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미니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
M. J. 알리지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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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미니 마이니 모‘의 뜻은 ‘어느 것을 고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딩동댕동‘ 이란다. 두 사람을 밀폐 장소에 가두고 총알 하나만 장전된 권총을 던져준 다음 죽일 것인지 죽을 것인지를 고르게 하는, 지독한 악취미의 범죄가 시작되었다. 산 자를 돌려보내면 곧바로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악몽을 겪는다. 연쇄 범죄의 피해자들이 자신과 연관됨을 파악한 헬렌은 눈앞의 산불이 오랫동안 외면했던 과거의 작은 불씨로부터 시작이었음을 깨닫는다.

경찰 소설의 단골 소재가 전부 다 들어있다. 내부의 배신자도 있고, 팀원 간에 갈등도 있고, 주인공의 과거와 엮인 사건도 있고, 언론과의 씨름 장면까지. 있을 건 다 있는데 이제는 워낙 뻔한 클리셰들이라 마니아층에서는 기존 범죄소설과 별반 차이점을 못 느끼지 않을까 싶다.

작가가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던 재능이 있어서 그런지 독자가 열광할 만한 장면과 지루해할 장면을 구분할 줄 안다. 근데 스피디한 진행은 좋아도 이렇게 자주 스킵 하는 건 좀 아니었다. 지름길로 가더라도 신호가 계속 막히는데 이러면 기름만 아깝잖아.

더 큰 문제는 챕터마다 호흡이 짧은 데다 장면도 자주 바뀌어서, 사건만 다루느라 등장인물들은 전혀 입체적이지 않았다는 거. 모든 시리즈의 첫 권이 그렇듯이 이 책도 일단 낫 배드. 그리고 출판사는 맞춤법 검사 좀 똑바로 하시길. 오탈자들 눈에 너무 거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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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새가 말하다 1
로버트 매캐먼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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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매캐먼은 스티븐 킹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작가로서 온갖 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7080 때 바삐 활동한 뒤 93년에 돌연 절필을 선언한 이 양반은, 10년만에 수퍼 그랜드 스펙타클한 요 작품으로 다시 커밍했다. 대략 1200p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필력으로 완벽히 커버했으며 스티븐 킹의 극찬처럼 매커먼표 최고급 스릴러는 인트로부터 예사롭지 않다.

이것은 옛 미국 마녀사냥에 관한 이야기이다. 치안판사 우드워드와 서기 매튜는 파운트로열 지방으로 찾아간다. 그 곳에는 마을을 파국으로 몰고가는 한 마녀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머무는 동안 주민들의 수상한 낌새를 맡는 두 사람. 그러나 여러 증거들이 여자가 마녀라고 지목하고 있다. 판사는 급작스럽게 건강이 위독해짐에 따라 판단이 점점 눈멀고, 매튜는 밤의 새의 속삭임으로 이 새장 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과연 이들이 놓친 퍼즐조각은 무엇이며 진실의 탈출구는 어디인가.

오랜만에 별 다섯개 작품이다(물론 내 기준). 나는 이야기의 힘이란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캐릭터가 힘이 있으면 흐름은 갈수록 점입가경이 된다. 그 몰입속에서 따라오는 문학의 위대함을 내내 볼 수 있어 기뻤다. 장르소설이 다 그렇듯이 꼼꼼히 집중해서 읽으시길.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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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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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를 입에 물고 죽어있는 개와 고양이의 시체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그러다 초등생 S가 집에서 목매달아 자살한 사건이 일어나고, 같은 반 친구인 주인공이 자살을 발견 후 모두에게 알렸으나 사건 현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체의 행방은 어떻게 된 건지 모두가 걱정하는 가운데, S는 거미로 환생하여 주인공과 함께 시체를 찾아 나선다. S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다.

뭐야 이게... 일단 불호 비추천. 갑자기 마무리가 뭐 이 모양으로 끝나는 걸까. 그래도 무난하다고 느끼던 것이 갑자기 산으로 가버려 아쉬웠다. 초등학생의 시점으로 진행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전달되는데 현장감이 느껴지는 건 좋지만 작품이 가벼워지는 단점도 있다.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끝없이 속이고 숨기는 사람들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던 걸까.

결말에 가서 보면 등장한 모든 이의 말과 입장이 전부 거짓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선하던 주인공에게서 가끔씩 튀어나오는 섬뜩한 행동과 생각들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비롯된 건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그것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다. 오랜만에 리뷰 쓰기 귀찮은 작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글도 영 안 써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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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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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목은 잘 짓고 봐야 할 일이다. 내용에 상관없이 표지가 예뻐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듯이, 나라는 인간은 제목만 보고도 손이 가기 때문이다.

마흔여덟 번째 면접 끝에 겨우 합격한 과자회사의 3차 면접인 합숙 연수를 들어가는 주인공 M 군.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수원에서 지내는 한 달 동안 매일매일 모두에게 평가가 매겨진다는 사실을 안 뒤로부터 본인이 조장을 자처하고 온갖 희생과 열정을 보여주자고 결심한다.

그러나 갈수록 M은 이 기업 속의 한 개인이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느낀다. 마치 우주에서 지구는 점 하나에 불과한 것처럼. 결국 M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열정과, 오해로 불거진 부당한 대우에 이성이 끊어져 돌발행동을 하게 된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받았던 그 느낌. 이 길이 맞다고 부지런히 달렸으나 전혀 다른 방향이었던. 이 책에서도 그와 비슷한 장치가 깔려있다. 초반에 음료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눌렀을 때 오렌지주스가 나온 장면부터 작가는 이 연극 같은 삶의 부조리함을 계속 암시했다. 현대사회의 대표적 문제인 ‘면접‘이라는 소재를 희극 형식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오래된 국내 작가들의 문학에서 주는 묘한 불편함과, 젊은 국내 작가들이 지닌 신선한 감각이 적절히 섞여있다. 작가만의 고유성을 간직하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여 다양한 작품을 창조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어떤 다큐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본 신기한 장면이 생각나는데 중국의 모 공장에서는 먼지로 벽돌을 만들었고, 일본의 모 공장에서는 달걀 껍질로 분필을 만들었다. 불필요해 보여도 다 쓸모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깨달음이었다. 이처럼 우리 개개인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잊지 맙시다. 그대는 완전 소중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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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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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장르소설 마니아들의 입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이다. 다 읽은 지금 내 심정은 도대체 이 책이 왜 화제였는지 납득이 안된다. 시작은 별 4개로 출발하다가 결국 2개로 끝나버렸다. 범죄소설은 역시 아무나 성공하는 게 아니야. 아까운 내 시간.

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고 발바닥에 웬 좌표가 문신으로 새겨져있다. 좌표를 찾아가면 신체의 일부와 함께 쪽지가 발견된다. 범인은 ‘지오캐싱‘이라는 GPS를 이용한 현대판 보물찾기 게임으로 형사들과 대결한다(검색해보니까 진짜 있는 게임이었다). 그가 남기는 쪽지는 다음 피해자의 정보와 복잡한 공식을 대입해서 다음 좌표를 설명한다. 좌표를 찾아 단서를 발견하면 또 다른 좌표와 피해자가 경찰들을 기다린다.

이런. 수포자인 나는 절대 못 찾겠네. 사건의 흐름도 파악이 안되어 내가 잘 따라가고 있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더라. 범인이 준 단서와 피해자들 간에 연결고리가 분명 있을 텐데 복선 다운 복선이 없었다. 알아내는 게 없으니 수사는 더디고 시간만 죽이느라 계속 루즈해진다. 이렇게 가성비 없는 스토리는 작가들이 후반에 가서야 부랴부랴 혼신을 쏟아부어 매듭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에너지도 없었고 결말은 허망함 그 자체였다.

더 실망했던 건 비중이 없는 범인과 매력 없는 주인공이었다. 주인공을 보다 더 입체적이고 깊이감 있어 보이게 하려고 핸디캡 주는 건 좋다 이거야. 컨셉을 잡았으면 독자가 그 캐릭터에 공감하고 몰입하도록 해줘야지. 주인공이 왜 비호감 성격이 된 건지 다 끝나갈 때 설명하면 뭘 어쩌자는 겨. 이러면 독자가 주인공을 이해하기도 너무 늦고, 읽은 게 아까워 의리로 읽게 된단 말이다. 이 배려 없고 센스 없는 작가님아.

내가 유독 이 작품에서 캐릭터에 집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데, 보컬이 잘 차고 나가면 밴드 실력이 좀 부족해도 들어줄 수는 있어. 근데 보컬이 무너지면 그 무대는 게임 끝이야. 관중은 괴로울 뿐이고. 차라리 텔레토비 가슴팍에 박힌 TV가 더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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