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생물학 연구실에서 비밀리에 보관되던 병원균을 밀봉한 용기를 도둑맞았다. 그 균은 생물학 무기나 감염병으로도 이용되는 무시무시한 존재였고, 그것을 훔쳐 스키장 설산 어딘가에 숨겨둔 범인은 연구소에 3억 엔을 요구한다. 대책을 마련하던 중 범인이 사고로 죽어 생물병기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돼버린다. 만약 용기 밖으로 균이 퍼지면 수많은 감염자가 발생하게 될 텐데 더 큰 문제는 그것이 연구소 비밀이라 경찰에 협조 요청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 자 이제 수많은 스키장 중에서 어떻게 물건을 찾을 것인가.


쓸데없는 걱정이겠지만 작품이 이렇게 많으면 이름 짓는데 힘들지 않을까. 여튼 히가시노답게 쭉쭉 뻗어나가는 스트레이트 소설이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해서인지 속도감이 예술이지만 사실 그것 말고는 장점이 안 보였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고 그나마 좋았던 건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겨울 배경의 작품이라 시원시원했다는 점?


보통 중요한 물건을 뺏기거나 도둑맞는 작품을 보면 단지 물건을 되찾고 끝이 아니라, 세상의 종말이 올 법한 최악의 상황까지 몰고 가서 작품의 맛을 더욱 극대화하곤 한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보면 이 특징을 기깔나게 써먹지 않던가. 그런데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물건 찾는 데에만 분량을 허비하고 있으며 두뇌싸움이나 심리전도 없이 그저 밋밋하게 눈밭을 수색하는 장면이 전부라 이제껏 봐오던 히가시노 스타일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사건과 엮인 한 가족의 집안 사정은 솔직히 억지로 끼워 맞춘듯했다. 뭔가가 빠진 것 같으니 감동 장면이라도 하나 집어넣으셨나 본데, 아무리 봐도 전체적인 작품에 그렇게 녹아들만한 내용은 아니었거든. 암튼 거기까지도 봐주겠으나 허무한 결말에는 도저히 너그러워질 수가 없어유. 늘 평타는 치시더만 이번 실망감은 정말이지 팬심으로도 커버 쳐줄 수가 없어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8-08-21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게이고의 설산시리즈는 좀 약하다는 느낌이 많죠 아마도! 팬이니깐 읽어주는데 뭐 그런...ㅋㅋ

물감 2018-08-21 09:44   좋아요 1 | URL
아 이게 또 시리즈인거에요? 시리즈가 다 이모양이라면 설산배경은 걸러내도 되겠군요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08-21 10:13   좋아요 1 | URL
설산시리즈가 4작품이죠, 질풍론도, 눈보라체이스, 백은의잭,연애의행방 이렇게 되네요~게이고가 보드매니아라서 그냥 쉬어간다 생각하시고 읽으심 될 겁니다 ㅎ

물감 2018-08-21 10:34   좋아요 1 | URL
흠.. 나중에 읽을책 떨어지면 생각해볼게요. 감사합니다ㅋㅋㅋ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진사를 꿈꾸던 주인공은 아버지 권유에 따라 변호사가 되었고, 소설가 지망생이던 아내를 만나 결혼하지만 부부 사이는 삐걱대는 중이다. 아내의 작품은 계속 빛을 보지 못했고, 갑자기 아이가 생겨 직장도 그만두었고, 육아 스트레스에 갈수록 신경질적으로 변하는데 문제는 주인공이 싫어하는 이웃 남자와 아내가 바람이 나버린 것. 결국 이웃 남자를 살해한 주인공은 어찌어찌하여 사태를 덮어두고 자신이 죽인 이웃 남자로 신분을 위장하여 살아가기로 한다.

이 작가도 굉장히 유명하지만 어딘가 끌리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의향이 생겼다. 필력이 참 맘에 든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보통 살인하면 시체 처분하는 게 다인데 주인공이 피해자로 살아간다는 발상이 참 신선했다. 게다가 변호사의 두뇌를 이런 데다 쓰다니, 이런 것이야말로 작가의 빅 픽처라 하겠다.

아무튼 사고로 위장하고 고향을 떠난 뒤로부터 1인칭 소설이 되면서 놀라우리만큼 따분해지지만 다행히도 후반부에 다시 발동이 걸린다. 이 작품의 별미는 신분을 감추고 음지로 숨어 은둔자로 살아가길 원하지만 취미로 찍은 사진이 대박 터지면서 원치 않는 유명세로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심리 장면들이다.

그나저나 영미권에서는 왜 아내를 항상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이 책도 아내 나름의 사정이 있건만 이유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계속 신경질 내며 헤어지자고만 해서 남편이 불쌍해지는데 작가가 독자들을 총동원해서 아내를 욕 먹이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 이혼 사유가 이웃 남자와 불륜이라니, 이건 뭐 말 다한 거지. 이런 캐릭터를 많이 만나면 어느새 독자들에게 나쁜 선입견이 생겨버린다. 아무튼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속도감 있는 작품이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8-08-20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빌렸다가 못 읽었는데 다시 빌릴까 말까 고민만 합니다~

물감 2018-08-20 10:13   좋아요 1 | URL
표지나 제목이나 그닥 흥미롭지 않은데 꽤 내공이 탄탄하더라고요. 추천해요😆

카알벨루치 2018-08-20 10:17   좋아요 1 | URL
알겠습니다 꼭 읽어볼께요 물감님 추천이니^^

물강아지 2018-08-20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복선이 조금 예상되도록 쓰여있지만, 흡입력이 강한 책인 것 같아요 저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물감 2018-08-20 10:37   좋아요 1 | URL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흐름이 충분히 예상되던ㅋㅋ근데 필력으로 완전 커버하더라고요😀
 
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자들 사이에서 평이 좋길래 나도 그 기분 느껴보고자 했지만 또 실패했다. 그놈의 스티븐 킹 추천작들은 왜 내가 고르는 것마다 이 모양일까. 이번 작품은 고음이 안 올라가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였다. 잘 부르긴 하는데 전혀 흥이 나질 않았음. 그래서 리뷰도 아무 감흥 없이 쓰는 중입니다.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분필로 바닥에 낙서하고 놀던 친구들의 사이가 전부 틀어지는 과정과, 어릴 적 분필 살인사건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한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소생하는 악몽들. 이들의 주변을 맴돌던 초크맨은 이제 현실로 나타나 과거의 불쾌한 향수를 불러온다.

주인공과 친구들을 살인사건 현장으로 인도한 초크맨 그림은 세월 지나 성인이 되어서도 그들을 따라다녔다. 주인공은 초크맨 나오는 악몽을 자주 꾸는데 악몽 분량이 좀 과하게 많았다. 그리고 꿈에 의지해서 사건의 전말을 알아가는 게 참 어이없었고, 더 황당한 건 끝에서 갑자기 주인공이 김전일과 코난을 따라 하는 게 아닌가.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고, 범인은 이 사람이라는 전형적인 원맨쇼. 결국 이 책도 혼자 북 치기 박치기하는 그런 작품이었어.

안타깝게도 이 작품에 쏟아지는 찬사들이 전혀 공감되지 않았다. 입질이 오면 뭐 하나, 작가가 낚싯대를 들어 올리지 않는데. 그리고 이렇게 시점이 자주 바뀌면 챕터의 호흡이 짧아 단편소설 읽는 기분이 들고, 어설픈 포토샵 작업처럼 어딘가가 꼭 부자연스러워 몰입도가 떨어지곤 한다.

스위스 치즈 같은 책. 맛은 있는데 구멍도 많아서 매끄럽지 못함. 후속작도 있다고 하는데 굳이 찾아볼 필요는 못 느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 음... 생각보다 많이 별로였다. 번역 문제인 건지 작가 스타일 때문인 건지 나랑은 잘 안 맞았다. 뭐가 되었건 ‘열린 책들‘ 스타일은 나랑 맞지 않음을 또다시 실감한다. 이런 책도 전 세계적인 작품이 될 수가 있구나 싶었다. ‘파수꾼‘이란 주제를 내 걸만한 장면은 없었고, 핵심 주제가 후반부에 나와서 그전까지는 전부 시시콜콜한 내용뿐이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영감이 번뜩할 때 한 번에 후딱 써낸 인상을 받았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불필요한 문장이 많을 수가 없고 시간과 장소, 인물과 대사의 순서가 이토록 뒤죽박죽일 수도 없다. 손이 가는 대로 막힘없이 쓴 건 좋지만 문맥 교정에는 손도 대지 않은 듯. 번역자보다도 열린 책들 출판사를 더 욕하고 싶은 이유가 출간하는 책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편집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열린 책들에서 출간되면 한숨부터 쉰다.

근데 이 책도 고전으로 분류되어있나? 여하튼 고전물 뺨치게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 읽는 맛도 없고 각각의 챕터들이 뭘 말하려는지 모르겠음. 만약 이 작품이 국내 작가가 쓴 거라면 절대 이만큼 유명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후반쯤 가면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논쟁으로 아버지와 딸의 사이가 틀어진다. 비슷한 논쟁으로 삼촌이나 남친과도 말다툼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서로의 주장이 횡설수설하듯 느껴져 이해도 잘 안되고 여러 번 스킵 했다. 아직 <앵무새 죽이기>가 남았는데 읽기가 두려워진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8-08-13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이 좀 거시기한가 봐요! 전 민음사가 조금 더 읽기 편하게 글자를 만들어줬음 하는 바램 이해하실런지 제 혼자만의 생각인가 모르지만 ㅎ

물감 2018-08-13 11:04   좋아요 1 | URL
독자마다 싫어하는 출판사가 한곳정도는 꼭 있네요(신기) 말씀하셔서 민음사 검색해보니 번역도 딱딱하고 가독성도 말이 많긴하네요ㅎㅎ

카알벨루치 2018-08-13 11:11   좋아요 1 | URL
민음사를 싫어하기보다는 예를들면, <정혜윤의 글쓰기>같은 책의 재질이나 글은 굉장히 고급진데 고전시리즈는 종이재질이나 글자가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느낌, 번역은 제 소관이 아니라서...근데 출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고전은 독자층이 얇고 팔리는 시점을 길게 잡으니 고급지게 만들기가 어려울것 같고 금방 나온 책(정혜윤 책처럼)은 팔리는 시점이 어느정도 갸늠되니 편집이나 디자인이 그렇게 들어가는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고전시리즈는 민음사보다 문학동네가 더 고급진 듯해 전 고전은 문학동네로 읽을까 생각중입니다 ㅎ순전히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물감 2018-08-13 11:30   좋아요 1 | URL
돈이 될만한건 잘뽑아주는가봐요~ 고전시리즈는 첫 책부터 이미 그렇게 만든거라 그냥 통일시키는거 아닐까요ㅎㅎ 여튼 고전들은 출판사별로 번역이 다 달라서 비교를 충분히 하시고 고르는 게 좋겠어요😀
 
불운과 친해지는 법
방현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트콤을 책으로 보는 기분이다. 읽고 있으면 논스톱과 하이킥 시리즈가 계속 생각난다. 시트콤의 묘미는 좌충우돌 사고 속에서 볼 수 있는 인물 갈등과 공감대 형성이 아닐까. 나도 저 기분 알지, 나도 저 상황 겪어봤지, 하면서 웃고 울던 그 시절처럼 즐겁게 읽었다.

보통 시트콤은 경사보다 골 때리는 에피소드가 더 많은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제목부터 불운과 동거하는 사람들 이야기일까. 그러나 제목만큼 심각하게 불행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던 것은 이슈가 발생해도 금방 금방 해결되거나 타협을 해버려서 각자의 사연들이 보기보다 가벼워 보이는 기분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이런 책은 요즘 같은 휴가 시즌에 읽어줘야 어울린다.

모친이 돌아가신 후 주인공은 자신의 주택을 셰어하우스로 제공한다. 입주한 5명의 싱글남녀와 재미난 뷰티풀 라이프를 꿈꿨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직장도 없는 주인공이 그나마 내세울 게 요리 실력이라 세입자들에게 다양한 요리로 집밥을 제공하며 자상한 주인 노릇을 하지만 제멋대로인 사람들의 배려 없는 모습은 낙천적인 주인공을 무너지게 만든다.


질서 속에서 피어나는 정을 원했는데, 통제는커녕 집주인 대우도 못 받는 기분. 그러나 집주인뿐만 아니라 세입자들도 돌아가면서 불운을 맞이한다. 집주인은 이 5명의 세입자들하고만 잘 지낼 예정이었는데 날이면 날마다 빅뉴스가 생기고 외부인이 꼬이는 등 아주 급속도로 늙어간다. 원래 사람 간에는 적정거리를 유지해야 오래오래 잘 지내는 법이거늘, 작가의 말처럼 거리를 두려 하면 노크도 없이 내 영역에 훅 들어와버리고, 반대로 좁히려 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멀어질 때가 다반사이다. 이거 참 세상은 요지경이 확실한 듯.

세입자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안절부절못하는 집주인이 너무 귀여웠다. 현실에서 있을듯하면서도 없는 매력 넘치는 너란 남자. 작가님 센스 베리 굿. 세차만 하면 비가 오듯이,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뭔가가 또 터지는 일이 반복되는 이 집안사람들은 본인들도 모르게 여러 불운들과 점점 친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일상 중에도 좋아하는 여자에게 요리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집주인의 늦깎이 순애보 연애사업은 과연 성공할런지.

잘 나가다 갑자기 마무리되어서 붕 떠버린 느낌이 잠시 들었지만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라 엔딩이 없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튼 괜찮은 작품이라 이 작가도 응원하기로 했다. 흥하십시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