듯 싶지만서도. 근데 천명관 정도면 한국의 자연주의 작가라 불러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대관절 이만큼 원초적인 감성으로 승부하는 작가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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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 혼술에서 중독까지, 결핍과 갈망을 품은 술의 맨얼굴
캐럴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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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도 말한 바 나님은 알코올 섭취를 일절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은 내가 건강관리에 진심인 줄로만 아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알코올 러버들에게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자신에게 늘 관대했던 캐럴라인 냅과 달리 나는 일평생을 통제하고 채찍질하면서 커왔다. 그랬으면서도 이것을 금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건 좀 내가 봐도 모순이기는 하다. 나의 성장 배경과 환경들이 결코 순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에 따른 보상심리에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감정을 절제하고 욕구를 누르곤 했었기에 그걸 못 참는 사람들, 그것도 다 큰 어른들이 그러는 게 전혀 이해가 안 되었다. 정말 전형적인 애늙은이의 표본이었던 것.


어렸을 때는 막연히 반듯하게 커야 한다는 교육 때문이었고, 지금 돌이켜보면 ‘나‘라는 인간이 ‘중독‘에 매우 취약하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던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소위 ‘나쁜 것들‘을 줄곧 멀리해왔는데, 반대로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 선에서 내가 꽂힌 것들마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광기가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갑자기 어떤 디자인의 신발이 갖고 싶어졌다 치자. 그러면 내 마음에 드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10시간이고 20시간이고 미친 듯이 아이쇼핑을 해댄다. 이런 일이 거의 없지만 뭔가에 꽂혔다 하면 아주 그냥 영혼을 갈아 넣는 거다. 그걸 아니까 중독될만한 것, 아니, 중독이란 단어는 나한테 없는 셈 치며 살아온 것도 있다. 이건 이거대로 썩 나쁘지 않았는데,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나 자신의 평화, 그것이 주는 기분은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알코올만이 준다는 그놈의 알딸딸한 기분, 현실도피로 얻은 가짜 만족이 아니어도 기쁨은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법이거든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 그러니까 술이라는 정신의 마취제 없이도 하루하루를 밀고 나가는 사람들은 외부의 힘에 막연한 기대를 하지 않으며, 개인의 진정한 힘과 희망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경험의 축적을 통해서, 즉 자기 앞에 닥친 과제들을 하나하나 해내는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사실을 터득하고 있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뚫고 지나가는 것과 그것을 외면하는 것의 다른 점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멍청히 앉아 술을 들이켜다가 취하는 것 뿐이다. (156p)


술 중독자에게 이만한 통찰이라니, 진정 박수 쳐줄만하다. ‘중독‘이란 단어가 좋게 쓰일 때도 있으나, 대부분이 쾌락을 좇는 데에 쓰여서 탈이 된다. 이에 쾌락주의자들이 하는 멘트도 정해져 있다. 남들한테 피해만 안 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꼭 통제 불가한 기분파들이 그런 변명을 늘어놓는다. 내가 보아온 술꾼의 다수가 쾌활하고 털털한 면이 있는데, 본인의 무례함을 그걸로 무마하려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것 또한 저자의 말처럼 제멋대로의 합리화일 뿐이다. 이게 습관이 되다 보니 술꾼들은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해지고, 백 명의 알코올 중독자가 하나의 모습을 띄게 된다는 것. 일반화해선 안되지만 내가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부류는 하나같이 대단한 술고래였다.


고통과 불행에 무너지지 않으려 마시는 거겠지만 과음은 또 다른 방식으로 무너지게 만든다. 고달픈 삶을 외면하고 싶고,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내게도 세상이 무너질 만한 사건 상황이 많았었고, 확 삐뚤어져 버릴 순간이 꽤 있었거든. 나는 군대 전역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도 했다. 이토록 괴롭고 힘들 바에야 차라리 나도 쾌락에 몸을 맡기는 게 낫지 않겠냐고. 그렇게 위태로울 때마다 술에 절어 나날이 망가져가는 주변인들을 지켜보면서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고 버틸 수 있었다. 어느 집단이든지 다들 술도 안 마시고 뭔 재미로 사냐며 나를 비웃거나 딱하다는 듯 보곤 했는데, 나는 이런 행태가 사리분별 못하고 주위에 피해끼치는 술주정이라고 생각한다. 여하간에 지금은 내가 그들을 비웃고 딱하게 여긴다. 저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때마다 더더욱.


술이 들어감으로써 맘에 안 들던 평상시의 나를 벗어던지고, 항상 되고 싶어 했던 워너비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대답은 매우 그럴싸하고 또 유혹적이다. 그래서 매번 술을 찾고 마실 때마다 ‘이거야!‘ 하는 감각에 사로잡힌다는 건데, 그렇담 술 없이 맨정신일 때의 자신은 뭐 짝퉁이란 말인가? 취했을 때만 생기는 용기와 자신감이 나의 자아와 정체성을 대변한다면 글쎄, 내 입장에서는 너무 불쌍하게만 느껴지는데. 술이 자신을 좀 더 유연하게 해주고 타인과의 결속을 다져준다고는 하나, 과한 음주 가운데 맺어진 결실은 허상에 가깝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종류의 사람이냐는 심리치료사의 질문에 저자는 대답하지 못하였다. 냅이 그나마 자각해서 이 정도였지, 일반 사람들은 자기한테 유리한 말로 설득하려 들며 포장해대기 바쁠 것이다.


음주와 무관한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캐럴라인 냅의 글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숱하게 보아온 술꾼들에게 쓴소리 좀 하고 싶어서였다. 여튼 이렇게 금주를 장려하는 책이 있어줘서 내가 다 고맙더라. 개인적으로 냅의 작품 중 이 책이 가장 베스트 인 듯. 그런데 정작 읽어야 할 대상들은 읽지 않거나, 읽고 나서도 평소대로 산다는 안타까운 현실. 저자도 경각심은 늘 있었으나 프롤로그의 사건이 나기 전까진 똑같았거든. 이렇듯 술 때문에 나락 갈 때에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꼭 피해를 끼치게 돼있다. 이 헬조선에서 술 문화는 절대 개선되지 않을 테지만, 습관적으로 술을 찾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분들은 이 책을 읽고 움찔하시길 바란다. 나의 글로 심기 불편했을 분들도 있겠지만 어떤 싸움을 조장하고자 쓴 것이 아니므로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겠다. 당신의 뇌 손상 회복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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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31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이 넘 잔인하잖아욧! ㅎㅎ
울나라는 음주가무가 뛰어나서 그런지 술 권하는 사회로 찍혔잖아요.
드라마도 보면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하는 장면을 뺐어요. 근데 대신 음주 장면은 배로 늘었죠. 그리고 이거에 대해선 제제할 생각이없데요. 그 이유가 소주 같은 경우 그 도수가 제제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근데 술 먹고 꽐라되는 장면 꼭 나오죠. 그래도 요즘 MZ 세대는 자기가 싫으면 술자리 안 가기도 한다던데 안 그런가 봐요. 물감님 마지막 말을 그렇게 맺을 정도면 엄청 시련이 많았나 봅니다. 😢

물감 2024-05-31 21:06   좋아요 1 | URL
개인적으로 술 권하는 사람들보다 술 안마신다고 은따시키는 게 더 꼴불견입니다. 안 마시면 안 마시는 대로 어울릴 수도 있는 건데, 그냥 선을 그어버리고 지들끼리만 어울리고 그러거든요. 적어도 일하는 공간에선 그러면 안되는데 말이죠. 사회생활을 일찍 한 만큼 많은 걸 보고 겪었어요. 직장도 여러번 옮겼는데 신기하게도 진상 술꾼들은 죄다 똑같지 뭐에요 ㅋㅋㅋㅋ 요즘 직장인들이 회식 싫어한다고 그렇게 뉴스 때리는데, 그냥 상사들과의 술자리가 싫은 게 팩트 아닌가요? 취한 사람 상대하는 게 얼마나 곤욕인지... 갈수록 술값이 치솟던데, 솔직하게 저로써는 땡큐 땡땡큐 입니다. 허허허...

stella.K 2024-05-31 22:01   좋아요 1 | URL
그건 그래요. 솔직히 술 취한 사람 싫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더라구요.
혹시 이 사람이 헷고자하면 어쩌나 그런 생각도 들고,
술 취하면 아버지라도 싫더군요.
아버지가 이미 오래 전에 작고하셨지만 살아계셨을 때
가끔 밤에 꽐라가 되서 들어오면 신나게 TV를 보다가도 바퀴벌레처럼
샤사샥~ 방으로 피신해 자는 척 했죠. 안 그러면 붙들려서 일장훈시를
들어야했거든요. 아버지의 일장훈시는 바퀴벌레도 싫을 겁니다.ㅋㅋ
그래도 전 주도는 아버지에게서 배웠습니다.

술 싫어하는 물감님 붙들고 뭔 말을 하는 건지...ㅋㅋㅋ

2024-05-31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03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4-06-05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고래인 제가 이 책 읽기에는 금주 장려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술 더 땡기게 하던데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6-05 11:04   좋아요 2 | URL
고뢔~?

물감 2024-06-05 11:14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의 간은 아직 싱싱하신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반대로 술을 땡기게 한다면 냅의 의도는 실패로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6-05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때 술을 제법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ㅋㅋ 술 옹호하고 싶지만 ㅋㅋ 한국의 ‘술문화‘-문화라고 이름붙이기도 거시기하지만, 이건 정말 개선되어야 하는데요 ㅠ

물감 2024-06-05 13:29   좋아요 0 | URL
누굴 만나면 술 마시는지부터 묻고, 안마신다고 하면 바로 급을 나눠버리는 태도가 가장 보기 흉합니다. 겉으로는 그런가보다 하지만 속으로는 노잼딱지 붙여버리는 게 증말 짜증나요 ㅋㅋㅋㅋㅋ 뭐 어쩌겠어요. 저처럼 소수파들은 쭈그리고 살아갈 수밖에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