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이해인 지음, 해그린달 그림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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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터너'라는 말을 아는가. 이야기가 너무 재미나서 페이지를 마구 휙휙 넘기게 되는 책을 뜻하는 말이다. 보통 그런 책들은 나에게는 고속철도와도 같이 마구 달린다. 이 책은 절대 그런 책이 아니다. 기차에 비유를 하자마면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비둘기 열차와도 같다.

종착지가 있기는 하나 아주 멀리 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작은 역마다 하나씩 다 쉬어서 들러줘야 한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맛을 주는 책이다.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좋지 않은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 매력대로 읽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에세이의 참맛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샘터를 통해서 한쪽지씩 읽는 재미가 있었다. 작년까지는. 올해부터는 집필진이 바뀌어서 그 재미를 느낄 수 없었는데 이렇게 차분한 책으로 한꺼번에 던져주시니 또한 감사할 따름이다. 글은 사람을 닮았다고 했던가. 그녀의 글은 그 자체로 그녀다.

수도서원 50주년을 기념해서 펴 낸 책. 1부에서 5부까지의 글들은 어디선가 다른 매체에서 나왔던 글들을 엮은 것이고 마지막 6부는 첫서원하고 나서 일년동안의 일기를 엮은 것이라고 한다. 수녀님의 첫 일년은 어떠했을까. 그때도 지금처럼 단단한 열매였을까. 아니면 아직은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는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닮았을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망설이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렇게 살짝 민낯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인간다와서 좋다. 처음 일을 시작할때라 실수도 하고 윗수녀님들께 혼도 나고 그러면서도 동기들과의 발랄함조차 엿보이는, 그야말로 통통 튀는 스무살 소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수녀님도 이런 때가 있었구나 하며서 그 모습들을 상상하게 된다. 새로운 느낌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이 현대사회 속에서 '기다림'이라는 것은 오히려 '지루함'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어 버릴수가 있다. 기다린다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그런 기다림에서 행복을 찾을수가 잇을까. 시간을 들여야만 완성되는 것들을 생각하면 아마 이해가 될수도 있겠다.

도자기들은 가마솥에서 오랜 시간동안 구워야만 비로소 완전해진다. 기다리지 못하면 도자기는 그저 한낱 깨어진 흙일뿐이다. 맛있는 장들은 오랜 시간 기다려야만 발효가 되어 그 맛을 내게 된다. 기다리지 못하면 그것은 부패되어 버리워질 뿐이다. 우정이라는 것도 시간을 들여서 서로간의 믿음을 쌓고 사랑을 나누어야만 단단하게 완성이 된다. 기다리지 못하면 그 우정은 어느샌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빨리빨리 외쳐도 기다려야만 완성이 되는 것들은 아직도 이 세상에 무궁무진하다. 그런만큼 우리는 기다리는 행복을 찾아야만 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서 더할수 있다면 더욱 행복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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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 - 세 여자의 ‘코믹액숀’ 인도 방랑기
윤선영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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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육십에 생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엄마. 무슨 역마살이 끼었는지 시간만 나고 돈만 있으면 여행을 다녔던 딸내미는 어디를 가도, 좋은 것을 먹어도, 멋진 것을 보아도 엄마 생각을 떨칠수가 없었다. 자신만 이렇게 돌아다닐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그녀는 그저 한마디를 던졌을뿐이다. 엄마 여행갈래?

그 물음이 이렇게 큰 파장이 되어 올줄은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엄마와 함께'였음 좋겠다라는 생각은 했어도 엄마가 가고 싶은 곳이 설마 그곳일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냥 가도 힘든 곳이다. 배낭여행이으로 자신의 몸집보다도 더 큰 가방을 메고 돌아다기는 더 힘든 일이다. 생전 처음 해외여행 가는 엄마와 둘이가도 어려운 판에 이모까지 합세했다. 정말 OMG다.

엄마가 선택한 그곳은 바로 인도. 더 가까운 곳, 더 좋은 곳, 더 볼 것이 많은 곳을 추천해도 엄마의 대답을 처음부터 오직 하나였다. 인도. 엄마는 왜 그곳을 선택한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엄마가 그렇게도 열심히 읽었던 책과 연관이 있을지도모르겠다. 엄마의 선택은 옳았을까.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던가. 패키지 가이드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엄마와 딸이라고 했던가. 뭘해도 좋다는 엄마와 투덜이 대마왕인 이모를 모시고 다니는 여행에서 가이드겸 보호자겸 자신 또한 여행자이자 딸이자 조카인 저자는 어떤 생각으로 여행을 다녔을까.

'여행의 달인'은 여행을 생활처럼 즐기는 것이다. 잠간 떠났다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살아보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다. 엄마는 처음 여행을 떠나면서도 그런 방법을 이미 알고 계셨다. 어딜 가도 내집 안방처럼 닦으려고 하는 엄마가 못마땅하고, 빨래를 하는 엄가 싫었지만 어느틈엔가 고수인 엄마의 모습을 존경하게 된다. 여행은 들렀다 찍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도 내집처럼 사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것이다. 역시 엄마는 고수다.

백마디 말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고 했던가 작은 사진부터 큰 사진까지 빼곡히 편집해 둔 사진을 보면서 엄마와 이모와 딸이 함꼐한 여행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주위환경이 멋지면 멋진대로, 그들의 행색이 멋져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또 어떠한가. 그들의 얼굴은 빛나고 있다. 즐거움이 흐르고 있다. 행복감이 책을 뚫고 읽는 사람에게도 전염되고 있다. 그들은 충분히 행복했고 즐거웠다. 그래, 그거면 되었다. 저자 또한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마지작에 엄마의 여행기가 인상적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이기도 하다. 평생을 이땅에서만 살아온 엄마가 처음 다른 나라에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셨을까. 엄마의 눈으로 본 다른 나라의 모습은 어땠을까. 왜 그곳을 선택하셨을까. 짧은 이야기미지만 충분히 감동적이다.

방학이면 훌쩍 떠나는 그녀. 조용히 나가려던 계획은 틀려먹었다. 어느 순간 이모의 전화가 왔다. 물론 자신도 데려가라는 것. 홀가분하니 떠나고 싶어했던 그녀의 발목을 물고 늘어지는 이모. 물론 그녀의 대답은 노.

그렇다고 그냥 물러설 이모가 아니다. 온 가족과 친척들이 총동원되어서 데리고 가라고 성화다. 그렇다치자. 엄마가 전화왔다. 나도 데려가라. 이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아마도.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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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인생의 진실 - 인생의 행복과 풍족함을 손에 넣기 위해서 아우름 26
혼다 켄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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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으면 좋고 없으면 조금 아쉬운 돈. 조금 아쉬울 뿐 아니라 조금 더 많이 불편하게 만드는 돈.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지마는 않은 돈. '돈이 많아도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풍족하다고 만사오케이는 아닌 것이 또 돈이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중 그 이전보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통계를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 돈과 인생에 관한 진실을 말해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여러 회사를 경영하는 돈의 전문가인 혼다 켄이 지은 이 책은 돈에 관한 여러면을 제대로 파악하게 도움을 준다.

당신은 돈과 어떤 방법으로 마주하고 있는가.(33p)

돈의 노예가 되고 있는가, 돈의 주인이 되고 있는가, 아니면 돈과 친구과 되고 있는가. 어떻게 돈과 마주하는가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생 또한 달라지게 될것이다. 물론 이 중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을 찾으라면 돈과 친구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다. 어떻게 돈과 친구가 될 것인지는 당신이 직접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돈으로 이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정말 돈으로 살수 없는 다섯가지를 저자는 예로 들어주고 있다.(102p) 지성과 우정, 존경과 인간적인 교류 그리고 애정이다. 시간이나 재능 또한 살 수 없는 것이지만 저자는 그것을 살 수 있는 것으로 분류해 놓고 있는데 내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일을 하지 못해서 사람을 쓴다면 그 또한 그 사람의 시간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재능 또한 뛰어난 마스터를 붙여서 연습을 한다면 없던 재능도 생기기 때문에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명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성은 그렇지 않다. 단순히 지식과는 구별을 해야만 한다. 지식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선생으로 해서 공부를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지만 지성은 그렇지않다. 우정도 그러하다. 친구와의 사귐은 돈으로 살 수 있는것이 아니다. 내가 돈을 줄테니 친구해 달라는 것은 이미 '우정'이라는 단어를 멸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같은 맥락으로 보았을 때 '애정'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돈으로 모든 것이 다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돈이 있다는 것은 좀더 자신이 자유롭게 무엇을 할수 있다는 것을 보장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생각하는 자유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때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좋아하는 장소에서 할 수 있는 것'(114p) 이라고 정의해두었다. 지금 당신은 저자가 말한대로 자유롭게 무엇인가 할 수 있는가?

사람들은 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돈을 벌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한 가정의 부모들이라면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 돈을 벌 수도 있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때에 좋아하는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일수도 있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책을 사기 위해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마다 자신들만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다들 다른 목표를 가지고 저마다의 자유를 위해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돈은 전부는 아니지만 필요는 한 물질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이 전부는 아닐지다'로 외면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간다면 모를까 현대사회는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구조속에 존재하고 있다. 어느정도까지는 자급자족이 가능할지 몰라도 어느 순간에는 돈이 필요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돈이라는 것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와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다섯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193p)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돈의 설계도를 작성하고 풍족함의 기준을 낮추며 인생의 스타일을 정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피머니의 순환을 만들어 내라고 조언하고 있는데 이대로만 한다면 우리는 돈을 필요에 의해 쓰면서도 돈으로부터 자유함을 얻을수 있을 것이다.

꼭 필요하기는 한 존재이지만 매인다면 당신의 인생 자체가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돈으로부터 벗어날수는 없지만 돈에 매여서도 되지 않을 것이다. 돈에 관해서 어렸을 때부터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데 청소년들에게 돈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부모와 같이 읽는다면 '돈'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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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듯 저물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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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있을때면 미노루는 거기에 있으면서 없는 사람 같았다 (더구나 그는 늘 책을 읽었다). 미노루와 사귀는 동안, 나기사는 언제나 한기를 느끼는 것처럼 외로웠다.(38p)

 미노루처럼 살고 싶어졌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은 아마도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서 딱히 무엇인가 노력을 하고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돈으로부터 자유함을 누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모르겠다.

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커플이기는 하나 동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거나 부부이기는 하나 그 사이에 다른 동성애인이 한명 더 끼어있다던가[반짝반짝 빛나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이[잡동사니]거나 부부간이면서도 서로 다른 애인을 두기도 한다[달콤한 작은 거짓말].

언뜻 보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그런 관계이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글 속에서는 그 모든 설정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그 어느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오히려 그 설정 그대로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내가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좋아하는 것은 그 때문일수도 있겠다. 평범하나 다른 듯, 다른 듯  또 그 나름대로 평범한 그런 맛을 느끼기 위해서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평범하지 않은 관계가 이번 책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아니 다른사람이 읽었을때는 충분히 이상함에도 불구하고 내눈에만 그렇게 느껴졌을수도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미노루. 나기사와의 사이에 하토라는 딸이 있다. 그의 일을 전적으로 관리하는 친구이자 회계사인 오타케와 일년의 반 이상을 해외에서 사는 친구같은 누나 스즈메. 자신과 누나가 사장으로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점원 아카네. 그녀의 친구 유마 그리고 그녀의 아들.

미노루는 나기사가 원하지 않아서 양육비를 주지 않지만 자신과 전혀 상관도 없는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올려두고 양육비를 지불한다. 대체 무엇때문에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그저 그렇게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일까. 반백살의 그의 행동이 철이 없어 보이고 이해하기 힘든 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책에 빠져서 세상 모든 일을 잊고 지내는 그를 이해하기 힘들어서 나기사는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났으니 말이다.

텔레비젼을 보는 남편은 지금 여기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책만 읽는 미노루는 옆에 있어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기사를 혼자 내버려두고 늘 저 혼자만 다른 장소로 가버린다고밖에.(112p)

새로 만난 남자는 책을 읽지 않는다. 단지 텔레비젼을 볼 뿐이다. 그래도 나기사는 책을 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한다. 적어도 텔레비젼은 함께 볼 수도있고 그걸 보며 다른 이야기를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책에 빠지면 현실은 담을 쌓아버리는, 자신만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버리는 미노루에게 질려버려서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전여전일까 미노루의 딸인 하토는 책을 좋아한다. 나기사는 방에 틀어박혀서 책만 읽지 않도록 밖에 나와서 가족들과 같이 있으라고 말해두었지만 이세상 그 무엇보다 하토는 책을 좋아한다. 하토와 아빠인 미노루 그리고 고모인 스즈메가 만나면 각자 자신들의 책을 들고 책의 세계에 빠져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야기치고는 꽤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미노루가 읽고 는 책을 교차 편집시켜 은 것이다. 처음에 미노루가 읽고 있는 것은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차갑고 시린 겨울 속에서 가족이 있는 곧 할아버지가 되는 주인공은 자신이 사랑했던 젊은 여자의 실종으로 인해 그 여자를 찾아 나선다. 그가 만나게 되는 것은 어떤 사건일까.

책속의 이야기에 빠져들어가다 보면 누군가 방해를 해서 화들짝 놀라 깨어난다. 미노루처럼 말이다. 일본은 뜨거운 여름이건만 책속의 겨울속에서 적응하는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다. 얼마나 미노루가 책속에서 빠져사는지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다가 중간에 끊어야만 할 대의 아쉬움을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내가 미노루였으면 좋겠다. 읽으면서 내내 생각한 대목이다. 여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의 유산. 돈 걱정하지 않고 이 세상의 모든 읽고 싶은 책에 빠져들어 봤으면. 그나저나 미노루가 읽던 책의 마지막은 어떠했을까. 그가 읽던 책의 제목은 무엇이었을까.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와 젊은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사랑이야기. 그 두 책의 제목을 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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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9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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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났다.마약은 항상 그랬다. (234p)

 

[스노우맨]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요네스뵈의 이름을 알 것이고 '해리'라는 형사의 이름을 알 것이다. 극도로 추운 날씨의 극도록 피폐되어 있는 한 형사 해리. 그가 어떻게 살아았는지를 안다면 그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박쥐]와 [바퀴벌레]를 통해서 약간은 젊은, 약간은 더 팔팔한 해리의 모습을 보았다면, 호주와 태국에서의 이색적인 날씨를 바탕으로 한 해리를 보았다면 이제는 제대로 된 해리의 타락을 맛볼 차례다. 사람이 아무리 캐릭터라고 해도 한순간에 변하지는 않는 법. 실제의 해리가 저런 모습이 되기까지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홍콩에서 머무르고 있던 해리를 오슬로로 불러들인 것은 그가 사랑하는 라켈 그리고 그녀의 아들 올레그였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도시의 모습에 생경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 기분에 젖는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난 다음이여야만 한다. 라켈의 아들이면서 해리가 그렇게도 보호해주고 싶었던 아이 올레그는 이제 십대소년이 되었다. 그는 살인사건수사를 해보고 싶다면서 제발로 경찰를 찾아간다.

십대소년의 죽음. 마약밀매자이면서 상습복용자였던 그는 한 아파트에서 총에 맞은 채 죽었다고 했다. 사인은 과다출혈. 이미 해결이 다 끝난 사건이다.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화약반응이 있었고 혈흔까지 있었던 올레그를 잡아서 가두었고 케이스는 종결되었다. 그런 사건을 이제와서 해리는 다시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어느 경찰도 이런 사태를 좋아할리 없다. 해리의 상관이었던 하겐도 마찬가지다.

경찰에 딱 세명있다는 친구들인 비에른 흘름과 베아테 뢴은 이번에도 훌륭한 그의 조력자가 되어준다. 이 세상 어느 누구와도 맞지 않는 해리는 이번에도 혼자서뛰고 날면서 올레그의 무죄를 증명해보려고 애를 쓴다. 더군다나 마약과 관련되어있는 사건이다. 결코 만만한 사건이 아니다. 착한 아이로 보였던 올레그는 어쩌다가 이런 사회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일까.

대의 일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무모한 행동일 수밖에 없는, 단지 해리에 대한 반항이라고 보기에는 사건이 너무나도 심상치가 않다. 거기다가 면회신청을 한 해리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면서 엄마가 보냈냐고 물어보더니 별말 하지 않고 자신은 면회 끝이라면서 나가기 바쁘다. 한대는 다정한 정말 친아빠와 아들 같았던 사이가 어쩌다가 이렇게 멀어져 버린걸까. 아무래도 해리의 성정상 혼자 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일까.

그는 언제나 홀로 다니는 외로운 한마리 늑대같은 존재였다. 경찰이라는 조직생활 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보통은 파트너가 있게 마련인 경찰생활. 그에게는 파트너보다는 단독 수사가 편했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사건을 해결하는 빠른 지름길이었다. 이번에도 그의 혼자 인생은 벗어나질 않는다. 그런 그를 도와주는 조력자들은  적재적소에서 타나난다. 과학수사대에 있는 유일한 경찰친구 둘을 비롯해서 말이다.


바이올린. 더이상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하는 현악기가 아니다. 가장 강력한 마약의 이름, 바이이올린. 사람들은 이 바이올린을 구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을까. 헤로인이라던가 마리화나라던가 하는 마약들은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특정장소에서만 건네지던 마약들이 이제는 생활속 깊숙이 들어오기도 했다는 것을 느낄때가 뉴스나 신문에서 마약관련을 볼 때다.

사람들을 왜 그런 환각에 취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현실을 도피할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무얼해도 힘들고 어려운 세상, 그렇다고 죽을수는 없으니 단지 한순간이라도 조금은 편해보자는 생각으로 쉽게 시작했는데 중요한 것은 한번 시작하면 죽을때까지 끊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마약인 것이다. 어찌보면 죽음보다도 더한 굴레라고 볼 수도 있겠다. 알콜중독이나 니코틴중독보다 몇 천아니 몇만배는 더 강할 마약중독.

해리는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자신이 그렇게도 아꼈던 올레그가 무죄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있을까. 마약에 손을 댄 올레그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는 있을까. 해리의 단 하나뿐인 사랑인 라켈과는 또 어떻게 연결이 될까. 베인 상처를 직접 바늘로 꿰매면서도 사건을 좇아다니는 해리는 어찌보면 그 자체가 괴물이면서 그 자신이 유령일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안락한 삶이란 없어보인다. 그것이 그의 진정한 숙명인 것일까. 언젠가는 편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그래도 오늘도 바라본다. 그에게도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생길 수 있기를.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것이 평생 따라다니는 그의 삶이겠지만 단 하루라도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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