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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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가의 책이 한 권 더 있다. 국경의 도서관. 크기도 모양도 똑같은 두 권을 나란히 세워 놓고 보다가 제목을 바꿔보았다. 국경의 우체국, 초콜릿 도서관. 딱 맞아 떨어지면서 의미도 통한다. 두 권은 혹시 이런 제목으로 지어지려고 생각을 했던 것도 아닐까.

 

처음 접했던 황경신 작가의 책은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라는 아주 긴 제목의 에세이였다. 분명 에세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들어있는 글들은 난해해서 나는 몇번이고 다시 읽어야만 했고 곱씹어야만 했고 글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써야 했다. 그렇게 작가와의 첫인상은 끝났다.

 

두번째 책인 [국경의 도서관]. 첫번째 책을 그렇게 싸워가며 읽어댔으니 기대감이란 없었다. 기대감 제로에서 읽는 책은 원래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주는 법이다. 여러가지 아주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국경의 도서관은 때로는 말도 안되는 황당한 이야기로, 때로는 여러번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공감으로 넘쳐났고 한, 두장 밖에 되지 않는 단편보다도 더  짧은 이야기로 부담없이 읽는 재미를 주었다.

 

[초콜릿 우체국]은 내가 읽는 황경신 작가의 세번째 책이다. 부제가 국경의 도서관과 같다. 38개의 진실된 이야기와 순수한 거짓말.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이야기는 얼핏보면 국경의 도서관의 연장이라 할 정도로 닮아 있다. 비단 겉표지 뿐 아니라 속의 내용까지도 말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종류의 글을 아주 여러편 썼는지도 모르겠다. 한권으로는 내기 어려워서 두권으로 나누어서 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흥미로와 한번 손에 잡으면 그 이야기 속에 풍덩 빠져버리고 말게된다. 때로는 우화같으면서도 때로는 동화같기도 그리고 때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글.

 

봄의 공기 속에는 마약 성분 같은 것이 있어, 멋도 모르고 그걸 마셔버린 내가 자아를 잃어버리고 스르르 이곳으로 끌려왔다,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40p) 곧 봄이 온다. 공기는 이미 완전히 차갑지는 않다. 겨울 내내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벗어 두었다. 아직 장갑은 끼고 있지만 곧 봄이 온다. 봄의 공기 속에는 정말 마약 성분같은 것이 있을까. 봄이 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준비중이다.

 

이를테면 카레라이스가 노랗지 않고 푸르다거나, 사과가 빨갛지 않고 하얗다거나, 그의 집 앞에 피어난 목련꽃이 하얗지 않고 파랗다고 했다.(86p)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색을 가지고 있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여러색을 지니고 있는 광선이 반사되는 각도가 달라서 우리 눈에 보이는 컬러는 하나라고 했던가.

 

본문속의 이 친구는 실연의 상처로 인해서 연속적으로 한 행동이 복합적인 작용을 일으켜 사물의 색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자신만의 색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 파란 목련은 왠지 이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푸른 카레라이스는 왠지 맛이 없어 보일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사물을 꼭 한가지 색으로 보는 것도 일종의 선입견이려나.

 

레몬에이드처럼 시고 달콤한 슳픔은? 덜익은 포도처럼 시금털털한 슬픔은? 물감처럼 떫은 맛의 슬픔은? 혹은 푹신한 솜이불처럼 부드러우면서 애틋한 슬픔은?....라는 식으로.(113p) 감정에도 종류가 있을까? 작가가 나열한 이런저런 종류의 슬픔 말고도 아픔이나 기쁨에도 종류가 있을까?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는 경우가 있고 슬퍼서 나는 눈물, 감동해서 나는 눈물, 웃어서 나는 눈물처럼 여러 종류가 있는 눈물처럼 정말 감정도 종류가 있다면 내가 가끔 느끼는 슬픔은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 이왕 느끼는 슬픔이라면 절절하고 가슴 아픈 그런 슬픔이 아닌 부드럽고 또는 달콤한 슬픔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태초에 세상이 만들어질때 슬픔이나 고통처럼 아픈 감정은 없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하는 글들이 모여서 이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초콜릿처럼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을 가지고 있는 책. 달달함을 주어서 책에 푹 빠지게 만들어 버리고는 그 행간 사이에 씁쓸함을 첨가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맛을 느끼게 하는 책. 한 권의 책 속에서 여러가지 맛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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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2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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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결코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일단 1권을 읽었을때만 해도 그러했다. 우리와는 별 상관없는 별자리가 등장을 하고 그 별자리의 이야기가 각 장마다 나오며 그 말들은 약간은 철학적이기도 하고 범위가 넓어서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열두명이나 되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외워야했고 각 인물들이 어떤 상황에서 호키티카에 왔는지 알아야 했다. 그러면서 누가 죽였는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결해야했고 사라진 시테인스는 대체 어디있는 것인지 궁리를 해야했다.

 

하지만 이런 반전이 있을 줄 몰랐다. 고난 끝에 낙이 온다고 첫 권을 힘들게 읽어내었다면 이제 그 기쁨을 맛 볼 차례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고 펴든 2권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읽혔다. 아주 잘 술술 나가는 책은 1권과 2권이 같은 책인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미 등장인물을 다 알고 있고 또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그리고 각 사람들이 어떻게 엮여 있는지를 다 파악하고 난 이후였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다.

 

이제는 안 좋은 인상이 바뀐다. 초청이 늘어나고, 과거가 진행되어 현재의 시간과 만난다.- 같은 말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좀 더 자세한 설명들이 나타난다. 각 장의 밑에 한 두문장씩 쓰여져 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이 이 장의 '요점정리'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오히려 그것만 보는 것이 더 이해가 빠르다는 것도 알게 된다. 모든 것을 한발자국 떨어져서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림을 코앞에 대고 보아서 그냥 물감덩어리들만 보였다면 이제는 뒤로 물러나서 큰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의 능력이 다시 평가되는 시간이다. 딱 1권만 읽고 덮었다면 그냥 묻혀둘 뻔 했다. 내 기억속에서 작가의 이름을. 이제는 확실히 각인이 된다. 예사로 상을 받은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사건이 빠르게 전개가 된다. 각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얽혔는지 과걱와 현재를 오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딱히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는 말을 붙여주지는 않지만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도록 구성해두었다. 창녀인 안나가 왜 그렇게 되어야만 했었는지 그 이면에 어떤 음모들이 도사리고 있었는지 웰스의 죽음으로 나타난 미망인과 카버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복잡하게 꼬여 있는 실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서 풀려가듯이 이야기는 술술술 풀려간다.

 

타우웨어가 스테인스를 웰스의 오두막에서 찾아내면서 이야기는 더욱 가속도를 붙인다.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그는 도대체 사람들이 죽었다고 의심을 할 뻔까지 한 기간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가 돌아오면서 금과 돈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을 제자리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사람들의 지독한 돈에 대한 열망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양자리는 집단적인 관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황소자리는 주관적인 태도를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쌍둥이자리의 규칙은 배타적이고, 게자리는 원인을 찾고, 사자자리는 목적을 추구하며, 처녀자리는 계획을 바란다. 하지만 이것들은 제각기 진행되는 일들일 뿐이다. 12궁의 두번째 행동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250p)

 

이 책의 가장 독특한 특징을 꼽으라면 각장마다 동그란 표가 있고 그 곳에서 별자리가 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세히 비교를 해보면 각 장마다 사람의 특징이 바뀐다. 그리고 각 장마다 그 별자리들의 특성을 이야기하면서 전체의 이야기를 요약하고 있다. 별자리를 신봉하지도 않고 재미삼아 보는 적도 잘 없고 하다못해 오늘의 운세나 점도 믿지 않는 나이지만 이런 본문을 읽으니 내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가 하면서 한번쯤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옅은 안개가 바다에서 피어올라 항구 끝부분을 가렸고 내륙이 좁아지다가 거의 점처럼 변하면서 언덕은 파래지다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해는 아직 동쪽에 낮게 걸려서 물 위로 한 줄기 노란빛을 뿌렸고, 서부 해안의 바위를 오렌지색으로 물둘였다.(389p)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뉴질랜드. 지금도 아름답지만 아마도 이 당시는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 더욱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냥 우거진 숲들로 가득 차기도 했을 것이고 말이다. 어딜 봐도 바다와 숲이 있는 곳이 뉴질랜드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가보고 그 넓은 하늘에 반했던 것 처럼 이 당시의 묘사는 정말 아름답다. 원서에는 어떤 단어를 써서 설명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어떤 영어단어를 써서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두권으로 구성된 긴 분량의 금을 찾아 뉴질랜드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이런 책은 앞부분은 꼼꼼하게 읽어서 일단 바탕을 마련해두고 그런 이후에 달려가는 재미를 누려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솔직히 1권보다 2권이 더 두껍게 편집이 되었고 내용도 더 많다. 하지만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오히려 2권이 훨씬 더 읽기가 편하다. 길다 하더라도 말이다. 아마도 바탕을 든든히 세워뒀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진다. 1권이 조금은 어렵다고 결코 포기하지 말지니 2권부터는 마구 달리는 속도감을 즐기게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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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루미너리스 1 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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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있어서 두번째란 항상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데뷔작이 큰 인기를 얻었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가수들이나 배우들도 자신의 첫번째 작품이 크게 잘 되었을 경우 두번째를 망쳐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까. 자신의 데뷔작을 내고 두번째 책을 내는 기분은 어떨까.

 

얼마전 일본작가의 두번째 책을 읽었다. 첫 책에서 통통튀는 모습을 보여주던 작가의 글은 여전히 발랄했지만 감동을 담고 있었고 깊이가 있어졌다. 오히려 두번째 책이 더 좋았다. 이 책 또한 작가의 두번째 책이다. 데뷔작인 '리허설'을 내고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가는 두번째 책인 이 책으로 맨부커상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다. 그만큼 요즘엔 데뷔작의 부담을 떨쳐버리고 더 멋진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많아진 것이라는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상되어지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황금방울새] 두권으로 이루어진 점도 비슷하고 과히 많은 분량으로 독자들을 압도한다는 사실도 비슷했다. 장르소설인줄 알았으나 읽다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비슷하다. 물론 읽혀지기는 몰입도가 있으나 딱히 서평을 쓰기가 참 애매하다는 것도 닮아 있다. 대부분의 문학작품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하나의 사건은 꼬리를 물고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18600년대, 한 명의 젊은이, 무디는 금을 찾아서 뉴질랜드 땅에 도착한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호텔 휴게실에 잠시 들르게 되는데 그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곳에 모여있던 12명의 남자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부족의 남자도, 중국인도, 그리고 또한 유럽인들도 있는 다국적 남자들. 그들은 서로 안면이 있는 사람들일까. 그곳에 무슨 이유가 있어서 모인 것일까, 아니면 그저 금을 찾아서 다들 한가지 목적으로 그곳에 와서 우연히 그 곳에 있게 된 것일까.

 

무디를 향해 다가오는 한명의 남자. 그는 작정한 듯이 자기가 총대를 매는 심정으로 무디에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한명씩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알고보면 그들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서 연결된 관계였는데 그들은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이고 왜 그곳에 무슨 목적으로 모여 있었던 것일까. 실종된 한 의 남자와 자살하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을 알 없는 한 명의 창녀, 그리고 살해된 한 남자의 집에서 발견된 많은 양의 금. 이 모든 것은 금을 빼고는 생각할 수가 없는 듯 하다.

 

만약에 지난주에 이 모든 난리법석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나한테 물어봤다면, 난 그 유대인이라고 했을 거야. 어제 물어봤다면 미망인이라고 했겠지. 오늘 오후에 물어봤다면 중국인이라고 했을거고. 그런데 지금은? 글쎄, 그 창녀에게 망할 놈의 돈이라도 걸겠어.(470p)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금을 찾아서 모여드는 곳이 바로 그 곳이다. 그러니 사건, 사고도 많지 않았을까. 유대인, 살해당한 사람의 미망인, 그리 많지 않은 중국인들이 모여있지만 차이나타운까지 형성하고 있는 중국인, 거기에 남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빠질 수 없는 창녀까지. 이 모든 일의 구심점은 대체 어디 있는 것이며 그 곳에 모인 딱 열 두명의 남자들, 무디까지 더하면 열 세명의 남자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13이라는 숫자는 서양에서 좋지 않은 불길한 숫자라고 여겨진다. 그런 불운을 이겨내고서 모든 일이 제대로 다 해결될 수 있을까.

 

호키티카. 그 단어의 의미는 알았지만, 번역을 하기는 어려웠다. 영어와 마오리어 사이에서는 종종 그런 경우가 생겼다. 한쪽 언어의 단어가 다른 언어에 정확히 대치되는 것이 없는 경우다.(157p)

지금은 어느 마오리족이라 하더라도 능숙하게 다 영어를 하지만 이 때 당시는 그렇지 못했던 듯 하다. 그래서인지 타우웨어라는 마오리의 말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문맥이 끊기거나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외국어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느꼈을 그런 감정. 나는 그뜻을 알지만 그것을 정확히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 그래서 번역은 외국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어를 잘하는 것도 더욱 중요하고 했던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넘어가는 문장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유독 내게는 아주 공감을 크게 했던 문장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모든 사건의 정황을 다 구성했으니 사건을 해결하러 넘어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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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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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비채의 책을 한번이라도 본 독자라면 책등 제일 위에 붙어있는 깃털표시에 Black White 라고 적힌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채에서 나오는 이 시리즈는 블랙 즉 어두운 소설과 화이트, 밝은 소설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그래서 더욱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시리즈다. 개인적으로는 범죄소설이나 경찰소설, 스릴러 및 추리, 호러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블랙편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간간히 읽어주는 화이트 소설들로 말미암아 기분좋게 웃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책이라 하더라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다.

 

3월에 읽을 책으로 블랙시리즈인 [후회와 진실의 빛]을 앞두고 이번에 새로 나온 화이트 시리즈의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를 읽었다. 이 책 정말 화이트스럽다.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고 간간히 피식거려지기도 하고 마음이 찡해지기도 하는 것을 반복하며 읽어내려간다. 복잡한 이야기들이 아니라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천천히 읽는 사람이라면 한편씩 끊어 읽어도 충분하다. 하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 주류점에 대체 무슨일이 어떻게 연결되었나 싶어 계속 읽어보고 싶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보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 백엔 보관가게]가 생각났다. 무엇이든 하루에 백엔만 내면 보관해주는 가게. 그 가게에서의 사물들이 화자가 되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말해주던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그 이야기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그 가게가 물건을 보관해주는 곳이라면 이 가게는 무엇이든 배달해주는 곳이다.

 

주류점이지만 선대의 뜻을 이어받아 무엇이든 배달해주는 곳, 얼핏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을 생각나게도 한다. 겉으로는 잡화점이지만 속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그런 곳 말이다. 주류점이니 당연히 술은 판다. 술을 배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반면 의뢰인들로부터 물건을 받아서 직접 그 사람을 찾아서 배달해주는 일도 그의 임무다. 부업이라고 하지만 왠지 부업이 주업인듯한 느낌이 든다.

 

배달을 하기 위해 맡겨지는 물품은 다양하다. 살아있는 거북이로부터 작은 편지까지.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이곳에 물건을 의뢰하는 것일까.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물건들로 인해서 이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물건들과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는 모리사와 아키오의 최근작 [미코의 보물상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여러 물건들에 얽힌 사연들을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본 소설의 한 주류인 일상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비블리아 고서당]보다는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보다는 더욱 사실적이며 실제의 이야기에 가깝다. 스릴러처럼 빠른 속도를 요하는 작품이 아니다. 한장한장 차분히 천천히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마지막장에 도달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어느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도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또한 재미나게 볼 수 있는 그런 작품.

 

제목에 반해 언뜻 넘겨본 재미에 반해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이 작가. 전에 [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라는 길고 독특한 제목의 작가였다는 것을 말이다. 생애 첫 장편소설이었다는 그 작품이 약간은 풋풋한 사과같은 또는 톡톡 튀는 칩들이 박혀있는 아이스크림 같은 맛이었다면 두번째 책인 이 작품은 그야말로 훨씬 깊이가 있어짐을 알 수 있다. 단 두 작품만에 이런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히 부러워졌다.

 

깊이가 있어졌을 뿐 아니라 약간은 설익은듯한 유머러스러함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덜커덩거리면서 가던 글 자체가 부드러워졌다. 고속철도를 타고 날아가는 느낌은 아니어도 고급세단을 타고 고속도로를 가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준다. 물론 재미는 당연하다. 자연스럽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련됨까지 겸비하고 있다.

 

이 작가, 다음에는 또 어떠한 재미를 줄까. 첫 작품을 읽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을 들고 나와 나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준 작가. 이제는 더욱 기대를 하고 볼 것만 같은 느낌이다. 기대만큼 더욱 근사한 작품을 들고 돌아와 주길.

 

p.s: "그래. 사람의 기분은 본인한테 듣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 상대가 부모건, 친구건, 직장 상사건."(283p) 어떤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기부을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알지 못한다. 그냥 추측으로만 그렇겠다라는 생각을 주관적으로 하고 넘길 뿐 그것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수도 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편이 좋다. 그것은 상대방에게도 또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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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명화 하루 명언 - 하루를 위로하는 그림, 하루를 다독이는 명언
이현주 지음 / 샘터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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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하루 한시]라는 책을 본적이 있다. 하루에 한자어로 된 시들을 하나씩 볼 수 있는 구성으로 편집이 된 책이었는데 한번에 끝까지 읽었지만 그냥 그렇게 보기는 아까운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두고두고 하루에 하나씩 보면서 짧은 한시들은 외워도 좋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책. 또한 여유가 된다면 그 문구들을 그대로 붓글씨로 따라 써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언젠가 다시 볼 책들을 모아두는 공간에 따로 두었다.

 

이 책도 비슷한 느낌으로 보면 좋겠다. 총 다섯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 챕터마다 열개의 그림과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총 50개의 분량이니 하루에 하나씩 본다면 거의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던가 또는 글이 많아서 책을 못 읽겠다 하는 사람들은 위한 선물로도 아주 제격이다.

 

가끔 아주 가끔 미술관에 갈 때가 있다. 그림을 아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서 그냥 내맘대로 느끼기를 좋아한다. 이 작품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그려졌을까, 작가는 무슨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를 생각하며 보아지는 대로 느끼고 즐긴다. 아무것도 몰라서 싫다고 하느 사람들이 있다면 설명을 곁들이면 된다. 논문을 쓸 정도로 자세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대략적인 설명으로도 충분하다. 그래도 그림을 보는 재미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그림과 함께 대략적인 설명을 실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림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림과 함께 마음에 도움이 될만한 명언들을 같이 편집해두었다. 그림과 설명을 자세히 볼 시간조차 없는사람이라면 정말 짧게 끊어지는 명언들을 하나 읽고 출근을 하거나 잠을 자도 그날의 양식으로 든든할 것이다. 그렇게 잠깐 본 명언 하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도 유용하게 쓰일지 모른다. 또는 그날따라 일이 잘 안 풀려서 화가 나거나 낙심될 때 당신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문구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살아가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비단 일이나 사람뿐 아니라 글이 들어 있는 '책'이라는 것을 여실히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새벽, 아침, 오후, 황혼, 한밤의 다섯개의 구성은 시간 순서대로이다. 각 시간에 맞춘 글들을 읽어도 좋겠고 때로는 지금은 오후지만 나는 한밤의 느낌을 받고 싶다 하는 느낌으로 다른 구성의 글들을 읽어도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나온 그림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만큼 많이 보여졌었고 유명한 그림들이다. 때로 모르는 그림이 나온다면 더 관심이 있게 볼 수도 있겠다. 이것이 어떤 그림인가 하고 말이다. 사진만큼 자세히 그린 그림들도 있어서 다시 한 번 그림들을 자세히 보게 된다. 실제로 본다면 얼마나 저 더 정교할지 상상을 하면서 즐기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자 장식'이라는 제목의 찰스 커트린 커란의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그림자가 비친 빨래를 널고 있는 한 여인의 옆모습. 새로운 하루를 위해 익순한 일을 한다 모든 반복은 특별하다 라는 표제가 붙여진 글. 그렇다. 나는 익숙함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익숙함이 지겹다고 말할지 몰라도 나는 그 편안함을 즐긴다. 그래서 그것이 좋다. 반복은 지겨울지 몰라도 여전히 특별한 것이다. 그 그림에 연결된 명언은 이것이다. 매일 규칙적이고 질서있는 삶을 살라 그래야 일을 할때 더 열정적이고 독창적일 수 있다. - 플로베르 오늘 하루도 규칙적이고 질서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하루가 열정적으로 느껴지길 바란다면 말이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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